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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31일 목요일 음악 에세이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90화 - 내 남자의 여자


(M) 주제음 :  어쩌다가 / 예인 & 손호영


(E) 전화벨

여     여보세요?

남     (힘없이)나야.

여     어떻게 됐어? 붙었어?

남     ... 떨어졌어. 미안해 여보.

여     또? (한숨) 내가 정말 못살아.

        당신 그동안 놀면서 뭐했어? 준비를 제대로 하긴 한거야?

남     한다고 한건데...

여     회사 사람들이 남편 요즘 뭐하냐고 물어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창피한 줄 알아?

남     미안해... 그래도 탈락자 중엔 내가 1순위래.

        혹시 자리가 또 생기면 그 땐 제일 먼저 나 불러준다고 했어.

여     그건 그냥 하는 소리지. 바보같이 그걸 믿어?

        (한숨) 내가 정말 당신땜에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어 진짜...

남     미안해 여보.

여     그놈의 미안해 소리 좀 그만해!

(M)  그만해 / 수


여     훤칠한 외모에.. 

        자상한 목소리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고 착하기만 한 내 남편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은

        바로 능력이다.

        다니던 직장도 변변치는 않았지만

        그곳에서마저 명예퇴직을 당한 이후

        벌써 2년 째

        그는 취업준비중이다.

        그런 남편을 대신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난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한다.

(M)    Life for Rent / Dido  


(E) 문 여닫는 소리

남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와?

여     아~~ 하루 종일 말을 너무 많이 했더니 피곤해 죽겠다.

남     그렇게 일이 많아?

여     새로운 프로젝트 떨어졌어. 기획부터 이벤트까지 내가 다 책임져야해.

        당분간 좀 바쁠 것 같아.

남     당신네 회사에선 당신 혼자 일하냐?

여     나 아니면 이번 일 맡길 사람 없다는데 어떡해.

남     그래도 그렇지... 애 딸린 주부를

        맨날 이시간에 퇴근시키는 회사가 어딨어?

        당신은 애가 하루종일 뭐하면서 보내는지 알기나 해?

여     누군 애가 하루종일 뭐하는지 안 궁금한 줄 알어?

        내가 누구 땜에 지금 이러구 사는데...

남     .........

여     나는 뭐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 써가며

        집에서 맛있는 음식 해놓고 남편이랑 애 기다리며

        그렇게 살기 싫은 줄 아냐구!!

남     나도... 노력하고 있잖아.

여     내가 볼 땐 당신 노력 별로 안 해.

남     ......여보

여     맨날 책상에 코 박고 있다고 그게 노력은 아니잖아!

남     그래. 미안해... 더 열심히 할께.

여     그노무 열심히 한단 소리.. 백만번은 들었네.  

남     저기... (조심스레) 힘들었지? 내가 어깨 좀 주물러 줄까?

여     됐어.

남     그러지 말고 이리와 봐.

        아휴~ 이 어깨 뭉쳐있는 거봐.

        당신 스트레스 많이 받나부다.

         

여     이토록 자상하고 착한 사람인데...

        가끔은 이런 남편의 행동조차

        내게 아무런 위로가 되어주지 못한다. 

(M)   착한 남자 / 홍종명


(E) 거리 소음

여     (회사에서 걸어 나오는데)

남     여보!

여     어! 당신... (주변 눈치 보는 듯이) 회사까지 왜... 뭐 급한 일이야?

남     기쁜 소식이 있어.

여     기쁜 소식?

남     나... 취직됐어.

여     정말? 이력서 냈단 말 없었잖아.

남     응... 그냥 또 안 될까봐...

여     (기대에 차서)어떤 일인데?

남     응.. (자랑스러워서) 외부영업직이긴 한데...

여     아.... 

남     왜? (조심스레) 싫어?

여     아니야. 축하해 여보. 일단 회사 앞에서 이러지 말구.. 가면서 얘기해.

남     어... 그래.


여     남편은

        서운함이 역력한 눈빛을

        내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저만치 앞으로 걸어간다.

(M)  Do You Have a Little Time / Dido

         

여     서로의 마음을 알기에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우리는 외식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계산대에 선다.


(E) 급히 걸어 나오는

남     오늘은 내가 계산할게.

여     됐어. 당신이 무슨 돈이 있다고.

남     나 취직됐잖아. 내가 사주고 싶어서 그래. (하며 카드 꺼내는)

여     그 카드 내 통장에서 돈 빠져나가잖아.

남     아... 그런가?

        그럼 현금으로...

(E) 지폐 꺼내고, 동전 짤랑거리는 소리

여     그냥 그 카드로 해. 나중에 당신이 내면 되잖아.

남     어, 그래.


여     오랜만에 남편이 웃는 얼굴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M)  Smile / Rod Stewart     


(E) 밥 먹는 소리

여     일은 재미있어?

남     응... 좋아.

여     힘들지 않아?

남     힘들긴... 당신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제부턴 내가 당신 호강시켜 줄게.

여     치... 그 월급으로 호강 꽤나 하겠네.

남     물론 당신 버는 거에 비하면 우습겠지만

        그래도 나 이달의 우수사원으로 선정까지 됐어.

여     정말?

남     그럼!

여     참.. 여보.. 이번 주 금요일에 우리 회사에서 주최하는

        이벤트가 있는데...

        거기서 내가 그동안 준비해왔던 프로젝트 발표도 진행될 거고...

남     응... 근데?

여     당신이 같이 참석해줘야 할 것 같아. 이벤트가 부부 동반이거든.

남     아... 그래?

여     응. 올 수 있지?

남     그럼~ 누구 명령인데...


(M)   Loving You / 신승훈


(E) 백화점 소음

남     뭘... 옷까지 사.

여     그래두... 사람들 앞에 가는 건데...

        (조금 멀리에 대고) 여기요, 감색 정장 다시 한번 보여주세요.

남     (헉 놀라며) 여보.. 이거 너무 비싸.. 70만원이잖아.

여     괜찮아. 어차피 정장 한벌은 있어야되구.... 이걸로 주세요.

남     구두까지 샀는데... 돈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냐?

여     괜찮다니까. 


여     남편은 내내 불편한 표정이었다.


(E) 걷는 소리

남     당신... 내가 초라해 보일까봐 그래?

여     응? 뭐가...

남     그래서 옷이랑 구두랑.. 다 챙겨주는거야?

여     그렇다기 보단...

        어쨌든 오늘 우리 회사 사람들 처음 만나는 건데

        우리 남편 이렇게 멋있다..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

남     새옷이랑.. 새구두랑.. 있어야 내가 멋있어 보여?

여     왜 이렇게 삐딱해서 그래?

남     그냥 그렇네.

        당신이... 나를 그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걸..

        많이 신경 쓰여하는 것 같아서.

여     사실... 신경쓰이네. 사람 맘이 다 똑같지 뭐.

남     ......

여     더 솔직히 말할께. 나 사실은... 당신 사업한다고 그랬어.

남     사업...?

여     어... 미안해. 예전에... 당신 취직하기 전에...

        놀고 있다고 말하기가 그래서.. 그냥 얼결에 개인사업한다고 그랬거든

남     그랬구나...

여     누가 물어보면 대충 둘러대줘.

남     ..........그래 알았어.

여     .......미안.

(M)   I'm Sorry / 린


(E) 차 운전하고 가는 소리


여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남     ........

여     오늘 파티.. 재미 없었어?

남     아냐. 좀 피곤해서.

여     거기 등받이 뒤로 눕히고 좀 쉬어.

남     어...

(E) 의자 뒤로 제끼고

남     .......당신 오늘 참 멋지더라.

여     뭐가? 

남     그냥... 말도 참 똑 부러지게 잘하고...

        보는 사람마다 칭찬하고...

        내 와이프지만 정말 자랑스러웠어.

여     뭘... 

남     그런 당신한테 내가 별로 어울리지 않는 남자라서 미안했구.

여     별소릴 다한다.

남     아냐... 오늘은 내가 당신 남편인 게... 미안하더라.

여     나는 있잖아...

        당신이 나한테 미안하다는 소리 할 때가 제일 싫어.

남     ........

여     사람이 자신감 없어 보이고.... 주눅 들어 보이고....

        괜히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

남     미안...(하다 멈칫)

여     또!!

        차라리 화를 내. 뭐라고도 좀 하고. 정말..답답해 죽겠어!

(M)   비련 / 서문탁


여     어느 날 부터인가

        남편의 귀가시간이 조금씩 늦어졌지만

        난 그가 바쁘게 일하는 게 뿌듯했다.

        사회생활 하느라 늦게 들어오는 남편

        그런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

        그게 어떤건지 느껴보는 것도

        내겐 새로운 재미였다.


(E) 과일 깎는 소리

여     요새 일이 많이 바뻐?

남     어..좀... 왜?

여     아니.. 많이 늦는 것 같아서... 

(E) 전화벨

남     여보세요? 네... 아 그래요?

여     누구야?

남     제가 곧 갈게요. 아니에요. 갈 수 있어요.

        네... 조금만 기다려요.


여     무슨 일이야?

남     응... 그냥 일 때문에 나 찾는 사람... 나 좀 나갔다 올게.

여     늦어?

남     응.. 먼저 자.


(E) 대문 열고 나가는 소리

(M)   Easy to Forget /  Lysdal


(E) 문자메시지 도착음

여     응? 급한 일? 갑자기 무슨 소리야?

(E) 전화하는

여     여보세요? 응 민주야. 급한 일이라는 게 뭐야? 

        니네 동네에? 글쎄.... 그쪽에 우리 남편이 갈 일이 뭐가 있겠어?

        마트에서 장을 봐? 야, 여자가 생기긴...!

        우리 남편이 그럴 위인이나 되냐?

        아유, 글쎄 그럴 리가 없다니까~~ 그래. 어쨌든 걱정해 줘서 고맙다.

(E) 전화기 내려놓고

여     하여간 기지배.. 오지랖도 넓어요...


여     애써 웃고 넘기려고 했지만...

        그러기엔 왠지... 찜찜했다.

        혹시.. 민주 말대로.... 남편에게 여자가 생긴 건 아닐까.

        되짚어볼수록 최근의 행보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M)   후애 / 양수경


                                        *2부가 계속됩니다

==========================================1부 끝



(E) 문 여닫는 소리

남     (들어오다가 깜짝 놀라) 어.. 당신 여태 안 잤어?

여     당신 어디 갔다 와?

남     어디 갔다 오긴... 일하고 오지.

여     이 시간까지 일하다 오신다?

        허... 요즘 아주 잘나가나부네. 당신 능력 있나봐?

남     응.. 이쪽 일이 내 적성에 딱 맞는 것 같애.

여     그러시겠지. 

        거짓말 하는 게 당신 적성에 딱 맞는 일인지는 처음 알았네.

남     무슨 소리야? 당신 오늘 왜 이래? 일하고 들어오는 사람한테...

여     지금부터 묻는 말엔 거짓말 하지 말고 대답해 줘.

남     왜....이래. 무섭게.

여     당신... 여자 있어?


여     픽하고 웃어주길 바랬다.

        당신 미쳤어? 이렇게 되물어주길 바랬다.

        아니면 화라도 내주길 바랬다.

        그런데..... 남편은....


남     어떻게... 알았어?


여     미안한 표정으로 내게 되묻고 있다.

(M)   미앤해, 용서해, 사랑해 / 빛과 소금


(E) 접시 쨍그랑 깨뜨리는

여     (바들바들 떨며) 뭐라구?? 어떻게... 알았냐구?

남     아무... 할 말이 없다 난.

여     뭐? 뭐 이 뻔뻔한 자식아? 할 말이 없어?

        미안해도 아니고, 죽여달라도 아니고. 할 말이 없어?

        그게 니가 할 말이야? 엉?

남     미안해라는 말 하지 말라며! 이제 그런 말 지겹다면서!

여     지금 나 놀려? 니가 사람이야? 너 짐승이야?

        짐승도 고마운 건 알아.

        이날 이때껏 집에 변변한 돈 한번 안 갖다주는 너 대신해서

        내가 뼈가 부서져라 일했어.

        그런데 이제 와서!!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웠나부다!

        남들 하는 건 너도 하겠다 이거야?

남     말이 심하잖아.

여     심해? 하! 내가 심해? 그래 나 심해...

        그러 넌 지옥에 떨어져 죽을 짓 한 건 아냐?

(M)   When You Told Me You Loved Me / Jessica Simpson


(E) 현관문 열고 나가려는 소리

(E) 뒤쫓아와 붙드는

여     가긴 어딜 가! 어디 가겠다는 거야! 그 여자한테 가려고 그러냐? 엉?

남     (떨리는 한숨 쉬고) 나 여기 있으면.. 당신 계속 이럴 거 아냐.

        애 듣겠어.

여     지금... 애가 듣는 게 무서워? 무서운 사람이 그런 짓을 했어?

남     그래. 나도 내가 잘못한 건 알아.

여     그런데!

남     이런 말이.. 당신한테 더 상처가 될 건 알지만...

        나는 그 여자가 정말 필요해.

여     .....뭐?

남     그리고... 그건 그여자도 마찬가지야. 날 진심으로 필요로 해.

여     그래서.... 하! 이혼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남     솔직히 지난 몇 달 간... 너무 괴로웠어.

        당신 속이는 것도 괴로웠고.. 당신한테 들킬까봐 겁도 났어.

여     (떨리는 호흡)

남     그런데 오늘 이렇게 다 알아버리고 나니까.. 오히려 맘이 편하네.

여     뭐가 어째?

남     진심이야. 이혼했으면 좋겠어 우리. 갈께.

(E) 현관문 열고 나가는

(M)  I Do / 더 원


(E) 까페 소음

남     당신... 우리 회사 앞에 처음 왔네.

여     그런 소린 듣기 싫고. 찾아온 용건 말할께.

남     그래...

여     난 이혼 안해. 누구 좋으라고 내가 이혼을 해?

        니들 둘이 아무 거리낌없이 잘살라고... 미쳤어 내가?

남     그게 우리 서로를 위하는 길이야.

여     웃기고 있네. 너 드라마 너무 봤구나?

남     당신은 나랑 못살아. 지금이야 고집 피우느라 이러지만..

        당신은 날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여     누구 핑곌 대!!!

남     .......

여     난 이혼 안해. 내가 왜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이혼녀 딱지를 달아?
        회사 안에서 이혼녀 보는 눈길.. 아직까진 그렇게 너그러운 것도

        아니고. 나 승진하는데도 지장 있을 게 뻔해.

남     그게 그렇게 중요해?

여     이게 안중요하면 중요한 게 뭐야. 가정? 당신한텐 가정이 그렇게

        중요해서 일을 이모양으로 만들었어?

남     그만하자

여     그만하긴 뭘 그만해! 난 하늘이 두쪽 나도 이혼 못해.

        그리고 그 여자 옆으로도 죽어도 못 보내!

        그러니까.. (울음 간신히 참으며) 내 옆에 있어.

        죽을 때까지.... 그 여자를 그리워하든가 말든가.....

        내 옆에 빈껍질 채로 있든가 말든가... 난 상관 안해.

        그러니까.... 아무데도 가지 마. 

(M)   어떤가요 / 박화요비


여     몸살 기운이 찾아왔다.

        휴가를 내고, 하루종일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끙끙 앓아 누워 있었다.

(E) 방문 열고 들어오는

남     괜찮아...? 민석이한테 전화 왔더라. 엄마.. 아프다고..

여     .......

남     여보.... 

여     내 걱정 하는 척 하지 마. 가증스러워.     

남     ........

(E)벌떡 일어나며

여     그래... 대체 뭐하는 여자야? 그 여자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

        나보다 예뻐? 나보다 돈 잘 벌어?

        하긴.. 당신 빌붙는 거 잘하니까 그 여자 돈이 나보단 많은가부네.

남     그런 거 아니야.

여     그럼 뭐! 뭔데!! 도대체!! 당신을 이렇게 미쳐날뛰게 한 여자가

        도대체 어떤 여잔데!!!!

남     그 여자... 불쌍한 여자야.

여     불쌍해? 그 여자가 아무리 불쌍해도... 지금 나보단 안 불쌍할거야!

        십오년을 당신이랑 같이 살다가... 이렇게 쓰레기처럼 버려진 나보단!!

        안 불쌍하다구!!!

(M)  세상은 나에게 / 오현란


여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남편은

        천천히 일어난다.


남     언제나.. 당신 앞에 올 땐.. 어떤 말을 하려고 많이 준비를 하는데...

        참 이상해. 이 앞에 오면... 아무 말도 생각이 안나....

여     ........

남     언젠가부터.... 당신 앞에만 서면...

        머릿속이 까맣게 되거나 하얗게 됐던 것 같애.

        당신이 날 몰아붙이거나.. 추궁하면...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는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고... 현기증이 날 것 같고....

여     이제... 내 핑계대는 방법도 가지가지구나.

남     그런 게 아니라..... (한숨) 아니다.

        당신이 어떤 요구를 해도... 다 들어줄께.

        위자료야... 얼마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볼께.

여     ........

남     민석이도 이제 철 다 들었더라. 아까 전화해선....

        엄마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면서.... 우리 이혼하면 자긴 엄마랑

        살거니까... 볼 생각 하지 말라더라.

여     .........

남     나도 괴로워. 당신이 싫어서가 아닌데.. 우리 민석이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닌데... 일이 이렇게 돼 버려서...

        두 사람 모두에게....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론 표현이 안될 만큼

        미안해...

(M)  I'm Sorry / Tim


여     남편은 집을 나가기 전...

        촉이 나간 화장실 전구를 갈아 끼우고

        베란다에 있는 화초들에게 물을 주었다.

        그때까지 울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있던 난...

        그날 밤....

        많이 울었다.

        남편이 없는 집이.. 너무 크고..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M)  내 잘못입니다 / 씨야


여     며칠 후....

        난 친구의 도움을 받아

        그 여자의 집 주소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곳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 여자를 만나면 어떻게 해줄까.

        독한 욕설을 퍼부어줄까.

        머리채라도 잡고 흔들어줄까.

        아니면.... 내 남편을 놓아달라고

        빌어라도 볼까....

        여러 가지 생각에 혼란스러웠고..

        또 무섭기도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과연 나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여자의 집은.. 허름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그녀의 집을 바라보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저 대문을 내 남편이 열고 들어섰겠구나...

        저 집안에서 내 남편이 다른 여자를 안았겠구나...

        그 생각만으로.... 머리를 깰 듯한 분노가 치밀었다.

        그런데.... 


(E) 대문 여는 소리


여     남편이었다. 


남     자... 여기 꽉 붙잡고... 으샤~ 됐다!!

        자 이제 나갑니다~!!

(E) 휠체어 바퀴 굴러가는 소리


여     그리고 

        그 여자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여자가 올라타 있는 휠체어도....

        남편은 조심스레 휠체어를 밀어주고

        여자는 그의 팔에 살며시 기대 편안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잠시 숨어서 멍하게 서 있다가...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그들을 따라간다.

(M)   끝난 뒤에 우리 / 서영은

        

(E) 휠체어 미는 소리

남     (멀리서) 이제 좀 덥다... 당신 땀띠 안 생기게...

        내가 날마다 씻겨줘야겠다.


여     남편은 하나부터 열까지

        그녀의 손과 발이 되어주었고

        그녀는 남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하나로 보였다.

        난 그들에게 방해되지 않는 곳으로 물러나

        한동안 그렇게

        내 남자와...

        그리고 내 남자의 여자를 바라본다.

        그 여자 곁에 있는 내 남자가

        처음으로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M)   슬픈약속 / 진정연


(E) 걸어오는, 새소리

남     (조심스럽게) 여보...

여     (여전히 냉정하게) 왔어?

남     어... 

여     앉어.

남     그래...

(E) 서류 꺼내는 소리

여     확인해 봐. 이혼서류야.

남     ..........!

여     당신 꺼만 찍으면 끝나.

남     여보... (뭐라고 하려는데)

여     위자료 따위 필요없어. 그냥 민석이 양육권만 주면 돼.

남     .....아니야.. 위자료는....

여     누가 당신 돈 같은 거 받고 싶대?

        나도 돈 충분히 벌 능력 돼.

        (애써 냉정하게) 나중에 손벌리지 말고, 당신이나.... 잘살아.

남     여보.... 

여     누가 당신 여보야? 난 이제 당신 부인 아니야.

        그 여자 남편 노릇이나 잘해.

남     ..........

여     그치만.... 민석이는 보고 싶을 때 보러 와.

        내가..당신 민석이 아빠노릇까지 못하게 할 권리는 없잖아.

남     ......고마워...

여     할 얘기 다 끝났으니까 가 볼께.

(E)또각또각 걸어가는


여     나는 왜... 

        내 모든 걸 다 주고도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했을까.

        나는 왜....

        한번도.... 그 얘기를 하지 못했을까.

        나도.... 당신이 필요하다는.... 그 얘기를....

        그 사람을 뒤로 하고 돌아서 걸어오는 하늘이...

        서럽게도 파랗다.

(M) 주제음



 





2007-05-30(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