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7월 17일 (화) 김기덕의 골든 디스크 / 차 한잔 하시죠
첫 곡 : Happy / Mocca
안은주
- 화장실의 추억 - 우리집은 제가 중학생이 되기전까지 푸세식 화장실이었습니다.
집의 구조상 부엌에서 왼쪽으로 돌아 나가면 화장실이 나왔고, 화장실 뒤켠엔 연탄창고가 그리고, 그쪽에 또 하나의 출입문이 있었지요.
그 당시 부엌 달린 방 하나를 세놓았었는데, 그 방 사람들은 그 문을 통해 화장실을 다녔었습니다. 저는 화장실에 가는 것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깊고 깊은 화장실 바닥도 무서웠고, 또 그 속에서 온갖 색깔의 화장지를 발견하노라면 빨간손이나 파란손이 되어 올라올까봐 겁도 났구요.
게다가 이런 무서움을 가까스로 참고 볼일을 보고 있는데, 앞도 아닌 뒤쪽에서 노크소리가 날때면 거의 실신할 지경에까지 이르렀지요. 그래서 저는 어린 동생을 보초로 세워 놓기도 했습니다.
저는 동생을 붙들어 놓기 위해 온갖 사탕발림을 해야했지요. “언니가 이따가 종이인형 많이 그려줄게. 그리고 쫀드기도 사줄테니까
가만히 좀 있어봐” 이 방법이 안통하면 반 협박조로 변해버립니다.
“그럼 밤중에 니가 화장실 올 때, 그때는 언니가 안따라 가줄거야!”
그럼 마지못해 따라나서는 동생이었죠. 그런데 동생은 꼭 깜깜한 밤에
화장실을 가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엄마가 따라가 주었지만, 재미있는 연속극에 빠져 있을때는 꼭 저를 대신 보내셨지요. 사람마음이 간사해서 나를 따라와준 것은 금방 잊어먹고 재밌는 연속극을 놓치는것이 어찌나 안타깝고 귀찮던지요. 특히나 가을밤엔 귀뚜라미가 발등을 타고 올라오곤 해서 곤욕이었습니다. 한번은 동생이 틀린 문제를 검토한답시고
시험지를 들고 화장실에 갔다가 놔두고 오는 통에, 밤새 화장실에 간 누군가에 의해 그 시험지는 무참히 찢겨진 일이 있었죠. 이젠 옷에 냄새가 밸 일도, 누군가 밖에 보초 세울 일도 없게 된 우리화장실. 재미없습니다. 5촉짜리 전구가 달린 그 빨간 화장실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납니다.
신청곡: Not going anywhere / Keren Ann 이스라엘 출신의 여성 팝 가수 '캐런 앤'의 2004년 작품.
하윤진 - 홍자두 - 남편이 퇴근해 들어오는데 손에 검은 봉지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열어 보니 잘익은 큼직한 자두가 들어 있었습니다. “어머.. 자두 비쌀텐데.. 얼마 주고 샀어?” “열 개 오천원줬어..”
“에미.. 차라리 참외를 사오지. 요즘 참외 열 개 오천원이면 사는데.. 벌써 크기가 세배나 차이나잖아.” 그랬더니, 남편은 제 잔소리가
싫었던지 고개를 흔들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가 자두에 한이 맺혀서 그런다. 왜?” 그러면서 자기 옛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어릴 적 남편은 여름 제철 과일들을 정말 한번도 제대로
된것을 먹어 본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열명의 대식구를 거느린 어머님께서는 과일을 살 때도 식구수를 생각해 항상 박스채로 사셔야 했는데,
그 박스를 열어 보면 흠집이 나고 약간 썩은 것들이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달콤한 자두를 좋아 했던 남편은 그 박스에서 맛있는 자두를 눈씻고
찾을래야 찾을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친구집에 가서 자두를 얻어먹게되면, 앉은 자리에서 다섯 개, 여섯 개도 먹어 치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별명이 홍자두였다고 합니다. 시어머님은 그 상한 과일들을 잘 씻어 다듬고, 도려내서 자식들에게 먹였다고 하는데요. 남편은 제대로 된 과일을 먹어 보지 못한 어린 시절을 투정부리지만, 저는 어머님이 그 상한
과일을 드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과일을 좋아 하지 않는다’며 아직도 과일을 손수 사다 드시지 않는
어머님... 몸에 좋은 과일을 돈 아낀다고 드시지 않는 것은 아닌지...
내일은 남편이랑 싱싱한 과일을 많이 사서 어머님 냉장고에 채워 드리고 와야 겠습니다. 신청곡: Season In The Sun / Clementine 프랑스 출신의 팝 재즈 여가수 '끌레망띤'의 2004년 리메이크 곡으로 경쾌하면서도 정겨운 보컬 톤이 인상적인 노래.
유덕진
- 아름다운 시간, 아름다운 사회 -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추운 날 밤, 한 노인이 경찰에 체포되어 부들부들 떨면서 들어왔다. 얼마 후, 그 노인은 남의 물건을 훔친 죄로
법정에 섰다. 판사는 노인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 "무엇을 훔쳐습니까" "빵 한 조각을 훔쳤습니다."
"왜 훔치려고 했습니까' "수중에 돈은 없고 배는 고파서 할 수 없이
훔치게 되었습니다." 노인은 천장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윽고 판사는 판결을 내렸다. "노인이여 ,법은 법입니다. 노인에게 10달러 벌금 형을 내리겠습니다. 그리고 이 노인으로 하여금 빵을 훔치게 만든
이 시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벌금을 내야 합니다. 저는 10달러, 그리고 이 재판정에 앉은 여러분은 50센트씩 내십시오.'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면 이웃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외된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소년소녀 가장,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병때문에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
저는 이같은 내용을 보면서, 어쩌면 그들이 겪고 있는 삶의 고난이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에게 얼마간의 벌금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름날 햇살만큼이나 아름다운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신청곡- Back At One / Brian McKnight 미국 출신의 리듬 앤 블루스 가수 '브라이언 맥나잇'의 1999년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2위 기록.
박나림의 차 한 잔 하시죠
백승희 님 사연
한오순 - 사랑스런 도둑 - “엄마 식사는 하셨어요? 식사 안했으면 시장가서 칼 국수 한그릇 먹으러가요~~”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냉장고 문을 열어보며, 며느리는 수다스럽게 조잘 조잘거립니다. "이번엔 또 뭐가 필요해서 그러니?"
"어.. 엄마 참기름 좀 짜둔거 없어요? 살려고 보니까 너무 비싸서 못사겠더라.. 고추 가루도 있으면 좀 줘요. 김치는 안담궜어?"
"며느리가 아니구 아주 도둑이구나 도둑.."
며느리는 늘 몰래 몰래와서 제 살림들을 훔쳐갑니다.
참기름, 고춧가루, 갓담은 김치 등,, 있으면 통째로 한통을 다 가져가버리고 전화가 오지요. "엄마? 내가 김치한통 가져갔어요. 이번김치는 아주 맛있게 담궈졌네.
히히.. 그리구 서랍에 봉투하나 있을거예요~”
전화를 끊고 서랍안을 보니 며칠 전 시장가다가 찍은 스티커 사진을 열쇠 고리로 만들어서 넣어놨둬라고요. 전 혹시나 용돈 주나 싶어 했던
마음이었는데 그걸 보고 홀로 박장대소를 터뜨릴수밖에 없었죠. 요즘은 아이를 가져서 그런지 갓담은 김치가 땡긴다며, 집에 들어서자마자 냉장고를 뒤져서 훔쳐가는 도둑이지만, 아주 사랑스런 도둑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며느리.. 우리 집 살림 다 훔쳐가도 좋으니
예쁜 아이를 낳아서, 지금의 아름다운 순간보다 더 아름다운 가정을 꾸려나갔으면 하는 엄마의 바램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신청곡: Quando Quando Quando(언제가 될 런지 말해주세요) / Engelbert Humperdinck 영국 출신의 팝 가수 '잉글버트 험퍼딩크'의 1968년 곡으로 인기 차트와 상관없이 국내에서 히트한 노래.
김미정 - 2000년 가을... - 현주야... 세상은 너무 대단한 것 같다. 누군가가 죽어가도,
생명을 마치는 순간에도, 또 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에도 세상은 정말 끄떡 없더라. 니가 떠나던 날 맞이한 신입생들은
이제 어엿하고 아름다운 여고생이 되었다. 아마 니가 강가에 뿌려지면서 너의 착한 영혼들이 날 지켜 주었나 보다. 아이들은 너무나 착하고 예쁘다.
나의 아이들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세세한 것 까지도 서로 배려하고 챙겨준다. 옛날의 너처럼...
너는 우리와 마지막 밤을 함께 했던 선생님도 만났겠구나. 내가 선생님을 얼마나 원망하면서 지독하게 방황했었는지 꼭 말씀드려라. 이 세상에다 길도 찾을 줄 모르는 제자를 버리고
무책임하게 홀로 떠나는 것이 남겨진 제자에겐 얼마나 혹독한 일이지를... 난 너무나 많은 순간 너를 생각하지만 또 너무나 많은 순간 너를 잊고 산다.
다만 지치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때마다 너를 생각한다. 그것이 일이든 사람이든 단 한번도 포기하지 않던 너의 삶의 자세를...
현주야. 서른 살의 생애동안 니가 나에게 준 것은 백년의 세월보다 깊고 큰 것이었다. 니가 내게 주고 간 숙제가 무엇인지 나는 안다.
니가 남들에게 했던 것의 천 분의 일이 될지, 만분의 일이 될지 모르지만 니가 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안아주는 큰 가슴이 되려고
노력할게. 그곳에서 행복해라. 너무 일찍 그곳으로 떠나신 아버지와 선생님과 함께... 신청곡: Try To Remember / Nana Mouskouri 그리스 출신의 팝 가수 '나나 무스쿠리'의 1969년 리메이크 곡으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선율과 보컬톤이 멋진 하모니를 연출.
2007-07-1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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