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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04 화 - 사랑한다면
(M) 주제음 - 사랑한다면 (나무 자전거)
(E) 자동차 끽 서는 소리와 함께 쾅 부딪히는 소리
(E) 싸이렌 소리 울렸다가 점점 작아지는
여 얼마 동안 잠을 잤는지도 모를 만큼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눈앞에 부모님이 보였다.
하지만 다시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땐
두 분은 사라지고 없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내 앞에 나타날 만큼
내게 큰 일이 있었던 걸까?
몸을 움직일 수는 있는 걸까?
여 하지만 잠시 후 깨달았다.
내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것을...
(E) 터벅터벅 걸어와 멈추는
(E) 우편함 열어보는 소리
여 그저 변한 게 있다면
내가 집에 없는 동안
우편함이 꽉 차 있었다는 것뿐이다.
(E) 우편물들 뒤적뒤적 하며
여 (혼잣말로) 밀린 카드고지서가 대체 몇 개야?
아휴... 내가 병원에 이렇게 오래 있었나?
여 그런데... 우편함을 정리하다가
난 낯선 남자가 보낸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김봉덕? 김봉덕... 김봉덕... 누구지?
(M)
Dixie / Ronny Mcdowell
(E) 편지 뜯어보는 소리
남 나야... 봉덕이... 많이 놀랐지?
내 마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다가
초등학교 때 이후 처음으로 편지를 쓴다.
나 지금 너한테 가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되돌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하면 널 다시 볼 수 있을까...
많이 보고 싶다.
너한테 가는 길을... 좀 알려줄래?
여 주소는 우리 집이 맞지만
잘못 보낸 편지 같았다.
그래도 답장을 해줘야 할 것 같아 난 펜을 들었다.
(E) 펜으로 글씨 쓰는 소리
여 어떤 분에게 쓴 편지인지는 모르지만
본의 아니게 제가 대신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집에 살고 있는 윤은서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주소를 잘못 알고 계시거나
찾으시는 분이 오래 전에 이사를 가신 것 같네요.
여 그 편지를 부치는 순간까지도
누군가의 엇갈린 사랑 따위엔 별 관심이 없었다.
(M) 연애시대 OST, 만약에 우리 / 진호
여 그런데 며칠 후...
집 앞에 웬 낯선 남자가 서성이고 있었다.
여 누구...세요?
남 ...
여 그는 말없이 날 보고만 있었다.
여 저기... 누굴... 찾아오셨어요?
남 아... 저는.. 며칠 전에 편지.. 보냈던 사람인데요.
여 아... 근데 여긴 웬 일이세요?
제가 답장 보내드렸는데... 혹시 못 받으셨어요?
남 잘 받았습니다.
여 그럼 왜 여기까지...
남 아... 제가 편지를 보낸 주소가 이 집이 맞는지...
혹시 주소가 바뀐 건 아닌지... 확인을 좀 해보고 싶어서요.
여 아 네...
남 저 실례하지만... 이 집엔 언제부터 사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여 한 2년 쯤 됐어요.
남 네...
여 찾으시는 분 집이.. 정말 여기가 맞나요?
남 예? 아... 네.. 맞네요.
여 그럼 이미 오래전에 이사 가신 분인 것 같은데...
아! 저한테 전 주인 연락처가 있을지도 몰라요. 한번 찾아볼까요?
남 아... 아닙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이만...
여 그가 당황한 얼굴로 돌아서서
허둥대며 걷는다.
(E) 걸어가다가 뭔가에 거려 넘어지는
남 아..
여 어머...
(E) 뛰어가는
여 괜찮으세요?
남 네.. 괜..괜찮습니다.
(E) 뛰어가며 멀어지는 소리
여 그의 편지를 읽어서일까?
그 순간... 멀어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보였다.
(M)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이수영
여 다음 날...
난 버스정류장에서 그와 또다시 마주쳤다.
(E) 거리 소음, 버스정류장에 버스 섰다가 출발하는
여 어!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남 아.. 네... 이 동네에 볼 일이 좀 있어서...
여 네...
남 어디.. 가시나봐요?
여 네... 병원에요...
남 병원엔 왜요?
여 아.. 물리치료 받으러요. 얼마 전에 가벼운 교통사고가 났었거든요...
남 교통..사고요?
여 네... 근데 보시다시피 지금은 멀쩡해요.
(E) 버스 와서 서고 문 열리는 소리
(E) 버스에 올라 버스카드 찍는 소리
(E) 차 출발 하는 소리
여 그와 난 같은 버스를 타게 됐고
우린 가끔씩 눈이 마주칠 때마다
서로에게 어색하게 웃어 보여야 했다.
여 아참... 주소 말고 뭐 아는 거 없으세요?
남 네?
여 봉덕씨가 보낸 편지의 진짜 주인 말이에요.
남 아... 그거요?
여 뭐... 가까운 사이였던 것 같은데... 주소 말고 다른 건 모르세요?
남 네...
여 전화번호도 몰라요?
남 실은... 그 여자... 이 세상사람 아니에요.
여 네?
남 ... 그 여자가 너무 보고 싶어서...
답장이 안 올 거라는 거 뻔히 알면서.. 그냥 한번 편지를 보내봤어요.
여 아... 그랬구나.
남 근데... 뜻밖에도 답장이 온 거에요. 은서씨한테서...
여 제가... 괜한 짓을 했네요.
남 아니에요. 덕분에 저 잠시나마 설?어요.
봉투에 쓰여진 그 주소 보니까... 왠지 그 여자가 아직도
거기에 그대로... 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여 그래서 일부러 저희 집 앞까지 왔던 거에요?
남 저두 모르게... 그렇게 됐네요.
여 그저 남의 일일 뿐인데...
왜 내마음이 이렇게 아픈걸까?
저 남자의 가슴에 그토록 오래 남는 여자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M) Just
Let Me Be / Julienne Taylor
여 그 후로 문득 문득... 왠지는 모르지만
슬퍼 보였던 그의 눈이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한강에서 조깅을 하던 중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그를 보았다.
(E) 바람소리,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E) 뛰어가다가 멈추고
여 (약간 숨 가쁜) 어머.. 안녕하세요?
남 (숨 가쁜) 어... 은서씨...
여 이렇게 또 만나네요. 운동 나오셨어요?
남 아... 네...
여 이렇게 우연히 또 만나니까 왠지 반갑네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
남 아.. 저기...
여 네?
남 잠깐... 쉬었다 가실래요?
(E) 캔 커피 따주는...
남 자.. 이거 마셔요.
여 고맙습니다. 근데... 여기 자주 나오세요?
남 네... 거의 매일 와요. 이 시간쯤에...
여 아... 저기.. 그 분.. 말이에요. 하늘나라에 계시다는 그 여자 분...
남 네...
여 저희 집에 오래 사셨나요?
남 5년쯤... 살았어요.
여 첫사랑...이에요?...
남 네?
여 아니... 남자는 원래 첫사랑을 못 잊는다고 하잖아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도... 봉덕씨가 그렇게 못 잊는 거 보면...
왠지 첫사랑일 것 같아서요.
남 그래요... 근데.. 이제 기억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 여자와 관련된 것들... 전부 다 지워버리고 싶어요.
그러려고 그 여자 사진도 다 태웠는데... 좀 후회되네요.
그래도 사진 한 장은 남겨놓을걸... 보고 싶을 때 사진이라도 보게...
여 어떻게.. 생겼는데요? 그 분...
남 음...처음 봤을 때... 하얀 블라우스에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참 단정하고 귀여워 보였어요. 첫눈에 반했죠.
근데... 이제 그 여자 얼굴도 가물가물하네요. (씁쓸하게 웃는)
여 미안해요.... 제가 괜히 아픈 얘길 꺼냈네요.
남 아니에요. 아~ 오늘 날씨... 정말 좋네요.. 그쵸?
여 그러게요...
여 그는 애써 웃어 보이려 했지만
그의 눈엔 눈물이 고이는 듯 했다.
난 그런 그의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M) 내 안의 그대 - 서영은
여 그 날 이후...
난 일부러 그가 오는 시간에 맞춰 그곳을 지나쳤고
우린 자연스럽게 함께 운동을 하고 함께 쉬곤 했다.
난 점점 더 그의 마음을 갖고 싶어졌고
고민 끝에 난... 그의 옛 연인처럼 되기로 마음먹었다.
(E) 뛰어와 멈추는
남 (놀라) 어.. 은서씨..
여 (수줍게) 봉덕씨... 왔어요?
여 난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단발머리를 한 채
그의 앞에서 수줍게 웃고 있었다.
그는 날 멍하니 바라봤다.
남 어떻게 된 거에요?
여 이상하죠...? 어색...하죠...?
남 ... 아니에요... 예뻐요.
여 (웃음) 정말이요?
남 네... 너무 예뻐요.
여 그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어쩌면 그는
내가 아닌 그녀를 보고 웃어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제부터는 나만 보게 만들 거니까.
(M) remember me / 이효리
---------------------- 1부 끝 -----------------------------
여 그의 슬픔... 그의 상처...
내가 다 감싸주고 싶었다.
난 자신 있었고...
그에게 최선을 다했다.
(E) 조용한 음악, 찻잔 부딪히는 소리
남 나... 요즘 자꾸 그 여자한테 미안해져요.
은서씨 때문에... 그 여자 잊게 되거든요.
그치만... 이제 그런 거 상관 안할래요. 나... 나쁜 거 아니죠?
여 봉덕씨...
남 다른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날 좋아해준 은서씨의 용기가...
참 고마워요. 그래서 은서씨한테 더 잘해주고 싶어요.
여 (감동) 정말...이에요?
남 대신 은서씨는 나 혼자 남겨놓고 떠나는 일 같은 거...
절대 없어야 돼요. 그거 하나만 나한테 약속해줘요.
여 알았어요. 약속 할게요.
(M)
영원한 사랑 / 핑클
여 하지만...
기억의 잔상은 그리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E) 걷는 소리
남 어때? 수목원 오니까 좋아?
여 응... 아기자기한 게... 참 예쁘다.
남 봄에 오면 더 예뻐. 이쪽에 튤립이 만발하거든...
여 봄에도... 온 적 있어?
남 어...
여 누구랑? 그 여자랑?
남 응...
여 그렇구나...
남 너도 튤립 좋아하지? 나중에.. 봄 되면 한 번 더 오자.
여 아니야. 난 튤립 별로야... 꽃이 투박해 보여서 싫어.
남 어... 그래?... 참... 사진 찍어줄까?
여 됐어. 꽃 앞에서 사진 찍으면 원래 사람이 더 초라해 보이는 거야.
남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여 어! 여기 있는 나무들은 다 뭐야? 이름들이 있네.
남 어.. 관광객들이 직접 심은 나무들이야. 자기들이 이름도 지어주고...
저쪽에 묘목도 팔걸?
여 와... 의미 있는 나무네. 우리도 심을까?
남 여기 어디 있을텐데... 아! 저기 저 나무... 예전에 내가 심었던 건데...
여 그... 그래?.... 치... 나무 이름이 곰탱이가 뭐야 곰탱이가... 촌스럽게...
남 미련하게 사랑하겠다 뭐 그런 뜻이지...
여 허! 유치해...
(E) 빠르게 걸어가는
남 어..은서야.. 같이 가...
여 늘 이런 식이었다.
그와 함께 가는 곳마다
그의 옛 연인이... 그의 추억이
우릴 따라다니는 것만 같았다.
(M) 난 그래 - 리아
(E) 전화신호음
남 여보세요?
여 봉덕씨.. 나야. 오늘 퇴근하고 우리 집으로 올래?
남 집으로?
여 응... 오늘 화실이 좀 일찍 끝났거든. 스파게티 만들어줄게.
남 스파게티?
여 나 크림스파게티 디게 잘 만들어. 봉덕씨한테 만들어주고 싶어.
남 그래... 알았어.
여 처음 그를 집으로 초대해놓고
난 하루 종일 분주했다.
꽃병에 꽃도 꽂아두고
가구의 위치를 바꿔보기도 하고
창틀의 먼지까지 깨끗이 청소했다.
(E) 초인종 소리
여 누구세요?
남 나야...
(E) 문 열렸다 닫히는 소리
여 어.. 왔어?
남 야.. 맛있는 냄새난다.
여 나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지? 집구경 시켜줄게.
남 아.. 나 우선 손 좀 씻올게.
여 응.. 화장실은 저 쪽이야.
남 알아.
여 아.. 맞다... 알고 있겠구나...
(E) 물소리 나다가 멈추고 문 열고 나오는 소리
남 어! 쇼파 위치 바뀌었네. 예전 자리가 TV보기 더 편했는데...
여 뭐?
남 아.. 차... 아니.. 예전에는 저기 저 자리에 쇼파가 있었거든...
여 내가 그 여자랑 가구 배치도 똑같이 해놓고 살아야해?
남 아.. 미안.. 내가 실수했어.
여 됐어. 하긴.. 옮겨놓고 보니까 뭔가 안 맞긴 하다.
이 쇼파... 원래 저 쪽에 있었던 거 맞아.
남 어... 그래?
여 오늘 봉덕씨 초대해 놓구...
집이 좀 넓고 환해보이게 하려고 가구배치 좀 바꿔봤어.
남 그랬구나... 에이.. 그런 건 나 불러서 같이 하지...
너 혼자 힘들었겟다.
여 치...
남 아... 너 그림 그린다고 했지? 작업실 좀 구경해도 돼?
여 말 돌리기는...
(E) 방 문 여는 소리...
여 근데... 그쪽이 작업실인 건 어떻게 알았어?
남 어? 뻔하지 뭐... 이 집에서 이 방이 제일 넓잖아.
여 역시 잘 아네.
여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난 그를 처음 초대했는데
그에게 이 집은 이미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라는 사실이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M)
Because / Julienne Taylor
(E) 포크 부딪히는 소리, 음식 먹는 소리
남 와 맛있다...
여 (힘없이) 그래? 많이 먹어.
남 근데... 너 아까부터 왜 그렇게 시무룩해?
여 어.. 그냥... 스파게티가 생각보다 맛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남 뭐가... 내가 먹어본 중에 최곤데...
여 내가 만든 거 중엔 최악이야.
남 에이.. 아니야.
여 아니긴 뭐가 아니야... 봉덕씬 내가 만든 거 처음 먹어봤으면서...
남 아무튼... 이상하네... 너 오늘 왜 그래?
여 내가 뭘...
남 무슨 생각 하는건데?
여 아무것도 아니야. 아우 느끼해... 봉덕씨가 내꺼까지 다 먹어.
(E) 포크 식탁에 탁 내려놓는
남 어.. 참...
여 그는 집안 곳곳을 자기 집처럼 돌아다녔다.
그가 이 집을 너무 편안하게 느끼는 것조차
난 거슬렸다.
여 봉덕씨 꼭... 이 집 주인 같다?
남 어?
여 자주.. 왔었어? 예전에 말이야...
남 뭐 그냥 가끔...
여 오랜만에 오니까 기분이 어때?
그 여자 생각 안나?
남 뭐... 생각 안난다면 거짓말이구...
여 하긴.. 그렇겠지. 곳곳이 다 그 여자랑 함께 했던 추억의 공간일텐데...
내가 바보 같았어. 봉덕씨를 오라고 하는 게 아니었는데...
남 은서야... 자꾸 왜 이래...
여 봉덕씨가 여기 오면서 무슨 생각했을까?
내가 어떻게 사는 지 궁금하긴 했을까?
온통 그 여자 생각뿐이었을거야.
그 여자와 이 집에서 함께 했던 시간.. 함께 했던 공간...
남 그렇지 않아...
여 갑자기.. 내가 여기 살고 있다는 게... 미치도록 싫어진다.
(E) 문 쾅 닫는 소리
남 은서야! 은서야!!
(E) 문 두드리는 소리
여 (훌쩍이는)
(M) 안되겠니
/ 백지영
여 그날 이후... 난 그를 사랑할 자신이 없어졌다.
아니... 그가 그녀와 함께한 추억을 끌어안을 자신이 없었다.
(E) 커피숍 소음... 커피 따르는 소리
남 그동안 연락도 없구... 난 니가 이제 나 안만나주는줄 알고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여 앞으로 안 만날거야. 이말 하려고 만나자고 했어.
남 뭐?
여 나 봉덕씨 만날 때마다... 항상 세 사람이 함께 있는 기분이야.
봉덕씨랑 나.. 그리고 그 여자...
남 그게 무슨 소리야?
나 니 덕분에 요즘 정말 행복해졌어. 그거 모르겠어?
여 행복하겠지. 나랑 있으면... 우리 집에 오면...
그 여자도 함께 있는 기분일 테니까...
남 그렇지 않아 은서야... 니가 옆에 있어서 행복한거야.
여 처음엔 봉덕씨 상처... 내가 다 감싸줄 수 있을 줄 알았어.
근데... 봉덕씬 나 만나면서... 한 번이라도 날 진짜 사랑한 적 있을까?
난 모르겠어. 봉덕씨 기억을 다 지울 수 없는 한...
우린 힘들 것 같다.
남 은서야.. 내 말도 좀 들어봐.
여 미안해.. 봉덕씨를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 나 못 지킬 것 같다.
(M) I'm
Sorry / 린
여 그와 헤어진 후
난 그녀가 살았던 공간에 내가 머물고 있다는 것조차 싫어졌고.
그와 그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
난 이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삿짐을 싸던 중...
이상한 일이 생겼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그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구겨진 채 발견되었다.
사진 속의 우린
수목원에서 본... 그가 심었던 나무 앞에서
다정히 웃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갑자기...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E) 조용한 음악 소리
남 회사 앞까지 다 찾아오구... 이제 화 풀렸어?
여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만나자고 했어.
(E) 사진 탁자에 내려놓으며
여 이게 뭐야?
남 (놀라는) 이건...
여 짐정리 하다가 발견했어. 사진 속의 이 여자...
왜 나랑 똑같이 생겼는지... 이게 왜 나한테 있는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어.
남 .....
여 이 나무.. 봉덕씨가 심은 거라며?
예전 여자친구랑 같이 갔을 때 심은 거잖아.
남 은서야 그건...
여 근데 왜 내가 여기 있어? 우린 이때 만난적도 없는데...
왜 나랑 봉덕씨가 사진 속에 같이 있는 거냐구?
남 (한숨 쉬고)
여 왜 말을 못해? 봉덕씨는 알거 아니야?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나한테 설명을 좀 해보라구!
남 (있다가) 정말... 기억 안나?
여 뭐?
남 이 나무... 작년 봄에... 너랑 내가 같이 심은거야.
여 뭐라구?
(M)
Life in Mono / Mono
(E) 커피잔 떨리는 소리
여 그게... 무슨 소리야? 작년 봄엔 우리 만난 적도 없잖아.
남 처음에 너희 집에 편지를 보냈을 때...
니가 내 이름을 보고도 모른 척 하는 게 너무 이상해서
집으로 찾아가봤어. 그런데... 니가... 날 정말 몰라봐서 더 놀랐구.
여 그럼 우리가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단 말이야?
남 교통사고 당했다고 했지? 아마 그때.. 기억의 일부를 잃은 것 같다.
여 말도 안돼. 나 다른 건 다 기억나...
남 그래... 다른 건 다 기억하는데... 왜 나만 기억을 못할까...
많이 생각해봤는데... 나한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어.
니가 기억을 잃었으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 생각 뿐이었어. 그래서 니 앞에 자꾸 나타났던 거구.
여 근데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어?
왜 우리가 사랑했던 사이라는 걸 숨긴 건데?
남 그건...
여 내가 봉덕씨의 옛 사랑 때문에 힘들어했던 거 알면서...
왜 진작 그게 나였다고 말 못한 건데?
남 그건... 니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아서였어.
여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남 (한숨쉬고) 니 마음이 변했었어. 너한테 다른 남자가 생겼구...
그래서 날 떠났어.
여 (놀라) 그게.. 그게 정말이야?
남 그래... 그치만 니가 날 떠났어두 난 너 못잊겠더라.
근데 니가 기억을 잃어서... 실은 나... 차라리 잘된 거라 생각했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여 (기막힌) 믿어지지가 않아.
남 은서야... 어차피 다 지난 일이야. 우리 결국 다시 만났잖아.
중요한 건 우리가 다시 사랑하게 됐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우리... 그냥 지금만 생각하자. 응?
여 (훌쩍이며) 미안해.. 난 그것두 모르구...
내가 봉덕씨를 힘들게 한 건 줄도 모르구... 봉덕씨만 원망했는데...
남 괜찮아. 난 이미 다 지우고.. 너 용서했어.
너두 이제 다 알았으니까... 더 이상 힘들어할 필요 없잖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
여 봉덕씨... 봉덕씨 미안해... 그동안 봉덕씨 혼자...
얼마나 많이 힘들었을까? 미안해... 미안해 정말...
남 그녀가 내 품안에서 눈물을 흘린다.
난 끝내 진실을 말하지는 못했다.
사랑을 잠시 배신한 건 은서가 아니라 나였다는 것을...
내가 전에 그녀를 많이 힘들게 했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은
먼 길을 돌아 다시 찾은 내 사랑을
그 어떤 기억보다도 소중히 지키고 싶다.
끝까지 그녀를 속인 대가는
앞으로 그녀를 더 사랑하며
그녀에게 좋은 기억만을 남겨주는 것으로 대신할 것이다.
(M) 주제음
2007-09-1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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