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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30일 화요일 대본 및 수록곡
 

2007년 10월 30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Happy Heart / Tobey Wilson 
 덴마크 출신의 팝페라 남자 가수 '토비 윌슨'의 2003년 리메이크 작품. 최근 이 곡이 신한금융지주회사 광고 음악으로 쓰이고 있음. 오리지널은 앤디 윌리엄스로 1969년 빌보드 싱글 차트 22위를 기록했던 노래.

 

 

김은숙 

 


- 가족 사진의 의미 -

현관을 들어서는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사진관인데요. 사진 다 됐으니까 찾아가시면 됩니다"   " 네? 무슨 사진이요? 잘못 거신 것 같은데요"  " 누구 누구씨댁 아닌가요? 부모님께 그렇게 전하시면 아실거예요"  저는 전화를 끊고 엄마가 오시기를 기다렸다고 사진에 대해 여쭤봤지요.  "아.. 그거?  너희 아버지가 결혼식 때 찍은 흑백 사진을 컬러로 바꾸고  공책만한 크기로 확대했다고 하시드라".  " 흑백을 컬러로 바꾸면 금액이 비싸다는것 같던데, 뭐하려고 30년도 넘은 흑백사진을 그렇게 만들었대요? 그럴거면 차라리 두분이  새로 찍으시지..."  그러자 엄마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셨는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니 아버지가 이번 추석때 지인들 집에 들르셨는데,  집안 벽에 가족사진이 하나씩은 붙어있더란다. 근데 우리 집에 와서 보니 가족 사진은 커녕, 액자하나 걸려있지 않은 걸 보고서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오드라는거야. 그래서 바로 동네 사진관을  들르셨다는구나.”  자식에겐 그냥 사진일 뿐인데 부모님에겐 큰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열살때부터 남의 집일을 하며 동생들을 돌봐야했고, 배운거라곤

고기 잡는 뱃일밖에 없었습니다.  어부의 일을 천직이라 생각하시며, 생활고에 시달리다보니 여유 부리며 자식들과 나들이 한번 못가고, 당신만이 빠진 작은 사진 몇 장과 아버지의 젊음이 담긴 결혼사진 3장이 아버지 추억의 전부였습니다. 60평생 처음으로 집장만하고 대문에 떡하니 당신 이름이 새겨진 문패가 걸리던날, 몇번이고 삐뚤어졌나 이리저리 맞추시고는 한참동안 대문을 바라보셨지요. 어제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서는데, 사진이 걸려있었습니다. 사진속의 부모님은 잘생기고 젊습니다. TV를 보다가 지쳐 주무시는 아버지와 사진을 번갈아 보게 됐습니다. 사진속의 젊은이는 어디가고 흰머리에 검게 그을린 피부와 나이에 비해 더 늙어보이는 아버지만 누워계셨습니다. 울컥하는 맘에 혼자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이 더 늙으시기 전에 두 분만의 사진을 찍어 드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빈 벽면에 가족들의 얼굴을 하나, 둘씩 채워가야 겠습니다.

 

신청곡:   Picture of You / Boyzone

아일랜드 출신의 5인조 보이 그룹 ‘보이존’의 1997년 작품.

 

 

변민자


- 에구.. 칠칠 맞다 -


며칠 전, 저희 부부 결혼 15주년 기념일이라 가족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원래 계획은 해외 여행을 가는 것이었지만, 남편의 주식투자 대실패로 인해 비행기 이용은 20주년을 기약해야 했지요. 사실 제 마음속에서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좋은 날, 애가 보는 앞에서 삿대질 하면서 고성을 지를 순 없어 조용히 보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찌뿌둥하던 날씨가 변하더니 무서운 폭우가 퍼붓기 시작하더군요. 올해는 집에서 쉬라는 하늘의 계시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며 서울숲 공원 이용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우리는 주차한 곳까지 비를 맞으면서 달렸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번개 까지 떨어지지 뭡니까. 그런데 번개소리가 들리자 제일 믿었던 남편이 ‘아구야 엄마~’ 하면서 남의 차 뒤로 숨더군요. 어린 아들이 겁을 먹었다면 안아주고 위로라도 해주겠는데, 서른 아홉 살이나 먹은 어른이 엄마 찾으면서 무섭다고 하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대책이 안 섰습니다.  “어이~ 남편! 여기서 제일 나이 많이 먹은 사람도 당신이고, 또 남자인데 이렇게 겁먹으면 어떻게 해?”  “아니.. 무서운 건 무서운 거지~ 남자라고 무섭지 말란 법 있어? 요즘에 번개 맞아서 잘못된 사람이 한 둘이 아냐. 괜히 용감한 척 하지 말고 당신도 이리 와.” 남편은 온 가족의 안정과 생명을 책임진 고육책 이었다고 변명했지만, 저는 남의 차 뒤에서 하늘만 쳐다보는 남편이 왜 이렇게 한심하게 보였을까요. 어린 아들도 남편을 비겁하다고 하더군요. 남자가 먼저 가족을 챙겨야지 어떻게 자기 혼자만 숨냐며 남편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렸습니다.

결혼 15주년이라 끝까지 참으려고 했지만 남편 때문에 저는 그 날,

소주 한 병을  비웠습니다. 제 아들은 제발 남편 닮지 않길 바랍니다. 그 날따라 술 맛이 참 썼습니다.


신청곡-  Wild World / Mr. Big

미국 출신의 헤비메탈 그룹 ‘미스터 빅’의 1993년 작품.

오리지널은 캣 스티븐스로 1971년 작품을 리메이크.

 

 

이동화 


- 엄마는 퇴근 중, 하루 업무 끝! -


저는 위풍당당 전업 주부입니다. 가족 중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가장 나중에 잠자리에 드는 사람은 바로 엄마들일 것입니다.

어떤 직장을 다니던, 집을 떠났다오는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지는 월급이나 성과급이 있을테지요. 반면 저 같은 전업 주부는 내 마음대로의 경영주요, 직원이기에 아침 설겆이 좀 미뤘다한들 나무라는 이 없습니다. 세탁기 빨래 사나흘에 한번 돌려도 누가 뭐라 합니까? 배추김치, 물김치 떨어지면 뚜뚜뚜... 전화기 버튼 눌러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목조목 나름대로의 스케줄하에 움직여야만 가정이라는 톱니바퀴는  잘 돌아가게 마련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여보! 배가 출출한데. 뭐 먹을것 없을까?"  "엄마! 컵라면 끓여주세요. 고구마 삶아주세요" 가족들이 구호요청만 하면 언제든 자신들의 행복을 위하여 전업 주부는 24시간 대기조인 줄 착각하기 쉽상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저녁 9시! 엄마는 퇴근시간이야. 하루업무 끝났어 땅땅.”

"여보 왜그래?"   "엄마! 우리 엄마 맞아요?" 처음엔 시큰둥, 어리둥절해 했지만 조금씩 조금씩 조율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아들이 샤워 후 이렇게 묻습니다. "엄마.. 내 팬티는? 왜 서랍에 안 개어져 있지?"    "엄마는 퇴근 중. 베란다 빨래줄에서 찾아 해결해."

"여보! 야참먹을까? 아 참, 당신..  업무 끝났지?"

그래서 저는 퇴근 이후, 차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쉬어야, 또 에너지를 재충전해야 저도 다음날 활기차게 출근할 수 있으니까요~


신청곡:   Hold On / Santana

멕시코 출신의 라틴 기타리스트 ‘산타나’의 1982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15위까지 기록.

 

박나림의 차 한 잔 하시죠

김재한님 사연

 

 

 

서미희 


- 김치 담그는 날 -


농산물 직매장에 가서 한꺼번에 구입해 온 배추와 무우 다발을 거실 바닥에 부려놓고 서둘러 두 팔을 걷어 부쳤습니다. 노오랗고 고소하게 속이 차오른 배추를 쪼개고 흙 묻은 총각무 뿌리를 다듬고 씻으면서, 겉잎사귀 하나까지도 쉽게 버리질 못하고 한 잎 두 잎 추려내고 있는 이유는, 제가 유독 배추 된장국과 배추 나물을 좋아하고, 무청 시레기국과 시레기 나물을 좋아하기 때문이랍니다. 김치를 담글 때마다 나오는 배추잎과 무청을 뭉뚱거려 내다버리면 쓰레기봉투만 가득 채울 뿐이지만, 조금만 더 신경써서 갈무리하면 얼마나 요긴하고 맛깔스런 국거리 반찬거리로 둔갑하는지

모릅니다. 바람과 볕이 좋은 요즘 같은 날, 그 바람과 볕이 마냥 아까워 둥근 채반마다 살짝살짝 데친 무청 배추잎을 널어놓고 행여 손끝이 심심할 때마다 뒤집어도 주고, 꾸들꾸들 마를 때까지 잔손질하며 옛 고향집 처마 끝에 매달린 시레기 다발을 생각해보기도 하지요. 소박하고 정겨웠던 슬레이트지붕 밑 처마 끝이나 흙 담벼락엔 영락없이 시레기 다발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는데 말이죠..

이렇듯 김치를 담그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졸음처럼 다녀오곤 하는 옛집의 서정과 그리움입니다. 배추 속마다 굵은 왕소금을 뿌려 숨을 죽이는 동안, 파 껍질을 벗기고 마늘과 생강도 동글동글 까고, 묽게 쑨 찹쌀죽, 태양초 고춧가루도 멸치 액젖에 발갛게 불려놓고, 소금간물 빠진 배추 속잎 하나하나 들춰가며 속을 채워줍니다.  올 가을엔 고향맛 듬뿍 느끼라며 내 친구가 직접 볶아서 보내온 통깨를 솔솔 뿌려 한 입 가득 첫 맛을 보면 입 안 가득 퍼지는 상큼하고 고소한 생김치 맛이라니... 어서 빨리 내 가족들의 입 안으로 이 맛을 넣어 맛보이고 싶은 생각 뿐이랍니다.  그냥 맨 손으로 김치를 담근 덕에 온통 젖은 고춧가루 양념으로 물든 손은 후끈거려도 절로 흥얼흥얼 포만감으로 마음만은 즐거워집니다.

이제 잠시후면 현관문을 열고 들이닥칠 가족들은 코를 벌룸대며 고소하게 진동하는 갓 담은 김치냄새에 배고프다고 엄살이겠죠?

 

신청곡:   Come Away With Me / Norah Jones

미국 출신의 여성 재즈 가수 ‘노라 존스’의 2002년 작품.

 

 

 

이향기 

 


- 은행털기 -


“ 얼른 일어나~ 은행 털어야지!! "   무슨 소리냐고요?

친정어머니께서 은행을 털자고 일요일 아침 일찍 저희들을 깨우시는 소리입니다. 친정집에 가면 뒷마당에 노랗게 잘 익은 은행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일요일 아침에 털기로 했거든요. 오빠는 일이 바빠서 출근을 하고 신랑이 나무에 올라가서 은행을 털고 다른 식구들은 밑에서 줍기로 했습니다. '후두둑,후두둑'  나뭇가지를 잡고 흔들 때마다 떨어지는 은행을 요리 피하고 저리 피하며 은행을 주웠습니다. 사실 은행 냄새가 보통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냄새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은행을 다 털고 내려온 신랑이 하는 말,  "은행을 털려면 경비가 없을 때, 털어야 하는데... "     그러자 친정엄마께서 하시는 말씀. 

"경비가 있을 때 털어야 빨리 털지, 지금 경비가 없으니까 속도가 너무 느려!!"   저희들은 한바탕 크게 웃었답니다. 그날 저녁 신랑은 높은 나무에 올라간 탓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알이 배서 너무 아프다고 끙끙 앓더라구요. 제가 살짝 미안해 졌습니다. 궂은일을 하면서도 내색 하지 않고 잘해 주는 신랑이 너무 너무 고마웠습니다.  “여보야!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그리고 다음엔 좀 더 빨리 은행 털어줘~~”


신청곡:   One More Try / George Michael

영국 출신의 남성 가수 ‘조지 마이클’의 1988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연 3주간 No.1 기록.

 

 

 

 

 

 

 





2007-10-30(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