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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6일 화요일 대본 및 수록곡

 

2007년 2월 6일 (화) 김기덕의 골든 디스크 / 차 한 잔 하시죠

 

M     Marble Halls / Enya

 

임영배 


 - 어머니의 머리 -

  

저희 가족은 어머니와 저 둘이서 삽니다. 어머니는 지난 가을 아파트 입구에서 넘어지셨는데, 골다공증으로 인한 고관절 분쇄로 수술 후 현재 3개월째이며, 제가 어머니를 모신 건 2달이 되어 갑니다. 지난 가을에 다치셔서, 5개월이 넘도록 머리를 깍지 못하고 매일 감을 수 없는 관계로 머리모양이 많이 어색했습니다.

어느 날부터, 시원 스래 머리를 잘랐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아프신 몸으로 미용실 갈 엄두가 나지 않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밥을 드신 어머니가 또 머리 때문에 불편 하시다고 하셔서, 이날은 제가 마음먹고 어머니 머리를 다듬어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큰 보자기로 어머니 목을 두르고, 신문지를 깔고 조심스레 가위질을 했습니다. 조금은 무딘 가위로 옆, 뒤, 앞을 자르고 보니 어머니 머리는 높은 곳에서 떨어진 밤송이처럼 참 어색 했습니다. 저는 너무 죄송한 마음에 어머니께 죄송하다고 했고, 거울을 보신 어머니는 괜찮다며, 절 위로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머리를 자르면서 불현듯 옛 생각이 났습니다. 예전에는 어머니가 제 머리를 정성스럽게 잘라 주셨지요. 때로는 쥐가 파 먹은 듯한 모양이 되는 바람에 투덜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제가 어머니의 머리를 망쳐 놓았으니,, 참 재미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어머니가 제일 좋아 하시는 양념 불고기와 김밥 말이 튀김을 사다 드렸지요.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어머니가 빨리 쾌차하시면 좋은 미용실에 모시고가, 머리를 예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신청곡: We All Fall In Love Sometimes / Elton John

엘튼 존의 1975년 발표한 애틋한 선율이 강조된 한국적인 느낌의 발라드. 인기 차트엔 오르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에서 크게 인기를 얻었던 노래로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우리 음악팬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김수영 

 

 - 2007년 부터 아침에 걸어서 출근하고 있어요! -

  

새해 첫날 부터 새로운 결심을 하나 했습니다.

아침 출근을 걸어서 하는 것이지요! 집에서 직장까지 약 4킬로 되는 거리를 그동안 자동차로 매일 출근했는데, 2007년 새해 첫 출근 때부터 한 달이 넘어가는 요즘에도 계속 걸어서 다니고 있습니다. 날씨가 포근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침엔 영하의 날씨였기에, 집을 나설 때는 귀마개와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 두꺼운 장갑을 끼고 파카를 입고 집을 나서면 기분이 산뜻해 집니다. 한국의 서민 화가 박수근의 수억원 짜리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겨울 나목들이 일열 종대로 나를 반기며 서 있고, 작은 참새떼와 까치, 비둘기들이 도심의 신선한 아침거리를 산보하듯, 출근을 하는 나를 반깁니다. 자동차로 다닐 때는 앞차, 옆차와 백미러, 신호등 밖에 볼 수 없었는데, 약 40분간의 도보 출근길에서는 그동안 겪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쭉 뻗은 가로수 아래 나 홀로 시인이 되어, 그 옛날 고향의 신작로를 걷던 추억이며, 눈이 쌓인 길을 걸으며 시골의 고향 언덕도 떠 올리고, 장날 아버지께서 고등어 한 손을 들고 막걸리에 취해 오시던 모습과 설빔을 사가지고 오시던 우리 엄마의 모습 등.... 온갖 상념에 마음이 풍요로워 졌습니다. 그리고 한 달을 다니다 보니, 매일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생의 기쁨도 느끼고 사람 냄새도 나는 것 같아

즐겁습니다. 작심 삼일이라는데,, 한 달을 이룬 걷기 운동이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올 한해는 거뜬히 해 낼 것 같습니다. 걸어서 출근하는 동안 밥맛도 좋고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아 마냥 행복합니다. 생각 해 보면 그동안 무엇이 바빠 매일 그렇게 앞만 보고 질주하며 살았는지. 여유 있게 이것저것 생각하며 아침 공기를 마시며 인생을 느긋하게 걸으면서, 요즘 저는 몸의 정기가 불끈불끈 솟는 것 같습니다. 기덕이 형님과 애청자 여러분들도 한번 걸어서 출근 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몸과 마음이 가득가득 행복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신청곡 :Silhouette / Kenny G

미국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케니 지’의 1988년 작품.

 

 

 

이경희 


 - 평범한 행복을 꿈꾸며 -

오전 11시.... 언제나처럼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기덕 오라버니의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행복한 기다림..... 발달 장애아인 아들 녀석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이제 갓 돌쟁이인  둘째 딸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골든 디스크를 듣습니다.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사실 그동안 참 힘겨웠던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발달장애아인 아들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지난 8년..... 한밤중에 자다가 서너번씩 깨어 이유도 없이 울어대고, 낯선 곳과 낯선 사람을 극도로 싫어해서 그 흔한 외식조차 한번 제대로 한 적 없고, 언어 표현이 안 되니 모든 건 다 떼쓰기로 일관하던 아들.... 아이 특성상 반복하는 걸 좋아해서 똑같은 노래를 하루에도 100번 이상은 불러 줘야 했고, 똑같은 트럭 그림을 100개 이상씩 그려줘야 했습니다. 그 뿐인가요. 분리 불안증이 있어 엄마 곁을 잠시도

떨어지지 않아 화장실에 갈 때도 데려가고, 집안일을 할 때도 엄마 옷을 거머쥐고 울어대던 아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새벽, 트럭을 보러 가자고 떼쓰는 아이를 업고 우산을 쓰고 큰 트럭을 찾아 온 동네를 헤매다녔던 일도 있었습니다. 집안은 늘 엉망이고 늘 빠듯한 살림살이, 정말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나날들...  평범한 행복만을 바랬는데 말이죠..... 하지만 한 2년 사이 아이는 많이도 발전했습니다. 우선 부족하나마 언어표현이 되니 떼 부림이 많이 없어지고, 신경이 편안해지면서 아이와 저를 힘들게 했던 수면장애가 거의 사라졌답니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해준 이쁜 둘째딸.. 이제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며 얼마나 이쁜 짓만 골라서 하는지, 힘들었던 지난 세월을 모두 잊을 만큼 커다란 기쁨과 행복을 주는 우리 아기!! 둘째가 태어나면서 큰 아이도 많이 달라졌어요. 올해 학교 입학을 하는 큰아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도 평범한

행복을 꿈꾸며 열심히 또 하루를 살렵니다.


신청곡: Another Day / Buckshot Lefonque

브랜포드 마살리스가 리더로 활동했던 프로젝트 그룹 '벅샷 르퐁크'의 1997년 작품.

 

박나림의 차 한잔 하시죠

한오순님의 사연

 

 

 

오지선 


 - 시어머님 백수 되던 날 - 


우리 시댁은 가난합니다.  우리 친정도 가난합니다.

그러나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결혼을 하고 알았습니다.

결혼 전에는, 가난하기 때문에 가족끼리 서로 싸우게 되고,

가난하기 때문에 가족끼리 미워하게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시댁 어른들을 보면서 가난해도 가족끼리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더 크면, 가족끼리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더 크면 가난해도 마음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혹여나 결혼한 자식들에게 짊이 될까봐 예순이 넘은 시어머님은 수영장 청소하는 일을 다니셨고, 칠순이 넘은 시아버지는 보일러 고치는 일을 하십니다.  남들은 창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 그런 시부모님이 존경스럽습니다.  비록 몸은 피곤하고 힘드시지만, 당신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자부심을 느끼며 사시는 훌륭한 분들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시어머님이 4년동안 새벽5시에 출근해서 저녁10시반에 퇴근하시던 수영장 청소 일을 그만두시게 되었습니다. 수영장 건물이 팔려서 수영장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어떤 부자가 그 건물을 사서 더 큰 건물을 짓는다고... 결국 우리 시어머님은 오늘부터 백수가 되셨습니다.  우리 시어머님은 수영장 청소하러 다니시면, 무릎이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고 매일 매일 파스를 붙이고 약 없이는 하루를 못사시는 분인데도 늘 웃으면서 수영장 일을 하셨는데, 그렇게 정들었던 일을 그만두게 되시니깐  시원 섭섭하다고 하시네요.  "어머니...오늘부터 뭐하실거예요?" "글쎄...노래교실이 한 달에 만원이라던데,  당분간 거기라도 가볼란다" 그래요.. 어머니 이제 좀 쉬세요.. 

 

신청곡: I Believe I Can Fly / R. Kelly

미국 출신의 알앤비 가수 ‘알 켈리’의 1996년 작품.

싱글 차트 2위 기록. 마이클 조던 주연 영화 'Space Jam' 주제가.

 

 

손미정 

 

 -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

 

얼마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느끼게 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목수 일을 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날씨가 추워도 걱정, 더워도 걱정, 항상 좌불안석이지요.

하지만 전 이제까지 아버지의 힘든 일을 한 번도 진심으로 고마워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술을 드시고 오시는 아버지를 미워해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가 퇴근길에 소주 한잔으로 무척이나 힘들었던 하루를 억지로 털어내신다는 것을 전 이해하지 못했던거죠. 이번 겨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들을 대하고 손님들의 볼멘소리, 사장님의 윽박지름, 여러 사람들 간의 관계를 겪었습니다. 겨우 한 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그 한 달이 지옥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한 건, 가만히 앉아서 한숨 돌리고 나면 아버지 생각이 나는 겁니다. 날씨가 추운 날은 ‘날이 추운데 일은 잘 하고 계실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이제껏 한번 해보지 못했던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전 따뜻한 올해 겨울날씨가 고맙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지구에는 큰 해가 되겠지만, 지금으로선 ‘우리 아버지가 조금은 덜 추우셔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못난 자식이 덜어주지 못한

마음의 추위를 그나마 날씨라도 도와주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앞으론 아버지의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나눠가질 수 있는, 착한 딸이 되겠습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신청곡: Another Day In Paradise / Phil Collins

영국 출신의 가수 '필 콜린스'의 1989년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까지 기록했던 노래. 199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제외한 주요 부문 세 개 부문상을 받았던 그의 최고의 히트곡.

 





2007-02-0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