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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5일 화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2008년 3월 25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첫 곡:   Rhythm Of The Rain /  Dan Fogelberg

 

 

추순희 

 


- 봄의 생기 -

우리 아들이 어릴적에 잠깐 시골 어머님댁에서 산거 빼고는, 항상 시내에서 살다가 4개월전 시골로 이사를 왔습니다. 집 앞에는 조그마한 강이 흐르고, 텃밭이 있고, 옆에는 논이 있는 그런 시골집이랍니다. 겨울동안에는 기름값이 워낙 비싸서 보일러 등유를 넣지 못해, 전기장판을 깔고 아래는 따뜻한데 위에는 추운 환경에서 겨울 날들을 지냈지요. 그래도 요즘은 시골집의 운치를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답니다. 마당에 깔린 자갈 사이로 파란 새싹이

돋는 것이 보이고, 누렇기만 했던 땅들이 파랗게 초록색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것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경운기를 끌고 나가시는 농부 아저씨부터, 밭에서 봄나불을 열심히 캐고 계시는 아주머니들까지. 봄이 되니 그동안 조용하던 동네가 무언가 살아 꿈틀대는 것 같은, 온 세상이 바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다. 너무 춥다’ 하고 투정하며 지낸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벌써 봄이라니 참 좋습니다. 우선 기름 값이 안들어 좋고, 춥게 지내지 않아서 좋기도 합니다만, 살아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추운 날 땅속에서 봄을 기다리며 온갖 추위를 이기고 봄날 그 두꺼운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처럼, 그 생명력처럼, 힘들고 고된 삶이지만 저도

이겨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시골로 이사올 땐 한 학년에 반 하나 밖에 없고, 그나마 학생이 30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에 아이를 전학시키려다 보니, 많이 걱정이 되고 참 많이 속상했는데, 지금은 시골에 이사 온 것이 참 좋습니다. 아이에게도 좋은 것 같고, 아들이 우리나라 사계절의 맛을 시내에서보다 더 잘 느낄 수 있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수 있고, 순수함을 가지고 자랄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이번 주말엔 아들과 함께 냉이를 캐, 시원하게 냉이국을 끓여 먹어 볼까 합니다. 아들 입엔 돈까스나 햄 같은 인스턴트가 입에 맞겠지만... 자연의 맛을 아들한테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신청곡:  Breathe Again / Toni Braxton

미국 출신의 여성 알앤비 가수 ‘토니 브랙스턴’의 1993년 작품.

 

 

 

조현미 


- 계란 한 줄 -


지난 겨울에 관절수술을 받으신 시어머니께서 정기검진을 위해 올라오셨습니다. 어머니는 편찮으신 와중에도 자식들 주시려고 갖은 먹거리들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오셨더군요. 콩이며 팥은 물론 수수, 들기름, 고춧가루, 시래기 말린 것 등등. 커다란 보따리가 미어터질 듯합니다. 자식이 여럿이다 보니 당연히 보따리도 컸겠지요? 자식들 수대로 갖고 오신 것들을 공평하게 나눠주신 어머니. 이번엔 붉은 보자기로 싼 꾸러미 하나를 조심스럽게 풀어 놓으시네요. 뭔가 싶어 보니, 계란이 아니겠어요?  "짐도 많으신데 계란까지 싸오셨어요? 사먹어도 되는데요..."  그러자 어머니께선, "이래 뵈도 요게 보통 계란이 아니라 유정란이야.” 시댁은 닭을 여러 마리 키우거든요. 부지런히 봄의 들녘을 돌아다니며 제 역할에 충실한 암탉들은 주인의 기대에 부응해 열심히 알을 낳았겠지요. 식구라야 시부모님 두 분이시니 그 계란을 다 소비하지 못하시고, 자식들 조금씩이나마 나눠주시려 싸 오신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주신 계란을 살살 풀어 새우젓 조금, 파 송송 썰어 넣고 계란찜을 하노라니, 오래 전 추억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네요. 어릴 때, 특히나 봄 이맘 땐 먹거리가 아주 귀한 때였습니다. 어쩌다 암탉이 꼬꼬댁 거리며 알 낳을 기세라도 보이면, 암탉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따끈따끈한 계란 한 개를 탐하곤 하던 우리였지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계란찜이 상에 올랐는데, 스텐레스 대접에 쪄낸 계란찜은 그 시절, 최고의 반찬이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가져오신 한 줄의 계란으로 몇 끼니가 행복했네요. 덕분에 오래 전 추억과 겸상하는 시간이었구요. 요즘 가장 만만한 찬거리가 계란이 아닐까 합니다. ‘흔한 것은 귀하지 않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값은 싼 데 반하여 영양가는 높은 계란, 흔하다 하여 만만하게만 생각지 마시고 가끔은

가난한 우리들의 훌륭한 찬으로, 에너지원으로 추억을 함께 해준 고마움을 우리 모두 잊지 말기로 해요.


신청곡:  Only Time / Enya

아일랜드 출신의 뉴에이지 여가수 엔야의 2001년 작품으로 인기 차트와 상관없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노래.

 

 

박승모 

 


- 공개방송 잘 보고 왔습니다. -


며칠 전, 이틀 휴가를 받고 집에 왔습니다. 저는 발령으로 아내와 떨어져 지내고 있거든요. 아내는 저의 휴무를 다른 때와 달리 너무 좋아했습니다. "아니 왜 그렇게 좋아해?" 했더니, 김기덕의 골든디스크에서 공개방송을 하는데 함께 가자는 겁니다. 초대권에는 어린아이는 입장불가라고 써있었지만, 그것마저 무시한 채 아내는 저를 졸라서 두 딸을 데리고 공개방송을 보러가게 되었지요. 올해 들어 가족들과 나들이를 하기는 처음인거 같습니다. 제가 쉬는 날이면 피곤해서 집에서 잠만 잤거든요. 잠만 자도 뭐라고 하지 않던 아내는 이번 공개방송은 꼭 보고 싶다며, 모처럼 저를 졸라 갔었는데, 아내 말을 잘 들은거 같네요. 너무 재밌게 보고 왔습니다.

실제로 김기덕 형님도 보고, 출연자 분들의 대단한 노래 실력도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나 저희 가족에게는 소중한 하루였답니다. 네 살과 일곱 살인 두 딸은 관객들이 손뼉을 칠 때면 함께 쳐주고, 또 다른 분들이 손뼉칠 때 제가 안치고 있으면 제 손을 잡고 손뼉을 치라며 지시까지 하지 뭡니까. 아내는 연신, "어우 얼마나 떨릴까. 진짜 대단들 하셔.. " 하며, 자기가 더 긴장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농담으로 "당신도 한번 저렇게 해봐." 하고 말했더니, 아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난 죽어도 저런데 못나가...”

라고 말하네요. 어쩜 노래들도 잘 하시고, 떨지 않고 하시는 그 자신감과 용기에 내심 부럽기도 했습니다. 공개방송 보러 가는 길에, 운전 중 핸드폰 사용하다 걸려서 6만원의 벌금과 15점 벌점을 받기는 했지만, 지난주의 하루가 저희 부부와 두 딸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겁니다. 다음번 공개방송에도 초대해 주세요.


신청곡: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 Elton John

영국 출신의 팝가수 '엘튼 존'의 1976년 작품으로 싱글차트 6위까지 올랐던 노래.

 

박나림의 차 한잔 하시죠

이윤아님 사연

 

 

이수진 

 


- 내 마음의 빈자리 -


남편과 아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아침. 한손엔 쓰레기 봉투를, 다른 한손엔 재활용 봉투를 들고 터덜터덜 걸어간다. 문득 코를 간지럽히는 향수냄새에 옆을 보니,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여자가 봄 냄새 물씬 나는 하늘하늘한 봄옷을 입고 당당하게도 걸어간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보이고 부러운 생각이 든다. 내 옷차림을 보니 위 아래 츄리닝 패션이다. 이런 식으로 산지가 벌써 오래다. 아줌마가 되도 절대 방심하지 말아야지 했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흐트러지는 내 모습이 안쓰럽기 까지 하다. 휴..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난다. 9명의 모임 친구들 중에 마지막 친구가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다. 다음 주면 결혼식인데 내 옷장에는 입고 갈만한

봄옷이 아무리 고르고 골라도 영 성에 차지 않는다. 비단, 옷뿐이 아니다. 하이힐을 신어본지가 언제인지.. 운동화 아니면 슬리퍼들이 내 신발장에 자리잡고 있다. 처녀적 신었던 힐을 꺼내 한번 신어보니 영 어색하고 뒤뚱뒤뚱 걸음걸이 하고는... 괜시리 우울해져 퇴근하고 들어온 남편에게 투정섞인 넉두리를 하자 남편이 그런다. "다른 여자들도 다 그러고 살아. 새삼스럽게 왜그래? 행복에 겨워서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하며 서운한 소리만 내뱉는다. 내가 말을 말지... 얼마 전 백화점 앞을 지나는데, 대형 현수막에 모델이 활짝 웃고 서 있었다. 그 모델이 입고 있던 옷이 잊혀지질 않는다. 너무 예쁘고 맘에 들어서 눈 딱 감고 살수도 있겠지만, 사 놓고 몇 번이나 입을 수 있을지 부터가 걱정됐다. 내 나이 30대 중반이 되니 세월가는게 너무 무섭다. 더 나이 먹기 전에 날개를 활짝 펴보고 싶다. 내 마음의 빈자리를 아주 듬뿍 한번 채워보고 싶다.

내일은 백화점에 가서 확 저질러버릴까?...........................


신청곡:  All By Myself / Celine Dion

캐나다 출신의 여성 팝 가수 '셀린 디온'의 1997년 싱글 차트 4위 기록.

 

 

 

박미영 

 

- 슬럼프는 도약을 위한 디딤판 -


취업공부를 하면서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는 머리와, 생각보다 약하기만 한 체력 때문에 힘들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어느 날, 말 그대로 슬럼프라는게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책을 10시간을 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마음은 늘 무겁고, 부담감과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밥도 잘 먹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가족들에게는 늘 짜증과 화내는게 생활이 되어버리고 늘 미안한 마음에 뒤돌아서서는 사과하고, 그런 생활의 반복이었습니다. 며칠전 부모님께서 집 앞 가까운 맥주집으로 저를 부르셨습니다.

공부하는데 무슨 술이냐며 또 속으로 한껏 짜증을 내고 있는데, 맥주집에서 부모님은 맥주 한잔을 주시면서 오늘 하루는 부담감 버리고 쉬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냥 열심히 하는 딸의 모습이 보고 싶은거지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 딸이 열심히 하니까 모두 잘 될꺼라고 말씀하시면서 손을 꼭 잡아주셨습니다.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가슴이 아플만큼 든든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슬럼프라는건 다시 더 높이 뛰기 위한 도약판이라고, 슬럼프에 힘들어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7일이 지났고 지금은 슬럼프를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여유를 갖고 더 힘껏 달리기 위해 천천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혹시 슬럼프에 시달릴지 모르는 골든 디스크 가족분들,, 슬럼프를 힘겨워하지 마시고, 더 높이 뛰기 위한 준비시간이라 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신청곡:  Cinderella / Sweetbox

독일 출신의 크로스오버 댄스 그룹 ‘스윗박스’의 2001년 작품.

 

 





2008-03-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