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Flyin' High / Opus
오스트리아 출신의 록 그룹 '오퍼스'의 1986년 작품으로 휴대폰 광고 음악으로 쓰이면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음.
탄탄한 연주력에 실린 호소력 짙은 보컬이 더해진 곡으로 높이높이 날기 위해선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13화 - 11월의 숲
(M) 주제음
-
Across the Universe / Jim Sturgess
남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얘기를
지금 하고자 한다.
내가 그동안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 시간. 그 공간 안에서
나에게 일어났던
그 일을.
(M) Rising
Sun / Kitaro
(E) 낙엽 밟는 소리
남 (혼잣말) 이제 진짜... 가을 막바지네...
(E) 낙엽 밟는 소리
남 좋네. 정말... 오늘이 며칠이더라..
남 무심코 휴대폰을 열어 날짜와 시간을 확인했다.
2007년 11월 15일. 오후 4시 44분이었다.
그때였다.
청명하게 빛나던 해가
갑자기 사라지는 느낌이 들만큼
주변이 어둑어둑해졌다.
그리고.
(E) 걸어오는 소리
남 한 여자가 나타났다.
좁은 길이었기 때문에
나는 잠시 몸을 옆으로 돌리고
그녀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 여자는
그 자리에 굳은 채 서서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의아한 듯 바라보는 나를..
원망하는 듯이.
(M) 원하고 원망하죠 - 에즈원
(E) 바람이 불고
남 그녀가 지나가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통에
나는 조금 무안해졌다.
그래서 그냥 그 자리를 지나가려는데.
여 어쩜 그래요?
남 ....네?
여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
남 저요?
여 (하... 기막힌 목소리) 나 몰라요?
남 (더 기막힌) 저 아세요?
여 뭐라구요?
남 아니... 처음 뵙는 분이 다짜고짜..
여 처음 뵙는 분이라구요??
정말 빠져나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네..
남 혹시.. 사람 잘못 보신 거 아니세요?
아니.. 저는 정말 처음 뵙는 분인데..
여 김봉덕씨.
남 (놀라고) 제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여 (허허롭게 웃고) 정말.. 기억에서 싹 지워낸건가..
대단하네요 당신.
(M) 스치듯 안녕
/ 이수영
(E) 바람 소리만
남 숲속은 이상할 정도로 적막이 흘렀다.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차고 건조한 바람만이
쉴 새 없이 불어오고 있었다.
남 나를 진짜.. 알아요?
여 정말.. 모른다는 눈빛이네요.
남 나 진짜 그쪽 몰라요. 그쪽 이름이 뭔데요.
여 그동안.. 혹시 사고라도 났어요?
남 사고는요 무슨.. 그런 일 없었어요.
여 윤은서.. 몰라요?
남 처음 듣는 이름이에요.
여 (갈수록 기막히고) 그럼.. 작년 오늘..
우리가 여기서 처음 만났던 것도.. 기억이 안나요?
남 작년 오늘요? (좀 기막히고)
이거보세요. 혹시나 했는데.. 사람 진짜 잘못 보셨네요.
여 네?
남 작년 오늘이면요. 난 한국에 없었거든요.
미국에서 유학중이었어요.
여 말도 안되는 소릴.... 당신이 왜 작년 오늘에 미국에 있어요.
분명히 한국에서.. 그러니까 여기서... 날 처음 만났다구요.
남 진짜 미안한데요. 나는 3개월 전에 미국에서 돌아왔거든요?
그런데 1년 전이라뇨.
여 무슨 소리에요. 당신이 미국에서 돌아온 건..
나 처음 만나기 3개월 전..
그러니까.... 2007년 8월이었죠.
남 그래요. 맞아요. 2007년 8월. 3개월 전. 맞잖아요.
여 ..... 지금 장난해요?
남 네?
여 지금 2008년.. 11월이에요.
남 (헛웃음) 무슨 소리에요.. 지금이 2007년이지.. 무슨 2008년이에요.
여 .... 봉덕씨 진짜 그동안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정신 차려요. 지금 2008년이에요.
(M)
Rising Sun / Kitaro
남 정상이 아닌 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여자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내가 2007년 8월에 미국에서 돌아온 것까지 어떻게...
나의 황망한 표정을 보던 여자가
갑자기 뒤돌아섰다.
남 어디 가요.
여 나를 모르는 사람 앞에서 무슨 말을 더해요.
됐어요. 그냥.. 못본 걸로 할테니까..
그쪽은 지금 그대로.. 나 모른다고 생각하고
속편하게 잘 살아요. 참 부럽네요.
(E)걷기 시작하고
남 그렇게 멀어지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나도 길을 걷기 시작했다.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모르는 사람을 안다고 할 순 없으니까.
게다가... 그녀는 지금이 2008년이라는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뭔가 이상한 기분에 돌아보니
나는 아까 그 자리에 다시 와 있었고.
저만치 앞에...
그녀가 다시 서 있었다.
그녀 역시... 무척 황망한 표정이었다.
(M) 비밀의 화원 / 이상은
남 아니.. 여길 어떻게..
여 아까 분명히.. 나랑 반대로 걸어갔잖아요.
남 여기는.. 아까 그 자리에요.
이쪽에 은사시나무.. 확실해요.
여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남 하나만 물어볼께요. 정말 지금이 2008년이라고 생각해요?
여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금은 2008년 11월이에요.
남 나랑.. 2007년 11월 오늘. 여기서 만났구요?
여 우린 지난 1년의 대부분을... 한달전에 헤어지기 전까진...
늘 함께였어요. 정말.. 몰라요?
남 우리가 늘 함께였어요?
그럼.. 나에 대해서 아는게 뭐 있어요? 이름 말고..
여 참 웃기네요. 당신한테 이런 걸 대답하고 있어야 되다니.
남 내가 장난치는 걸로 보여요?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거 아니에요.
난 지금 2007년 11월을 살고 있고.
당신 말대로 우리가 오늘 만난거라면,
난 아직 당신을 만나기 전이에요.
당신을 정말 몰라요.
여 그래요. 당신한텐 형이 둘이고. 밑으로 여동생이 하나 있죠.
경은이라는 친구. 난 그 친구랑 친했어요. 나랑 동갑이었구..
남 경은이를 알아요?
여 집은.. 마포구 도화동.
거기서 중학교때부터 살았댔죠.
남 그걸.. 어떻게...
여 전공은 경영학이고.
좋아하는 건 밤에 혼자 드라이브하는 거고.
잘 먹는 음식은 회 종류. 고기는 별로 안 좋아하죠.
지금 입고 있는 것처럼 회색이나 검정색 같은
튀지 않는 옷만 입는 편이고.
참.. 테니스가 수준급이에요. 또..
남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나에 대해서, 거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눈빛은.... 나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M) 모르나요 - 차태현
남 솔직히... 지금도 꿈꾸는 것 같고.
믿을 수 없지만. 그쪽 말.. 믿어볼께요.
여 ....
남 우리는.. 어떻게 만난거죠?
여 얘기했잖아요. 작년 오늘. 여기서. 이 시간 쯤에.
남 혹시.. 4시 44분?
여 네?
남 아니.. 아까 당신 만나기 직전에 잠깐 시계를 봤는데.
4시 44분이었어요.
여 그것까진 모르겠구요.
뭐.. 오후 늦게였으니까 그쯤 됐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당신 그런 버릇 있었어요.
남 무슨...
여 시계를 봤다 하면.. 4시 44분이라면서..
그 시간을 보고 나면, 왠지 불길하다면서...
나한테 투덜대던 버릇.
(M) Resolver
(BG로 이어지며)
남 무언가.. 확실하진 않지만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어떤 시간과 공간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했다.
그녀도 점점 그 사실을 눈치 채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여 그러고 보니까.. 그 옷..
남 네?
여 그 옷... 1년 전...
내가 당신을 만났을 때. 입고 있었던 옷이에요.
따뜻해 보이는 회색 가디건...
남 그래요?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데요?
여 지금처럼.. 산책을 하고 있었어요.
난 근처 연수원에 왔다가 단풍이 하두 좋아서..
숲에 잠깐 들어왔었구요.
남 나는... 오늘이 할머니 기일이에요.
여 그래요. 그래서 성묘를 하고..
길을 따라서 올라오다보니까 여기까지 왔다고 그랬어요.
남 맞아요. 그랬어요.
여 우리는 산책을 하다가.. 그렇게 우연히 얘기를 나누게 됐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좋아하게 됐어요.
우리 처음은... 참 아름다웠어요.
(M) 마지막 선택
/ 미안하다 사랑한다 OST
===========================1부 끝 ======================
* 잠시 후 2부가 이어집니다.
남 그녀의 말에 따르면.
2007년 11월 15일.
우리는 그렇게 산책로를 따라 한 시간 가량을 걸어가며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리고.
여 그리고... 당신이 그랬어요.
내일 시간 있냐고. 시간 있으면 광화문 서점 앞에서..
만나자고.
(E) 도심의 자동차 경적 소리 등
남 어. 나와줬네요?
여 나오라면서요.
남 그래도 진짜 나올 줄은 몰랐죠.
여 그럼 왜 기다렸어요?
남 혹시나 해서요.
여 나두 혹시나 해서 나와본건데.
진짜 나왔나.. 그냥 해본 소린가.
남 왜요?
여 그쪽이랑 비슷한 이유 아닐까요?
숲속에서 시간은 좋았지만, 그건 그때 일이고.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끼리.. 또다시 만난다는 게.
남 그래요. 나도 그랬던 것 같아요.
나는 좋았는데. 그쪽도 그렇게 생각할까.
여 그래도 나오면서 기대는 좀 했었죠.
나와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남 고마워요. 나와줘서.
(M) 사랑은 맛있다 / 휘성
남 우리는..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약속을 했다고 한다.
시청 앞에서. 신촌역에서. 압구정에서. 홍대앞에서.
장소만 바꿔가며.
핑계만 바꿔가며.
그렇게 함께 있는 시간을 즐겼고.
그렇게 점점 서로에게 빠져들었다고 했다.
(E) 까페, 찻잔 소리
여 나는 쟈스민차가 좋아요.
남 왜요? 나는.. 약간 화장품 냄새 같은 게 나서.. 별론데.
여 그냥 평소에 마시면.. 나도 그런 생각 드는데요.
좀 우울할 때 마시면... 그 향이 참 좋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좋아요.
남 은서씨가 좋으면 나도 좋아요.
여 (웃으며) 뭐에요. 닭살돋게.
남 아니에요. 그거 모르죠.
나 원래 치킨 안먹었는데, 은서씨 때문에 먹기 시작했어요.
여 정말요?
남 이젠 쟈스민차도 열심히 마시겠네.
(M) My story -브라운 아이드 소울
(E)폭죽 터뜨리는
여 (박수치고) 축하해요.
남 고마워요.
여 그렇게 좋은 회사에 한번에 붙고. 실력이 진짜 좋은가봐요.
남 유학 가서 공부 열심히 했어요 나.
여 정말 그랬구나.
남 조금만 기다려 줘요 은서씨.
여 네?
남 이제 취직했으니까, 1년 안에 자리 잡고..
그 뒤에 청혼할께요.
여 .....
남 그때... 꼭 받아줘요.
여 ....
남 왜 아무 말도 안해요.
여 생각 좀 하느라구요.
남 무슨 생각..요?
여 1년이 언제 가나. 너무 길다.. 그런 생각.
(M) 벌써 1년
/
브라운 아이즈
(E) 전화벨 소리
남 여보세요.
여 나에요.
남 아직도 안잤어요?
여 아직도 일해요?
남 남의 돈 버는 일이 쉽나요.
여 몸 생각하면서 해요. 남의 돈도.. 내 몸 좋자고 버는 건데.
내 몸 상해가면서까진.. 싫은데.
남 뭐하고 있었어요?
여 차 마셨어요.
남 쟈스민차?
여 네.
남 나 때문에 우울하구나.
여 (웃고)어떻게 알았어요.
남 미안해요. 못챙겨줘서.
여 나.. 당신 짐짝 아니에요. 왜 날 챙겨요.
남 그런 말이 아니라..
여 알아요. 그런데... 챙기고 말고.. 그런 생각.. 안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서로 혼자 설 수 있는 어른이고.
그런 두 사람이. 그냥 사랑하는 것 뿐이니까.
(M) 고백- 델리스파이스
(E) 까페 소음
여 기분 이상하다. 아무리 바빠도 보름씩 떨어져 있었던 적은 없었는데.
남 그러게요. 하필 중간에 은서씨 생일까지 겹쳐서..
여 생일은 뭐.. 나 그런 건 별로 신경안써요.
미국에서 전화나 넣어줘요.
남 전화.. 당연히 하죠.
여 출장 혼자 가는 거에요?
남 아뇨.
여 그럼?
남 같은 부서 대리랑 같이 가요.
여 남자?
남 ...여자요.
여 (장난식) 네? 여자랑 단 둘이?
남 어? 신경쓰지 말아요. 어차피... 둘이 가도.. 일하러 가는거고..
여 (웃으며) 알아요, 둘이 같은 방만 안쓰면 되지...
남 은서씨두...참...
여 너무 멋지게 하고 가지 마요. 그쪽에서 반하면 곤란하니까.
(M) 미안했어요 - 박기영
(E) 낙엽 밟는 소리
여 그렇게 출장을 갔었어요. 보름 일정으로.
남 그리고 나서요?
여 전화가.. 안오더라구요.
남 전화가.. 안와요?
여 혹시나 하고 날마다 이메일도 열어보고 했는데.
아무 소식이 없었어요.
남 .....
여 생일엔.. 더 많이 기다렸는데.
혹시라도 전화 오는 줄 모르고 놓칠까봐..
아무데도 안나가고... 집에만 있었는데.
안오더라구요.
남 어떻게.. 된 거에요?
여 글쎄요... 나도 그게 너무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어요.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전화도 할 수 없어서.
그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데...
가지를 뻗어나가는 상상들이... 날 너무 괴롭혀서...
정말 미칠 것 같았어요.
(M) 환상
/ 박지윤
여 그래서.. 당신이 돌아오는 날..
공항에 나갔어요.
당신은 혼자서 출국장을 빠져 나오고 있었어요.
하지만... 나는 알았어요.
당신.. 두세발 자국 쯤 뒤에 따라오고 있는 여자가..
당신과 함께 출장간 여자라는 걸.
그 여자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당신과 다른 방향으로 공항을 빠져 나갔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무척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직감으로.. 알 수 있었어요.
(E) 공항 소음
여 잘.. 다녀왔어요?
남 네. 시간은 어떻게 알고 여기 나와 있었어요.
여 회사에 물어봤어요.
남 ...아...
여 .....
남 전화 못해서 미안해요.
여 생일엔 전화할 줄 알았어요.
남 바빴어요.
여 그래요. 그랬겠죠.
남 그런데 어쩌죠 은서씨. 우리 밥이라도 먹어야 하는데...
여 ......
남 회사에 출장 보고도 해야 하고... 들어가 봐야 하는데.
(M) 한사람을 사랑하다 /
오현란
(E) 택시 와서 멈춰서고
(E)문 열고
남 타요. 데려다 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여 미안해요.
남 네?
(E) 문 닫고
여 나 못 가겠어요.
남 왜요?
여 저기... 기둥 뒤에 서 있는 여자..
남 !!
여 빨간색 코트 입고 있는 여자... (눈물 참으며) 당신 기다리고 있는 거 맞아요?
남 은서씨...
여 그 여자랑.. 무슨 일 있었어요?
남 ....미안해요.
여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요?
남 그 여자를 사랑해요.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우리.. 정말 사랑하게
됐어요.
(M) 조금만 사랑했다면
/ 오현란
여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래요?
남 .....
여 그냥 여기서 이렇게 끝내주길 바래요?
남 ...... 솔직히 말하면... 은서씨한테 너무 미안해서...
얼굴 보고 있기가 괴로워요.
여 하아... 그래요. 날 보고 있기가 괴롭군요.
내가 당신을 괴롭히고 있는 거네요.
남 ......
여 나 당신 만나면서 내내.. 쿨한 척 잘난척했지만
그렇게 쿨한 사람은 아니에요. 어쩌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질척 대는 편이에요.
남 이런 말... 내가 정말 못난놈인 거 인정하는 수밖에 없는 거지만..
내 마음은 안변할 것 같아요. 지금 나 기다리는 저 여자...
버릴 수 없어요. 그리고 지금..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게
우리 세사람을 위해서...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여 우리... 세사람요... (울컥하며) 우리 세사람요... 하아..
거기서 나는 빼줘요. 당신하고... 나는 이제 모르는 사람으로 살아요.
(M) 모를겁니다 / E Sol
(E) 낙엽 밟는 소리
여 그게 한 달 전이에요.
남 ......
여 그런데 주책이죠. 오늘 여긴 왜 왔을까.
오늘이 우리가 만난지 1년 되는 날이라는 걸.. 기억하기 싫었는데.
기억이 났구요. 그래서... 왔나봐요.
남 정말... 다 남의 얘기 같기만 하네요.
여 오늘.. 이 숲을 걸으면서... 난 내내 생각했어요.
우리가 작년 오늘..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남 .......
여 그랬다면 좋았을걸.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남 혹시..
여 ...
남 혹시 그래서가 아닐까요?
지금 상황 다 말이 안되긴하지만.... 만에 하나... 이게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면.. 그래서 아닐까요?
시간을 돌리고 싶은... 당신의 마음 때문에?
여 그럼.... 지금이 당신을 만나기 바로 전이라는 얘기에요?
남 어쩌면.... 그런 거 아닐까요?
여 정말... 만에 하나... 당신 말대로 그런 거라면....
부탁할께요.
남 ....
여 나를 만나게 된다면...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 줘요.
남 .....!
여 당신 때문에 지난 1년 행복했지만...
행복했던 기억 모두 싸그리 지웠을만큼, 마지막은 불행했어요.
남 미안하다고 해야하는건지...
여 그런 말도 다 소용 없어요. 그러니까... 만약에 나를 만나면
그냥 모른 척 지나가주세요.
(M) 사랑이 지나가면
/
이은미
(E) 낙엽 밟고 지나가는
남 우리는 다시 한번 그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녀는 북쪽으로
나는 남쪽으로.
그렇게 얼마만큼을 걸었을까.
어둑해졌던 하늘에.. 다시 청명한 햇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바라보다가 눈이 부셔 다시 고개를 내렸을 때.
내 눈 앞에 그녀가 보였다.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눈빛으로.
전혀 다른 표정으로.
나를 전혀 모르는 모습으로.
나는 그녀가 1년 전. 그러니까... 지금의 그녀라는 것을 직감했다.
(E) 사박거리며 지나가는
남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잠시 놀란 표정이던 그녀는
옅은 미소를 한번 지은 채 나를 스쳐 가려고 했다.
남 저.....
여 네?
남 나를 돌아본 그녀 얼굴을 보는 순간..
왠지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저 여자를.. 잡고 싶었고. 얘기하고 싶었다.
간절한 느낌이었다.
1년 후.. 일어날 일을 알고 있다면...
내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느낌을 잃고 싶지 않았다.
여 왜.. 그러세요?
남 .........
여 .........
남 아니에요. 누구랑 닮은 것 같아서...
여 네...
남 죄송합니다.
여 아니에요..
남 나는 다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꿈인지 환상인지 모를 시간을 잊으려고 노력하며...
그래도 혹시..하고 돌아보았을 때.
멀어진 그녀 역시 나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가벼운 목례를 하고....
조용히 사라져갔다.
(M)주제음
-
Across the Universe / Jim Sturgess
2007-11-14(1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