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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13일 목요일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04 화 - 사랑한다면


(M) 주제음 - 사랑한다면 (나무 자전거)


(E) 자동차 끽 서는 소리와 함께 쾅 부딪히는 소리

(E) 싸이렌 소리 울렸다가 점점 작아지는

여     얼마 동안 잠을 잤는지도 모를 만큼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눈앞에 부모님이 보였다.

        하지만 다시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땐

        두 분은 사라지고 없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내 앞에 나타날 만큼

        내게 큰 일이 있었던 걸까?

        몸을 움직일 수는 있는 걸까?


여     하지만 잠시 후 깨달았다.

        내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것을...      

(E) 터벅터벅 걸어와 멈추는

(E) 우편함 열어보는 소리

여     그저 변한 게 있다면

        내가 집에 없는 동안

        우편함이 꽉 차 있었다는 것뿐이다.

(E) 우편물들 뒤적뒤적 하며

여     (혼잣말로) 밀린 카드고지서가 대체 몇 개야?

        아휴... 내가 병원에 이렇게 오래 있었나?


여     그런데... 우편함을 정리하다가

        난 낯선 남자가 보낸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김봉덕? 김봉덕... 김봉덕... 누구지?

(M)   Dixie / Ronny Mcdowell


(E) 편지 뜯어보는 소리

남     나야... 봉덕이... 많이 놀랐지?

        내 마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다가

        초등학교 때 이후 처음으로 편지를 쓴다.

        나 지금 너한테 가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되돌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하면 널 다시 볼 수 있을까...

        많이 보고 싶다.

        너한테 가는 길을... 좀 알려줄래?


여     주소는 우리 집이 맞지만

        잘못 보낸 편지 같았다.

        그래도 답장을 해줘야 할 것 같아 난 펜을 들었다.

 

(E) 펜으로 글씨 쓰는 소리

여     어떤 분에게 쓴 편지인지는 모르지만

        본의 아니게 제가 대신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집에 살고 있는 윤은서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주소를 잘못 알고 계시거나

        찾으시는 분이 오래 전에 이사를 가신 것 같네요.


여     그 편지를 부치는 순간까지도

        누군가의 엇갈린 사랑 따위엔 별 관심이 없었다.

(M) 연애시대 OST, 만약에 우리 / 진호    


여     그런데 며칠 후...

        집 앞에 웬 낯선 남자가 서성이고 있었다.


여     누구...세요? 

남     ...


여     그는 말없이 날 보고만 있었다.


여     저기... 누굴... 찾아오셨어요?

남     아... 저는.. 며칠 전에 편지.. 보냈던 사람인데요.

여     아... 근데 여긴 웬 일이세요?

        제가 답장 보내드렸는데... 혹시 못 받으셨어요?

남     잘 받았습니다.

여     그럼 왜 여기까지...

남     아... 제가 편지를 보낸 주소가 이 집이 맞는지...

        혹시 주소가 바뀐 건 아닌지... 확인을 좀 해보고 싶어서요.

여     아 네...

남     저 실례하지만... 이 집엔 언제부터 사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여     한 2년 쯤 됐어요.

남     네... 

여     찾으시는 분 집이.. 정말 여기가 맞나요?

남     예? 아... 네.. 맞네요.

여     그럼 이미 오래전에 이사 가신 분인 것 같은데...

        아! 저한테 전 주인 연락처가 있을지도 몰라요. 한번 찾아볼까요? 

남     아... 아닙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이만...


여     그가 당황한 얼굴로 돌아서서

        허둥대며 걷는다.

(E) 걸어가다가 뭔가에 거려 넘어지는

남     아.. 

여     어머... 

(E) 뛰어가는

여     괜찮으세요? 

남     네.. 괜..괜찮습니다.

(E) 뛰어가며 멀어지는 소리


여     그의 편지를 읽어서일까?

        그 순간... 멀어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보였다.

(M)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이수영


여     다음 날...

        난 버스정류장에서 그와 또다시 마주쳤다.

(E) 거리 소음, 버스정류장에 버스 섰다가 출발하는

여     어!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남     아.. 네... 이 동네에 볼 일이 좀 있어서...

여     네...

남     어디.. 가시나봐요?

여     네... 병원에요...

남     병원엔 왜요?

여     아.. 물리치료 받으러요. 얼마 전에 가벼운 교통사고가 났었거든요...

남     교통..사고요?

여     네... 근데 보시다시피 지금은 멀쩡해요.

(E) 버스 와서 서고 문 열리는 소리

(E) 버스에 올라 버스카드 찍는 소리

(E) 차 출발 하는 소리


여     그와 난 같은 버스를 타게 됐고

        우린 가끔씩 눈이 마주칠 때마다

        서로에게 어색하게 웃어 보여야 했다.

 

여     아참... 주소 말고 뭐 아는 거 없으세요?

남     네?

여     봉덕씨가 보낸 편지의 진짜 주인 말이에요.

남     아... 그거요?

여     뭐... 가까운 사이였던 것 같은데... 주소 말고 다른 건 모르세요?

남     네... 

여     전화번호도 몰라요?

남     실은... 그 여자... 이 세상사람 아니에요.     

여     네? 

남     ... 그 여자가 너무 보고 싶어서...

        답장이 안 올 거라는 거 뻔히 알면서.. 그냥 한번 편지를 보내봤어요.

여     아... 그랬구나.

남     근데... 뜻밖에도 답장이 온 거에요. 은서씨한테서...

여     제가... 괜한 짓을 했네요.  

남     아니에요. 덕분에 저 잠시나마 설?어요.

        봉투에 쓰여진 그 주소 보니까... 왠지 그 여자가 아직도

        거기에 그대로... 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여     그래서 일부러 저희 집 앞까지 왔던 거에요?

남     저두 모르게... 그렇게 됐네요.


여     그저 남의 일일 뿐인데...

        왜 내마음이 이렇게 아픈걸까?

        저 남자의 가슴에 그토록 오래 남는 여자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M)  Just Let Me Be / Julienne Taylor


여     그 후로 문득 문득... 왠지는 모르지만

        슬퍼 보였던 그의 눈이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한강에서 조깅을 하던 중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그를 보았다.


(E) 바람소리,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E) 뛰어가다가 멈추고

여     (약간 숨 가쁜) 어머.. 안녕하세요?

남     (숨 가쁜) 어... 은서씨...

여     이렇게 또 만나네요. 운동 나오셨어요?

남     아... 네...

여     이렇게 우연히 또 만나니까 왠지 반갑네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

남     아.. 저기...

여     네?

남     잠깐... 쉬었다 가실래요?


(E) 캔 커피 따주는...

남     자.. 이거 마셔요.

여     고맙습니다. 근데... 여기 자주 나오세요?

남     네... 거의 매일 와요. 이 시간쯤에...

여     아... 저기.. 그 분.. 말이에요. 하늘나라에 계시다는 그 여자 분...

남     네...

여     저희 집에 오래 사셨나요?

남     5년쯤... 살았어요.

여     첫사랑...이에요?... 

남     네?

여     아니... 남자는 원래 첫사랑을 못 잊는다고 하잖아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도... 봉덕씨가 그렇게 못 잊는 거 보면...

        왠지 첫사랑일 것 같아서요.

남     그래요... 근데.. 이제 기억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 여자와 관련된 것들... 전부 다 지워버리고 싶어요.

        그러려고 그 여자 사진도 다 태웠는데... 좀 후회되네요.

        그래도 사진 한 장은 남겨놓을걸... 보고 싶을 때 사진이라도 보게...

여     어떻게.. 생겼는데요? 그 분...

남     음...처음 봤을 때... 하얀 블라우스에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참 단정하고 귀여워 보였어요. 첫눈에 반했죠.

        근데... 이제 그 여자 얼굴도 가물가물하네요. (씁쓸하게 웃는)

여     미안해요.... 제가 괜히 아픈 얘길 꺼냈네요.

남     아니에요. 아~ 오늘 날씨... 정말 좋네요.. 그쵸?

여     그러게요...


여     그는 애써 웃어 보이려 했지만

        그의 눈엔 눈물이 고이는 듯 했다.

        난 그런 그의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M) 내 안의 그대 - 서영은


여     그 날 이후...

        난 일부러 그가 오는 시간에 맞춰 그곳을 지나쳤고

        우린 자연스럽게 함께 운동을 하고 함께 쉬곤 했다.

        난 점점 더 그의 마음을 갖고 싶어졌고

        고민 끝에 난... 그의 옛 연인처럼 되기로 마음먹었다.


(E) 뛰어와 멈추는

남     (놀라) 어.. 은서씨..

여     (수줍게) 봉덕씨... 왔어요?


여     난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단발머리를 한 채

        그의 앞에서 수줍게 웃고 있었다.

        그는 날 멍하니 바라봤다.


남     어떻게 된 거에요?

여     이상하죠...? 어색...하죠...?

남     ... 아니에요... 예뻐요.

여     (웃음) 정말이요?

남     네... 너무 예뻐요.


여     그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어쩌면 그는

        내가 아닌 그녀를 보고 웃어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제부터는 나만 보게 만들 거니까.

(M) remember me / 이효리


---------------------- 1부 끝 -----------------------------


여     그의 슬픔... 그의 상처...

        내가 다 감싸주고 싶었다.

        난 자신 있었고...     

        그에게 최선을 다했다.


(E) 조용한 음악, 찻잔 부딪히는 소리

남     나... 요즘 자꾸 그 여자한테 미안해져요.

        은서씨 때문에... 그 여자 잊게 되거든요.

        그치만... 이제 그런 거 상관 안할래요. 나... 나쁜 거 아니죠?

여     봉덕씨... 

남     다른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날 좋아해준 은서씨의 용기가...

        참 고마워요. 그래서 은서씨한테 더 잘해주고 싶어요.

여     (감동) 정말...이에요?

남     대신 은서씨는 나 혼자 남겨놓고 떠나는 일 같은 거...

        절대 없어야 돼요. 그거 하나만 나한테 약속해줘요.

여     알았어요. 약속 할게요.

 

(M)  영원한 사랑 / 핑클


여     하지만...

        기억의 잔상은 그리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E) 걷는 소리

남     어때? 수목원 오니까 좋아?

여     응... 아기자기한 게... 참 예쁘다.

남     봄에 오면 더 예뻐. 이쪽에 튤립이 만발하거든...

여     봄에도... 온 적 있어?

남     어...

여     누구랑? 그 여자랑?

남     응... 

여     그렇구나...

남     너도 튤립 좋아하지? 나중에.. 봄 되면 한 번 더 오자.

여     아니야. 난 튤립 별로야... 꽃이 투박해 보여서 싫어.

남     어... 그래?... 참... 사진 찍어줄까?

여     됐어. 꽃 앞에서 사진 찍으면 원래 사람이 더 초라해 보이는 거야.

남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여     어! 여기 있는 나무들은 다 뭐야? 이름들이 있네.

남     어.. 관광객들이 직접 심은 나무들이야. 자기들이 이름도 지어주고...

        저쪽에 묘목도 팔걸?

여     와... 의미 있는 나무네. 우리도 심을까?

남     여기 어디 있을텐데... 아! 저기 저 나무... 예전에 내가 심었던 건데...

여     그... 그래?.... 치... 나무 이름이 곰탱이가 뭐야 곰탱이가... 촌스럽게...

남     미련하게 사랑하겠다 뭐 그런 뜻이지...

여     허! 유치해...

(E) 빠르게 걸어가는

남     어..은서야.. 같이 가...


여     늘 이런 식이었다.

        그와 함께 가는 곳마다

        그의 옛 연인이... 그의 추억이

        우릴 따라다니는 것만 같았다.

(M) 난 그래 - 리아


(E) 전화신호음

남     여보세요?

여     봉덕씨.. 나야. 오늘 퇴근하고 우리 집으로 올래?

남     집으로?

여     응... 오늘 화실이 좀 일찍 끝났거든. 스파게티 만들어줄게.

남     스파게티?

여     나 크림스파게티 디게 잘 만들어. 봉덕씨한테 만들어주고 싶어.

남     그래... 알았어.


여     처음 그를 집으로 초대해놓고

        난 하루 종일 분주했다.

        꽃병에 꽃도 꽂아두고

        가구의 위치를 바꿔보기도 하고

        창틀의 먼지까지 깨끗이 청소했다.

          

(E) 초인종 소리

여     누구세요?

남     나야...

(E) 문 열렸다 닫히는 소리

여     어.. 왔어?

남     야.. 맛있는 냄새난다.

여     나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지? 집구경 시켜줄게.

남     아.. 나 우선 손 좀 씻올게.

여     응.. 화장실은 저 쪽이야.

남     알아. 

여     아.. 맞다... 알고 있겠구나...

(E) 물소리 나다가 멈추고 문 열고 나오는 소리

남     어! 쇼파 위치 바뀌었네. 예전 자리가 TV보기 더 편했는데...

여     뭐?

남     아.. 차... 아니.. 예전에는 저기 저 자리에 쇼파가 있었거든...

여     내가 그 여자랑 가구 배치도 똑같이 해놓고 살아야해?

남     아.. 미안.. 내가 실수했어.

여     됐어. 하긴.. 옮겨놓고 보니까 뭔가 안 맞긴 하다.

        이 쇼파... 원래 저 쪽에 있었던 거 맞아.

남     어... 그래?

여     오늘 봉덕씨 초대해 놓구...

        집이 좀 넓고 환해보이게 하려고 가구배치 좀 바꿔봤어.

남     그랬구나... 에이.. 그런 건 나 불러서 같이 하지...

        너 혼자 힘들었겟다.

여     치...

남     아... 너 그림 그린다고 했지? 작업실 좀 구경해도 돼?

여     말 돌리기는...

(E) 방 문 여는 소리...

여     근데... 그쪽이 작업실인 건 어떻게 알았어?

남     어? 뻔하지 뭐... 이 집에서 이 방이 제일 넓잖아.

여     역시 잘 아네.


여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난 그를 처음 초대했는데

        그에게 이 집은 이미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라는 사실이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M)   Because / Julienne Taylor


(E) 포크 부딪히는 소리, 음식 먹는 소리

남     와 맛있다...

여     (힘없이) 그래? 많이 먹어.

남     근데... 너 아까부터 왜 그렇게 시무룩해?

여     어.. 그냥... 스파게티가 생각보다 맛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남     뭐가... 내가 먹어본 중에 최곤데...

여     내가 만든 거 중엔 최악이야. 

남     에이.. 아니야.

여     아니긴 뭐가 아니야... 봉덕씬 내가 만든 거 처음 먹어봤으면서...

남     아무튼... 이상하네... 너 오늘 왜 그래?

여     내가 뭘...

남     무슨 생각 하는건데?

여     아무것도 아니야. 아우 느끼해... 봉덕씨가 내꺼까지 다 먹어.

(E) 포크 식탁에 탁 내려놓는

남     어.. 참...


여     그는 집안 곳곳을 자기 집처럼 돌아다녔다.

        그가 이 집을 너무 편안하게 느끼는 것조차

        난 거슬렸다.

                 

여     봉덕씨 꼭... 이 집 주인 같다?

남     어?

여     자주.. 왔었어? 예전에 말이야...

남     뭐 그냥 가끔...

여     오랜만에 오니까 기분이 어때?

        그 여자 생각 안나?

남     뭐... 생각 안난다면 거짓말이구...

여     하긴.. 그렇겠지. 곳곳이 다 그 여자랑 함께 했던 추억의 공간일텐데...

        내가 바보 같았어. 봉덕씨를 오라고 하는 게 아니었는데...

남     은서야... 자꾸 왜 이래...

여     봉덕씨가 여기 오면서 무슨 생각했을까?

        내가 어떻게 사는 지 궁금하긴 했을까?

        온통 그 여자 생각뿐이었을거야.

        그 여자와 이 집에서 함께 했던 시간.. 함께 했던 공간...

남     그렇지 않아...

여     갑자기.. 내가 여기 살고 있다는 게... 미치도록 싫어진다.

(E) 문 쾅 닫는 소리  

남     은서야! 은서야!!

(E) 문 두드리는 소리

여     (훌쩍이는)

 

(M)  안되겠니 /  백지영        


여     그날 이후... 난 그를 사랑할 자신이 없어졌다.

        아니... 그가 그녀와 함께한 추억을 끌어안을 자신이 없었다.


(E) 커피숍 소음... 커피 따르는 소리

남     그동안 연락도 없구... 난 니가 이제 나 안만나주는줄 알고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여     앞으로 안 만날거야. 이말 하려고 만나자고 했어.

남     뭐?

여     나 봉덕씨 만날 때마다...  항상 세 사람이 함께 있는 기분이야.

        봉덕씨랑 나.. 그리고 그 여자...

남     그게 무슨 소리야?

        나 니 덕분에 요즘 정말 행복해졌어. 그거 모르겠어?

여     행복하겠지. 나랑 있으면... 우리 집에 오면...

        그 여자도 함께 있는 기분일 테니까...  

남     그렇지 않아 은서야... 니가 옆에 있어서 행복한거야. 

여     처음엔 봉덕씨 상처... 내가 다 감싸줄 수 있을 줄 알았어.

        근데... 봉덕씬 나 만나면서... 한 번이라도 날 진짜 사랑한 적 있을까?

        난 모르겠어. 봉덕씨 기억을 다 지울 수 없는 한...

        우린 힘들 것 같다.

남     은서야.. 내 말도 좀 들어봐.

여     미안해.. 봉덕씨를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 나 못 지킬 것 같다.

(M)  I'm Sorry / 린


여     그와 헤어진 후

        난 그녀가 살았던 공간에 내가 머물고 있다는 것조차 싫어졌고.

        그와 그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

        난 이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삿짐을 싸던 중...

        이상한 일이 생겼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그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구겨진 채 발견되었다.

        사진 속의 우린

        수목원에서 본... 그가 심었던 나무 앞에서

        다정히 웃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갑자기...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E) 조용한 음악 소리

남     회사 앞까지 다 찾아오구... 이제 화 풀렸어?

여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만나자고 했어.

(E) 사진 탁자에 내려놓으며

여     이게 뭐야?

남     (놀라는) 이건...

여     짐정리 하다가 발견했어. 사진 속의 이 여자...

        왜 나랑 똑같이 생겼는지... 이게 왜 나한테 있는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어.

남     .....

여     이 나무.. 봉덕씨가 심은 거라며?

        예전 여자친구랑 같이 갔을 때 심은 거잖아.

남     은서야 그건...

여     근데 왜 내가 여기 있어? 우린 이때 만난적도 없는데...

        왜 나랑 봉덕씨가 사진 속에 같이 있는 거냐구?

남     (한숨 쉬고)

여     왜 말을 못해? 봉덕씨는 알거 아니야?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나한테 설명을 좀 해보라구!

남     (있다가) 정말... 기억 안나?

여     뭐?

남     이 나무... 작년 봄에... 너랑 내가 같이 심은거야.

여     뭐라구?

(M)   Life in Mono / Mono


(E) 커피잔 떨리는 소리

여     그게... 무슨 소리야? 작년 봄엔 우리 만난 적도 없잖아.

남     처음에 너희 집에 편지를 보냈을 때...

        니가 내 이름을 보고도 모른 척 하는 게 너무 이상해서

        집으로 찾아가봤어. 그런데... 니가... 날 정말 몰라봐서 더 놀랐구.

여     그럼 우리가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단 말이야?

남     교통사고 당했다고 했지? 아마 그때.. 기억의 일부를 잃은 것 같다.

여     말도 안돼. 나 다른 건 다 기억나...

남     그래...  다른 건 다 기억하는데... 왜 나만 기억을 못할까...

        많이 생각해봤는데... 나한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어.

        니가 기억을 잃었으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 생각 뿐이었어. 그래서 니 앞에 자꾸 나타났던 거구.

여     근데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어?

        왜 우리가 사랑했던 사이라는 걸 숨긴 건데?

남     그건... 

여     내가 봉덕씨의 옛 사랑 때문에 힘들어했던 거 알면서...

        왜 진작 그게 나였다고 말 못한 건데?

남     그건... 니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아서였어.

여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남     (한숨쉬고) 니 마음이 변했었어. 너한테 다른 남자가 생겼구...

        그래서 날 떠났어.

여     (놀라) 그게.. 그게 정말이야?

남     그래... 그치만 니가 날 떠났어두 난 너 못잊겠더라.

        근데 니가 기억을 잃어서... 실은 나... 차라리 잘된 거라 생각했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여     (기막힌) 믿어지지가 않아.

남     은서야... 어차피 다 지난 일이야. 우리 결국 다시 만났잖아.

        중요한 건 우리가 다시 사랑하게 됐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우리... 그냥 지금만 생각하자. 응?

여     (훌쩍이며) 미안해.. 난 그것두 모르구...

        내가 봉덕씨를 힘들게 한 건 줄도 모르구... 봉덕씨만 원망했는데...

남     괜찮아. 난 이미 다 지우고.. 너 용서했어.

        너두 이제 다 알았으니까... 더 이상 힘들어할 필요 없잖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 

여     봉덕씨... 봉덕씨 미안해... 그동안 봉덕씨 혼자...

        얼마나 많이 힘들었을까? 미안해... 미안해 정말...

  

남     그녀가 내 품안에서 눈물을 흘린다.

        난 끝내 진실을 말하지는 못했다.

        사랑을 잠시 배신한 건 은서가 아니라 나였다는 것을...

        내가 전에 그녀를 많이 힘들게 했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은

        먼 길을 돌아 다시 찾은 내 사랑을

        그 어떤 기억보다도 소중히 지키고 싶다.

        끝까지 그녀를 속인 대가는

        앞으로 그녀를 더 사랑하며

        그녀에게 좋은 기억만을 남겨주는 것으로 대신할 것이다.

(M) 주제음





2007-09-12(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