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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6일 목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64 화 - 잘가요 로맨스


(M) 잘가요 로맨스 / 박선주


* 오늘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은 어느 청취자의 실제 사연을

  각색한 것입니다. *


(E) 비오는 소리 + 와이퍼로 비 닦아내며 운전해 가는 소리


여     느릿느릿 비가 내린다.

        그 모양을 보면서 내 마음까지 느릿느릿해진다.

        바쁜 일이 있어 운전을 하며 가는 길인데 

        자꾸만 라디오 볼륨을 높이게 된다.

        거기서 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와 같은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에

        끄덕이게 된다.

        가야 할 길은 먼데. 마음은 자꾸만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M)  Famous Blue Rain Coat / Tori Amos


(E) 비오는 소리 계속


여     어제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게 됐다.

        친구가 불러주는 그 번호를 받아 적는데

        손에서 식은땀이 다 났다.

        정말 이 번호를 누르면

        그 너머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까.

        한때는 같은 하늘 아래 살면 그걸로 그만이라고도 생각했는데

        욕심 같은 건 다 덜어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사람의 전화 번호 하나 하나를 짚어가는 손가락 끝에도

        기쁨이 느껴진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내가 사랑했고... 내가 버렸던 그 사람은....

        어쩌면 내 청춘의 전부인 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M) Both sides now / Singers Unlimited


여     그 사람은 친한 친구의 삼촌뻘이었다.

        나이는 네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당시 나에겐 굉장한 어른처럼 느껴졌었다.


(E)자전거 타고 와서 멈춘다


남     (약간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은서야.

여     어.. 오빠.. 안녕하세요.

남     어디 가?

여     교회...

남     성가대 연습하러?

여     어떻게 아세요?

남     경화도 아까 나가더라.

여     아...

남     탈래?

여     자전거..에요? 나.. 무거운데..

남     괜찮아. 이 뒤에 쌀가마도 싣고 나르고 그러는데 뭐.

여     (민망) .... 나 쌀가마만큼 무겁진 않아요..

남     (웃고) 알았어. 얼른 타.

여     네... 그럼....


(E)자전거 달리고


남     니네 벌써 크리스마스 성가 연습한다면서?

여     네.

남     아직 한달도 넘게 남았는데?

여     그게 좀.. 양이 많아요. 연극도 있고. 특송도 있고...

        어? 근데 오빠 왜 이 길로 가요?

남     너 이쪽길에 갈대 핀 거 봤어?

여     갈대요? 못..봤는데?

남     맨날 지름길로만 다니니까 그런 좋은 구경도 못하지.

        있어봐. 보여줄게.


여     사실 못보긴 왜 못봤겠는가.

        친구들이랑 늘 걸어다니는 길인데.

        하지만 난 짐짓 모르는 척 했고.

        그 덕에....

        

(E)갈대밭에 이는 바람


여     와... 너무 이쁘다.

남     거 봐라. 사람이 좋은 길을 찾아다닐 줄 알아야 되는거야.

        계절이 주는 제일 큰 선물이 뭔데. 이런 풍경들 아니냐..

여     그러게요. 고마워요 오빠.

남     뭐 혹시.. 어디 가고 싶거나 그러면...

        누구 딴 사람한텐 말하지 말고.. 나한테 얘기해.

여     ...네?

남     나한테 얘기하라구. 같이 가게..

 

(M) 라붐 주제가 Reality / Richard Sanderson


여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누가 먼저 고백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 우리는 서로를 참 열심히 사랑했고.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어줌에 많이 감사했었다.

        어렸지만. 충실했고. 진실했다.

        물질적으론 가난했지만. 마음은 풍요로웠다.


남     넌 졸업하면 뭐할거야?

여     그냥.. 엄마 말대로 대충.. 있다가 시집가야지 뭐..

남     대학 안 가?

여     우리 형편에 지금 대학을 어떻게 가..

남     너 공부 잘하잖아. 아깝게.. 왜 안가..

여     몰라.. 언니들도 다 안갔는데.. 나만 가겠다고 어떻게 그래.

        우리 언니들은 나보다 다 공부 잘했단 말야.

남     그래도... 포기하지 마.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을테니까.

여     정말.. 그럴까?

남     어. 나만 믿어.

여     오빠는? 

남     나는 지금 돈 열심히 모으고 있잖아. 군대 갔다와서라도

        대학 꼭 갈거야.

여     멋지다... 오빠 우리 오늘 영화 볼래?

남     아니.. 오늘은 일찍 가봐야 돼. 우리 어머니.. 제사잖아.

여     아 맞다.... 누구 준비해줄 사람은 있어?

남     어. 누나가..

여     마음 안좋지.. 표정이 그래 보여.

남     너 그런 얘기 들어봤어? 사람이 손가락이 열 개인 거는...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서 은혜를 몇 달 동안 입나...

        헤아리기 때문이라고...
여
     .....

남     그 얘기 듣고는... 난 내 손 볼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나.


여     난 그의 빈손을 꼭 잡았다.

        

여     오빠.

남     (약간 쑥스럽기도 하고) 왜.. 임마..

여     앞으론 오빠 손 볼 때마다 내 생각 해. 어머니 생각하면

        슬퍼지는데. 내 생각하면. 기분 좋아질 거잖아. 응?

 

(M) 내가 사랑해 / 나무자전거 (feat. 서영은)


여     그때는 몰랐다.

        계절에만 끝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사랑에도 끝이 있다는 걸.

        영원히 타오를 것 같던 여름 태양이 지는 것처럼

        마음도 변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시들해질 수 있다는 걸.

        사랑에 다른 생각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그 사랑은 어느새 의무가 되고.

        의무가 되어버린 사랑처럼 갑갑하고 조여오는 덫은 없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모든 게 처음이었으니까.

        군대에 다녀온 그 사람은

        꿈꾸던대로 대학에 들어갔고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듬해 나 역시 그동안 모아온 돈을 모아

        대학에 입학했고

        그렇게 사는 곳이 달라지면서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서로를 생각하는 횟수 역시 그랬을 것이다.

        그 사람의 마음이 내게서 멀어지는 것을 느끼는 것만 서글픈 게

        아니었다. 

        내 마음이 그 사람을 배신하는 것을 보는 것이

        어쩌면 더욱 서글픈 일이었다.

        습관이 되어버린 사랑처럼. 허무하고 차가운 것은 없었다.

 

(M) 처음느낌 그대로 / 이소라


(E) 찻잔 소리


남     3주만인가?

여     어. 얼굴이 더 핼쓱해진 것 같어. 아직도 밤에 아르바이트 해?

남     창고 정리하는 거. 시급이 쎄.

여     몸 좀 추슬러가면서 해. 그러다 쓰러지면 공부고 뭐고....

남     (말 받아서) 아무 소용 없는 거 몰라? 밥도 잘 챙겨먹고

        담배 좀 그만 피고. 담배값만 아껴도 아르바이트 하나는 줄이겠다.

        ....... 이 말하려고? 이제 아주 외웠다.

여     치....

남     실습 나간다구?

여     어. 부산으로...

남     멀리 가네?

여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

남     언제 가?

여     내일.

남     언제 오는데?

여     한달 쯤?

남     그래.. 잘 다녀와.

여     오빠.. 사실은 나 할 말 있어.

남     ..........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 나 담배 한 대만 피워도 돼?

여     안된댔지. 담배 좀 끊어 좀.

남     ......알았어. 안 피울게. ... 말해.

여     어.. 담배 끊고.. 술도 줄이고.. 애써 번 돈.. 친구들 만나면

        맘 약해져서 다 쓰는 거... 그런 것도 하지 마. 속상해.

남     .......왜 그래..

여     언제나 오빠가 잘 되기를 바랄거야. 진심이야.

남     은서야.

여     싫어져서가 아니야. 그냥... 앞으로도 오랫동안 오빠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어서야.

남     니가 왜 이러는지.. 알아. 나 군대 간 다음에도 넌 혼자였고.

        내가 학교 다닌다고.. 아르바이트한다고 바쁠 때도 넌 혼자였고.

여     오빤 혼자 아니었어? 오빠도 마찬가지였어. 오빠 군대 갔을 때

        나도 돈 버느라 바빴고. 오빠가 아르바이트 할 때 학교 다닐 때

        나도 학교 다니고 나 살 길 찾느라 바빴어.

남     .......

여     우린 둘 다... 자기 인생을 챙기느라 너무나 바빠서...

        이제..... 서로를 바라볼 시간이 없어졌어. 바라보지도 않을거면서

        곁에 묶어두려고 하는 건. 너무 소모적인 일 아닐까.

 

(M) so good bye /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여     그 사람도 날 잡지 않았다.

        어쩌면 잡지 못했을 지 모른다.

        그에겐 청춘밖에..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부산 내려갔다가 올라오면

        언제 한번 만나자고.... 형식적인 인사를 했지만.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리고 삼년 후.... 난 결혼을 했다.

        결혼식 준비를 할 때까지도 몰랐다.

        그런데 아버지의 팔을 붙들고 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가 이래도 되나....

        그 사람을 두고 이래도 되나....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그 순간.. 후회가.. 밀려들었다.

        미칠 것 같은 그리움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땐 너무 늦었다.

 

(M) 늦은 후회 - 보보


----------------------1부 끝 ----------------------


* 잠시 후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M) Blue Eyes Crying In The Rain / Olivia Newton John


(E)비오는 소리

(E) 전화기 버튼 누르는 소리, 그냥 탁 닫아버린다.


여     열 번도 넘게. 전화기를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이제 메모지를 보지 않고도

        전화번호를 외울 수 있는데.

        번호를 누를 수가 없다.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행복할 수 없었다.

        남편은 늘 내가 딴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 같다고 했고.

        나도 남편의 책망에 뭐라 대꾸할 수가 없었다.

        그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몇 년 후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고 털어놓았을 때도

        난 뭐라고 항의할 수가 없었다.

        남편을 외롭게 만든 책임은 나에게 있는 것만 같았다.

        이혼하고 또 3년이 흘렀다.

        그러다가 바로 어제.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게 됐다.

        번호를 알려준 고향 친구도

        그 사람의 최근 소식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아직도 내 생각을 할 때가 있을까.

        아주 가끔이라도 내 생각을 할까.

        가령, 같은 이름을 만난다거나...

        고향에 내려간다거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한번이라도 나를 떠올리기는 할까...

 

(M) 첫사랑 / 장필순


(E) 번호를 꾸욱꾹.. 누르는 소리

(E) 통화음


남     여보세요..

여     .....

남     여보세요.

여     .... 


여     전화를 걸었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래.. 이건 아니다.. 생각했다. 그래서 전화를 끊으려는데.


남     은서야. 


여     어떻게.. 나라는 걸.. 알았는지..

        순간 멍해졌다.


남     은서지.

여     .... 어... (어렵게) 나라는 거.. 어떻게 알았어?

남     나도 니 번호 알고 있었어.

        니 번호 우연히 알게 돼서... 전화기에 저장해 놨거든.

여     ...... 언제?

남     한 일년쯤 됐어.

여     ..... 내 번호를 안 지.. 1년이나 됐다구?

남     어...

여     ..... 

남     전화를... 할까... 백번도 넘게 망설였는데.

        니 번호가 뜬 거 보고... 나도 많이 놀랬다.

여     .....아.... 그랬구나....

남     잘 살았어?

여     어.. 오빠두... 잘 지냈지....

남     ...........응..

여     ......그래...

남     ...........


여     뭐라고 해야 하나.

        우리 사이의 시간만큼 길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에 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목메이게 떨리고. 또 기뻤다.


남     은서야..

여     어 오빠.

남     나 이번 주말에.. 집에 잠깐 내려갈건데...

여     아... 곧 어머니 제사지.

남     그런 것도 기억해..?

여     글쎄. 그냥 생각이 나네.

남     너 안 내려올래.. 한번 보고 싶다.

 

(M) 보고싶다 / 김범수


(E) 갈대밭 우는 소리


여     너무 일찍 왔나보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을

        몇 번씩 매만지고. 거울을 꺼내 얼굴을 들여다 보고.

        그러다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을 올려다본다.

        갈대밭은 변하지 않았다.

        세월이 변한 것도 모르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가을이 되면 그 사람 손을 잡고

        꼭 이 자리에 와서 노을이 지는 풍경을 바라보곤 했었다.

        여기선 늘 함께였지..

        지금처럼 누구 하나가 먼저 와서 기다리는 일은 없었다.

        

(E) 걸어오는 소리


여     그 사람이다.

        내 귀가 그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남     먼저 와 있었네.

여     방금 왔어.

남     바람 많이 분다.

여     여기가 원래 그렇잖아. 앞뒤 막힌 데가 없이 시원한 대신에...

        바람이 지나는 길목이기도 하잖아.

남     맞아 그랬어..


여     엊그제 만났다가 오늘 또 만난 사람들처럼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바람 얘기를 했다.

        오랜만이라느니... 너 참 많이 변했다느니...

        그런 말은 일부러 피한 것도 아닌데

        나오질 않았다. 우리는 계속 갈대 이야기. 노을 이야기. 하늘 이야기.

        날씨 이야기. 계절 이야기를 했다. 정말 늘 만나왔던 사람들처럼.

 

(M) 즐거운 나의 하루 (vacal 신민아) / 유희열   


(E)같이 걷는 소리


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해 얘기가 끝나 버렸는지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어진 우리는

        그 드넓은 갈대밭을 걷기 시작했고.

        그 말없는 시간은 한참이나 계속됐다.

        그리고.


남     결혼했다는 소식은... 들었었어.

여     어... 그랬어?

남     아이는..?

여     없어.

남     한참 됐잖아.

여     헤어졌어. 그 사람이랑.

남     .....! 그래?

여     사람들 잘 몰랐을거야. 우리 엄마가 하두 쉬쉬해서... 고향 사람들도

        그렇고... 친척들도 잘 몰라.. 엄마는 그게 참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하나봐.

남     ..... 그랬구나.


여     이제 내가 물을 차례다. 그런데 말이 떨어지질 않아

        발치만 바라보며 걷고 있었다.


남     난... 결혼했다.


여     그래... 그랬을 거라고.... 당연히 그랬어야지.... 라고도

        생각했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남     재작년에 했어.

여     (애써 아무렇지 않게) 아 그랬어?

남     어.

여     좋은 사람이지?

남     착한 여자.

여     그렇겠지. 잘됐다 오빠. 축하해. 너무.. 뒤늦은 감이 있지만.

남     고맙다.

여     ...... 아이는?

남     딸. 이제 돌 지났어.

여     아.... 그렇구나.


여     그렇구나...라고 말하는데.

        휭...하고 가슴 속으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갑자기 춥다.

        그 사람을 닮았을. 예쁜 여자 아이를 떠올리는 일이

        참 아름다우면서도, 고통스럽다.

 

(M) Love Hurts /  Julienne Taylor

 


(E) 자판기 컵 떨어지는 소리

남     이 자리에 자판기가 다 생겼네.

여     그러게. 여기 예전엔 진짜 허허벌판이었는데.

남     자.. 마셔.

여     응.. 

남     내가 예전에 열 손가락 이야기 했던 거 기억나냐?

여     아... 기억나. 사람이 손가락이 열 개인 거는...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서 은혜를 몇 달 동안 입나...

        헤아리기 때문이라고...

남     너한테 그 얘기 하기 전엔. 내 손을 볼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났는데.

        너한테 그 얘길 하고 나서부터는. 내 손 볼때마다 니 생각 났었다.

여     (가볍게 웃으며) 진짜?

남     너 사람이 자기 손을 얼마나 자주 보게 되는지 알아?

여     글쎄... 

남     나도 몰랐는데. 정말 자주 보게 되더라.

        아침에 세수할 때. 손등에 로션 바를 때. 담배 필 때. 술 마실 때.

        밥 먹을 때. 컴퓨터 할 때. 운전할 때....

여     ......

남     너랑 헤어지고. 니 욕 진짜 많이 했어.

        이렇게 헤어질거면서... 왜 그런 소린 해서....

        하루에도 이렇게 여러번.... 생각나게 만드나.....

 

(M) I don't want to talk about it / Rod Stewart


(E) 전화벨 소리


남     여보세요. 어.. 도착했어. 밥은 먹었어?

        은서는... 자? 그래.. 벌초 하고 저녁 차로 올라갈게.

여     ....!!! 딸 이름이.. 은서야?

남     어? 어..

여     나랑 이름이 같네?

남     어.. 그냥 어쩌다 보니까..

여     그랬구나.. 

남     ....

여     (감정 가다듬으며 애써 가볍게) 오빠 어쩌려고 그래.

        자기 손 볼때마다 내 생각 났었다면서..

        딸 이름을 첫사랑 이름으로 지어놓으면...

        평생... 그 이름 부를 때마다. 내 생각 할라구?

남     그러게. 그 생각은 못했네.

여     참... 바보같네.

남     그러네... 


(M) Long Long Time / Rod Mckuen


(E) 걸어오는 소리

여     갈게. 

남     나 때문에... 멀리까지 오게 해서..

여     아니야. 나두 여기 몇 년만인지.. 엄마아빠까지 다 올라오시고

        나니까 올 일이 없어지더라구.

남     그래..

여     오빠. 우리 악수 한번 할래?

남     ...그럴까.

여     나는 여태 오빠를 정말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내 인생에. 오빠처럼 좋은 사람은.

        하나밖에 없을거야.

남     .... 니가 믿어도 좋고. 믿지 않아도 좋지만.

        난... 니가 결혼하고도. 너를 많이 기다렸었다.

        아무 대책도 없이..

여     ..... 어... 그랬을거야... 믿어.

남     그리고... 지금... 마음이 참 아프다..

여     어... 알아.. 미안해.


여     인생에는 타이밍이 있다.

        그때는 모른다.

        이 순간을 아주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라는 걸.

        그렇게 엇갈리고 나면. 아무리 돌이키고 싶어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난 부신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듯 하면서

        몰래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그의 눈가에도

        반짝.. 눈물이 어리는 것을.

        난 보고 말았다.

 

(M) 주제음    잘가요 로맨스 / 박선주


    






2008-11-06(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