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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69화 - 비밀과 거짓말


(M) 주제음     잊지말기로 해 /이소라 (duet 이문세)


(E) 기차역 소음


남     은서야! 여기!


(E) 뛰어오는 소리


여     어. 나 안늦었지?

남     30분 기찬데 28분에 오는 게 안늦은거야?

        까딱하면 못탈 뻔 했잖아.

여     말할 시간에 타겠네. 얼른 뛰어.

남     내가 너때매.. 암튼.. 뛰어!


(E) 타다다닥 뛰는 소리

(E) 기차 출발하는 소리


여     (숨차하며) 어후우.. 겨우 탔네. 아 숨차.. (헥헥)

남     암튼 넌 알아줘야 돼. 오늘 같은 날까지 늦고.

여     오늘 같은 날이 어떤 날인데?

남     .... 우리 둘이 처음으로 여행 가는 날.


남     ........이라고 말해놓고.

        다음 말은 삼킨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행 가는 날.

(M) 이별 여행 / 원미연


(E)기차 가는 소리


여     그게 어디갔지?


(E)부스럭 대고


남     뭐?

여     엠피쓰리. 챙겨온다고 챙겨왔는데...

남     거?네.

여     어디? 

남     거기. 앞주머니.

여     아 맞다. 여기 놨었지. 그걸 어떻게 알았어?

남     너 덜렁대는 거에 이력이 난 사람이잖아 내가.

여     헤헤.. 그런가? 우리 음악 듣자.

        요새 내가 좋아하는 건데. 들어봐.

(M) 붉은 노을 / 빅뱅


남     그녀는 항상.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듣자고 했었다.

        그녀와 함께 들은 음악은 잊을 수가 없다.

        어딜 가서, 그 음악이 나오면

        아.. 이건 언제 어디서 은서랑 같이 들은 음악이지...

        하면서....

        그때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 듣고 있는 이 음악을 앞으로 듣게 될 때마다

        이곳을, 그녀를, 오늘을,

        떠올리게 되겠지...

(M)     추억속의 그대 / 황치훈


(E)기차 가는 소리

(E) 캔뚜껑 따는


여     커피 마셔.

남     어. 

여     여긴 눈 많이 왔었나보네.. 저기 봐. 아직 산 밑에 눈이 안녹아서...

남     그러네..

여     저런 마을 너무 좋아.

        아늑해 보이지 않아? 뒤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앞엔 개울이 흐르고. 난 그리고, 시골 마을에서 저렇게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가는 게, 그렇게 좋드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고?

남     사흘만 살라 그래봐라. 너같은 서울촌아가씬 못견뎌요.

여     오빠 고향은 어때? 저렇게 생겼어?

남     시골이 다 거기서 거기지.

여     좋겠다.... 오빤 왜 시골 안 가?

남     가봤자 아무도 안계신데 뭐.

여     오빠네 집은 아직 있다면서.

남     친척 할머니 한분이, 관리 해주시면서 그냥 거기 살고 계셔..

여     우리 오빠네 집 갈까?

남     내장산 가자며.

여     거기서 버스 갈아타고 가면 되잖아.

남     웬 바람이 불어서, 우리집엘 가자는거야.

여     그냥.... 오빠가 나서 자란 곳은 어떤 덴가...

        어떤 마을인가.... 궁금하단 말이야.


남     조금 두려웠다.       

        만약, 그녀와 내 고향에 가게 된다면

        난 헤어지고 한참 동안 더....

        고향 얘기도, 고향에 가는 것도,

        힘들게 될 것 같아서.

        하지만.


남     그래. 가보자. 오랜만에.

(M)    출발 - 김동률


(E) 버스에서 내리고


여     여기야?

남     너 멀미 괜찮어?

여     괜찮어. 아깐 좀 메슥거렸는데.

남     이거 봐. 기차 타고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뭐하러 이런 고생을 해.

(E) 걸어가는 소리


여     왜. 재밌잖아. 이런 게 바로 여행의 묘미 아니겠어?


남     길을 걸어가면서도 괜히, 문득문득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발끝만 보면서 걷는다.


여     배고프다. 우리 가면 뭐 먹지? 여긴 식당 없지.

남     아까 할머니한테 전화해놨어. 밥 좀 해달라고.

여     우와. 정말? 오빠네 집에도 가마솥 같은 거 있어?

남     아마.. 아직 있을걸? 그 할머니도 옛날 분이시라.

여     너무 좋다. 그럼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 가마솥에 누릉지..

        그런 것도 먹을 수 있겠네?

남     강아지냐? 팔짝거리게?

여     나 요새 텔레비전 보면, 왜 시골가서 연예인들이 하룻밤 자고

        그런 거 있잖아. 그거 보면서. 나도 한번 저래봤으면.. 그랬거든?

남     하하.. 별 게 다 하고 싶네.

여     오빤 이렇게 좋은 데서 살아봤으니까 모르지.

        도시에서만 살았던, 나의 이 답답함을.

남     여행 자주 다니잖아. 너희 집. 해외도 많이 나가고.

여     그런 거랑은... 좀 틀려. 암튼 그런 게 있어.

남     그런 게 뭔지.. 난 잘... 모르겠다.

여     (애써 명랑하게) 오빠. 그런 것도 있어?

        배추밭이랑 무밭. 고추밭..

남     있지. 없냐? 서울에 백화점 있어? 그런 질문이랑 똑같다 니 질문.

여     그런가? 그럼, 닭도 있나? 닭이 막 낳은 달걀도 먹고.

        젖소가 막 짜놓은 우유도 먹고....

남     웬간히 해라...

여     왜애.. 나 그런 거 다 해보고 싶단 말야.

(M)     Sweet Dream / 장나라


(E) 가마솥 뚜껑 여는


여     (거의 꺄악... 소리) 오빠!!!

남     왜애...

여     이것 봐. 밥 너무 잘됐어.

남     뚜껑 닫어. 뜸 들여야 되잖아.

여     아 맞다.


(E)뚜껑 닫고


여     상 다 차려졌어?

남     할머니가 반찬 다 만들어놓고 가셨어.

여     할머닌?

남     우리 둘이 잘 놀라구, 옆집 가서 주무신단다.

여     우와. 할머니 너무 센스 있으시다.

남     뭐 임마?

여     (헤에.. 웃고) 금방 어두워지네?

남     시골엔.. 아무래도 조명 같은 게 없으니까...

        겨울밤이 더 어두운 것 같애.

여     그럼, 좀 있다가 별도 더 잘 보이겠다.

남     그렇지.

여     별똥별도?

남     뭐 아무래도

여     소원 빌어야지

남     무슨 소원?

        너도 소원 있어?

여     왜? 난 소원도 없는 애로 보여?

남     아니..... 가끔 난 너를 보면서. 그런 생각 했었거든.

        좋은 부모님. 큰 집. 훌륭한 차. 안빠지는 학벌. 또한 안빠지는 외모.

여     (큭큭)

남     웃지 마 임마. 암튼 그런 거 다 갖춘 너도

        더 갖고 싶은 게 있을까.

여     있지. 

남     뭐

여     오빠.

남     그거야... 난. 니가 만나던 애들이랑 종류가 좀 다르니까.

        내 말은.... 빌딩숲에만 살던 니가

        이런 시골에서 하룻밤 자보고 싶은. 뭐 그런 마음 같은 거 아닐까.

여     진짜 그렇게 생각했어?

남     늘 그런 건 아니고. 아주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들더라는 거지.

여     ....... 밥이나 퍼. 나 가마솥에 물 담아서 누릉지 끓여먹을거야.

        맛있겠다...

(M)     당신은 모르실거야 / 핑클


(E) 멀리서 밤새소리 들리고


남     야, 추워. 들어가자.

여     잠깐만

남     감기 걸린다니까?

여     안돼 아직. 별똥별 못봤단 말이야.

남     봤다 쳐. 오늘은 날이 흐려서 별도 많이 안떴네.

여     봤다 치는 게 어딨어. 난 기어코 별똥별 보고 말거야.

남     그래서. 소원 비시게?

여     그렇다니까?

남     뭐 그렇게 간절한 소원이 있어서? 뭔데? 말해 봐. 내가 들어줄께.

여     오빠가 못들어주는 소원입니다~

남     뭐! 로또?

여     치.... 생각하는 거 하곤.... (하다가) 우와!!! 저기 별똥별!!!!

남     어 그러네?

        야, 이제 봤으니까 들어가자.


남     은서를 돌아봤을 때.

        그녀는 두손을 곱게 모으고 눈을 감고 있었다.

        입술을 달짝이며, 뭔가 간절히 소원을 비는 것 같기도 했다.

(M)     별이 진다네 / 여행스케치


여     왜 그래. 그냥 이방에서 자~

남     야... 안돼.

여     웃겨? 왜 안돼? 우리가 한방에서 잔 적 없어 뭐?

남     뭔 소리야 얘가. 누가 듣겠네.

        우리가 언제!

여     기억 안나? 나 신입생 때 대성리 엠티가서...

남     아.. 맞다. 그건 여럿이서 다같이...

여     암튼 오빠 흑심 없는 건 잘 알겠으니까

        얼른 그쪽에 이불 펴. 난 이쪽. 오빤 그쪽.

남     내가 문제가 아니야 너.

여     그럼?

남     니가 문제지.

여     뭐?

남     너 암튼, 거기 물주전자. 거기 넘어오지 마라.

여     안 넘어간다 안넘어가. 내가 진짜 치사해서.

남     비켜. 이불 깔게.

여     으유. 알았거든?


남     그녀가 쫑알대면서 방 한쪽 구석에 이불을 편다.

        그녀는 알까.

        내가 얼마전. 그녀의 어머니를 만났다는 사실을.

        무척 곱고 우아해서. 독한 말 같은건 못하게 보이던

        어머니는. 내게. 그녀와 다시는 만나지 말아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했고.

        나처럼 보잘 것 없는 남자에게 딸을 보내기 싫은 어머니 마음을

        십분 헤아렸던 난.

        갈등 끝에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이별 여행을 온 것이다.


여     .........오빠.. 자?


남     대답하지 않는다. 지금 마음으로 그녀와 얘길 했다간

        무슨 헛소리를 할 지 모르므로.


여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안다.

        돌아누운 등만 봐도 안다. 그는 잠들지 않았다.

        그는 내가 아무 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다 안다.

        오늘 여행이 마지막이라는 것.

        그가. 이미.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모두 다.

(M)     날 위한 이별 / 린


-------------------1부 끝 ---------------------


*잠시 뒤.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2부가 계속됩니다.      

       


(E) 멀리서 닭우는 소리


여     오빠. 들었어?

남     (잠 덜 깬) 뭐...

여     닭우는 소리.

남     아침이니까 우는거지.

여     오빠. 닭 어딨어?

남     왜.. 잡아먹게?

여     어으 야만인. 달걀 낳았나 보게. 우리 아침 해먹어야 되잖아.

        할머니도 안 계신데. 내가 아침 차릴라구.

남     아서... 난 아침 안먹어도 돼.

여     아니야. 내가 오빠 위해서 밥상 한번 차려주고 싶어서 그래.

남     그럼... 그러든가. 난 좀 더 잔다.


여     어젯밤 내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그 사람.

        새벽녘엔 끝내. 마당에 나가 담배를 태우던 사람.

        나 역시. 한숨도 들지 못한 채

        그 사람의 뒤척임과 한숨을 느꼈다.

        그 사람은 나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 사람을 속이고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비밀이 있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M)     여자들만 아는 거짓말 / 백지영


(E) 달걀 톡 깨서. 에그스크램블 하는


남     야.. 냄새 그럴 듯 하다.

여     이것 봐라. 완전 신선한 계란으로 만드는

        에그 스크램블이다. 맛있겠지.

남     어.

여     좀만 기다려. 내가 야채볶음도 했고.

        버섯된장찌개도 끓였거든?

남     너 그런 것도 할 줄 알았어?

여     당근이쥐. 나 요리 학원 다녔던 거 몰랐구나?

남     그런 걸 학원까지 다니면서 배워야 되냐?

여     이런 것만 배우는 게 아니구. 고급 요리도 배웠지.

        이태리요리나 프랑스요리 이런 거.

남     이태리 가서 살거냐? 그딴 거 배워서 뭐해?

여     가서 살 거 아니니까. 요리라도 배워서. 그 나라의 그 뭐냐..

        문화라든가... 아니 꼭 그런 게 아니라도. 맛있잖아.

남     난 별로 맛있는지 모르겠더라.

여     꼭 이렇게 꼬였어요.

남     ....... 그러게. 꼬였지. 그래 뭐... 열등감일 수도....


여     그 사람의 얼굴에 자조의 빛이 흐른다.

        

여     또 그런다 또. 별 것도 아닌데 심각하게.

남     은서야.. 사실은 나 할 말 있는데....

여     ...... 있잖아. 우리 밥부터 먹고 얘기해. 뭔 할 말인지는 몰라도

        괜히 이상한 소리 들으면 체하잖아.

(M)     내일 할 일 / 윤종신


(E) 쪼르르 커피 따르는 소리


여     아침 어땠어?

남     맛있었어.

여     설거지 해줘서 고마워.

남     뭘... 당연한거지.

여     커피도 고맙구.

남     여긴 인스턴트밖에 없어서.

여     왜. 난 원두보다 인스턴트가 더 ?있어.

남     여기 할머닌. 밥공기에 인스턴트 커피 두봉지를 따러서

        그걸 그냥 드시더라.

여     (푸하하) 그래? 쎄시네.

남     그렇지? (웃고)

(어색한 침묵)

여     ..... 아까 뭐 할 말 있다며.

남     ..... 어... (사이) 너 우리 동네 좋냐?

여     응. 너무너무 좋아. 마음에 들어.

남     어쩌다 한번이라 그래.

        계속 살면... 지겨워져.

여     그럴까? (커피 마시고)

남     나도.. 아마 그럴거야.

여     뭐가.

남     너한테 나도. 그럴거라구. 어쩌다 한번이라서. 좀 신기하고.

        재밌고. 

여     또 그 소리야? 그 소리가 더 지겹다.

남     우리... 서울로 돌아가면. 헤어지자.

여     .........

남     안 놀라네?

여     놀랐어.

남     안놀란 표정인데?

여     나 놀래킬려고 그런 소리 한거야? 장난으루?

남     그건 아니지만..

여     그럼 뭐가 중요해. 내가 놀랐든, 안놀랐든.

남     그래.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차라리 고맙다. 니가 별 일 아닌 듯

        담담하게 받아줘서.


여     엄마를. 그 자리에 내보낸 건. 바로 나였다.

        그 사람에게. 헤어짐을 강요하라고 시킨 것도.

        나였다. 그래놓고도. 난 담담할 수가 없다.

        모두 다 알고 있어서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고. 아프고. 아프다.

(M)     아프죠 - 해이


여     3개월 전.

        직장에서 종합검진을 받고. 다시 한번 정밀검진을 받으라고

        해서 받았는데. 결과는 갑상선 암이였다.

        그래도 위험한 암은 아니라 다행이라고 안도했는데.

        내 경우는 좀 특수한 케이스라고 했다.

        전이 속도도 무서울 정도로 빨랐고.

        의사가 마침내 손을 놓고. 안될 것 같다고 고개를 저을 때까지의

        시간도 너무나 빨랐다.

        3개월 전만 해도. 나는 남자친구가 있는 직장인이었고.

        선을 보라는 엄마와, 왜 나의 남자친구를 인정해주지 않느냐면서

        싸우는 불효막심한 딸이었다.

        3개월 후의 나는.

        죽음을 앞두고, 남자친구를 거짓말로 밀어내려는

        참... 청승맞은 여자친구다.

        

남     .....너 울어?

여     .......

남     괜찮은 것 같더니. 왜 그래.

여     그냥... 이 정도는 울어줘야. 그게 오빠에 대한 예의인 거 같아서.

(M)     아파요 / 왁스


(E) 걸어가는


여     다시는 이 마을에 못오겠다. 나 죽기전엔.

남     ...........뭐 볼 거 있다고 또 와. 이런 데....

        버스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

여     서울 가면 헤어지자면서. 빨리 가고 싶어?

남     너 추울까봐. 아까부터 안색이 안좋은 것 같아서.

여     나랑 헤어지려는 이유가 뭐야?

남     ......

여     좋아하는 여자 생겼어?

남     맘대로 생각해.

여     그런 멋있는 말 해 봐. “사랑하니까 헤어지는거야”

        다른 남자들은 그런 말도 잘하더구만.

남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게 어딨냐.

여     .........그런 게.... 없어?

남     진짜.... 사랑하는데... 어떻게 헤어져.

여     .......... 그럼 이유가 뭐든 결론은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헤어지겠다고 했다는거네?

남     ...... 그런 거겠지.

        어떤 이유가 있었더라도. 그 이유를 이겨낼 수 있을만큼 사랑했다면

        그럴 자신이 있었다면. 헤어지자는 말을 어떻게 하냐.

        헤어져서 어떻게 사냐.

여     (울먹임 참으며) 나는 아닌데....

남     뭐가

여     나는 진짜로 사랑하니까.... 헤어지자는 말 받아들인건데....

남     아니야. 너도 날 좋아는 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거야.

        그러니까. 아무 군소리 없이. 안된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럼 그래.... 그러지.

여     (울음) 오빠. 나는....

남     어디 드라마에서 그러더라. 사랑이 어떻게 쿨하냐고.

        사람의 피가 뜨거운데. 사랑이 어떻게 쿨할 수만 있겠냐고.

여     (울음 삭히며) 그래.... 맞어.... 그럴 순 없지.

        나도 진짜 멋지고만 싶었는데. 너무 힘들다.

(M)     총맞은 것처럼 / 백지영


(E) 기차 소리


여     밤기차 안이다.

        그 사람은 잠들어 있다. 아니면 눈만 감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창밖이 깜깜해서. 마치 거울처럼 내 모습을 또렷이

        비쳐준다.

        앞으로 얼마일까. 3개월? 1개월?

        아니면 그보다 짧은 얼마간?

        하루하루. 변해가는 내 모습이. 너무 미워지고. 추해지는 것 같아.

        더 이상은 그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마음조차. 나 스스로를 더 사랑하는 이기심인 걸까.


남     .... 눈 좀 붙이지.

여     언제 깼어.

남     방금. 뭐 마실래? 사다줄까?

여     아니.

남     나 궁금한 거 있는데. 어젯밤에 별똥별 보면서 무슨 소원 빌었어?

여     .......비밀.

남     은서야.

여     응.

남     잘 살아. 너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나만 만나느라 남자도 제대로

        못만났었잖아. 다양한 남자들도 많이 만나보고....

여     ... 어떤남자 만나면 되는데?

남     너랑 비슷한 남자.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하게 잘 자란 남자.

        돈도 뭐.. 잘 벌면 좋고.

여     그리고?

남     성격은... 따뜻한 게 좋은데. 너.. 따뜻한 거랑.. 헤픈거랑..

        헷갈리면 안된다. 바람둥이 만나면 고생할 타입이야 니가.

여     그걸 어떻게 구별하지?

남     좀 사귄 다음에 부모님 만나봐. 부모님 인품 보면... 그래도

        어떤 사람인지 대강 파악되니까.

여     내가 잘 살았으면 좋겠어?

남     어... 좋은 남자랑 따뜻하고. 행복하게. 건강하게.

        니 소식 간간이 들을 때마다. 나도 행복해지게.


여     .....어쩌나.... 내 마지막 소식을 못듣게

        다른 나라로 이민이라도 가야하는건가.....

        그렇지 않고 이 나라에 있다가. 이 사람이 내 소식 듣고

        가슴 아파하면. 그땐 어쩌나.

        난 이 순간에도 이 사람 걱정 뿐이다.

(M) 눈물도 미안해서 / 황보


(E) 서울역 소음


여     서울역에 빨리도 도착하네. 안그래?

남     잘가라...

여     집에도 안 데려다 줄꺼야?

남     그냥 여기서 헤어지는 게 날 거 같애.

여     그래.... 

남     ....갈게..

여     ....어....


(E)몇걸음 가는데, 타다닥 뛰어오는


여     오빠.... 

남     .........왜 그래 너. 무슨 일 있어?

여     나 어제... 무슨 소원 빌었냐면....

        살려 달라 그랬다..?

남     ......?

여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여기 오래오래 살게... 해달라고.

        오빠랑 같이 살게 해달라고. 그게 안되겠으면....

        죽을 때. 오빠가 내 옆에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남     무슨 소리야 그게....

여     나 죽고 나면 오빠가 오래오래 마음 아프게 해달라고...

        내 생각 하느라 다른 여자도 못 만났으면 좋겠다고....

        평생 나만 그리워했으면 좋겠다고.....

남     은서야....

여     오빠 말이 맞아. 사랑하는데 어떻게 헤어져.

        안보면 죽을 것 같은데. 숨넘어가겠는데.

        진짜 죽는 게 대수야? 살아있는 동안엔.... 살아있는 것처럼...

        사랑해야 되는 건데.... (엉엉 우는)


남     그녀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난 알아듣지 못하겠다.

        하지만 단지. 내가 사랑하는 이 여자가

        가슴 아프게 우는 것이, 난 또 가슴이 아파서.

        우는 그녀를 붙들고. 나도 운다.

        그녀의 소원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들어달라고. 이루어달라고.

        속으로 빌면서.

        입으론, 울지 말라고 뭐 이깟일로 우냐고

        별일 아닐 거라고, 아무 일 아닐 거라고

        거짓말을 한다.       

(M) 주제음        잊지말기로 해 / 이소라 (duet 이문세)

        







2008-12-1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