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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77화 - 오늘의 날씨
(M) 주제음
(E) 새 짖는 소리
남 아침에 눈을 뜨고
(E) 창문 열고
남 제일 먼저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본다.
오늘의 날씨는... 어떨까...?
맑을 것 같기도 하고
흐릴 것 같기도 한 게...
잘 모르겠다.
(M) 오늘의 날씨
(E) 라디오 지직거리다 맞춰지는
(BG) 날씨 소개에 알맞은
여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춘천 지방의 날씨, 참 좋습니다.
나들이 가면 좋을 거란 생각도 드는데요.
대체로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하루가 되겠습니다.
전국이 맑겠구요. 다만 북동기류의 영향으로
오전 한때 구름이 잠깐 끼는 곳도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날씨에 윤은서 리포터였습니다.
(E) 트럭 출발하는
남 맑은 날씨라니 우선은 반갑다
트럭 뒤에 꽃과 화분들을 가득 싣고 출발한다.
요즘은 하우스 매출이 신통치 않아서
날씨가 좋은 날엔
꽃을 실은 트럭을 몰고 나가
직접 팔기도 한다.
날씨가 좋아서, 꽃화분도 많이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M) 레몬트리
(E) 쏴아~ 비오는 소리
남 한 시간 째 난
트럭 안에 앉아서 담배만 태우고 있다.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애초부터 일기예보를 너무 믿는 게 아니었다...
(E) 담배 연기 후우 내뿜는
(E) 라디오 켜는
여 지금 동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고 있는데요.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에 피해 없으시도록
준비 철저히 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날씨에 윤은서 리포터였습니다.
남 (울컥) 아, 장난해 지금?
남의 장사 망치게 생겼는데.. 이제 와서 뭔 준비를 하라는거야?
(E) 휴대폰으로 전화하는
남 여보세요. 거기 방송국이죠. 라디오국에 윤은서 리포터랑 통화하고
싶은데요. 나요? 청취잔데요?
남 몇 번이나 전화가 이곳 저곳으로 돌려졌다.
결국 지쳐버린 난, 그냥 내 번호를 적은 메모만
남겨달라고 부탁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미 해는 지고 있었고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M) 달팽이
(E) 전화벨
남 여보세요
여 안녕하세요. 혹시 저를 찾으신 분인가요?
남 네? 누구신데요?
여 전... 윤은서라고 하는데요.
남 윤은서요? (하다가 깜짝) 예? 진짜.. 리포터 윤은서씨 맞아요?
여 네. 메모가 남겨져 있길래요.
무슨 일이신가요?
남 (목소리 추스르고) 아니... 저.... (약간 망설이다가) 왜 자꾸 날씨를 틀 리게 얘기하고 그러세요?
여 네???
남 오늘도 아침에 날씨 맑다고 그래놓고 오후에 소나기 오고...
여 아...네... 구름이 끼다 말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봐요.
남 아니었나봐요...?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여 무슨 말씀이세요?
남 이거 봐요. 내가 아침에 윤은서씨 하는 말만 믿고
하우스에서 꽃화분 백개 꺼내다가 팔러
춘천 약국 사거리에 하루종일 나와 있었는데
비 오는 바람에 완전 공쳤잖아요.
이거 어떻게 책임질건데요?
(M) 책임져
남 말을 쏟아놓고 나니 속은 좀 후련했지만
전화기 저편에서 잠깐 말이 없다.
남 .............여보세요?
여 (잠깐 화를 고르는 듯) 저기요, 제가 기상청 소속은 아니지만요
어떻게... 매번 날씨를 맞출 순 없는 거 아닌가요?
남 아니 왜 매번 못 맞춰요? 매번 맞추라고 있는 데 아니요 거기가?
여 아니.... 아무리 용한 점쟁이두요, 신빨이 받을 때가 있고
안받을 때가 있다잖아요!
남 아 여기서 점쟁이 얘기가 왜 나와요!
여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잖아요!
남 못맞췄으면 미안하다 하면 되지, 왜 이렇게 말이 많아요?
여 (다다다) 말이 많으니까 리포터죠. 내가 원래요, 말 많기로 유명해서
리포터 된 사람이에요. 왜요!
남 아니... 그러니까...
여 그쪽이 나 말 많은 거에 보태준 거 있어요? 말 많은데
수고한다고 박하사탕 한번을 사주길 했어요?
아니 목 아프게 말 많이 해줬더니 왜 말이 많냐고 따지면
원래 말이 많은 나는 어쩌라는 거에요?
(M) 나도 여자랍니다
남 역시... 여자는 무섭다.
따지러 전화했다가
난 제대로 반격 한번 못해보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하우스 안에서 꽃화분을 손질하다가도
잠시 커피를 마시다가도
따지지 못한 말들이 불쑥불쑥 뒤늦게 생각나서
억울하긴 했지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E) 라디오 BG
여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남 어이구, 이럴 때 목소리는 이쁘네.
여 오늘 춘천 지방은요,
조금 흐린 가운데 바람이 강하는 부는 곳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기온은 높은 편이어서,
한낮에는 10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저 그리고...
날씨 예보를 마치기 전에요. 한가지 드릴 말씀이 있는데.
예보가 잘 맞지 않아서 속상하신 분들 많으실 거에요.
그런데, 예보가 맞지 않으면 제가 더 속상하다는 거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날씨에 윤은서 리포터였습니다.
(M) 스쿨 - 줄리앙
남 그리고 며칠 후....
따뜻한 봄햇살이
노란 꽃을 더욱 노랗게...
붉은 꽃을 더욱 붉게.....
보이게 만드는 날 오전.
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약국 사거리에
트럭을 대놓고 앉아서
꽃을 팔기 시작했다.
이날은 장사가 잘됐다.
그냥 한 송이 사가는 사람도 많았고
간혹 꽃화분을 몇 개씩 사가는 사람도 있었다.
(E) 자전거 오다가 멈추는
여 화분 이거... 얼마에요?
남 이거요? 이거 사시게요?
여 네. 꽃 이름이 뭐에요?
남 복수초요.
여 복수초요?
남 네. 이게... 지금은 이렇게 꽃잎이 벌어져 있는데
밤이 되면 오그라들어요. 원래는 4월에나 피는 건데
날이 푸근해 그런가, 올해는 빨리 폈네요.
여 아....
남 이 꽃 사겠다는 분, 흔치 않은데......
여 땅에 딱 붙은 것처럼 생겼는데.....
왠지 약해 보이지 않고 다부진 게. 마음에 드네요.
(M) 봄날은 간다 - 김윤아
남 여기 있습니다.
여 네
남 이게 원래 화분이 키우는 꽃은 아니라서요.
혹시 마당 있는 집에 사시면 화단 어디다 심고 키워주시면
좋을 거에요.
여 그래요?
남 워낙 생명력이 강해서.... 그렇게 심어만 주면 따로 물 같은 거 안 줘 도 지가 알아서 잘 자라요.
여 그렇구나... 그럼 수고하세요.
(E) 자전거 끌고 몇걸음 가는
(E) 라디오 켜는 지지직거리다가 음악 나오는
여 저 그런데요....
남 네?
여 라디오 듣는 거 좋아하세요?
남 네. 늘 끼고 사는데.....
여 (뭔가 확신이 생기는 듯) 혹시오, 얼마 전에 라디오 방송국에
전화하지 않으셨어요?
남 네?
여 날씨가 안맞는다는 둥.... 혹시 그러지 않으셨어요?
(M) 야야야 -베이비복스
남 그제서야, 전화 속 목소리...
아니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라디오 속 목소리와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여자의 목소리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여 맞죠. 꽃화분 팔러.... 맞어... 여기가 춘천약국 사거리.....
맞잖아요. 그죠?
남 글쎄요..... 저는 잘......
여 뭐가 저는 잘이에요. 맞으면서.
남 아니 글쎄.... 저는 잘.....
사람을 잘 못 보신 것 같습니다.
여 정말이에요?
남 네. 뭐, 이 근처에서 꽃파는 사람이 저만 있는 것도 아니구요.
뭔가 착각을 하신 모양이네요.
여 그래요? 그 말에 책임지실 수 있죠?
남 예? 뭐....예.... (얼버무리는)
여 좋아요. 잠깐만요.
(E)뒤적뒤적거리더니 종이 쪽지 꺼내는
여 그때 저한테 전화한 사람했던 사람이 남긴 메모거든요.
여기 그 사람 전화번호가 있어요.
(E) 휴대폰 열고 번호 누르는
남 그리고 잠시 뒤......
(E) 휴대폰 벨소리 우렁차게 울리는
남 여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E) 또각또각 가는
여 이거, 그쪽 휴대폰 맞죠?
누가 흘리고 간 거 아니죠?
(M) 내 남자친구에게
남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창피했던 세 번의 순간이 있다.
첫 번째는....
유치원 때 좋아하는 여자 아이 앞에서
바지가 벗겨졌을 때고.
두 번째는....
군대 간다고 온갖 친구들 다 모아놓고 송별회까지 했는데
훈련소에서 퇴짜 맞고 돌아왔을 때고.
세 번째는.....
오늘이다.
여 왜 말씀이 없으세요.
그땐 그렇게 얘기 잘 하시더니.
남 아니 뭐... 제가 죄 진 것도 아니구요.
여 누가 뭐.... 죄 졌대요?
남 ..........아니 뭐.... 그냥... 뭐.....
여 안 그래도 전화 다시 드릴까 했었어요.
남 네? 왜...요....
아직도 하실 말씀이 남았어요?
그때 많이 하셨던 것 같은데........
여 아니 그게 아니라요.
좀 미안한 것 같아서요.
남 (의외인) 네?
여 미안했어요 그때는.....
(M) 마로니에 - 칵테일 사랑
=======================================1부 끝
(E) 자전거 와서 멈추는
여 오늘은 수선화가 이쁘네. 이거 주세요.
남 어떻게 날마다 오시네요.
여 저희집이 마당이 좀 넓어서요.
남 그래요? 저는 마당 있는 집 사는 사람이 좋던데.
여 왜요?
남 그냥... 얘깃거리가 좀 더 많아져요.
그댁에 지금 무슨 꽃이 폈는지.... 나무는 열매를 잘 맺는지...
벌레가 끓을 땐 어떻게 하는지...
뭐 그런 얘기로 대화의 물꼬를 틀수가 있으니까.
여 얼마 전에요, 박완서씨가 쓴 책을 봤는데
이런 말이 있더라구요. 봄이 되면 꽃들에게 출석부를 부르는 기분이 다....뭐 그런 말.
남 꽃 출석부요?
여 네. 누가 순서를 정해준 것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차례대로.....
얘가 지면 쟤가 피고, 쟤가 지면 다른 애가 피고.... 이렇게
고개 드는 거 보면 신기하고 이쁘다.... 뭐 그런 얘기였는데....
그거 읽으면서.... 아 맞아, 나도 그래. 그랬지 뭐에요.
(M) 싱그러운 느낌의....
남 프리랜서인 그녀는
일하는 시간 외에는 활동이 자유로운 편이었다.
편안한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트럭이 있는 곳에 자주 들르곤 했는데.
얘기를 재미있게 잘 할 줄 아는 재주가 있어선지
나도 모르게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되곤 했다.
여 오늘 또 틀렸네....
남 네? 뭐가.....요?
여 날씨지 뭐에요.
남 ..........
여 (들으라는 듯) 또 항의전화 받게 생겼네.
남 그런 전화 자주 와요?
여 그렇죠 뭐. 물론 직접 나를 바꿔달라며 메모까지 남긴 건
그쪽이 처음이었지만요.
남 .............아니 그날은 너무 화가 나서......
여 (웃는 말투) 나두요, 예전에 진짜 용하다는 점집에 간 적 있어요.
그런데 거기서 말한대로 했더니, 상황이 더 안좋아진 거에요.
그래서 나중에 울며불며 따지러 가서 복채 내놓으라고
난리난리 친 적 있죠.
남 그래서 그때 점쟁이 얘기한 거였어요?
여 (웃음) 몰라요. 나도 모르게, 날씨 얘기하는 게 점 보는 거랑 비슷하 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남 뭐....윤은서씨가 연구해서 발표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여 그러게 말이에요. 다른 분들이 조사 다 해놓은 거 난 그냥 전달만
하는 건데도, 날씨가 틀리면요 은근히 스트레스 받아요.
(M) 이브 - 너그럴때면
(E) 소나기 오는
여 와.... 오늘 진짜 꽝이네. 하루종일 맑을 거라고 그렇게 큰소리를
쳤는데. (비 떨어지는지) 아우..... 옷 다 젖었어....
남 비 다 젖는데... 잠깐 제 트럭에라도 들어가 계실래요?
제가 뒤에서 우산 갖다 드릴께요.
여 네....
(E) 급하게 뛰어가는
(E) 트럭 문 열고 닫는
남 난 서둘러 밖에 내놓은 화분들을 트럭 안으로 들여놓고
우산을 꺼내 그녀에게 갔다.
(E) 트럭 문 열고
남 여?어요.
여 집에 가실 거 아니에요?
남 그래야죠.
여 그럼 나랑 내 자전거 좀 데려다 주세요.
(M) 걸 - 아스피린
(E) 와이퍼 왔다갔다 하며 차 가는
남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여 뭐요?
남 그때 점쟁이한테 울며불며 따졌다는 게 뭐에요?
뭐가 어떻게 틀렸는데요?
여 아... 그거.... (조금 생각하다가)
약혼까지 했던 남자가 있었는데요. 딴 여자랑 눈이 맞아서
파혼하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그 점쟁이 왈..... 무조건 잡으래요. 잡으면 잡힌다나?
그래서 잡았죠.
남 그런데 안잡혔어요?
여 안잡히다 뿐이에요? 완전 미저리에 스토커 취급만 받았죠.
남 결국 그 남자는...
여 그여자랑 결혼해서 잘먹고 잘산대요.
(E) 비오는 소리만 잠시.... 와이퍼 왔다갔다.....
남 미래를...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한다는 게
쉬운 일이겠어요 어디?
여 가끔은.... 그때 잡지 말걸... 그랬으면 모양새나 좋았을 걸....
이런 후회도 해보는데요.
어차피 마찬가지일 거에요.
만약에 그때 안잡았으면.... 지금 이런 후회하고 있겠죠?
한번 잡아나 볼걸... 그랬으면 잡혔을 지도 모르는데.........
(M) 인형의 꿈 - 러브홀릭
여 저기요, 동네도 가까운 것 같은데. 나 하우스 한번 보여주면 안돼요?
남 우리 하우스요?
여 궁금해요. 저 많은 꽃들의 집은 어디일까.
우리집 마당보다 얼마나 클까. 얼마나 예쁠까.
남 그래요. 잠깐 들러서 보죠 뭐.
(E) 차 멈추고.
(E) 내리는 발자국 소리
남 다 왔어요. 여기에요.
(E) 하우스 문 열고 들어가는
여 (감탄) 와.....
남 그냥.... 초라하죠?
여 향기가 너무 근사해요.
남 ...........네. 고마워요.
여 참 좋은 마당을 갖고 계시네요.
남 그녀가 꽃사이로 걷는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든다.
(M) 사랑할거야 - 이상은
(E) 새 짖는 소리
남 이제 나는 일어나면....
(E) 라디오 켜는
남 창문을 여는 대신 라디오를 먼저 켠다.
(BG) 날씨
여 오늘의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남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E) 거리 소음
남 꽃을 팔러 나가서도...
모퉁이를 돌아나오는 파란 자전거를 볼때마다
가슴이 요동친다.
그녀가 오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하지만 막상 그녀가 정말 내게 오면.....
(E) 자전거 와서 멈추는
남 (무뚝뚝) 오셨어요.
여 네. 오늘은 꽃 사러 온 거 아닌데.
남 그럼요?
여 이거요.
(E) 뭔가 꺼내 주는
남 자전거 앞 바구니에 고이 담겨진 캔커피 하나.
여 주고 싶어서요.
남 자꾸만 저벅저벅... 내 가슴 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그녀를
나는 밀어내 보려고 애써본다.
(M) 추억은 사랑을 닮아 - 박효신
여 왜요? 커피 안좋아해요?
남 아뇨. 좋아합니다.
여 그럼 제가 온 게 별로 안 반가우세요?
표정이 영... 그러네.
남 그게 아니라... 한참 바쁜 시간이라...
장사해야 돼서요.
여 아 맞다. 그러시겠네요. 미안해요.
(E)자전거 밀고 가는
남 샐쭉한 표정으로 자전거를 밀고 가 버리는 그녀.
그녀 뒤에서 난 답답한 한숨만 내쉰다.
(M)
(E) 전화거는
여 여보세요.
남 안녕하세요. 저.....
여 알아요. 왜요?
남 아까 혹시 기분 나쁘셨나 해서...
여 아니에요. 뭐 기분 나쁘고 말고 할 사인가요 우리가?
남 그렇죠..... 그렇긴 한데.
여 왜 전화하셨어요?
남 ...........
여 저도 얼른 씻고 자야 돼요. 낼 아침 일찍 나가야 돼서.
남 아.... 그러시죠? (머뭇대는)
여 할 말 없으면 끊을께요
남 아니.... 잠깐만요.
여 얘기하세요 그럼.
남 저도 예전에 딱 한번..... 점을 본 적이 있어요.
여 .......네?
남 군대 가기 전에.... 딱 한번....
그때 제가 진짜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거든요.
여 .......
남 그 여자가 저를 기다려줄지 너무 궁금해서... 점을 보러갔더니
기다려 줄거라고 하더라구요. 둘이 천생연분이라고.....
여 그런데요?
남 송별회 거하게 하고.... 기차역에서 울고불고... 그런 거 다 하고....
그러고 군대 갔는데... 훈련소에서 퇴짜를 맞았어요. 부실한 데가 있 다고 해서.
여 ........
남 그래서 돌아왔는데.... 그때 벌써 다른 남자랑 만나고 있더라구요.
여 그 여자가요?
남 네...... 웃기죠? 그 이후로는... 여자를 만나고 싶지도 않고.. 자신감도
없고.... 믿음도 없고..... 제가 좀 그래요.
(M) 미인 - 이기찬
남 고백을 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에서
어색하게 전화를 끊어버리고 난 후
난 한숨도 잠을 자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트럭을 몰고
밖에 나가지 않게 됐다.
(E) 후우 담배연기 뿜는
남 담배량만 늘었고.
한숨량만 늘었다.
(E) 라디오 켜는
여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남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변함이 없었고.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여 때에 따라 비가 오는 곳도 있겠습니다.
바다의 물결은 2-3미터로 조금 높게 일겠습니다.
(잠깐 한숨 쉬고)
하지만, 이 모든 건 어디까지나 확률의 얘기구요
오늘의 날씨는 제가 말씀드린 것과 상관없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라도, 예측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거 아닐까요?
사랑도.....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과거의 상처로 인한 섣부른 예측, 삼가시기 바랍니다.
윤은서였습니다.
(M) 내게 다시
(E) 트럭 몰고 가는
남 나는 지금 방송국 앞에 와 있다.
트럭 안에, 내가 실을 수 있는 가장 많은 꽃화분을 담은 채 말이다.
(E) 자전거 끌고 오는
남 방송국 정문으로 그녀가 자전거를 끌고
터덜터덜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잠시 뒤 나를 본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E)걸어가는
여 여기까지... 어떻게....
여기서 장사하게요?
남 ........아뇨...
여 그럼요?
남 그냥.... 은서씨한테.... 뭐 선물 하나 해 주고 싶은데..
해줄 건 없고..... 제가 가진 게 꽃밖에 없어서.....
여 그럼... 이걸 다요?
남 그리고 이거.....
여 이거.... 박하사탕이잖아요.
남 나한테 말 많이 해줬는데.... 박하사탕은 사줘야 할 것 같아서.
여 (피식 웃는)
남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감히 예측도 못하겠고...
무슨 확실한 약속을 해줄 수도 없지만....
그냥.... 지금 내 마음은 얘기를 해 주고 싶어서요.
지금 내 마음은..... 은서씨 때문에.....
진짜로...... 맑다구요.
여 어우... 유치해.
남 유치...해요? 밤새 연습한건데.
여 유치해요 정말.
남 그녀가 봄꽃 같은 웃음을 터뜨린다.
나도... 그녀를 따라 웃어본다.
(M) 주제음
2007-02-28(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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