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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76화 - 달콤한 액땜
(M) 주제음 첫사랑/ 이소라
(E) 눈 밟는 소리
남 하룻밤새 눈이 또 많이 왔다.
내가 사는 소도시는 온통 하얗다.
제설작업도 잘 되어있지 않아
이렇게 눈이 한번 오고 나면 차도 엉금엉금이다.
우체국까지 걸어서 출근하기로 했다.
한참 걸리겠지만 그편이 속이 편하다 싶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아래만 보면서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차 한 대가 퍼질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차 주인은 여자였다.
어쩔 줄 몰라하면서 호호 입김만 불어대고 있던 여자가
나를 발견하자, 이제 살았다는 듯 얼굴이 환해졌다.
난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다시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내 갈 길만 갔다. 그때.
여 저기요! 저 좀 도와주세요.
남 .... (열심히 가는)
여 좀 도와달라구요. 차 시동이 안 걸려요.
남 .... 저요?
여 네. 시동도 안걸리구요. 보험사 불렀는데. 눈이 이렇게 와서
언제 도착할지 모르겠다 그러구요.
남 저도.. 차에 대해선 잘 모르는데요.
여 아니 그래두 나보단 날 거 아니에요. 한번 들여다 봐 주시면 안돼요?
남 아..참.. 바쁜데...
(M) 우연히 / 신승훈
(E) 낑낑대며 밀고 있는
남 시동 한번 걸어보세요. 내가 뒤에서 밀테니까.
(E) 푸지직 시동 계속 꺼진다
여 (멀리서 외치는 느낌) 밀고 있어요? 차가 앞으로 전혀 안나가는데.
남 밀고 있거든요? 그것도. 엄청나게. 열심히. 죽을 힘을. 다 해서.
여 어우 무슨 남자가 힘을 그렇게밖에 못써요. 좀 더 쎄게 밀어봐요.
남 에이 진짜. 확 그냥 가버릴까부다.
여 뭐라구요?
남 아뇨. 열심히 밀고 있다구요.
(E) 시동이 확 켜지더니 부르릉 앞으로 나가는
남 어어어....!!
(E)콰당!!
남 엄마야!!!
(E) 앞에서 차 멈추더니. 내려서 종종종 뛰어오는
여 어머. 괜찮아요?
남 이게 지금 괜찮아 보여요?
여 어뜩해. 쌍코피 지대로 터졌네.
(M) 쌍코피/ 트로트 나이트 킹
(E) 우체국 소음
남 양쪽 코에 휴지를 꽂은 채. 우체국으로 출근을 했다.
아침부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설도 지났고. 올핸 정말 좋은 일만 생겨라. 생겨라. 그렇게 빌었건만.
(E) 뭔가 탁 놓이는
여 이거 좀 드세요. 좀 괜찮으세요?
남 아까부터 왜 자꾸 괜찮냐고 물어봐요? 딱 보면 계산 안나와요?
코가 이 지경인데. 어떻게 괜찮겠어요?
여 미안하니까 그런거죠. 그래서 제가 영양제 좀 사왔잖아요.
피 흘려서 빈혈생길까봐. (큭큭 웃고)
남 아니. 왜 웃으세요?
여 좀 우습시다. 웃으면 안돼요?
남 에이 진짜. 정초부터 이게 뭐야.
여 액땜 했다구 쳐요. 원래 정초에 안좋은 일 있으면 그해 내내
좋은 일만 생긴대잖아요.
남 네. 액땜 시켜주셔서 진짜 감사하구요. 저 이제 일해야 하니까
좀 가주실래요?
여 나도 여기 내 일 보러 온건데?
남 무슨 일요.
여 뒤에 보세요.
남 과연. 그녀가 가리킨 곳엔 작은 박스 수십개가 놓여있다.
남 저게 다 뭔데요?
여 배송할 물건들요. 제 밥줄이에요.
(M) 장사하자/ 하찌와 TJ
(E) 눈길 밟고 걷는
남 다음날 비슷한 시간. 난 또 양쪽 바지에 손을 꽂은 채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다.
(E) 빵빵 소리
여 안녕하세요
남 (무뚝뚝) 네.
여 제 차 안탈래요? 저도 지금 우체국 가는길인데.
남 됐어요. 걸어가도 10분인데.
여 타세요. 어제 미안했던 것도 있고. 이거저거 물어볼 것도 있는데..
남 제가요. 의심이 좀 많고. 깔끔한 데가 있어서. 남의 차에 불쑥불쑥
타고 그러지 않거든요.
여 어머? 깔끔요? 제 차가 뭐 더러워요?
남 깨끗하진 않네요. 차가 낡은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세차는 좀
하고 다니지 그래요?
여 (큼...) 알았으니까. 타요. 자꾸 튕기니까 오기 생기네. 아 얼른요~
(M) 룰라/ 연인
(E) 차 덜덜거리며 가는
남 이 차 얼마나 됐어요?
여 음.. 올해로 10년째?
남 오래 타셨네.
여 직장 생활 막 시작할 때 산거거든요.
남 직장이 이 근처에요?
여 아뇨. 서울에서 회사 다니다가 작년 12월 31일부로 때려치우고
여기로 내려왔어요. 여기가 내 고향이거든요.
남 아. 그래요? 어제 그 박스들이 밥줄이라면서요.
여 제가 이래뵈도 손재주가 좀 있거든요. 퀼트로 이거저거 만들어서
인터넷으로 판매를 해요.
남 아.. 그래서?
여 사실 올초부터 아저씨 얼굴은 종종 보고 그랬어요.
남 그래요?
여 눈에 띄는 스타일이잖아요.
남 (기분 나쁘지 않고) 제가요? 아.. 뭐 그런 얘긴 종종 듣지만..
우리 엄마도 그러시더라구요. 어딜 가도 제가 눈에 띈다고....
여 언제 가도 늘 피곤해 뵈시더라구요. 맨날 입 찢어지게 하품하고.
기지개 켜고. 나른해 뵈고. 우체국 딱 들어가서 아저씰 보면
나도 그냥 노곤해지는 게. 윗분들이 참.. 싫어할 스타일이세요.
(M) Listen / 걸프렌즈
남 여러모로 참 정이 안가는 여자였다.
쓸데없는 오지랖도 넓고. 이상한 장난끼도 많고.
말도 함부로 툭툭 던져 사람 기분 확 잡치게 하는 데 뭐 있었다.
(E) 종이컵 내미는
여 커피 한잔 드실래요? 내꺼 뽑으면서 한잔 더 뽑았는데.
남 번호표나 뽑고 기다리세요.
여 내 차례에요. 여기. 번호표.
남 .... (할말없고) 거기 그거 다 부치실 거에요?
여 늘 그랬듯이.
남 무게 재게 올리세요.
여 위로 누나가 셋쯤 있지 않아요?
남 ..... 네.
여 대가족으로 살았죠. 할머니 할아버지 다 계신 집에서.
남 돌아가시기 전까진 그랬죠. 아니.. 그걸 다 어떻게..
여 어렸을 때 큰병 앓은 적 있죠.
남 (완전 몰입) 네! 제가 일곱 살땐가 수두를 심하게 앓아서
우리 엄만 내가 다 죽는 줄 알고. 아니 그걸 다 어떻게 알아요?
내 얼굴에 그런 게 보여요?
여 위로 누나가 셋쯤 있는 사람이 커도 유아틱한 면이 있거든요.
잘 삐지고. 기분 나쁘면 얼굴에 티 다 나고.
남 뭐에요?
여 이거봐. 또 삐진다. 그리구 할머니 할아버지 다 계신 집에서 자란
귀한 외동 아들이. 극단적으로 자기만 아는 경우가 많아요.
너무나 오냐오냐하고 받들어 키워져서.
남 하 나 참...
여 거기다가 어릴 때 큰병이라도 한번 앓았어봐. 왕자도 그런 왕자가
따로 없지. 왕족 대접 받고 자란 사람들은 어디서든 티가 나거든.
내가 봤을 때. 그쪽이 딱 그런 스타일이라..
남 2만 4천원이에요!
여 또 삐졌네.
남 에이 진짜. 안 삐졌어요!!!
(M) 10분전으로 / 박정현
남 그녀는 거의 매일 아침 우체국 첫손님으로 들어와서
한참동안 그렇게 수다를 떨다가 돌아갔다.
유쾌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심심하진 않았다.
(E)도장 쾅 찍으며 일하는 듯
남 그래도 거의 매일 이렇게 배송시킬 물건이 있는거 보면
일을 아주 못하진 않나봐요.
여 당연하죠. 나 이쪽 업계에선 마이다스 손이에요.
내가 왜 잘나가던 회살 때려쳤게. 다 그만한 자신감이 있으니까....
남 칭찬 한번 해줬더니. 계속 나가네.
근데 서울에서 일해도 될텐데. 왜 여기까지 내려왔어요?
여 여기가 아무래도 집값이 싸잖아요. 어차피 난 집에서 일하니까.
같은 돈이면 마당도 있고. 작업실용으로 방도 따로 있는 게 좋구.
남 네...
여 근데요. 좀 심심하긴 해요.
내가 태어나긴 여기서 태어났는데. 학교 들어갈 때 쯤 해서
서울로 이사를 갔거든요. 그래서. 친구도 없고.
남 이만 사천원요.
여 에이. 사람이 얘길 하는데.
남 네?
여 친구도 없고. 그랬잖아요. 그럼. 내가 친구해줘요? 이래줌 어디가
덧나나.
남 내가 왜 친구를 해줘요?
여 아니 딱 보니까. 나이도 내 또래 같은데. 혹시. 서른 둘이나. 셋.
아니에요?
남 저기요. 그쪽은 내가 봤을 때 인터넷쇼핑몰을 할 게 아니라
돗자리를 깔고 나서야 돼요. 뭘 이렇게 딱딱 맞춰?
여 맞구나?
남 서른 셋이에요.
여 그러니까. 나랑 친구 맞네. 우리 친구해요. 네?
(M) 영원한 친구/ 나미
(E) 접시에 스파게티 먹는
여 이 냥반. 스파게티 한번도 안먹어보셨나.
왜 이렇게 깨작대.
남 난 면 별로 안좋아해요. 밥 좋아하지.
여 그래두. 우리 친구된 기념으로다가 내가 사는건데. 좀 팍팍 먹어봐요.
나처럼. 포크에 이렇게. 돌돌 말아서. 입안에 쏙.
남 와. 여자가 뭔 입이 저렇게 크냐.
여 원래 미인이 입이 큰 법이에요. 안젤리나 졸리. 줄리아로버츠.
또 김혜수. 다들 입이... 시원시원하게 크잖아요.
남 그 여자들은. 이쁘면서 입도 큰 거고.
그쪽은 입만 크잖아요.
여 뭐에요?
남 정초에. 길가에 퍼질러져 있는 차를 보았을 때
난 예상이나 했었나.
그 똥차 주인과 내가 이렇게 마주앉아서
스파게티를 먹으며. 농담을 주고 받게 될 줄.
입도 크고 목소리도 크고 웃음소리도 큰
이 여자가.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줄.
(M) She / Elvis Costello
--------------------1부 끝 -----------------------
*잠시 후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남 일년이 지났다.
또다시 새해가 왔고.
그녀와 스스럼없는 친구 사이가 되어 지내던 어느날.
옆 직원이 분류하고 있는 편지뭉치에서
그녀의 이름을 발견하게 됐다.
그녀의 이름으로 도착한 편지 뭉치였고.
모두 반송되고 있었다.
보낸 사람 이름은. 민승호.
주소도 맞고. 이름도 맞는데. 왜 반송이 되는 것일까.
궁금했다.
(E) 자판기 커피 꺼내고
여 어. 추워. 날이 왜 이렇게 풀리질 않어. 또 눈 쏟아지네.
남 마셔.
여 땡큐.
남 (무심히) 민승호라고 알어?
여 어?
남 알어?
여 그쪽이 그 이름을 어떻게 알어?
남 아니. 편지가 반송되더라구. 주소도 맞고. 이름도 그쪽 이름
맞는 거 같던데.
여 우리집 주소도 알아?
남 알지. 매일 보는 주손데. 그런데. 왜 편지를 왜 반송시켜?
뜯어보지도 않은 것 같던데?
여 그쪽. 나한테 관심있어? 뭘 그런 걸 궁금해해?
남 관심은 무슨. 그냥 왜 그런가. 그런거지. 무슨.
여 그쪽은 그런 사람 없어?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게 하고 싶은 사람.
남 뭐?
여 평생. 내 소식을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
나 때문에 애달았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
남 뭐야. 그러니까. 실연 당해서 이쪽으로 도망온거야?
여 도망은 무슨.
남 도망온거네. 어쩐지. 왜 서울에서 이 촌동네로 왔나 했지.
여 촌동네가 뭐. 난 여기 좋아. 여덟살 때 이 동네 떠나고
이십년 넘게 서울 살았어도. 늘 돌아오고 싶었어.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
(M) 아마도 그건 / 서영은
(E) 띵똥 초인종
여 (안에서) 누구세요?
(E)뛰어나와 문 열고
여 어?
남 (큼..)
여 웬일이야? 우리집은 어떻게 알고?
남 주소만 있으면 금방 찾거든?
여 그런데 왜 왔냐구.
남 저녁 시간이라. 혹시. 저녁 안먹었으면 같이 먹자고 할까. 해서.
여 나한테 데이트 신청해?
남 나 간다.
여 알았어 알았어. 기다려. 옷 갈아입고 나올게.
안이 지저분하긴 한데. 잠깐 들어올래?
남 아냐. 여기 서서 기다릴게.
여 알았어.
남 밖을 서성이며. 나도 나에게 놀랐다.
퇴근 후. 머릿속에 어느새 입력된 주소를 찾아
여기까지 오고 말았으니까.
(E)문 열리고
여 어우. 뭐야. 올거면 전화라도 하고 오지.
남 번호 모르는데?
여 아 맞다. 그런가? 아직 우리 서로 번호도 모르나?
남 응.
여 전화기 줘봐.
(E) 폴더 열고 입력하는 소리.
여 단축번호... 어? 단축번호 지정 하나도 안해놨어?
남 그런거 안하는데?
여 그럼. 내꺼는 일.일.구.
남 어?
여 어디 드라마에선가 그러던데? 단축번호 119.
제일 급할 때 찾는 번호라구.
남 급할 때 내가 그쪽 찾아 뭐하게.
여 그쪽은 뚜벅이. 그치만 난 오너잖아.
내차가 달려가줄지 누가 알아?
남 그 똥차?
여 또.. 옹 뭐?
남 그 정도 차는 내 자전거 팔어도 산다.
여 야!!
남 야아?
여 그래 야!!
(M) 야야야 / 영턱스 클럽
(E) 고기 지글거리며 구워지고
(E) 소주 잔 채우는
여 이 동넨 진짜 좋은 거 또 하나가. 물가가 무지 싸다는 거.
남 싸긴 싸지.
여 한우를. 이렇게 좋은 고기를. 이 가격에. 서울선 택두 없어.
남 소주 한잔 해.
여 그래. 건배.
(E) 쨍 부딪치고
남 아침엔 미안했어.
여 뭐가.
남 괜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감놔라 배놔라 간섭한 거 같아서.
여 알면 됐네.
남 나는 반송돼 오는 편지가 싫어.
여 왜?
남 어렸을 때. 좋아했던 여자애가 있었어. 선영이라고.
쪼끄맣고 이뻤던 앤데. 걔가 어느날 갑자기 이사를 갔거든.
그러고 어떻게 주소를 알아서 편지를 보냈는데.
그게 그냥 되돌아오더라구.
여 그랬어?
남 어린 마음에 그게 가슴 아팠지.
여 (후후..) 그랬구나.
남 그러니까. 편지 되돌려보내지 마.
그냥 차라리. 앞으로 편지 보내지 말라고. 확실하게 답장을 써.
(M) 되돌아온 편지 / 채나리
(E) 눈 쌓인 위를 걸어가는
여 진짜 좋아했던 남자였는데.
그래서 결혼도 약속했거든. 그런데. 남자 집에서 결혼을 무지 많이
반대하셨어. 무슨 일일 연속극 같지.
남 그러네. 그런데 왜 반대를 하셨어?
좀 지저분하고. 개념없는 것만 빼면. 나쁘지 않은데.
여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남 !!!
여 아주 어릴 때 사고로 두분 다 돌아가시고.
난 할머니가 키워주셨어. 대학 졸업할 때 할머니도 돌아가셨구.
남 ....
여 나는 남들보다 사랑을 덜 받고도. 씩씩하고 밝게. 잘 자랐다구.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는데. 그분들 보시기엔 안그랬나봐.
남 그래서 도망왔어?
여 도망온 거 아니라니까? 그냥 난 내 고향을 찾아서 온 거 뿐이야.
남 그 남자는 은서씰 아직 못잊고 있는 거잖아.
여 결혼했어 그남자.
남 ...뭐? 결혼도 해놓고 연락을 왜 해?
여 그러게. 그 마음을. 어떨 땐 이해를 하겠다가도
어떨 땐 정말 이해를 못하겠어.
(M) 그남자 그여자 / 바이브
남 속없고. 염치없고. 눈치없는 여자인 줄만 알았다가
비밀 얘길 듣고 나니. 솔직히 좀 안된 마음도 들고.
잘해주고 싶은 생각도 든다.
(E) 상자 쌓아놓는
여 저 왔습니다.
남 어. 오늘은 몇 개 안되네?
여 요즘 부쩍 주문이 줄었어. 이것도 경기 타나봐.
남 그러네. 놓고 가.
여 응?
남 오늘은 내가 배송비 내줄게.
여 왜?
남 새해 선물.
여 어. 마음이 통했나?
남 뭐가?
여 짠.
남 뭐야 이게?
여 퀼트로 만든. 그쪽 초상화.
남 이게 나야?
여 안 닮았어?
남 글쎄. 잘 모르겠는데. 좀 너무 어려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내가 그렇게 동안인가?
여 사진이 없어서. 그냥 떠오르는 얼굴만 가지고 만들다 보니까
이렇게 됐네.
남 맨날 일하느라 팔아프다 고개 떨어진다 그러면서
이런 걸 뭐하러 만들었어.
여 돈버느라 만들 땐 아프더니. 누구한테 선물할거라고 생각하니까
괜찮드라구. 마음에 들어?
남 어..
여 잘됐네. 오늘 저녁에 뭐해?
남 어? 약속이.. 좀 있어.
여 무슨 약속?
남 그냥...
여 뭐야. 데이트? 아니면 선이라도 봐?
남 ..... 족집게야 암튼.
여 뭐야. 진짜 선 봐?
(M) 들리나요/ 태연
남 집안 어른이 주선한 선자리에 나와 앉아있으려니
땀이 비질비질 흘러나온다.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여자였다.
참하고. 소박하게 생긴 게. 부모님이 좋아하는 며느리감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결혼을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상하게. 누군가에게 미안하고. 빚진 마음이고.
죄진 마음이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은서. 그녀였다.
(E) 번호 세자리 길게 누르는
남 다른 약속이 있다고 얘기한 후. 나와서 전화를 걸었다.
119 그녀의 단축 번호로.
여 여보세요.
남 뭐해.
여 선이나 보지 웬 전화질이야.
남 뭐하냐구.
여 인터넷해. 집 좀 알아보느라구.
남 무슨 집.
여 봄 되면 서울로 다시 올라갈거야.
남 뭐?? ...누구 맘대로!!
여 내 발로 내가 이사한다는데. 누구 맘이 왜 필요해?
남 잠깐 있어봐. 아니. 우리 좀 보자.
여 왜.
남 얘기할 게 있어.
여 좋아. 그럼. 우체국 옆에 있는 초등학교 있지. 거기서 보자.
남 이 오밤중에?
여 왜. 귀신이라도 나올까봐 겁나?
(M) 늘 지금처럼 / 이예린
(E) 걸어오는
남 눈도 오는데. 왜 여기서 보재. 저쪽 찻집이라도 가자.
여 김봉덕.
남 ...왜. 윤은서.
여 아주 예전에. 이 학교 1학년 학생이었던 여자애가 있었거든.
그 애 이름은 윤선영.
남 !!!
여 윤선영이 좋다고 쫓아다니던 남자애도 하나 있었어.
그 남자 이름은 김봉덕. 촌스럽고. 까맣고. 맨날 콧물만 흘리던. 그애.
남 지금 무슨 얘길 하는거야?
여 윤선영네 엄마아빤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그래서 윤선영은
하루아침에 서울 할머니댁으로 이사가야했어. 할머니는 내 이름이
부모를 빨리 가게 했다면서. 작명가를 찾아가. 다시 이름을 지어줬어.
그 이름이 바로. 윤은서.
남 .......뭐?
여 윤선영은 김봉덕의 편지를 받았는데. 그냥 돌려보냈어.
그 편지를 뜯어보면. 다시 고향으로 가고 싶어질거 같아서.
다시 제 이름. 윤선영을. 돌려받고 싶어할 거 같아서.
남 ......
여 그렇게 이쪽은 다 잊고. 잘 살다가. 어느날 문득. 너무 지친 윤선영은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 했어. 콧물쟁이 김봉덕. 수두에 걸려서도
윤선영만 찾았다던 김봉덕이. 어떻게 컸나. 궁금하기도 했고.
남 니가 정말 선영이라구?
여 오랜만이지.
(M) 옛사랑/ 정여진
남 그녀가 나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알고 있었던 건
그저 눈치가 빨라서는 아니었다.
내가 그녀를 본 순간부터. 아무리 밉게 굴어도. 밉지 않았던 것 역시.
괜히는 아니었던 것 같다.
여 뭘 그렇게 봐.
남 그래서. 진짜 서울 가겠다구?
여 가야지. 있을만큼 있었잖아. 벌써 1년 지났는데.
남 야. 안돼. 못가. 가고 나서. 그 담엔 내 편지도 돌려보내고
내 전화도 씹고. 또 그럴라구?
여 그거야 모르지.
남 웃기지 마. 날 밟고가. 절대 못가. 한번 보낸 것도 억울한데
두 번 보내라고?
여 못보내면? 어쩔건데?
남 (뭔가 말하려다 못하고) 암튼 안돼. 못가. 절대 못가.
야. 그리고 너 진짜.. 앙큼하다. 어떻게 1년 동안 한번도 그 얘길
안하냐?
여 언제 알아채나 했지. 진짜 못알아보네 사람.
남 웬만큼 변했어야지. 그땐 괜찮았는데.
여 뭐?
남 이뻤잖아 그땐. 입도 요만했는데. 완전 하마입 다됐고.
진짜 선영이 맞아?
여 너....
(어쩌고 하는 소리 멀어지며)
(M) 주제음
2009-01-29(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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