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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31화 - 봄날의 아이
(M) 주제음
:
봄노래 / 안정아, 박은태
(E) 대문 여닫는 소리
남 나 왔어.
(E) 도마질 하는 소리
여 ...왔어요..?
남 저녁 해?
여 ...네.
남 씻고 나올께.
여 그래요.
(E)다시 도마질 시작한다
(E) 걸어가서 화장실 문 여닫고
(E) 수돗물을 트는
남 우리는 대문을 잠그지 않는다.
아내도 나도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다.
별다른.. 가져갈 것도 없지만..
있다고 해도, 문을 잠글 생각이 없다.
우리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대낮에라도, 한밤중에라도, 새벽에라도
그 아무 때라도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사람이 있다.
(M)
I Will / 강윤도, 정다빈
(E)밥 먹는 소리
남 오늘.. 뭐했어?
여 맨날 똑같죠. 화분에 물주고. 집안 청소하고. 빨래도 하고.
날이 따뜻해진 것 같아서. 겨울 옷 싹 드라이 맡기고.
봄옷 꺼내서 걸어놨어요.
남 민수 옷장도 정리했어?
여 ...그럼요.
남 그래. 잘했어.
여 그런데... 옷이 이제 다 작아졌을텐데..
새 옷을 몇벌 사다놔야 하나...
남 민수가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은 지 3년이 지났다.
민수는 여느 아침처럼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나갔고.
돌아오지 않았다.
물이 증발한 것처럼.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처음 1년은 미친 사람들처럼 민수를 찾아다녔고.
그 다음 1년은 매일을 울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기다린다.
오지 않는 민수의 밥을 차리고.
대문을 열어놓고.
계절이 지나갈 때마다, 민수의 옷장도 정리하고.
침대보도 바꾸고 커텐도 바꾼다.
교과서며 참고서도, 새학년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민수가 언제 돌아와도
이 모든 환경에 낯설어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게.
(M)
Tears in Heaven / Choirboys
(E)책 넘기는 소리
남 안 자?
여 자야죠.
(E) 책 덮고
남 뭘 그렇게 읽어?
여 ....영어책.
남 ....영어?
여 요즘.. 영어 조기교육이 대세라고 해서..
내가 알아둬야.. 나중에 애를 가르칠 것 같아서...
남 .....
여 .....
남 이럴 때 보면, 아내는 살짝 정신이 나간 사람 같다.
아내는 정말, 민수가 친척집에 잠시 다니러 갔다가
조금 늦어지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 아이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아내를 나무랄 수도, 말릴 수도 없다.
왜냐면, 나도.. 같은 마음이니까.
누가 미쳤다고 해도, 난 아내와 같은 마음이니까.
여 안 자요?
남 그래... 자자..........자야지....
(M)
잘자 / 이적
(E) 보글보글 국 끓는 소리
남 민수의 생일이다.
아내는 새벽부터 미역을 불리고, 씻어서 미역국을 끓이고 있다.
나도 왠지, 새벽 5시부터 눈이 떠져 잠이 오지 않았다.
여 더 자지 왜 나왔어요.
남 그냥.. 잠이 안오네. (사이) 나 목욕 좀 다녀올께.
여 그래요.
(E)대문 열고 나오고. 걷는 소리
남 이 길로 목욕탕을 갈 때마다, 눈앞이 안개라도 낀 것처럼 뿌얘지고.
가슴이 메어온다.
이 길을 지나 목욕탕으로 갈 때면. 어린 민수가 내 앞을
몇발자국쯤 앞서 가며. 자꾸만 날 돌아보면서 웃었다.
딸기 우유 사줄거지... 하면서.
그 아이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한다.
목욕을 갈 때마다, 내 아들의 환영이 보여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나는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이 길을 간다.
미칠 것 같이 힘들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난 내 아들의 환영이라도 만나고 싶다.
그게, 아내와 내가 민수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고
그 아이의 생일을 챙기고
그 아이의 새옷을 사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 식으로라도, 그 아이를 만나고 싶으니까.
(M)
Panis Angelicus / Charlotte Church
(E) 대문 열고 들어선다
남 목욕을 다녀오니, 벌써 아침상이 차려져 있다.
여 얼른 와요. 시간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남 어... 뭘 많이 차렸네?
여 생일상이니까... 앉아요.
남 그래.
(E)의자 끌어다 앉고
여 이것두 샀는데...
(E) 뭔가 올려놓는
남 케익?
여 초두... 열개 달래서 가져왔어요.
(E) 성냥 켜는 소리. 불 붙는.
여 축하해줘야죠. 벌써 열 번째 생일인데..
남 그래.. 그러자..
남여 (함께 나지막히 생일축하 노래 부른다. 민수 이름까지 넣어서)
남 우리는 용케, 둘 다 울음을 잘 참았다.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끄고. 한참을 멍하게
연기를 바라보고 있던 우리는
다음 순간.. 밥을 먹기 시작한다.
(E) 밥 먹는 소리
여 (조용히 울음 참으며 먹다가 끝내 울음 터뜨리며 마는)
남 아내가 먼저. 그리고 내가 뒤를 이어서.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가 사라지고, 벌써 세 번째..
이런 생일을 맞고 있다.
(M) 해피버스데이투유 - 이상은
(E) 텔레비전 소리
남 아내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우리는 집에 있을 땐 거의 텔레비전을 틀어놓는다.
죽음 같은 적막이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뉴스든, 시사 프로그램이든, 드라마든..
무엇을 보든지..
우리의 눈빛은 바쁘게 움직인다.
혹시라도, 저 화면 어딘가에...
거리를 지나가는 수많은 아이들 사이 어딘가에...
우리 애가 있을 것만 같다.
나와 같은 심정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내를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E)텔레비젼 틱 끄는
남 텔레비전을 끈다.
여 왜 그래요. 한참 보고 있는데..
남 안 보고 있잖아.
여 보고 있어요. 리모콘 이리 내요.
남 할 말이 있어.
여 뭔데요.
남 우리 아파트 재개발 말이야.
여 .....알아요. 또 뭐요.
남 서서히 이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여 가긴 어딜 가요!
남 무슨 말 하려는지 아는데. 마감 시한이 다 돼 가잖아.
오늘 오후에 언제 갈 건지 확실히 말해달라고.. 전화 왔었다구.
여 웃기지 말라 그래요. 우린 안간다고.
남 여보. 다 정해졌는데 이렇게 고집 피운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
여 고집이 아니라... 난 여기가 우리집인데.
그래서 여기 살겠다는데. 돈도 다 필요없고. 새 아파트도 필요 없다는 데. 뭘요!
남 ....나도 같은 마음이야.
여 그럼 됐잖아. 그냥 여기 있어요 우리는.
우리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잖아!
남 만약에... 만에 하나라도... 우리 아들이 여길 다시 찾아오게 된다면
우릴 찾아오게 할 방법을 생각해 보자. 그게 현실적이야.
여 현실? 후... 현실요.... (쓴웃음) 이런 게 현실이에요?
애가... 멀쩡한 우리애가 대낮에... 사라졌어요.
그리고 돌아오질 않아요. 경찰에 신고를 하고. 미친년처럼 전국을
찾아 헤매도... 우리 애를 볼 수가 없어요. 이런 게 무슨 현실이야.
지옥이지.
남 .......
여 (절규하듯) 난 아직 우리 민수가 학교 갔다고 생각해요.
돌아왔을 때. 엄마가 집에 있어야 되잖아요. 민수는 내가 시장만
가도 싫어했는데! 내가 집에 있어야지.
민수가 고생해서 돌아왔는데, 우리도 없고. 집도 없어지고.
그럼 어쩌라구! 그애가 얼마나 서럽고 섭섭하겠어!
우리가 그애한테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여보!
(M)
When You Told Me You Loved Me / Jessica Simpson
남 주변에선 이제 마음을 접으라고 얘기한다.
그들도 쉽게 하는 충고는 아니겠지만, 그런 말들이
마음을 아프게 찌르곤 한다.
실종자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에만
그나마 위로가 되고.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또다시 시작이다.
지리한 기다림과.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충고에 따라..
아내에게 제안을 해보기도 했다.
남 여보.. 우리... 아이 갖는 거 어떨까.
여 ....뭐라구요?
남 둘째.. 갖는 거 어떨까.
여 당신은 지금.. 우리 민수가 죽었다고 생각해요?
남 아니... 절대 아니야. 그렇진 않아.
여 그런데 왜...
남 당신 민수한테 동생 갖게 해주고 싶다고 그랬었잖아.
여 민수가 있어야 동생도 있는거에요.
남 그건... 그렇지만...
여 당신마저 그러지 마요. 세상 사람들이 다 우리 민수가 죽었다고
생각해도, 우리는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주말마다
지하철이며 터미널이며 나가서 전단지 나눠주는 일도
멈추면 안되는 거고. 대문 열어놓고 우리 애 기다리는 일도
멈추면 안되는 거고. 그 아이 생각하는 일도 멈추면 안되는거고.
남 그래.. 그래 알았어. 내 생각이 짧았어.
여 당신 마음 알아요. 난 가끔.. 내가 민수를 몰랐던 때로...
돌아갔으면. 차라리 우리 민수를 낳지 않았으면...
그 아이와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그런 끔찍한 생각도 하니까...
그랬다면.. 지금 이렇게 고통스런 시간도 없을 것만 같고...
남 왜 하필 우릴까...
여 왜 하필 우릴까...
남 왜 하필.. 우리 아이일까...
여 (울고) 우리 민수 어디 있을까. 밥은 먹고 있을까. 옷은 어떻게
입고 있을까. 아니야.. 밥은 좀 굶고.. 헐벗고 있어도 좋으니까..
살아만 있었으면. 우리 민수가 어느 하늘 아래 살아만 있었으면....
어디 있을까.... 어디 있을까..... 우리 아들.... 내 새끼....
남 비슷한 말들이 오가고. 우리는 또 함께 껴안고 운다.
찬란한 봄날은 또 오고 말았는데.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무기력한 채로 그 아이를 기다리고만 있다.
(M)
When I Grown Up / 김현철
------------------------1부 끝--------------------------
*잠시 후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E) 짐 싸는 소리들
남 대강 다 정리 된 것 같은데..
여 민수 방 남았어.
남 어...
여 거긴 내가 정리할께. 어차피.. 이사가서두 똑같이 꾸며놔야 하니까.
남 그래.......... 그런데 힘들면 나도 도울께.
여 안 힘들어.. 괜찮아....
남 내일이면 가는건가...
여 매일 와 볼거야. 어차피 바로 근처로 가잖아.
남 그래....
여 여기저기 다 얘기도 해놓을거고.
남 민수... 우리 휴대전화 번호 잘 알았잖아.
여 오래됐잖아요. 잊어버렸을지도 몰라.
남 그래...
여 아니야. 그래도 똑똑하니까. 그 아이가 암기력이 좋았잖아 여보.
남 그랬지. 당신 닮아서. 뭐 외우는 거 하난 잘했잖아.
여 (잔잔하게 웃고) 맞아. 뛰어다니는 거 좋아하는 건
당신이랑 똑같았지 뭐. 축구도 좋아했고.
남 나중에 월드컵 같이 보러 가기로 했는데.
여 그랬지. 나중에 방학 때 기차로 유럽 일주도 하자고 약속했었는데.
남 비행기 타보고 싶다고 해서.. 나중에 제주도라도 꼭 같이 가자...
그랬는데....
여 그러고 보니까 해준 게 없네. 약속만 했지..
남 그랬네... 비행기 한번 못태워줬네.
여 (힘없이) 전화기만... 사줬어두....
남 그 얘긴 그만해...
여 민수가 전화기 사달랄 때...사줄걸....
남 (힘없이)그만해...
여 생일까지 기다리라고 왜 그랬을까... 사줄걸...
그랬으면 무슨 일 생겼다고 전화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남 .......
여 운동화 그거.....
남 .......
여 축구하다가 밑창이 나갔다고.. 새거 사달래는 걸..
수선해다가 신겼는데....
금방 떨어질 걸.... 새거 사줄걸....
아직도 우리 민수가 그걸 신고 있을 것 같아서
난 새벽에도 벌떡벌떡 일어나... 그 운동화 사줄걸....
하는 마음에....
남 원래 못해준 것만 기억나는 거잖아.
여 나 그래서.. 민수 운동화 사서 모으고 있어.
남 알아.
여 발이 좀 더 커졌을 것 같으면. 더 큰 거. 한치수 더 큰거.
이러다 보니까 새 운동화가 다섯켤레나 됐어.
남 ........
여 그거... 우리애한테 신길 수 있을까...
남 새 운동화를 꼭 신길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하던 아내도
이제는 많이 지쳤나보다.
그런 아내의 손을... 꼭 잡아준다.
(M)
십년이 지나도 / 송승헌
남 그날 밤.
난 아내가 아들의 방을 정리하며
또 많이 울거나 힘들어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잠들지 못하고 서성대고 있었다. 그런데.
(E)방문 열리고
여 (약간 멀리서) 여보. 여기 좀 와 봐.
남 응?
여 이것 좀 봐...
(E)그림일기장 넘기는
여 우리 민수 일학년 겨울 방학 때 그림 일기 쓴게 여기 있네?
남 어.. 그러네?
여 우리랑 크리스마스 때 트리 꾸몄던 거랑..
같이 세배다니던 거...
떡국 먹는 거...
(E)넘기고
여 이거 봐. (웃고) 우리 눈썰매장 갔던 것도 있다...
이게 난가?
남 난 거 같은데? 머리가 짧잖아.
여 당신은 여기지. 배 나왔잖아.
남 내가 배가 어디 나와..
여 그땐 나왔잖아.... (약간.. 웃음 잦아들며)
지금은.. 당신도 말랐네. 그땐 그렇게 살빼라고 해도 안빠지던 건데..
남 어... 당신도 말랐잖아.
여 .....(사이) 그래도 우리 아들 일기장 보니까....위로가 된다..
남 왜..?
여 우리 아들이 우리랑 함께 있을 때.. 행복했던 것 같아서.
남 행복했잖아.
여 행복했겠지?
남 그럼....
여 혹시.... 아주 혹시.... 우리애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해도.... 그시절이 행복했다고 기억해 주겠지?
남 기억해 줄거야...
여 다행이다.
(M) 다행이다 - 이적
(E) 이삿짐 나르는 소리들
남 아저씨~ 그건 이쪽으로 실어주세요. 어차피 여기서 가까운 데니까
너무 꽁꽁 안싸셔도 돼요.
여 여보.
남 어.
여 우리 진짜 가는건가? 이 집을 떠나는건가?
남 ...괜찮아. 당신 말대로 바로 옆으로 가잖아. 여 어.... 그래도 기분이 너무 이상해. 허전하고.
남 그건 나도 그래.
여 ...
남 당신 먼저 이사갈 집에 가 있어. 내가 여기 대강 정리해서
따라갈테니까.
여 어...
남 차 조심해서 가구.
여 아.맞다. 잠깐만.
남 왜!
여 우리 민수 운동화.
남 운동화?
여 신발장에 두고 왔어.
남 아저씨들한테 챙기라고 할께.
여 아니야... 그건 내가 가져갈래. 잠깐만 있어.
나 올라갔다가 올께.
남 그래 그럼....
(E) 뛰어가는 소리
남 어쩌면 아내는 빈집에 혼자 들어앉아 울고 있을지 모르겠다.
할 수 없다.
아내에게도 그럴 시간이 필요할테니까.
아내가 없는 틈을 타.. 나도 잠깐 뒤돌아 눈물을 훔친다.
모래가 섞인 바람이 눈밑을 까끌하게 파고든다.
(M)
미련 / 김건모
남 거의 다 실어진 것 같은데.... 잠깐만요.
제 와이프가 아직 안 내려와서요.
(E) 전화벨 울리는 소리
남 여보세요? 네 제가 민수 아빤데요.
남 경찰서다.
경찰서에서 어떤 단서가 잡히거나, 물어볼 일이 있을 때마다
전화가 오는데. 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는 걸
잘 알면서도, 경찰서에서 날 찾을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곤 한다.
남 무슨.... 일이시죠?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네...네.....
............그게 정말이십니까? 확실합니까?
(울음 섞이지만 애써 침착하려) 확인하러 가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네? 지금 이쪽으로...
어디에.... 어디에.... 계신건데요.
아 일단... 일단.... 고맙습니다. 정말 고..고맙습니다.
저는 지금 뭐라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M)
Love Conquers Everything / Harry Van Hoof
(E) 계단 뛰어올라가는
남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어제 한 무리가 검거됐다고 했다.
그들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소위 앵벌이 일을 시키고 있었다고 했다.
고아원 출신이라고 주장했지만,
조사 도중에 우리 아이가 그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했다.
우리 사정을 잘 알고 있던 경관 한분이
급한 마음에 마지막으로 확인을 하기 위해서
우리집 쪽으로 오고 있다고 했다.
(E)계단 뛰어올라가는
남 미친 듯한 호흡으로 5층까지 단숨에 뛰어올라갔다.
어쩌면 아들의 운동화를 껴안고 울고 있을 아내에게...
이소식을 전해주고 싶었다.
어서 전해줘야만 했다.
(E)대문 열고
남 여보...
여 (울음 얼른 그치며) 여보... 나 안그래도 지금 막.. 나가려고...
남 민수를 찾았대.
여 ...........
남 (좀 더 천천히 또박또박) 민수를. 찾았대.
여 뭐....라구?
남 거의 확실한 것 같대. 우리 민수가..... 그러니까 우리 민수한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그런데..... 중요한 건.... 우리 민수가 살아있대.
여 (호흡 힘들고) 여보......
남 살아있대. 우리 아들이.
여 여보.....
남 우리 아들한테 당신이 사놓은 그 운동화들.... 신겨볼 수가 있대.
휴대전화도 사줄 수 있고.. 미역국도 끓여줄 수 있고..
뭐든 다 해줄 수 있대.
여 .........거짓말.... 아니지?
남 아니야. 아니야.... 우리 민수가 자기 이름을 또렷이 얘기했대.
우리 이름이랑... 우리집 주소까지... 또박또박....
얘기하더래.
내가 뭐랬어. 우리 민순... 당신 닮아서... 암기력 하난
끝내준댔지!!
여 (울며 어쩔 줄 몰라하는) 아... 여보... 어떻게 이런 일이.....
지금 어딨대. 얼른 가. 얼른 가자. 우리 얼른 가자...
(M)
When I Grown Up / 김혜인, 박꽃별
남 아내의 팔을 잡고. 대문을 막 열고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E) 대문 철컹 열리는 소리
남 3년 동안 한번도 열리지 않았던 대문이
철컹... 소리를 내며 열렸다.
봄햇살이 따스하게 집안으로 비춰들어왔고.
우리는 부신햇살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도
그 앞에 누군가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낯설어 보이는....
무언가... 큰 상처를 받았던 것 같은.....
하지만 우리 아이가 확실한...
민수가 그 앞에 서 있었다.
학교에 갔던 그 아이가....이제 돌아온 것이다.
아내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그 아이를 껴안고.
가장 기쁘게 울음을 터뜨릴 때까지.
난 내 앞에서 느리게 펼쳐지는
이 시간을.... 어디선가 꼭 만났던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아마.. 매일 밤...꿈에서.....
만났던 것 같다.
아들의 등을...볼을... 어깨를 내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는...
이 기적같은 행복에....
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봄이 왔다.
(M) 주제음
:
봄노래
/ 안정아, 박은태
2008-03-19(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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