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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6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안재남
- 아저씨 죄송했어요 -
우리 아파트엔 일주일에 한 번 호떡 장수가 옵니다. 지난 주말, 그 날도
저는 호떡을 사기 위해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갔습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그래서 저는 호떡 파는
아저씨께, "아저씨! 저 볼일 좀 보고 올테니 호떡 2천원어치 포장해 놓으세요." 하고 주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볼 일을 보고, 호떡 가게에 들렀습니다. "아저씨! 제가 부탁한 거 포장해 놓으셨죠?" "포장이요. 아이구,, 죄송합니다. 제가 깜빡하고 못만들었어요." 아저씨의 말씀에 전 갑자기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다소 큰 어조로, "아까 부탁했잖아요. 2천원 어치..."
"죄송합니다." "아.. 진짜, 기다리지 않으려고 부탁한건데. 아저씨! 제 말이 그렇게 우스워요?" 아뿔사!! 순간,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저는 화가 나는데 아저씨는 계속 웃으면서 말씀을 하시길래 저도 모르게 그런 말 실수를 하고 만거죠. 그러자 호떡 아저씨는 제 말에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제가 먼저 드린 2천원을 건네주시며 호떡 2개를 포장해 주시는 겁니다.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극구 건네시는 아저씨. 저는 어쩔 수 없이 돈과 호떡을 들고는 얼른 집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편치가 않고 바로 후회가 되더군요. 만약, 아저씨도 저한테 똑같이 화를 내셨더라면, 제 마음이
그리 불편하진 않았을텐데, 아저씨는 계속 웃으시며 미안하다고 하시니
제 마음이 더 괴롭더라구요. 일주일 내내 마음이 무거워서 혼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월요일이 되면 호떡 아저씨를 찾아가 죄송했었다고 사과하려고 기다렸습니다. 지난 번 호떡 값으로 드링크 한 병을 사서 드리며, "아저씨 이거 지난주에 못드린 호떡값이에요. 그리고 저번에 제가 말실수 한 거 죄송했어요." "솔직히 호떡 장사를 하니까 저를 무시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어요. 하지만 아주머니 같은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세상은 살맛 나는거죠."
아저씨는 아무것도 아닌 일을 일주일씩이나 마음아파 했느냐고,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도리어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참 멋진 분이셨습니다. 정말 어떤 순간에도 말조심해야 하고, 겸손해야 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저씨 정말 죄송했어요.
신청곡: Feelings / Aaron Neville
미국 출신의 알앤비 가수 ‘아론 네빌’의 1987년 리메이크곡.
김희정
- 새벽을 아는 사람들. 행복을 아는 사람들. -
밤 문화가 세계 1등이라는 대한민국... 그래서 인지 유난히 네온사인이
많아서 깊은 저녁의 고요함은 절대 느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서울 시내에서는 말이죠. 다행이도 우리 집은 개포동 대모산
산자락 근처 인지라, 고요한 밤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언제 부턴가 1차로는 만족하지 못한채, 3, 4차 까지 달리더니, 이제는
5, 6 차로 해장술 까지 마시고 귀가 하는 한국인들...
왜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인지 원인을 찾아보려 하지만, 뚜렷한 해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밤 문화 속의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있는 모습에서 짙은 행복은 절대 느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행복. 무엇이 행복인지 알지 못한채, 제 정신이 아닌 몽롱한 기분으로
잠시나마 인생의 스트레스를 지우려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르쳐 드리고 싶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새벽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새벽. 떠오르는 희망찬 해와 목청껏 지저귀는 새소리. 그리고 사지에
고이 스며드는 자연의 바람. 이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순간...
그 순간에 내 손에 들려 있는 따뜻한 차가 온 몸의 온기를 불어넣어 줄 때..
내가 비로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지요. 명예로운 권위를 얻기 위해 치열한 전쟁터에서 싸우려 하지마시기 바랍니다. 새벽에 길거리를 청소하시는
환경 미화부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신 적이 있습니까? 행복을 원한다면...
내일은 새벽 일찍 일어나 같은 사물도 낯설게 바라보고, 익숙한 습관도 새삼스럽게 느껴보세요. 저의 삶의 철학이 골든디스크 가족 모두에게 행복이
되길 바랍니다.
신청곡: Still
Loving You / Scorpions & Berlin Philharmonic
박나림의
차 한잔 하시죠
김은정님
사연
안진희
- 우체부 아저씨 -
오늘 아침, 아이에게 아침을 먹이고 설겆이를 하고 있을 때, 인터폰이
울렸습니다. 급하게 고무 장갑을 벗고는 인터폰을 받아선, "누구세요" 하고 물었더니, "우체국입니다. 지금 올라갈께요" 하고는 인터폰이 끊겼습니다.
'어, 우체국이라고? 우체국에서 올게 없는데... 뭐지?' 하면서 현관문을
열고 서있었지요. 그리고 잠시 후, 우체부 아저씨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시더라구요. "아저씨 안녕하세요? 근데 뭐가 온 거예요?
어디서 왔어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우체부 아저씨는 웃으며
"오늘은 아무것도 안왔습니다. 사실은 다음 주부터 이 지역 우편물을 다른
집배원이 맡게 돼서 인사차 들렀어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작년 여름 한창 찜통 더위 때, 우체부 아저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등기를
전해 주러 우리 집에 오셨길래, "아저씨 더우시죠? 시원한 음료수 한잔
드릴게요" 하면서 음료수를 드렸습니다. 그날 이후 우체부 아저씨를 만나게 될 때면,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가끔은 우리 집에 소포나 등기를 전해주러 오시면 고맙다는 뜻으로 아이 과자며 음료수를 건내곤 했습니다.
단지 고마운 마음에 그랬던 것 뿐인데... 그런데 다음 주부터 다른 지역으로 간다며 일부러 인사를 하러 오신 우체부 아저씨....
"네 아저씨 건강하시고요. 혹시 이 동네 오시면 저희 집에 들르세요. 커피 한잔 드릴께요.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베란다 너머로 우체부 아저씨의 오토바이가 떠나는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봤습니다. 오히려 제가 고마웠었는데... 헤어짐의 인사에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긴 처음이었습니다. 늘 친정 엄마나 친구가 보내는 소포와 등기를
전해주셨던, 내게 있어선 반가운 분이었는데....
우체부 아저씨 늘 건강하시고 그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신청곡 :Goodbye Yellow Brick Road / Elton John
영국 출신의 팝 가수 '엘튼 존'의 1973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2위 기록.
원미경
- 용돈보다 두둑한 사랑 -
지난 설날 때, 선물을 사들고 남자 친구집을 방문했습니다. 남자 친구집은 시골인데, 부모님께서 워낙에 묵뚝뚝하시거든요. 좀 가부장적인 면도
있구요. 남자친구와 몇 년을 만나면서도, 가끔씩 남자 친구집에 방문하게
되는 날에는 너무나도 긴장되고 아무래도 좀 불편하더라구요.
표현을 잘 못하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한번도 절 따뜻하게 맞아 주신적이
없었습니다. 선물을 사들고 방문하면, 남자친구 부모님께서는 "왔니?"
그 말씀만 하시고는 그냥 TV를 보십니다. 빈말이라도 "뭐 맛있는 거
사줄까?" 라는 말을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답니다.
설날을 맞이해서 남자 친구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려고 하는 순간!
"세뱃돈 줄 돈이 없으니 세배 하지 말거라." 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당황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세뱃돈 안 주셔도 되니까 절 받으세요. 아버님, 어머님..” 하지만, 끝내 세배를 안 받으셨습니다.
저희 집에 오면 항상 왕자대접을 받는 제 남자 친구와는 달리, 저는 너무
찬밥 신세인 것 같아 속이 상했습니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이런 말을 쉽게 할 수도 없구요. 그런데 며칠전, 남자친구가 저한테 지갑하나와 봉투를 하나 건네줬습니다. 우리가 설 연휴에 집에 왔을 때, 미처 준비를 못해서
미안하시다며, 남자 친구 부모님이 저한테 전해주라면서 주셨다고 하더군요.
얼떨떨하면서도 미움 받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너무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날씨가 아직 쌀쌀하다며 남자 친구가 외투를 저한테 벗어 줬습니다. 그런데 그 외투 주머니에서 우연히 영수증을 발견했지 뭐예요. 그렇습니다. 그 선물은 부모님께서 주신게 아니라,
바로 남자친구가 저를 위해서 준비한 것을 부모님의 이름으로 줬다는
사실을 바로 알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배려심 깊은 남자친구가 옆에 있는 저는 행복한거 맞죠? 남자 친구가 절 속였다는 사실보다, 남자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어서 더욱 따뜻한
하루였습니다.
신청곡: How Deep Is Your Love / Portrait
영국 출신의 4인조 R&B 그룹 '포트레이트'의 1994년 작품.
2008-02-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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