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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42 화 - 부뚜막 고양이
(M) 주제음 (Come
Back to Me / TB)
(E/ AS센터 소리들. 사람 웅성대는 소리들. 띵똥하는 대기자 찾는 소리등)
여 노트북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와서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노트북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처럼
사람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난 지금의 내 생활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다.
돈 때문에 대학원을 포기하고, 유학도 포기하는
그런 생활 말고.
돈 때문에 사고 싶은 옷도 못 사고. 마시고 싶은 비싼 커피도
자판기 커피로 꾹 참아야 하는 그런 생활 말고.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아르바이트를 억지로 해야 하는
그런 생활 말고.
좀.. 폼나고 럭셔리하고 산뜻한 그런 생활.
그런 일상을 살고 있는 날 그려본다.
(M)엉뚱한 상상 - 지누
(E) 띵똥
(E) 걸어가는 소리
남 어? 제가 먼전데요?
여 지금 89번이잖아요. 저 89번인데요?
남 아.. 제가 88번인데. 잠깐 화장실 갔었거든요.
여 그럼 좀 기다리시죠. 지나갔는데.
남 아니..그게 그래두 기다리면 또 30분인데
잠깐만 먼저 할께요.
여 ....그러세요 그럼.
여 웬 꾸질꾸질한 남자가 하두 애처롭게 바라보며
부탁을 하는 통에, 난 다시 자리에 앉았다.
뒤에 앉아서 바라보니, 그 남자가 입고 있는 면바지에
작은 구멍이 나 있다.
원래 갈색이었을 가죽신발은 다 닳아서 회색빛이고 신발은 또 저게 언제적거야?
90년대에나 유행했을 스타일의 운동화를 신고 있다.
얼굴은 그냥 멀끔하던데. 왜 저러고 다닐까 싶다.
(M)빨간 운동화 - 박혜경
(E) 걸어 나오는 소리
여 일을 다 마치고 에이에스센터에서 나오는데.
남 저기요.
여 네?
남 아깐 감사했어요.
여 뭐야 지금. 이 꼬질이가 나한테 작업거는거야?
여 아뇨 뭐. 괜찮아요.
남 버스 타러 가세요?
여 네.
남 아.. 저도 버스탈건데. 같이 걸어가면서 얘기 좀 하면
안될까요?
여 안돼요...라고 말할 뻔 했으나, 그렇게 말하면
안 그래도 불쌍해 보이는 저 구멍난 바지의 남자가
얼마나 또 애처로운 표정을 지을까 싶다.
여 뭐.. 그러세요.
남 아.. 감사합니다.
여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이 남자에겐
뭔가 마력이 있었다. 그건 바로, 동정심에 호소하는 애처로움
같은 거였다.
그가 불쌍하게 호소하면, 거절하기 힘든 뭔가가 있었다.
버스 정류장까지만 같이 가자고 해서, 같이 갔고.
가던 길에, 떡볶이 집에서 떡볶이 한접시만 먹자고 해서,
같이 먹었고. 전화기 잠깐만 빌려달라고, 한통만 쓰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처음 만난 남자에게, 인심을 너무 썼다.
(M)
Lover Boy / 클래지콰이
(E) 전화 진동 소리
여 여보세요?
남 저.. 안녕하세요.
여 누구세요?
남 저 어제.. 에이에스센터에서 뵈었던...
여 네? 아니..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남 어제 그쪽 전화 한통 썼잖아요. 그게 제 전화로 전화 걸었던 거거든요.
번호가 남았어요.
여 순진하게 생겨서는, 선수네? 싶으면서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게 그 남자의 수였다. 절대 걸려들어선 안됐던 수.
난 지금 내 삶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남자가 필요하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그 일을 위해서 바쁘게 준비해야
하는데.
그 슈렉 고양이처럼 생긴 남자가, 자꾸만 나를 곁길로
유혹한다.
(M) 오늘밤 어때
/
메이린
(E) 떡볶이 먹는 소리
여 주로.. 떡볶이 만두.. 이런 거 좋아하시나봐요?
남 이런 게.. 저렴하잖아요. 양도 많고.
여 네... 뭐... 저렴은 하죠.
(E) 포크 놓는 소리
남 왜요. 그만 드시게요?
여 네. 많이 먹었어요.
남 아줌마!!! 여기 만두 남은 거 좀 싸주세요.
여 이..걸 싸가게요?
남 왕만두 두 개나 남았는데. 안 싸가요? 이거 하나에
오백원씩인데.
여 아.. 뭐 그러세요.
남 아줌마!! 간장도 주세요. 아. 단무지도 주세요!
여 뭐랄까.... 업그레이드는 커녕. 사양이 점점 낮아지는
기분이다.
(M) 울고 싶어라
/
사랑과 평화
여 주말에 선 약속을 앞두고, 난 또 이 남자를 만나고 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
만나면 싫은점 투성인데. 또 안보면 궁금하고. 전화오면
반갑고.
통화하면 길어지고. 요즘 계속 이런다.
먹으면 안된다.. 하면서도 계속 먹게 되는 불량식품 같다.
이 남자.
오늘도 이 남자는 남은 떡볶이를 싸서 비닐봉지에 들고
다닌다.
(E) 비닐봉지 부스럭대며 걸어가는 소리
여 그거.. 안 거추장스러워요?
남 예? 괜찮아요.
여 참... 남의 시선을 신경 안쓰시는 편인 거 같아요. 봉덕씬.
남 네? 아... 이런 거 들고 다녀서요? 뭐 어때요. 길거리에서
보는 사람들, 다 한번보면 말 사람들인데.
여 네에... 그런데 봉덕씨네 회사는 연봉이 얼마나 돼요?
남 얼마 안돼요. 중소기업들 요새 다 어렵잖아요. 3년째 연봉
동결이에요.
여 (또 실망) 네에...
남 은서씨. 주말에 뭐하세요?
여 네?
남 아니.. 제가 공짜 티켓이 생겨서요. 같이 영화 보시면
어떨까 하구.
꽁짜 티켓에 팝콘 시식권도 붙어 있거든요.
여 아.. 저.. 주말에 선봐요.
남 (약간 충격) 네?
여 집안 어른이 해주신 거라서요. 거절하기 그래서요.
아직 뭐 정식으로
사귀는 사람도 없구. 해서..
남 저는요?
여 네?
남 저는 사귀는 사람 아니에요?
여 아니.. 우리가 몇 번이나 봤다구요. 오늘까지.. 다섯 번인가? 그렇잖아요.
남 그럼 사귀는 거죠. 세 번 이상이면 사귀는거죠.
여 그런가요? 아니 난.. 봉덕씨가 하두 만나자 그러구. 기다리구 그래서. 그냥 만난거지..
남 집안 어른한테 말하세요. 다섯 번이나 만난 남자 있다구.
여 어떻게 그래요. 만나기로 다 약속까지 잡아놨는데.
남 그래두요.
여 아 왜 어거지를 써요. 이렇게 나오시면 전 봉덕씨 못만나요.
남 왜요!!
여 아니 전요... 뭐 된장녀라고 욕하셔도 좋은데요. 아직도 여자 팔잔 뒤웅박팔자라는 구닥다리 속담 믿거든요. 제 인생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구요. 그런데요. 그렇게 남은 떡볶이 싸가지고 창피한 줄
모르고 길거리 돌아다니는 봉덕씬요. 뭐랄까. 저랑은..
그러니까 제 이상이랑은 안맞는 거 같아요.
여 그는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장화신은 고양이 같은 그 눈빛이, 더더욱 애처로워 보였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괜히 가슴이 짠하다.
(M) 미안해요 -거미
--------------------------1부 끝 ------------------
* 잠시 후 음악에세이 2부가 계속됩니다.
(E) 걸어 나오는 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
여 아... 기분이 참 드럽다.
선 보고 나오는 길이다. 남자가 무슨 검사란다.
엄마는 너무도 어렵게 잡은 자리라면서
젖 먹던 힘까지 내서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다.
남자가 착해서 나같은 여자 선보겠다고 한거지
어림도 없는 자리란다. 그래서 정말 젖먹던 힘까지 다 내서
열심히 웃고, 비위를 맞춰줬다. 남자는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오는 옥동자를 닮았다. 키는 그거보다 더 작았다.
외모로만 사람을 평가할 건 아니지만, 외모는 정말
아니었다.
그래도 난 저 사람이 장동건이려니... 생각하며 웃고
또 웃었다.
그런데 그 남자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웃는 거 말곤 할 줄 아는 게 없냔다. 자긴 주관 없이 호호호 웃는 여잔 아주 질색이란다. 그러면서 결혼하면 직장은
어떻게 할거냔다.
그래서 난 지금 하는 일 별로 적성에도 안맞고 재미도
없어서 그만 할까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긴 남자를 무슨 롤러코스턴줄 알고
올라타려는 여자는 속물 같아서
싫단다. 자기 계발엔 관심도 없고 얼굴 꾸미는 데만
열 올리면서 시집 한번 잘 가보려는 여잔 더 싫단다.
(M)
She Is / 클래지콰이
웃고 있던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며.
속물이라서 죄송하다고, 사실 검사님만 아니었으면 30분씩 앉아있고
싶지도 않았다고, 정중히 얘기했다.
그러고 나오는데.
남자가 뒤통수에 대고 마지막 한방을 날렸다.
찻값은 더치페이하잔다.
그래서, 내가 다 내드리겠다고 하고. 이만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나왔다. 나오면서 생각했다. 커피가 한잔에
만천원이고. 부과세 별돈데
나머지 돈까지 달라 그러면 어쩌지?
다행히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M) Be
My Love / 클래지콰이
(E) 전화 오는
여 타이밍 죽인다. 봉덕의 전화다. 반갑다.
그 착한 고양이 같은 눈빛이 그립다. 그랑 먹던 왕만두도
땡긴다.
여 여보세요?
남 끝났어요?
여 네.
남 어느 호텔 앞이에요? 갤러리아 호텔이에요.
럭셔리 호텔이에요.
프린세스 호텔이에요?
여 네?
남 호텔 커피숍에서 선 본 거 아니에요? 이 세호텔 중 하나일 거 같아서
제가 가운데 지점에 있거든요? 셋 다 15분이면
도착해요. 어디에요?
여 .....프린세스요.
남 15분만 있어요.
(E) 뚝 끊기는
여 이렇게 든든할 수가. 이렇게 듬직할 수가 없다.
(M) 니가 참 좋아 - 쥬얼리
(E) 빵빵 차 경적소리들
여 15분 기다릴땐 좋았다.
20분 넘어갈 때도 괜찮았다.
30분 넘어가니까 지루해졌고. 40분이 넘어가니 짜증이 났다.
50분쯤 됐을 때. 이게 날 갖구 장난하나 싶었다. 나한테
이런식으로 복수하나 싶기도 했다. 이때였다.
막 자리를 뜨려는데.
(E) 뛰어오는 소리
남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죠.
여 땀으로 범벅이다.
여 뭐에요. 사람을 이렇게 기다리게 하구.
남 아뇨. 버스가 안와서. 기다리느라구.
여 택시 타고 온 거 아니에요?
남 가까워서, 버스 타면 금방 올 줄 알았죠. 저번엔 15분만에
왔었는데.
여 그래서 버스 기다려서 타고 오느라 늦었단 거에요?
남 중간에 환승을 하는데. 그게 또 안오더라구요. 왜 그럴 때
있잖아요.
여 잠시나마 감동한 내가 미쳤지 싶다.
남 밥은 먹었어요? 시간 보니까 안먹고 나온 거 같은데?
여 왜요. 또 왕만두 사주게요?
남 밥 안 먹고 나와서 얼마나 고마운지 알아요? 난 밥까지
먹고 나오면
다 끝이다 싶었단 말이에요. 왜요? 남자쪽에서 은서씨
별로래요?
여 마..말도 안돼. 원래 선 본 첫날 밥 같이 안먹어요. 심플하게
차만 마시고 일어서는 게 룰이에요.
남 그 룰.. 참 맘에 드네.
그런데요 내 룰은요. 다섯 번 넘게 만난 여자랑은
꼭 사귄다에요.
여 참나..
남 그리고. 다섯 번 넘게 만난 여자, 절대 선에 안내보낸다구요.
앞으로 그런 자리 나가지 마요.
(M) 한가지
말 / FT 아일랜드
(E) 계단 올라가는 소리
여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짜리 아파트.
게다가 5층.
(E) 열쇠로 문 여는 소리
여 칠한 지 10년도 넘은 다 낡아빠진 대문.
(E) 들어가서 신발 벗는 소리
여 그렇게 열 여덟평 짜리 집에 들어서면.
여섯 번째 만난 날.
날 50분씩이나 기다리게 한 끝에. 프로포즈를 한.
남자가 있다. 내 남편이다.
(E) 비닐 부스럭거리는 소리
남 어? 딱 맞춰서 왔네?
여 뭐해?
남 아니.. 회사 사람들이랑 순대 먹으러 갔는데. 너무 많이
시켰는지 1인분씩이나 남은거야. 당신 먹고 싶다 그랬던 거 생각나서 싸왔어.
여 그래?
(E)자리에 앉고
남 여기 소금. 찍어먹어.
여 응.
남 입덧은 좀.. 괜찮아?
여 오늘은 그만그만해.
남 다리 이리 내고 먹어. 내가 주물러 줄게.
여 응.
남 시원하지.
여 어.. 뭐 당신 안마 솜씨야.. 참. 월급 나왔어?
남 어. 당신 통장에 넣었어. 근데.. 20이 빌거야.
여 왜 또!
남 아니.. 저번에 보니까 장모님 구두가 다 낡았더라구.
그래서 퇴근하다가 구두상품권 하나 사서 보내드렸어.
여 미쳤어!! 우리 엄마 그거 컨셉이야. 자기가 맨날 뭐 없다
그럼 사주고 그러니까!! 엄마가 자기보단 훨씬 돈 많은데.
뭐하러 자꾸 사보내!
남 왜 그래. 결혼할 때 난 장모님한테 평생 충성하기로 한 거 잊 었어?
여 그거야 결혼할 때 누가 그런 소릴 못하냐?
남 아니야. 내 룰은. 거짓말은 절대 안한다야.
여 웃겨 진짜. 자기 구두나 사 신어. 뭐야 밑창이 몇 번이나
떨어진거야!
남 아 밑창이야 갈아 신으면 되지. 이리 와봐. 그리구 이것도
하나 샀어.
여 또 뭐.
남 당신 머리핀. 볼 줄 몰라서. 그냥 샀는데. 비싼 건 아니구.
여 촌스러.....
남 촌스러? 바꿔올까?
여 .. 비켜봐. 하고 올게.
여 일어나서 안방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그냥 눈물이 나서다.
여전히 내 남자의 눈빛은, 순하디 순한 어린 고양이의
눈빛이고.
난 그 남자가 지어준 낡고 작은 성에 사는 공주다.
솔직히 말하면........정말 행복하다.
내 인생은, 내 삶은, 내 생활은, 내 생각은, 내 마음은,
충분히 업그레이드. 됐으니까.
(M) 주제음
(Come
Back to Me / TB)
2008-06-04(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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