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 To Sir With Love / Lulu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39화 - 오월의 나무
(M) 주제음 (푸르른
날 / 송창식)
남 여보 나 어때?
여 아우... 무슨 장례식장 가. 너무 칙칙하잖아.
(E) 옷장 문 여는
여 이거해 이거.
남 너무 야하지 않나?
여 당신은 얼굴이 거무죽죽해서. 이런 거 해줘야 그나마
좀 사람이 밝아보인단 말이야.
남 내 얼굴이 뭐가 검어.
여 검지 하얘 그럼?
남 참나..
여 가서 사돈들 앞에서 쓸데 없는 소리는 하지 말구.
남 내가 무슨 쓸데 없는 소릴 한다 그래.
여 아유. 그냥 암 소리도 하지 마. 바깥 사돈이 교수라잖아.
괜히 어설프게 신문 몇줄 본 걸로 아는 척 하다가 망신 당하지 말고.
그냥.. 네네.. 그러기만 하란 말야.
남 말을 해도. 뭘 어설프게 신문 몇줄 본 걸로 아는 척을 해. 누가.
여 당신 그러잖아. 아침마다 신문 보고. 하루죙일 라디오 들으면서
운전하니까. 자기가 무슨 시사평론가나 되는 줄 알고.
뭔 얘기만 나오면. (흉내) 그건 말씀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렇게 껴들구.
남 그럼 내 생각도 말 못하냐?
여 그러니까 당신 택시 안에선 맘대로 하는데. 오늘은 하지 말라구.
우리 연진이 혼삿길 돕지는 못할 망정, 망치면 안되잖아.
남 누가 딸래미 혼삿길을 망친다구 그래!
여 그럴 생각 없으면 됐어. 우리 연진이 시집 잘 간다구..
어제 고모들 난리인 거 봤지?
남 잘가기는 뭘.. 우리 연진이 정도면 그 정도 만날 수 있지.
그 녀석 뭐.. 회사원이기밖에 더 해? 우리 연진이도 회사 다니고 있 고.
여 그냥 회사원이야 어디? 그 회사가 얼마나 들어가긴 힘든덴데.
거기다 집안이 좋잖아.
남 좋기는....
여 괜히 어깃장 놓지 말고. 잘하자 우리. 나도 지금 얼마나 긴장되는데.
(M) 박혜경 - 레몬트리
(E) 걸어 들어가는 소리
남 딸 아이 상견례장을 할 호텔은
으리으리 했다.
손님들을 태워다 주러 온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안까지 들어와 본 건 처음이었다.
여 연진이는 벌써 도착했대. 걸음 좀 빨리 해 봐.
남 아이구..
여 왜.
남 배가 왜.. 살살 아프냐..
여 (짜증나고) 뭐어?
남 어쩌지? 나 화장실 좀 가야 할 것 같은데.
여 지금?
남 급해.
(E)전화오고
여 여보세요? 어 연진아. 엄마 들어왔어. 사돈 어른들 도착하셨어?
아이구.. 그래. 갈께.
(E) 끊고
여 들었죠. 사돈 어른들 도착하셨대요.
남 아..안되겠어.
여 그냥 일단 들어가서 인사라도 하고.
남 안되겠다니까. 나 화장실 들렀다가 갈테니까 먼저 들어가 있어.
여 아우 증말. 도움이 안돼 도움이.
빨리 들어와야 돼.
(M)
왜 그래 / 김현철
(E)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남 왜 하필 오늘. 지금. 배가 이렇게 아픈건지.
화장실에 엉거주춤 앉아서.
나가려고 하면. 다시 배가 아프고.
또 괜찮나 싶어. 나가려고 하면. 또 아파와서.
일어나지를 못하길 20분.
(E) 전화 오고
남 여보세..
여 (말 끝나기도 전에 속삭이는 소리로 버럭) 뭐하자는거야 지금!!!
남 배가 아픈데 어떡해 그럼.
여 그래서.. 사돈어른들 다 벌세워놓고 화장실에서 자빠져 안온다구?
남 (힘들다) 내가 괜히 이러는 줄 알아? 진짜 아파서 그래 진짜.
여 말할 힘 있으면 진짜 아픈 거 아니야. 얼른 와.
나 정말 사돈들 앞에서 진땀 나 죽겠어. 음식도 못시키고 있잖아.
남 알았어. 웬만하면 얼른 갈께.
남 나도 미칠 지경이었다. 너무 긴장을 했나...
하며 일어나려다 난 기겁을 했다.
변기 안이 온통 붉었다.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구토증을 느끼며
난 그 자리에서 혼절했다.
(M)
The Mention of Your Name / Chris Rea
남 눈을 떴을 때.
나는 응급실에 있었고.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돌이켜 봐도
아무런 기억이 나질 않는다.
(E) 뛰어오는 소리
여 여보...
남 어..
여 이게 웬일이야 진짜~
남 어떻게 된거야.
여 내가 물어봐야지 그건. 어떻게 된건데.
남 모르겠어. 그냥..
여 아니... 하필 오늘....
호텔 직원이 와서 얘기해 주는데. 사돈들 얼마나 놀라셨는지 알아?
남 연진이는.
여 내가 그냥 혼자 오겠다고 그랬어. 우리 둘 다 나와 버리면 너무 웃겨 서.
남 잘했어.
여 그 녀석이 집에 데려다 놓겠다고 그랬으니까.
우리도 집으로 가면 돼.
남 어..
여 그런데 왜 그런거래? 아니 뭐가 얼마나 아팠길래 사람이 혼절을 해?
남 나도 모르겠어. 그러게 뭐랬어! 진짜 아프다니까.
여 아무튼 못났어 못났어. 꼭 큰일 앞둘 때 이렇게 초를 치드라.
남 뭐?
여 기억 안나? 승진이 군대갈 때도 가는 날 아침에 무슨 접촉사고가
나서.. 데려다 주지도 못하구. 버스 태워 보내구.
남 (쩝..)
여 그걸론 모자라서 딸래미 상견례날 응급실에 실려오냐?
아우.. 두고두고 씹을 거리 생겼네.
남 에이 참.. 거.. 하지 마.
여 왜~ 난 두고두고 놀릴거구만!
남 아내가 놀리지 않아도. 난 부끄러울 것이다.
두고두고... 내 딸에게 미안할 것이다.
얼굴도 보지 못한 사돈들에게 죄송할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데.
이럴걸.. 그 정도 아픔도 참아내지 못한 스스로가
참 못나 보인다.
(M) All
My Trials / Mickey Newbury
(E) 응급실 소음
남 계산 끝났어?
여 저기... 담당 선생님이 검사를 좀 받아봤으면 좋겠다 그러네?
남 무슨 검사.
여 몰라. 무슨 영어로 잔뜩 얘길 하는데 뭔 소린지는 모르겠고.
남 아이고. 그거 원래 응급실 같은 데 오면
꼭 받아야 합네 하면서. 돈 뜯어가는거야.
여 아니.. 그런데. 딴 건 모르겠고. 무슨.. 종양이 의심됩니다.
이러는데?
남 종양?
여 그게 암이라는 거잖아.
남 아 여편네가 재수 없이. 누가 암이래!
여 아니.. 암이라는 게 아니라. 암이 의심된다는 거잖아.
남 ...... 의사가 그랬어? 정말로?
여 그랬대니까.....
(E)털썩 주저앉으며
여 아이고.. 심장 떨려..
남 (자기도 떨리면서) 떨리긴 뭐가 떨려. 떨릴 것도 많다.
여 괜찮겠지?
남 안괜찮으면 어쩔건데.
여 아이구.. 괜히 쎈 척 하기는.
남 그래서. 검사를 지금 하쟤?
여 뭐 지금은 집에 갔다가 내일 오든가. 아님 온김에 지금 받든가
그러라는데?
남 일단 집에 가. 갔다가.. 낼이든.. 시간 날 때 다시 와.
여 괜찮을까?
남 연진이 집에 왔을 거 아냐. 괜히 늦어지면 애 걱정하잖아.
여 그렇지 참. 그래. 일단 갑시다.
갔다가.. 다시 오자구.
남 주섬주섬 신발을 신고 있는데. 조용해서 돌아 보니.
아내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눈물을 훔치는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여 (애써 감추려) 가면서.. 콩나물 사가야겠네.
속 아픈데는 콩나물이 좋다는데...
(M) 사랑해서
슬픈날 / 성시경
(E) 이불 까는 소리
여 괜찮아?
남 몇 번을 물어봐. 이불이나 잘 깔아.
여 별 거 아니겠지. 안그래도 아까 연자한테 전화왔길래 얘기했더니.
당신 말이 맞더라구.병원 수작이 그렇대. 자기 남편도
겁 덜컥 나는 소릴 하길래 받으라는 검사 싹 받았더니
아니라 그러더래. 그냥 염증 좀 있는 거라고.
남 ......
여 당신도 그런 걸거야.
남 베개나 줘.
여 어... 누워. 피곤하겠다.
(E) 눕는
여 내일 택시 하지 말고 병원 갑시다.
남 생각해 보니까 내일은 좀 그래.
그냥 쉬는 날 가는 게 나을 거 같애.
여 아이구.. 그거 쉬는 날까지 어떻게 기다려. 애간장 타서.
남 애간장탈 게 뭐 있어. 당신 말대로 아무 것도 아닐텐데.
여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글쎄 속시원하게 증명을 받자구.
돈이 얼마나 깨지든.
남 .......
여 그 흔한 건강검진 한번을 안받고 살았잖아요 지금까지.
남 건강한데 뭐하러 받어 그걸.
여 그러니까. 이참에 지금까지 못 받은 거 한꺼번에 싹 받고.
속시원하자구.
남 간 김에 당신도 받어 그럼.
여 내가 뭐하러 받어.
남 당신 입으로 그랬잖아. 지금까지 못받은 건강검진 다 받은 셈 치자구.
여 나는 끄떡 없으니까 염려 말아요.
남 건강 자신하는 것만큼 미련한 거 없댔어.
내일 가는 김에. 당신도 같이 받아.
안 그러면. 나도 안 가.
여 아이구.. 웬 똥고집이래.
남 아 맘대로 해. 가든 안가든 당신한테 달렸으니까.
여 아이구.. 그래요 그래. 가요 가자구요. 가서 우리 둘 다
검사 싹 다 받읍시다. 그래서 둘 다 깨끗합니다.. 그럼
속은 편하겠네.
남 그러니까..
여 (후후 웃으며) 우리 연진이 시집 보낼 것만 해도 수천 깨질텐데..
우리 병원 검사까지 쌍으로 받으면
길거리 나앉게 생겼네.
남 나앉지 뭐..
두 사람.. 피식 웃으며..
(M) 그대 내 친구여 - 패티김
----------------------1부 끝 ----------------------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계속됩니다.
(E) 음식점 소음
(E) 뚝배기 놓아지는
남 먹어.
여 어.
남 깍두기 맛있겠네.
(E) 아삭 베어물고
여 어.. 잘 익었네.
(E) 아무 말 없이 국물에 밥 먹는 소리들
여 여보.
남 응?
여 괜찮을거야.
남 ....
여 우주도 가고 달나라도 가고. 무슨 복제도 하고 그런다잖아.
못하는 게 없는 세상이잖아.
남 당신 유식하네.
여 그럼. 당신 닮아 유식하지.
남 .....먹기나 해.
여 의사선생님도 그랬잖아. 환자 본인 의지에 달렸다구.
남 6개월이 되느냐. 1년이 되느냐.
그거 말이야?
여 여보...
남 3개월이 될 수도 있고. 6개월이 될 수도 있고.
1년이 될 수도 있고. 그딴 말 누가 못해. 그딴 말 갈기라면
나도 의사하겠다.
여 ......
남 의사면 확실히 얘길해줘야지. 당신 언제까지 살 수 있으니까.
그동안 무슨무슨 준비를 해라.
여 의사가 뭐..신이야?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런건.
그 사람이 3개월이라고 그랬다고. 진짜 삼개월만 살다 죽을거야?
그런 게 어딨어!
남 ..... 그러면 안되지. 3개월 뒤면. 우리 연진이 결혼식인데.
(E)숟가락 놓고
남 왜 더 안먹고.
여 뭘 먹어 이 상황에. 남편 사형선고 받아놓고.
설렁탕 잘 먹는 년이 지정신이야?
남 ......사형선고는 무슨...
여 아이구.. 엄마 아부지.. 하늘에서 뭐하는거에요.
이게 무슨 사단이에요. 아이구...
남 끝내 아내는 눈물을 보였고.
나는 힘없이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인생이구나.
이게... 나의 인생의 전부로구나.
한번 반짝 해보지도 못하고.
한번 큰소리 쳐보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조용히 엎드려 있다가.
이제 살만하니까. 이제 이 세상에 정 좀 들만 하니까.
이렇게 가는 게.
내 인생이구나.
(M) 세노야 - 최백호
여 어딜 나간다 그래!!
남 뭐해 그럼. 넋놓고 있어?
여 그래서. 지금 그 매연 마셔가면서 택시 운전을 하겠다구?
평생 했으면 됐지. 지겹지도 않냐?
남 안 지겨워. 이제 이것도 곧 못하게 될텐데
지겨운 게 뭐야. 고맙지.
여 .......
남 갔다 올께.
여 입원 하자구. 글쎄.
남 할 때 되면 해야지. 그런데. 지금은 괜찮잖아.
여 할 때 언제. 죽어넘어가면 할래?
남 당신이 몰라서 그래. 우리처럼 암보험 하나 없는 사람들은
돈이 수억 깨지는거야. 어차피 죽을 사람 살려보겠다고
집안 넘어가는 사람들 나 많이 봤어.
여 여보오..
남 뭐.. 안 그러겠지만. 노파심에서 얘기하자면.
애들한텐 쓸데없는 소리 마.
여 애들도 알아야지. 무슨 소리야.
남 알면 뭐하게. 당신 연진이 표정 안봤어?
여 ...........
남 우리가 연진이 봐왔던 얼굴 중에 요새 얼굴이 제일 이뻐. 안그래?
여 ...........(가늘게 흐느끼고)
남 걔가.. 그 이쁜 게.. 우리 딸로 태어나서
고생 많이 했잖아. 좋은 집에 태어났으면 참 곱게.. 잘 컸을텐데.
학비 걱정도 안하고.
여 당신도 잘했어 왜그래.
남 아버지라고 해준 것도 없는데. 그래도.. 원망도 않고
이쁘게 커줘서.. 지가 알아서 좋은짝까지 만나서..
이제 좀 지가.. 행복이 뭔가.. 아는 것 같은데.
거기다.. 찬물 끼얹기가 싫어.
여 그러다 당신이 훌쩍 가 버리면. 그땐 연진이 더 불쌍하잖아.
지도 당신한테 할 말도 있을거고. 마음 준비도 해야 할텐데.
남 여보. 나 그렇게 약한 아버지는 아니야.
여 .....
남 내가.... 약하고 못난 사람이기는 해도.
우리 연진이 승진이한테 그렇게 약한 아버지는 아니야.
여 .......
남 어떻게든... 연진이 결혼할 때까지는 내가 살아.
결혼하고 나면. 지 옆에 지켜주는 나무가 생기는 거잖아.
그 그늘 아래면. 그땐 내가 떠나도. 그래도 괜찮은거야.
여 (울고)
남 우리 승진이는 남자니까 괜찮을 거고.
여 .....
남 그냥.. 당신이 제일 불쌍하지.
(M) 내사랑 내곁에 - 양희은
남 택시를 운전한다.
장거리는 힘들 거 같아서
가까운 거리만 슬슬 운전하는 건데도
쉽지는 않았다.
괜히 운전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에
결국 며칠 못 버티고 그만 두게 되었다.
(E) 들어오는
여 수고했어요 여보.
남 어..
여 30년이잖아. 30년을 한결같이. 그 운전대 잡고.
그걸로 우리 먹여 살렸으니. 수고했지.
남 그래..
여 씻고 와. 된장 찌개가.. 오늘따라 맛있네.
남 당신 된장 찌개야.. 언제나 예술이지.
여 알아주니 고맙네.
(E) 보글보글 끓는
여 여보 여기 봐.
(E)뭔가 내놓는
남 어디야?
여 우리 연진이 신혼여행 여기로 정했대.
남 좋네.
여 산토...리..뭐라그러더구만. 까먹었네.
남 어딘데?
여 무슨 유럽 어디라는데. 무슨 그림 같지 않아?
아유.. 진짜 이게 이런데가 있다는 게.. 참..
남 ....
여 연진이 같은 여자지만 부러운 거 있지.
시대를 잘 타고 나서. 이런 데 신혼여행도 가고.
아유... 우리때야 이런 게 어딨었어. 안그래?
남 그랬지.. 결혼식도 변변이 못해서..
사진관에서 사진 한 장 박고 말았는데.
여 그땐 뭐 다들 그랬지.
남 당신도 이런 데 가고 싶지 않아?
여 뭘 가고 싶어. 다 늙어서. 그냥 눈으로만 보면 되지.
남 내가 참... 당신한테 해준 게... 없지.
여 아이구 참. 그걸 이제 알아? 죽으려니 철 드네.
남 내 말이...
여 싱거운 소리 말고. 밥이나 드세요. 약먹어야 되잖아.
남 사람이 참 어리석어.
여 뭐가 또.
남 언젠가 한번은.. 죽는건데.
영원히 살 것처럼 다들 그러고 살잖아.
여 ....그래... 따지고 보면 그래.
당신만 죽나? 나도.. 죽지.
남 그럴 걸 모르고. 영원히 살 것처럼.. 아웅다웅..
얼마나 허세를 부리고 사냔 말야.
여 그래도 우리는... 잘 살았어 여보.
남 그랬지?
여 그럼... (울음 삼키고)당신 먼저 간다고 너무 억울해 마요.
나도 금방 갈거니까...
남 흉한 소리 하네
여 뭐가 흉해. 혼자서.. 서럽고 청승맞게.. 뭐하러 혼자
길게 살어. 당신은 가면 그만이지만.
나는 벌써부터 무서워 죽겠어. 당신 없이 혼자될 거..
생각하면.
(M) 홀로 된다는 것 - 변진섭
(E) 심장 박동 소리
남 한밤중 발작같은 아픔 때문에
난리를 피운 끝에. 병원에 실려왔다.
그 때문에. 그동안 아무 것도 몰랐던 아이들도
내 병에 대해서 다 알아버렸고.
내 딸 연진이는 눈이 퉁퉁 붓도록 내 옆에서 울어댔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그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
며칠 뒤면 결혼할 아이인데.
내가 참 몹쓸 짐을 안겨주고 간다 싶었다.
여 정신 좀 들어?
남 .......어...
여 아까는 진짜.. 당신 죽는 줄 알았어...
남 사람 목숨이 질기네. 그렇게 아파도 살아남는 거 보면.
여 연진이랑 승진이가 나 원망 많이 하잖아.
왜 말 안했냐고.
남 ......미안하네.
여 연진이 기지배 결혼을 미루겠다는 둥 해서 내가 혼냈어.
그러는 거 아니라고.
남 잘했어. 그런 소리 말라 그래.
여 그런데.... 당신... 결혼식 못가겠지?
남 왜 못가. 갈거야. 거기 안가면 내가 십년을 더 살아?
갈거야.
여 ....그래... 근데 지금 상태가 이래서...
남 아직 며칠 남았잖아. 금방 회복할거니까. 그렇게 알아.
(M) 애비
/ 최백호
(E) 결혼식장 소음
여 여보... 괜찮아?
남 한번만 더 물어보면 백번이야.
여 의사가 그렇게 말리는데.
남 지놈이 책임질거야? 내 딸 아버지도 없이 결혼식 올렸다고..
그게 평생 한되면 지놈이 책임질거야?
고쳐주지도 못할 거면서 별 간섭을 다해.
여 이리 와봐. 땀 난다 당신.
남 여보 당신 오늘 곱네.
여 (눈물 나지만) 당신이 나한테.. 곱단 소리도 다 하네.
남 고마워 여보.
여 .....
남 이렇게 이쁜 아이들.. 나한테 선물로 주고.
평생을... 나한테 된장찌개 끓여주고.양말 빨아주면서.
같이 살아줘서.
여 당신도 고마워. 평생... 내 옆에서.. 그늘이 돼 줘서...
남 ....
여 그 그늘 아래서.. 나 참 편안하고. 좋았어 여보.
(E) 결혼 행진곡
남 딸 아이의 손을 잡는다.
그 작았던 아이가 이렇게 커서. 이렇게 아름다운 신부가 돼서.
이제 내 곁을 떠난다.
한걸음 한걸음. 발을 맞춰 걸으면서.
난 이제 내 가족을 위한
마지막 그늘을 드리운다.
창밖으로. 5월의 나무가. 푸르르게 아름답다.
(M) 주제음
(푸르른
날 / 송창식)
2008-05-14(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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