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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5일 목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 제  358화 - 가을 편지

 

(M) A lover`s concerto / Sarah Vaughan (영화 접속ost)

 

* 이 드라마는 광주 남구 백운동에서 김은정씨가

  보내주신 사연을 각색한 것입니다.

 

 

여     그날 아침도. 여느 날 아침과 다를 게 없었다.

        

(E) 자명종 소리

여     자명종 소리에 일어났고.

(E) 커피물 끓는, 커피 따르는

여     잠에서 깨려고 진한 커피 한잔을 타 먹었고

(E) 샤워기 소리

여     서둘러 샤워를 하고. 화장을 했다.

        그리고 옷까지 갈아입었는데..

여     .... 뭐야. 토요일이잖아.

여     토요일인 것도 깜박한 채 정신 없이 출근 준비를 하다니.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벌써 잠은 멀리로 달아났고.

        화장하고 옷까지 다 차려입었는데.

        딱히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허무한 마음으로 컴퓨터를 켰는데. 새로운 메일 한통이

        도착해 있었다. 제목은.

남     윤은서씨. 저 기억하시겠어요?

여     뭐야.. 스팸이야 뭐야...

(E) 클릭하는

남     안녕하세요. 은서씨. 저 기억하시겠어요? 대학교 3학년 때

        미팅에서 만났던 김봉덕..

        그땐.. 군입대를 앞두고 있기도 했고...

        왠지 자신이 없어서 은서씨에게 적극적으로 대쉬하지

        못했어요.

        뭐.. 그러고 잊혀질 줄 알았는데...

        군대 제대하고 나서도 계속.. 은서씨 얼굴이 잊혀지질

        않더라구요.

        다시 한번만 만나볼 수 있을까요?

 

(M)  I miss you / Boyz ll Men

 

(E) 커피물 따르는 소리

여     커피만 네잔째다.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대학교 3학년 때 내가 미팅을 했다구?

        나에게 미팅은 단 두 번.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한번.

        그리고 대학교 1학년 가을에. 한번.

        그게 전부다. 그런데 3학년 때 미팅이라니?

        그것도 이름이 김봉덕? 촌스럽기도 하지.

        난 그런 사람 모른다. 정말... 이상하다...

(E) 책넘기는 소리

여     자꾸만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 게 싫어서

        사두고 읽지 않았던 책장을 넘겨보는데

        그런데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너무 궁금해서...

        어쩌면... 너무 심심해서 였을 수도 있다.

        주말이라고 해서 만날 남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라고 있는 것들은 다들 데이트에 바빴으니까.

        결국 난 모니터 앞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E)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여     안녕하세요. 저는 메일을 받은 윤은서입니다.

        제가 윤은서는 맞는데요. 전 그쪽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네요.

        미팅한 기억도 없구요. 어떻게 된 걸까요?

 

(M) 첫사랑 - 이소라

 

(E) 사무실 소음

여     다음날 아침. 바쁘게 사무실에 도착해서

        내가 가장 처음 한 일은. 업무메일을 체크한 것이 아니었다.

        혹시.... 답장이 와 있나 체크한 것이었다.

(E) 클릭하는

여     (작게) 어..왔네...

(E) 클릭하는

남     죄송합니다. 혹시.. 한국대 경영학과 졸업하신

        윤은서씨가.. 아니신지요?

        제가 은서씨 연락처를 알 길이 없어서

        그 대학 졸업한 친구를 통해서 이메일 주소를 알아본 거거든요.

        아니라면 정말 죄송합니다.

        가을이 와선지.. 사람이 자꾸 그리워지나봅니다.

 

(M)가을이 오면 - 이문세

 

여     뭔가 착오가 있는 게 틀림 없었다.

        우리 과 1년 후배 중에 나랑 이름이 같은 아이가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아이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여기서 그냥 답장을 안하면

        그 사람도 그러려니 할 거란 걸. 나도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E)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여     아마, 찾는 분이 저는 아닌 것 같네요.

        저보다 한 학년 후배 중에 동명이인이 있다는 소릴

        얼핏 들은 적 있거든요.

        가을이 오긴 왔나봅니다.

        저도 수많은 스팸메일과 업무메일 속에서

        이런 사적인 메일을 발견하는 순간. 반가웠으니까요.

여     ..........라고. 답장을 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E)클릭하는 소리

남     그랬군요. 동명이인이셨나 봐요. 사실 저도 학번까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이메일 보낼 땐, 답장이 올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본인도 아니면서 이렇게 친절하게 답을 보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여     치... 오죽 심심하면 그랬겠냐 내가.. 오죽 심심했으면.....

남     제가 주공 아파트에 사는데요. 오래된 아파트라

        나무도 많고 꽃도 많거든요.

        그래서 가을 냄새를 일찍 맡을 수

        있는 편이에요. 모기도 아직까진 극성이고.

        한낮이면 덥긴 하지만.

        가을이 코앞이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여     어머머.. 주공 아파트야? 어느 동네래..?

        

(E)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여     저... 어느 동네에 사시는데요?

 

(M)  Love Letters / Julie London

 

여     그에게 온 답장을 통해 놀라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 남자는 나와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스무 개 동이 넘는 대규모 단지긴 했지만

        그래도 한 동네 사람이라는 거 아닌가.

        우연 치고는 참 반가운 우연이었다.

        이름이 같은 사람에게 이메일이 잘못 전해진 것도 그랬고.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것도 그랬고.

        왠지, 이런 게 인연인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미팅했던 여자를 이제 와서 다시 찾는 거 보니

        여자친구도 없는 것 같고 말이다.

        살짝.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M)  사랑하기 좋은 날 / 장나라

 

여     그 다음부터. 우리는 하루에 한통씩 이메일을

        서로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개인 신상에 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날씨 이야기. 음식 이야기. 영화 이야기. 음악 이야기.

        주로 이런 것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책을 읽다가 좋은 글귀가 나오면

        이메일에 써줘야지.. 하면서 메모해 두었고.

        라디오에서 좋은 음악이 나오면

        이 노래 아냐고 물어봐야지.. 하면서 체크해 두었다.

        꼭 연애를 시작한 것처럼 바쁘고 설?다.

        그리고 어쩌면. 그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남     오늘 비디오 한편을 봤는데요.

        어바웃 어 보이라는 영화요. 예전부터 재밌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못 보고 있다가. 어제 비디오 대여점에 갔더니

        그게 있길래 저녁밥 먹으면서 보기 시작했어요.

        재밌더라구요. 은서씨도 시간 나시면

        한번 보세요.

 

(M)  Something to talk about / Badly drawn boy

 

(E) 거리 소음

여     다음날은 주말이었다.

        늦잠을 즐기고. 늦은 점심을 먹은 후.

        트레이닝 복에 머리를 질끈 묶은 채

        비디오 가게로 갔다. 마침 어바웃 어 보이가 있어서

        그걸 빌려 가지고 나오는 길이었는데.

(E) 문 열고 나오는 소리

여     비디오 가게로 들어오던 남자가

        나를 유심히 보는 것 같았다.

        왜 저러나.. 괜히 불길한 마음으로 서둘러 걸어가는데.

(E)걸어가는데

남     저.. 혹시... 윤은서씨...?

여     마...말도 안돼. 저 남자가 그 남자?

        안돼. 오지 마. 오지 마. 지금 쌩얼에... 무릎 나온 츄리닝에

        발가락 다 나온 슬리퍼에....

        오지마 오지마...  가까이 오지마....

(E) 걸어오는 소리

남     실례합니다만, 윤은서씨... 아니세요?

여     (아무렇지 않다는 듯, 도도하게) 맞는데요? 누구세요?

남     아.... 그러시구나. 맞구나..

        저 이메일 보내는 사람이에요. 김봉덕.

여     (전혀 몰랐다는 듯, 이쁘게 놀라며) 어머....정말요?

남     네. 

여     죽고 싶었다. 그 남자는 아닌 척 하면서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훑어보는 것 같았다.

        나에 비해 그 남자는 준수했다.

        옷도 깔끔하게 잘 차려입었고.

        아주 가볍게 비누 냄새도 풍기는 것 같았다. 

남     반가워요. 어제 메일에 그 영화에 대한 얘기를 써서

        비디오 빌려가실 수도 있겠다... 생각 했는데.

        정말 누가 그걸 빌려가길래요. 망신 당할 거 각오하고

        물어본 건데...

여     네에.. 재밌다고 하셔서요.

남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여     네? 네 뭐...

남     모퉁이 돌면 새로 생긴 찻집 있는데요.

        거기선 커피를 직접 볶아서 내려주더라구요. 커피 드실래요?

여     (애써 도도하게) 아.. 오후엔 별 스케쥴이.... 없으니까..

        그럴까요 그럼?

여     ....이라고 말하고. 애써 도도하게 걸음을 옮기려다가

        슬리퍼가 벗겨지면서 삐끗 넘어질 뻔 했다.

        남자는 말간 얼굴로 그걸 다 보고 서 있었다.

        내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지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M) 칵테일 사랑 - 서영은 & 김연우

----------------------1부 끝 ------------------------

* 잠시 뒤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M) 칵테일 사랑 - 서영은 & 김연우

 

(E) 잠못 들고 뒤척거리는 소리

여     어후.... 미치겠네. 왜 이렇게 잠이 안오냐...

(E) 일어나서 걸어가더니, 컴퓨터 클릭해보는

여     안왔지? 그래.. 편지 안왔지...

        올 리가 없지.. 올 리가 없어.. (궁시렁대듯)

여     오늘로 일주일째다.

        실제로 얼굴을 보기 전까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오던 이메일이

        뚝 끊긴 거 말이다.

        그 사람이 메일을 보내지도 않는데

        혼자서 보내기는 더욱 뻘쭘해서. 나도 쓰지 않고 있다.

        내가 마음에 안 들었나?

        찻집에서 커피를 마실 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E) 커피잔 소리, 잔잔한 음악 소리

남     왜.. 예전에 영화 접속이라고 있었죠?

여     아.. 그 한석규랑 심은하 나오는 거?

남     그건 8월의 크리스마스 아닌가요? 접속은 한석규랑 전도연..

여     맞다 맞다... 그.그렇죠..

        아우.. 나이 먹나 봐요. 자꾸 사소한 걸 잊어버려요.

남     뭐 그럴 때 있죠. 암튼 그 영화의 엔딩이 생각나요.

여     엔딩이.. 뭐였죠?

남     왜... 만나기로 한 영화관 앞에서..

        남자 주인공이랑 여자 주인공이 만나잖아요.

        그 동안 서로 얼굴도 모르고 대화만 주고 받다가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 거기서 영화가 끝나잖아요.

여     맞아요. 그때.. 나오던 노래 좋았는데?

남      A Lover's Concerto

여     맞다 맞다...

남     그 뒤로.. 두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요?

여     글쎄요.. 잘먹고.. 잘살고.. 그러지 않았을까요?

        서로 마음이 잘 통했잖아요.

남     그럴까요? 전 왠지...서로 더 가까워질수록...

        끝도 더 가까워지는 것 같더라구요.

 

(M) A Lover's Concerto

 

여     뭐.. 그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커피를 리필까지 해서 한잔 더 마시고

        까페를 나왔었다.

        그리고. 서로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지.

        가만.... 생각해 보니까 내 전화번호도 안 물어본 거잖아?

        그렇게 얼굴을 봤으면 당연히 번호는 물어봤어야지!!!!

        가르쳐 줄 수 있었는데!!!!!

        갑자기 힘이 쪽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거다....

        하긴 그꼴을 하고 만났는데. 나도 참 용감했지.

        뭐 본판에 그리 자신 있다고... 참....

        마음에 안들었는데, 그냥 가긴 뭐하니까

        그냥 차 한잔 마신거고.

        그 다음부터 연락을 뚝 끊은거다... 그런거다...

        난 차인거다...

        

(E) 창문 드르륵 여는

여     참을 수 없어져서. 창문을 열었더니.

        어디선가. 차가운 공기를 품은. 바람이 분다.

 

(M) 바람이 분다- 이소라

 

(E) 사무실 소음

여     그러고도 사흘쯤 더 지난. 아침.

        일하다가. 갑자기 울컥했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겨우 한번 본 사람 때문에

        가슴앓이하고. 괜히 그 사람한테 차인 기분이고.

        안되겠다 싶었다. 그동안 그에게 받은 이메일을 모두

        삭제해 버리리라... 마음 먹고. 메일함을 열었는데.

        

(E) 클릭하는 소리

여     장문의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물론. 그 사람으로부터였다.

남     그동안 소식 없어서 궁금하진 않으셨는지...

        은근히 먼저 연락해 주시길 기다리기도 했는데

        아무 소식이 없으시더군요.

        사실은 조금 겁이 나서 연락을 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 은서씨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너무 좋았고. 하루하루 누군가를 기다리는 기분이

        이런거구나 싶어  행복했거든요.

        그러면서 스스로 약속도 했습니다.

        이렇게 편지 주고 받는 걸로 만족하자구요.

        더.... 가까워지면. 끝도 가까워진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거. 왠지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그랬는데. 막상 은서씨 뵙고. 얘기 나누고.

        헤어져 돌아오는데. 또 만나고 싶어지더라구요.

        메일 쓰게 되면 이런 소리 할 것 같아서

        그동안 주저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참지 못하고 이렇게 씁니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M) 가을 우체국 앞에서 - 윤도현

 

(E) 영화관 앞 소음. 사람들 소음 등..

여     안녕하셨어요?

남     네.. 나오셨네요.

여     약속했잖아요. 여기서 만나기로.

남     무슨.. 우리가 영화주인공 같아요. 영화관 앞에서 이렇게

        만나니까.

여     제가 전도연보단 좀 못하죠?

남     저도 뭐... 한석규보단 많이 못하죠.

여     (웃으면서) 영화 뭐 볼까요?

(E)종이 부스럭 꺼내며

남     이거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여     어? 나두 보고 싶었던건데.

남     잘됐네요. 볼까요 그럼?

여     우리는 평범한 연인들처럼 함께 영화를 보고.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E) 걸어오는 소리

여     이제 됐어요. 가세요.

남     아니에요. 먼저 들어가세요.

여     아니에요.. 먼저 가시는 거 보구요.

남     에이.. 먼저 가시라니까요?

여     ....라면서. 남들 다 하는 이런 실랑이도 했다.

        집에 가서도.

(E) 휴대폰 문자 오는 소리

남     잘 들어갔죠? 피곤했을텐데, 푹 쉬어요.

여     네... 잘 자요. 좋은 꿈 꿔요.

여     .........라며 약간 닭살스런 문자들을 주고 받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보통 연인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M) 그대와 함께 / 손지창 김민종

 

(E) 띵똥띵똥

남     (안에서) 누구세요?

여     나.

(E) 문 여는

남     어.. 전화도 없이 웬일이야?

여     단호박죽 좀 쒔거든. 전화하고 올라 그랬는데. 안받길래.

남     아.. 샤워하고 나오느라구. 들어올래?

여     아니야. 그냥 이거만 주려고 온건데 뭐. 갈게.

남     그래도 들어왔다 가. 차 한잔 줄게.

여     ...그래 그럼.

(E) 찻잔 놓이는

여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남자 혼자 사는 집이 뭐 이래?

        너무 깔끔하잖아.

남     내가 성격이 좀 그래. 차는 괜찮아?

여     어.. 맛있네..

남     호박죽 잘 먹을게.. 저런 것도 만들어?

여     텔레비전 보는데 누가 나와서 하길래. 맛있어 보여서.

남     어... 

(E) 찻잔 드는 소리

(침묵)

여     참 이상했다. 예전에 이메일을 쓸 땐

        매일매일 장문의 편지를 쓰고 또 써도

        매일매일 새로운 할 말이 생기더니.

        이제 이렇게 가까워졌는데

        별로 할 말이 없다.

        영화를 보거나. 드라이브를 하거나. 무언가를 할 땐

        그나마 괜찮은데. 단둘이 있을 땐

        뭔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자꾸만 머리를 굴리게 된다.

        

남     밥은..?

여     어.. 대충.. 죽으로 때웠지 뭐.

남     어...

(다시 침묵)

 

(M) 아주 오래된 연인들 - 공일오비

 

(E) 귀뚜라미 우는 소리

(E) 걸어 나오는 소리

여     나오지 마.. 여기서 금방인데 뭐.

남     어.. 그래. 잘 가..

여     얼른 들어가.

(E) 걸어가는

여     몇걸음 걷다가 뒤돌아보니

        벌써 그는 들어가고 없다.

        내가 들어가라고 얘기해 놓고도, 기분이 좀 그랬다.

        

(E) 전화하는

남     어... 벌써 들어갔어?

여     아니. 그게 아니구. 뭐 궁금한 게 생겨서.

남     뭐?

여     혹시 있잖아. 나 사랑해?

남     .....어?

여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은 물어봐 놓고,

        나도 당황했다.

남     왜 그래? 갑자기?

여     그러게 말야. 아무 것도 아니야. 잊어버려. 잘 자.

(E)전화 끊는

여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그냥.. 계속..

        이메일을 쓰는 사람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물리적으로 가까워지지 않고.

        서로에게 닿을 수 없는 그 상태에서..

        궁금해하고. 그리워하면서. 거리를 유지했다면.

        어쩌면 더 좋지 않았을까?

 

(M) Love hurts - Julienne Taylor

 

여     그리고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락하지 않았고.

        어느 순간엔. 서로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마 그것이 가장 서글픈 이별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이 기억나지 않는 이별.

        이별식조차 없었던 이별.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 살고 있다면 한번쯤 마주쳤겠지만

        나도 그 후 이사를 갔고. 그 사람도 그랬을지 모르겠다.

        다시 가을이 왔다.

        난 가끔 이메일을 열어 볼 때마다

        그 사람을 떠올린다.

        가을이니까, 한번쯤 편지를 써볼까.... 생각하다가.

        그냥 피식 웃어버린다.  그 사람도.... 그럴까.


(M) A lover`s concerto   (영화 접속ost)

        

 





2008-09-24(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