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조회:
2008년 5월 22일 목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40화 - 그녀가 로맨스에 빠진 날 (1편)


(M) 주제음 ( 달아요 / 박정현 )


여     세상에서 가장 재미 없는 일이

        도서관 사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심지어, 책을 싫어하는 사서라면

        최악이라 할 수 있겠지.

        창밖의 녹음은 청량하기만 한데

        난 오래된 책 냄새가 나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메신저를 하거나

        주임 몰래 손톱 손질을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멍하게 앉아서

        책을 보는 아저씨들을 바라본다.

        젊고 멋진 남자들이라도 온다면

        그 사람들 보는 재미로라도 살련만

        명예퇴직이 대세라서 그런가...

        넥타이 매고 서류 가방을 든 채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4-50대 남자들이 많다.

        고로 나에게 낙이 없다.

        푸르른 봄날. 서른 셋 노처녀는.

        달달한 로맨스를 꿈꾼다.

(M)느낌 - 버튼


여     너무 졸려서 나도 모르게 턱을 괴고 잠이 들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E) 똑똑 책상 두드리는 소리


남     (근사한) 저기요...

여     (침 후르릅 닦고) 네?

남     이 책.. 좀 빌려가고 싶은데요.

여     어머나... 그러세요? 잠시만요.

        성함이...

남     한..기주라고 합니다.

여     한기주요. 어머.. 파리의 연인에 나오는 재벌2세랑

        이름이 똑같으시네요.

남     그러게요. 무슨 우연인지..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재벌2세인 것도 똑같지 뭡니까.

여     네에? 그..게 정말이세요?

남     저... 사실은 오래전부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여     저..저를요?

남     네. 저같은 재벌2세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도서관에 오겠습니까.

        까짓꺼 하나 지어 버리면 그만인데요.

여     어머나...

남     제가.. 저희집 정원에 도서관 하나 지어드릴테니까

        거기로 들어오지 않으시겠습니까?

여     그게.... 정말이세요?

남     정말이긴요. 뻥이죠. 꿈에서 무슨 뻥을 못치겠습니까.

        안그렇습니까.

여     네?? 


(E) 쿠당.. (턱 괴고 있다가 삐끗해서 책상에 박치기하는)


여     어..엄마야... 


여     깨어보면 정말 꿈은 꿈이고.

        한심한 듯 나를 힐끗 바라보는 아저씨들과

        눈이라도 마주칠 때면

        정말... 괴롭다.

(M) 으라차차 - 럼블피쉬


(E) 거리 소음

(E) 걷는 소리


여     (혼자서 궁시렁) 짜증나 진짜.. 아니 무슨 그런 개꿈을..


(E) 꼬르륵


여     퇴근길. 배가 살짝 고프다.

        도서관에서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목에

        새로 생긴 와플 가게가 보인다.

        두어평 되는 좁디 좁은 공간에 서서

        한 남자가 와플을 굽고 있다.

        고소한 향기를 풀풀 풍기는 와플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넣어주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춰졌다.

        꽤 인기가 많은지.

        그걸 먹겠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십분 정도 줄을 서 기다렸는데.


남     어쩌죠. 재료가 지금 막 떨어져서.

        한 30분 기다리셔야 할 것 같은데.

여     네에?

남     죄송해요. 한참 붐비는 시간이라.

여     아니.. 한참 붐비는 시간이면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셨어야죠.

남     준비는 한다고 했는데요. 오늘따라 손님이 많았어요.

여     그럼 그렇다고 미리 얘길 해주시던가요!

        지금 제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알기나 하세요?

남     죄송합니다. 손님까진 되실 것 같았는데.

여     어우 진짜 뭐야. 천원짜리 와플 하나 먹겠다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구만!

남     조금만 기다리시면 제가 무료로 하나 드릴께요.

여     됐거든요? 누가 그깟꺼 공으로 먹겠대요?

남     .........그깟거라뇨?

여     지금껏 기다린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뭘 또 삼십분씩이나 기다리라는 거냐구요!

남     기다리기 싫으면 가시든가요.

여     뭐에요?

남     그깟꺼 먹기 싫으면 가시면 되잖아요. 누군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만드는 걸, 그깟꺼라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하찮은 것 때매

        이런 데서 언성 높이지 마시구요. 가시라구요!

(M) fly - 에픽하이


여     그런 일이 있고 며칠쯤 지났을 때였다.

        그날도 점심을 먹고 와서

        어김없이 턱을 괴고 졸고 있는데.


(E) 똑똑


남     저기요.

여     (졸다가 흠칫 깨서) 네? 저..저요?

남     네.

여     아.. 뭐때매 그러세요?

남     거기...

여     네?

남     입 옆에...

여     네? 입옆에 뭐요?

남     침이...


여     쥐구멍이 있다면 기어 들어가고 싶었다.

        이게 웬 개망신이란 말인가.

        난 아무렇지 않은 척 손으로 쓱 입가를 닦고

        되도록 도도하게 물었다.


여     왜요?

남     왜는요. 책 좀 찾으려고 그러죠.

여     아.. 그러세요?


여     ...라고 해놓고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남자다.

        어디서 봤더라...


(E) 쓱 목록 내밀며


남     이거 좀 찾아주세요.


여     .....라며 남자가 내민 종이에는

        웬 알 수 없는 일본어에 독어에 프랑스어에 한자까지...

        잔뜩 쓰여 있었고.


여     네?

남     여기 있는 책들을 꼭 찾아야 되는데요.

        잘 모르겠어서요. 사서님께서 찾아달라구요.

여     이걸..다요?

남     그게 사서님께서 하시는 일 아닌가요?

여     아뇨... 이건 이용자께서 직접 찾으시는 거죠.

        여기가 서점은 아니거든요.

남     아.. 네.. 물론 그렇죠.

        그런데. 이용하는 사람이 지식이 부족해서

        잘 모르겠을 땐. 도움을 주시라고 계신 분 아닌가요?

여     아니.. 그게요...(말하려는데)

남     제가 혹시 몰라서 저기 계신 저분께 여쭤봤더니

        이쪽에 와서 문의해 보면 친절하게 안내해 주실 거라고

        그러더라구요.


여     남자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주임이 새초롬하게 날 노려보고 있다.

        

남     제가 너무 어려운 부탁을 드렸나요?

여     ........아뇨. 어렵긴요. 찾아드리겠습니다.

(M) 미쳐 - 이정현 (너때매 미쳐...)


(E) 걸어다니며 여기저기 찾고. 책 넘겨보는 하는 소리들


여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이게 다 뭐란 말인가.

        남자가 가져다 준 목록에 있는 책들은

        모두 제자리에 없거나

        아무도 찾지 않아서 창고에 가져다 두었거나 하는

        책들 뿐이다.

        일부러 알고 그런 것처럼

        모두 그렇게 찾기 골치 아픈 책들만

        찾아달라고 그런 것이다.


여     (궁시렁) 뭐야 진짜... 이런 걸 다 어따가 쓴다고...

        나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거야 뭐... (하다가 깨닫는)

        맞다... 와플....


여     그랬다. 그 남자는 바로 그 와플이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돌아보니

        남자가 날 보고 있다.

        그것도 사악한 미소를 얼굴에 가득 담고.


(E)탁탁탁 걸어가고


여     이거 보세요! 지금 뭐하자는 거에요?

남     왜요. 아직 못찾으셨어요?

여     지금 찾고 안찾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리 약간 죽여서) 그때 그 사람 맞죠? 와플! 아이스크림 와플!!

남     이용하는 사람이 자기 직업까지 밝혀야 할 의무가 있나요?

        난 그런 얘긴 못들어봤는데!

여     이 아저씨가 진짜!

남     나도 아줌마 때문에 여기서 십분 이상 기다렸거든요?

        그깟 책 보려고 더는 못 기다리겠네요.

여     뭐..뭐에요?

남     그럼 이제 서로 땡친겁니다.


(E) 걸어가는


여     사람을 삼십분 이상 쌩고생을 시켜놓고

        남자는 그렇게 미소 지으며 유유히 사라졌다.

(M)오리 날다 - 체리필터

(E)거리 소음

(E) 탁탁탁 걸어와서


여     저기요. 이거 보세요!

남     줄 서세요.

여     아니요. 내가 이거 먹으려는 게 아니라 얘기 좀..

남     글쎄... 얘기 좀 하려는 거라도 줄 서시라구요. 저기 다들 기다리시잖        아요.


(E) 사람들 웅성대는.. 뭐야.. 줄 서세요...


여     알았어요. (작게) 짜증나 진짜..


여     그날따라 사람은 더 많았고.

        난 이십분 넘게 기다리고서야 그 사람 앞에 설 수 있었다.


남     (천연덕) 뭐 드릴까요?

여     뭐 드리나마나.. 아저씨. 나 가지고 장난 한 거죠?

남     내가 무슨 장난을 해요?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내가 아줌마한테 장난할 시간까지 있는 줄 알아요?

여     아니 그럼 아까 왜 그런건데요?

남     아까 뭘요? 찾고 싶은 책이 있어서 도서관 갔는데.

        잘 모르겠어서. 찾아달라고 한 게. 죄에요?

여     그게 아니었잖아요!

남     와플 먹을 거에요. 안 먹을 거에요.

        뒤에 손님 보이죠? 안 살 거면 가세요. 

여     좋아요. 일단 와플 하나만 주세요.

남     (시원하게) 네에.


여     남자는 쓱쓱 능숙한 손놀림으로

        금세 아이스크림 와플을 하나 만들어 내민다.

        

남     여?습니다.

여     그때. 하나 무료라고 그랬죠? 나 이거 그냥 먹어요.


여     보란 듯이. 난 아이스크림 와플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정말 맛있었다. 내가 지금껏 먹어본 것들 중. 최고였다.

(M) 스위티 - 샵


-------------------1부 끝 --------------------


*잠시 후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M) 스위티


여     며칠 후. 출근 길.

        

(E) 걸어가는 소리


여     우연히 바라본 와플 가게는 아직 오픈 전이다.

        그때 먹었던, 달콤하면서도 사르르 입안에서 녹던 그 맛이

        사실 내내 그리웠다.

        

남     뭐해요?

여     아 깜짝이야.

남     남에 가게 앞에서 뭐하냐구요.


여     돌아본 곳에는. 그 남자가 한쪽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조금은 건방진 자세로 서 있었다.


남     뭐.. 테러하게요?

여     이 아저씨가 진짜 생사람 잡기는.. 그냥 본거에요.

        문 열었나 안 열었나.

남     왜요. 문 열었으면 또 하나 집어가게?

여     집어가다뇨? 난 그냥 정당하게 내 몫을 챙긴거에요.

        꼴랑 그거 하나 먹자고 내가 기다린 게 몇십분인데.

남     비켜요. 남의 장사집 앞에서.

(E) 문 여는 소리

여     이거.. 전세에요 월세에요?

남     왜요. 

여     아니.. 역세권이고. 자리가 좋잖아요. 보니까 장사도 무지 잘 되는

        거 같고.

남     그래서요. 

여     사실은 저도 조그만 사업.. 그러니까 창업 같은 거에 관심이 좀

        있거든요. 지금 하는 일 지겹기도 하고.

남     지겨워요? 밥벌이가 지겨워? 아줌마.. 아직 철이 덜 드셨구만?

여     (또 발끈) 뭐에요?

남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에요. 나 밥먹게 해주는 일 보고.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지겹다니. 그런 소리 하다간요.

        일거리 없어서 밥 못 먹는 사람들한테 돌맞아요.

(M) 사노라면 (빠른 버전)


여     암튼.. 말끝마다 재수가 없다. 말그대로 왕싸가지다.

        아침에 그 남자를 보고 하루 종일 찜찜한 것이.

        아주 기분이 나빴다. 그러면서도 참 이상한 것이.

        자꾸만. 생각이 났다.

        뜨거운 와플과.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이가 시리도록 아찔했던 그 달콤함이.

        그 남자의 뚱한 표정과 함께

        겹쳐져서 자꾸만 생각이 났다.

(M) 달아요 - 박정현 (좀 길게)


여     (혼잣말) 미쳤지.. 미쳤어.. 미친 게 틀림없어...

남     뭐해요?

여     엄마야... 아우 놀래라. 왜 자꾸 갑자기 나타나세요.

남     뭘 갑자기 나타나요. 그럼 도서관 온다고 문자 보내고 나타나요?

여     또 뭐요. 또 무슨.. 이상한 책 찾아달라구요?

남     이상한 책이라뇨. 저번에 찾아달라고 했던 거

        다 고전이고 명작들이에요. 이상한 거 아니에요.

여     (도도) 그러니까 저한테 용건이 뭔데요.

남     그쪽한테 용건 없어요. 그냥 난.. 책 빌리러 온 거에요.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있어요?

여     .... 알랭 드 보통 좋아해요?

남     그냥요. 문체가 특이하고 재밌잖아요.

여     와플 만들면서 이런 것도 봐요?

남     와플 만드는 사람은 이런 거 보면 안돼요?

여     누가 그렇대요? 시간이 있냐.. 이거지.

남     시간이야 만들면 있죠. 집에까지 왔다갔다 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볼 수 있고. 자기 전에도 볼수 있고. 한 일주일 그렇게 짬짬이

        읽다보면 한권은 읽어요.

(E) 엔터치더니

여     지금 그책 대출 됐어요.

남     아.. 그래요? 그럼 뭐..

여     저기.. 

남     네?

여     오늘은 가게 문 안 열어요?

남     ...

여     아니.. 오다 보니까 문 닫았길래.

남     뭔관심이 그렇게 많아요?

여     있죠. 내가.. 한권 사드려요?

남     네??

여     그 책요.

        아니... 저번에 와플 공짜로 먹은 것도 있고.. 내가..

        얻어먹고는 못 사는 성미라서요.

        한권 사드려요?

(M) 키싱유 - 소녀시대


(E) 서점 웅성대는 소리


남     진짜.. 내가 이거 받아도 돼요?

여     오늘 간만에 쉬는 날이면서요. 내가 사줄테니까..

        가서.. 쉬면서 읽어요.

남     아니.. 그래두..

여     (좀 멀리 가면서) 이거 얼마에요?


(E) 거리 소음

남     저기.. 뭐 잘못 먹은 건 아니죠?

여     네?

남     아니.. 좀 무서워서.

여     무서워요? 내가 무서워?

남     그런 말이 아니라요. 또 오해한다.

여     (진정하고) 그럼 뭔데요?

남     우리가 뭐.. 친한 사이도 아니구요.

        그러니까.. 하다못해 서로 이름을 아는 사이도 아니고..

여     내 이름 윤은서에요. 그쪽 이름은요?

남     난.. 김봉덕이요.

여     자. 이제 이름 알았죠? 그럼 됐어요?

남     그게... 내가 딱 인상을 봤을 때. 굉장히.. 뭐랄까..

        아무 이유 없이 남한테 선심쓰고 그럴 타입이 아닌 거 같아서요.

여     맞았어요. 내가 책 사줬으니까. 나도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남     네?? 무슨.. 부탁요?

여     내가요. 나이가 서른 셋이에요.

남     네.

여     그리고. 애인이 없었던 게 4년째구요.

        마지막으로 남자랑 키스해본 것도 4년째.

남     그..그래서요?

여     나두요. 보는 눈도 있고. 또 굉장히 현실적인 여자라서.

        사회보장 다 되는 직장 다니는 남자랑 결혼할 거에요.

남     아.. 그래서요~~

여     결혼은 그렇게 할 건데!!!!

남     네!

여     결혼할 남자 기다리기가 너무 지루하거든요 요새.

        봄도 다 가는데... 좀 있으면 여름인데....

남     저.. 말씀 중에 죄송한데.

        전 그쪽이 왜 자꾸 저한테 이렇게 부담스런 멘트들을 하시는지...

        도무지....

여     나랑 계약연애 할래요?

남     뭔 연애요?

여     계약연애요. 진짜 연애는 말고. 그냥.. 주말에 영화도 같이 보고.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남     난 주말에도 일하는데?

여     아니 그래도 언젠가는 쉴 거 아니에요. 쉬는 날 나도 월차 내서

        만나도 되고.

남     우리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여     내가.. 외로우니까. 그리고. 결혼 전에 그냥 달달한 연애 한번은

        해 보고 싶어서 그래요. 서로 부담주지 말고. 쿨하게.

        어때요?

(M) 텔미 - 원더걸스


여     나도 내가 제정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앞에 있는 남자도, 나를 그런 눈빛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저 남자가 거절하면.

        난 약간 쪽팔리고 말면 된다.

        어차피 피해 다니면 그만이고. 계속 볼 사이도 아니다.

        

남     그러다가. 언제 헤어져요?

여     그냥. 서로 헤어지고 싶을 때.

        아무나. 먼저 헤어지자고 얘기할 때.

남     서로의 사생활은 간섭 안하기?

여     당연하죠.

남     스킨쉽도 안되고?

여     그건 내가 해야 되는 말 아닌가?

남     옥탑방 고양이.. 뭐 그런 거에요?

여     그건 동거잖아요! 누가 동거하재요? 그냥 연애만 하자는 거지?

남     텔레비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에요?

여     그래서 싫어요? 싫으면 빨리 말하고.

        봄은 짧거든요?

남     좋아요. 그럼.

여     .......진짜 좋아요?

남     심심했는데. 뭐.. 해보죠.

여     아마... 내가 먼저 그만 보자고 그럴 거에요. 시작도 내가 했으니까.

        그래도 상처 받진 말구요.

남     그 점은 걱정 마시구요. 전혀 안 그럴 거니까.

여     음..... 난 점심시간 끝나서 들어가 봐야 할 거  같은데?

남     가세요. 난 가서 좀 쉬어야겠어요.

여     그래요. 그럼...


(E)몇걸음 가다가 돌아와서


여     아니 저기요. 우리 전화번호.. 뭐 그런 것도 알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남     아 맞다... 전화기 줘봐요

(E)번호 찍어주며

남     이게 내 번호...

여     그럼 언제 전화해요?

남     (약간 어색) 뭐.. 일할 때 빼고.. 저녁때나 뭐 그럴 때..

여     아....(역시 어색) 그래요. 그럼... 이따가 끝나고

        전화할께요. 


(E) 걸어가는 소리


여     뭐... 클럽에 가서 급만남도 하고.

        채팅을 해서 번개도 하고.

        길거리 가다가 헌팅도 한다는데.

        뭐 이런 만남이면 어떤가 싶다.

        사실 이 남자가 마음에 들기도 하지만

        결혼까진 생각이 없고.

        그럼. 데이트 몇번 하고 말수도 있는 거 아닌가?

        만나다 보면 싫은 점이 보이고.

        그때 헤어지면 되는거니까.

        그러면 되는 거니까.

        모든 게 쉬워 보였다.

        쉽게만 생각했다.

        그게 실수였다. 그러면 안됐었다.

        마음은, 그렇게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M) 주제음


*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2008-05-21(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