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조회:
2008년 10월 9일 목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60화 - 사랑의 기술


(M) 주제음    

something stupid /  Robbie Williams and Nicole Kidman


여     나도 처음엔. 그 사람에게

        정말 아무 관심 없었다.

        내가 아주 잘난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못난 것도 아니었고

        나이가 아주 어린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넘치게 많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텔레비전 드라마를 볼 때마다

        나도 원빈이나 배용준 같은 꽃미남과

        연애를 하지 말라는 법 없다는..

        허황된 꿈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했고.

        친구들이 연봉 얼마 짜리 남자를 만난다는 둥

        차가 뭐라는 둥 얘기하면

        나도 적어도 저 정도 급의 남자를 만나야지...

        라며 각오를 다져보기도 했다.

 

(M) 신데렐라 - 서인영


여     나름 도도했던 나에게

        그 사람은 내 이상형의 범주엔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E) 사무실 소음


남     윤대리님.

여     아.. 오셨어요?

남     김과장님 오늘 컨디션 좀 어때요?

여     뭐 맨날 그렇죠. 조울증이에요 조울증.

남     그러니까. 오늘은 조증이냐구, 울증이냐구.

여     글쎄요. 사모님이랑 싸워서 아침 못얻어먹고 나왔다

        그러긴 하던데?

남     예? 아.. 오늘 죽었네..

        윤대리님이 옆에서 펌프질 좀 잘해줘요.

여     내 말 듣나요 뭐..

남     진짜 안된다니까. 나도 좀 먹고 삽시다.


여     그는 우리 회사에 수주를 하는 작은 납품회사의 이사였다.

        처음엔 이사라고 해서. 젊은 나이에 대단하다며

        그가 올 때마다 녹차도 타 주고. 커피도 타 주고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직원 수 달랑 4명의 작은 회사에

        사장, 부사장, 다음 서열인 이사였고.

        그 아래로는 평사원이 한명 있다고 했다.

        그는 늘 우리 부장이나 과장의 눈치를 살펴야 했고.

        그런 사람이 내 눈에 찰 리가 없었다.


남     그런데 윤대리.. 오늘 끝나고 뭐해요?

여     뭐하긴 뭐해요. 집에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야지.

남     윤대리는 이런 게 매력이야. 이렇게 톡톡 쏘는 거.

여     매력은 무슨. 저기 과장님 오시잖아요.

        가서 얘기나 잘해봐요.

남     어. 오시네.. 나 넥타이 괜찮아요?

여     뭐 선 보러 가요? 좀 비뚤어졌네.

남     바로 좀 해 줘봐요.

여     아우.. 내가 왜. 이렇게 해 봐요. 됐어요.

남     고마워. (좀 멀어지며) 과장님... 안녕하셨어요...

 

(M) 안녕하세요 - 삐삐밴드


(E) 복도 걸어가는데


남     (뛰어오는 듯 가까워지는 목소리로) 윤대리. 어디 가요?

여     회사 식당에 밥 먹으러요.

남     왜 혼자 가? 윤대리 혹시 왕따?

여     아 그냥 혼자 밥 먹으면서 책 보는 게 더 좋아서 그래요.

남     좋겠다. 회사에 식당도 있고.

        우린 맨날 도시락 싸와서 먹잖아.

여     이사님두요?

남     당연하지. 나 또 불쌍한 자취생인데. 아침마다 일어나서

        도시락 싸느라 피곤해.

여     네에. 오늘은 안싸오셨어요?

남     오늘은 외근하는 날이라 안싸왔지. 나 밥 좀 사주면 안돼?

여     내가 왜요?

남     그럼.. 내가 사줄까?

여     나 식권 있거든요?

남     아니. 회사 식당에서 말고. 밖에서.

        공원 옆에 브런치 레스토랑 새로 생겼는데.

        잡지에도 나오고 막 그러더라구?

여     ...... 그래요?

남     응. 같이 먹을거지?

여     그런데요. 아까부터 왜 자꾸 반말하세요?

 

(M) Girlfriend - Avril Lavigne


(E) 레스토랑 소리들


여     음.. 맛있네요. 분위기도 좋고...

남     우리 윤대리. 밖에서 보니까 또 색다른 느낌이다.

여     다르긴 뭐가.

남     윤대리가 말이야. 왜 이렇게 옷빨이 잘 받나..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거든?

여     (싫지 않은) 뭘.. 곰곰이씩이나... (흠..) 왜 그런 거 같은데요?

남     비율이 좋아. 황금비율..

여     (좋은 거 참으며) 어머.. 오호호.. 무슨.. 황금비율은요..

        하하하..

남     아니야. 윤대리가 얼핏 키가 작아 보이지?

        근데 자세히 보면 다리가 길어.

여     제가.. 원래 허리는 짧고 다리 긴 걸로 유명해요.

남     거봐. 그럴 줄 알았다니까? 얼굴도 작잖아.

여     네. 어떤 사람들은 자꾸만 저보구 얼굴 크다고 하는데요.

        그게 알고 보면 어깨가 좁아서 그런 거거든요.

        상대적인 거..

남     그렇지. 그냥 어깨 빼고 얼굴 자체만 놓고 보면

        윤대리 얼굴은 절대로 큰 얼굴이 아니야.

여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화장품 쓰는 것만 봐도 알잖아요.

        제 옆자리 하대리요. 하대리는 컴팩트를 거의 두달에 한번씩

        바꾸거든요? 저는 한번 사면 육개월씩 써요.

남     대단하네..

여     어머.. (호호 웃으며) 나 좀 봐.

        칭찬해 준다고 너무 비행기 탄 거 같은데요?

남     아냐 아냐. 나는 평소에 회사에선 못했던 얘길 그냥

        하는 거지.

        하대리 앞에서.. 윤대리 칭찬하기 그렇잖아.

여     하대리가... 남 잘되는 꼴.. 남 좋은 소리 듣는 꼴..

        좀 못보긴 해요.

남     나도 눈치 채고 있었어. 암튼.. 윤대리? 이거.. 입가심으로..

        와인 한잔만?

여     점심시간인데..

나     입만 축이는 건데 뭐.

여     그래요 그럼.


(E) 와인잔 챙...


여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안그래도 좀 쓸쓸한 가을날.

        내 기분을 헤아려 주고. 나를 칭찬해주는.

        나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약해지게 만들었다.

 

(M)  사랑하고 싶어 - 소방차


(E)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 / “꽃배달 왔습니다” 남자 목소리


여     그리고 며칠 후.

        난데 없이 회사로 꽃배달이 왔고.

        보낸 사람 이름은 없었지만

        난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E)전화하는 


남     여보세요?

여     김이사님? 

남     어. 윤대리.

여     혹시... 저한테 꽃 보내셨어요?

남     어떻게 알았어? 나라는 거?

여     아니...

남     주변에 남자가 그렇게 없어?

여     어머. 아니에요. 지금 맘 속에 짚이는 남자들

        쭉 전화 돌리는 중이거든요?

        김이사님이 한.. 일고여덟번째 쯤?

남     남자가 그렇게나 많아?

여     뭐... 네.

남     그럴 줄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 많다.

여     (흠...)

남     남자 많은 것도 알겠고 인기 많은 것도 알겠는데.

        그래도 나 만나주면 안돼?

여     네?

남     나 업무로 엮이는 사람한테 이런 고백할 사람 아니야.

        그런데.. 은서씬 그걸 넘어서게 했어.

여     저.. 지금 일하는 시간이고..

        또 전화로 할 얘긴 아닌 거 같아서..

남     알아. 마음이 급해서 그랬어. 그럼 이따가.. 저녁에..

        내가 자주 가는 바가 있는데. 거기서 만나는 건 어때?

 

(M) 어느 재즈바 -터보


(E) 앞 음악이 BG가 돼서 잔잔히 깔리고

(E) 잔 부딪치는 소리들


남     생각 좀 해 봤어?

여     네.. 뭐..

남     예쓰야, 노야?

여     아니요. 이게 몇시간 잠깐 생각한다고 해서 답이 딱 나오는

        그런 문제는 아니잖아요.

남     (바로) 그래 알았어.

여     네?

남     마음이 없는 거잖아.

여     네? 아니.. 그게.. 꼭 그렇다기보단...

남     알아. 나 윤대리한테 아주 많이 부족한 사람인 거.

여     아뇨.. 부족하고 넘치고 그런 게 아니라요.

남     더 좋은 남자 만나야지. 알았어. 귀찮게 해서 미안.

        더 있다가 나와. 계산하고 갈께.

(E)일어나서 나가는


여     뭐야... 한번 그냥 빼본건데. 에이 진짜.

(E) 쫓아가고

 

(M) 내 남자친구에게 - 핑클


(E) 문 열고 쫓아가는 소리


여     김이사님.

남     ....

(E) 뛰어와 헉헉대며

여     그렇게 가시면 어떡해요.

남     내가 윤대리 너무 부담주는 거 같아.. 미안해서 그랬지.

여     아뇨 난... 사실 마음이 금방 안정해져서 그런거지..

        부담스럽다거나.. 싫다거나 그런게 아니거든요.

남     그게 그거야. 은서씨 마음을 잘 들여다 보라구.

        내가 좋았다면.. 그렇게 망설였겠어?

여     그렇지만...

남     (멋있게) 갈께. 우리 사이.. 불편해 지지 않았음 좋겠다.

(E)  몇걸음 가면


여     (다급) 사..사귈께요.

남     어?

여     사귄다구요. 사겨요. 사귀자구요.

 

(M)  Kissing you - 소녀시대


여     그래서 우린 사귀게 됐다. 처음엔 정말 좋았다.

        

(E)전화벨 울리고


여     (잠기 어린) 여보세요?

남     아직도 안 일어났지.

여     응.. 벌써 7시네? (하품) 일어나야겠다.

남     하품하는 소리도 귀엽네.

여     아으.. 닭살이야. 치.. 자기는?

남     난 아까아까 일어나서 조깅하고 샤워하고 출근 준비

        다 했지.

여     부지런하네?

남     사람이 연애하니까 달라지는 것 같애. 뭐랄까..

        삶에 대한 의욕으로  충만해지는 느낌이랄까?

여     (좋으면서도) 어머어머.. 웬일이야.

남     정말이야. 

(E) 띵똥

여     어? 이 시간에 누구지?

남     나가봐. 기다릴께.

여     응. 잠깐만.

(E)달려가서 

여     누구세요? 

(E)문 열면

남     아침 배달 왔습니다.

여     (좋아죽는) 이게 다 뭐야.. 빵 이거 갓 구운 거네?

        커피 향 넘 좋다.

남     과일도 싸왔어. 아침에 사과 먹으면 피부 좋아지는 거 알지?         변비도 예방되고. 자기.. 아침마다 힘들어했잖아.

여     어머.. 왜 이래.. 내가 언제. 몰라 자기.. (닭살) 까르르..

 

(M) 환생 - 윤종신


여     딱 3개월이었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뜨거운 사랑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호르몬은 유통기한이 3개월 정도라더니.

        그의 호르몬은 그 기간에 너무도 충실했다.

        아침 저녁으로 쇄도하던 전화가 하루 한두번으로 줄더니

        어느날은 그냥 건너뛰기도 했다.

        주말엔 이틀 내내 꼭 붙어 있어야 성에 찬다던 사람이

        갑자기 주말 출장이 많아졌고.

        만나도 별로 할 일이 없다면서 꼭 만나야 하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기가 막혀... 처음에 누가 좋다고 쫓아다녔는데?

        자존심이 상했다. 6개월 쯤 지났을 땐.

        그가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되면서.

        우리 회사로 출입하는 일도 없어져서

        만남의 횟수가 더 줄어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E) 까페 소음

여     집으로 오지. 왜 여기로 불러내.

남     그냥.. 앉아봐.

여     뭐야. 표정이 왜 이렇게 심각해.

남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

여     응? 무슨?

남     나... 중동 간다.

여     뭐??

남     알잖아. 우리 회사.. 원유 개발 쪽에 뛰어들려고 하는 거.

        중동이야말로... 최적의 시장이거든.

여     그래서?

남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현지에서 발로 뛸 젊은피가

        필요한데.

        나만한 적임자가 없으니까... 내가 가게 된거지.

여     마..말도 안돼. 그럼 우린?

남     내 마음이야 변할 리가 없지만. 일단 가게 되면 아무래도..

        오래 걸릴거고. 내가 널...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붙들어두는건 나만의 욕심 아닐까?

여     자기야...

남     사랑하지만.... 널 놓아줄께. 자유롭게 날아가. 훨..훨...

 

(M) 사랑하기에 - 이정석

 

* 잠시 후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M) 사랑하기에 - 이정석


(E) 낙엽 밟는 소리 바스락


여     외로움이.. 사무쳤다.

        있다 없으니.. 빈자리가 더욱 컸다.

        전화를 해봐도.

(E) 지금 거신 전화는.... 어쩌고 저쩌고...

여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란다.

        당연하다.

        그는 이제.. 이 나라에 없는 사람이니까.

        있을 때 더 잘해줄걸.

        나한테 무심해졌다고 얼마나 땍땍댔는지.

        주말에 안 만나준다고. 술먹을 때 연락 안된다고.

        얼마나 난리난리를 쳤었는지. 하나하나가 후회로 남았다.

        날은 더 쌀쌀해져가는데.

        그는 그 뜨거운 중동 하늘 아래에서..

        얼마나 외롭고. 내가 그리울까.

        무심한 사람..

        나 힘들까봐... 전화한통 메일한통 없는.

        야속한 사람.

 

(M) 장윤정 - 사랑아


(E) 백화점 붐비는 소리

여     주말.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고

        친구를 불러냈다. 쇼핑이나 하며 허전한 속을 채워보려는

        의도였다. 10분쯤 늦겠다는 친구 전화를 받고

        화장품 코너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데.


남     (약간 멀리서) 이 컬러 어때? 자기는 얼굴이 하얘서.. 이런 거

        잘 받을 것 같애. 꺼먼 애들은 이런 거 택두 없지.


여     훗, 웃음이 났다. 그 사람과 비슷한 음성.

        그 사람도 나에게 저런 멘트를 했었지.. 그립다..


남     아냐아냐. 자기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해.

        쌩얼이 이쁜 애들은 화장 많이 하는 거 아니거든?

        자신 없는 애들이 두껍게 바르는 거지.


여     저것도.. 많이 들어본 멘튼데.. 그러고 보니 목소리도...


남     역시... 뭐 하날 발라도 이렇게 빛이 나네. 광이 난다 광이나.


여     그 사람이었다. 중동 하늘 아래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어야 할 사람이. 새파랗게 어린 여자와 함께.. 한국의..

        서울의..  그것도 내가 잘 다니는 백화점에.. 떡하니..

        겁도 없이.. 웃고 있다. 내가.. 이 자식을.. 그냥.. 확!!

 

(M)  딱걸렸어 - 유니


여     김.봉.덕.씨!

남     (자동반사) 네? (했다가 헉 놀라고) 으..은서야.

여     잘 있었어?

남     은서야. 니가 여기 어쩐.. 일..

여     그러는 당신은 어쩐 일이야? 지금 중동 가 있어야 할

        사람이?

남     어? 그..그렇지. 내가 중동에 가 있어야..

        그러니까 카자흐스탄에

        내가 갔었어. 가기는 갔었는데..

여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남     ...

여     내가 여자 떼버릴려구 군대 간다고 뻥치고 머리까지

        깎은놈 있단 얘긴 들어봤는데. 내 남자친구가..

        나 떼버리려고..

        중동에 산업역군으로 간다고 뻥치고..

        딴 여자 만날 줄은 몰랐다!

남     저... 그게 있잖아.

(E) 뺨 찰싹

남     아야.... 아... 야!!! 아씨.. 사람들 보는데..

여     (울먹) 나쁜자식.. 난 그래도.. 널 믿었는데.

        내가 너 얼마나 걱정하고.

        보고싶어했는데. 사기를 칠라면 제대로 치든가..

 

(M) 운명 - 쿨


(E) 쫓아오는 소리


남     야! 은서야! 야!

여     왜 이러세요? 나 알아요?

남     알지. 

여     난 그쪽 진짜 모르겠거든요? 내가 알던 내 애인은..

        진짜 다정하고. 착하고. 나만 위해주고. 날 위해서라면

        한밤중이든 새벽이든 대낮이든 때를 안가리고.

        장소도 안가리고 달려와 주던 그런 사람이었는데.

        이런 쌩날라리에 파렴치에 왕재수일 줄이야....

        나 진짜 당신 모르는 사람 같거든?

남     쌩..날라리라니.. 그런 비하는...

여     비하? 난 미화해준 거야. 니꼴이 얼마나 너저분한지 모르지?

        사람 마음 들었다 놨다.. 진심으로 너 좋아하게 해놓고

        무슨 쓰레기 처리하듯이... 어떻게 그러냐?

남     ......

여     쓰레기를 버려두! 쓰레기 봉투값은 내고 버리는거야.

        어떻게 맨입으로 싹. 지는 욕 하나도 안먹으려고.

        니 손은 하나도 안버리고. 니 마음은 하나도 안다치고.

        그렇게 하고 싶디? 비열한 인간!!!

 

(M) 넌 그렇게 살지마 - 박미경


여     그날 밤. 펑펑 울면서. 그동안 모아두었던 사진이며.

        받았던 편지들. 말려두었던 장미꽃들.

        모두 상자에 싸가지고 나와.

        동네 공터로 가서 불에 태워 버렸다.

        그러면서 또 얼마나 울어댔는지....

        동네 개란 개들은 다 짖어댈 정도로

        난 소동을 피웠다.

        그렇게... 참 요란하게도 내 사랑은 사라지는.. 듯..했다.

 

(M) 보보 - 늦은 후회


(E) 거리 소음. 걸어나오는 소리


남     (좀멀리서) 은서야.. 윤대리..


여     그 일이 있고 보름쯤 후. 겨우 마음을 추스렸다 싶었는데

        그가 또 나타난 것이다.


남     얼굴 좀 봐. 사람이 여기까지 찾아와 몇시간을 기다렸는데.

        야근했어? 배 안 고파? 우리 우동이라도 먹을까?

여     됐거든? 너나 많이 먹으세요.

(E) 탁탁 걸어가는데

남     너 살 좀 빠진 것 같다? 예전엔 이 옷 완전 타이트했는데.

        지금은 낙낙하네.

여     있어. 나쁜남자 다이어트라고.

        아주 나쁜남자 때문에 속 썩으면서 살 쪽쪽 빠지는

        다이어트.

        내가 비싼 돈 주고 그걸 했거든.

남     아유.. 암튼 말하는 거.. 똑같네 똑같애. (하하 웃고)

여     지금 내 앞에서 웃음이 나와?

남     에이 미안해.

여     한대 더 맞을래?

남     야.. 왜 그래... 미안하다는 사람한테.

여     미안하다는 말도.. 상황 봐가며 하는거야.

        진심으로 미안하단 마음이 들면.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알았어?

(E) 걸어가고

(E) 쫓아오는


남     (약간은 진심인) 내가..... 잘못했어.

여     놓으라고. 

남     솔직하게 말할께. 사실은 내가.. 연애를 오래 못해.

        한번도 3개월 넘겨본 적 없어. 그나마 반년 넘게 사귄

        여잔 니가 처음이야.

여     하하... 그래? 너무 고맙네. 너무나 영광이네.

남     니가 좋았던 건 진심이야.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니 간섭이 싫고

        잔소리도 귀찮고.. 그렇더라. 내가 원래 좀.. 그래.

여     .... 그래. 알았어. 이제 니가 어떻든 난 관심 없거든?

남     그런데... 너한테 거짓말 치고.. 다른 여자들 만나는 동안

        이상하게 니가 많이 그리웠어. 이건.. 진심이야.

여     당신 오늘.. 진심이야. 진심이야.. 계속 그러는데...

        그거 알아? 진짜 진심은.. 그렇게 강조 안해도

        그냥 전해지는거야.

남     너한테 돌아가고 싶은데. 방법을 몰랐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한번도 그래 본 적이 없어서.

여     돌아올 필요 없어. 돌아올 곳도 없고.

남     은서야... 

여     내 이름 부르지도 마.

 

(M)  가버려 - 박지윤


여     요즘 난 심리학 서적에 파묻혀 있다.

        그런데 그는 책에 나와 있는 남자들의 패턴대로

        움직였다.

        내가 매몰차게 하면 할수록.


남     은서야..난 진짜 너밖에 없다니까?


여     열심히 매달렸고.

        밤에 술만 마셨다 하면.


남     (취한) 은서야.. 니네 집앞이야. 한번만.. 만나주면 안될까?

        지금 비도 오는데... 비 많이 오거든? 은서야...


여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거나.

        무작정 기다리는 일을 반복했다.

        날 흔들리게 하지 말라고.

        결국 넌 다시 변할 거라고. 아무리 얘길 해도 소용이 없었다.

 

(M) 날 울리지마 - 신승훈


(E) 탁탁 걸어오다가 멈추는


여     ...(한숨 탁) 또 왔어?

남     진짜.. 나 용서가 안돼?

여     응. 이제 됐지?


(E) 걸어가는데


남     그럼... 내가 그만 왔으면 좋겠어?


여     그건 아니었다. 단순한 허전함이 이유였는지

        아니면 아직도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게

        좋았다. 바보처럼 말이다.


남     응? 그래?

여     어. 제발 그만 왔으면 좋겠어.

남     미안하다..

여     알면 됐어.

남     그래도 계속 올거야. 계속 기다릴거고.

여     그러든가.. 말든가..

남     니가 예전에 그랬잖아. 바람 같은 사람 마음이

        어느 한곳에 머문다는 거... 그건 기적 같은 일이라구.

여     내가.. 그랬나? 기억 안나는데?

남     이게 집착인지.. 미련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계속 머물고 싶어. 머물 수 있을 것 같애.

여     아 글쎄. 필요 없다구. 머물든가 떠나든가. 맘대로 해.


여     실연 끝에 테크닉만 느는 것 같다.  

        좋아도 좋은 티 안내기.

        내 마음 지키고. 남의 마음 뺏어오기.

        상대방 애 닳게 만들기. 등등...

        밀고 당기는 그런 기술이 생긴 걸

        과연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 지.

        참 모를 일이다.

        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은.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

        그렇게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이다. 

 

(M) 주제음

something stupid /  Robbie Williams and Nicole Kidman








2008-10-08(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