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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08화 - 또 한번 사랑은 가고
(M) 주제음 (또 한번 사랑은 가고 -이기찬,왁스)
(E) 잔잔한 팝 흐르며
(E) 양주잔에 술 따르는
(E) 마시는
남 반드시 피해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비가 오는 날엔 흰색 옷을 입으면 안되고.
속이 아플 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안된다.
그리고.
가을엔 누군가와 헤어지면 안된다.
(E) 팝 조금 더 흐르며 사이
(E) 다시 술잔에 술을 따르고
(E) 마시고
남 그런 일이 일어나면.
자꾸만 술을 마시게 되고.
자연스레 퇴근이 늦어지게 되고.
또 자연스레 다음날 출근이 늦어지게 된다.
그러면, 상사에게 야단을 맞기 일쑤고.
결국 속상해서
또 그날 밤 술을 마시게 된다.
말하자면.. 악순환이랄까.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악순환의 고리 한 가운데 서 있다.
(M) 술이야
/ 바이브
(E) 음악은 여전히 흐르고 있고.
남 지금 술을 마시고 있는 곳은
그냥 무턱대고 걷다가 들어온 곳이다.
세종로 뒤편.
가로수와 가로등이 적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주고 있는
그 거리 모퉁이에 있는 가게다.
나무 문과. 그 문이 열릴 때.. 딸랑...하는 소리가
옛날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향수 같은 거 말이다.
여 안주 나왔습니다.
남 한잔 더 주시겠어요?
여 같은 걸루요?
남 네. 같은 걸로.
(E) 술잔 따르는
남 특이한 곳이다.
바텐더인 듯해 보이는 여자는
한번 일어나 보지도 않는다.
(E) 술잔 밀어주는
여 여?습니다.
남 혼자 일하시나봐요 여기서?
여 네. 사람을 쓸 정도로 장사가 잘되진 않아서요. 남 아.. 사장님이세요?
여 네
남 야.. 부자시네.
여 네. (웃고)
남 별로 웃을 일도 아닌데. 웃는 여자를 보며, 나도 따라 웃게 된다.
그리고 가게를 슬쩍 둘러보며 생각한다.
이런 곳은 얼마나 할까...
저 여자.. 능력있네.
(M) 사랑은 맛있다
/
휘성
(E) 밖에서 비오는
(E) 문 닫으면 빗소리 조금 작아지고
여 비가 오네..
남 오늘은 일기예보가 맞았네..
여 비 온다고 했어요?
남 네.
여 우산 안가져 오셨잖아요.
남 일기예보를 안 믿는 편이라.
여 몇 번 틀렸다고 안 믿으면 안되죠.
남 .....그런가요?
(E) 술 마시는
여 혹시.. 애인이랑 싸우셨어요?
남 ....헤어졌는데요.
여 (가볍게) 많이 좋아했던 건 아니었나봐요.
남 네?
여 헤어져도. 헤어진 거 믿기 싫을 땐..
헤어졌다는 소리 그렇게 쉽게 안나오는 건데.
남 네? 아니.. 그건 그쪽이 물어보니까..
여 저랑 뭐.. 얼마나 친하다구요.
여기 안오시면 또 볼 사이도 아니고.
제가 물어본다고 다 정직하게 대답하셔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남 그건.. 그렇지만.
여 안주도 시키셨잖아요.
남 네?
여 제가 여기서 이렇게.. 지켜보니까요.
진짜로 속 아파서 오는 사람들은.. 안주 안먹던데?
아무리 서비스라고 줘도.. 안먹던데요?
남 (웃는)
여 하긴 뭐.. 그것도 나쁘지 않아요.
가을이잖아요. 많이 사랑했던 사람 아니라고 해도..
괜히 슬픈 기분 같은 거 느껴보고. 걸어도 보고. 술도 마셔보고.
감정의 사치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치. 부려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가을이니까.
(M) 가을이 가도 - 이문세
남 비 좀 그친 거 같죠?
여 네. 안 그치면 우산 빌려드릴려고 했는데.
남 비 올 때 갈 걸 그랬나?
여 어디 가면 좀.. 느끼하단 소리 안들어요?
남 들어요.
여 (웃고)
남 얼마에요?
여 오만 이천원이에요.
남 여기.. 카드..
여 아.. 잠시만요.
(E) 휠체어 가는 소리
남 까페의 여주인이 한번도 일어서지 않았던 이유를
그때야 알았다.
그녀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엉거주춤하게 일어선 채로
난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휠체어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여 아... 왜요?
남 (당황한 채) 죄송합니다.
여 (상처 받았지만 웃는) 뭐가 죄송해요?
남 아니.. 전 몰라서...
여 몰라서 뭐 실수하신 거 없잖아요.
남 네.
여 그럼 그런 표정하지 마세요. 왠지 제가 더 미안해지니까.
(M) 별 - 김아중
남 그 후로.
퇴근길에 버스타러 가면서 그 가게 앞을 몇 번쯤 지나쳤다.
들어가서 술 한잔 마실까 망설이다가
괜히 어색하고 불편한 기분에 그냥 포기하곤 했다.
그리고 한달 쯤 후.
대형 서점에 들르게 됐다.
(E) 서점 분위기. 사람들 소리. 책 넘기는. 방송 소리 등?
(E) 책장 넘기는 소리
남 새로 나온 소설의 서평을 읽어보고 있는데.
여 저.. 잠시만요.
(E) 휠체어 타고 다가오는
남 붐비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다가오고 있는 여자는.
그 까페의 여주인이었다.
그녀의 눈높이는 일미터 남짓.
내 옆으로 와서 내가 집어든 책과
같은 책을 넘겨보면서도.
훨씬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지 못한다.
(E) 책장 넘기는
남 (흠흠 기침해보는)
남 괜한 헛기침을 해봐도.
(E) 책장 세게 넘기는
남 책장을 펄럭이며 세게 넘겨봐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하는 수 없이.
무릎을 구부려 그녀 앞에 엉거주춤하게 앉는다.
그리고 인사한다.
남 안녕하세요.
(M) 단 한 사람 - 고유진
(E) 커피 후후 불어 마시는, 잔 놓는
여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런 데서 만날 줄 몰랐는데.
남 그럼요?
여 네?
남 이런 데 말고 다른 데서 만날 줄 아셨어요?
여 네?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 가게에 한번쯤 더 오시진 않을까..
그런 생각은 했어요.
남 그냥 전. 그때 기분이 상하신 건 아닌가 해서..
여 .... 아니에요.
남 그럼 다행이구요.
여 ... 네.
남 그 다음말은.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나와 버리고 말았다.
남 혹시 주말에 쉬어요? 밤에 말고.. 낮에.
여 ..... 네. 쉬어요.
남 그럼 만날래요?
여 ..........!
남 그녀와 나 사이에 아는 사람도 없다.
거절 당해도 망신은 아니다.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또 이렇게 마주치는 우연이 생기진 않을테니까.
나를 보고 있던 그녀가 조금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연다.
여 그래요.
(M) 눈꽃 - 박효신
(E)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남 약속시간. 약속장소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주말이 될 때까지 생각하고 생각했다.
내가 왜.. 그녀에게 따로 만나자고 했을까.
동정심 같은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끌렸던 것도 아니었다.
결론은.. 나도 모르겠다..였다.
약속을 했으니. 나왔고.
살짝 긴장도 됐다.
약속 시간이 지나고 있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날 때까진
좀 늦는가보다..했다.
그리고 방금 전. 약속시간에서 한시간이 지났다.
(E)빗소리
남 또 비까지 내린다.
난 오늘도 일기예보를 믿지 않고
우산을 안가지고 나왔다.
(M) 소녀 - 이문세
(E) 빗소리
남 내가 가고 난 후에
그녀가 온다고 해도. 내가 미안할 일은 아니다.
나는 충분히 기다렸고. 비까지 오고 있다.
어쩌면 그녀는 약속 같은 거..
처음부터 생각도 안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천천히 돌아서려는데.
(BG) Pale
Blue Eyes / Velvet Underground
남 저 멀리서 그녀가 온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비에 젖은 채로.
양손으로 휠체어의 바퀴를 굴리며.
턱이 높아서 한참을 애쓰는 그녀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뛰어간다.
뛰어가면서 문득 든 생각.
어쩌면. 내가 저 여자를 지켜줘야겠다는... 그런 생각.
(M) BG 음악 이어지고
=====================================================1부 끝
* 잠시 뒤 2부가 이어집니다.
(E) 낙엽 위를 걸어가는 + 휠체어를 타고 가는
남 그 가을.
내 곁에는 언제나 그녀가 있었다.
마치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그동안 나만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여 나 어렸을 때 제일 좋아했던 동화가
인어공주였어.
남 왜. 인어공주가 은서씨 같아서?
여 당근.
남 공주병이었구만.
여 그래서 사랑하게 되면. 나도 인어공주처럼 거품이 돼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남 사람이 무슨 거품이 되냐?
암튼 동화책들도 말야. 애들 이목 끌려고 너무 비과학적인 걸로다가
사기를 치니까 문제야.
여 사기?
남 아니... 아무리 얘기래두 현실성은 좀 갖춰줘야지.
여 누가 말려. (웃고) 어렸을 때 그런 거 안 봤어?
남 나는 세계위인전집 같은 거 봤어.
여 누구를 제일 존경했는데?
남 나.. 백제 계백 장군.
여 왜?
남 전장터 나가기 전에.. 자기 손으로 부인과 아이들까지 죽이고..
장렬하게 전사하잖아.
여 그거.. 부인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
남 ....응?
여 영화에도 나오잖아. 계백장군 부인이 내가 왜 죽어야 되냐고
욕하는 거.
남 그거야.. 대의를 위해서...
여 대의는 쥐뿔. 자기 사람. 자기 사랑도 못지키면서 대의는 무슨
대의야. 난 그런 거 싫어.
(M) 나쁜 사람 - 백지영
(E) 라면 보글보글 끓이는 소리
(E) 냄비 서둘러 놓으며
남 앗뜨뜨..거.
여 (웃으며) 맛있겠다.
남 여기 주인이 누구야. 배고파서 왔더니 알아서 끓여먹으라네.
여 당신이 끓이는 게 훨씬 맛있잖아.
남 이러니 장사가 안되지. 세는 어떻게 내냐?
여 그러게. 간당간당하네. (웃고)
남 먹어. 퍼지기 전에.
(E) 후루룩 먹는
(E) 전화벨 소리
남 여보세요. 네 어머니.
아.. 지금 퇴근하는 길이에요. 아.. 그냥 저녁 먹느라구요.
..... 아.. 그냥 혼자요. 네. 나중에 전화드릴께요.
여 .... 어머니셔?
남 (약간 미안한) 어.
(E) 후루룩 먹는
여 라면.. 맛있다.
남 저기...
여 응?
남 기분 상하지 않았어?
여 뭐가?
남 아니야.
(E) 후루룩 먹는 소리
여 나는 좀.. 달라.
남 .....
여 기대 같은 거 하는 법을 몰라.
남 ...
여 그래서 실망도 안해.
(E) 후루룩 라면 먹는
남 왠지.. 약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무언가.. 기대를 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M) 파랑새 - 바비킴
(E) 부릉부릉하는 소리
여 갑자기 왜 차를 샀어?
남 어때? 괜찮지?
여 그렇게 괜찮아 보이진 않는데... 몇 년된 거래?
남 한.... 9년? 그런데 진짜 얌전히 써서 새거랑 똑같대.
(E) 갑자기 시동이 팍 꺼져 버리고
여 새거랑.. 똑같네.
남 에이.. 시동 다시 걸면 되지. 일단 타.
(E) 차 문 여닫고
(E) 시동 어렵게 걸고
남 이거 봐. 벌써 걸리는 게 부드럽잖아.
여 (웃고)
남 어디 갈까?
여 뻔하잖아?
남 응?
여 바다!
(M) 바다여행 - 이선균
(E)파도 소리 거칠게
여 아.. 오랜만이다.
남 시원하다.
여 속이 후련하다.
남 기분 좋다.
여 (자기도 모르게) 달리고 싶다.
남 응?
여 응? 아.. 기분이 그렇다구.
남 업혀.
여 왜 이래.
남 난 고집스럽게 그녀의 휠체어 앞에 등을 대고 버텼다.
여 모르겠다 나두.
남 잠시 후.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가벼운 그녀가..
업혀왔다.
그녀를 업고 바닷가를 달리기 시작했다.
여 (파도 소리에 묻혀 기쁨의 비명 지르는 소리.. 아주 멀리서 들리고)
남 너무 가벼워서. 돌아보면 그녀가 없을 것 같았다.
인어공주처럼.
거품이 돼서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M) 깊은 밤을 날아서 - 이문세
(E)파도 소리 조용히 들려오고
여 (속삭이듯) 오늘.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를거야.
남 ....
여 고마워.
남 별 보인다.
여 어디? (감탄하는) 진짜네. 진짜 많네.
남 ...... 좋다.
여 그거 모르지.
남 응?
여 당신 만날 때마다. 오늘 말할까 내일 말할까. 고민해.
남 뭘?
여 헤어지자는 말.
남 .....뭐?
여 당신은 나보고 비현실적이라고 했지만.
나는 완벽한 사랑을 꿈꿔왔거든.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사랑은..
가장 좋을 때 헤어져서.
두고두고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이야.
남 ....
여 이번에 얘기할까..하면 더 좋은 날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다음번에 얘기하려고 하면.. 또 그런 생각이 들어서.
얘길 못했는데.
남 ......
여 오늘보다 더 좋을 수 있는 날은 없을 것 같다.
여기서 헤어지면. 좋을 것 같애.
(M)사랑한다 말해줘 - 엠투엠
남 한번쯤은 잡아볼 수 있었을텐데.
난 그녀를 차에 태워 서울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간간이 농담도 하고.
휴게실에 들러서 국수도 먹었다.
그리고 그녀의 집앞까지 가서
친절하게 대문까지 열어주었다.
그녀가 말하는 그 완벽한 사랑을..
완성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날 밤이 새도록
차 안에 앉아 내내 멍했던 것 같다.
(M) 애상 - 박효신
(E) 전화기 폴더를 열었다 닫았다..
남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전화기 폴더만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다.
(E) 빵빵 경적 소리
남 뒤에서 경적 소리가 들릴 때까지
운전하는 걸 잊고 넋을 놓고 있기도 한다.
(E) 끓는 소리
남 라면이 타들어들 때까지
딴 생각에 잠겨 있기도 한다.
그렇게.. 몇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M) 희재 - 성시경
(E) 전화번호 누르는. 통화음.
여 여보세요.
남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했어.
여 (차갑지는 않은. 담담한) 응
남 혹시.. 은서씨가 말한 완벽한 사랑이라는 거에 말이야.
여 .....
남 헤어진 다음에... 남자가 여자를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온다거나... 다시 전화를 걸어온다거나...
그런 거 집어넣어보는 건 어때?
여 .....
남 내 생각엔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여 ......
남 뭐.... 그 다음에 헤어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아주 나중에 추억할 때도..
단칼에 헤어져버린 것 보다는...
남자가 그렇게 와서 매달리고. 한번쯤은 받아주고..
이런 게 더 낫지 않아?
여 .....실은 있었어.
남 어?
여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사랑에 그런 거 있었다구.
남 ...
여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어.
(M) 사랑하고 있네요 - 엠씨더맥스 (처음부터 조금 길게)
남 길 건너에 그녀가 앉아 있다.
나와는 다른 눈높이에서.
나를 올려다 보며.
다시 헤어져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 좋은 순간은...
얼마든지 남아있을 것이다.
(M) 주제음
2007-10-10(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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