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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4일 (화) 김기덕의 골든디스크 / 차 한잔 하시죠
구은화
- 봄 향기 속의 아버지 -
안녕하세요. 기덕 오빠.
기찻길 옆 개나리가 무성하게 화려함을 뽐낼 때, 가슴 한 켠 아련하게
아려오는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20여년전, 대학을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았던,, 지금처럼 기찻길 옆에 개나리가 흐드러진 날이었습니다.
기차로 통학을 하던 저는 항상 비둘기호를 타고 다녔는데, 그날 따라 수업이 일찍 끝나서서 친구들이랑 큰맘 먹고 무궁화호를 탔습니다. 안락한 승차감에 취해있던 저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홍익회에 다니시던 아버지가 과자와 음료가 실린 수레를 끌고 저희들이 한창 수다를 떨고 있는 자리로 다가오고 계신 것입니다. 얼굴에는 벌써 이 막내딸을 알아보시고
미소를 지으시며 말입니다. 아버지와 시선이 마주친 저는 창피한 생각에
그만, 고개를 돌리고 아버지를 모른척하고 말았습니다.
저의 샐쭉한 표정에 아버지도 저를 아는체 할 수가 없었는지, 겸연쩍게 자리를 지나쳐 가셨고, 제가 내릴 때까지 다시는 오지 않으셨습니다.
그 순간은 창피함을 면했다는 안도감에 친구들과 웃을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고 집에 와서도 그 일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으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죄책감에 마음이 아팠답니다. 하지만 저는 끝내 용서를
빌지 못했고 아버지는 6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언제나 한 구석 마음의
짐으로 살고 있었지만 어찌 할 수가 없다가 이번 한식에 산소에 가서 마음으로 용서를 빌고 많이 울었습니다. 하늘에 계실 아버지가 섭섭함을 조금은 푸셨기를 간절히 기대하면서 말이죠. 올해는 그래도 조금을 편하게 개나리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려한 햇살아래에서 부끄러움으로
고개 숙이지 않는 시간들 됐으면 좋겠습니다.
신청곡: One Sweet Day / Mariah Carey & Boyz Ⅱ Men
머라이어 캐리와 보이스 투 멘의 1995년 작품으로 싱글차트 연 16주 동안 정상을 차지했던 노래.
김진선
-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듣다!!! -
안녕하세요~ 골든디스크의 열렬한 애청자입니다
저는 며칠 전 하늘이 무너져 내릴 뻔한 경험을 했습니다.
작년 가을에 이쁜 아기를 낳은 저는 여느 때와 같이 아기를 침대에
재워놓고, 식사를 하면서 골든 디스크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 날은 제가 좋아하는 '차한잔 하시죠'가 방송되는 날이었습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웃들의 소소한 사연을 들으며, 마음깊이 공감하고 있는 중, 갑자기 안방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란 제가 안방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들리는 아기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 아기에게 정신없이 달려가보니 세상에.. 자고 있던 우리 아기가 그만 침대에서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6개월, 다른 아기들보다 너무 작은 탓에 병원도 수없이 드나들었던 여리디 여린 우리 아기가 제 부주의 때문에 큰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너무나 당황한 저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우는 아기를 안고 신랑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얼마나 당황했던지 그 익숙한 번호를 열번 정도 누른 다음에나 통화가 되었습니다.
놀란 신랑은 빨리 병원에 데려가라 했고 저는 택시를 잡아 동네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냐는 의사선생님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군요. 의사 선생님이 아기를 보시더니 오른쪽 눈가가 멍이 좀 들었을 뿐 머리를 다친 것 같진 않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죠.
그날 저녁 저는 신랑과 친정 부모님께 줄줄이 한소리씩 들어야 했습니다. 물론, 시댁에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저는 안방 침대 모서리만 보면 그때의 "쿵" 소리가 떠올라 살짝 소름이 돋는답니다. 그래도 눈가가 멍든 채, 방긋 웃는 우리 아기를 보며 저는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고맙습니다. 이제는 아무리 골든디스크가 재미있어도 꼭 아기를 곁에 두고 들어야 겠습니다.
신청곡: I'll Be There For You / Bon Jovi
미국 출신의 팝록밴드 ‘본조비’의 1989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1위 기록.
황규옥
- 엄마,, 사람 살은 방수에요? -
저는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서부터 씻는 것을 스스로 하게 했습니다.
머리도 혼자 감고, 몸도 혼자 씻고.. 그러다 어느 날은 큰 맘먹고 제가 씻어주려고 목욕탕에 들어갔습니다. 4학년이 될 때까지, 가뭄에 콩나듯 어쩌다 한번씩 씻어주곤 했는데, 그 때마다 아이는 퍽 들떴습니다. 그 날도 그랬죠.
타올로 구석구석 씻기고 물로 헹구고 있는데 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 사람 살은 방수에요?" 뜻밖의 질문이라 얼른 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잠깐 생각해보니 물을 뿌려도 스며들지 않는걸 보면 방수인 것 같아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딸아이는 그럼 살은 숨을 안쉬느냐고 묻습니다.
당연히 사람은 숨쉬는 데가 따로 있다고 했죠. 그렇잖아요.. 입과 코로 숨을 쉬니까... 그런데, 아이가 또 그럽니다. 나무는 숨쉬는 구멍이 따로 없는데 어디로 숨쉬느냐고. 저는 또 당황했습니다. 광합성이다 뭐다 잎으로 숨을
쉬는 것 같아서 잎이라고 대답했더니, 6학년 아들이 픽 웃으며 거듭니다.
그럼 겨울에 나무들은 숨을 안 쉬겠다고... 결국 저는 엄마는 모르겠으니
책 찾아보라고 말했습니다. 엄마라는 사람의 위신이 말이 아니었죠.
다음날 아이 이모네와 함께 식사를 하다, 이 문제가 화두가 되었습니다.
회의 결과, 사람 피부는 방수라는 중론이 모아졌고, 신랑은 사람 살에는
‘고어텍스’ 기능이 있다고 하는군요. 아들은 나무는 잎으로 숨쉬는 것이
맞다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겨울에 숨 못쉴걸 대비해 가을에 너무 숨을 들이마셔서 잎이 빨갛고 노랗게 질리는 거예요. 그리고 겨울엔 하얗게 내뱉는 거고... " 하하하 정말 그럴 듯하죠? 아이의 말대로라면 봄은
뾰족뾰족 새순이 나면서 나무가 숨쉬기 편한 계절이겠지요.
그 나무에서 나오는 산소가 사람 숨쉬는 것도 한결 수월하게 해주고 말입니다. 골든디스크 가족 여러분,, 오늘도 우리 모두 기쁜 숨소리를 내길
바랍니다.
신청곡: Top of the World / Carpenters
미국 출신의 남매 듀오 '카펜터스'의 1973년 발표작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2주간 정상에 올랐던 노래.
박나림의
차 한잔 하시죠
윤영미님
사연
이동화
- 내 배우자와 살아야만 하는 이유.... -
같이 살다보면 발꿈치도 미워보이고, 어째,, 하는 행동마다 얄밉게 보여
무엇에 홀려서 이 사람을 선택하게 되었던가? 헤어지는 밤이 싫어서 결혼이라는 굴레를 선택했었는데.....
세월이 많이 흘렀다. 치약을 썼음 뚜껑을 닫아야지,,
자기가 덮은 이불은 최소한 갤 줄도 알아야지. 등등
토닥토닥 쿵쾅쿵쾅 별것아닌 일에도 많이 부대꼈다.
사네 못사네.... 얼마나 숱한 밤을 지새웠던가?
남편을 만남으로써 어쩔 수 없이 시댁식구들과의 갈등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엔 이 남자랑 살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는 남편의 장점이 하나 둘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남편은 내가 시도조차 못하는 mp3를 플레이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서, 애들이 원하는 노래를 척척 다운받는다. 청소기 플러그가 고장 나면 한쪽으로 쿡 박아놓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드라이버와 검정 테이프를
이용해 어떻게든 멀쩡하게 고쳐놓는다. 그리고 결혼기념일에는 내가 좋아하는 핑크빛 장미 한송이를 해마다 건네준다.
그래.. 또 다른 사람을 만나 탐색하고 서로 맞추는 건,, 역시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단순하게 내 배우자와 그냥저냥 살아야겠다.
신청곡: I Have A Dream / ABBA
스웨덴
출신의 혼성그룹 아바의 1979년 작품.
박은진
봄은 초록이다.
우리 동네 근처에는 온실을 이용한 아담한 화원들이 있다.
어렵사리 쉬게된 일요일 한참 게으름을 피우고 난 늦은 오후,
봄의 기운을 느끼고픈 마음에 어디를 갈까 생각중에
그 곳이 떠올라 가벼운 옷차림에 모자를 눌러쓰고
가끔 들리고하는 화원을 찾았다.
젊은 부부가 꾸려가는 그 곳은 여느 다른 화원보다 항상
손님이 많다.
왜 일까를 생각하며 그 집앞에 서면 금방 그 이유를 알 수가
있다. 아마도 문 앞에서 부터 반겨오는 짙은 꽃향이 그 이유
일 게다
워낙 향을 좋아해 향수를 즐기기도 하지만 그 곳에 갈 때는
향수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달콤한 향이 신기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향을 매번 갈 때마다 다르다.
오늘을 주인의 바쁜 틈을 타 물어 보았다.
천리향이란다.
자그마한 화분에 심어 놓은 키 작은 천리향의 향이 그렇게
좋았던 것이다.
주인의 센스가 돋보인다.
이것 저것 주인을 귀찮게 물어보고 싱그러움을 느껴보고
그렇게 한참을 즐기다가 겨우 흙 한 봉지와 작은 스파트필름
두개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스파트필름을 화분에 옮겨 심기위해 아파트 산책길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손에 검은 흙을 묻혀가며 어설픈 손놀림으로
옮겨 심고나니 한없이 뿌듯하다.
한편 느낀다.
'나 정말 나이 먹나봐...........'
전에는 친정엄마가 집 안과 마당을 온통 식물들로 채우시는
모습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원하는 만큼 커주지 않는 것이 또 식물인 것 같다.
전문가의 손길이 아니라 그런지 삐죽삐죽 이쁘지만은 않은
그 식물들을 애지중지 물을 주고 잎을 닦는 그 모습이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 내 아이가 이해 못 하는 그런 수고를 내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작은 화분을 들어 제법 잘 자라고 있는 산세베리아 옆에
놓아두니 앙증맞으니 폼이 난다.
우리집에 새로 이사 온 작은 생명이 잘 자라주길 바란다.
봄은 초록이다.
신청곡:
Evergreen / Westlife
2007-04-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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