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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일 화요일 대본 및 수록곡
 

2008년 1월 1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Happy New Year / ABBA

 

 

 

김봉자 


- 어머니가 짜주신 스웨터 -

미용실이 한창 바쁜 시간, 우체국 택배아저씨가  "김봉자씨 계세요?" 하고 나를 찾는다. 잠시 손님께 양해를 구하고 상자를 받아 보니 겉면에 낯익은 엄마의 함자가 씌여 있었다. 대체 뭘까 싶어 냉큼 개봉해 봤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건 다름 아닌, 친정엄마께서 직접 떠서 보내주신 스웨터였다. 생일이 12월 말이라 늘 해를 걸러 생일을 쇠는 딸을 생각해 늦지 않도록 배려해주신 엄마의 마음이 상자 안에서 곱게 웃고 있는 듯했다. 미용실 안의 손님들이 화사한 분홍색 스웨터를 보곤 감탄에 마지 않으신다. "어머나, 어쩜 이렇게 색도 곱고 솜씨가 좋으세요? 마치 기계로 짠 듯하네요?"  그 분들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아무렴...50년 가까이 뜨개질을 해온 당신이거늘 하찮은 기계 솜씨에 견주랴... 돈은 얼마든지 주겠으니 자기들도 한 벌 떠달라는 말을 뒷전으로 흘리고 스웨터를 걸쳐보니 몸에 딱 맞는 것이 맞춤옷만 같다. 아마도 분홍색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읍내 장까지 손수 걸음 하시어 실을 사고, 돋보기를 걸친 채, 밤 늦도록 스웨터를 짜셨을 것이다. 딸자식이 자그마치 여덟이나 되는데도 치수를 잰 듯, 자식들 몸을 기억하고 계신 팔순의 어머니, 눈시울이 짠하다. 어머니는 우리들이 아주 어릴 적부터 뜨게질을 하셨다. 그땐 실을 사는 것도 여의치 않을 때라

큰언니가 입던 옷이 작아지면 그 실을 풀어 다시 뜨개질을 하는 식이었다. 아마도 우리 자매들은 유년기의 대부분을 어머니가 떠주신 옷으로 겨울을 나지 않았는가 싶다. 긴긴 겨울 밤. 흐릿한 전구 아래서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는 우리들 옆에서 어머닌 늘 뜨게질을 하곤 하셨다. 연세 팔순임에도 어머닌 아직도 자식들의 옷을 직접 떠주신다. 자식들이며 손주들의 따뜻한 겨울을 준비하시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계셔서 난 참 행복하다. 제 아무리 비싼 옷에도 없는 온기가 어머니 짜주신 스웨터 안에 있다.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나도 어머니께 뜨개질을 배워 어머니께 아주 따땃한 스웨터 한 벌 짜드려야 겠다.

 

신청곡:  You're the Inspiration / Chicago

 

 

 

박해영 


- 가슴 따뜻한 선물 -


다시 새해가 밝아왔습니다. 조금은 설레고 기대감을 가지고 잘 될거라는 믿음이 있어, 기쁜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제가 겪은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유년시절 먹거리가 귀했던 그 시절에는 고구마가 별미 중에 별미였지요. 큰 가마솥에 고구마를 삶아서 온가족이 모여앉아, 배추쌈에 쓱쓱 찢은 김장김치를 얹어서 먹는 그 맛이란... 고향을 떠나 객지생활을 할 때도 그 맛이 가끔씩 생각이 나곤 하지만, 제 입맛이 변한 건가요. 예전의 맛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며칠 전, 시내에 볼일이 있어 돌아오는 길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근처에 군고구마 냄새가 저의 후각을 자극하게 만들었지요. 냉큼 달려가지 못하고 주저 하고 있는 이유는 군고구마 기계 옆에 대여섯명쯤의 남루한 행색의 아저씨들이 모여 있는 겁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어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러자 그 아저씨들은 반대방향으로 바쁜 걸음을 옮기시는 겁니다. 인상 좋으신 군고구마 아저씨께서는 한봉지가득 넣어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따.. 학상.. 놀랬구만.. 저 사람들은 쉴곳이 없어서 이곳에 와서 불도 쐬고 몸도 녹이고 하는데, 자신들 때문에 사람들이 오지도 않고 냄새도 날까봐 지레 피해 뿌리네 어허.." 그 말씀에 색안경을 끼고 본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아저씨 잔돈은 괜찮으니 저 아저씨분들 고구마 선물로 드리세요"   "이런 고마울데가.. 학상 복받으시요이" 돌아서는 제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어이 김씨. 이씨 얼른와서

불좀 쬐쇼"  아저씨의 밝은 웃음소리 만큼이나 제 마음도 미소가 되살아 나고 그 군고구마는 제가 먹어본 어떤 음식보다 맛이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있어서, 2008년은 그 어떤 해보다더 따뜻할 것 같습니다.

 

신청곡:    L.O.V.E / Natalie Cole

 

 

박나림의 차 한 잔 하시죠

배수진님 사연

 

 

 

추순희 

 


- 타임머신 -

80년대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온 땅이 하얗게 눈 덮인 아침이면.... 아침은 먹는둥 마는둥 하고, 모자와 목도리 벙어리 장갑을 끼고는 급하게 친구네로 달려 갑니다. “OO야! 눈 왔어. 우리 비료 푸대 타러가자!” 농사를 짓는 친구네 광에서 비료 푸대를 꺼내어 들고, 한해 농사를 지은 후 소 여물로 쓰려고 남겨둔 짚단을 비료 푸대 안에 넣고는 동네 언덕길이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어느새 동네 아이들이 먼저 와서 비료푸대를 타는 모습이 보이고, 우리는 한번이라도 더 타려고 급한 마음으로 언덕길 위로 오릅니다. 짚단을 넣은 비료 푸대를 찢어진 부분이 앞으로 향하게 해서 깔고 앉아서는, 앞부분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양발을 내딛는 순간.. 휭~~~~하고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 와~~~하고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신나게 내려가다 보면 땅에 박힌 돌에 엉덩이를 부딪혀 눈물이 날 만큼 아픔에도 불구하고 언덕 아래까지 내려 와서는 또 타겠다고 뛰어 언덕 위까지 올라갑니다. 그렇게 바지가 다 젖고 비료푸대가 널널하게 헤질때까지 비료푸대 눈썰매를 타고 놀았지요. 그렇게 놀았음에도 부족함을 느끼고 얼른 뛰어 집으로 가서 아빠가 사과나무 박스로 만들어주신 썰매를 가지고 동네 어귀 물을 받아 얼음이 얼은 논으로 향합니다. 그럼, 거기 또한 언제 왔는지 동네 아이들이 가득하고, 썰매가 없는 아이들은 집에서 엄마 몰래 빨간 고무 대야를 가지고 나와 그것을 타고 놉니다. 그렇게 신나게 놀다보면 언제 해가 졌는지.. “OO야! 밥 먹어라...” 라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온몸은 나른해져 우리는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 겨울 방학이면 재기차기, 자치기, 고무줄 놀이... 놀곳도 없고 놀이기구도 없었지만 하루 온종일 놀기 바뻤던 어린시절이 그립습니다. 기덕오라버니! 시간을 다시 돌릴수 있다면 아니, 타임머신이 있다면 단 한시간이라도 우리 아들을 데리고 그 예전의 시간으로 가서 신나게 놀다가 오고 싶네요. 노는 방법을 알려 주고 싶습니다. 우리 아들은 하루 온종일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TV와 컴퓨터로 하루를 지내고 있기 때문이죠. 아.. 그립습니다. 그 때 그 시절이...

 

신청곡:    I Will Remember You / Sarah McLanchlan

 

 

 

진창영 


- 2008년, 최선을 다할겁니다 -


벌써 2008년이군요. 매해 새해만 되면 늘 어김없이 제가 하는일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 째는 올 한해 신년운세보기입니다. 컴퓨터로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올 한해는 정말 좋으려나, 올 한해는 좋아야하는데, 이젠 나도 기펴고 살아야하는데... 하면서 기대반 설레임반으로 1년운세를 점치는겁니다. 두 번 째는 새해각오입니다. 첫 번째는 담배 끊기, 두 번째는 독립하기. 별로 크지도, 많지도 않은 저의 새해소원이 벌써 몇 년째 지켜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며칠전, 조카가 살며시 제방으로 오더니 말하더군요. "삼촌~ 벌써1년이 지났는데 올해도 삼촌은 백수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조카의 이런 말을 들으면, "야~ 아직 삼촌은 죽지 않았어! 두고봐 번듯한 직장에 삼촌이 취업해서 너에게 용돈도 많이줄테니까~ 원래 삼촌은 늦되는법이야 두고봐~"  하지만 요즘은, 조카의 야유 섞인 말에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더군요. 몇년째 백수로 있다보니 기가 죽어서 가족들 보기도 미안합니다. 그래서 2008년 한해는 ‘뭐든 열심히 하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로 새해신년계획을 세웠습니다. 2008년은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살아볼생각입니다. 매 시간시간 열심히... 골든디스크가족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매 시간마다 행복하세요~~

 

신청곡:  Happy / Alexia

 

 





2008-01-0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