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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18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September Blue / Chris Rea 영국 출신의 팝 가수 '크리스 리아'의 1989년 발표곡으로 서정적인 선율과 적당한 비트의 리듬이 조화를 이룬 예쁜 노래.
강귀연
- 공포의 추석 -
곧 명절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왜냐구요? 명절때만 되면 항상 안 좋은 악몽 같은 시간들이 다가오니까
말입니다. 한번은 추석 때, 부모님이랑 언니와 저.. 그리고 사촌오빠
2명과 저희 아빠 차로 고향을 가게 됐지요. 아빠는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서 반가웠는지, 과음을 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결국 걸음도 비틀거리셨던 아빠는 사촌오빠한테 운전을 맡기셨죠. 초행길이라 길이 헷갈렸던
사촌오빠는 꼬인 아빠의 발음으로 겨우겨우 집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지름길을 잘 아시던 아빠는 술 취한 목소리로 “이리가라~ 저리가라”
하셨습니다. 돌아서 가면 넓디 넓은 도로가 있는데, 꼬불꼬불 시골길을
가려니..어찌나 불안하고 속이 울렁거리던지... 잠시 잠들었던 아빠의
갑작스럽 외침!!! "스톱!!!!" 아빠의 외침에 브레이크를 급히 밟은
사촌오빠. 무슨일 인가 했더니, 길을 잘못 왔다고 하시는 겁니다.
사촌오빠는 급히 차를 돌렸는데, 갑자기 제 눈앞에 하늘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저희 차가 밭에 빠지고 만겁니다.
결국 우리 차는 농기계의 힘을 빌어서 밭에서 겨우 빠져나왔지만, 파이프가
터져 운전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지요. 그리고 저희는 콜택시를
타고 가게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악몽은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술이 아직 덜깨신 아빠가 가던 중 또 "스톱!!!!"
급히 택시가 멈췄고..아빠는 급히 내렸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괴이한 소리..
웩!!!!!! 우리 아빠는 토하시더군요. 그렇게 얼마못가서 몇 번을 스톱을
외치신 아빠 때문에 택시 아저씨는 도저히 못가겠다며, 저희를 버리고 가더군요. 저희는 결국, 1시간 거리에 갈고 계시던 이모에게 부탁을 해서 겨우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건들이 명절 때마다 생기는 저에겐
이제 명절은 공포의 날입니다. 이번 추석 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저 너무 무섭습니다~~
신청곡: Scarborough Fair / Sarah Brightman
영국 출신의 팝페라 여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2000년 리메이크한 노래.
김선희
- 칼로 물베기 -
금실 좋은 부부도 살다 보면 가끔씩 싸울 일이 생긴다지만, 우리 부부는
마치 싸우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것처럼 날이면 날마다 싸웠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싸울 거리로 싸우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아주 사소한 것들 때문이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남편이 여자 탤런트 칭찬한다고 싸우고, 외식하자고 싸우고, 영화 보러 가자고 싸우고, 가계부를 쓰라고 싸우고, 쥐꼬리 만한 수입에 무슨 가계부를 쓰냐고 싸우고.... 이렇듯 싸우기를
매일 밥먹듯하는 우리 부부지만, 그래도 갈라서지 않고 용케 잘 살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추석 때, 진짜 크게 싸울 거리가 생겼다. 그 이유인즉슨
친척들이 다 모인자리에서 남편이 나를 소개하기를 ‘우리 집 식모’라고
했다나 어쨌다나.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술을 깨물고 참았다. 그러다가 드디어 집에 들어와서는 핸드백을 집어던지며 한바탕 판을 벌였다.
“뭐? 우리집 식모? 그것도 유머랍시고 하냐!” “그럼 우리 집 귀부인이라고 해서 내가 팔불출 소리 들으면 속이 시원하겠냐?”
“그럼 당신은 우리집 머슴이겠군?” “그래. 머슴 삼어라. 머슴삼어.”
그렇게 한참을 싸운 우리 두 사람은 옥신각신 끝에 형님 댁까지 갔다.
형님 집에서도 별 다른 화해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답답해 하고
있는데, 창문 너머로 ‘부부문제 연구소’가 보이는게 아닌가? 구세주를
만난 심정으로 우리는 그 사무실로 들어갔다.
“무슨 상담하러 오셨나요?” “우리는 이혼하려고 합니다.”
“왜 이혼하려고 하시는지요?” “도저히 저런 사람하고는 못 살겠어요. 내가 어쩌다 저런 인간을 만났는지. 흑흑흑!”
우리 두 사람의 하소연을 가만히 듣던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럼 두 분의 의견이 일치하는 군요. 그럼, 두 분은 오늘로서 헤어지시는 겁니다.” “아니 왜요? 무슨 상담을 그렇게 합니까?”
“두 분 다 헤어지고 싶다면서요?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져야지. 인생이
얼마나 길다고 살기 싫은 걸 억지로 삽니까?”
그 말을 들은 우리 부부는 동시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소장을 위아래로 ?어 보고 말했다. “살다 살다 별 이상한 인간 다 보겠네. 상담 그 따위로 하려면 당장 간판 내리쑈!”
그 길로 우린 팔짱을 끼고 나와 갈비를 먹으며 소장을 흉보는 데,
열을 올렸다. 그 뒤에도 그 ‘부부문제 연구소’는 여전히 성업 중이고,
문을 박차고 나갔던 우리 부부 역시 나중에는 갈비짝을 싸 들고 가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역시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인가 보다.
신청곡: I
Was Born To Love You / Tuck & Patti
미국 출신의 흑백 부부 재즈 듀오 '턱 & 패티'의 2003년 리메이크 곡으로 퀸의 강렬한 록 분위기의 노래를 재즈로 멋지게 불렀음.
박나림의
차 한 잔 하시죠
이용후님
사연
진보경
- 아직은 살맛 나는 세상이라 믿고 싶어요 -
오늘 아침.. 평소보다는 조금 늦게 출근길에 나섰습니다.
집에서 나와 큰길가에서 신호 대기 중인데, 저와는 반대편에서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한 여학생이 발을 동동 구르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아마도 지각을 한듯, 얼굴에는 조바심이 가득했고 발은 쉴새없이
동동거리는 모습에, 저는 저도 모르게 차를 돌렸습니다.
그 아이를 학교에 태워다주려고 말이죠. 저 역시도 중학생 딸을 둔 엄마로서 자식 같은 마음에 그 아이가 안돼보였거든요. 다행히 버스보다는 제가 먼저 도착해서 조수석의 창문을 열고 얘기했지요.
"얘야.. 늦은 것 같은데.. 태워다 줄테니까 타~"
그랬더니 그 아이는 동그란 눈을 뜨면서 의아하다는듯..
"저요?? 아니 괜찮아요" "괜찮아 나 나쁜 아줌마 아니야. 늦은 것 같아서 태워다주려고.." "아니에요. 엄마가 아무 차나 타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갑자기 제가 나쁜 사람이 된 듯 씁쓸했습니다.
전 그 아이가 제 딸처럼 느껴져 가던 길 멈추고 데려다 주려고 한것인데...그 아이 눈에는 제가 나쁜 사람으로 보였나봅니다.
태워다 준다는 제의를 거절한 그 아이에게 서운한맘 보다는,
만약에 그 아이가 제 딸이었다면 저 역시도 거절한 것을 잘했다고
했을것 같습니다. 회사까지 오는 동안 ‘세상이 참 많이 험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전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혹시라도 늦게 되면
길가던 아저씨가 자전거에 태워서 학교 앞에 데려다 주신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소수의 나쁜 사람들 때문에 선행을 베풀려고 해도, 선행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상한사람으로 받아지는 현실에 쓴웃음이 지어졌습니다..
기덕 아저씨.. 그래도 이 세상은 아직은 살만한 곳이겠죠?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래야 사는맛이 날테니까요..
신청곡: Bridge Over Troubled Water / Singers
덴마크 출신의 6인조 혼성 아카펠라 그룹 '싱어스'의 2002년 작품.
김세환
- 벌초 -
조상님 산소에 벌초를 하기 위해 애초기를 손보고 있는데, 형님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형님은 ‘벌초를 언제 할 것’이냐고 물었지요. 그래서
이번 주에 할거라고 말했더니, 형님은 ‘그럼 같이 하자’고 하며 전화를
끊더군요. 여지껏 벌초한번 하지 않았던 형님도 나이가 드니까 이제야
철이 드는가 싶었습니다. 자라면서 형님은 공부를 잘해서 시원한 감나무
아래에서 맛난 것 먹어가며 공부만 했지요. 하지만 저와 동생은 학교 같다오면 소 몰고 뒷동산에 가서 쇠꼴도 해와야 했고, 아버님을 도와 들이며 밭에 나가 일을 도와드려야만 했습니다. 형님은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공부를 잘해서, 일찍 서울로 올라가 좋은 대학에, 또 좋은 직장에 취직을
했습니다. 저와 동생은 그 형님에 치여 공고도 겨우 졸업을 해서 전기기술을 배워 지금도 그 기술로 밥을 먹고 있답니다. 사실 어릴 때는 그 잘난 형님이 많이 미웠지만 부모님 돌아가시고 마음을 다비우고 나니, 미움도 다 사라졌답니다. 드디어 벌초하는 날. 우리 형제는 벌초를 끝내고 산소에 술 한잔
올리고, 나란히 앉았습니다. 먼저 형님이 말문을 열더군요.
“그동안 나 때문에 마음 고생 심했지? 나 때문에 쌓인 감정 다 풀었으면 좋겠어. 솔직히 나도 부모님의 기대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
이제부터라도 우리 같이 늙어갔으면 좋겠다. 미안해... ”
형님의 말을 듣는 순간, 정말 형제애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형님과 화해를 하고, 형님은 다시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돌아오는 추석은 형님과 동생, 우리 삼형제가 서로의 감정을 녹이는
훈훈한 명절이 될 것 같습니다. 비록 형편은 그리 좋지 않지만, 마음만은
이 세상에서 제일 부자가 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높은 곳에 계시는
부모님께서도 우릴 내려다보며 기분 좋아하실 겁니다.
신청곡: Queen Of Hearts / Juice Newton
미국 출신의 컨트리 록 여가수 '쥬스 뉴튼'의 1981년 작품으로
2007-09-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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