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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9일 목요일 방송원고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44화 - 행복


(M)주제음 : Somewhere Over the Rainbow / Connie Talbot


* 이 드라마는 청취자 김화선님의 사연을 각색한 것입니다.


(E) 문 쾅 닫고 들어오는


남     왜 그래 또.. 밥 잘 먹으러 나갔다가..

여     병원 가는 게 그렇게 어려워? 애야?

남     어려워서가 아니잖아. 자연스럽게 기다려보자는 거지.

여     기다렸잖아. 2년 기다린 걸론 부족해?

남     조금만 더 있어보자구 글쎄.

여     난 충분히 기다렸어. 일단 원인을 찾자는 거야.

남     나한테서?

여     그런 게 아니라. 당신일 수도 있고, 나일수도 있잖아.

남     꼭 그렇게 해야겠어?

여     당신은 몰라.

남     내가 뭘.

여     오늘 어머니 표정 못봤지. 아가씨 임신했다고 얘기하시던 표정.

남     못보긴 뭘 못봐. 그냥 자연스럽게 말씀하시던데.

여     아니야. 넌 뭐하고 있니? 이런 표정이셨어.

남     자격지심이야. 전혀 그런 티 안났다구.

여     자기 딸은 여자 노릇 하고 있는데, 내 며느리는 왜 저러고 있나...

남     여보!

여     그런 생각 안하셨다고 해도, 난 그런 생각이 드는걸 어떡해.

(M) 박혜경 - 레인


(E) 병원 소음들, 걸어나오는


남     이제 속이 시원해?

여     .....

남     왜 또..

여     당신한텐 이상 없다고 하니까. 내가 아닌가 해서.

남     아닐거야. 여보. 아닐거야.

여     나 건강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어디 한군데 아픈 데도 없었고.

        생리도 주기적으로 꼬박꼬박했고..

남     그래.. 그러니까 괜찮을 거라구..

        우리 애기가 아직 때가 아니라 생각해서

        아직 우리한테 안 온 걸 수도 있잖아.

여     그런걸까?

남     그렇다니까?


여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자궁내막증이

        불임의 원인인 것 같다면서, 불임전문병원으로 가 보라고 했고.

        난 그곳에서 피검사, 소변검사, 초음파검사, 나팔관조영술까지

        검사를 받은 후. 결국 복강경 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 중 발견된 자궁근종까지 제거한 후

        며칠 동안 입원을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가끔 보이는 배부른 산모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일부러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피해 다니기도 했다.

        내가 자식에 대해 이 정도로 집착하게 될 줄은 몰랐다.

        결혼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낳고

        그렇게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 줄 알았다.

        그런데 난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M) 바람이 분다- 이소라


(E) 신발 신는


남     그냥 집에 있으라니까.

여     어머니 생신인데 어떻게 그래.

남     어제 퇴원했다고 말씀드린다니까?

여     그럼 알게 되실 거 아냐.

남     알게 되시면 어때. 당신이 뭐 죄졌어?

여     그럼 어머니 아버님이 지금껏 애 안생긴 게 내탓이라고 생각하실 거

        아냐!

남     그럼 어때서 그래!

여     당신은 몰라. 당신은 당신 때문이 아니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만

        난 아니야. 난.. 나 때문이라서.. 모든 게 미안하고 죄스럽기만 하단         말이야.

남     여보 나는 있잖아.... 정말로... 진심으로....

        만에 하나 아이가 안 생겨도 괜찮다고 생각해.

여     .....

남     우리 둘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데.

        당신은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아.

여     우리 둘이..? 평생.. 둘이 살자구?

남     그럼 안돼? 만약에.. 그렇게도 아이가 키우고 싶으면..

        입양도 있잖아.

여     난 그렇게 훌륭한 인격체는 아니거든? 난 있잖아.

        나랑 당신 반반씩 닮은 아이 낳아서. 그 아이 키우면서 살고 싶어.

        남들도 다 그러잖아. 그거 바라는 게 그렇게 큰 욕심이야?

남     물론 나도 그러길 바라지 않는다는 건 아니야.

        그런데 여보. 만약에...

여     만약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 본 다음에...

        할 수 있는 말이야. 지금은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야.

(M) 만약에 - 태연


여     그리고 얼마 후부터, 인공수정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생리 이틀째부터 몸을 만들어야 해서

        과배란 유도를 위해,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았다.

        병원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몸은 지쳐갔고

        마음은 초조해져만 갔다.


(E) 거리 소음


남     냉모밀 먹을래? 안 더워?

여     ....

남     여보.

여     당신도.. 실망했지.

남     ....

여     왜 아니겠어. 세 번짼데.. 세 번이나 실패했는데.

남     우리 냉모밀 먹으러 가자. 얼른 먹고 당신 회사 가야하지?

여     여보... 할 말 있어.

남     뭐?

여     나.. 회사 그만두고 싶어..

남     어?

여     몸도 맘도 너무 힘들어서.. 일에도 자꾸만 지장이 생기고..

        또 일하다 보면 약먹는 시간도 자꾸 놓치게 되고..

        서로 좋을 게 없을 것 같아서... 쉬고 싶어.

남     그래.. 당신이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

여     우리.. 적금붓는거랑.. 어떡해...

남     그런 건 신경쓰지 말고.. 하고 싶은대로 해.

여     미안해 여보..

남     난 그냥.. 그게 걱정이야.

        당신이.. 회사까지 그만두면.. 정말 아이 갖는 일에만 매달리게

        될까봐. 그러면서 더 상처받고.. 더 힘들어 할 까봐..

        난 적금이 걱정이 아니고. 그게 걱정이야.

(M) 내가 만일 / 안치환


(E) 전화벨 소리


여     여보세요? 어.. 미정언니? 어머 언니 오랜만이야..

        나? 회사 관뒀어. 그냥.... 오래 다니기도 했고.. 좀 쉬려구..

        어머.. 언니 결혼해? 드디어 하는구나??

        한다 만다 하더니.. 어떻게 하게 됐어?

        ......................... 임신했어? ......

        (일부러 유쾌하게) 참나.. 내숭은 다 떨더니 속도위반이야?

        아유 요새 그런 게 뭐가 흉이야. 혼수라고 그러잖아.

        나? 가져야지... 이제 일도 쉬고 하니까 슬슬 가지려구.

        그래... 청첩장 보내줘... 당연히 가야지. 응.


(E) 전화 끊고 한동안 정적


여     그런 전화를 받고 나면

        그날은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학교 선배 언니에게 전화를 받은 그날도

        해가 다 질 때까지

        난 그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E) 대문 여는 소리

(E) 신발 벗고 들어오는


남     여보... 왜 이렇게 컴컴해... 불도 안 켜고..


(E) 불 켜는 소리


남     어디 아퍼?

여     아니..

남     근데 왜...

여     (울음 터지는) 있잖아.. 나...이제 마지막이다. 생각하구....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구 시험관시술하고 싶어.

        돈 많이 들겠지만... 우리 형편에 힘들겠지만...

        그래두 해보고 싶어.. 그렇게까지 했는데 안되면

        정말 깨끗이 포기할게...그때 입양을 하든,

        다른 사람 눈치 안보고 우리 둘만 살든... 그러자.

        그러자 여보....

남     그래그래... 울지 마... 울지 마....


여     그는 나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아이를 얼르듯,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었다.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그 사람도 울고 있다는 것을.

(M) 시를 위한 시 - 이문세


(E) 병원 소음


남     떨려?

여     괜찮아.. (심호흡) 후우..후우.. 호흡중이야.

남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지원금이 좀 나와서..

여     그러게.. 난 이거보다 훨씬 많이 예상하고 펀드 해약해야 되나

        그랬는데.. 그건 아니라서. 안심이야.

        시술만 성공하면.. 걱정할 게 없을 것 같은데..

남     잘 될거야.. 나 저번주부터.. 교회 다니기 시작했잖아.

여     뭐?? 당신 무신론자였잖아.

남     (웃고) 그랬지. 근데 이거 뭐.. 내 맘대로 되는 문제가 아니니까..

        어디다 부탁할 데도 없고... 절에 다닐까 교회에 다닐까 하다가..

        절까지 다니는 건 시간상 힘들 것 같아서..

여     어우.. 말도 안돼..

남     그래도.. 나 저번주에.. 무릎 꿇고 기도했어..

        잘 되게 해달라고...

여     ......그랬어?

남     어...근데.. 뭐 그게 형식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막 잘 되게 해달라고... 빌기는 했는데...

        내 말... 듣기나 했는지...

(M)   Prayer / Celine Dion & Andrea Bocelli


여     드디어 시술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게 됐다.

        먹어야 할 약은 전보다 훨씬 많아졌고.

        집에서 맞아야 할 주사도 많았다.

        

남     거기 잘 대 봐.

여     (비명) 아아....

남     에이.. 움직여서.. 안됐잖아.

여     잘 좀 해 봐.

남     그러니까 움직이지 말아야지

여     아픈데 어떡해 그럼.

남     아파두... 이렇게 움직이니까 더 아프잖아.

여     당신이 잘 좀 놔봐.

        당신 안아프다고 이래도 돼? 벌써 여섯 번째잖아.

        엉덩이에 구멍 나겠다!

남     나는 뭐 쉬운 줄 알아? 내가 간호사도 아니고..

        다시 이렇게 해 봐.

여     아!!!!!

(M)   Hold Me / 린
      
   

(E) 비오는 소리


남     밥 안먹어?

여     너무 힘이 없어.. 당신이 그냥 좀 차려먹어.

남     주사 잘 못 놨다고 아직도 삐진거야?

여     아니야 그런 거..

        그냥 너무 아파서...

남     차라리 내가 맞았으면 좋겠다.

여     (울컥하고) 치... 맞아봐라.. 그런 소리 쏙들어가지..

(E)털썩 앉고

여     왜..

남     나도 밥 안먹을래.

여     왜~

남     안먹고 당신이랑 이렇게 비오는 거나 보지 뭐..

여     치.. 밥 먹고 싶다고 시위하는 것도 여러 가지네. 비켜. 차려줄게.

남     아니야. 진짜로...

여     됐어. 나도 먹을거야. 먹고 힘내야.. 잘되지.

(M) 식사부터 하세요 - 자두


여      그 뒤 난자채취를 하고. 수정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너무도 고통스러운 이식까지 하고난 후

        난 집으로 돌아와 시체처럼 잠만 잤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남     내일이면 알 수 있는데 뭐하러 그런 걸 사왔어.

여     그래두...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남     그냥 기다려. 낼 병원 가서 얘기 듣자구.

여     그래두... 잠깐만 기다려. 이거 1분이면 알 수 있는 거랬어.

남     사람 참...


여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임신테스트기를 사서 테스트를 시도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그 일분은....

        정말로....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

(M)  My Lord / 제이


-------------------1부 끝 -------------------


*잠시후 음악에세이 2부가 계속됩니다


(E) 화장실 문 열고 나오는


남     (역시 긴장한) 어떻게... 결과... 나왔어...?

여     (울먹하고) 여보...

남     왜... 응?

여     (울며) 아닌가봐.... 한줄만 나왔어...

남     (실망한 내색 안하며) 그러니까... 내일 병원 가서 알자 그랬잖아..

        그런 걸로 뭘 알아?

여     이거 확률 90프로 이상이라 그랬단 말이야.

남     누가 확률 따위 알고 싶대? 이리 내.. 그냥 버려...

여     (울고)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주사를 몇 대를 맞고 약을 얼마나 먹었는데...

        얼마나 아팠는데....

        얼마나 고통스러웠는데.... 왜 나만 이래야 돼... 왜 나만....

(M) 눈물 - 리아


여     한참을 그렇게 울다가..

        이제 더 나올 눈물조차 없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남     여보.....

여     .....왜

남     이거 한줄 더 있는 것 같지 않아?

여     (화들짝) 응? 어디?

남     여기 봐. 이거... 희미하게 한줄 더 있는 것 같애.

여     정말..? 정말이다.. 어머 정말이야.. (울며) 그런 것 같애... 아니 맞아.

남     우는거야 웃는거야... 뭐 그래.. 얼굴이..

여     (울며) 임신인 것 같애 여보.. 그렇겠지? 맞겠지?

        그래야 되는데.... 맞겠지?

(M) Happy heart / Andy Williams


여     다음날 병원에서 피검사를 했다.

        결과는 임신이었다.

        그것도, 피검사 수치가 높다며 쌍둥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 걷는 소리


남     어어어.. 여보여보.. 조심조심...

여     어우.. 오바야.. 진짜.

남     선생님이 그랬잖아. 초기가 진짜 중요하다고.

        당신 이제 어디 가지 말고 그냥 집에만 있어.

여     웬일이야.. 쌍둥이가...

남     내가 기도를 너무 쎄게 했나...

여     그랬나봐.. 어쩌면 두 아이를 한꺼번에...

        여보 나 아직도 믿어지질 않아. 혹시 꿈이라서 깨면

        나 진짜 못살 것 같애.

남     꿈 아니거든? 나중에 쌍둥이 키우기 힘들다고

        뭐라 그러지나 마.

여     나 우리 애들이랑 당신 앞에 맹세한다.

        아무리.. 키우기 힘들어도.. 나 불평 안할거야.

남     진짜지?

여     당연하지. 내가 오늘 이 마음을 어떻게 잊어.

        평생 못잊어.. 이 감동.. 이런 기쁨. 죽을 때까지 못잊어.

(M)   Miracle / 하유선


여     임신만 하면. 모든 게 끝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우리 모두가 다.. 행복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E) 아기 심장 뛰는 소리


여     (작게 속삭이는) 여보.. 들려?

        우리 애기들.. 심장 뛰는 소리..

남     어... 

여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소리 같애...

남     그래... 그러네....


여     하지만. 

        임신 8주엔 산전검사에서 임신성 당뇨로 판정을 받아서

        인슐린을 처방받고 식이요법을 해야 했고.

        그리고 얼마 후엔.


(E) 차 운전하는 소리


남     우리 마누라.. 입덧 때문에 뭐 하나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오늘은 당신 좋아하는 골뱅이 무침 먹자.

여     아우.. 그집 골뱅이엔 맥주를 먹어줘야 되는데.

남     어어... 쌍둥이 엄마.. 자제하세요.

여     그러니까. 앞으로 애 낳고 모유수유 끝낼 때까지

        맥주는 끝이다.

남     그래서.. 싫어?

여     아니? 좋다구. (웃다가) 아....

남     왜 그래?

여     아야....

남     왜 그래...

여     여보... 배가... 아아...

남     괜찮아? 병원 가자. 병원부터 가자.


여     갑작스러운 하혈에 남편과 나 두 사람 다

        기절할 듯 놀랬다.

        유산 위험이 크다고 하면서 병원에 입원해 있으라고 했다.

        정말... 산너머 산이었다...

(M)  You Raise Me Up / Secret Garden


(E)사과 깎는 소리


남     사과 먹어.

여     응. 우리 애기들.. 도대체 얼마나 큰인물이 되려고

        이렇게 속을 썩이는지 모르겠어.

남     그러게나 말이다. 반기문 총장 같이.. 세계적인 인물 됐으면 좋겠다.

여     어후.. 꿈도 크셔...

        난 그냥 있잖아. 정말 평범한 사람이 돼도 좋으니까.

        건강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남     그래.. 나도 그래.

여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건강하고.

        그래서 이 험한 세상.. 건강하고 밝게.. 잘 살아갈 수있는 사람.

남     당신이 그렇게 꿈꾸면. 그런 아이가 태어날거야.


(E) 전화벨 소리


여     어? 누구지?

남     병실로 전화할 사람이면 의사선생님인가?

(E)받고


남     여보세요? 네 이선생님. 아 지금요? 저만요? 네..

(E)끊고

여     (불안) 또 왜?

남     글쎄.. 할 얘기 있다고 잠깐 오라 그러시네.

여     왜??

남     가봐야 알지. 이거 먹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여     같이 가..

남     당신은 그냥 쉬랬잖아. 얼른 갔다 올게.

(E) 슬리퍼 끌고 나가는


여     또 뭘까... 불안한 마음에

        1분이 10년처럼 느껴졌다.

(M)  제발 / 에스진 & 란


(E) 들어오는

여     여보!!

남     .....어...

여     뭐라셔?

남     여보...

여     왜.. 왜 그러는데 또...

남     놀라지 말고 잘 들어. 별 거 아니니까.

여     알았어.... 뭔데..

남     우리 애기 머리에...

여     어?? 머리에 뭐?

남     물혹이 있대.

여     어? 그게 뭔데?? 뭔데? 안좋은거야? 어떻게 되는건데?

남     좀 지켜보자고. 자연스럽게 없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없어질거야. 우리 애기들은. 건강할 거니까.

여     안없어지면 어떻게 되는데. 응?

남     없어질거야...

(M) 종원에게 - 이문세


여     태아에게 생긴 물혹은 25주에서 28주 사이에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말만 믿고.

        하루하루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순간순간을 간절한 마음으로. 그렇게 버텼다.

        내가 아프고 힘든 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뱃속에 아이들이, 그 속에서 얼마나 힘들지.

        그런데도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미안하기만 했다.


남     여보.. 이거 봐.

여     뭐야 그게?

남     애한테 얘기할 수 있는 마이크...

여     아 맞다.. 나도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남     아아... 애들아.. 우리 쌍둥이들... 잘 있느냐?

여     어머머.... 방금 봤어? 태동했잖아.

남     그랬어?

여     당시 목소리에 반응을 하네?

남     당연하지. 아버님 목소리신데.

        아아.... 애들아... 어머니 아버지가... 참 니들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니네들은 그 은혜를 어떻게 갚을 작정이냐.

여     어후.. 정말.. 못말려..

남     뭐... 커서 효도하는 건 효도하는 거지만.

        지금 니들이 너무 어리니까. 지금 할 수 있는 걸 말해주마..

        이 아버지 생각으로는 말이다..

        지금 니들은.. 그냥 그렇게 우리 옆에.. 존재해 주는 게

        제일 잘하는 거다.

(BG 잔잔히 깔리고/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

김광민 피아노곡)

남     너희들이... 우리 두 사람에게 와 줘서

        우리가 얼마나 기뻤는지는

        아무리 설명해도 모를테니까.

        니들이 이쁘지 않아도 키가 좀 작아도 머리가 좀 나빠도

        성질머리가 좀 더러워도

        우리는 너희들을 사랑할거다.

        그것도 영원히.

        왜냐면, 나랑 니 엄마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니까.

        너희는. 그렇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니까.

        우리한테 와줘서, 정말 고맙다.

        앞으로도... 그냥.... 우리 옆에 있어주기만 해라.

        사랑한다 애들아.....

(M) BG 이어지고


(E) 걸어가는 / 백화점 소음


여     여보여보.. 저거 어때?

남     이쁘다...

여     그럼 저것도 추가.

남     안사?

여     백화점에선 그냥 디자인만 봐두는거야.

        인터넷 보면 중고시장 있거든. 거기 한두달씩만 쓰고

        반값에 내놓는 물건들 많아.

남     에이 그래도 새거 사지

여     우린 뭐든 두 개가 필요하잖아. 이렇게 안 아끼면 애들 나왔을 때

        진짜 필요한 거 못사준다구... 어머.. 저런 것도 이쁘다.

        디카 줘봐.. 사진 좀 찍어놓게..


(E) 찰칵


여     뱃속의 아이들에게 보였던 물혹은 깨끗이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나는 32주 차의 임산부다

        쌍둥이라서 더 큰 배를 내밀고

        자랑스럽게 뒤뚱거리며 걸어다니며

        난 생각한다.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아무 대가없이 갖게 된 사람들은 절대로 모를...

        그런 행복을.

        난. 그리고 우린. 갖고 있다.

(M) 주제음 -  Somewhere Over the Rainbow / Connie Talbot

 

 


* 사연의 주인공 김화선님은 현재 32주차 임산부..

  김화선님이 쌍둥이 아이들을 건강하게 출산하시길

  기도드립니다.





2008-06-18(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