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1월 13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첫 곡 - Tea for Two / Toki Asako
박정신
- 어머님은 무쇠팔 무쇠다리 - 수능시험이 며칠 안 남아 긴장감이 감도는데, 작년에 떨어진 경험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진짜로
긴장하는 분은 제가 아닌 어머니이십니다. 작년에 떨어졌을 때, 겉으론 재수는 필수라며 쭉 처진 제 어깨를 꼭 안아주셨지만, 마음속에선 비가 쭈룩쭈룩 내렸을 겁니다. 주변에선 온통 ‘합격 축하’라는 말이 흘러 넘쳤는데, 저만 물 먹었으니 더욱 가슴이 아프셨겠지요. 그래서 올해는 기필코 좋은
점수 얻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작년보다 성적이 떨어질 때도 많았습니다. 그럼 어머님께선 꼭 닫힌 방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말씀하셨습니다.
“사내자식이 그런 일에 일희일비 하니? 미리 소나기 맞았다고 생각하고,
진짜 시험 때는 좋은 성적 거두면 된다...” 이런 배포 큰 어머님이 아니셨다면 저는 중간에 전의를 상실했을 겁니다.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도 죄다 대학생이라 자격지심 때문에 연락도 못했고, 그런 초라한 현실을 느낄 때마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나보다도 공부 못했던 애들은 다 붙었는데 왜 나만 떨어졌을까.’ 이런 수치심이 오랜시간 제 마음을 괴롭혔죠.
하지만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주신 어머님 때문에 제가 다시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어머님께 재수는 벅찬 현실이었어요.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홀로 절 키우시기 때문에 생활비에, 학원비에 많이 힘드셨습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어머님은 제 앞에서 힘든 내색 없이 묵묵히 당신 일을
두 배로 하셨죠. 그리고 어머님은 제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등록금으로 사용할 적금통장이 가장 큰 희망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머님의 희망과 적금통장이 맥없이 쓰러지지 않도록, 올해 꼭 좋은 성적 거둬서 어머님을 힘껏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신청곡: Lean On Me / Bill Withers 미국 출신의 흑인 남성 가수 ‘빌 위더스’의 1972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1위.
이석우 - 간절한 기도 - 며칠 있으면 우리 집 큰 녀석이 수능을 봅니다. 작년에 수능을 봤지만 생각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아, 목표를 두었던 대학엔 못가고 좀 낮춰서
다른 대학에 갔습니다. 공부를 잘 하던 녀석이었는데, 저도 아내도 어찌나 충격이 컸던지, 도무지 그 충격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녀석한테 재수를 해서 다시 한번 도전 해보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이 녀석, 재수는 하기 싫다며 비록 자기가 원하는 대학엔 못갔지만 지금 다니는 대학도 좋은 학교니까,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하더군요.우리 부부는 마음이 허전했지만, 녀석의 굳은 의지를 더 이상 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그만 포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녀석이 1학기를 마치더니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 엄마! 아빠! 저 휴학 해야겠어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갑자기 휴학이라니? 무슨일이야?" "저요.. 다시 수능 볼께요. 좀 늦긴 했지만 열심히 해볼께요. 이번 수능 안 보면 평생을 후회할거 같아요. 휴학하고 다시 해 볼게요. " “그래, 잘 생각했다. 넌 잘 할 수 있을거야. 엄마 아빤 널 믿는다! " 녀석의 마음이 바뀌고, 다시 해 본다고 하니 아내도 저도 놀랐지만, 왜 그렇게 뿌듯하고 자랑스럽던지요. 작년 고3때보다 정말 더 열심히 했으니까, 이번엔 실수하지 않고 맘껏 실력 발휘해서, 좋은 성적 나오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같이 목욕을 하면서 녀석의 등을 밀어줬는데, 공부하느라 부쩍 마른 녀석이 어찌나 안타까운지 맘이 아팠습니다. "아들아! 긴장 하지말고,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잘 볼거라고 믿는다. 사랑한다~~ "
기덕 형님! 우리 아들 수능 잘 보라고 화이팅 한번 크게 외쳐주세요 신청곡: You Win Again / Bee Gees 영국 출신의 3인조 록 밴드 ‘비지스’의 1987년 작품으로 인기 차트와 상관없이 국내에서 히트.
임명순 - 각방 - 상품권 선물 욕심에 회사 체육행사를 너무 열심히 했더니, 그날 밤 바로 신호가 왔습니다. 코끝이 맹하고 계속 소나기처럼 재채기가 터지는 것이, 또 감기에 걸렸다는 사실을 굳이 증명할 필요도 없었죠. 제가 소보다 달구지 끌고 가는 힘이 더 세다는 선친 말씀처럼, 저는 어려서부터 무조건 잘 먹어서 그런지, 다른 병은 근처도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감기는 1년에 다섯 번 이상씩 저를 고생시켰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결혼하기 전, 감기덕분에 다른 남자와의 선도 취소 됐는데, 그때는 저희 부부의 연을 맺어준 감기가 고마웠지만 살아보니 별로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저녁에 들어온 남편이 바로 제 속을 긁었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 몇 명만 더 있으면 우리나라 의사들은 금세 부자될거야. 왜 그렇게 감기가 자주 걸리는거야?” 아프지만 않았다면 소 달구지 끄는 힘을 발휘 했을텐데, 몸이 괴로우니 만사가 귀찮았습니다. 그래서 밥 먹을 시간이 됐을 때,‘서방님 밥 차려 올리라’는 남편의 선공을 막기 위해 ‘아구~ 나 죽는다’며 먼저 꾀병을 피웠더니 남편이 손수 저녁을 차려 먹더군요. 이렇게 가끔 감기도가 고마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잠을 청하려는 순간 남편이 베개와 이불을 들고 밖으로 나갔더라구요. “당신 지금 뭐하는거야?”
“아.. 당신 하나면 됐지, 나까지 감기 걸러야겠어?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은 있어도 감기 일심동체는 없으니깐 혼자 주무세요~. 어린애 아니니깐 혼자 자도 무섭지 않을꺼야. 그리고 수건이랑 컵도 따로 쓰고, 감기 다 떨어질 때까지 밥도 각자 먹자. 나는 약해서 감기 걸리면 당신처럼 금세 못 일어나. 잘 자..” 잠이 올 턱이 없었습니다. 마누라가 아프다고 하면 옆에서 물수건 올려주고, 약 먹을 물을 떠주지 못할망정, 같이 감기에 걸리기 싫다며 각방을 쓰는 남편이 서운했고 또 남처럼 느껴졌습니다. 신혼 때는 제가 아프다고 하면, 문이 다 닫힌 걸 알면서도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새벽에도 약국을 찾아 헤맸는데, 3년이 흐른 지금은 너무 솔직해 졌습니다. 저도 남편이 감기 걸렸을 때 똑같이 해줄겁니다. 그럼 제가 이번에 느낀 섭섭함을 남편이 잘 알겠죠? 신청곡: Beautiful Ones / Suede 영국 출신의 록밴드 ‘스웨이드’의 작품
박나림의
차 한잔 하시죠
최미영님
사연
이종필 - 김장하는 날 - "여보 배추값 비싸다는데, 그냥 하지 말자. 응? 그리고 요즘은 옛날 같지 않아서, 사시 사철 배추 나오는데 정먹고 싶으면 아무 때나 담그면 되고, 또 사 먹을수도 있잖아. 요즘 홈쇼핑 김치 맛있다던데.." 아내한테 김장하지 말자고 투정을 부렸지만 요지부동이다. 하긴 김장 보너스도 없고, 또 따져봤자 월급 얘기로 이어질테니 이쯤에서 그만 둘수 밖에... 절임배추 두 상자를 사왔다. 작년대비 천원이 올랐지만 사서 하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했다. 무채를 써는데 채칼이 없다며 직접 칼로 썰라고 했다. 무 서른개를 밤 9시까지 썰었다. 팔 다리 허리가 무척 아팠지만 아내 눈치 보면서 참았다. 이번에는 갓, 파, 액젖, 생강, 마늘, 고추 가루를 넣고 무채와 함께 계속 치대라고 한다. 남자라고 고무장갑도 안주면서 새빨간 양념을 계속 버무리란다. 얼마나 비볐을까? 손마디에 열이 나면서 따갑기까지 한다. 물빠진 배추를 양념 통안에서 정성스레 속을 넣는데뭐가 그리 중요한지 배추 하나하나에 발라야한다며 또 잔소리를 한다. 아내는 작년에도 그랬다. "나 혼자 먹자고 김장하냐구! " 또 이 소리 나올까봐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열심히 일을 한다. 아마 올해는 분명 이런 잔소리를 할 것이다. "쥐꼬리 월급 갔다 주면서 그나마도 안 도와주면 인간도 아니지.." 김장을 하면 김치통을 뒤엎어 버리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남자라서 슬픔을 억누르고 아내의 어깨를 주무르며 무사히 김장을 마쳤다. 올해 김장은 배추값이 비싸서 그런지 잔소리도 많았고, 타박도 많았다. 어쩌다가 이런 수모를 당하며 김장을 해야 하는지, 요즘 남자들은 참 많이 약해져있다. 신청곡: Hear Me / Michael Bolton + Jim Brickman 미국 출신의 솔 가수 '마이클 볼튼'과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짐 브릭만'이 2005년 발표한 곡.
김재숙 - 달콤한 곶감 빼먹다가 - 여러분들은 시골하면 무엇부터 떠오르나요?
엄마 품처럼 안기고 싶은 포근함일까요. 아니면 풍성하고 신선한 먹거리, 아니면 산자락 들자락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시골 풍경,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농부들의 굵은 땀빵울일까요. 얼마 전, 고향 친정집에 갔습니다. 11월초쯤 되니 산에서는 단풍보다는 갈색 낙엽들이 더욱 짙어보였답니다. 들녘에는 아직 거두지 못한 가을 곡식들이 옹기 종기 모였있었구요. 집 앞마당엔 당장이라도 콩타작을 할만큼 콩더미와 돌이깨가 다정히 있었고, 양지바른 담벼락엔 엄마표 호박꽂이들이 싸리가지발에 가지런히 널려있었습니다. 집 옆의 커다란 감나무 한그루, 여름엔 우리 가족의 커다란 에어컨 역할을 하고, 가을엔 맛있는 홍시와 곶감을 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지요. 지금은 가을의 뒷자락이라 까치밥 몇 개만 덩그란히 달린채 나를 바라보고 있네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쨍그랑" 장독대에서 이상 야릇한 소리가 나질 않겠어요. 뛰어가보니 아들, 딸이 사건하나 터뜨렸네요. 가지런히 놓인 장독대 뚜껑 하나를 깨뜨린겁니다. 혼날까봐 반은 웃음, 반은 우는 얼굴로 미안해 하길래 "어쩌다 그랬어?” 하고 물어보니, 장독대옆 양지바른 곳에 엄마가 곶감을 열개씩 가지런히 엮어 놓았더라구요. 제 눈에도 옅은 갈색빛으로 바뀌는 곶감이 왠지 먹고 싶어 군침이 도는데, 아이들은 오죽 먹고 싶었겠어요. "엄마 난 2개 먹었는데 달콤하고 너무 맛있어. 엄마도 먹어봐”
아이들 입가에 젤리처럼 살짝살짝 묻어 있는 감 흔적들이 왜 이리 웃긴지 꾸지람은커녕, 엄마인 나도 덩달아 곶감 몇 개 더 빼서 아들 딸이랑 먹었네요. 엄마 미안해요. 그래도 자식 입에 들어가는거라 미워하지 않으실거죠?
25년전 저의 유년시절에도 간식거리가 많지 않았던터라 엄마가 잘 말려놓은 곶감을 어디에 보관하나 잘 보았다가 엄마 몰래 2개 3개 갖다 먹곤 했어요. 엄마도 표시 없이 갖다먹는 걸 알고 계셨겠지요. 혼을 내지 않아 완전범죄였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곶감을 보관한 곳도 이 장독대의 항아리속인데 아직도 유년시절에 보았던 큰 항아리가 아직도 나를 반기고 있는 것이 기쁩니다. 지금 따뜻한 차와 곶감 몇 개 곁들여 드셔 보세요. 가을 뒷자락의 향기가 정겹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2007-11-12(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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