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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13일 화요일 대본 및 수록곡
 

2007년 2월 13일 (화) 김기덕의 골든 디스크 / 차 한 잔 하시죠

 

 

박영례 


할머니께서 털썩 자리에 누우셨습니다. 아버지는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가 할머니와 함께 다시 돌아왔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그다지 깊은 병은 아니라고 합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그러니까 조금씩 움직이는 게 좋다고 하더군요. 할머니께서 자리에 누워 계시니, 옛날 마당에 있는 화덕에다 장작으로 불을 지펴놓고 구워주시던 맛난 것들도 그립고, 저녁마다 긁어주시던 누룽지도 그립고, 여름마다 봉숭아 꽃잎을 손절구에 넣고 콩콩 찧어 손톱에 들여 주시던 봉숭아 꽃물도 그립습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그새를 못 참아 장난질이야!" 어릴 적 엄마의 회초리가 종아리에 빨간 빗금을 그을라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구세주 같던 할머니 목소리.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면 '이젠 살았구나' 싶었었죠. 왜냐하면 할머니는 저를 예뻐하시니까 엄마가 매를 들지 못하도록 말려 주실테고, 엄마도 할머니 앞에서는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다는 걸 알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더욱 꺼이꺼이- 소리 높여 울었던 적도 있었답니다.  할머니는 겨울철만 되면 제게 털실 옷들을 꺼내 입히셨습니다. 할머니가 뜨개질한 옷은 헌 실을 풀어서 짰기 때문에 알록달록 했어요. 모양새도 볼품이 없었고요. 게다가 여러 겹실로 짜서

무겁기까지 했답니다. 그래서 전 아침마다 털옷 때문에 할머니와 실랑이를 벌였던 적이 참 많았는데.. 할머니가 더 이상 뜨개질을 하실 수 없게 되어 버린 후에야 그 옷을 그리워하는 못난 손녀입니다. 할머니가 몸져누우신 후, 저녁시간이면 엄마는 늘 그러십니다. "니가 할머니 안마 좀 해드려라" 그러면 오전 내내 자리에 누워 계셨던 할머니는 저를 기다리기나 하신 것 처럼 천천히 일어나 앉으십니다. 힘없이 일어나 앉으신 할머니의 얼굴이, 할머니의 어깨가, 할머니의 두 팔이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습니다. 오랜만에 운동 삼아 밖을 나가시는 할머니의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걷는 한발 한발에 할머니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습니다.


신청곡: Just Once / James Ingram & Quincy Jones

퀸시 존스와 남성 리듬 앤 블루스 가수 제임스 잉그램이 1981년 함께 발표해 싱글 차트 17위까지 기록했던 곡.

 

 

 

정종임 


  - 닮은꼴 -

  

“자기 그거 알아? 자기 장모님하고 비슷한 거?”  뜬금없는 남편의 말에 어릴 적,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던 다짐이 떠올랐습니다. 엄마는 무얼 하나 사더라도 그냥 사는 법이 없었습니다. “아이고~ 바지 하나에 만 오천원? 와이리 비싸요?? 그냥 만원에 하입시다”  주인아저씨는 만 3천원까지 해주겠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만원을 고집한 엄마와 나는 빈손으로 그 집을 나와야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너무 창피해 엄마가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냥 달라는 대로 주고 사면 될걸 가지고 바느질이 어떻다느니,,, 색깔이 어떻다느니.. 결국엔 사지도 못하고, 간혹 냉대 받는 수모까지 당했습니다. “엄마 좀 그러지 마라,, 창피해 죽겠다” 이렇게 투정부리면 그런 나를 되려 아낄 줄 모른다고 야단치는 엄마였습니다. 아무리 먼거리 라도 단돈 10원이라도 싸다싶으면, 엄마는 무거운 물건을 이고 지고 끙끙거리며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몸도 아낄 줄 모르고 가족을 위해 헌신만 하는 엄마처럼 미련하게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지금의 저도 엄마와 별 차이가 없네요. 구멍 난 신랑의 양말을 하루가 멀다하고 꿰매고, 안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식구가 없어서 그러니 콩나물 500원치만 달라고 해봅니다. 먼 거리도 버스를 타야지 택시를 타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눈 깜짝 할새 바뀌는 미터기만 눈 빠지게 쳐다봐질 뿐입니다. 그렇네요. 제가 엄마랑 많이 닮았었네요. 닮지 말아야지 하면서 닮아버린 제가 이제는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를 닮아서 다행이라고,,

헛돈 쓰지 않고, 알뜰 살뜰 가족을 위해 살수 있었던 건, 엄마를 닮아서 그런거라구요.


신청곡: Living Next Door To Alice / Smokie

영국 출신의 록 밴드 '스모키'의 1977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25위 기록. 이들이 발표한 수많은 히트 곡 중 유일하게 인기 차트 톱 40에 올랐던 노래. 

 

 

손동우 


저는 할일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아침이면 회사에 가야하고, 저녁이면 퇴근해 그동안 애들 보느라 힘든 집사람대신 애들 목욕도 시켜야 되고, 저녁 차리는 것도 도와야되고, 가끔은 집사람 다리도 주물러 줘야 합니다. 제가 처음부터 이렇게 잘했으면 착한 사람이란 소리 들어도 마땅하지만,,, 전 절대 그런 사람이 못되기에 이렇게라도 해야 하는 겁니다. 첫째를 수월하게 낳고 힘들지 않게 키운 뒤, 둘째를 가졌습니다. 막달이 다되어가는 9개월 접어 들었을 때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 나 배가 아파,, 아까부터 계속아파” 라고 얘기하는 집사람한테 좀 있음 괜찮으니 참아보라고 말한 뒤 끊어버렸습니다. 그 후로도 몇 통의 전화를 더 받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괜찮을거야’ 라는 말만 하고 말았죠. 저녁까지 혼자 견디며 참고 있던 집사람은 119를 불러 병원에 갔습니다. 급히 병원으로 달려가니 위험해서 대학병원으로 가야한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엠블런스를 타고 대학병원으로 달렸습니다. 흔들리는 차안에 누워

사경을 헤메는 집사람을 보는 저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힘조차 없었습니다. 두 손 꽉 잡고 아무 일 일어나질 않길 바랄뿐... 산모나 아이 둘 중 한명은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며 서류에 싸인을 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수 만년보다 더 길었습니다. “제발 아무 일 일어나지 않게 해주십시오. 차라리 저를 데려가십시오” 저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던 걸까요? 다행히 집사람도 둘째도 아무 이상없이 수술을 마쳤습니다. 둘째 녀석은 엄마 품속이 아닌 인큐 베이트 안에서 3주 있다 뒤늦게 퇴원을 했고, 3개월에 한번 씩 폐검사를 하고 있지만, 아주 씩씩하게 커가고 있습니다. 제 옆에서 숨쉬는 집사람과 딸을 보고 있노라면 가만 있기가 싫습니다. 어깨도, 다리도 주물러 주고싶고, 저녁 설겆이는 당연히 제 담당이고,

처가집도 매일가고 싶고, TV를 보다가도 '사랑해' 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뭐하냐? 오늘 술 한잔하자"는 친구의 말에, 예전엔 바로 달려갔지만 지금은 "다음에..." 라는 말로 대신합니다. 친구들은 이런 저를 팔불출이라고 부릅니다. 사랑하는 집사람과 두 딸이 있는 한, 영원한 팔불출로 살겁니다.

 

신청곡: Let It Be Me / New Trolls

이탈리아 출신의 아트록 그룹 '뉴 트롤스'의 1976년 리메이크 곡.

오리지널은 미국 출신의 형제 듀오 '에버리 브라더스'의 1960년 작품임.  

 

 

박나림의 차 한잔 하시죠

이도희님 사연

 

 

김관호 


- 떠난 제 아이를 그리며... -

 

세상엔 많은 별이 있습니다. 누구나 별을 가질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제 나이 서른에 별이 찾아왔습니다. 유난히도 반짝이던 별.....

그렇게 7개월 동안 반짝이던 별이 제 곁을 떠나갔습니다.

갑자기 너무 어두워졌습니다. 하늘이 무너졌습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6년이 되어갑니다. 지금은 2개의 별이 제게로 왔습니다. 2개의 별빛은 너무 밝아 눈이 부실정도 입니다. 하지만, 6년 전에 별이 있던그 자리는 그냥 그대로입니다. 시간이 덮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눈물이 납니다. 그때는 나오지도 않더니.... 그 별의 이름은 연우입니다. 아내와 함께 지어준 태명입니다. 초음파 사진만을 남겨놓고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떠나간 제 아이.... 그 아이를 가슴에 묻었습니다. 정말 깊이 묻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으려고, 잊어보려고... 그런데, 아직도 아파옵니다. 그리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6년 전, 소원이 하나 생겼습니다. 생을 마감한 뒤에 연우를 만나면 꼭 안아주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신청곡 :  Tears in heaven / Choir Boys

 

 

 

김성렬 


 - 제마음이 통한거죠 -

  

2월14일은 발렌타인데이죠 몇 년 전, 그 기억이 문득 떠올라 몇 자

적습니다. 흠모하는 아가씨에게 제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다가 조카 녀석이 초코렛을 선물로 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밑도 끝도 없는 말을 하더라구요. 물론 녀석은 삼촌에게 초코렛을 사달라는 말이었지만 그 말이 참 그럴듯 했지요. 큰 박스 안에 종류별로 포장을 해서 담고, 거기에 그녀에게 보내는 제마음의 편지와 목걸이를 함께 넣어 보냈죠. 제 마음은 두근반 세근반이지만 고맙다는 말로 일축하는 그녀가 몹내 아쉬웠습니다. 그녀에게선 잘 먹었다는 말도 없이 몇 주가 흘러가도록 별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물어보기도 뭐해 미적 미적 거리다 결국 제가 마음에 들지 않은 걸로 생각을 하기로 했습니다. 차츰 연락도 뜸해지고 잊혀진 듯한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서 죄송해요. 아직도 유효한가요?" 라는 말로 거짓말처럼 제곁으로 와준 그녀와 사귀게 되었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후에 들은 이야기인데 너무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서, 뜯어보면 안 될것 같아 고이 모셔 놓았는데 오랜만에 놀러온 친구들이 너무 감탄을 연발하며 뜯어보자고 사정을 해서 개봉을 했다고 합니다. 초코렛과 포장지가 서로 엉켜 붙어 엉망인데, 편지와 목걸이는 그 빛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고 하네요.  다시금 저를 떠올렸다는 그녀.. 제 삶의 반려자로 살고 있는 여인입니다..


신청곡:  Run To You / Whitney Houston

 미국 출신의 여성 리듬 앤 블루스 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1993년 곡으로 싱글 차트 31위까지 기록했던 노래.  휘트니 휴스턴의 뛰어난 보컬 테크닉이 잘 드러난 곡으로 중음에서 고음으로 연결되는 가창력이 인상적인 노래. 영화 보디가드에 수록된 노래.

 

 

 

 

 

 





2007-02-1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