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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0일 목요일 방송원고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47화 - 열대야


(M)주제음: 오늘 밤 어때 / 메이린


(E)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남     어우.. 더워... 진짜..

여     아우 가만 좀 있어. 자꾸 움직이니까 더 더운 거 아냐.

남     진짜 한번만 틀자.

여     됐어.

남     한번만 틀자고.

        이렇게 더울 때 틀려고 사다놓은 게 에어콘이지.

        그대로 모셔뒀다가 대대손손 물려줄래?

여     전기세가 얼마나 비싼지 알기나 해?

        저거 한번 틀때마다 얼마가 나가는지 아냐고.

남     나 더운 거 못참잖아. 잘 알면서 그래!

여     (버럭) 못참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연애 때 생각 안나? 나도 이마에 땀방울 맺히는 거

        끈적끈적한 거. 후덥지근한 거. 제일 싫어했던 사람이야!

남     그런데 뭐!

여     가서 찬물로 샤워 한번 하고 오면 되잖아.

남     그럼 잠 다 깨잖아.

여     아 몰라. 나라도 자야겠으니까. 좀 건들지 마. 제발.

남     야 쫌!!!

(M)  야야야 / earls


(E) 위잉... 모기 날아다니는 소리

(E) 찰싹 찰싹 때리고


남     야. 집이 후덥지근 끕끕하니까 모기도 있는 거 아냐.

여     별.. 말도 안되는 소리 하고 있어.

        여름이니까 모기가 있지. 집에 에어컨 틀어놨다고 모기가 죽냐?

남     아무래도.. 좀 추우면 딴데로 가지 않겠어?

여     비켜 봐.


(E) 치이익.. 모기약 뿌리고


여     됐지? 죽었을거야. 자.

남     아 냄새.

여     애야? 일곱살짜리처럼 왜 이래. 누군 에어컨 틀 줄 몰라 안 트냐?

        한번 얘기 진짜로 시작해 봐?

남     ....알았어. 관두자.

여     할 말 없어서 안하는 거 아니거든?

        제발.... 나 좀 건드리지 마.


(E) 찰싹 찰싹 때리며


남     (궁시렁) 모기 아직 있는 거 같은데.

여     조용.

남     알았어..

(M) 모기야 / 콜라


(E) 밥 먹는


남     (피곤) 아.. 골이 다 띵하네.

여     ...

남     잠을 그냥 제대로 못잤더니.. 그리구 이 선풍기 바람이

        계속 쐬면 몸이 붓는 거 같더라구. 나 다리 좀 부은 거 같지 않아?

여     ...

남     냉방으로 말고. 제습으로 한번 싹.. 집안 공기를 시원하게 한다음에

        그 다음에 선풍기 틀고 자면 얼마나 좋...


(E) 숟가락 탁 놓는


남     왜..

여     5천만원.

남     (깨갱) ... 뭐 또...

여     그 오천만원만 안날렸어도 내가 이래?

남     (또 시작이구나..) 야.. 엄격하게 말해서 그거랑 이거랑은

        별 상관이 없지. 그리고.. 날렸다는 표현은 좀 그렇다?

여     뭐가 좀 그래? 이만원 하던 게 이천원이면 날린 거지!

남     야.. 회사 차원에서도 소액주주들을 위해서

        뭔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겠지. 이대로 냅두겠냐?

여     하 참..

남     좀만 기다려 봐. 주식이라는 게 세월이 가면 오르게 돼 있거든.

여     누굴 바보로 알아?

        오를 게 있고 안 오를 게 있지!!!

남     알았다 알았어. 내가 에어컨 틀자는 말 안할께, 됐지?

        아침 먹는 데 꼭 이래야겠어?

여     아침은 나도 먹고 있었어. 먼저 건드린 게 누군데!

남     에으 증말.


(E) 숟가락 탁 놓고


여     웃겨 진짜? 누가 누구한테 성이래?

남     야. 내가 한마디만 해?

        김부장 알지? 그 사람도 나랑 똑같은 거 사서 지금 그러고 있는데!

        마누라가 그랬댄다.

여     뭐!

남     잃을 수 있는 거 중에 가장 가벼운 게. 돈이라고.

        아, 가족 모두 건강하고. 별 탈 없는데. 돈 그깟 몇천 잃은 게

        뭐 대수냐.

여     하..참... 무슨 백만장자 딸인가보지?

남     당신 건강하니 됐다. 나랑 둘이 맞벌이니까. 내가 금방 메워주겠다.

여     웃겨.

남     이러는 마누라도 있대. 김부장님. 그 말 듣고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평생 와이프한테 충성하기로 맹세했대잖아.

여     그래서? 난 그렇게 안해줘서, 충성 안할거야?

남     솔직히.. 기분이 다르지. 아주 그냥 하루가 멀다 하고 했던 얘기 또         하고 했던 얘기 또 하고. 내가 당신이 입만 씰룩해도.

        어.. 또 뭔 얘길 하려고 저러나.. 그런다구!

(M)  오늘도 참는다 / 캔


(E) 컴퓨터 치는 소리


여     혹시나 하고.. 증권 사이트에 들어가봤다.

        그런데... 하한가다.

        아직도 떨어질 게 남았단 말인가.

        파란 색 그래프가 밑으로 쭉 뻗어있는 꼴을 보니

        앞이 캄캄하고.

        힘이 쪽 빠지는 것 같았다.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내가 이 지겨운 회사를 2년 반은 다녀야..

        그것도 월급을 한푼도 안쓰고 모아야 겨우 모을 수 있는

        돈인데. 그걸 석달만에 다 날려놓고도

        남편은 미안한 기색이 없다.

        얘기만 꺼내려고 해도 질색팔색이다.

        나도 안다.

        그런 얘기 해 봤자, 화만 더 난다는 거.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 한번씩 남은 돈 확인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걸.

(M)  머니 / 왁스


(E) 벨소리


여     누구세요.

남     어.. 나.


(E)문 여는데.


남     야야.. 들어와. 괜찮아. 들어와.


(E) 뒤에서 안녕하세요.. 어쩌고 하는 남자들 목소리..

(E) 들어오는 소리


여     (속삭) 잠깐만 이리 와 봐.

남     왜..

여     어떻게 된거야.

남     아 친구들 만났는데. 괜히 밖에서 먹으면 술값만 비싸잖아.

        내가 맥주 몇병 사왔어. 안주만 좀 차려봐.

여     안주가 어딨어 갑자기.

남     없어? 그럼 치킨 몇마리 시키고. 당신 나가서 찌개거리라도

        좀 사오지?

여     뭐?

남     에이 진짜.. 애들 보잖아.

        친구들 앞에서 남편 체면 좀 살려주라.

여     남편 체면 같은 소리 한다 진짜.

        이따가 두고 보자.

(M) 놔 - 김현정


(E) 시끌벅적한 소리들

(E) 맥주잔 부딪치고


여     그렇게 들이닥친 친구들은 밤이 깊도록 갈 줄을 몰랐다.


남     (좀 멀리서) 야.. 니들 덥지? 거기 에어컨 좀 틀어라.


(E) 에어컨 트는 소리 나고


남     야.. 시원해서 좋다. 한잔들 해.

여     하...

남     (멀리서) 여보. 맥주 다 떨어졌는데. 한 열병만 더 사다줄래?


(E) 현관문 열고 나오는


여     편의점에 간 나는

        맥주캔을 두개 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강변으로 갔다.

        더운 날씨 탓에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돗자리를 깔아놓고 부채질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덥지도 않은지, 서로의 품에 꼭 안겨서

        쉴새 없이 재잘대는 연인들도 있었다.

        그들의 틈 한구석에 앉아서

        난 맥주를 마셨다.


(E) 전화벨 울리는 소리, 꺼버리는


여     집에서 온 전화도 받지 않았다.

        지금의 내 인생이 열대야인 것 같았다.

        벗어날 수도 없고. 짜증스럽고. 끝날 것 같지도 않았다.

(M)  tears / 소찬휘


(E) 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E) 코고는 소리


여     새벽 2시가넘어 집에 들어와 보니

        집안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빈 맥주병들. 엉망이 된 거실.

        그 한가운데서 남편은 배를 북북 긁으며

        잠에 빠져 있다.

        에어컨은 가장 센 강도로 틀어져 있었고.

        집안은 추울 정도였다.

        

(E) 에어컨 끄는 소리

(E) 빈병이며 이것저것 치우는 소리들


여     어지럽혀진 집안을 치우다 보니

        울컥 눈물이 났다.

        그 자리에 앉아 펑펑 울고 말았다.


남     (잠에서 깨며 약간 취한) 뭐야.. 에어컨 또 껐어? 덥잖아.

여     ......

남     왜... 그래 알았다 알았어. 짠순이 우리 마누라.. 알았습니다.

        더워서 찜통 같은 데서 자겠습니다.

여     우리 이혼하자.

남     ...(못알아듣고) 응?

여     이혼하자구.. 

        못알아들어? 이혼.

남     그래... 그러자...


(E) 다시 코고는 소리


여     홧김에 한 말이긴 했지만.

        내 그런 말에도, 아랑곳 않고

        다시 드러누워 잠든 남편을 보는데.

        마음이 싸늘히 식어가는 기분이었다.

        이혼... 

        안될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M) 남자는 모른다 / 화요비


--------------------------1부 끝 ----------------------



*잠시 후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E) 화장실에서 물 내리고 나오는 소리


남     아... 죽겠네... 여보...

여     .... 

남     밥 없어?

여     없어.

남     아침 안했어?

여     안했어.

남     그럼 국이라도 줘.

여     국이 어딨어? 밥도 없는데.

남     야.. 진짜 너무하네.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니다.

        친구들 앞에서 망신 그만큼 줬으면 됐지.

여     ... 뭐? 망신?

남     그럼 망신 아니냐? 맥주 사러 간다고 나가더니. 감감무소식이고.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 친구 녀석들이 당신 화나서 가출 한 거

        같다고. 막 놀리고.

여     하.. 그래서? 놀려서 망신스러웠어?

남     그럼? 자랑스럽겠어?

여     어제 맥주값에 안주값만 얼마가 든 줄 알아? 우리집 한달 생활비

        반이 날라갔어.

남     아무리 반이 날라갔어도. 술집에서 먹은 것보단 훨씬 절약이야.

        야. 다섯명이 술집에서 작정하고 먹었어봐. 장난 아니야.

여     그렇게 장난이 아닌데. 왜 먹어야 되는데?

남     그거야... 당신이 남자들의 세계를 어떻게 알겠어.

        암튼 한번씩 그렇게 해줘야 스트레스도 쫙쫙 풀리고...

여     (OL) 그럼 내 스트레스는!!!!!

남     깜짝이야.. 왜 그래 또..

여     난 어디서 풀어. 당신은 그렇게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니면서

        술마시고 돈 쓰고. 나 짠순이라고 비웃으면서.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다니잖아.

        난! 내가 하고 싶은 건! 난 어디서 풀어!!!

남     야야... 나 출근한다.. 밥 한번 얻어먹을라다가 또 된통 당하네.

여     이혼해.

남     ....뭐?

여     어젯밤에도 얘기했잖아. 이혼해.

남     니가 참... 더위를 아주 단단히 먹었구나?

        그러게... 내가 에어컨 좀 틀고 살쟀지?

        너무 더우니까 헛소리를 다 하잖아.

여     헛소리 아니거든? 난.. 정말..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야.

        여기 벗어나면.. 선선하고.. 좋은 데가 있을 것 같아.

        최소한... 당신 옆에 있는 거보단.. 세상 어디라도 날 것 같애.

        난 당신이랑 이혼할거야.

(M)   굿바이 / 이수영

(E) 지하철역 소음

(E) 따각따각 빠르게 걸어가고. 뒤쫓아오는


남     아 그러고 가면 어떡해!

여     장난하는 거 아니야. 어젯밤 내내 생각했고.

        아침에 당신 얼굴 보면서 결정했어. 내 결정 안바뀔거니까.

        그렇게 알아.

남     이혼이 무슨 애들 장난 인 줄 알아?

여     내 말이...

남     뭐?

여     이혼 애들 장난 아니야. 마찬가지로 결혼도 애들 장난 아니야.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요만큼도 없이.

        자기 하고 싶은대로. 생각대로. 그렇게 사는 거.

        난 아니라고 생각해.

남     은서야.

여     이거 놔.

남     너 내가 바람을 폈냐. 월급을 제대로 안갖다줬냐?

        주식 좀 날려먹은 거? 내가 그러고 싶어 그랬어?

        한푼 두푼... 그래 너 그러고 사는 거 나도 안쓰러워서.

        좀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뛰어들었던 거 아냐.

여     난 말렸어. 절대 안된다고 말렸어.

남     잘될 줄 알고 그런거지. 내가 이렇게 쪽박 날 줄 알고

        일부러.. 너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랬겠어?

        나도 잘해보려고!!!

여     그만해. 귀에 딱지 앉게 들은 말이야.

남     그러니까. 내가 니 귀에 딱지 앉을 때까지

        그렇게 설명하고 얘기했는데. 왜 못알아들어.

여     당신은... 친구들 앞에서의 체면이. 와이프의 기분이나 고민보다

        훨씬 앞서는 사람이잖아. 그거 못 고쳐.

        한방으로 일어서고 싶어하는. 그 버릇. 그것도 못 고쳐.

        내가 당신이랑 같이 살려면. 평생 그 꼴 보면서

        참아가면서 살아야 할 거야. 내 인생은.. 정말 끝도 없는 열대야일

        거라구. 싫어 난. 그렇게 사는 거.

남     여보.. 


(M) 헤어지지 말자 / god


(E) 지하철 떠나는 소리


여     지하철 안에 앉아서 밖에 서 있는 남편을 보니

        꼴이 그야말로 추레하다.

        급하게 날 쫓아 뛰어 나오느라고

        와이셔츠 단추도 제대로 못 잠근 채

        머리엔 까치집을 짓고

        멍하게 날 바라보고 있다.

        그냥 시선을 돌려 버렸다.

        아직 아이도 없고. 결혼한지 2년째면.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다른 생각들이 올라오는 걸

        꾹꾹 눌러가며.

        눈을 감아 버렸다.

(M) 눈을 보고 말해요 - VOS


(E) 파도 소리


여     시댁과 우리집에도 다 얘기 했고.

        난 부모님의 성화를 피해서 휴가를 내고

        속초에 있는 친구집으로 내려왔다.

        서울보단 확 트이고..

        시원한 곳이었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고

        매일 여기저기 산책을 했고.

        설악산에도 다녀왔다.

        마음이 훨씬 깔끔하게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E) 걷는 소리


남     여기 있었네.


여     남편이었다. 예상 외로 깨끗한 모습이었다.

        살은 좀 빠진 거 같았지만. 오히려 좋아 보였고.

        면도도 말끔하게 했고. 옷도 못보던 새거였다.


여     .....어떻게 왔어.

남     장모님이... 속초 갔을 거라고 해서..

여     내 친구네 갔었다구?

남     기억 안나? 예전에 여기 한번 왔잖아. 연애할 때.

여     ... 그랬나.

남     뭐 해 여기서.

여     뭘 뭐해. 당신 서류 정리될때까지 기다리는 거지.

남     진짜.. 이혼하게?

여     ....그럼 내가 장난 삼아 그런 소릴 한 줄 알았어?

남     그거 아니란 거 아니까. 여기까지 쫓아온 거야.

여     쫓아온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야.

남     내가 그렇게 잘못했어?

여     아니. 생각해 보면. 당신이 그렇게까지 잘못한 건 없어.

        당신말대로... 더한 사람들도 많으니까.

        바람 피는 사람들도 있고. 때리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비교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

남     그런데?

여     당신도 변할 수 없고. 나도 변할 수 없잖아.

남     바꾸려고 노력할께.

여     그게 안된다는 걸. 알았다니까?

남     그래서 뭐! 어쩌겠다고!

        이혼하고. 딴 남자 만나 재혼이라도 하겠다고?

여     당신은 그것만 생각해? 그것만 무서워?

남     난 뭐.. 당신한테 불만 없었는줄 알아?

        그치만 부부란 게 뭐냐구.

여     한번 결혼했으니까. 죽을 때까지. 좋아도 싫어도.

        꾹꾹 참아가면서. 그렇게 사는 게 부부라곤 생각 안해.

        인생이 두번이라면 그러겠어.

        그런데. 한번이잖아. 한번인데. 그렇게 보낼 순 없어.

(M)  어떡하죠 / 서영은


(E) 들어오는


여     막차로 올라가래니까.. 기어이 말 안듣고..

남     걱정마. 마루에서 잘테니까.

여     맘대로 하셔.


(E) 신발 벗고


여     나 들어간다. 거기서 자든가 말든가...

남     야. 진짜 매정하네. 진짜로 들어가?

(E) 여닫이 문 닫는

남     (약간 멀리서) 여보.. 여기 모기 진짜 많아..

여     많겠지. 싫으면 지금이라도 딴 데 가서 자든가.

남     야.. 무슨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없냐?

여     나 잘거야. 조용히 좀 해줄래?


(E) 귀뚜라미.. 풀벌레 소리 등등.. 한참 후..


남     여보..

여     .....

남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그때도 여기서 잤었다.

        왜.. 결혼전에.. 속초 왔을 때.

여     ....

남     그때도 당신은 방에서 자고. 난 밖에서 자고..

        기억나?

여     .....

남     아침에 당신이 서울 올라가는데 그랬잖아.

        바보.. 밖에서 자란다고 진짜 거기서 자냐?

여     나 잘거라니까.

남     나도 여기 오면서 생각 많이 했어..

        당신 말대로... 변해봐야 얼마나 변하겠어. 나란 놈이.

여     ....

남     그런데.. 당신.. 그래도 그런 나 좋아했던 거 아냐?

        친구 좋아하고. 의리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분파고..

        그런 게 좋다 그랬잖아.

여     ....

남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던 거.. 인정해..

        그건 노력할께. 노력하면.. 다는 아니라도..

        당신 기분 살피고... 배려하는 거...

        할 수있지 않을까?

(M) 별이 진다네 / 여행스케치


여     다음날. 남편은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얘기했고.

        난... 그냥 보내기가 그래서..

        배웅을 나갔다.


남     진짜 서류 준비해?

여     .......일단.. 준비는 해 놔.

남     무슨 뜻이야?

여     아니... 또 어떻게 될 지 모르잖아.

남     ..... 여차하면 또 이혼하자고 그럴거라고?

여     당연하지. 나 지금 다 풀린 거 아니야. 절대.


(E) 계곡물 흐르는


여     물살이 꽤 센 계곡 앞에 왔다.

        남편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남     우리 아버지가.. 나 어렸을 때 해준 얘기가 있거든

        둑이나 제방같은 곳을 건너올때는

        바닥에서 발을 절대 떼면 안된단다.

        두발을 바닥에 붙이고 질질 끌면서 건너오너라..

        한발이라도 떼면 안된단다. 그러면 중심을 잃고 휩쓸려 가버린단다

여     .....

남     당신한테 오는데. 그 말이 생각났어.

        두발을 바닥에 딱 붙이고. 절대... 발을 떼지 말자.

        그렇게 한발씩 한발씩.. 같이 손잡고 가자...


여     또 속는 기분이다.

        하지만 난 남편의 손을 잡는다.

        두 발을... 바닥에 꼭.. 붙이고서.

(M) 주제음:  오늘 밤 어때 / 메이린





        

















2008-07-09(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