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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32화- 남자가 직장을 얻게 되면 달라지는 것들
(M) 주제음: Somethin' Stupid / Robbie Williams & Nicole Kidman
남 나에게는 여자친구가 있다.
그녀는 나에게 과분하다.
누구나 그렇게 말하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그녀는 착하다.
그녀의 스타일이 세련된 건 아니지만
순박한 그대로 매력이 있다.
(E) 계단 올라오는 소리
여 어? 벌써 와 있었네?
남 남는 게 시간인데 뭐.
여 남는 게 시간이면 어떡해. 공부하는 사람이.
남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하루가 스물 네 시간이다.
스물 네 시간 다 어떻게 공부만 하냐?
공부는 열두시간으로 충분하지.
여 그럼? 나머지 열 두시간 동안엔 뭐해?
남 니 생각.
(M) 아이처럼 - 김동률
(E) 사람들 웅성대는 소리
여 오랜만에 연극 보니까 좋다.
남 괜찮았지.
여 응. 영화 보는 거랑 연극 보는 건 또 다른 것 같애.
무대마다 연기도 달라질 거구.
또 배우랑 바로 코앞에서 호흡을 하니까...
뭐랄까. 진짜 내 삶의 일부로 그 사람이 들어오는 것 같애.
남 내가 한때 배우를 꿈꿨었지.
여 뭐?
남 말 안했어? 나 고등학교 때 연극반이었다구..
여 고등학교 때 그런 거 안해본 사람 있어?
난 고등학교 때 방송반이었다.
그럼 지금쯤 아나운서 돼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남 비슷한 거 하잖아.
여 치...
남 왜. 백화점에 갈 때마다 니 목소리 나오면 얼마나 반가운데.
여 아우 그만해. 사람들 듣겠다.
남 배고프다. 뭐 먹지?
여 고기 먹을까? 안먹은지 오래됐잖아.
남 됐어..... 그냥 우동이나 김밥 같은 거 먹자...
여 왜.... 고기먹어. 나 월급탔잖아.
남 ....그럴까 그럼? 그냥 삼겹살 같은 거?
여 삼겹살은 무슨. 가자. 갈비 먹게.
남 야아...
여 보너스도 탔어. 괜찮아.
남 ....
여 자기 취직하면 나 맨날 호텔 레스토랑 같은 데 데려가서
맛있는 거 많이 사줘야 된다.
남 알았어.
(M) 사랑하기 좋은 날 - 장나라
(E) 고기 굽는 소리
남 야.. 냄새 죽인다..
여 어으... 꼭 고시원 사는 티를 내요. 타기 전에 집어먹기나 해.
남 너두 먹어..
여 난 어제두 먹었어. 우리 회식했잖아.
남 백화점 사람들은 회식 하면 어디 가?
여 이런 데 많이 오지 뭐..
남 그렇구나..
여 또 그런 표정.. 자기두 취직 곧 할건데 왜 그래..
남 그게 자꾸 길어지니까...
여 졸업한지 얼마나 됐다 그래. 1년밖에 더 됐어? 요즘엔 취직 준비
3년은 기본이래. 솔직히.. 자기가 눈을 좀 낮추면 갈 데 없겠어?
좀 더 괜찮은 데 찾다 보니까 늦어지는 것뿐이잖아.
남 .....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다.
그런데....
여 ....그런데 뭐.
남 나 눈 낮출 만큼 낮췄어. 아주 땅에 붙었어.
근데도 갈 데가 안 보이는 거야. 난 요새 아침에 넥타이 매고
어디로 가는 모든 사람들이 다 위대해 보인다.
여 ...... 한잔 할까?
남 .....그래.
(E)건배하는 소리
여 걱정마. 3년 뒤엔 자기도 내가 매주는 넥타이 하고
아침마다 회사 가기 싫다.. 싫다.. 그러면서
어디론가 가고 있을테니까.
(M) 결혼할래요 - 장나라
남 취직을 한다면.
취직만 한다면.
하기만 한다면.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일단 이 퀘퀘한 고시원을 벗어나 근사한 원룸을 얻고 싶고.
부모님께 흰 봉투에 수표 몇장 넣어서 당당하게 드리고도 싶고.
그녀를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서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라고 호사를 부려보고도 싶다.
모든 일은 요원해 보이고.
오늘밤 내 지갑에 남은 돈은 2천원 뿐이다.
고시원 들어가는 길에 그 중 천원으로
로또를 샀다.
토요일까진 그나마 지갑 속의 로또를 희망 삼아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겠지....
(M) 왼손잡이 / 패닉
(E) 창문 드르륵 여는 소리 + 차 경적 소리 등등.. 거리 소음들
남 어느 때처럼 새벽 6시에 일어나
정해진 영어 공부를 하고 창문을 열었다.
먼지낀 창문 아래로 지하철 출입구가 보인다.
출입구는 정말.. 꾸역꾸역.. 많은 사람들을 토해 놓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언젠간 이 시간에 저 출입구를 통과해
어느 높은 빌딩으로 출근을 할 거라며
의지를 다져본다.
(E) 창문 드르륵 닫는데
남 창문을 닫고 책상 앞에 앉는데
문자 메시지가 와 있다.
(E) 확인하는 소리
남 (혼자서 읽는) 광희물산.. 입니다. 2차 필기에 합격하셨으니..
최종면접을 보러...
(E) 전화벨
남 깜짝이야. (받고) 여보세요?
여 놀래라. 목소리가 왜 그렇게 커.
남 은서야!
여 응?
남 아니다...
여 왜..
남 아니야. 다 결정되고 나면 얘기해 줄께.
여 뭔데~~~
남 아니.. 너 광희물산이라고 알지.
여 알지. 거기 디게 큰데잖아.
남 거기서... 2차 필기 합격했다고 최종 보러 오랜다.
여 뭐어?
남 지금 인터넷 들어가서 다시 확인한번 해보려구.
여 웬일이야~ 축하해 자기야.
남 축하는 벌써.... 저번에도 최종까지 갔다가 떨어진 적 있잖아.
너무 기대는 하지마.
여 그런 소리 마. 이번엔 될거야.
내가 얼마 전에... 똥 뒤집어 쓰는 꿈을 꿨거든?
남 뭐?
여 아으.. 똥꿈이 원래 좋대.
그게 이런 일 있으려고 꾼 꿈이었나봐. 아주 옴팡 뒤집어썼거든?
남 갖다 붙이기는.
알았어. 나 나가서 인터넷 좀 확인하고 이거저거 준비할 것도
있으니까.. 나중에 통화하자.
여 그래. 알았어. 이따 전화해.
(M) 알 수 없는 인생 - 이문세
남 최종 면접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그 며칠은
정말 지옥 같았다.
밤이면 밤마다, 내가 합격하는 꿈을 꿨고.
꿈 속에서 만세를 외치며.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됐다. 그러다 깨어나면 왜 이리 허무한지.
끊었던 담배까지 피워대며. 울적한 기분을 달래야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9시에 인터넷을 통해서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기로 돼 있었다.
(E)클릭하는 소리
남 클릭을 해놓고. 한참 동안 눈을 못떴다가....
겨우 슬며시.... 눈을 떴다.
화면을 응시하면서도. 잠시 눈앞이 하얗게 된 것 같아
생각이라는 걸 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있었다.
합격이었다.
(M) beautiful ones / Suede
(E) 뛰어오는 소리
남 정신없이 가장 먼저 뛰어온 곳은
그녀가 일하고 있는 백화점이었다.
들어왔을 때.
그곳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E) 사람들 소음
(E) 딩동댕동.... 알림음
여 (에코) 쇼핑을 하고 계신 여러분들께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여섯살 이유찬 군의 어머니를 찾고 있습니다.
하늘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여섯 살 이유찬군의
어머니께서는 지금 즉시 7층 안내실 앞으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하늘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여섯 살 이유찬군의
어머니께서는 지금 즉시 7층 안내실 앞으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남 방송이 끝나자,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E) 통화 연결음
여 여보세요?
남 이유찬군 어머니 찾았어?
여 어? 아직... (하다가) 어떻게 알아? 여기 왔어?
남 어.
여 학원 시간 아냐?
남 맞지. 그리고 오늘 광희물산 발표하는 날이기도 하고.
여 맞다.... 그거 어떻게 됐어?
남 .........
여 안됐어? .....아유 그럴 수도 있지. 최종까지 간 게 어디야.
대기업이 거기 하나야? 있잖아. 좀만 기다릴래?
나 좀 있으면 점심시간이잖아. 내가 맛있는 거 사줄께. 응?
남 나 합격했다.
여 .........뭐?
남 합격했다구.... 광희물산....
여 진짜야?
남 진짜로.
여 .........믿어지지 않아.
남 나와. 나 여기서 니네 백화점 카드 하나 만들고.
그걸로 니 백이든 화장품이든... 다 사줄테니까!
(M) 사나이 가는 길 / 젝스키스
----------------------1부 끝 ---------------------------
* 잠시 뒤 2부가 시작됩니다.
(E) 클래식 음악, 고기 써는
남 많이 먹어..
여 많이 먹을 거나 있어? 고기가 애기 손바닥만한데...
남 원래 이런 데는 그렇잖아.
호텔 레스토랑 노래를 부를 땐 언제고...
여 먹어보니까 별 거 없다 뭐. 분위기만 좋지.
남 그런 거지 뭐. 이런 데 다 자리값이야.
여 언제부터 첫출근이야?
남 다음주 월요일.
여 한시름 놨다 진짜..
남 왜?
여 그동안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남 언젠 한 3년은 걱정 말라더니.
여 말이 그렇지! 암튼 너무 잘됐어.
우리 주말에 여행이라도 갈까?
남 그러고 싶기는 한데, 할 일이 많아서.
준비해 오란 게 좀 많더라구.
여 하긴.... 그럼 토요일 오후에 우리 백화점에서 양복이랑
넥타이 같은 거라도 사자. 직원 카드로 싸게 살 수 있을거야.
남 그럴까 그럼?
(M) 좋아 좋아 /
일기예보
남 취직을 하고 방을 옮겼다.
내가 상상했던 것과 같은 근사한 오피스텔은 아니었고.
다세대 주택 원룸이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여 꾸며놓으니까 괜찮네 여기도. 신혼방 해도 손색 없겠다.
남 뭐? 벌써 신혼방은 무슨.
여 벌써? 자긴 결혼 안해?
남 이제 취직했는데 무슨 결혼이야..
여 ........
남 왜? 결혼하고 싶어?
여 누가 그렇대? 나두 지금이 딱 좋아.
남 여기 보증금도 대출받아서 낸거야. 알잖아. 아직은 내가
능력이 안돼.
여 (억지로 웃으며) 알았다니까. 왜 사람을 결혼에 목매는 여자로
만들어...
남 아.. 다음주 월요일부터 일주일 동안 강원도 가 있을 것 같애.
여 왜?
남 신입사원 연수. 연수원이 거기 있나봐.
여 아.... 이번에 자기네 동기가 몇 명이야?
남 스무명.
여 여자 몇 명 남자 몇 명?
남 여자가 여덟에 남자가 열둘이지.
여 그렇구나... 여자들은 나이가 어떻게 돼?
남 그냥.. 대학 막 졸업한 사람들도 있고...
그런 애들은 스물 네다섯 정도 됐지. 스물 일곱짜리도 하나 있고.
여 그래? 예뻐?
남 너 지금 무슨 생각하는거야~
여 아니.... 친구들이 다 그러더라구.
학생때나 취직 준비할 때 만나게 되면.... 대부분이
취직 하고 1년 안에 깨진다구.
남 뭐?
여 남자가 직장 얻으면 다들 그렇게 변한대.
생각도. 마음도.
(M) 변해가네
/
동물원
남 그녀 말이 다 맞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생활의 여러 부분이 변했고.
만나는 사람들의 폭도 다양해졌다.
돈의 씀씀이도 커졌고.
가치관도 조금씩 변해갔다.
하루에 열두시간씩 일할 때보다
몸은 더 피곤했고.
여유는 더 없어져갔다.
여 주말에 우리.. 연극볼래?
남 연극?
여 왜? 피곤해?
남 어... 이번주 내내 회식에 모임에... 접대에....
하루도 못쉬었잖아.
여 하긴...
남 미안한데... 나 그냥 주말에 쉴까 싶어서.
여 뭐 미안해. 그냥 내가 자기네 집에 가서
밥이나 해주고... 같이 놀지 뭐.
남 아니.... 그냥 자장면 시켜 먹으면 돼.
여 오지 말라구?
남 아니.... 와. 근데.. 뭐 시켜먹자구.
여 그래.. 알았어.
나는 같이 장보고.. 요리해먹고.. 그럼 재밌을 것 같아서.
남 ......
여 뭐해?
남 (졸다가 깜박깬 듯) 어?
여 잤어?
남 어... 깜박했네.
여 들어가자 그만.
남 미안. 전화할께.
여 거짓말...
남 뭐?
여 전화한다 그래놓고 한 적 없잖아 요샌.
자기 취직하기 전엔 전화요금 10만원도 넘게 들었는데.
요즘엔 5만원도 안나오더라.
남 ......... 잔소리 할거면 나중에 하면 안될까?
여 미안...
(M) 미안해요 / 거미
남 일주일에 네 번. 그러다가 세 번.
그러다가 두 번. 그러다가 한번.
이제는 이주일에 한번. 또는 한달에 한번 정도 만나는 게
전부가 됐다.
그마저 만나면 싸우는 게 일이었다.
나는 무심해졌고.
그녀는 사나워졌다.
여 한번 만나기가 왜 이렇게 힘들어?
남 요새 한참 바쁘다 그랬잖아.
여 나는 안바빠?
예전엔 암만 바빠도 우리 동네 와서 만나고....
남 알았어. 예전엔 그랬어.
그런데 요즘엔 안 그래.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이 변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야.
됐냐? 왜 같은 말 만날 때마다 하게 하는거야.
여 난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잖아.
남 솔직히... 이제 너한테 전화하는거 무섭다.
전화하면 첫마디가....
왜 전화했어? 웬일이야?
여 .......그건... 자기가 하두 전화를 안하니까.
내가 전화해도 안 받구.
남 만나도 기분좋게 헤어진 적 있냐?
만날 때마다 왜 이렇게 우리는 자주 못보는 거냐....
왜 주말에 못만나는거냐...
휴일엔 또 왜 못만난다는거냐.
여 그래서?
남 힘들다구.. 너 만나는 거.
여 .......힘들어?
남 예전엔 아무리 힘들어도 너 만나면 좋았거든?
편했거든?
그런데 이젠... 아무리 기분좋고 괜찮다가도
너만나면 힘들고 불편하고.. 죄책감 들고. 그렇다.
여 내가...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어?
남 알겠어. 그치만.. 안그랬으면 좋겠어.
조금만... 날 놔뒀으면 좋겠는데.
너도 그게 잘 안되지?
(M)
거짓말 / 빅뱅
남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명문대 출신에 미모까지 갖춘
동기도 눈에 들어왔고.
사촌동생이라면서 선배가 소개해 준
스튜어디스도 눈에 들어왔고.
밥 먹자고도 연락 오고
술 먹자고도 연락 오는
거래처 홍보실 여직원도 눈에 들어왔다.
세상엔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있었고.
많은 기회가 있었다는 걸...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에...... 그녀가 찾아왔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불시에... 우리 회사 앞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E) 걷고 웃는 소음
남 어떻게..왔어?
여 점심시간이잖아. 잠깐 택시 타고 나왔어.
남 어쩌지? 나 동기들이랑 점심 약속이 돼 있어서.
여 어. 시간 오래 안뺏어.
남 무슨 일인데....
여 이제 연락하지 말라구.
남 뭐?
여 아니다. 말을 제대로 해야지. 연락 안해도 된다구.
남 ......
여 전화 안해도 되고. 주말에 만나지 않아도 된다구.
만날 때마다 잔소리 들을 일 없을거야.
은근히 결혼하자는 말 떠보는 일도 없을 거야.
남 은서야.
여 즐거웠고. 고마웠고. 많이 좋아했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 원망 같은 거 할 생각도 없어.
나 좀 더 좋은 조건으로 회사도 옮기기로 했고.
어제부로 전화번호도 바꿨어. 몰랐겠지만.
그리고. 지난주에 이모네 집으로 들어갔어. 혼자 사는거 좀 힘들어서.
남 잠깐만.. 기다려 봐. 사람들한테 얘기하고 올테니까
어디 들어가서 얘기하자.
여 나는 당신 안심 보험이 아니야.
남 .........
여 다른 사람들 한번씩 만나고...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보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면서.
그래도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는 나 때문에.... 안심했었지?
난 당신한테 그런 사람 될 마음 없어.
남 .......은서야.
여 어디 들어갈 필요 없어. 그런 데 가서 멋있고 깔끔하게
마무리할 마음도 없고. 갈께.
(E) 걷는 소리 멀어져가고
(M) 주 - 남자 때문에
남 은서 말이 맞았다.
다 맞았다.
나는 그녀를 보험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안되면
내가 다시 돌아가야할 곳 정도로.
그냥 기본적인 보험료만 넣어주면.
늘 그 자리에 그렇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줄
그런 사람.
(E) 전화기 닫는 소리
남 그녀의 전화기는 해지돼 있었고.
(E) 띵똥 소리
남 그녀의 집은 비어 있었고.
(E) 백화점 소음 소리
남 그녀가 일하던 백화점에선
이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인터넷 블로그도 닫혔고.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M)
No Surprises / Radiohead
남 연락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리움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리운데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은
그녀를 미친 듯이 찾아 헤매게 만들었다.
나에겐 없던 시간이 생겼다.
그녀를 위해 내어주고 싶은 시간이
갑자기 생겼다.
여러 친구들을 동원해서 겨우 알아낸 그녀의 직장에
찾아갔다.
(E) 문 열고 나오는 소리
남 은서야.
여 ......
남 너 찾느라 진짜 힘들었어.
여 왜 왔어?
남 미안해.
여 그 말 하러 왔어?
남 내가... 잊고 있었던 게 많아. 미안해.
여 그만해. 나는 그동안 힘들었고. 이제 막 괜찮아지려고 해.
그러니까 건드리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남 미안해. 내가... 너무 큰 걸 얻은 나머지....
더 큰 걸 잃어버린 것도 모르고....
여 .......
남 직장을 얻고.. 남자로서 내 자존심을 얻고...
보이는 게 없었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니가 하찮았어. 너한테 내주는 시간도 아까웠어.
미안해. 내가 잘못 생각했어.
여 아니? 당신은 당신한테 없는 것만 생각하는 사람이야.
직장이 없을 땐 직장을 열망했지만.
이제 내가 없으니까 날 열망하는 거 뿐이야.
내가 당신한테 돌아가면, 다시 난 하찮게 될 거야.
(E)걸어가는
남 난 바보 아니라니까?
깨달은 걸.. 이렇게 힘들게 깨달은 걸 다시 모르게 될까봐?
안 그래.. 안그래 은서야.
남 그녀는 그대로 걸어가고 있다.
난 다시 그녀의 뒤를 쫓는다.
그녀가 상처 받았던 만큼... 나도 힘들어야 한다는 걸 안다.
괜찮다. 미안한 만큼... 아파도 괜찮다.
(M)주제음:
Somethin' Stupid / Robbie Williams & Nicole Kidman
2008-03-26(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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