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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64 화 - 잘가요 로맨스
(M) 잘가요 로맨스 / 박선주
* 오늘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은 어느 청취자의 실제 사연을
각색한 것입니다. *
(E) 비오는 소리 + 와이퍼로 비 닦아내며 운전해 가는 소리
여 느릿느릿 비가 내린다.
그 모양을 보면서 내 마음까지 느릿느릿해진다.
바쁜 일이 있어 운전을 하며 가는 길인데
자꾸만 라디오 볼륨을 높이게 된다.
거기서 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와 같은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에
끄덕이게 된다.
가야 할 길은 먼데. 마음은 자꾸만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M)
Famous Blue Rain Coat / Tori Amos
(E) 비오는 소리 계속
여 어제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게 됐다.
친구가 불러주는 그 번호를 받아 적는데
손에서 식은땀이 다 났다.
정말 이 번호를 누르면
그 너머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까.
한때는 같은 하늘 아래 살면 그걸로 그만이라고도 생각했는데
욕심 같은 건 다 덜어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사람의 전화 번호 하나 하나를 짚어가는 손가락 끝에도
기쁨이 느껴진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내가 사랑했고... 내가 버렸던 그 사람은....
어쩌면 내 청춘의 전부인 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M)
Both sides now / Singers Unlimited
여 그 사람은 친한 친구의 삼촌뻘이었다.
나이는 네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당시 나에겐 굉장한 어른처럼 느껴졌었다.
(E)자전거 타고 와서 멈춘다
남 (약간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은서야.
여 어.. 오빠.. 안녕하세요.
남 어디 가?
여 교회...
남 성가대 연습하러?
여 어떻게 아세요?
남 경화도 아까 나가더라.
여 아...
남 탈래?
여 자전거..에요? 나.. 무거운데..
남 괜찮아. 이 뒤에 쌀가마도 싣고 나르고 그러는데 뭐.
여 (민망) .... 나 쌀가마만큼 무겁진 않아요..
남 (웃고) 알았어. 얼른 타.
여 네... 그럼....
(E)자전거 달리고
남 니네 벌써 크리스마스 성가 연습한다면서?
여 네.
남 아직 한달도 넘게 남았는데?
여 그게 좀.. 양이 많아요. 연극도 있고. 특송도 있고...
어? 근데 오빠 왜 이 길로 가요?
남 너 이쪽길에 갈대 핀 거 봤어?
여 갈대요? 못..봤는데?
남 맨날 지름길로만 다니니까 그런 좋은 구경도 못하지.
있어봐. 보여줄게.
여 사실 못보긴 왜 못봤겠는가.
친구들이랑 늘 걸어다니는 길인데.
하지만 난 짐짓 모르는 척 했고.
그 덕에....
(E)갈대밭에 이는 바람
여 와... 너무 이쁘다.
남 거 봐라. 사람이 좋은 길을 찾아다닐 줄 알아야 되는거야.
계절이 주는 제일 큰 선물이 뭔데. 이런 풍경들 아니냐..
여 그러게요. 고마워요 오빠.
남 뭐 혹시.. 어디 가고 싶거나 그러면...
누구 딴 사람한텐 말하지 말고.. 나한테 얘기해.
여 ...네?
남 나한테 얘기하라구. 같이 가게..
(M) 라붐 주제가 Reality
/ Richard Sanderson
여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누가 먼저 고백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 우리는 서로를 참 열심히 사랑했고.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어줌에 많이 감사했었다.
어렸지만. 충실했고. 진실했다.
물질적으론 가난했지만. 마음은 풍요로웠다.
남 넌 졸업하면 뭐할거야?
여 그냥.. 엄마 말대로 대충.. 있다가 시집가야지 뭐..
남 대학 안 가?
여 우리 형편에 지금 대학을 어떻게 가..
남 너 공부 잘하잖아. 아깝게.. 왜 안가..
여 몰라.. 언니들도 다 안갔는데.. 나만 가겠다고 어떻게 그래.
우리 언니들은 나보다 다 공부 잘했단 말야.
남 그래도... 포기하지 마.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을테니까.
여 정말.. 그럴까?
남 어. 나만 믿어.
여 오빠는?
남 나는 지금 돈 열심히 모으고 있잖아. 군대 갔다와서라도
대학 꼭 갈거야.
여 멋지다... 오빠 우리 오늘 영화 볼래?
남 아니.. 오늘은 일찍 가봐야 돼. 우리 어머니.. 제사잖아.
여 아 맞다.... 누구 준비해줄 사람은 있어?
남 어. 누나가..
여 마음 안좋지.. 표정이 그래 보여.
남 너 그런 얘기 들어봤어? 사람이 손가락이 열 개인 거는...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서 은혜를 몇 달 동안 입나...
헤아리기 때문이라고... 여 .....
남 그 얘기 듣고는... 난 내 손 볼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나.
여 난 그의 빈손을 꼭 잡았다.
여 오빠.
남 (약간 쑥스럽기도 하고) 왜.. 임마..
여 앞으론 오빠 손 볼 때마다 내 생각 해. 어머니 생각하면
슬퍼지는데. 내 생각하면. 기분 좋아질 거잖아. 응?
(M)
내가 사랑해 / 나무자전거 (feat. 서영은)
여 그때는 몰랐다.
계절에만 끝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사랑에도 끝이 있다는 걸.
영원히 타오를 것 같던 여름 태양이 지는 것처럼
마음도 변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시들해질 수 있다는 걸.
사랑에 다른 생각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그 사랑은 어느새 의무가 되고.
의무가 되어버린 사랑처럼 갑갑하고 조여오는 덫은 없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모든 게 처음이었으니까.
군대에 다녀온 그 사람은
꿈꾸던대로 대학에 들어갔고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듬해 나 역시 그동안 모아온 돈을 모아
대학에 입학했고
그렇게 사는 곳이 달라지면서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서로를 생각하는 횟수 역시 그랬을 것이다.
그 사람의 마음이 내게서 멀어지는 것을 느끼는 것만 서글픈 게
아니었다.
내 마음이 그 사람을 배신하는 것을 보는 것이
어쩌면 더욱 서글픈 일이었다.
습관이 되어버린 사랑처럼. 허무하고 차가운 것은 없었다.
(M)
처음느낌 그대로 / 이소라
(E) 찻잔 소리
남 3주만인가?
여 어. 얼굴이 더 핼쓱해진 것 같어. 아직도 밤에 아르바이트 해?
남 창고 정리하는 거. 시급이 쎄.
여 몸 좀 추슬러가면서 해. 그러다 쓰러지면 공부고 뭐고....
남 (말 받아서) 아무 소용 없는 거 몰라? 밥도 잘 챙겨먹고
담배 좀 그만 피고. 담배값만 아껴도 아르바이트 하나는 줄이겠다.
....... 이 말하려고? 이제 아주 외웠다.
여 치....
남 실습 나간다구?
여 어. 부산으로...
남 멀리 가네?
여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
남 언제 가?
여 내일.
남 언제 오는데?
여 한달 쯤?
남 그래.. 잘 다녀와.
여 오빠.. 사실은 나 할 말 있어.
남 ..........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 나 담배 한 대만 피워도 돼?
여 안된댔지. 담배 좀 끊어 좀.
남 ......알았어. 안 피울게. ... 말해.
여 어.. 담배 끊고.. 술도 줄이고.. 애써 번 돈.. 친구들 만나면
맘 약해져서 다 쓰는 거... 그런 것도 하지 마. 속상해.
남 .......왜 그래..
여 언제나 오빠가 잘 되기를 바랄거야. 진심이야.
남 은서야.
여 싫어져서가 아니야. 그냥... 앞으로도 오랫동안 오빠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어서야.
남 니가 왜 이러는지.. 알아. 나 군대 간 다음에도 넌 혼자였고.
내가 학교 다닌다고.. 아르바이트한다고 바쁠 때도 넌 혼자였고.
여 오빤 혼자 아니었어? 오빠도 마찬가지였어. 오빠 군대 갔을 때
나도 돈 버느라 바빴고. 오빠가 아르바이트 할 때 학교 다닐 때
나도 학교 다니고 나 살 길 찾느라 바빴어.
남 .......
여 우린 둘 다... 자기 인생을 챙기느라 너무나 바빠서...
이제..... 서로를 바라볼 시간이 없어졌어. 바라보지도 않을거면서
곁에 묶어두려고 하는 건. 너무 소모적인 일 아닐까.
(M)
so good bye /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여 그 사람도 날 잡지 않았다.
어쩌면 잡지 못했을 지 모른다.
그에겐 청춘밖에..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부산 내려갔다가 올라오면
언제 한번 만나자고.... 형식적인 인사를 했지만.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리고 삼년 후.... 난 결혼을 했다.
결혼식 준비를 할 때까지도 몰랐다.
그런데 아버지의 팔을 붙들고 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가 이래도 되나....
그 사람을 두고 이래도 되나....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그 순간.. 후회가.. 밀려들었다.
미칠 것 같은 그리움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땐 너무 늦었다.
(M) 늦은 후회 - 보보
----------------------1부 끝 ----------------------
* 잠시 후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M)
Blue Eyes Crying In The Rain / Olivia Newton John
(E)비오는 소리
(E) 전화기 버튼 누르는 소리, 그냥 탁 닫아버린다.
여 열 번도 넘게. 전화기를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이제 메모지를 보지 않고도
전화번호를 외울 수 있는데.
번호를 누를 수가 없다.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행복할 수 없었다.
남편은 늘 내가 딴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 같다고 했고.
나도 남편의 책망에 뭐라 대꾸할 수가 없었다.
그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몇 년 후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고 털어놓았을 때도
난 뭐라고 항의할 수가 없었다.
남편을 외롭게 만든 책임은 나에게 있는 것만 같았다.
이혼하고 또 3년이 흘렀다.
그러다가 바로 어제.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게 됐다.
번호를 알려준 고향 친구도
그 사람의 최근 소식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아직도 내 생각을 할 때가 있을까.
아주 가끔이라도 내 생각을 할까.
가령, 같은 이름을 만난다거나...
고향에 내려간다거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한번이라도 나를 떠올리기는 할까...
(M)
첫사랑 / 장필순
(E) 번호를 꾸욱꾹.. 누르는 소리
(E) 통화음
남 여보세요..
여 .....
남 여보세요.
여 ....
여 전화를 걸었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래.. 이건 아니다.. 생각했다. 그래서 전화를 끊으려는데.
남 은서야.
여 어떻게.. 나라는 걸.. 알았는지..
순간 멍해졌다.
남 은서지.
여 .... 어... (어렵게) 나라는 거.. 어떻게 알았어?
남 나도 니 번호 알고 있었어.
니 번호 우연히 알게 돼서... 전화기에 저장해 놨거든.
여 ...... 언제?
남 한 일년쯤 됐어.
여 ..... 내 번호를 안 지.. 1년이나 됐다구?
남 어...
여 .....
남 전화를... 할까... 백번도 넘게 망설였는데.
니 번호가 뜬 거 보고... 나도 많이 놀랬다.
여 .....아.... 그랬구나....
남 잘 살았어?
여 어.. 오빠두... 잘 지냈지....
남 ...........응..
여 ......그래...
남 ...........
여 뭐라고 해야 하나.
우리 사이의 시간만큼 길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에 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목메이게 떨리고. 또 기뻤다.
남 은서야..
여 어 오빠.
남 나 이번 주말에.. 집에 잠깐 내려갈건데...
여 아... 곧 어머니 제사지.
남 그런 것도 기억해..?
여 글쎄. 그냥 생각이 나네.
남 너 안 내려올래.. 한번 보고 싶다.
(M)
보고싶다 / 김범수
(E) 갈대밭 우는 소리
여 너무 일찍 왔나보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을
몇 번씩 매만지고. 거울을 꺼내 얼굴을 들여다 보고.
그러다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을 올려다본다.
갈대밭은 변하지 않았다.
세월이 변한 것도 모르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가을이 되면 그 사람 손을 잡고
꼭 이 자리에 와서 노을이 지는 풍경을 바라보곤 했었다.
여기선 늘 함께였지..
지금처럼 누구 하나가 먼저 와서 기다리는 일은 없었다.
(E) 걸어오는 소리
여 그 사람이다.
내 귀가 그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남 먼저 와 있었네.
여 방금 왔어.
남 바람 많이 분다.
여 여기가 원래 그렇잖아. 앞뒤 막힌 데가 없이 시원한 대신에...
바람이 지나는 길목이기도 하잖아.
남 맞아 그랬어..
여 엊그제 만났다가 오늘 또 만난 사람들처럼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바람 얘기를 했다.
오랜만이라느니... 너 참 많이 변했다느니...
그런 말은 일부러 피한 것도 아닌데
나오질 않았다. 우리는 계속 갈대 이야기. 노을 이야기. 하늘 이야기.
날씨 이야기. 계절 이야기를 했다. 정말 늘 만나왔던 사람들처럼.
(M)
즐거운 나의 하루 (vacal 신민아) / 유희열
(E)같이 걷는 소리
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해 얘기가 끝나 버렸는지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어진 우리는
그 드넓은 갈대밭을 걷기 시작했고.
그 말없는 시간은 한참이나 계속됐다.
그리고.
남 결혼했다는 소식은... 들었었어.
여 어... 그랬어?
남 아이는..?
여 없어.
남 한참 됐잖아.
여 헤어졌어. 그 사람이랑.
남 .....! 그래?
여 사람들 잘 몰랐을거야. 우리 엄마가 하두 쉬쉬해서... 고향 사람들도
그렇고... 친척들도 잘 몰라.. 엄마는 그게 참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하나봐.
남 ..... 그랬구나.
여 이제 내가 물을 차례다. 그런데 말이 떨어지질 않아
발치만 바라보며 걷고 있었다.
남 난... 결혼했다.
여 그래... 그랬을 거라고.... 당연히 그랬어야지.... 라고도
생각했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남 재작년에 했어.
여 (애써 아무렇지 않게) 아 그랬어?
남 어.
여 좋은 사람이지?
남 착한 여자.
여 그렇겠지. 잘됐다 오빠. 축하해. 너무.. 뒤늦은 감이 있지만.
남 고맙다.
여 ...... 아이는?
남 딸. 이제 돌 지났어.
여 아.... 그렇구나.
여 그렇구나...라고 말하는데.
휭...하고 가슴 속으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갑자기 춥다.
그 사람을 닮았을. 예쁜 여자 아이를 떠올리는 일이
참 아름다우면서도, 고통스럽다.
(M)
Love Hurts / Julienne Taylor
(E) 자판기 컵 떨어지는 소리
남 이 자리에 자판기가 다 생겼네.
여 그러게. 여기 예전엔 진짜 허허벌판이었는데.
남 자.. 마셔.
여 응..
남 내가 예전에 열 손가락 이야기 했던 거 기억나냐?
여 아... 기억나. 사람이 손가락이 열 개인 거는...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서 은혜를 몇 달 동안 입나...
헤아리기 때문이라고...
남 너한테 그 얘기 하기 전엔. 내 손을 볼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났는데.
너한테 그 얘길 하고 나서부터는. 내 손 볼때마다 니 생각 났었다.
여 (가볍게 웃으며) 진짜?
남 너 사람이 자기 손을 얼마나 자주 보게 되는지 알아?
여 글쎄...
남 나도 몰랐는데. 정말 자주 보게 되더라.
아침에 세수할 때. 손등에 로션 바를 때. 담배 필 때. 술 마실 때.
밥 먹을 때. 컴퓨터 할 때. 운전할 때....
여 ......
남 너랑 헤어지고. 니 욕 진짜 많이 했어.
이렇게 헤어질거면서... 왜 그런 소린 해서....
하루에도 이렇게 여러번.... 생각나게 만드나.....
(M)
I don't want to talk about it / Rod Stewart
(E) 전화벨 소리
남 여보세요. 어.. 도착했어. 밥은 먹었어?
은서는... 자? 그래.. 벌초 하고 저녁 차로 올라갈게.
여 ....!!! 딸 이름이.. 은서야?
남 어? 어..
여 나랑 이름이 같네?
남 어.. 그냥 어쩌다 보니까..
여 그랬구나..
남 ....
여 (감정 가다듬으며 애써 가볍게) 오빠 어쩌려고 그래.
자기 손 볼때마다 내 생각 났었다면서..
딸 이름을 첫사랑 이름으로 지어놓으면...
평생... 그 이름 부를 때마다. 내 생각 할라구?
남 그러게. 그 생각은 못했네.
여 참... 바보같네.
남 그러네...
(M)
Long Long Time / Rod Mckuen
(E) 걸어오는 소리
여 갈게.
남 나 때문에... 멀리까지 오게 해서..
여 아니야. 나두 여기 몇 년만인지.. 엄마아빠까지 다 올라오시고
나니까 올 일이 없어지더라구.
남 그래..
여 오빠. 우리 악수 한번 할래?
남 ...그럴까.
여 나는 여태 오빠를 정말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내 인생에. 오빠처럼 좋은 사람은.
하나밖에 없을거야.
남 .... 니가 믿어도 좋고. 믿지 않아도 좋지만.
난... 니가 결혼하고도. 너를 많이 기다렸었다.
아무 대책도 없이..
여 ..... 어... 그랬을거야... 믿어.
남 그리고... 지금... 마음이 참 아프다..
여 어... 알아.. 미안해.
여 인생에는 타이밍이 있다.
그때는 모른다.
이 순간을 아주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라는 걸.
그렇게 엇갈리고 나면. 아무리 돌이키고 싶어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난 부신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듯 하면서
몰래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그의 눈가에도
반짝.. 눈물이 어리는 것을.
난 보고 말았다.
(M) 주제음
잘가요 로맨스 / 박선주
2008-11-0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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