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95 화 - 내 인생을 빚지다
(M) 주제음 기적
/ 김동률+이소은
남 이십 대에 꿈꿨던
삼십 대의 나는
주말이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예쁜 아내를 고급 세단에 태우고
어디론가 훌쩍
드라이브를 떠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서른 하고도 네 살이 더해진 지금
나에겐 예쁜 아내와 고급 세단은커녕
주말에 만날 여자친구조차 없다.
게다가 며칠 전엔
나의 애마였던 고물 소형차까지도
카드빚을 갚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팔아야 했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이뤄놓지 못했다.
(M) Creep
/ Radiohead
(E) 전화벨 소리 (벨소리 1)
남 여보세요?
여 (카랑카랑한 목소리) 김봉덕 고객님 맞으시죠?
여기 에이치비카든데요.
지난 달 카드 값이 아직 입금이 안 됐는데..
남 (귀찮은 듯 말 가로채는) 아~ 지금 바쁘거든요!
나중에 갚을 테니까... 이만 끊겠습니다.
여 잠깐만요, 나중이 아니라 오늘 꼭 입금해주셔야 돼요!
안 그러시면 저희도 법적 대응 조치를...
남 아 글쎄 알았다니깐요.
여 (날카롭게) 알았다고 말씀하신 지가 벌써 며칠째거든요!
남 아~ 정말 이 여자가 아침부터 전화해서 사람 열받게 하네.
이런 전화를 꼭 남 출근하는 아침부터 해야겠습니까?
여 아니 제가 꼭두새벽부터 전화를 한 것도 아니고
누군 아침부터 이런 전화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세요?
남 빚을 받아내고 싶으면...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지 말이야.
안그래도 바쁜 아침에...
여 예의요? 전 지금 최대한 예의를 지켜 제 일을 하고 있는 것
뿐이거든요!
남 아니 지금 이 여자가 누구한테 화를 내는 거야... 나 고객이야.
고객이 카드 빚 좀 밀렸다고 우습게 보이나본데...
너 내가 녹취해서 컴플레인 거는 수가 있어!
여 그쪽이야 말로 아까부터 예의없이 사람 말 다 잘라먹고
반말까지 하시는데...
(E) 이 때 다른 핸드폰에서 전화벨소리 울리는 (벨소리 2)
남 잠깐만요, 저 지금 회사에서 전화 오니까 나중에 얘기합시다.
여 어쨌든 돈은 꼭 오늘까지 입금해주세요.
안 그러면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E) 전화 뚝 끊기고
(E) 벨소리 2 계속되다가
남 네, 김봉덕입니다. 아니요 제가 방금 통화중이라서..
죄송합니다. 네 곧 가겠습니다.
남 내겐 핸드폰이 두 대다.
외근이 많은 나의 회사에서는
업무용 핸드폰이란 걸 나눠주고 직원들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쓴다.
가끔 그 전화기를 꺼놓아야 할 때를 대비해
난 또다른 핸드폰을 장만해야 했다.
두 녀석은 쉴 새 없이 울려대지만
정작 반가운 전화는 한 통도 오지 않는다.
하나는 회사에서 채운 족쇄에 불과하고
또 하나는 늘 카드빚 독촉 전화만 빗발친다.
(M)
Money / Pink Floyd
(E) 전화벨 소리 (벨소리 2)
남 여보세요? 응, 덕구야. 잘 지내냐?
뭐? 소개팅?
야, 내 지금 상황이 소개팅 하고 그럴 때가 아니야.
그런 게 좀 있어.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천천히... 뭐? 이뿌다고?
김태희 플러스 전지현? 그렇게 이뻐? 야, 날 잡아라.
언제는 언제야, 무조건 그 여자 편한 시간으로 잡아.
그래 임마, 너밖에 없다.
남 오랜만에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내게 여자친구는 사치란 걸 알지만
김태희 플러스 전지현이 나온다는데...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최대한 있어 보이는 차림을 하고
기대 반 두근거림 반으로
약속 장소를 향한다.
(M)
러브 러브 러브 / 에픽하이
(E) 카페 소음
(E) 조용한 음악 & 찻잔 내려놓는 소리
남 듣던 대로 정말 미인이시네요.
여 (여성스럽고 조용하게) 아... 별말씀을요.
그쪽도 사진보다 실물이 나으신데요.
남 아휴 게다가 사람 볼 줄도 아시고... 하하...
여 (웃음)
남 근데 전 그 쪽이 아니라 김봉덕 이라고 합니다.
여 김봉..덕..?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같은데...
남 제 이름이 뭐 아주 흔하진 않지만 종종 있더라구요.
은서씨라고 하셨죠? 무슨 일 하세요?
여 아... 금융계통에 있어요.
남 그럼... 은행원이에요?
여 네? 네.. 그냥 뭐 관리직이죠. 관리직.
남 아~ 관리직! 사람들 관리하는 게... 쉽진 않죠?
여 그러니까요. 아침마다 전화해서 그렇게 닥달을 하는데도...
남 네?
여 아니 그니까.. 가끔씩은 직원들 모닝콜도 해주고...
제가 워낙 사람들 챙기는 걸 좋아하다 보니...
남 아... 은서씨 동료들은 좋겠다.
아침에 은서씨 목소리 들으면 기분 정말 좋아질 것 같은데...
여 (웃음) 그럼 봉덕씨도 모닝콜 해드려요?
남 모닝콜도 좋구... 저두 은서씨가 좀 관리해 주시면 안 될까요?
여 네?
남 청순하고 여성스럽고 고상하고
게다가 착하기까지 한 그녀는
그동안 내가 찾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드디어
나의 이상형을 만난 것 같다.
(M) For The
First Time / Kenny Loggins
(E) 전화벨 소리 (벨소리 2)
남 (약간 졸린 목소리) 여보세요?
여 저에요. 은서.
남 어! 이렇게 일찍 웬일이세요?
여 모닝콜이에요... 혹시 제가 너무 일찍 깨웠나요?
남 아... 아니에요.
와~ 전 그냥 무심코 뱉은 말이었는데
아무튼 이렇게 아침부터 은서씨 목소리 들으니까 너무 좋네요.
덕분에 오늘은 회사 지각 안하겠는걸요!
여 (웃음) 출근 잘 하세요.
남 네! 은서씨도 좋은 하루 보내요.
남 그녀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날아갈 듯한 마음으로
출근을 하고 있었다.
왠지 이번엔
예감이 좋다.
그런데 잠시 후...
(E) 전화벨 소리 (벨소리 1)
또 다른 핸드폰에서 요란스런 벨이 울려댄다.
남 여보세요?
여 (목소리 방금 전과 확 바뀐 상태) 여기 에이치비카든데요.
남 아~ 또 당신이야? 아니 아침부터 전화하지 말라니까
이 여자 말 참 안 듣네.
여 저두 아침부터 그쪽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한 건 아니구요
돈을 아직도 입금을 안하셨던데...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정말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 아니... (약간 비굴하게) 나두 돈 갚고 싶죠.
그런데 당장은 없는 걸 어쩌겠어요?
아무튼 며칠만 더 기다려주세요. 네? 며칠만요.
여 정확하게 며칠에 갚으실지 날짜를 말씀하세요.
남 아~ 너무 그렇게 빡빡하게 굴지 말고... 며칠만 시간을 좀 주세요.
여 그럼 3일만 시간 드리겠습니다.
남 주는 김에 이틀만 더 쓰지.
여 이것도 많이 양보 한겁니다. 3일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남 3일 후면 다른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일단 이쪽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도 같다.
내 인생... 참 비참하다.
(M) Donna
Donna / Joan Baez
남 오늘은 그녀와 만난 지 백 일째 되는 날
돈은 없지만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카드로라도 작은 선물 하나 사줘야겠다.
(E) 백화점 소음
여 백화점엔 갑자기 왜?
남 응... 너 가방 하나 사주려구. 전에 보니까 너무 낡았더라.
여 (감동) 자기야...
남 어! 이건 어때? 심플한 게 자기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여 응.. 괜찮네. 근데... 하... 이거.. 너무 비싸다.
남 얼... 얼만데?
여 이백 삼십만원.
남 (echo) 이백삼십이면 지금 내 빚의 원금 10%는
갚을 수 있는 돈인데... 아휴...
여 너무... 비싸지? 그냥 다른 거 좀 더 보자.
남 아... 아니야. 자기 맘에 들면 이걸로 사.
내가 자기 위해 그 정도도 못해주겠어?
여 난 자기가 사주는 거면 뭐든지 맘에 들어. 비싼거 아니어두 돼.
남 에이... 그래도 이왕 사는 거 좋은 걸루 사야지.
대신 너 평생 들고 다녀야 해! 내 생각 하면서...
여 알았어. 그럼 나 이걸로 할래.
남 어... 그렇게 해.
여 고마워, 자기야. 아, 계산은 저쪽이야...
남 응.
(E) 걸어가는
남 여기 계산 좀 할게요.
(목소리 낮춰서) 삼십 육개월로 해주세요.
남 계산을 하고 돌아서는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다음 달이면 또다시 독촉전화에 시달릴 텐데...
이왕 이렇게 된 거
평생을 위한 작은 투자라고 생각하자.
은서는 곧 내 여자가 될 테니까.
(M)
사나이 가는 길 / 젝스키스
(E) 레스토랑 소음
(E) 포크 부딪히는 소리, 음식 씹는 소리
여 자긴 카드빚 같은 건 없지?
남 (물 먹다 사래 들리는)
여 자기야, 괜찮아?
남 응... 괜찮아. 근데 갑자기 그건 왜?
여 아니... 아까 자기 카드로 계산하는 것 같길래.
난 카드 쓰고 안 갚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거든.
가끔씩 아주 끝까지 버티고 질긴 사람들이 있어.
그런 사람 얼마나 스트레슨지 몰라.
남 그.. 그런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거야.
근데... 니가 왜 그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아?
어차피 남 일인데...
여 아.. 아니.. 요즘 우리 회사 동료 하나도
카드회사에서 맨 날 독촉전화가 오는데
아주 징하게 안 갚는 모양이더라구.
행여나 그 남자랑 결혼하는 여자 있으면
내가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더라니까.
남 에이... 그 남자가 원래 나쁜 사람이라 그런 것도 아닌데
너무 그러지 마라.
여 그래도 그런 버릇은 안돼!
왜 남의 돈을 갖다 쓰고 제때 제때 안갚냐...
이해가 안돼, 정말...
남 그녀가 무심코 던진 말이
내 머릿속에 남아 계속 반복된다.
그녀가 만약
내가 바로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라는 걸 알면
나를 떠나려 할까?
(M)
사랑하면 할수록 / 한성민
-------------------------1부 끝 ----------------------
(E) 전화벨 소리 (벨소리 1)
남 여보세요?
여 이보세요! 지금 끝까지 가보겠다는 거에요 뭐에요?
남 아... 제가 이번달엔 다른 카드가 정지가 되는 바람에...
좀 있어야 되는데...
여 그런 핑계는 됐구요
자꾸 이러시면 회사로 찾아가서 드러눕는 수가 있거든요.
남 아.. 알았어요. 알았어. 마음대로 하세요.
남 스토커보다 더 질기고
미저리보다 더 끔찍하다.
목소리로 봐서는 분명 얼굴은 더 끔찍할 것 같다.
잘못하다간 조만간 그 여자의 얼굴을 볼 생각을 하니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M) 돈타령,
돈노래 / 개구장애
(E) 공원 (물소리, 가끔씩 새소리,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
여 이렇게 자기랑 있으니까 너무 좋다. 내가 꿈꾸던 주말이야.
남 나두... 가방 진짜 이쁘다. 자기가 갖고 있으니까 더 비싸 보여.
여 그럼~ 누가 사준 건데... 고마워 자기야.
남 뭘 그 정도 가지구... 은서야...
여 응?
남 너 혹시... 돈 좀 가진 거 있니?
여 돈? 갑자기 왜?
남 아니... 갑자기 좀 필요한 곳이 있어서...
이유는 묻지 말고 빌려주면 안 될까?
여 난 아무리 친한 사이, 아니 가족간이라도
돈거래는 안해야 한다고 생각해. 서운하다고 생각하지 마.
남 응, 서운하긴.
여 무슨 일인데 그래?
남 아니야. 내가 꼭 필요한 건 아니구...
절친한 친구 녀석이 좀 어려운 상황이라서...
남 그녀가 날 얼마나 믿는지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차가웠다.
(M) 돈돈돈
/ 원타임
(E) 커피숍 조용한 음악, 물 따르는 소리
여 우리 부모님이 자기 보고 싶어 하셔.
내 나이도 있고 해서 결혼 서둘렀으면 하시거든.
남 어... 그래?
여 언제 시간 좀 낼 수 있겠어?
남 음... 글쎄...
여 어.. 싫은가부네. 부담스러워?
남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구...
여 근데 자기 표정이 왜그래... 아주 곤란한 표정인구만.
남 아니야... 요즘 회사일이 좀 바빠서 언제가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어.
다음주 주말이면 괜찮을 것 같다.
여 알았어.
남 그녀의 부모님을 만나고 나면
곧 결혼 이야기가 나올 텐데...
당장은 그럴 수 없는 처지다.
내 사정을 그녀에게 솔직히 고백해볼까?
그래도 그녀가 내 진심을 받아줄까?
(M)
사랑합니다 / 팀
남 그녀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길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난 아직도 오늘 만남을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E) 전화벨 소리 (벨소리 1)
남 여보세요?
여 고객님, 또 약속을 안지키시는군요.
남 안그래두 사람 심란해 죽겠는데...
제가 지금 중요한 약속 때문에 누굴 좀 만나러 가는 길이니까...
나중에 통화합시다.
여 저도 중요한 일 없어서 이러는 거 아니구요.
분명히 오늘까지 마지막 기회를 드렸지 않습니까?
저희 쪽은 이미 법적인 조치를 취할 준비를 다 해뒀으니까요.
뭐 더 이상은 저도 전화하는 일 없을겁니다.
남 아니 무슨 사채도 아니고...
물귀신마냥 이렇게 사람 괴롭혀도 되는 겁니까?
아예 신체포기각서도 받으러 다니지 그래요?
여 뭐라구요? 지금 신성한 금융기관을 어디 사채와 비교를 하십니까?
남 그렇게 자꾸 사람을 궁지로 몰고 하니까
카드빚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러는겁니다.
여 아니 지금 누가 누굴 협박하시는 거에요?
남 그렇게 통화를 하며 걷고 있는데
수화기 건너편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소리가 바로 앞까지 들렸을 때
수화기를 든 은서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은서와 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M) 더티캐쉬
/ 빅뱅
(E) 거리 소음 & 차 소리
여 설마... 동명이인인줄 알았는데
전화번호도 다르고 해서 정말 같은 사람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그 김봉덕이 자기였단 말이야?
허.. 세상에...
남 너 관리직이라며... 정확히 카드회산지 뭔지도 얘기 안했잖아.
매일 아침 미저리처럼 전화하던 카드사 직원이
바로 너였단 말이야? 허.. 참...
여 뭐? 미저리?
남 너 그 동안 완전 가식이었구나? 어떻게 그렇게 목소리며 말투며
딴판일 수가 있어. 와... 이거 진짜 속았네.
여 내가 할 소리. 난 당신이 자기관리 하나도 제대로 못해서
카드 빚에 허덕이는 신용불량자였으면 일찍이 안 만났어.
남 그러시겠지. 그럼 이제라도 안 만나면 될 거 아니야!
나 이런 놈인 거 알았으니까.
여 진짜 다행이네 부모님 만나기 전에 알게 됐으니...
여기서 끝내면 되겠네.
남 아이구 그래 좋아. 너처럼 무서운 여자 누가 더 만나준대?
남 그렇게 난 은서에게
내 밑바닥까지 들키고 말았다.
그렇게 우린 헤어졌다.
(M) 잊을 수
없는 너 / 최재훈
남 은서와 헤어진 것을
난 곧 후회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사랑이 변한 것도 아닌데
이런 일로 헤어져야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난 도무지
은서에게 다시 연락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빚 독촉 전화를 거는 여자도
이제는 바뀌어버렸다.
그렇게라도 한번쯤
은서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남 그러던 어느 날,
(E) 전화벨 소리 (벨소리 2)
남 여보세요?
여 나야.
남 은서야...
여 응. 잠깐 만나.
남 어, 그래. 내가 그리로 갈까?
여 그럴 필요 없어. 늘 만나던 커피숍에서 7시에 봐.
남 뜻밖에도 은서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이 기회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라도
은서를 붙잡아볼까?
(M) 너의 뒤에서
/ 박진영
(E) 조용한 음악, 커피 젓는 소리만 계속되는
남 그 동안... 잘 있었어?
여 응.
남 카드 빚은 곧 갚을게.
여 이제 그런 건 나랑 상관없고 이거 돌려주려고 만나자고 했어.
이 가방 팔아서 카드 빚이나 갚던지 해.
아니 백화점에서 샀으니까 아직 한 번도 안 맸다고 하면
잘 하면 환불해 줄지도 몰라.
남 은서야...
여 능력도 안 되면서 이딴 가방 사줄 생각을 다 하다니...
당신 참 대책 없는 사람이다.
남 모르겠니? 난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너한테는 좋은 것만 해주고 싶었어.
여 난 할 말 다했어. 먼저 일어날게.
남 은서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너 속인 것도 미안하고
대책 없이 산 것도 미안해. 그러니까 나 한번만 봐주라. 응?
여 나 당신 얼굴 다시 보고 싶어서 보자고 한 거 아니야.
가방 볼 때마다 당신 생각나는 거 싫어서
그래서 보자고 한거야.
팔아서 빚을 갚던지 말던지는 알아서하고
우린 더 이상 보지 말자.
남 나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제 진짜
완전한 이별이 온 듯 하다.
(M) Let Me
Say Goodbye / 바비킴
남 웬일인지
이젠 독촉 전화도 걸려오지 않는다.
법적 조친지 뭔지...
아무래도 드디어 올 것이 온 것 같다.
내 인생... 이렇게 종치는 건가?
그런데 정말 이상하리만큼 잠잠하다.
카드 회사가 망한 건 아닐까?
그럼 은서도 일자리를 잃게 된 건 아닐까?
(M) 겁쟁이
/ 버즈
(E) 전화 신호음 가는
남 여보세요? 저 김봉덕이라고 하는데요.
저... 혹시 그 회사 망한 거 아니죠?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빚이 있었는데
요즘 전화가 안와서...
아 카드번호가요 999-706-3171-76...
(잠시 있다가) 네? 갚았다구요? 아니 누가요?
남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
그 많은 돈을 누군가 갚아버렸다.
내 카드번호를 아는 사람은 은서뿐이다.
(E) 거리 소음, 봉덕 뛰어가는
남 은서야!
여 어.. 봉덕씨.
남 너 맞지? 내 돈 갚은 사람.
여 ....
남 야, 그 큰 돈을 어떻게... 왜 그랬어...
여 하루만 더 있음 당신 고소당할 뻔했어.
남 은서야...
여 당신 나한테 큰 빚 졌으니까
그 빚... 평생 살면서 나한테 갚아. 알았어?
남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흘긴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M) 사랑스러워
/ 김종국
남 그 후로 3년이 지난 지금
난 은서와 결혼을 했고
우리에겐 은서를 닮은 예쁜 딸도 생겼다.
은서는 더 이상
청순하고 여성스럽고 고상하지 않다.
(E) 현관문 열었다 닫히는 소리
여 (앙칼지게) 여보! 이리 좀 와봐. 이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카드 값이 어쩌다 이백만원이나 나와?
남 어.. 그거..
여 아휴~ 내가 진짜 못살아... 하루 이틀도 아니구 허구헌날...
카드값이 이게 뭐야 대체?
남 남자가 밖에 나가서 일하다가 술이라도 한 잔 하고 그러면
그럴수도 있지.., 뭘 그런 걸로 넌 맨날 날 못잡아먹어서 안달이냐?
여 뭐라구? 아휴~ 속터져.
그때 내가 알았어야 하는데...
으휴~ 내가 미쳤지 진짜...
남 야! 그만해... 나 그 때의 악몽이 되살아나거든.
이젠 카드회사에서 전화 안 받아서 살 것 같은데
집에서 마누라한테 시달려야겠냐?
여 당신 월급으로 이거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남 그래서 내가 12개월 할부로 끊었어.
여 뭐? 그걸 지금 잘했다고 하는 소리냐! 으이구...
남 내가 진 빚을 평생 갚아주려
그녀와 결혼을 했지만
아무래도 난 평생 그녀에게
빚을 지고 사는 것 같다.
그래도 은서가 있어
내 인생 오늘도 쨍하다.
M Thing
/ Robbie Williams
2007-07-0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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