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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66화 - 첫눈
(M) 주제음 - 광화문 연가 (이문세)
(E) 드르륵 창문 여는 소리
남 오늘 즈음 해서 눈이 올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아닌가...?
하늘이 너무나 말짱하다.
싸아한 바람이 콧끝을 찡하게 만든다.
바짝 마른 은행잎 몇 개만 휑하게 흔들어 대는
마당가의 나무를 바라보다가.
(E) 창문 닫는다
남 이내 창문을 닫는다.
아침마다 이렇게 창을 열어 날씨를 확인하곤
습관적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어떠어떠하니
옷을 어떻게 입으라는 둥.
우유라도 따뜻하게 뎁혀서
꼭 마시고 나가라는 둥.
그런 잔소리를 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오늘 아침.
무척 한가해져 버린 기분이다.
(M) 잔소리 - 김건모
(E) 문 열고 들어가는
여 (활짝) 어? 오셨어요. 좋은 아침이에요.
남 두어달 전 신입으로 회사에 들어온 여직원이 웃는다.
대학을 막 졸업했댔나...
작년에 졸업해서 1년 놀다가 취직한 거랬나...
암튼 아직 스물 다섯도 안된 어린 친구다.
여 저기.. 김과장님. 유자차 좋아하세요?
남 유자차?
여 엄마가 만들어 놓으셨길래 제가 좀 훔쳐..(얼른 고치고) 가져왔거든 요.
남 뭐하러. 어머니가 힘들게 만드신걸. 집에서 먹지.
여 아니에요! 회사 사람들이랑 나눠먹으면 그게 더 좋은 거잖아요.
(헤헤 웃고) 좋아하시면 제가 좀 타드릴...
남2 (좀 멀리서) 은서씨! 유자차 나 줘!
남 그래. 정우씨나 줘. 나는 괜찮아. 커피 마실게.
여 네? (섭섭) 아니.. 김과장님...
남2 (눈치 없이 멀리서) 은서씨!! 나 유자차!!
여 (짜증) 알았어요!! 아으...진짜....
(M)
어쩌다 / 브라운아이드걸스
(E) 이메일 체크하는 듯
남 이메일을 체크해 본다.
아무 것도 없다.
그녀와 헤어진 지 사흘째.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10년을 사귀었던 우리다.
내년 봄에 결혼을 약속했던 우리다.
그런 우리가. 앞으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단 사흘만에 믿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만났던 10년의 시간 동안
헤어져 있었던 시간도 많았었다.
내가 군에 가 있었던 때도 있었고.
그녀가 1년 동안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었어도
단 한번도 우리가 헤어졌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단 사흘만에 어떻게.
우리가 헤어졌다는 걸. 믿으라는 건가.
(M) 헤어진 다음날 -이현우
(E)복도 신나서 뛰어오는
여 김과장님~~
남 어. 왜? 누가 나 찾아?
여 아뇨. 부장님이요. 김과장님 구로 공단 가셔서 납품 상황 체크하고
담당자랑 다음 계약건 미팅도 하고 오시래요.
남 그래? 고마워.
여 (얼른) 그런데요. 저도 같이 가래요.
남 어? 은서씨도?
여 네에. 저두.. 이제 슬슬 실무 배워야죠. 언제까지.. 복사만 해요.
남 어. 그렇지.
여 김과장님 차 가져오셨죠?
남 가져왔어.
여 오늘 날씨가 추워서요.
(E) 걸어가며
남 그럼 10분 후에 주차장에서 볼까? 나 팩스 하나만 보내고 내려갈게.
여 과장님. 가면서 우리 김밥 같은 거 사가면 안돼요?
남 ....지금 우리가 소풍 가는 건 줄 아는건가.
난 철없는 여직원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자. 얼굴이 발그레 지며 말한다.
여 아침.. 안먹었거든요. 차에서 둘이 가는데. 꼬르륵..소리 나면
챙피하잖아요.
(M)
김밥 / 자두
(E) 우물우물 먹으며. 차 가는 소리.
여 좀 드셔보세요. 참치 김밥 안 좋아하세요?
남 어. 난 원래 아침 잘 안먹어서. 은서씨 먹어.
여 난 김밥 중에선 참치김밥 젤 좋아하는데. 이거 즉석김밥이라
따뜻하고 맛있는데?
남 괜찮아. (하더니) 차가 좀.. 막히네.
여 (오히려 좋아하는 느낌) 어? 그러네? 진짜 막히네? 오래 걸리겠다..
남 응?
여 아..뇨. 오래 걸리면 어쩌나.. 해서요.
(E) 부시럭대더니
여 어? 차에 씨디 디게 많으시네요. 우와...
남 아직 씨디도 정리하지 못했다.
내가 가진 음반들은 모두 그녀가 사준 것들이다.
여 우와. 유재하다.
남 유재하도 알아?
여 알죠 그럼. 이거 좀 틀어봐도 돼요?
남 그래.
(E) CD 넣고
(BG) 사랑하기 때문에 흐르고
여 너..어무 좋다...
남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다.
내가... 처음. 그녀에게 고백할 때
흐르던 음악이었고.
그녀가 내 마음을 받아준 후
처음으로 선물해준 음악이기도 했으니까.
(M) 사랑하기 때문에 이어지고.
(E) 차 가는 소리
남 (통화중) 네. 지금 가고 있는데. 강변북로 쪽에 사고가 났나봐요.
한참 더 걸리겠어요. 그럼 점심 식사부터 하세요.
저흰 알아서 해결하고 갈께요. 그럼 식사 시간 끝나고
두시 경에 뵙는 걸로 하죠. 네에.
(E) 전화 끊으면
여 (좋아서) 우리 그럼 점심 뭐 먹어요?
남 공단 근처 가서.. 햄버거 같은 거 먹지 뭐.
여 아침도 안드셨잖아요. 그런 거 먹으면 돼요?
남 괜찮아.
여 이래서 혼자 사는 남자들이 문제야. 빈속에 그런 거나 먹고
밤에는 또 술 같은 거 마시고. 그러니 속이 남아나요?
남 은서씨 어떻게 알았어?
여 네? 뭘요?
남 나 혼자 사는 거.
여 (화들짝) 아....그거요.... 저번에 누가 그러더라구요. 혼자.. 자취하신다 구.
남 그래?
여 과장님. 여기서 잠깐 빠지세요.
남 어?
여 이쪽에 제가 진짜 좋아하는 감자탕 집 있거든요.
우리 거기 가요. 네?
(M)
It's Ok / Atomic Kitten
남 설마.... 했는데.
난 식당 앞에 서서. 잠시 먹먹해졌다.
그녀와 내가 즐겨 찾던 식당이다.
그곳의 이모님들도 우리를 모두 잘 알아서.
밥 공기 하나라도 서비스로 더 주곤 하셨다.
여 여기 진짜 맛있는 데에요. 국물이 진짜 끝내주는데.
아는 사람만 아는 집이거든요?
남 딴 데가면 안돼?
여 왜요. 저를 믿으시래니까요? 감자탕 안 좋아하던 사람들도
여기 국물 맛 한번 보면 완전 홀딱 반해가지구..
남 나 감자탕 별로야. 여기 골목 돌아가면 순두부 하는 데 있어.
거기 가자.
여 아.. 거기? 거기도 잘 아는데요. 거기 보단 여기가 한 수 위에요.
남 은서씨...
여 네?
남 내가 불편해서 그래. 다른 데로 가자.
(M)
오랜 이별 뒤에 / 신승훈
(E) 밥 먹는 소리
여 (갑자기 사래 들린 듯 콜록대고)
남 괜찮아? 물 마셔.
여 (콜록대는 거 멈추자) 왜 그래요 진짜.
남 어? 뭘?
여 진짜 얹히겠네. 말을 한마디도 안하시잖아요. 아까부터.
남 그랬나..? 난.. 밥먹을 때 말 잘 안해.
여 화난 사람 같은데요 뭘.
남 ....그런 거 아니야.
여 여자친구한테.. 차였죠.
남 ..........!
여 뭘 그렇게 놀..래세요. 다들 알아요.
김과장님 눈치 보느라 쉬쉬하는 거지.
남 ........... 알았어. 밥이나 먹어.
여 결혼도 취소된 거.. 맞죠?
남 은서씨!
여 그 여자분은 뭐 그래요? 10년이나 사겼다면서.
뭐 우리 회사가 아주 좋은 회사는 아니지만. 그래두 직장도 있고.
자기 외국 가 있을 때도 기다려주면서. 돈까지 보내준 남잔데.
남 그만해.
여 의사가 그렇게 좋았대요? 속물!
(E) 숟가락 탁 놓고
여 왜... 그러세요. 더 드세요.
(E) 나가 버리는
여 어...? 김...과장니임...
(하다가) 계산도 안하고 가시네... (울먹)
(M)
Don't Go / Yazoo
(E) 큰걸음으로 걸어가고. 졸졸 따라가는 듯
여 화나셨어요? 전요 그냥.. 사람들이 커피 마시면서 하는 얘길
들었는데. 저도 그렇더라구요. 같은 여자로서. 좀 이해도
안되구요.
(E)탁 멈추고
남 그 여자가 왜 은서씨 이해를 받아야 돼?
여 네? 아.. 물론 제 이해를 받아야 할 필욘 없죠. 물론 없는데.
남 남의 얘기 왈가왈부하는 것도 싫지만. 내 뒤에서 하는 거니까.
그래. 그거까진 상관 안해. 그런데. 내 앞에서 그런 얘기 하지 마.
여 그러니까 뒷통수나 맞죠.
남 ...뭐?
여 뒷에서 얘기하는 게 더 나쁜 거 아니에요? 상대방 모르게
이 얘기 저 얘기... 앞에서 얘기하고. 물어보고. 하는 게
뭐가 나빠요?
남 ........
여 그 여자분도 솔직했으면 이렇게 안됐을 거 아니에요?
난 이제.. 니가 질린다. 연애 10년이면 된 거 아니냐.
결혼은... 더 실속있는 남자랑 하겠다... 차라리 그렇게 얘기나
했으면.... 김과장님이 이렇게 뒷통수 맞은 표정은
아닐 거잖아요.
남 은서씨가 어떻게 알아! 그 여자가 뭐라고 했는지! 우리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뭘 안다고 함부로 말해?
여 아니..전...
남 미안한데. 나 은서씨랑 같이 못가겠어. 부장님껜 내가 죄송하다고
말씀드릴테니까. 여기서 그냥 돌아가.
여 과장님..
남 가라구!
여 과장님... (울먹이는데서)
(M)
Torn Between Two Lovers / Mary Mcgregor
----------------------------1부 끝 -------------------
*잠시 후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2부가 이어집니다.
(M)
Torn Between Two Lovers / Mary Mcgregor
(E) 차 문 탁 닫고 앉는
(E) 시동 건다
남 시동을 걸고 백미러를 보니.
은서가 저만치 뒤에 서 있다.
고개를 푹 떨군 채.
내가 누구에게 화를 내고 있는건가... 싶기도 했지만.
자꾸만 상처를 들춰내는 철없는 저 여자가 싫었다.
그런데 옆자리를 보니.
그녀가 놓고간 목도리가 눈에 띄었다.
잠시 화를 추스르고. 차에서 내린다.
(E) 차 문 여닫는
(E)걸어가고
남 이거.. 가져가.
여 (울먹) 진짜... 회사로 도루 가요?
남 그래. 따라가도 볼 것도 없어. 정 뭐 배우고 싶으면
다른 과장들 갈 때 가.
여 싫어요.
남 .... 그럼 맘대로 해. 난 그냥 갈거니까.
여 내가 그렇게 만만해요?
남 (좀 기막히고) 뭐?
여 그 여자한텐 한마디 말도 못하고 꼼짝없이 당했으면서.
남 은서씨 보자보자 하니까.
여 3일 전에 저도 다 봤거든요?
야근하다가 불려 나가서. 이별통보 받았잖아요.
남 .......
여 뭐... 말로는 우리 사랑을 이대로 간직하네 마네...
아름답게 기억을 하네 마네.... 웃겨 진짜.
무슨 사랑이 물방울 다이아야? 소중하게 간직을 하고 말게?
남 (후우... 화 참는 한숨)
여 그런 거 다 말짱 뻥이에요. 몰라요?
남 .....알아.
여 사랑보다 현실을 택한 자기를 용서하라구요? 하!
그런 소리가 어딨어요? 진짜 사랑하면 그게 선택이.. 되는 문제에요?
아니.. 사랑이 뭔데.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게. 말이 되냐구요.
그건. 사랑이 뭔지. 사랑의 뜻이 뭔지조차 모르고 하는 소리지.
남 그래서?
여 네?
남 그래서. 은서씨가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여 네??
남 그래. 그 여자가.. 날 배신했어.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여 아니... 뭘 어떻게 해야 한다기보다는....
남 어떻게 하면 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구!
여 ...........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남 그래. 말해.
여 저 좀 데려가 주세요. 날도추운데. 버스 타고 어떻게 가요. 네?
(M)
Tunak Tunak Tun / Daler Mehndi
남 공단에 도착해. 관계자들을 만나고.
서류를 검토하고. 납품 상황을 체크하는 일은
두어 시간 만에 끝이 났다.
내가 그 일을 하는 동안
은서는 내 뒤를 겁먹은 강아지처럼
졸졸 쫓아다녔다.
나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른 고개를 숙였다가..
내가 자리를 이동하면. 또 쪼르르 따라붙었다.
좀 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E) 쫑쫑쫑 걸어가는
여 으...추워. 이제 다 끝난거죠.
남 그래.. 추운건 매한가진데. 뭐하러 따라와 고생해.
아까 그냥 가라니까.
여 회사 가면 왜 왔냐고 욕먹을 거 아니에요.
남 아님 땡땡이를 치든가. 영화 봐도 되고.
여 아... 그럴 걸 그랬네 진짜? 그 생각을 못했네?
남 (어이없고) 주차장 이쪽이야.
여 아차....
(E) 계단 내려가고
여 근데요 과장님. 이제 다 풀리신 거죠?
남 됐어. 내가 은서씨한테 화낼 일 아니었어.
그러니까. 부탁인데. 이제 그 얘기.. 꺼내지 마.
여 ....네. (사이) 그런데요. 그 여자.. 결혼한다는 의사..
남 은서씨!
여 (기죽어) 네.
(M)
What Can I Do / The Corrs
(E)차 타고 가는데
여 어? 이거... 비에요 눈이에요?
남 글쎄...
(E)와이퍼로 닦고
남 눈인 거 같은데?
여 그럼.. 첫눈인거네요?
남 ...첫눈?
여 우와. 완전 좋아.
남 차 더 밀리겠네.
여 이럴 때 보면 완전 아저씨 같애요.
남 아저씨야 나.
여 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 뭐 그런 약속 같은 거 있어요?
남 그런 게 어딨어.
여 으.. 재미 없어.
남 있었다. 10년 전. 우리가 처음 만나서 풋풋한 연애를 하던 시절.
약속했었다. 사귀다가 헤어지게 되더라도
10년 후엔 꼭 다시 만나자.
10년 후. 서울에 첫눈 내리는 날. 덕수궁 돌담길에서.
꼭 만나자.
철없고. 어린 약속을 했었다.
그땐 몰랐다. 10년 후 첫눈 오는 날이. 헤어진지 사흘째 되는 날이
될 줄은.
여 어? 표정이 또 심각해지시네? 심각한 생각하세요?
남 은서씬 남자친구 없어?
여 네? 뭐..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고.
남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남자친구는 어디 있는데?
여 글쎄요.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남자친구가.... 가까이 있다면 있고
멀리 있다면 있고....
남 (웃고)
여 있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랑이라는 게. 쿵짝이 딱 맞아서.
서로가 좋아하면. 뭐.... 땡큐베리감사지만.
아귀가 안맞을 때 있잖아요. 이쪽에선 참... 많이 좋아하는데.
저쪽은 완전 벽창호. 돌부처. 뭐 그럴 때요.
남 그런 경우 많지.
여 그럼. 좋아하는 쪽의 사랑도 사랑일까요?
남 ..... 그렇겠지?
여 ...... 뭐 그렇다면. 저도 지금 연애중이에요.
(M) 애인 있어요 - 이은미
(E) 빵빵 경적 소리들
남 퇴근 시간과 맞물려. 시내 교통상황은 최악이었다.
시청앞 도로는 꽉 막혀 앞으로 나아갈 수 조차 없었다.
비처럼 가늘게 내리던 눈은
이제 함박눈이 되어 있었다.
여 우리... 덕수궁 돌담길 끼구 정동 지나서 가면 어때요?
남 ...어?
여 그렇게 해서. 피턴해 올라가는 게 낫지 않아요?
여기통과하려면 한참 걸릴 거 같은데?
남 좀 망설이다가 좌회전 신호를 넣고
덕수궁쪽으로 접어들었다.
보지 않으려고 해도.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은서 말대로. 난 참 모자란 놈인가 보다.
아직까지 기대를 품고 있으니.
여 뭘 그렇게 두리번거리세요?
남 어?
여 누구.. 찾는 사람처럼.
남 찾긴.. 누굴....
여 눈 내리니까 쌍쌍이 많이도 왔네....
암튼 솔로들은 이래서 외롭다니까.... (하다가 헛.. 놀라는 듯)
남 왜 그래... (하다가 멈칫하는)
여 ..... 저기 혼자 서 있는 여자분요....
그 여자분... 아니세요?
남 ..........
여 그분요......
김과장님... 애인.
(M)
Almaz / Randy Crawford
(E) 빵빵대고 난리가 난
남 내 차가 갑자기 멈춰버리자 뒤에선
경적을 울려대고 난리다.
그 바람에. 돌담에 등을 기대고 서 있던 그녀도
나를 보고 말았다.
조금 거리를 둔 채.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여 ..... 제가 운전할까요?
남 어?
여 운전.. 제가 할께요.
남 아니야... 그냥.. 갈거야.
여 왜요?
(E) 부웅하고 차 가버리는
남 백미러로 그녀가 나를 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 차가 멀어지는데도. 그녀는 자리를 뜰 생각 하지 않고
멍하게 내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
여 왜 그러세요. 나중에 후회하시려구.
남 ........
여 아까 보니까.... 약간 우는 거 같기도 하던데...
남 .......
여 울었다구요. 그 여자분이. 김과장님... 보면서.
남 .......
여 후회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잖아요. 가보세요. 얼른.
남 아니야. 됐어.
여 남자가 왜 그래요? 혼자하는 것도 사랑이라면서요!
근데.... 둘 다 서로 그리워하고. 못잊고 있는 건...
사랑 중에 사랑 아닌가???
근데 왜 못 가요? 자존심 때매? 도대체 뭐 때매?
(E) 끼익 멈추는 차
(E) 와이퍼 왔다갔다 하고
여 밖에... 엄청 춥잖아요. 그 여자분 혼자 서 있다가..
눈물 콧물 다 빼다가
독감이라도 걸리면.. 어쩔라구 그래요?
그땐... 맘 아파서 어쩔라구 그래요?
남 .........
여 얼른 가세요. (애써 씩씩하게)
제가 차 운전해서 곱게 주차장에 모셔다 놓구요. 부장님껜
급한 집안일 있어서 외근하고 바로 퇴근하셨다고 보고드릴께요.
서류도 다 갖다드릴테니까 염려 놓으시구요.
남 .........은서씨.
여 (애써 울음 참으며 씩씩하게) 얼른 가시라니까요?
(E) 차 문 열고
남 은서씨.. 고마워.
여 근데요 과장님.
남 어.
여 누가 그러더라구요. 첫눈 오는날 같이 있으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그런 말. 진짜 다.. 말짱 뻥이네요 그죠.
남 어?
여 아니에요. 으 추워. 빨랑 문 닫으세요.
(E) 차 문 닫고. 뛰어간다.
남 멀리 그녀가 보인다.
돌담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울었나보다.
내 발자국 소리를 듣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난 단숨에 뛰어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안되겠더라며. 아무리 독하게 맘을 먹어도 안되겠더라며...
그녀가 내 품 안에서 운다.
하늘을 본다. 첫눈이 내린다.
여 백미러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 내 남자가 사랑하는 그 여자.
그 둘이 첫눈을 맞으며.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보인다.
한참이나 흘러내려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내 눈물을 씩씩하게 닦아내고.
차에 시동을 건다.
하늘을 본다. 첫눈이 오고 있다.
(M) 광화문 연가 - 이문세
2008-11-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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