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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4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2008년 6월 24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조옥주
- 나의 결혼식 날 -
저의 결혼식 추억을 골디 가족 여러분에게 털어 놓을까 합니다.
결혼 전날, 저희 어머니는 삼겹살을 유난히 좋아했던 저에게 삼겹살을
실컷 먹여 보내고 싶으시다며, 온 가족이 삼겹살 파티를 했습니다.
그런데 삼겹살이 문제였지요.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배탈이 난 겁니다. 밤새 설사하고, 잠도 설치고... 아~ 나의 한번뿐인 결혼식이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결혼식 당일 아침 일찍, 병원에 들러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간신히 결혼식장으로 향했습니다. 무거운 드레스와 악세서리, 굽 높은 구두, 그리고 밝아야만 하는 신부의 미소. 모든 것이 힘들었지만 참았습니다.
주례가 끝나고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는데, 몸이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한계가 온 것이지요. 아... 이제 사진만 찍으면 되는데....
주례 선생님과 부모님, 가족과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그만 몸이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얘야! 괜찮니? 정신 차려봐~” 어머니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일어나서 악세서리를 다 빼고 나니, 몸이 좀 가벼워졌습니다. 초고속으로 사진을 찌고, 폐백을 올리고, 피로연에 갔습니다.
근데 아픈 나를 간호해야 하는 우리 신랑에게 왜 폭탄주를 주는 걸까요?
우리 신랑은 맥주 한 캔만 마셔도 쓰러져 자는데 말이죠.
그래도 결혼식 날이라고 좋다고 다 받아 마시는 우리 신랑...
아마 신랑 인생에서 최고로 많이 마신 날일겁니다. 식장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우리는 다음날 제주도로 신혼 여행을 갔습니다.
신랑과 저는 둘 다 배가 아파서 구경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그냥 방에서
잠만 자다가 돌아오고 말았지요. 지금도 가끔 벽에 걸린 결혼식 때 찍은
가족 사진을 보면 너무 우울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결혼식과 신혼여행,
모두 다시 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좋은 일도 있었어요. 잠을 많이 자서
그런지,, 우리 큰아이가 바로 생겼고, 둘째도 있습니다.
기덕 오라버니, 저는요.. 사는 게 너무 좋습니다. 하루하루가 다 다르니,
색다른 행복이 매일 찾아오니까요. 기덕 오라버니도 항상 행복하세요!
신청곡: I Went To Your Wedding / Patti Page
미국 출신의 컨츄리 여가수 '패티 페이지'의 1952년 작품.
이상호
- 아내의 거짓말 -
요새는 주말만 되면 무슨 결혼식들이 그렇게나 많은지... 덕분에 모처럼
쉬는 주말에도 가족들과 함께하기보다는, 결혼식 때문에 서울로, 대전으로 다니기 바빴습니다. 돌 지난 딸아이가 낯선 사람만 보면 세상이 떠나가라고 울어대는 통에, 와이프와 딸아이를 두고 매번 저 혼자 결혼식에 다녀오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날도 어김없이 결혼식을 다녀왔는데, 친구 녀석이
대구에서 강원도까지 멀리서 왔다면서, 기름 값에 보태라고 봉투에 돈을
넣어서 챙겨주더라구요. ‘이 돈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와이프에게
화장품이라도 하나 사줘야겠다 싶어서, 집에 가기 전에 백화점에 들렀습니다. 화장품 매장이 1층에 있었는데, 화장품 매장에 가는 길에 남자구두매장을 지나치다가 뒷 모습이 와이프와 똑같은 여자를 보게 됐습니다.
‘세상에~ 진짜 닮은 사람이 한명씩은 꼭 있다더니... 뒷모습 보고 우리
와이프인줄 알았네..' 하고 지나가는 찰라, 그 여인은 그냥 닮은 사람이
아닌, 바로 제 와이프더군요. 5분 전 까지만 해도 집에 있다던 사람이,
딸 아이도 없이, 그것도 혼자서 남자 구두를 열심히 고르고 있더라구요.
와이프는 절 못본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혹시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해서 거리를 두고 지켜봤습니다. 한참을 고르던 와이프는 구두 하나를 구입하더군요. ‘도대체, 누구한테 선물하는 거지?’ 하는 생각과 함께,
당장이라도 와이프를 잡고 물어볼까, 아님, 모른척할까,, 하고 고민하다가
우선 못 본 척 집에 와버렸습니다. 물론 와이프의 화장품도 구입하지
않고요. 제가 들어온 후, 얼마 안 있어서 집으로 들어온 제 와이프.
저를 보더니, 환하게 웃습니다. “자기야. 내가 자기 선물 샀어. 얼른 현관으로 나와봐!” 현관으로 나갔더니, 아내가 아까 구입한 구두를 내밀더군요.
"자기야 구두가 너무 낡아서 하나 샀어. 남들이 보면 와이프가 구두도 하나
안사준다고 욕하겠다. 이거 내가 용돈 아껴서 산거니까 이쁘게 신어야해?”
환하게 웃는 와이프를 보면서, 짧은 순간이나마 아내를 믿지 못한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아내에게 미안하더군요. 오늘도 아내의 사랑이 가득 담긴
구두를 신고 출근하는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신청곡: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 Glenn Medeiros
하와이 출신의 미남가수 '글렌 메데이로스'의 1987년 데뷔 곡.
안은주
- 복숭아를 보면 생각나는 아이 -
시장에 나와 있는 풋복숭아를 보니까 문득 옛추억이 생각났습니다.
어릴 적 동네에서 유일하게 복숭아 나무가 있는 집이 있었는데, 그 집이
하필 제가 좋아하던 남자 아이네 집이었습니다.
파랗게 동글동글 열매 맺혀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그거 하나 따먹고 싶어서 군침 한번 삼키고 지나갔는데,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여물어가고 단내를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한입 베어 물면 단물이 줄줄 흐를 것 같은, 잘 익은
복숭아를 볼 때면,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었습니다.
탐스럽게 열린 복숭아나무를 한번 올려다보고, 너무 높아 딸 수 없자,
괜히 성질이 나서, "비나 왕창 와서 다 떨어져라!" 하고 소리치고는 지나가곤했답니다. 그렇지만 마음속엔 아쉬움이 남아있었지요.
그런데 그 남자 아이가 학교로 복숭아를 저 먹으라고 일부러 따온겁니다.
부끄러워서 선뜻 받지 못하니까 매일 자기네 집앞을 지나가는 저를 봤다고
하는 겁니다. 복숭아 나무아래서 주춤했던 모습이 굉장히 안돼 보였나봐요.
설 익은거 먹으면 배탈 나서 안된다면서, 지금이 딱 달달하게 익었다고
먹어보라는데,, 차마 그 앞에서는 먹지 못하고 가방에 넣어두었다가
집에 가서야 입을 쩍벌려 배어먹었답니다. 수줍어서 복숭아도 배어먹지
못하던 소녀는 못하는 게 없는 아줌마가 되어있는데,
소녀가 좋아하던 소년은 어떻게 변해있을까요? 궁금하네요.
신청곡: I'll be Missing You / Puff Daddy
미국 출신의 힙합가수 '퍼프 대디'의 1997년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연 11주 동안 No.1을 기록했던 힙합 최고의 히트곡.
정현숙
- 버려진 화분 -
며칠 전, 집 앞에 누군가 버린 듯한 화분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화분이라고 하기엔 아주 볼품 없었지만,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꽃망울이
너무나 가엾게 보여서, 집으로 가져와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놓아두었지요.그리고 일주일쯤 지났을까요? 저도 깜빡 잊고 있다가, 우연히 창가에 놓인 화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미쳐 신경 쓰지 못했던 일주일동안 그 꽃망울은 이미 활짝 펴서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집에 가져와서 물 조금 주고, 햇볕 좀 보게 해준 것 밖에 없는데,
처음 봤을 때의 그 볼품 없었던 모습은 온데 간데없이, 너무나 화려한 꽃을
피운 겁니다. 요즘에는 이 이름도 모르는 꽃이랑 대화를 한답니다.
누가 보면 정신나간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제 얘길 이렇게 잘 들어주고,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저를 바라봐주거든요!
아무튼 저는 이 꽃으로 인해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동안 의기소침해 있던 제게 힘을 준거지요.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지금 준비하는 시험에
꼭 합격할 겁니다.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서, 이 꽃처럼 저만의 예쁜 꽃을
꼭 피울 겁니다.
신청곡: Sunshine On My Shoulder / John Denver
미국 출신의 팝 컨트리 가수 '존 덴버'의 1974년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기록.
2008-06-25(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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