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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57화 - 남편의 첫사랑
(M) 주제음 (오래전 그날-
윤종신 )
남 여보... (더 크게) 여보..
(E) 문 열고 들어오며
여 왜.
남 빗 없어?
여 거?잖아.
남 아니.. 도끼 빗 말고. 뒤에 컬 좀 넣게.
여 (기막히고) 뭐? 컬?
남 머리숱이 적어진 거 같아서. 드라이 좀 해볼라구.
여 참나.. 안하던 짓 하네?
(E) 서랍에서 빗 꺼내 주고
여 자..
남 (괜히 겸연쩍게) 나이들어 보이잖아. 머리 손질 안해가지고 다니면.
여 누가 뭐래?
남 요새는 회사에서도 나이 들어 보이는 거 안좋거든.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은 자기 관리도...
여 (OL) 아유 누가 뭐라냐구. 해. 드라이.
남 어..
(E) 드라이 소리
여 넥타이 이거 맬라구?
남 (깜짝) 어? 어.
여 이렇게 빨간 걸? 너무 튀지 않아?
남 에이.. 안 튀어. 요샌 다 그런 거 해.
여 그래? ... (흠흠 냄새) 당신 손수건에 향수 뿌렸어?
남 (화들짝) 어? 쪼금... 냄새 나?
여 나지 그럼! 진짜 웃긴다.
(E) 드라이 끄고
남 뭘 웃기긴, 줘. 나도 다.. 살아보려고 이러는 거야.
여 살아보긴 뭘 살아봐?
남 당신이 회사 생활 안해봐서 모르는건데. 외모 가꾸는 거 중요해.
신문 봐봐. 남자들 성형이니.. 피부관리니.. 그런 것까지 한다는데.
여 아우..... 무슨.....
남 난 그런 건 안해도. 깨끗하게 하고 다니고. 좋은 향기 나게 하는 게
뭐 나빠?
여 알았어 알았어. 사설 그만 하고. 얼른 가기나 하셔.
여 .....라고 등떠밀어 출근시키면서도. 맘속 한구석엔 은근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이가.. 갑자기 왜 저래?
(M)
왜 그래 / 김현철
(E) 밥 먹는 소리
여 왜 이렇게 밥을 깨작대.
남 성민이는 언제 오지?
여 독서실 갔잖아. 열신 넘어야 오지.
남 고생이 많구만.
여 자식 고생하는 것만 보이고. 마누라 고생하는 건 안 보여?
남 당신이 무슨 고생?
여 뭐어?
남 회사일 해 봐. 집에만 있는 게 만고땡이야.
여 그거 듣기 좋은 소리 아니거든? 누굴 놀고 먹는 사람 취급이야?
남 일하는 여자들 봐. 그 여자들 회사 일만 하는 거 아니야.
집에서는 가장 노릇 다하면서..
여 가장은 남자가 있는데 가장 노릇은 무슨! 맞벌이하면 여자가
가장이래?
남 그게 아니고.... 남편 없이 혼자서 애 키우는 여자들도 있잖아.
여 누구?
남 어?
여 누구냐고 그러니까.
남 누구는.... 그냥 그런 사람도 있더라....하는..
여 모델이 있으니까 하는 소릴 꺼 아냐. 그런 사람이 누군데 그러니까?
남 아 거.. 따지기는. 텔레비전 봐. 드라마 보면 그런 여자들 얼마나
많은데. 맞다. 거... 에덴의 동쪽. 거기 이미숙이 봐.
혼자 몸으로 애들 키워가면서...
여 아 시끄러워. 별...
(M)
Shut Up / Black Eyed Peas.
(E) 도마질 소리
여 여자에겐 여자만의 직감이라는 게 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주 가끔. 꿈이 딱딱 들어맞는 것처럼.
그 직감이 딱 들어맞을 때가 있다.
그런데 요즈음
이상한 예감이 자꾸만 든다.
뭔가.... 수상하고도... 불길한 느낌.....
(E) 칼 탁 놓고. 걸어가는
여 여보... 뭐해?
(E) 샤워하는 소리
남 (안에서) 머리 감아. 왜.
여 응... 아니야. 거기 마른 수건 있지?
남 그래.
( E) 방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
여 남편 몰래 방으로 들어왔다.
같이 살면서도 이런 짓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뒷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내 지론이다.
(E) 핸드폰 여는
(E) 이것 저것 눌러보는
여 받은 편지함.
(E) ???...
여 별 게 없고.....
그러면.... 보낸 편지함... 요게 또 관건이지....
(E) ???
여 이게... 뭐야?
남 (에코) 잘 들어갔죠? 오늘 피곤해 보이던데. 밥 잘 챙겨먹어요.
그럼 내일 봐요.
여 이..이게.... 이게 뭐야? 내 이럴 줄 알았어 이 인간!!!!
(M) 넌
딱 걸렸어 / 유니
(E) 밤 풀벌레 소리
여 후..... (답답한 한숨 쉬고)
(E) 뒤척이는
남 (잠기 어린) 왜그래. 잠 안 자고. 자꾸 뒤척뒤척.
여 어? 아니야.... (해놓고 다시.. 후..........)
남 왜.... 체했어?
여 어? 어... 좀 체한 것 같애. 저녁 먹은 게 안 내려가나.
남 그러게... 밥 비벼서 엄청 먹더라. 돼지 같이.
여 ......뭐? 뭐 같이?
남 그렇잖아. 요샌 소식이 대세라는데. 당신 사전에 소식은 없지?
하긴.... 그러니까 뱃살이 나날이.... 나보다 배가 더 나왔어.
여 난 애 낳았잖아!!!
남 오연수나 김희애.... 또 그 누구냐. 암튼 미시 탤런트들 봐라.
애를 둘씩 낳아도 몸매가 아주.... 그렇게 늘씬하고 이쁜데.
당신은 꼴랑 하나 낳아놓고.
여 점점... 이 남자가!! 지금 누구 놀려?
내가 누구 때매 이렇게 됐는데!
남 왜 또. 당신 배 나온 거까지 내 탓으로 돌리게?
여 내가 할 말이 없어서 가만 있는 거 아니거든? 나도 진짜 꾹 참고
있는 줄이나 알아.
남 할 말 뭐. 해 봐.
여 단숨에 문자 얘기를 꺼내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아직 결정적인 증거도 없는데. 허투르게 건드렸다간
나만 남편 못믿고 휴대폰이나 뒤진 여편네가 되기 십상이니까.
남 해 보라고.
여 ........아니야.
(M) 섹시한 남자 - 스페이스 에이
(E) 좀 멀리서 코고는 소리 들리고
(E) 살금살금 나오는 소리
(E) 하다가 뭔가 밟고 쨍강.. 작은 소리
여 (동시에) 엄마야.... (소리 죽이고)
(E) 코고는 소리 멈췄다가 다시 나면
여 남편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조심스레
다시 거실로 나왔다. 물론 손에는 남편의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으나
이번엔 확실한 물증을 잡아야 했다.
(E) 띠띠띠 버튼 누르는 소리
여 어디.... 도대체 누군지나 보자.... 어?
(E) 버튼 누르고
여 문자를 보낸 번호를 검색해 보니
저장된 이름이 가관이다.
신용협동조합.....
하...머리썼네.
이렇게 저장해 두면
나중에 전화가 올 때나 전화 걸 때 이름이 남아도
나에게 의심 받지 않겠지.
그 좋은 머리를 왜 바람 피는 데에만 쓸까.
재테크에 썼으면 우리집은 재벌일 것을.
치미는 화를 꾹....... 참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도저히 참아지질 않았다.
(E) 쿵쿵 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는
여 당신 일어나봐.
남 어?
여 일어나보라구! 얼른!!
남 왜 그래.....
여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남 뭐.... 아까 돼지라 그런거? 하.... 알았다. 미안하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다? 잠 자자.
여 안돼. 못자.
남 잘못했다잖아. 나 내일 출근해야 하거든?
여 누구 보러? 신용협동조합 보러?
남 ....어?
여 잘 들어갔죠? 오늘 피곤해 보이던데. 밥 잘 챙겨먹어요.
그럼 내일 봐요!!!
남 다...당신 내 휴대폰 뒤졌어?
여 어쩐지. 요새 많이 수상하다 했어. 불어. 누구야?
남 불긴 뭘 불어. 그냥... 직장 동료야.
여 직장 동료? 한 직장 다니는 사람들끼리
그렇게 달콤한 인사를 주고받는단 말이지?
남 달콤하긴 뭘. 그냥 야근하고 늦게까지 피곤해하는 것 같아서
잘 들어가라고 한건데. 당신이 회사 생활을 안해봐서
잘 모르는건데... 원래 회사에서는.....
여 회사 같은 소리 하지 마! 누굴 바보로 알아?
일 안해봤어도. 그런 건 구분해.
공적으로 안부 묻는 거랑. 진짜 감정이 절절이 배어나오는
인사랑. 어떻게 다른지! 나도 그런 건 안단 말야!
남 ....
여 누구야. 어떤 여자야 도대체!
혹시... 당신이 어제 말하던. 그 여자야? 혼자 애 키우면서
가장 노릇 한다던?
남 (펄쩍) 어? 아니야...
여 어.... 아니야. 좋아 알았어. 내가 그럼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겠네?그렇지?
남 아 이리 줘. 남의 전화기로 뭐하는거야.
여 왜에. 당신 표정이 사색이 되는 게 더 수상하잖아.
뭔데 그래.
남 효선씨야.
여 ....뭐? 누구?
남 있잖아 효선씨. 효선씨가.... 우리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어.
경력직으로 오긴 했는데. 처음이라 잘 알지도 못하고.
내가 그냥 이것저것 도와주다가....
여 앞이 멍해졌다.
효선이라니. 남편의 첫사랑. 그.... 효선이?
(M) 네버엔딩 스토리 - 이승철
-----------------1부 끝 ------------------
* 잠시 후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여 당신 뭐라 그랬어? 누구?
남 .... 효선씨. 아니.. 효선이.
여 당신 첫사랑?
남 첫사랑은... 그냥 어렸을 때 얘기지.
여 어렸을 때 얘기 좋아하네. 당신이 군대 가서 그 여자 때문에
탈영을 한다... 쥐약을 먹겠다 난리법썩 치는 걸 잡아준 게 누군데!
남 그러니까. 철없을 때 얘기라니까?
여 철이 아직도 덜 났네.
지금 그 여자랑 한 회사 다니게 돼서. 그래서 그렇게 안 부리던
멋을 내고 난리였던 거야?
남 어? 아니야... 그건 별개의 문제고.
여 별개의 문제 좋아한다. 누굴 속여.
남 진짜야. 벌써 10년도 훨씬 지난 얘기잖아.
여 그래서?
남 솔직히 새로 온 경력사원이 효선씬 거 알았을 때
놀란 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여 지금 그걸 자랑이라고 말해?
남 오해하는 거 같아서 그렇지.
여 그래서. 둘이 다시 잘해보기라도 하겠다고?
남 아 누가 그렇대? 난 애도 있는데.
여 하...... 나 때문이 아니라. 애 때문에 안된다는 거야?
남 그게 그거지.
여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
남 신경 쓰지마.
여 어떻게 신경을 안써. 내가 그 사랑을 모르면 모를까.
나는 너무나 잘 아는데.
(M) 부탁해요 - 왁스
(E) 머리 드라이 하는 소리
여 또 드라이 해?
남 (화들짝) 왜 소리도 없이 와. 귀신이야?
여 왜 그렇게 놀라?
남 아니야.... 다 했어.
여 왜. 뒤에 하다 말어. 더 해. 머리숱 많게 보여야지.
로션 줄까? 잘 바르고 다녀.
남 왜 비아냥대고 그래.
여 내가 뭘?
남 그만 좀 해. 그냥 회사 동료야.
옛날 일 때문에 내가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고.
그쪽한테 그만 두랄 수도 없는거잖아.
여 그래..... 그렇지만 나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문자질 하거나. 통화질 하는 꼴 못본다.
남 ....너무 그러지 마. 혼자서 애 키우느라 힘든데.
여 그 여자 벌받는거야. 당신한테 어떻게 했니?
남 벌이라니. 같은 여자로서. 남편 잃고 살아보려고 애쓰는 여자한테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해?
여 뭐?
남 맘보를 곱게 쓰란 말이야.
(M)
마음이 고와야지 / 남진
(E) 책장 신경질적으로 넘기다가
여 아... 짜증나.아무 것도 못하겠네.
(E) 미용실 소음. 드라이하는 소리. 머리싹둑거리는 소리
여 하루종일 초조해하다가
미용실로 나왔다. 여름 내 꽤 길러온 머리를
싹둑 잘라버리고. 새로 화장품을 사서
발라보기도 하고. 큰 맘 먹고 가을 원피스도 한 벌 샀다.
그리고. 퇴근 시간에 맞춰
남편 회사 앞으로 갔다.
(E) 전화 통화음
남 여보세요
여 나.
남 어... 왜?
여 나 지금 당신 회사 앞.
남 뭐?
여 기다릴게. 저녁 같이 먹자.
남 나 야근인데?
여 .... 저녁은 먹을 거 아냐.
남 회사 사람들이랑 먹기로 했어.
여 그럼 그 사람들끼리 먹으라 하고. 당신은 나와.
사람이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려보낼거야?
(E) 레스토랑 소음
여 어째.... 먹는 게 그렇다?
남 어?
여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잖아?
남 내가? 아니야.
여 저녁 같이 먹기로 한 사람이. 그 여자야?
남 에이 참. 아니라니까. 다같이 먹기로 한 거야.
여 여보 나 있잖아. 기분이 좀 그래.
남 뭐가.
여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늘 조금은 덜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거든.
남 ?
여 그 여자보다는 덜 사랑받고 있다고.
당신은 그 여자에게 했듯이. 내게 애절하지 않았고.
나 때문에 초조해하지도 않았잖아. 매달리지도 않았고.
그래서. 늘 나는 그 여자보다는 조금 덜.... 이겠구나.
했단 말이야.
남 거.... 말도 안되는 소릴....
여 그런데. 그런 그 여자가 당신이랑 매일 얼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솔직히.... 미쳐버릴 것 같애.
(M)
사랑하고 싶어 / 왁스
(E) 커피잔 소리
남 당신이 신경 쓸 줄 알아서. 미리 얘기 못한거야.
여 사는 게 힘들대?
남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혼자서 자식 키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 아냐.
여 그래서? 가여워?
남 그런식으로 말 몰아가면 내가 얘길 못하지.
여 정말 당신은 그 여자한테 옛날 감정이 조금도 안 남았다구?
남 .........그렇다니까.
여 자신 없어 보이는데?
남 저녁 시간 끝났어. 들어가 봐야돼.
여 얘기 끝내고 들어가.
남 결론도 없는 얘기 언제까지 하라고.
여 저녁에도 그 여자랑 같이 있을 거잖아!
남 야근이야 야근. 일이라고!
여 당신 회사 옮기면 안될까?
남 미쳤어 진짜?
(E) 전화 오는
남 여보세요? (목소리 한결 부드러워지는) 아.. 네.
지금 저녁 다 먹었어요. 들어가요. 지금. 아... 그거 하지 말고
냅두세요. 제가 들어가 처리할께요.
여 여보.
남 (멀어지며) 지금 나가고 있어요. 무거우니까 괜히 옮기려고
하지 말구요. 그래요.
여 낯선 남자의 등에 대고 혼잣말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는 이미 멀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M) 바람아 멈추어다오 - 이지연
(E) 컴퓨터 자판 치는
여 이렇게까지 하면 안된다는 거
잘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나로서도. 이대로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을 순 없었다.
그 사람의 부서 주소록에서
그 여자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냈고.
이메일을 썼다.
여 (에코) 당신은 저를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당신을 잘 알아요. 너무 잘 알아서 탈이죠.
당신이 우리 남편의 첫사랑이라는 것도.
그 첫사랑이 끝날 때. 내 남편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도.
당신을 다시 얻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비참하게 차였는지도.
나는 곁에서 다 지켜보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의 두 번째 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됐어요.
하지만 같이 사는 내내
언제나 나는 두 번째라는... 사실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당신과 남편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내 자신이 더더욱 초라해지더군요.
그건. 왜냐면.
당신과 내 남편이 나쁜 짓을 저질러서가 아니고.
내 마음이 끊임없이 의심하고. 스스로를 작게 만들면서.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었으니까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남편이 첫사랑을 아름답게 간직하려고 노력한다면.
나도 내 남편의 첫사랑을
지켜주려고 노력해야 하니까.
비굴하고. 유치하지만.
내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M) 편지 - 김광진
(E) 들어오는 소리
여 일찍 왔네?
남 (힘없는) 어.
여 왜.
남 아니야.
여 무슨 일 있어?
남 어? 아니....
여 밥은?
남 생각 없어. 그냥 씻고 잘래.
( E) 풀벌레 소리
남 (한숨)
여 왜 안 자.
남 자야지....
여 우유 한잔 데워줘?
남 아니야.....
여 아 정말 답답하게. 왜 그러냐구.
남 .......
여 응?
남 그만 뒀어.
여 ...(뜨끔) 응?
남 회사.... 효선이 말이야.
여 지..지금... 자기 첫사랑이 회사 관뒀다고 이렇게 코를 석자나
빼고.... 잠도 못이룬단 말야?
남 ... 미안하다.
여 웃긴다 진짜. 자기 와이프한테.. 첫사랑한테 두 번 차인 사람 마냥....
왜... 그만둔대?
남 다른 회사.... 더 괜찮은 자리가 생겼다구....
여 그래?
남 실은.... 인사도 못했어. 아침에 갔더니 자리까지 싹 정리하고
없어졌더라구.
여 ........
남 마지막 인사라도 할까 하고 전화했는데
번호까지 싹 바꾸고.
여 .....그...래?
남 솔직히 말할게. 감정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었을거야.
그런데..... 그건 절대 당신보다 그 여자를 더 앞세우는
그런 감정은 아니었어.
여 ....참 눈물나게 고맙네.
남 그래도.... 옛날 생각도 나고. 더 잘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맘도 있고. 도와주고도 싶고.... 그랬는데.
그 여잔 그게 부담됐나봐.
여 ......어...
남 어제 말야. 내 책상 위에 있는 가족사진을 보더니.
그러더라구. 부인이 참 좋은 사람일 것 같다구.
여 (화들짝) 그 여자가 그래?
남 응.... 그러고 보니. 그게 마지막 인사였네.
여 어.....
남 미안했어 여보.
여 됐어..........(잠깐 있다가) 가을이잖아. 한번 봐줄게.
남 그래.... 고마워. 나 잔다.
여 남편은 여전히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인다.
그 뒤척임을. 조금의 미안함으로 돌아본다.
남편의 첫사랑을.
나도 함께 떠나보내며.
(M) 주제음
:
오래전 그날- 윤종신
2008-09-17(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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