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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4일 목요일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89  화 - 5월의 신부


(M) 주제음


여     여보~ 일어나!!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방바닥에 들러붙어 있어?

남     (부스스한 상태로)들러붙긴... 내가 껌딱지냐? 

여     밖에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

        자기 이쪽으로 이사 올 때 뭐랬어? 공원 근처라 날씨 좋은 주말에

        우리 승준이랑 산책하기 딱 좋다고 그러더니만...

남     아~~ 좀 놔둬~~ 주말이라도 좀 실컷 자게 해주면 안되냐?

여     당신처럼 주말마다 실컷 주무시는 양반이 또 어딨다구?

        옆집 남편은 주말마다 집 청소해줘 마트가서 같이 시장봐줘

        심지어 주말특선이라며 직접 요리까지 해주고 그런다는데... 

        당신은 주말이라고 애 데리고 외식 한번이라도 시켜줘 봤어?

남     아~ 진짜!! 일어난다 일어나!

        거참 듣기 싫어 죽겠네.      


남     내 나이 서른 둘...

        친구들은 이제 막 결혼해서 신혼재미가 한창이라지만...

        아내와 나는 어느덧 결혼생활 10년차...

        매일같이 쏟아지는 아내의 잔소리와

        가장으로서의 삶의 무게가

        나의 청춘을 짓밟는다. 

(M) 달팽이


(E) 집 안

여     어! 오늘은 웬일이야? 주말인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고...

남     오늘 친구 녀석 결혼식 있어.

여     치... 자기 결혼식은 못 챙겨 먹었으면서

        남의 결혼식은 잘만 쫓아다녀요.

남     또 그 소리냐? 아주 녹음을 해서 맨날 틀지 그러냐?

여     녹음해서 틀면 자기가 귀담아 듣기나 해?

남     그만 좀 해라. 나 갔다 올게.

여     늦어?

남     몰라. 뒤풀이까지 하고 오면 늦을거야.

여     속도 좋아. 뒤풀이까지 뭐한다고 가?

(E) 현관문 여닫는 소리        

         

남     한 여자를 책임질 능력이 없던 시절...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던 시절... 

        사랑하는 그녀의 뱃속에서

        내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철없는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M) 4월 이야기 - 장나라

        

(E) TV 보는

여     아~ 예쁘다. 저 웨딩드레스는 어디꺼지?

        요즘은 저런 탑드레스가 유행이래. 한가인도 입고 심은하도 입고...

        연예인들 결혼할 때 다 저렇게 어깨가 싹 드러나는 거 입더라구...

남     그거야 어깨랑 목선이 예쁘니까 어울리는거지. 팔뚝도 가늘구...

        너처럼 한 어깨 하는 애들이 입으면,

        아우~ 보는 사람이 다 민망하더라.

여     저런 드레스 입혀라도 주고 그런 소리 하시지? 참..,

남     누가 안 입혀 준대? 입혀 준다고 했잖아.

여     그 약속 한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언제? 언제 입혀줄 건데?

남     형편 좀 나아지면, 내가 연예인들 못지않은 호화결혼식 치러준다.

여     내가 뭐 호텔이라도 잡아서 결혼식 올려달랬나?

        우리 그래도 월세살이 면해 전세도 얻었고...

        승준이도 어느 정도 컸고... 이제 좀 살만 하잖아.

        더 나이 들어서 웨딩드레스 입으면 신부가 예쁘지도 않단 말이야.

        이 뱃살... 지금도 이런데 더 지나면 어쩔거야 정말...

남     조금만 더 기다려봐 글쎄...

        적금 탄 거 전세 얻는데 다 쓰고 지금 여윳돈 별로 없잖아.

여     그 여윳돈 생길 날 기다리다가 하객들 앉혀놓고 결혼식 말고

        장례식 치르게 생겼네.

남     이 사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진짜...

        그만하고 과일이나 좀 깎아와 봐.

여     자긴 손 없어? 과일도 혼자 깎아버릇 하고 그래봐 좀...


남     아내는 오늘도 드라마 속의 결혼식 장면을 놓치지 않는다.

        아줌마가 다된 지금까지도

        웨딩드레스의 로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러나 난 생각한다.

        새삼스레 이제와 결혼식이 다 무슨 의미일까.

(M) 신부에게


(E) 대문 열고 들어오는

여     (울고 있다가 눈물 감추는) 당신..왔어?

남     왜 그래? 울었어?

여     아니...

남     뭐가 아니야.울었구만.

여     아니야.. 밥은?

남     안먹었지.

여     기다려. 차려줄께.

남     왜 울었는데...

여     아냐...드라마 보다가....슬픈 거 나와서...

남     하여튼... 야 나는 드라마 보면서 우는 여자들이 젤루 한심하드라.

        그게 뭐 진짜냐? 울긴 왜 울어?

여     여보..... (뭔가 말하려고)

남     왜...

여     당신은 만약에.... 만약에말야...

남     뭐어~~

여     내가 죽으면 울거야?

남     뭐?

여     내가..... 죽으면 울거냐구.

남     (농담처럼) 울긴 왜 우냐? 화장실 가서 웃어줘야지. (킬킬대는데)

여     (짧게 한숨쉬고) 밥 차려줄께.

남     왜 저래? 평소같음 때리고 꼬집고 했을텐데~~ 이상하네?

(M) 꼬마 - I cry / 윤하


남     그리고 며칠 후.


(E) 방문 여닫는 소리

남     뭐하고 있어?

여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남     손에 든 건 뭐야?

여     뭐 별거 아니래두...

        치.. 당신이 언제부터 나한테 관심 있었다구. 꼬치꼬치 캐묻기는...

        아차.... 물 올려놨지?

        

(E) 후다닥 나가고


남     그 땐 몰랐다.

        아내가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그런데.... 얼마 후


남     여보~! 이리 좀 와봐!

여     (약간 멀리서 들리는)나 지금 손빨래하는 중이야. 왜 그러는데?

남     손톱깎이 어디에 뒀어?

여     화장대에 있을거야... 그런 건 좀 자기가 알아서 찾아보면 안돼?

남     아 알았어.

        아~ 참.. 어딨다는 거야...

(E) 뒤적뒤적 하다가 화장대 서랍 여는 소리

남     어.. 이게 뭐야?

(E) 서류 뒤적거리는 소리, 펼쳐보는 소리

남     언제 병원 갔다온 거야 이 사람?

        (숨죽였다가 놀라)....위..암?

(E) 다시 서류 찬찬히 넘기는

남     (숨 가빠지며) 서.. 설마...

여     (멀리서 들리는)여보~ 손톱깎이 찾았어?

(E) 얼른 집어 넣는 듯

남     어...어... 찾았어!!


남     아내가 위암...

        그것도 말기 판정이라니....

        하늘이 무너져

        내 머리위로 다 내려앉은 기분이다.

        이제 겨우 서른 두 살인데...

        나 아직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M)  too far away


남     그런데 왜 아내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걸까?

        내가 힘들어 할까봐...

        지금 이 순간도...

        나를 위해

        모든 아픔을 혼자 감당하고 있는 저 사람...

        그게 바로 내 아내다.


(E) TV소음

여     (웃음소리) 

남     (안쓰러운 듯)뭐가 그렇게 재밌어?

여     (웃다가 멈추며)어... 난 요즘 저 프로그램이 젤 웃기더라.

        자기도 봐봐, 웃기지 않아?

남     뭐가 웃기다고... 난 하나도 안 웃겨.

여     까칠하기는... 그러니까 당신이 고리타분하단 얘길 듣는거야.


남     행여나 내가 눈치 챌까봐

        일부러 밝은 척 애쓰고 있는 아내의 모습에

        나또한 애써 눈물을 삼킨다.


여     (갑자기 배 움켜잡고)아아..

남     (놀라)왜 그래? 어디 아파?

        (echo)지금 그냥 내가 다 알고 있다고 이야기 할까?

남     은서야? 괜찮아?             

여     응... 괜찮아. (얼버무리듯)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프네?

        

남     아내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까?

        이제 남은 시간은

        대체 얼마만큼일까?  


남     여보... 

여     (웃으며) 왜..

남     당신은... 소원이 뭐야?

여     나? (별생각 없이) 결혼식 한번 해보고 죽는거다. 왜?

남     그게.... 그렇게 하고 싶었어?

여     아우 두말하면 잔소리지. 우리 구청에서 해주는 합동결혼식인가...뭔        가.. 그런거라도 할까?


남     결혼식이... 얼마나 하고 싶었으면...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 결혼식일까...

(M) 미안해요 사랑해요 - 변진섭   


(E) 전화벨

여     여보세요?

남     나야. 오늘 저녁에 좀 나와.

여     왜 무슨 일 있어?

남     그냥 오랜만에 당신이랑 외식하려고 그러지.

여     웬일이래...

남     7시까지 회사 앞으로 와.

여     그럼 우리 승준이 좋아하는 돼지갈비 먹으러 갈까?

남     승준이는 옆집에 맡기고 와. 오늘은 우리끼리 데이트해.

여     점점... 당신 뭐 나한테 잘못한 거 있어?

        설마 어디 가서 바람피우고 지금 찔려서 나한테 잘해주는 거 아냐?

남     쓸데없는 소리 말고 준비나 해. 시간 얼마 안 남았어.

여     히히... 알았어.


(E) 레스토랑 소음

여     여보~ 여기 비싼데 아니야? 왜 이런 데까지 와?

남     걱정 말고 먹고 싶은 거 먹어.

        당신도 남들처럼 근사한 곳에서 우아하게 스테이크 써는 거

        하고 싶다며,,. 오늘 칼질 실컷 해라.

여     그래도 승준이도 없이 우리끼리 이런거 먹으려니까 좀 걸린다.

        승준이 돈까스 잘 먹는데...

남     여긴 돈까스 없어. 


(E) 누군가 걸어와서 뭔가 놓는


남     아... 여기 놔주세요.

여     어머... 이건 또 뭐야? 서비스야?

남     내가 시킨거야. 

여     정말? 초가 열 개나 되네, 에고 다 탄다. 후~~

남     싱겁기는... 무슨 말도 없이 그렇게 빨리 꺼버리냐?

여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네. 당신 연애할 때도 이런 일 없었잖아.

        자기 진짜 수상하다. 대체 무슨 일인지 얼른 바른대로 말해!


(E) 반지 케이스 꺼내는, 뚜껑 여는 소리


여     웬... 반지야?

남     나랑 살아줘서 고맙다.

        우리 정식으로 웨딩마치 올리자.

여     (놀람, 감격)하~~~ 지금 프로포즈 하는거야?

남     내가 말했지? 언젠가는 다 할 거라고...

        프로포즈도 하고 결혼식도 올려준다고 했잖아.

여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 없다고 더 기다리라며...

남     다~ 준비하고 있었어.

여     그럼 나 이렇게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그런거야?

        정말 그런거야?

남     그래. 결혼식은 언제가 좋을까?

여     당신 맘 변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남     그럼 5월이 가기 전에 하지 뭐...

        당신 5월의 신부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잖아.

여     아~ 정말 꿈만 같다. 고마워. 여보...

(M)   미안해요 - 김건모


(E) 방 안

여     (전화하는)응~ 현미야, 나 은서...

        나 결혼식 올리게 됐어. 응~ 우리 신랑이 글쎄 프로포즈도 했다!

        그럼~ 우리 신랑이 아직도 얼마나 잘해주는데...

        너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결혼식엔 와야 하는 거 알지?

        참... 근데 부케는 누구 주지? 나 그거 꼭 해보고 싶었는데...

        미희? 맞다... 미희 아직 결혼 안했지?.... (OFF 되면서)


남     잔뜩 부풀어있는 아내의 모습이

        어린 아이 같다.

        세상에 저렇게 철없는 신부가 또 있을까.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저리도 기쁘게 결혼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바보같은 사람...

(M) 최재훈 - 고마워요

        

(M) 이어지는 가운데~


남     아내와 함께 웨딩드레스 샵에 왔다.

        아내가 커튼 뒤에서 천천히 걸어나온다


(E)커튼 촤르르 걷히고


여     여보~ 어때?

남     ......

여     표정이 왜그래...

남     .....

여     별루야? 

남     ..............

여     왜 그래....

남     ..............

여     당신.... 울어?

남     .............

여     왜 그래 당신.........(자기도 울먹)

남     (슬픈 거 겨우 참으며) 당신이.... 너무 예뻐서....

        이렇게 예쁜데.... 진작에 못 입혀줘서....

        미안하다...... 


남     아내가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너무 눈이 부셔서

        자꾸만 눈물이 난다.

(M) 고마워요 - 최재훈


                                        * 잠시 후 2부 멘트 *


================================================1부 끝      


(M) 고마워요 - 최재훈


(E) 거리 소음

여     자기랑 이렇게 같이 걸어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남     그런가?

여     당신 기억나? 10년 전에... 나 우리 승준이 가졌을 때...

남     응. 

여     우리 그 때 너무 놀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남     그때 집에서도 쫓겨나고...

        너랑 나랑 오갈 데도 없어서 공원 벤치에서 꼭 껴안고 잠들고...

        그랬었지.

여     다 기억하네?

남     그럼, 그걸 어떻게 잊어.

여     그때 물론 우리 둘 다 너무 철이 없고 어렸지만...

        그래도 내가 왜 당신 믿고 같이 살 결심 했는지 알아?

남     뭔데?

여     당신이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막 뛰는거야.

        그리고 어느 교회로 날 데려갔어.


(E) 회상 BG (교회 안으로 걸어가는 소리)


남     자, 여기 무릎 꿇고 눈 감아.

여     뭐하는 거야?

남     어서 눈 감아.

여     (잠자코 눈 감는)

남     자, 지금부터 기도하는 거야.

        우리 비록 지금은 어리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변치 않을 거라 약속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나 김봉덕은 윤은서와 절대 헤어지지 않겠습니다.

        부디 우리를 지켜주세요.     

(M)  축복 - H.O.T


(E) 다시 거리 소음

여     그 때 꼭 영화 같았어.

        당신 얼마나 멋있었다구...

남     그래?

여     우리 지금까지 힘든 일도 참 많았는데...

        그래도 참고 이겨낸 거 보면 그 때 그 기도 들어주셨나봐.


남     그 때도 지금처럼 암담했었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던 그 때처럼...

        내가 다시 기도하면 들어주실까?

        난.... 그때 그 교회를 찾았다.

        

(E) 교회 안으로 뚜벅뚜벅 들어가 털썩 주저앉는


남     살면서 벌을 받아야 할 일이 있다면

        앞으로 제가 다 받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생만 하고 살아온 제 아내

        이제부터라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게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M) 고해 - 임재범


(E) 커피숍

여     이제 웨딩드레스도 골랐고, 식장도 잡았고, 청첩장도 찍었고...

        뭐가 또 남았지? 

남     우리... 웨딩촬영도 할까?

        결혼식 전에 하는 거 있잖아. 스튜디오에서 사진 찍는 거...

        앨범도 만들고...

여     그거 돈 많이 들어. 결혼식만으로도 난 충분해.

남     그래도 이왕 하는 건데 남들 하는 거 다 해주고 싶어.

        그래야 당신 나중에 또 딴소리 안하지.

여     나 딴소리 안하네요.

남     내가 당신한테 그동안 못해준 게 너무 많아.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다 해주고 싶어.

여     당신이 뒤늦게 아주 철이 바짝 들었구나!

        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남     뭐?

여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남     당신이 죽긴 왜죽어? 당신 안죽어!

        당신 나보다 30년은 더 오래 살아야해!

        내가 나중에 벽에다 똥칠하면 그거 다 누가 치워?

        당신이 살아서 뒤치다꺼리 해줘야할거 아냐!!

여     여보...


남     나도 모르게...

        아내의 무덤덤함에 화를 내고 있었다.

        지금 누구보다 힘든 건 아내 자신일 텐데...


        그래도 자꾸만 화가 난다.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 자신에게...

        오늘도 여전히 무심한 저 하늘에게...

(M) 투 헤븐 -  조성모

                         

(E) 찰칵 찰칵 사진 찍는 소리

여     아~ 자기야 웃어야지. 웨딩촬영은 자기가 하자고 해놓구선

        왜 내내 표정이 그래?

남     어색해서 그러지.

여     그래도 좀 웃어봐. 나중에 우리 승준이가 볼텐데...

        이왕 찍는 거 예쁘게 찍어야지.

남     알았어.


남     아내와 이렇게 사진 찍을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이렇게 빨리 내 곁을 떠날 줄 알았으면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둘걸...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어주지 못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서

        아내와 함께 찍은 다정한 사진조차

        많이 남겨두지 못했을까?


(E) 찰칵 소리 이어지고

여     아, 다 끝났나요? 저 그럼 독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남     독사진이라니....

        아내는 자신의 영정사진을

        준비하고 싶었던 것이다.


여     드레스 잘 살려서 찍어주세요.

        여기 어깨선이 잘 나와야 해요.  

(E) 찰칵 찰칵 


남     새하얀 웨딩드레스 입은

        아내의 영정사진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가슴이 아려온다.

(M) 함께 있으면 좋을 사람


여     여보~ 자?

남     아니? 

여     이제 정말 내일이네.

남     그러게. 

여     기분이 어때? 새신랑 기분 나?

남     새신랑은 무슨... 당신이 헌신부인데 어떻게 새신랑 기분이 나냐?

여     치... 새장가라도 들고 싶은 모양이네.

남     (픽 웃고) 아니야~ 당신이랑도 뒤늦게 결혼하는데

        언제 또 새장가를 드냐?

여     당신 아직 젊은데 뭐...

남     당신은 안 젊니?

여     그런데 이번에 결혼한다고 돈 너무 많이 써서 어떡해?

남     괜찮아.그까짓 돈.....

여     난 이렇게까지 돈 들일생각은 아니었는데...

        괜히 당신한테 미안하네.

남     미안하긴! 당신은 이 정도 받을 자격 충분히 있어!

        남들은 더 좋은 결혼식많이 올리고 살잖아!

여     말이라고 고맙네.. (하다가) 아... 아..

남     여보~ 왜그래? 어디 아파?

여     나 약 좀... 거실... 구급함에 있어.

남     어... 그래.. 잠깐만...

(E) 뛰어갔다 오고

남     은서야! 약 가져왔어. 은서야!! 왜 그래? 은서야!!

(E) 싸이렌 소리

남     괜찮아? 좀만 기다려... 병원 다 와가.

여     응.... 좀 있으면 나아져. 내일이 결혼식이라 몸이 긴장했나봐.

남     거짓말 마!!

여     응?

남     나... 나 다 알고 있다구. 이제 그만해.

여     당신 무슨 소리야?

남     아프잖아. 당신 지금 많이 아프잖아.

여     그래.. 나 이런 얘기.... 정말 창피한데....

남     ...........은서야....

여     숙변이 뭉쳤대나봐. 저번에 장청소 하자 그랬는데....

        내가 다음에 하겠다고 했거든... 그랬더니 이런 사단이 나네?

남     뭐...뭐? 끝까지 거짓말할래? 당신..... 위암이잖아!

여     위암? 

남     나 다 봤으니까 숨길 생각 하지 마.

        당신 위암말기잖아. (슬프게 울고)

여     뭐? 위암말기?

남     화장대 서랍 속에... 있는 거.... 다 봤다구!! 진단서!!

여     아~ 그거? 그거 내꺼 아냐.

남     뭐라구? 

여     나도 처음엔 얼마나 당황했는데... 근데 바로 다음 날 전화가 와서는..         검사결과 차트가 바뀌었다고... 사과하구 진료비도 공짜로 해주구....

        그래서 검사비 10만원 건졌잖아. (호호 웃고... 아야...하는)

(M) 새 - 싸이


(E) 결혼식장 하객들 북적거리는 소리


여     사람들 많이 왔네? (멀리 보며) 세준이 엄마! 갈비탕 먹구 가?

남     사람들은 많이 왔는데 축의금은 왜 이렇게 안 들어와~~

        방금도 보고 왔는데 반도 안했대.

여     아유 뭐 어때. 돈 벌려고 결혼해?

남     당신 이번에 출혈이 얼마나 컸는지 알아?

여     치.... 언젠 나 이 정도 받을 자격 충분히 있다며?

남     자격이나 뭐나...

        방송을 한번 해야 되나? 축의금 내는 사람만 식권 준다고?

여     진짜 치사하게 그럴래? 좋은 날에?

남     저거 봐 저거... 세탁소 이씨 저거... 그냥 들어오잖아!!!

        저거... 축의금 안내고 점심 한끼 때우려고 온거야 저거!!

여     (멀리 대고) 오셨어요? 고맙습니다.


(E) 웨딩마치 -


남     오늘 드디어

        내 아내는

        그토록 소원하던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5월의 신부...

        아내가 천천히 내게 다가온다.

(M) 주제음


 














 





2007-05-24(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