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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69화 - 비밀과 거짓말
(M) 주제음
잊지말기로 해 /이소라 (duet 이문세)
(E) 기차역 소음
남 은서야! 여기!
(E) 뛰어오는 소리
여 어. 나 안늦었지?
남 30분 기찬데 28분에 오는 게 안늦은거야?
까딱하면 못탈 뻔 했잖아.
여 말할 시간에 타겠네. 얼른 뛰어.
남 내가 너때매.. 암튼.. 뛰어!
(E) 타다다닥 뛰는 소리
(E) 기차 출발하는 소리
여 (숨차하며) 어후우.. 겨우 탔네. 아 숨차.. (헥헥)
남 암튼 넌 알아줘야 돼. 오늘 같은 날까지 늦고.
여 오늘 같은 날이 어떤 날인데?
남 .... 우리 둘이 처음으로 여행 가는 날.
남 ........이라고 말해놓고.
다음 말은 삼킨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행 가는 날.
(M) 이별 여행
/
원미연
(E)기차 가는 소리
여 그게 어디갔지?
(E)부스럭 대고
남 뭐?
여 엠피쓰리. 챙겨온다고 챙겨왔는데...
남 거?네.
여 어디?
남 거기. 앞주머니.
여 아 맞다. 여기 놨었지. 그걸 어떻게 알았어?
남 너 덜렁대는 거에 이력이 난 사람이잖아 내가.
여 헤헤.. 그런가? 우리 음악 듣자.
요새 내가 좋아하는 건데. 들어봐.
(M) 붉은
노을 / 빅뱅
남 그녀는 항상.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듣자고 했었다.
그녀와 함께 들은 음악은 잊을 수가 없다.
어딜 가서, 그 음악이 나오면
아.. 이건 언제 어디서 은서랑 같이 들은 음악이지...
하면서....
그때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 듣고 있는 이 음악을 앞으로 듣게 될 때마다
이곳을, 그녀를, 오늘을,
떠올리게 되겠지...
(M) 추억속의 그대
/ 황치훈
(E)기차 가는 소리
(E) 캔뚜껑 따는
여 커피 마셔.
남 어.
여 여긴 눈 많이 왔었나보네.. 저기 봐. 아직 산 밑에 눈이 안녹아서...
남 그러네..
여 저런 마을 너무 좋아.
아늑해 보이지 않아? 뒤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앞엔 개울이 흐르고. 난 그리고, 시골 마을에서 저렇게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가는 게, 그렇게 좋드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고?
남 사흘만 살라 그래봐라. 너같은 서울촌아가씬 못견뎌요.
여 오빠 고향은 어때? 저렇게 생겼어?
남 시골이 다 거기서 거기지.
여 좋겠다.... 오빤 왜 시골 안 가?
남 가봤자 아무도 안계신데 뭐.
여 오빠네 집은 아직 있다면서.
남 친척 할머니 한분이, 관리 해주시면서 그냥 거기 살고 계셔..
여 우리 오빠네 집 갈까?
남 내장산 가자며.
여 거기서 버스 갈아타고 가면 되잖아.
남 웬 바람이 불어서, 우리집엘 가자는거야.
여 그냥.... 오빠가 나서 자란 곳은 어떤 덴가...
어떤 마을인가.... 궁금하단 말이야.
남 조금 두려웠다.
만약, 그녀와 내 고향에 가게 된다면
난 헤어지고 한참 동안 더....
고향 얘기도, 고향에 가는 것도,
힘들게 될 것 같아서.
하지만.
남 그래. 가보자. 오랜만에.
(M)
출발 - 김동률
(E) 버스에서 내리고
여 여기야?
남 너 멀미 괜찮어?
여 괜찮어. 아깐 좀 메슥거렸는데.
남 이거 봐. 기차 타고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뭐하러 이런 고생을 해.
(E) 걸어가는 소리
여 왜. 재밌잖아. 이런 게 바로 여행의 묘미 아니겠어?
남 길을 걸어가면서도 괜히, 문득문득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발끝만 보면서 걷는다.
여 배고프다. 우리 가면 뭐 먹지? 여긴 식당 없지.
남 아까 할머니한테 전화해놨어. 밥 좀 해달라고.
여 우와. 정말? 오빠네 집에도 가마솥 같은 거 있어?
남 아마.. 아직 있을걸? 그 할머니도 옛날 분이시라.
여 너무 좋다. 그럼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 가마솥에 누릉지..
그런 것도 먹을 수 있겠네?
남 강아지냐? 팔짝거리게?
여 나 요새 텔레비전 보면, 왜 시골가서 연예인들이 하룻밤 자고
그런 거 있잖아. 그거 보면서. 나도 한번 저래봤으면.. 그랬거든?
남 하하.. 별 게 다 하고 싶네.
여 오빤 이렇게 좋은 데서 살아봤으니까 모르지.
도시에서만 살았던, 나의 이 답답함을.
남 여행 자주 다니잖아. 너희 집. 해외도 많이 나가고.
여 그런 거랑은... 좀 틀려. 암튼 그런 게 있어.
남 그런 게 뭔지.. 난 잘... 모르겠다.
여 (애써 명랑하게) 오빠. 그런 것도 있어?
배추밭이랑 무밭. 고추밭..
남 있지. 없냐? 서울에 백화점 있어? 그런 질문이랑 똑같다 니 질문.
여 그런가? 그럼, 닭도 있나? 닭이 막 낳은 달걀도 먹고.
젖소가 막 짜놓은 우유도 먹고....
남 웬간히 해라...
여 왜애.. 나 그런 거 다 해보고 싶단 말야.
(M)
Sweet Dream / 장나라
(E) 가마솥 뚜껑 여는
여 (거의 꺄악... 소리) 오빠!!!
남 왜애...
여 이것 봐. 밥 너무 잘됐어.
남 뚜껑 닫어. 뜸 들여야 되잖아.
여 아 맞다.
(E)뚜껑 닫고
여 상 다 차려졌어?
남 할머니가 반찬 다 만들어놓고 가셨어.
여 할머닌?
남 우리 둘이 잘 놀라구, 옆집 가서 주무신단다.
여 우와. 할머니 너무 센스 있으시다.
남 뭐 임마?
여 (헤에.. 웃고) 금방 어두워지네?
남 시골엔.. 아무래도 조명 같은 게 없으니까...
겨울밤이 더 어두운 것 같애.
여 그럼, 좀 있다가 별도 더 잘 보이겠다.
남 그렇지.
여 별똥별도?
남 뭐 아무래도
여 소원 빌어야지
남 무슨 소원?
너도 소원 있어?
여 왜? 난 소원도 없는 애로 보여?
남 아니..... 가끔 난 너를 보면서. 그런 생각 했었거든.
좋은 부모님. 큰 집. 훌륭한 차. 안빠지는 학벌. 또한 안빠지는 외모.
여 (큭큭)
남 웃지 마 임마. 암튼 그런 거 다 갖춘 너도
더 갖고 싶은 게 있을까.
여 있지.
남 뭐
여 오빠.
남 그거야... 난. 니가 만나던 애들이랑 종류가 좀 다르니까.
내 말은.... 빌딩숲에만 살던 니가
이런 시골에서 하룻밤 자보고 싶은. 뭐 그런 마음 같은 거 아닐까.
여 진짜 그렇게 생각했어?
남 늘 그런 건 아니고. 아주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들더라는 거지.
여 ....... 밥이나 퍼. 나 가마솥에 물 담아서 누릉지 끓여먹을거야.
맛있겠다...
(M)
당신은 모르실거야 / 핑클
(E) 멀리서 밤새소리 들리고
남 야, 추워. 들어가자.
여 잠깐만
남 감기 걸린다니까?
여 안돼 아직. 별똥별 못봤단 말이야.
남 봤다 쳐. 오늘은 날이 흐려서 별도 많이 안떴네.
여 봤다 치는 게 어딨어. 난 기어코 별똥별 보고 말거야.
남 그래서. 소원 비시게?
여 그렇다니까?
남 뭐 그렇게 간절한 소원이 있어서? 뭔데? 말해 봐. 내가 들어줄께.
여 오빠가 못들어주는 소원입니다~
남 뭐! 로또?
여 치.... 생각하는 거 하곤.... (하다가) 우와!!! 저기 별똥별!!!!
남 어 그러네?
야, 이제 봤으니까 들어가자.
남 은서를 돌아봤을 때.
그녀는 두손을 곱게 모으고 눈을 감고 있었다.
입술을 달짝이며, 뭔가 간절히 소원을 비는 것 같기도 했다.
(M)
별이 진다네 / 여행스케치
여 왜 그래. 그냥 이방에서 자~
남 야... 안돼.
여 웃겨? 왜 안돼? 우리가 한방에서 잔 적 없어 뭐?
남 뭔 소리야 얘가. 누가 듣겠네.
우리가 언제!
여 기억 안나? 나 신입생 때 대성리 엠티가서...
남 아.. 맞다. 그건 여럿이서 다같이...
여 암튼 오빠 흑심 없는 건 잘 알겠으니까
얼른 그쪽에 이불 펴. 난 이쪽. 오빤 그쪽.
남 내가 문제가 아니야 너.
여 그럼?
남 니가 문제지.
여 뭐?
남 너 암튼, 거기 물주전자. 거기 넘어오지 마라.
여 안 넘어간다 안넘어가. 내가 진짜 치사해서.
남 비켜. 이불 깔게.
여 으유. 알았거든?
남 그녀가 쫑알대면서 방 한쪽 구석에 이불을 편다.
그녀는 알까.
내가 얼마전. 그녀의 어머니를 만났다는 사실을.
무척 곱고 우아해서. 독한 말 같은건 못하게 보이던
어머니는. 내게. 그녀와 다시는 만나지 말아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했고.
나처럼 보잘 것 없는 남자에게 딸을 보내기 싫은 어머니 마음을
십분 헤아렸던 난.
갈등 끝에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이별 여행을 온 것이다.
여 .........오빠.. 자?
남 대답하지 않는다. 지금 마음으로 그녀와 얘길 했다간
무슨 헛소리를 할 지 모르므로.
여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안다.
돌아누운 등만 봐도 안다. 그는 잠들지 않았다.
그는 내가 아무 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다 안다.
오늘 여행이 마지막이라는 것.
그가. 이미.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모두 다.
(M)
날 위한 이별 / 린
-------------------1부 끝 ---------------------
*잠시 뒤.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2부가 계속됩니다.
(E) 멀리서 닭우는 소리
여 오빠. 들었어?
남 (잠 덜 깬) 뭐...
여 닭우는 소리.
남 아침이니까 우는거지.
여 오빠. 닭 어딨어?
남 왜.. 잡아먹게?
여 어으 야만인. 달걀 낳았나 보게. 우리 아침 해먹어야 되잖아.
할머니도 안 계신데. 내가 아침 차릴라구.
남 아서... 난 아침 안먹어도 돼.
여 아니야. 내가 오빠 위해서 밥상 한번 차려주고 싶어서 그래.
남 그럼... 그러든가. 난 좀 더 잔다.
여 어젯밤 내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그 사람.
새벽녘엔 끝내. 마당에 나가 담배를 태우던 사람.
나 역시. 한숨도 들지 못한 채
그 사람의 뒤척임과 한숨을 느꼈다.
그 사람은 나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 사람을 속이고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비밀이 있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M)
여자들만 아는 거짓말 / 백지영
(E) 달걀 톡 깨서. 에그스크램블 하는
남 야.. 냄새 그럴 듯 하다.
여 이것 봐라. 완전 신선한 계란으로 만드는
에그 스크램블이다. 맛있겠지.
남 어.
여 좀만 기다려. 내가 야채볶음도 했고.
버섯된장찌개도 끓였거든?
남 너 그런 것도 할 줄 알았어?
여 당근이쥐. 나 요리 학원 다녔던 거 몰랐구나?
남 그런 걸 학원까지 다니면서 배워야 되냐?
여 이런 것만 배우는 게 아니구. 고급 요리도 배웠지.
이태리요리나 프랑스요리 이런 거.
남 이태리 가서 살거냐? 그딴 거 배워서 뭐해?
여 가서 살 거 아니니까. 요리라도 배워서. 그 나라의 그 뭐냐..
문화라든가... 아니 꼭 그런 게 아니라도. 맛있잖아.
남 난 별로 맛있는지 모르겠더라.
여 꼭 이렇게 꼬였어요.
남 ....... 그러게. 꼬였지. 그래 뭐... 열등감일 수도....
여 그 사람의 얼굴에 자조의 빛이 흐른다.
여 또 그런다 또. 별 것도 아닌데 심각하게.
남 은서야.. 사실은 나 할 말 있는데....
여 ...... 있잖아. 우리 밥부터 먹고 얘기해. 뭔 할 말인지는 몰라도
괜히 이상한 소리 들으면 체하잖아.
(M)
내일 할 일 / 윤종신
(E) 쪼르르 커피 따르는 소리
여 아침 어땠어?
남 맛있었어.
여 설거지 해줘서 고마워.
남 뭘... 당연한거지.
여 커피도 고맙구.
남 여긴 인스턴트밖에 없어서.
여 왜. 난 원두보다 인스턴트가 더 ?있어.
남 여기 할머닌. 밥공기에 인스턴트 커피 두봉지를 따러서
그걸 그냥 드시더라.
여 (푸하하) 그래? 쎄시네.
남 그렇지? (웃고)
(어색한 침묵)
여 ..... 아까 뭐 할 말 있다며.
남 ..... 어... (사이) 너 우리 동네 좋냐?
여 응. 너무너무 좋아. 마음에 들어.
남 어쩌다 한번이라 그래.
계속 살면... 지겨워져.
여 그럴까? (커피 마시고)
남 나도.. 아마 그럴거야.
여 뭐가.
남 너한테 나도. 그럴거라구. 어쩌다 한번이라서. 좀 신기하고.
재밌고.
여 또 그 소리야? 그 소리가 더 지겹다.
남 우리... 서울로 돌아가면. 헤어지자.
여 .........
남 안 놀라네?
여 놀랐어.
남 안놀란 표정인데?
여 나 놀래킬려고 그런 소리 한거야? 장난으루?
남 그건 아니지만..
여 그럼 뭐가 중요해. 내가 놀랐든, 안놀랐든.
남 그래.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차라리 고맙다. 니가 별 일 아닌 듯
담담하게 받아줘서.
여 엄마를. 그 자리에 내보낸 건. 바로 나였다.
그 사람에게. 헤어짐을 강요하라고 시킨 것도.
나였다. 그래놓고도. 난 담담할 수가 없다.
모두 다 알고 있어서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고. 아프고. 아프다.
(M)
아프죠 - 해이
여 3개월 전.
직장에서 종합검진을 받고. 다시 한번 정밀검진을 받으라고
해서 받았는데. 결과는 갑상선 암이였다.
그래도 위험한 암은 아니라 다행이라고 안도했는데.
내 경우는 좀 특수한 케이스라고 했다.
전이 속도도 무서울 정도로 빨랐고.
의사가 마침내 손을 놓고. 안될 것 같다고 고개를 저을 때까지의
시간도 너무나 빨랐다.
3개월 전만 해도. 나는 남자친구가 있는 직장인이었고.
선을 보라는 엄마와, 왜 나의 남자친구를 인정해주지 않느냐면서
싸우는 불효막심한 딸이었다.
3개월 후의 나는.
죽음을 앞두고, 남자친구를 거짓말로 밀어내려는
참... 청승맞은 여자친구다.
남 .....너 울어?
여 .......
남 괜찮은 것 같더니. 왜 그래.
여 그냥... 이 정도는 울어줘야. 그게 오빠에 대한 예의인 거 같아서.
(M)
아파요 / 왁스
(E) 걸어가는
여 다시는 이 마을에 못오겠다. 나 죽기전엔.
남 ...........뭐 볼 거 있다고 또 와. 이런 데....
버스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
여 서울 가면 헤어지자면서. 빨리 가고 싶어?
남 너 추울까봐. 아까부터 안색이 안좋은 것 같아서.
여 나랑 헤어지려는 이유가 뭐야?
남 ......
여 좋아하는 여자 생겼어?
남 맘대로 생각해.
여 그런 멋있는 말 해 봐. “사랑하니까 헤어지는거야”
다른 남자들은 그런 말도 잘하더구만.
남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게 어딨냐.
여 .........그런 게.... 없어?
남 진짜.... 사랑하는데... 어떻게 헤어져.
여 .......... 그럼 이유가 뭐든 결론은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헤어지겠다고 했다는거네?
남 ...... 그런 거겠지.
어떤 이유가 있었더라도. 그 이유를 이겨낼 수 있을만큼 사랑했다면
그럴 자신이 있었다면. 헤어지자는 말을 어떻게 하냐.
헤어져서 어떻게 사냐.
여 (울먹임 참으며) 나는 아닌데....
남 뭐가
여 나는 진짜로 사랑하니까.... 헤어지자는 말 받아들인건데....
남 아니야. 너도 날 좋아는 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거야.
그러니까. 아무 군소리 없이. 안된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럼 그래.... 그러지.
여 (울음) 오빠. 나는....
남 어디 드라마에서 그러더라. 사랑이 어떻게 쿨하냐고.
사람의 피가 뜨거운데. 사랑이 어떻게 쿨할 수만 있겠냐고.
여 (울음 삭히며) 그래.... 맞어.... 그럴 순 없지.
나도 진짜 멋지고만 싶었는데. 너무 힘들다.
(M)
총맞은 것처럼 / 백지영
(E) 기차 소리
여 밤기차 안이다.
그 사람은 잠들어 있다. 아니면 눈만 감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창밖이 깜깜해서. 마치 거울처럼 내 모습을 또렷이
비쳐준다.
앞으로 얼마일까. 3개월? 1개월?
아니면 그보다 짧은 얼마간?
하루하루. 변해가는 내 모습이. 너무 미워지고. 추해지는 것 같아.
더 이상은 그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마음조차. 나 스스로를 더 사랑하는 이기심인 걸까.
남 .... 눈 좀 붙이지.
여 언제 깼어.
남 방금. 뭐 마실래? 사다줄까?
여 아니.
남 나 궁금한 거 있는데. 어젯밤에 별똥별 보면서 무슨 소원 빌었어?
여 .......비밀.
남 은서야.
여 응.
남 잘 살아. 너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나만 만나느라 남자도 제대로
못만났었잖아. 다양한 남자들도 많이 만나보고....
여 ... 어떤남자 만나면 되는데?
남 너랑 비슷한 남자.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하게 잘 자란 남자.
돈도 뭐.. 잘 벌면 좋고.
여 그리고?
남 성격은... 따뜻한 게 좋은데. 너.. 따뜻한 거랑.. 헤픈거랑..
헷갈리면 안된다. 바람둥이 만나면 고생할 타입이야 니가.
여 그걸 어떻게 구별하지?
남 좀 사귄 다음에 부모님 만나봐. 부모님 인품 보면... 그래도
어떤 사람인지 대강 파악되니까.
여 내가 잘 살았으면 좋겠어?
남 어... 좋은 남자랑 따뜻하고. 행복하게. 건강하게.
니 소식 간간이 들을 때마다. 나도 행복해지게.
여 .....어쩌나.... 내 마지막 소식을 못듣게
다른 나라로 이민이라도 가야하는건가.....
그렇지 않고 이 나라에 있다가. 이 사람이 내 소식 듣고
가슴 아파하면. 그땐 어쩌나.
난 이 순간에도 이 사람 걱정 뿐이다.
(M) 눈물도
미안해서 / 황보
(E) 서울역 소음
여 서울역에 빨리도 도착하네. 안그래?
남 잘가라...
여 집에도 안 데려다 줄꺼야?
남 그냥 여기서 헤어지는 게 날 거 같애.
여 그래....
남 ....갈게..
여 ....어....
(E)몇걸음 가는데, 타다닥 뛰어오는
여 오빠....
남 .........왜 그래 너. 무슨 일 있어?
여 나 어제... 무슨 소원 빌었냐면....
살려 달라 그랬다..?
남 ......?
여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여기 오래오래 살게... 해달라고.
오빠랑 같이 살게 해달라고. 그게 안되겠으면....
죽을 때. 오빠가 내 옆에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남 무슨 소리야 그게....
여 나 죽고 나면 오빠가 오래오래 마음 아프게 해달라고...
내 생각 하느라 다른 여자도 못 만났으면 좋겠다고....
평생 나만 그리워했으면 좋겠다고.....
남 은서야....
여 오빠 말이 맞아. 사랑하는데 어떻게 헤어져.
안보면 죽을 것 같은데. 숨넘어가겠는데.
진짜 죽는 게 대수야? 살아있는 동안엔.... 살아있는 것처럼...
사랑해야 되는 건데.... (엉엉 우는)
남 그녀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난 알아듣지 못하겠다.
하지만 단지. 내가 사랑하는 이 여자가
가슴 아프게 우는 것이, 난 또 가슴이 아파서.
우는 그녀를 붙들고. 나도 운다.
그녀의 소원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들어달라고. 이루어달라고.
속으로 빌면서.
입으론, 울지 말라고 뭐 이깟일로 우냐고
별일 아닐 거라고, 아무 일 아닐 거라고
거짓말을 한다.
(M) 주제음
잊지말기로 해 / 이소라 (duet 이문세)
2008-12-1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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