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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65화 - 내가 사랑한 사람. 나를 사랑한 사람.
(M) 주제음
아름다운
날들 / 장혜진
* 오늘의 음악에세이는 청취자 신의주님의 실제 사연을 각색한 것입니다.
(E) 사람들 소음 시끄러운 가운데
여 신부대기실이다.
타들어가는 남의 속도 모르고
친구들은 화장이 잘 됐다는 둥
신랑은 얼마나 멋지게 하고 오려고 아직까지 안 오냐는 둥
떠들어대고 있다.
10초마다 한번씩 시계를 들여다 보며
난 점점 더 초조해진다.
그 사람은 이대로 오지 않는 게 아닐까...
어쩌면 그러는 게 아닐까....
(M)
The Centaur / Joanne Glasscock
여 그와 나는 같은 회사에서 만났다.
나보다 조금 늦게 입사한 그 사람은
늘 모르는 것 투성이였고. 어딘가 좀 어리숙해 보이기도 했다.
(E) 컴퓨터 자판 탁탁 쳐주며
여 이걸 왜 몰라요. 지난번에도 가르쳐 줬구만.
남 그러게요. 자꾸 헷갈리네...
여 좋은 대학 나온 거 맞아요? 학력위조 아냐?
남 (웃고)
여 속두 좋아. 뭐가 좋다고 허허허허..
(E) 타닥 치고
여 됐어요. 이제 다시 해 보세요.
(E) 전화 진동 울리고
여 (톤 여성스럽게 바뀌는) 여보세요? 어머.. 자기야?
(E) 어디론가 나가며
여 응... 어디야? 언제 끝나? 우리 오늘 만나기로 했지? 어디서 볼까?
(M)
Nobody / 원더걸스
여 남자친구에겐 오늘도 약속이 생겼다고 했다.
늘 그런 식이었다.
나와 약속은 벌써 1주일 전에 한 것이었다.
하지만 선배든 친구든 직장 동료든...
난 누구에게도 밀렸다.
나와의 약속은 언제든 뒤로 밀어도 되는 약속이었다.
가장 먼저 취소되는 건
언제나 나와의 약속이었다.
여 (후.... 한숨 쉬는 소리)
(E) 나오는 걸음
남 왜 안 들어오고 여기 있어요?
여 들어갈 거에요.
남 뭐... 안좋은 전화 받았어요? 아깐 기분 좋게 나가더니..
여 상관 말고 들어가시라구요. 이미지 설계도 다섯시까지 메일링 하기로 했잖아요.
남 네..
(E) 들어가는데
여 저기요.
남 (약간 멀리서) 네?
여 남자들은 원래 그래요?
남 네??
여 아니.... 원래... 잡은 고기엔 밥을 안주냐구요.
남 바..밥이라뇨? 그게.. 무슨...
여 (한숨 쉬고) 아니에요.
(M)
남자 때문에 - JOO
(E) 전화해 보는데, 전화기 꺼져 있다는 안내음
(E) 걷는 소리, 휴대폰 탁 덮고
여 (혼잣말) 또 꺼졌어..또..
(E)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
남 윤선배.
여 (쌀쌀 맞고) 다 넘기고 나오는 거에요?
남 네. 저녁 안드셨죠 아직.
여 내가 저녁을 어디서 먹어요 지금.
남 약속 있어요 혹시?
여 아뇨. 집으로 갈건데요.
남 그럼.. 저랑 밥 좀 같이 먹어주시면 안돼요?
여 피곤해요 그냥 갈래요.
(E) 부시럭
남 아니... 이게 생겼는데....
여 뭔데요.
남 초밥집 쿠폰요. 회초밥 5만어치 먹을 수 있는 건데요.
이게... 사용기간이 오늘까진데... 저 혼자 초밥 5만원어치를
어떻게 다 먹어요.
여 ....회초밥요?
남 네... 여기가 광화문 인근에선 제일 맛있다고 알아주는 데라는데....
혹시.... 회나 초밥.. 싫어하시나요?
여 싫어하기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회초밥이다.
여 ...아...뇨. 뭐... 싫어하는 건 아니고....
남 그럼 같이 가세요. 네?
여 ....(못이기는 척) 피곤한데....
(M)
자존심 / 핑클
(E)회전초밥 돌아가는 소리, 접시 집어들고
남 광어 드세요. 오늘 광어 괜찮은 것 같네요.
여 네.
(E) 젓가락 탁탁..
남 잘 드시네..
여 (먹다가 놀라서) 자..잘 먹긴요. 그냥 있으니까 먹는거지!
남 그런데요.. 아까 선배가 물어봤잖아요. 남자들이 원래 잡은 고기엔
밥을 안주는거냐고..
여 아.. 그 말... 그냥 물어본 거니까 신경 쓰지 마요.
남 ..... 남자라고 다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여 ..... 그래요?
남 네. 내 사람이니까.. 더 잘하는 사람도 많이 있어요.
남자는 다 똑같은 게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거 아닐까요..
선배도.. 여자지만.. 다른 여자랑 똑같은 건 아니잖아요.
여 뭐...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남 사귀는 사람이랑 잘 안돼요?
여 안되긴요! 그 사람이... 좀 바빠요. 그 사람 직업 내가 얘기했나?
그 사람 온라인 쇼핑몰 사장이거든요. 그게 그냥 그런 데가 아니라
나름 굉장히 큰 규모에요. 그래서.. 그런 거 하면.. 원래.. 사람들
많이 만나잖아요. 그러니까.. 나 만날 시간이 없는거지...
그.. 사람도 맨날 그래요. 보고 싶다고..
남 (궁시렁대듯) 보고 싶으면..만나면 되는거지.
여 내가 그랬잖아요! 원체 바쁘다구요!!
남 바쁘면.. 밥도 안먹고 살아요? 바쁘면 숨도 안쉬나? 잠은 안자나?
여 그런 거랑 같아요?
남 뭐가 달라요? 아무리 바빠도 그 사람 안보면 죽을 것 같다....
그럼 봐야죠. 그래야 살겠다... 그럼 봐야죠.
여 .......
남 내 친구는 의산데요. 응급실에 있거든요. 그런데 지 여자친구
너무 보고 싶으면... 응급실 뛰어들어가면서도 전화하고...
두시간 잘 거 한시간만 자면서도 만나러 가고...
그러던데요? 진짜 좋아하면...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여 (조용히) 이거보세요..
남 ....네?
여 사람을 꼭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야 돼요?
(E) 젓가락 탁 놓는
여 잘 먹었어요. 그만 가 볼께요.
남 아니... 윤선배...
(E) 벌떡 일어나는
남 선배...
여 그래! 내 남자친구는 술먹는다고 나 안보고. 친구 만난다고 나 안 보고. 일 바쁘다고 나 안보고.
피곤하다고 나 안보더라! 누군 섭섭한 거
몰라? 누군 자존심도 없어서 이러고 있냐구! 힘들어 죽겠는데도
꾹..꾹.. 눌러 참고 있구만. 왜 건드려! 왜!!!
(M)
오빠 / 왁스
(E) 사무실 소음, 컴퓨터 치는 소리
남 (조심스레) 선배...
여 (냉정) 왜요.
남 어제.. 많이 화났어요?
여 나 지금 김봉덕씨랑 말싸움 할 기운 없거든요? 일 좀 하게 냅둬요.
남 아까부터 같은 문자만 고치고 또 고치고..그러잖아요.
여 지금 나 스토킹 하세요? 그쪽 일이나 잘해요. 괜한 간섭 말구요.
남 아니...저는....
여 나한테 무슨 특별한 관심 같은 거 있어요? 이러지 마요 진짜.
남 전 진짜 그게 아니라....
여 그쪽 일 하라구요 글쎄!!
남 선배가 그걸 빨리 넘겨줘야 공문을 보내죠. 아까부터 거래처에서
계속 전화오고 난린데....
여 (뻘쭘) 아.... 그..그래요?
(E) 사무실 전화벨 소리
남 또 독촉전화 오네...
(E) 받고
남 여보세요? 네.... 하대리님. 아니 우리 선배님이 아직도 완성을
안하셔 가지구요. 금방 보낼께요. 네..네..
(M) Bubbly
/ Colbie Caillat
여 나는 그당시의 남자친구에게 최선을 다했다.
아프다고 하면 한달음에 약 사들고 달려가고.
친구들하고 놀러간다고 하면
그 사람 친구들 도시락까지 다 챙겨서 가져다 주고.
그 사람 사는 동네까지 혼자 찾아가서
잠깐 만나고 밤중에 다시 집으로 혼자 돌아오면서도
내가 좋아하니까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도 했다.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다 괜찮다고.
(E) 커피 타는 소리
여 김봉덕씨..
남 네.. 커피 드실래요? 다방 커피 타는데.
여 괜찮아요. 나 뭐 하나만 물어보려구요.
남 네.
여 술 먹은 다음날... 콩나물국이 시원해요.. 선지해장국이 나아요?
남 사람마다 다른데.... 저는 콩나물국요.
여 음....
남 왜요?
여 아니.. 제 남자친구요. 오늘 직원들이랑 회식한다고 해서요.
분명히 오늘 술 많이 마시고.. 내일 아침에 속쓰리다고 난릴텐데...
아침 일찍 해장국 좀 끓여다 줄까 하구요.
남 ....출근 안하구요?
여 새벽에 갖다 주고 오면 되죠 뭐.
남 (왠지 심통나고) 그렇게 해주면 그 사람이 좋아는 해요?
여 표현은 직접적으로 안하지만 좋아하겠죠...
남 표현을 왜 직접적으로 안해요?
여 성격이 워낙 무뚝뚝해서요.
남 딴 사람들한테도 무뚝뚝해요? 예를 들면 일로 만난 사람들이라던가..
여 일로 만난 사람한텐 안 그러죠. 세일즈하는 사람인데...
남 그럼 무뚝뚝한 건 성격이 아니죠. 은서선배한테만 그러는 거죠.
여 .....그만큼 내가 편하니까 그러겠죠.
남 편한 사람 되고 싶어서 만나요? 편한건 동네친구지.. 좀 불편해도
설레고 좋은 게 애인이지.. 안 그래요?
여 내가 참견 말라고 했을텐데요. 왜 그렇게 주제 넘게 굴어요?
내가 편한 사람이 되든... 술국을 끓여다 바치든.... 매달리든...
그쪽이 내 오빠에요 아빠에요?
남 나는.. 나도 좋아하니까.
여 (눈치 못채고) 뭘 좋아해요 좋아하긴!
남 나도 선배.. 아니 은서씨 좋아해요. 그러니까 짜증난다구요 볼때마다.
왜 그러고 사나..
여 뭐..뭐에요?
남 왜 그렇게 멍청이처럼 연애를 해요? 맨날 당하면서. 난 딱 보면 다
보이는구만! 그 사람 은서씨한테 맘 떴어요. 그런 지 오래됐는데
미안하니까 딱 잘라 거절 못하는 거에요. 아니... 은서씨가 워낙
잘하니까... 떼버리긴 좀 아까워서 그냥 붙여두고 있는 거 뿐이라구요. 정신 좀 차리라구요 그러니까.
여 난 정신 차릴 생각 없거든요? 진짜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어디 가서 나 좋아한다는 둥 헛소리 하고 다니지 말아요. 회사에
소문 날까 겁나 정말..
여 확 지르고 돌아서는데. 서러움에 겨워 눈물이 흘렀다.
이 남자가 하는 말이 폐부를 찔렀다.
다 옳은 말이다. 그 사람에게 난, 나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그런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나만 인정하기 싫었던 거다.
(M)
사랑, 그게 뭔데 / 양파
------------------------1부 끝 --------------------
* 잠시 후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계속됩니다.
여 그날 밤. 그 사람의 집으로 찾아간 나는
내가 너무 지쳐서 더는 못하겠노라고...
이제 그만 만나자고 말했다.
그렇게 돌아서는데... 그는 나를 단 한번도 잡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 한마디만 있었어도
이렇게 비참하진 않았을텐데.
그는 그저 담담히 조심해서 잘 가라고만 했다.
그뒤로 2주 동안.. 매일 그 사람에게 전화오지 않을까 싶어
새벽에도 전화기를 베개맡에 꼭 두고 잤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그 사람이 집앞에서 기다리는 상상을 했었다.
하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고.
그 사람이 내 집 앞을 지키고 서 있는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다.
화도 났고. 오기가 생겼다.
난 뭐 저 아니면 남자가 없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E) 종이 정리하는 듯한...
여 김봉덕씨 오늘 뭐해요?
남 별 거 없는데요.
여 그럼.. 나 술 먹는데 옆에 있어주면 안돼요?
(M)
To Love Somebody / Orleya
(E) 술집 분위기
(E) 술 따라주는
남 좀 많이 마신 거 아니에요?
여 봉덕씨는 집이 어디에요?
남 저요.. 속초요.
여 속초.... 좋은 데네.
남 좋은 데에요.
여 속초에 봉덕씨 기다리는 아가씨 있는 거 아냐?
남 저도.. 거기선 인기 좀 있었죠.
여 어? 진짜?
남 당연하죠.
여 그럼.. 이제 난 안되겠네?
남 네?
여 아니... 접때 나 좋아한다 그랬잖아요. 남자한테도 채였고...
나 좋다는 남자한테 연애나 걸어볼까 했더니.. 안되겠네.
나 여자 많은 남자 질색인데. 그런 남자한테 데여서요.
남 아니에요! 나 여자 없어요!!
여 그럼? 나랑 연애할래요?
남 ...그래도 돼요?
여 내가 김봉덕씨 이용하는 건데? 그래도 돼요?
보다시피... 나 마음 정리 하나도 안됐구요. 아직 그쪽 잘 알지도..
남 괜찮아요. 정리할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내가 하구요.
나에 대해선.... 내가 하나씩 하나씩.... 가르쳐 줄께요.
여 나두요.... 주기만 하는 사랑 말고. 받는 사랑 한번 해보고 싶은데...
그래도 돼요?
남 내가 줄께요. 받기만 하세요.
여 그게 얼마나 지치는 일인데. 내가 해봐서 아는데요. 그거 너무
지쳐요.
남 괜찮아요. 내가 할께요.
(M) 다 줄거야
/ 조규만
여 순간적인 감정으로 내 옆자리 남자와 연애가 시작됐다.
성실하고 착한 남자였지만.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내게.. 그의 매력은 보이지 않았다.
남 영화 뭐 볼래요? 내가.. 은서씨 좋아하는 로맨틱코미디.. 리스트 뽑아왔거든요? 골라요.
여 ....(시큰둥) 됐어요.
남 왜요. 영화 보고싶다면서요.
여 그랬는데... 지금은 좀 피곤해서.... 다음에 보면 안될까요?
남 괜찮아요. 그렇게 하세요. 피곤하면 까페 같은 데 가서
허브티라도 마실래요?
여 귀찮아요.
남 그럼.. 뭐할까요?
여 미안한데.. 오늘은 그냥 집에 가고 싶어요..
남 그렇게 해요.. 집에 데려다 줄까요?
여 네.
남 약 안먹어도 되겠어요?
여 그 정돈 아니에요...
남 그래도 약을 먹어야...
여 말 길게 시키지 말고 그냥 가요. 진짜 피곤하단 말이야.
(M)
Desperado / Eishu
여 무슨 못된 심보인지..
난 그 사람에게 계속해서 심술을 부렸다.
그 사람을 힘들게 하면서..
예전에 내가 당했던 걸 풀려고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사람은 잘 참아주었지만
난 그가 인내할수록 더욱 못돼졌다.
(E) 전화하는 소리
남 여보세요 (시끌벅적한 소리들)
여 봉덕씨 어디야?
남 어.. 얘기했잖아. 오늘 고등학교 동창들 만나기로 했다구.
여 술 마셔?
남 응. 밥 먹고 이제 막 자리 옮겼어.
여 (애교 부리는 게 아니라 짜증스런) 보고 싶은데. 지금 오면 안돼?
남 어?? 지금??
여 토요일이잖아! 뭐야? 나 혼자 두고?
남 아니.... 내가 한달전부터 이 모임은 얘기했었고.. 자기도 양해해
주기로 한 거잖아..
여 알았어. 오기 싫다 이거지? 끊어.
(E) 뚝 끊고. 핸드폰 전원까지 띠리리 꺼 버리는
여 전화기 전원까지 꺼 버린 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꼭 마녀 같아서..
혼잣말을 했다.
여 너..지금 뭐하는거니?
(M)
Eventually / Pink
(E) 초인종 소리, 안나오니까 문 두드리고
(E) 나가는, 문 여는
여 왜 왔어?
남 니가 그렇게 전화 끊어버렸는데 어떡해 그럼.
여 됐어. 가.
남 왜... 나 친구들한테 욕 바가지로 먹고 빠져나온거야.
여 누가 그렇게까지 하고 나오래? 그냥 가.
남 은서야..
여 다시 가서 합류해. 그럼 되잖아.
여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여 왜애..
남 그래. 괜찮은 거 보니까 됐다. 갈게.
여 술 마시러 가는거야?
남 이제 와서 뭐하러 가. 그냥 집으로 가야지.
여 근데 왜 화를 안내?
남 뭐?
여 나 때문에 친구들도 못보고.. 화날 거 아냐...
남 화는 나.
여 그런데?
남 나 화내라고 니가 그러는 걸 알기 때문에. 참는거야.
여 ......
남 내가 정말로 화내면... 그땐 너 슬퍼질걸. 그건 싫으니까.
(M) 슬퍼지려 하기 전에 - 왁스
여 받는 사랑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몰랐다.
사랑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채로
그 사람과 연애를 하면서.
난 받는 사랑도 힘겨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끝없이 받아주는 그 사람에게
더 많이 기대고 짜증내고 억지를 부렸다.
그렇게 2년이 지났고. 아주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양가 상견례가 이뤄지고. 결혼 날짜가 잡혔는데도
난 별로 설레거나 좋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남 오늘은 그만 돌아다니고 들어갈래? 나머지는 내가 좀 더 보고
리스트 뽑아놀게.
여 싫어. 자기랑 나랑 취향이 달라서 안돼. 침대랑 협탁까지만 보고
들어가.
남 그래도 오늘 자기 안색이 별로잖아. 그럼 낼모레..
우리 같이 월차 내면 되잖아.
여 안돼. 결혼 1주일밖에 안남았는데. 언제 다 보라 그래.
(E)전화 진동
여 잠깐만.. 여보세요? .............. 어. 나야... 응... 잠깐만.
(곤란한 듯) 자기야.
남 어?
여 있잖아... 나 급한 전화가 와서... 나머진 자기가 좀 봐줄래?
나 그만 가 볼게.
남 ..... (느낌 있지만) 그래. 택시 잡아줄게. 전화 통화 계속해.
여 아니야. 먼저 가. 내가 알아서 갈게.
(E)걸어가며
여 (멀어지며) 여보세요? 어.. 오랜만이야....
(M)
Lie / 화요비
(E) 걸어오는 소리
남 은서야.
여 ...어.. 자기 왜 여?어..
남 집으로 간다며.. 왜 이제 와.
여 그냥... 좀 심란해서 혼자 좀 걸었어.
남 왜.... 심란해?
여 그냥...
남 아까 전화... 누구야?
여 ...
남 그 사람이지.
여 어.
남 왜... 전화한건데?
여 안부 물어보려고.. 전화했나봐.
남 그래서..? 뭐라고 했어?
여 (후우....) 미안해 자기야. 나 그 사람 만나고 들어오는 길이야.
남 .....뭐?
여 결혼했냐고 물어보는데.... 아직이라고.... 나도 모르게....
나 미쳤나봐. 그치...
남 설마.... 했는데....
여 흔들린 건 아니구.....
남 미안한데... 나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지쳐 있었어.
여 .....
남 미안하다. 다 없던 걸로 하자.
여 ...뭐?
남 너 자유롭게 해준다구. 니가 진짜 원하는 사람한테 가.
(M) 가질
수 없는 너 / 뱅크
(E) 전원 꺼져 있다는
여 왜 깨달음은 이렇게 한발 늦을까.
그 사람이 지쳤다는 말을 하는 순간.
내가 그동안 얼마나 그를 괴롭혔는지.... 너무도 선명하게 알 것 같았다.
말없이 인내하는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내가 아무 노력없이 얻었던 그 사랑이
나에겐 정말 사랑이었다는 것도.
그는 결혼을 취소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휴대폰마저 꺼놓고
잠적해 버렸고. 난 동분서주하며 그를 찾기 위해
온갖 애를 써야 했다.
여 ..... 또 나야. 내 음성 듣고 있어? 속초 부모님들이 자기 연락 안되니까 나한테 전화하셨어.
그래서 내가... 괜찮다고.... 결혼식 차질 없이
진행될거라 그랬어. 결혼식에 올거지... 기다릴게. 꼭.. 와.
.............급해서 하는 말 아니야..... 나도 몰랐는데....
내가... 자기를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애..아니... 사랑해..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
(M) 슬픈
사랑의 노래 / 다비치
(E)결혼식장 소음
여 예식 시간이 다 되어갈 때까지 그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제야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래.... 나 같아도.... 나 같아도 그러겠다.
그를 이해하면서도..... 눈물이 흘렀다.
(M) Foolish
Games / Jewel
여 사람들에게 결혼식이 취소됐다는 얘기를 해야하지 않겠냐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도
난 그냥 엉엉 울고만 있었다.
남 메이크업 그게 얼마짜린데 그렇게 울면 어떡해.
여 .....!! 자기야..
남 너구리 같잖아.
여 (엉엉 울고) 이제 오면 어떡해... 얼마나 기다렸는데....
남 내가 너 기다린 거보다 더 기다렸어?
여 그렇다고 이러면 어떡해.... 얼마나 겁났는지 알아?
남 미안해... 미안해....
여 (계속 통곡하며)얼굴은 그게 또 뭐야..... 완전 홀쪽해졌잖아
밥도 안먹고 다닌거야? 아프면 어쩌려고.....
남 미안해.... 미안해.....
여 그의 따뜻한 품에 안긴 채 나는 계속해서 통곡을 했다.
받는 사랑. 주는 사랑. 그런 거 없이..
그냥 이 사람을 사랑 그 자체로 사랑하겠다고.....
아프게 깨달아가는 중이다.
(M)주제음
아름다운 날들 / 장혜진
2008-11-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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