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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62 화 - 아내가 바람났다
(M) 주제음 Rain / Uriah Heep
(E) 바람 불며 비오고
(E) 대문 열고 들어온다
남 어 추워
(E) 마당 동동거리며 걸어가고
남 여보
(E) 미닫이 문 드르륵 열리며
여 와요?
남 어. 옷을 너무 얇게 입고 갔잖아.
여 왜 내 탓인 것처럼 툴툴대요?
남 당신 탓이지.
여 아 그거 골라입고 나간 거 당신이에요.
남 옆에서 뭐해? 일기예보 같은 거 미리미리 보고
다른 거 입어라 했어야지.
여 어으.. 내가 앓느니 죽지.
남 밥 줘. 배고파.
(E) 문 드르륵 열고 들어간다.
여 어으 어으. 지겨워 저놈의 밥 타령 진짜.
(M) Blue eyes crying in the rain / Olivia Newton-John
(E) 밥상 들고 와서 바닥에 탁 놓는다
여 먹어요.
(E) 국물 떠먹고
남 왜 이렇게 짜?
여 짜긴 뭐가 짜요. 생트집 잡지 말고 그냥 좀 먹어요.
(E) 숟가락 탁 놓으며
남 요새.. 뻑하면 반항인 거 알아?
여 반항? 하. 내가 열다섯 사춘기 소녀에요?
남 예전엔 안 이랬잖아. 국이 짜. 그러면 짜요? 그러면서
얼른 다시 끓여내오고.
여 나도 늙어서 그래요. 갱년기 몰라요?
남 사춘기 아니고 갱년기여도 반항을 한다?
여 당신은 어떻게 나이 들수록 말이 많아져요?
남 ...뭐?
여 여자 수다, 남자 수다를 못 당한다더니. 딱 그래.
오늘 비오잖아요.
남 비 와서 뭐?
여 가을이 더 깊어지는 비 아니유.
남 뭐가 더 깊어져?
여 가을요 가을.
남 여름 가면 가을 오는 거 당연한 거 아냐? 언제 안 오는
가을 첨 왔어? 진짜 사춘기야?
여 갱년기라니까요 갱년기! 얼굴이 화뜩화뜩 더워 죽겠고.
내 인생을 생각하면 갑자기 여기서 그냥 뜨거운 게
확확 치밀고. 그러다가 갑자기 오슬오슬 춥고.
맥 빠지고. 다리 풀리고. 모든 게 허무하기만 한
갱년기요. 갱년기.
(M) Macho Man / Village People
(E) 신문 펼쳐보는
남 신문에 요새 우울증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많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건가. 내 아내도 그런건가.
(E) 방문 드르륵 열리며 들어온다.
남 거 뭐야?
여 배에요. 당신 목이 칼칼하다면서요.
남 그 옆에는.
여 커피요.
남 거 몸에도 안좋다는데 커피는.
여 몸에 안좋은 게 아니라. 돈 아까워서겠지. 당신 같은
생노랭이 영감 생각하는 게 딱 그런 거 아니겠어요?
남 이 사람이 사람을 중상모략해도 유분수지.
사람이 순수하게 당신 건강 생각해주면. 고맙다곤
못할 망정.
여 내 건강요? 내 건강 생각해줬으면 진작에 집수리부터
했어야지. 요샌요 시골서도 아무도 이런 집 안살아요.
남 또 집타령이야?
여 내가 이 집에서 삼십년을. 어이구 징그러워라.
아파트로 이사 좀 가자고..가자고..
남 아파트 거 뭐 좋아? 내 마당도 없고.
자고로 집은. 이렇게 마당있고. 마루도 있고. 그래야...
여 그 좋아하는 마당 한번 쓸어봤어요? 마루 한번 닦아
봤어요?
남 당신 이리 좀 와봐.
여 아 왜 이래요. 이거 놔요.
남 아니 이마에 열 있나 좀 재보게. 어디 아픈 거 같애.
왜 이래? 막내 시집 보내고 나서. 좀 이상해진 거
아냐?
여 사람이 이렇게 둔해. 막내 시집 보내고 이상해진 게
아니라. 막내 시집 가기만을 기다렸던 거에요.
남 기다려? 뭘 기다려?
여 나 지난 삼십년 동안 좋았던 시절은. 신혼 때 잠깐.
뭐 그 삼개월? 그 정도였지. 그 후론 늘 지옥이었어요
알기나 해요?
남 내가 뭘 어쨌길래? 내가 바람을 폈어? 집에 돈을
안 갖다줬어? 뭘 어쨌다고. 지옥이야?
여 차라리 바람을 폈으면. 돈이나 안갖다 줬으면.
딱 갈라설 명분이나 있지. 당신이 얼마나 사람 목을
옭죄었는지. 당신 스스론 잘 모를거유.
남 허..참.. 뭘 잘못먹었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여 황혼이혼 당하고 싶지 않으면요. 지금부터
날 그냥 내버려 두세요.
남 ...뭐?
여 나 혼자만 쓸 돈으로 한달에 50만원씩 주구요.
그돈은 나만 쓰는 거고. 나를 위해서만 쓰는 거니까.
어따썼냐. 왜 썼냐. 묻지도 말고.
남 하하...
여 그럴거에요 말 거에요.
남 참 무슨.. 호랑말코같은 소릴 다 듣겠네.
여 싫다는 거에요?
남 싫고 좋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어. 배 맛 다 떨어져.
여 ...
남 뭘 봐.
여 그래요. 나중에 후회하지나 말아요.
(M) 울면서 후회하네 / 주현미
(E)비오는 소리
남 가게 창밖으로 내리는 비가 그칠 줄을 모른다.
오늘도 장사는 공 칠 모양이다.
요새 불경기는 불경기다.
이사철에 결혼철이 겹쳤는데도
가구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예전같지 않다.
가끔 손님이 있어도. 비싼 가구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저렴하고 실속있는 것만 고른다.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판에
물정 모르는 아내는 자기 생각만 한다.
자기 인생 생각만 한다.
돈을 안 벌어봤으니 알 턱이 있나.
돈을 쉽게 번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내놓는 가장의 심정을.
부침이 많은 사업을 하면서도
지난 30년. 한번도 날짜를 어기지 않고
생활비를 내놓기 위해. 내가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그 여자가 알 턱이 있나.
그 여자만 외로운 게 아니다. 나도.. 외롭다.
(E)빗소리 거세지고
(M) My solitude home / Rod Mckuen
(E) 비는 계속 내리고
(E) 대문 여는 소리
(E) 들어오는
남 에으 이놈의 비는.. 며칠을 내리는거야.
여보! 나 왔어.
남 뭔가 이상하다. 방에 불이 꺼져 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며칠전부터 이상한 소리만 해대던 아내..
안색이 창백하니 좋지 않던 아내가..
혹시 쓰러졌거나..
아니면... 이상한 마음을 먹은 게 아닌가..
순간 별별 예감이 다 들었다.
(E) 뛰어올라가고
(E)방문 벌컥 여는
남 여보!
남 아무도 없었다.
장롱 문을 열어보았다. 다행히 옷짐을 싸서 나간 건
아닌 듯 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 주저앉다가
문득 화가 났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지 인생이 허무하면. 내 인생은 뭐 얼마나 알꽉 찬 열매
같을까봐?
나도 막내까지 결혼해 내보내고 나니. 하루에도 열두번씩
마음속에 찬바람이 왔다갔다 한다.
점점 끝이 보이는 것 같은 인생에. 배신감도 느낀다.
팔팔했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이제 다시는 그때로
못돌아간다 깨달으면. 마음도 쓰리다.
누군 안그런가.
그런데 자기 인생만 인생인 것 마냥. 나를 몰아세우고.
눈을 흘겨대는 아내가. 얄밉고. 괘씸하다.
남 이 여자.. 들어오기만 해봐라. 지금이 몇신데 나가서
아직도 안 들어오고. 저녁도 안차려놓고 말이야.
(E) 밥통 뚜껑 열어보면
남 배고파 죽겠는데.. 밥도 안해놓고...
남 내 심정이야말로. 텅빈 밥통이다.
(M) 쉰밥과 우산 하나 / 문진오
(E) 대문 열고 나오는
남 11시가 넘어도 안들어오는 아내 걱정에 문을 열고
나가 골목을 서성였다. 들어오기만 해봐라... 하면서도
속으로는 또다시 걱정이 됐다. 밖에 나갔다가 뭔 일
당한 거 아닌가. 전화도 안되고.. 이럴 여자가 아닌데.
(E) 차 멈춰서는
남 이때. 골목 끄트머리로 고급스러운 차 한 대가
멈춰섰다. 헤드라이트에 눈이 부셔 잠깐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돌아보는 순간. 난 기절할 뻔 했다.
은빛 성성한 중년 남자가 장우산을 들고 내려
보조석의 문을 열었고. 거기선 아내가 살포시 나왔기
때문이다.
(M) Rain and Tears / Demis Roussos
---------------------1부 끝 ------------------
* 잠시 후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2부가 이어집니다.
(E)비오는 소리
여 (멀리서) 바래다 주셔서 감사해요 오빠. 조심해서
가세요.
남 오...빠? 나이 오십이 훌쩍 넘은 여자가.
아니지. 낼모레면 육십 다 되는 여자가. 오빠?
기가 막혔다. 거기에 그 살살 웃는 눈웃음은
삼십년전에 보고 못 본 것이었다.
저 여자가 저렇게 딴 짓을 하고 다녔으니
돈을 달라는둥 자유를 달라는 둥
헛소리를 했던 게지.
(E) 차 붕 떠나는 소리 멀리서 나고 -
(E) 걸어오는 소리
여 (헉 놀라는) 여보.
남 여보?
여 ....
남 당신 나 좀 봐.
여 (담담) 이상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 당신도 아는 사람이야.
창식이오빠.
남 뭐? 누구 오빠?
여 지물포 둘째 아들 창식이 오빠. 당신도 알잖아.
남 아니 그 형을.. 다.. 당신이 왜 만나?
여 당신 기억 안나? 창식이 오빠 첫사랑이 나잖아.
남 뭐?
여 얼마전에 텔레비 드라마 보는데. 중년남자가 첫사랑
찾는 장면이 나오더래. 그거 보니까. 딱 내 생각이
나더라나 뭐라나.
남 뭐가 어째?
여 그래서 밥 한번 먹재서. 근사한 데 가서 밥 얻어먹고.
아휴우... 한잔에 만오천원짜리 커필 다 얻어먹었네.
남 뭐.. 한잔에 만오천원?
여 그래. 그런 커피도 있대? 야경 근사한 호텔 커피숍엔?
남 비오는데 야경이 근사해봤자지 무슨!
여 당신이 뭘 알겠어. 물안개에 젖은 도시 야경이 얼마나
이쁜지.
남 뭐..뭐?
여 나 먼저 들어가. 당신은 들어오고싶을 때 들어오든가..
(E) 걸어들어가는
남 여보! 여보!
(M) Forever / Stratovarius
(E) 로션 탁탁 바르는 소리
남 아 다 저녁에 뭘 그렇게 쳐발라.
여 쳐바르다니. 말 그렇게 밖에 못해요?
남 안하던 짓 하니까 그러는 거 아냐. 그런 거 바른다고
주름이 펴져? 갑자기 짱짱한 이십대로 돌아갈 것 같애?
여 (훗) 창식이 오빠가 그럽디다. 나 하나도 안 늙었다고.
남 그 자식.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 하라 그래.
이렇게 쭈그렁방탱이가 됐는데 하나도 안 늙긴 뭐가
안늙어?
여 (그러거나 말거나) 오빠 눈엔 그대로래요. 특히 초롱초롱한
눈매는 정말 그때랑 똑같다면서. 몇 번을 감탄하는지.
남 하하하... 초롱초롱? 나 당신 눈 빛날 때는.. 내가 돈 갖다
줄때. 그때밖에 못봤네.
여 그게 자랑이에요?당신이 얼마나 내 눈을 빛나게 해 줄
일을 안해줬나. 얼마나 나로 하여금 지리한 인생을 살게 했나
뭐 그런 반성은 안들어요?
남 반성이 다 얼어죽었나보다. 거 다시 쓸데없이 나돌아다니
기만 해.
여 왜요? 창식이 오빤. 가끔 이렇게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교외로 드라이브도...
남 (버럭) 뭐야!!!!
여 깜짝이야. 왜 그래요.
남 안하던 짓 하면 죽을 날이랬어. 당신 왜 이래? 나 혼자
두고 먼저 갈라구? 엉? 애들 알면 난리나. 부끄러운 줄
알고. 오늘 일은 내가 눈감아줄테니까. 다신 이런 짓
하지 마! 알았어?
여 (지지 않고) 나는요. 별로 잃어버릴 게 없어서 두려울
것도 없어요. 당신이 갈라서자면 갈라서도 돼요.
남 뭐야? 당신... 창식인지 창잔지 하는 자식이
한번 만나서. 그대로다, 초롱초롱하다, 해주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정신 차려 이 여자야.
그거 믿고 이렇게 날뛰는거면..
여 그거 믿고 이러는 거 아니에요. 당신이야 말로
정신 차려요. 내 한몸 여생 사는데. 돈이 크게 들지도
않을거고. 그 정도 돈이야 잘 키워논 내 아들 딸들이
대줄 능력 될 거고. 나는 남은 시간만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 하면서
살고 싶을 뿐이에요.
남 허..... 완전히 돌았구만.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어 당신!
드라마랑. 현실이. 같은 줄 알아? 당신이 김혜자야?
(M) 그대를 사랑합니다 / 유승찬
남 아내의 반항은 계속됐다.
아침을 차려주지 않는 일도 부지기수였고.
저녁에 돌아왔을 때. 밥도 해놓지 않고
외출하는 일도 종종 생겼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E)방문 드르륵 열고들어오는
남 (차분) 이제 오는거야?
여 네.
남 어디 갔다 와. 또 창식이 만났어?
여 창식이 오빠가 당신 또래에요? 예전엔 그 오빠 앞에서
눈도 크게 못뜨던 사람이.
남 내가 언제 눈을 크게 못떠? 나 원래 눈이 별로 안 큰
사람이야!
여 자랑이네요.
남 그래서. 창식이 만나고 오는거냐구!
여 아니에요. 내가 유부남을 또 만날 일이 뭐 있어요.
남 그럼 그렇지... 그 말에 잔뜩 구겨졌던 마음이
풀먹여 다림질이라도 한 듯이
활짝 펴졌다.
여 이제 됐죠? 나 씻고 올께요.
남 (누그러진) 잠깐 앉아봐.
여 왜요.
남 내가... 맥주 몇 개 사다놨는데. 치킨 시켜서 먹자구.
여 하.. 웬 일이에요? 직원들 회식은 시켜줘도
나한테 고기 한점 사주는 건 아까워 벌벌 떠는 사람이?
남 내가... 언제...
남 ....라고 하면서도. 내가 정말 그랬었나... 싶어
좀 미안해졌다.
(M)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s / Elton John
(E) 귀뚜라미 소리
(E) 맥주캔 따는
남 다리 좀 먹어봐.
여 치..
남 왜.
여 그런 소리 거의 첨 듣네요. 치킨 한 마리 시켜 먹어도
다리 한쪽은 당신. 한쪽은 첫째. 날개는 둘째.
뭐는 누구... 챙겨줄 거 다 챙겨주면서도.
어디 나한테 이거 먹어봐라 말이나 한마디 했었어요?
남 당신은 알아서 잘 먹잖아.
여 알아서 잘먹긴.
남 ... 알았어. 그건... (말하기 좀 그렇지만) 내가 뭐..
좀 무심했다 치지.
여 됐어요. 무심했다면 무심했다지. 그렇다 치지는 또 뭐야.
남 당신 요새 나한테 왜 이렇게 삐딱해?
여 ....
남 나도 할만큼은 했다고 생각해. 내가... 큰소리 칠 때가
어딨어. 집밖에 더 있어? 당신이랑 애들 앞에서나
큰소리치지... 밖에 나가면 내가 누구 앞에서 그러겠어.
큰소리는 커녕... 남들 비위 맞추느라 바쁘지. 그래야
먹고 사니까. 그래야.. 당신이랑 애들 거둬멕인다고
철썩같이 믿고 살았으니까.
여 ........
남 내가 큰소리친다고 받아줄 사람.. 당신밖에 더 있었냐고.
(M) 당신 / 김정수
(E)귀뚜라미 소리 계속되고
여 정신없이 삼십년 살았는데. 참 그럽디다.
내가 여태 뭐하고 살았나.
마음이 공허하니까 누구라도 붙잡고 얘기하고 싶은데
삼십년동안 집에만 있느라.. 친구 하나 사겨놓질
못했고. 애들 붙잡고 얘기하려니.. 다들 지 일 하느라
바쁘고. 당신은 뻑하면 우는 소리 한다느니 하면서
신세타령은 입도 뻥긋 못하게 하고...
남 맨날... 입만 열었다 하면 내인생이 어떻고 하는데...
그렇잖어. 꼭 내가 당신 인생 그렇게 만들었다
질책하는 것 같아서...
여 왜요. 왜 그런 맘 없겠어요.
창식이 오빠 만나보니까. 번듯하게 5층짜리
건물 사장님 돼서. 팔자 좋던데요.
집도 분당 어디에 전원 주택 멋지게 지어놨대요.
남 그래서! 부러워?
여 안부럽다는 대답을 기대했겠지만. 부럽대요.
남 ........하... 거... 참 여자들이란...
여 여기서 여자 남자가 왜 나와요?
인간 마음 다 똑같지.
남 그래서 어쩌겠어. 물러줘?
여 물러달라면 물러줄래요?
남 우리 애들은! 우리가 인생 무르면 우리 애들도 없어.
여 협박할 게 애들 밖에 없지...
남 인생 뭐 있나. 다 필요 없는 거야.
건강하고 착실하고 착한 애들 벌었잖아.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알아?
여 ....건 알아요.
남 당신 반항이 영 쓸데 없었던 건 아니야.
여 ?
남 속에 뭘 품고 있는지. 최소한 내가 알았잖아.
여 그래서. 앞으론 좀 잘해줄거에요?
남 잘해주기는. 뭘. 그냥.. 알았다 이거지.
여 내가 뭘 바라겠어요. 여자는 정말.. 다 필요없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말 한마디.. 그거면 되는건데.
왜 그거 하날 못해서. 평생을 들볶이며 사는지....
남 ....
여 피곤해요. 그거 치우고 이불 좀 깔아봐요.
남 내가?
여 삼십년 간 내가 한 거 당신이 좀 하면
하늘이 무너져요. 땅이 꺼져요?
남 하늘이 무너진다. 왜.
여 아으 증말.
남 비켜봐. 이불 깔게.
(E) 장롱 문 열고
(E) 이불 까는
여 나 자요. 맥주 고거 마셨다고 몸이 꺼지는 거 처럼
피곤하네..
남 그래.. 자.
(E) 문 열고 나오는
(E) 풀벌레 소리
남 금세 잠이 든 아내를 뒤로 하고
마당으로 나왔다.
아내의 말대로. 삼십년 동안 아내의 손에
길들여진 마당이. 소담하게 가을 밤 풍경을
담아내고 있었다.
비그친 후. 풀벌레 소리가.
더욱 맑다.
(M) 주제음 Rain / Uriah Heep
2008-1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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