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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4일 화요일 대본 및 수록곡
 

2007년 9월 4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김성국 

 


- 원숙미 -

  

요즘 아내가 저에게 자주 묻습니다.  "자기야~ 나 요즘 얼굴에 주름이 너무 많지?"   그럴 때마다 전 이렇게 대답을 해 주지요..

"그래도 나한텐 이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예뻐"

아내는 마흔이 되고 나서부터, 갑자기 자신이 많이 늙었다며 외모에 부쩍 신경쓰여 합니다. 어제는 머리스타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전 그냥 길러보라고 했지요. 제가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아내는 긴 머리에 핀을 꽂은 단정한 모습이었거든요. 그 모습이 어찌나 이뻤던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마흔이나 먹고 긴 생머리를 하면 남들이 비웃지 않을까?"  제 대답에 수긍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내는 딸아이들에게도 물었습니다.  "얘들아, 엄마가 이제 머리가 많이 길어서 자를까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냥 길러 봐 엄마, 엄마는 긴머리도 예뻐"

"그럴까? 그럼"  그제서야 표정이 밝아지는 아내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흰머리가 생기고, 얼굴에 주름이 하나둘 늘어나도 그건 바로 인생의 훈장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내 인생의 여러 농사들을 짓다보니 나도 모르게 생긴 아름다움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나이를 먹고 외모가 달라져 가도, 서글퍼 할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나이 든대로의 멋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으니까요. 그게 바로 원숙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퇴근하고 들어가면 아내와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아내가 얼마나 원숙미를 갖추어 가고 있는지 말해 주려고 합니다. "여보, 우리 부부가 늘 이야기 하던거 있잖아. 함께 아름다운 노부부로 나이 들어가자고. 우리 앞으로도 지금처럼 서로를 아끼며 아름답게 나이 들어 갑시다 그려. 그리고 당신 여전히 이쁘니까 염려 말어~"


신청곡 - You Are So Beautiful / Joe Cocker

영국 출신의 솔 가수 '조 카커'의 1975년 작품. 빌보드 싱글 차트

5위기록.

 

 

 

 

이상미 


- 남편의 선물 -  

저에게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전업주부라는 이름 아래, 집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은 엄마를 위해, 영화나 각종 공연을 자주 보여주곤 하는 예쁜 아이지요. 처녀시절, 영화를 좋아하고 청바지에 통기타를 둘러 멘 가수들을 동경해마지 않던 저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그런 것들을 많이 잊어버리고 살았습니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은행원이었고, 남편은 은행 근처의 카센터 수리공이었습니다. 언뜻 어울리지 않았던 우리 두 사람은 자주 마주치게 되면서 호감을 느꼈고, 마침내 미래를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었던 집안의 큰 반대에 서울로 도망치다시피 올라와 겨우 혼인신고를 하고 살림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마냥 행복할 줄로만 알았던 결혼생활은 어려움의 연속이었지요. 기술자였던 남편은 바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지만 수입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고, 우리 두 사람은 하루에 두끼 식사만 하며, 어렵게 경제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 와중에 두 아이를 유산으로 잃고,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낳은 아이가 지금의 딸아이입니다. 다행히 건강하고 공부도 꽤 잘하는 영리한 아이였고, 점점 남편의 벌이도 나아져서 이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주, 그 딸아이가 생일선물이라며 공연티켓을 주더군요. 젊은 시절 제가 좋아했던 한 포크가수의 공연티켓이었습니다. 직장인이긴 하지만 아직 어린 딸아이가 어쩌면

엄마의 마음을 이리 잘 알까 하면서 고마워하던 찰나, 우연히 티켓의 예약봉투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는 딸 아이가 아닌 남편의 이름이 적혀져 있더군요. 그래서 딸아이에게 물어보니 쭈뼛쭈뼛 대답했습니다.  사실 그 동안 엄마와 본 공연은 모두 아빠가 티켓을 사 준 것이라구요, 아빠는 엄마가 좋아하는 영화나 공연은 보는게 힘드니, 니가 엄마랑 대신 가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요. 순간, 데이트 시절 함께 영화를 볼 때마다 살짝살짝 졸곤하던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랬습니다. 남편은 제가 좋아하는 영화나 공연은 전혀 흥미가 없는 사람이었지.. 하지만, 제가 좋아하니까 싫은 티는 한 번 안내고 함께 보아주곤 했었지요.. 이제는 딸이 자라 엄마와 공연을 보러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니, 새삼 어려운 시절의 미안함이 느껴지고, 자신을 만나서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포기하고 살아온 나에 대한 미안함에 이런 선물을 해왔다는 남편... 남편의 깊은 사랑에 나는 다시 한번 예전 그때로 돌아간 듯..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여보, 나는 당신을 만나 고생했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항상 행복했지요. 앞으로도 우리 세 식구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아요. 사랑합니다.



신청곡:  Fields Of Gold / Eva Cassidy

 미국 출신의 팝 재즈 여가수 '에바 캐시디'의 1997년 발표곡.

 오리지널은 영국 출신의 스팅이 1993년 발표해 싱글 차트 23위까지 기록했던 노래.

 

 

 

진선미 


- 무수리가 된 중전마마 -

'중전..사랑하오.  중전이 난 젤로 이쁘오. 중전이 좋으면 나두 좋소' 중전이란 말은.. 제 신랑이 저를 부를 때 쓰는 호칭입니다.

신랑과 저는 9년의 만남 후에 결혼에 성공했지요. 저보다 8살 연하인 신랑이다 보니, 결혼 전엔 항상 이름을 함부로 불렀었고, 싸우거나 기분이 나쁠때면 '야~'라고도 서슴치 않고 불렀던 터라, 처음 결혼 승낙받고 어른 앞에서 서로를 부를 땐 참.. 어색하고 낯설더라구요.. 그래서 한동안 신랑을 부르지를 못했어요. 눈 마주치기만 기다렸다가 눈짓으로 얘기하고, 곁에 가서 살짝 건드려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그러다가 문득 평소에도 사극을 많이 좋아하는 신랑이 우연히 저를 '중전'이라고 부르더라구요. 사극 속의 중전 마마처럼 저를 존중하고 귀하게 모실거라고 하면서요. 이왕이면 황후로 모셔주지.. 라고 했지만, 신랑은 저를 계속 중전이라 부르더라구요. 신혼 초에 신랑은 정말 저를 중전으로 모셨답니다. 요리하는 걸 질색했던 신랑은 제가 주방에 있으면 이것저것 챙겨주고 도와줬지요.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흐르자 신랑도 점점 변해가더군요. 어느 순간부터 요리할 때, 신랑이 옆에 없는 겁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에 푹 빠져서는 이젠 밥 먹으러 오라고 소리쳐도 안 오는 거예요. 차라리 컴퓨터랑 결혼하지 왜 나랑했냐구 핀잔주면.. 그제서야 어그적어그적 일어나기 일쑤랍니다. 그러면 신랑은 미안했는지,, “우리 중전 수고 많았소” 라고 한마디 하며 뽀뽀로 대충 때우더라구요. 그럼 저는 신랑에게 말하죠. “이게 무슨 중전이야? 무수리만도 못한데.. 차라리 무수리라고 불러~~”  그나저나 제가 계속 이렇게 수락관 무수리로 전락하면 안되는데 어쩌죠? 인현왕후가 나중에 복귀했듯이, 저도 다시 중전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큰 일 났습니다. 아무래도 전략을 바꿔야겠어요.. 하지만 아직은 뾰족한 뭔가가 안 떠오르네요.. 기덕 오라버니가

조언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신청곡 :  A shoulder to Cry on /  Tommy page

 미국 출신의 남성 가수 ‘토미 페이지’의 1989년 작품.

 

 

박나림의 차 한 잔 하시죠

이현미 님 사연

It's OK / Atomic Kitten

 

 

 

정지은 

 

- 전하지 못한 편지 -

  

친정 엄마 생신 때 쓴 편지를 벌써 몇 달째 그냥 갖고 있네요.

늦게나마 전하고 싶습니다. 기덕 아저씨께서 읽어주세요.

사랑하는 엄마~ 생신,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작년처럼 엄마 좋아하는 횟집에서 외식 했으면 편했을텐데.. 입덧이 심한 나 때문에 집에서 먹게 돼서 힘들었지? 엄마는 '그냥 있는 반찬에 미역국만 끓일거야~' 라고 했지만 그래도 사위 온다고 이것저것 음식한거 다 알아. 그래서 더 죄송했구... 엄마가 늘 그랬었지?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입덧을 6개월동안 하게 하고, 낳을 땐 꼬박 하루를 진통하게 하고,, 낳고 났더니 밤 낮을 거꾸로 자서 애먹게 했다고.. 그땐 늘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는데, 결혼을 하고 아기가 생겨서 직접 입덧을 겪어 보니까 그게 얼마나 힘든건지 이제야 알겠어.. 겨우겨우 먹고 나면 또 죄다 토하느라 죽을 것 같으면서도 고생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걸 보면 나도 이제 철 들었나봐. 지난 달 시어머님 생신 때 말야. 나 사실 상 차리면서 많이 울었다? 아침 9시부터 청소하고 음식을 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하루종일 걸렸어.

아직 칼질도 서툴고 음식하나 하려면 책을 몇번씩 펼쳐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지. 엄마 눈엔 그런 내 모습이 빤히 보였겠지? 나 종종대며 고생할까봐 와서 도와준다고 한거 알아. 그치만 시어머니 생신상을 어떻게 엄마한테 부탁을 해~ 아무리 딸래미한테 제일 편한게 친청엄마라도 그건 아니잖아. 어찌어찌 나 혼자 힘으로 교자상 2개를 차렸는데.. 눈물이 나더라.. 생각해보니까 엄마 생신상은 커녕 미역국도 제대로 끓여본 적이 없는거 있지.. 엄마!! 내년엔 말야. 내가 꼭 미역국이랑 맛있는거 많이 해서 한 상 차려줄게. 진짜야~~ 내가 무슨일이 있어도 울엄마 생신상 차릴거야..그러니까 오십대가 된거 우울해 마시고- 일년 뒤를 기대해 주세요~

알았지? 사랑해~엄마~~


신청곡:  Only Love / Nana Mouskouri

 그리스 출신의 여가수 '나나 무스쿠리'의 1986년 작품

 

 

박미자 


- 포도 알뜰하게 먹기~ -

 

오래간만에 친정 나들이를 했습니다. 그 전날 엄마께서 전화를 하셨더군요. "얘야 김서방 시간되나? 시간되면 와서 포도나 좀 따가거라" 하시더군요. 작년에 큰수술을 하신 친정어머니는 촌에서 혼자 포도농사를 지으신답니다. 몸도 안좋으신데 이제 그만 두시고 도시로 나오시라고 해도 "내가 고향 버리고 어디간단 말이고.. 농사는 니들이 와서 조금만 거들고 하면 되는데 우째 버려둔단 말이냐." 하셔서 오빠들이 번갈아가며 약도치고 순도 자르고 했답니다. 그런 포도가 드디어 다 익어서 따러 오라고 하셨지요. 두 박스를 따서 알이 굵고 실한 한박스는 근처 사시는 형님댁에 갖다

드렸어요. 어머니의 피와 땀이 어린 포도를 하나라도 허투루 먹을수 없어서 잘익은건 그냥 씻어서 먹고, 몇송이는 포도주를 담그고, 알멩이가 떨어진것은 잘씻어서 포도잼을 만들었답니다. 보라색 고운 잼은 딸아이의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지요. 먹다가 배불러서 남은 포도는 믹서기로 돌려 포도즙내서 출근하는 남편에게 한 잔식 주니까 좋아하네요. 포도가 피로회복에 최고라고 하던데 기덕 오라버님도 우리 포도 많이 드시고  건강해 지세요.


신청곡: Bed Of Roses / Bon Jovi 

미국 출신의 록 밴드 ‘본 조비’의 1993년 싱글 차트 10위까지 기록했던 노래.

 

 

 

 

 

 

 

 

 

 

 

 

 





2007-09-0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