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크리스마스 특집 - 내게 오는 길
(M) 주제음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 성시경)
(E) 어디선가 아련하게 들려오는 캐롤
시경 크리스마스 이브...
당직실로 들어가
하얀 가운을 벗고
거울 앞에 선다.
따뜻해 보이는 스웨터를 입고
머리 매무새도 손끝으로 단장해 본다.
역시... 완벽해.....
저녁 6시...
이제 슬슬 올 때가 됐는데....
(E) 메시지 도착음
시경 그렇지....
(E) 휴대폰 열고
시경 (읽고) 오빠 지금 어디야? (훗~ 웃고)
(E) 버튼 눌러 답장하는
시경 어디긴, 니 마음 속이지~ 그런데 오빠, 오늘 늦게까진 못 있는 거 알 지? 9시까진 병원에 들어와야 돼.
(E) 메시지 도착음
시경 또 왔네. (읽는) 시경씨, 오늘 뭐할 거에요?
(E)버튼 눌러 답장하는
시경 오늘 나영씨 만나야죠. 그런데, 9시까진 병원에 있어야 돼요.
이브에도 환자들을 돌봐야 하는 닥터의 세계, 이해해 주실 거죠?
(E) 휴대폰 닫고
시경 7시부터 9시까지 세리, 9시부터 12시까지는 나영이
12시 이후에는, 태희... 오늘 바빠주시겠는데? 슬슬 출발해 볼까?
(E) 문 벌컥 열리며
기덕 얌마, 너 뭐해?
시경 네? 저, 오프라 잠깐 나갔다 오려구...
기덕 일년차가 오프는 무슨!
야, 나 잠깐 요앞에 나갔다 올거니까, 니가 병동 좀 돌아.
시경 예??? 아니, 선배님....
기덕 싫어?
시경 ....아닙니다. 매우... 좋습니다.
(M) 좋을텐데~
(E) 병원 복도 (누구 선생님 찾는 방송도 나오고...)
(E) 터벅터벅 걷는
시경 아~ 그놈의 봉덕이 때문에 스케쥴 제대로 꼬이네...
하여간 학교 때부터 날 가만 두지 않았지...
(E) 병실 문 열고 들어가는
시경 이 환자한텐.. 아무도 안 오나? 병실만 특실이면 뭘해....
(E) 몇 걸음 다가가고
시경 (혼자 말하는 느낌) 윤은서씨. 오늘 기분 어떠세요?
(E) 챠트 체크하며
시경 메리 크리스마습니다.
(E) 톡톡...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시경 순간, 난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무려 5년 동안이나 식물 인간 상태로 누워만 있던
여자 환자가..... 손가락을 움직여....
침대 끝을.. 톡톡 두드렸기 때문이다.
(M) 넌 감동이었어
(E) 다급하게 뛰어오는 소리
기덕 정말이야?
시경 (자신만만) 그렇다니까요.
기덕 너, 잘못 본 거면 가만 안둔다.
니가 어떤 상황 중에 전화한 건지, 알기나 해 임마?
시경 (쫄아서) 중요한... 순간이셨습니까?
기덕 근 10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시경 (헉) 아.... 하필....
기덕 일단 가보기나 하자.
시경 (약간 자신감 상실한) 진짜..보긴 봤는데...
(E) 문 열고 들어가는
기덕 윤은서씨.
시경 아까 말입니다. 분명히 이쪽 손가락으로 여기를 톡톡....
기덕 그냥, 반사적으로 조금 움직이는 경우는 종종 있어.
그런 거 아냐?
시경 아닌데.... 분명히 톡톡 친 것 같았는데...
기덕 쳤어? 친것 같았어?
시경 ........친 것... 같았나....?
기덕 이 자식이......
시경 죄송합니다!!!!
(M) 미소천사
시경 (궁시렁대는) 그렇다고 사람을 이렇게 패?
나도 집에 가면 귀한 아들이고, 내 팬들한텐 왕자님이라 이거야.
(씩씩대는데)
(E) 톡톡 치는
시경 (동시에 헉.. 깜짝 놀라는) 뭐야.....또.....
(E) 좀 더 세게 톡톡톡
시경 윤...은서씨? (떨리는) 제 얘기가 들리시면, 두 번... 톡톡.. 쳐보세요.
(E) 톡.톡.
시경 헉...!! (놀라고 다시 진정하며) 그럼 이번엔 세 번. 톡.톡.톡.
(E) 톡.톡.톡.
시경 (또) 헉!!! 죄송한데요. 이번엔 그럼, (대~한민국 박자) 토옥톡톡!
(E) 토옥~톡톡!
시경 (바로 소리 지르며 뛰쳐 나가는) 선배님!!!!
(M) Happy heart
/ Andy Williams
(E) 캔커피 따는
기덕 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냐?
시경 (억울) 거보세요. 제가 그랬잖아요. 분명히 움직였다니까요.
기덕 그러게. 이거 완전 크리스마스의 기적 아냐~
시경 (스스로 흡족) 제 인생엔 이런 영화 같은 일들이 종종, 자주 일어나곤
하거든요.
(E)전화벨
기덕 여보세요? 네, 엠비씨요? 무슨 일로....
아~ 식물인간 상태에서 회복한 그 환자분요?
시경 (좋아라) 인터뷰 요청이에요? 저 바꿔주세요.
(E) 걸어가며
기덕 (점점 멀어지는) 아, 저한테 얘기하시면 됩니다. 제가 원래 방송 타고
이런 걸 좋아하지는 않는데요. 담당의사니까요... 특별히....
그리구 제가 엠비씨를 좋아하거든요. 하하하!
시경 뭐야 저 인간~ 하여간 일생 도움이 안돼요.
(E)사람들 우루루 몰려가는
시경 기자들인가보네? 뉴스는 뉴스구나. (한숨)
그나저나, 크리스마스 이브에 난 이게 뭐냐~
(M)lonely christmas - 샤크라
시경 일약 스타덤에 오른 윤은서는
놀랍게 빠른 속도로 회복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문턱이 닳게 드나들던 기자들도 뜸해질 무렵...
그녀는 혼자 힘으로 일어나 앉게 됐다.
(E) 문 열고 들어가는
시경 안녕하세요 윤은서씨
성혜 ....네.
시경 오늘은 아무도 안계시네요?
성혜 그러네요.
시경 컨디션은 괜찮으세요?
성혜 좋아요. 그런데요.
시경 네
성혜 처음에 저 움직이는 거 본 분, 맞죠.
시경 (반가운) 네. 저에요. 사실 인터뷰는 김봉덕 선생님이 하셨지만요,
알고 보면 최초 발견자가 저거든요.
성혜 저한테, 메리크리스마스.... 그러셨던 목소리, 맞죠.
시경 네. 그걸 듣고 계셨어요?
성혜 그럼요.
시경 그럼... 그 전부터도, 듣고 계셨어요?
성혜 다는 아니겠지만, 종종 들었어요.
이제는 가망 없다는 말, 병원비 낭비라는 말,
그래도 숨이 붙어 있는 앨 어떻게 포기하냐는 말...
그런말들이... 꿈결 속에 들리는 것처럼, 들려오곤 했어요.
그때마다 난 이렇게 말했어요. 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M) 처음처럼 (첫부분부터)
(E) 복도 걷는
기덕 너 그 얘기 들었어? 윤은서가 예전에 우리 학교 학생이었대.
시경 그래요?
기덕 하긴, 사고난 데가 우리 학교 정문 앞이었고 하니까....
시경 그랬구나....
기덕 그냥 누워만 있을 땐 모르겠더니, 깨어나고 보니까
윤은서씨... 진짜 예쁘지 않냐?
시경 그냥 뭐... 저 아시잖아요. 눈 높은 거.
기덕 눈이 높은 게 아니라, 여러 개겠지.
그렇게 여러 군데 한눈 팔고 다니면 안 어지럽냐?
시경 삶의 일부분이라..... 전 괜찮습니다.
기덕 어쨌든, 나 윤은서씨 앞에 가면 살짝 설레거든?
그니까 너 여기까지 어떻게 해 볼 생각 하지 마라.
시경 선배님두 참. 저 눈 높다니까요.
(E) 휠체어 오는
성혜 안녕하세요.
시경 돌보는 사람이 미는 휠체어에 몸을 실은 그녀였다.
기덕 (반가워라 하며) 아, 나오셨네요?
성혜 저 잠깐 바람 쐬러 1층에 내려갔다 올까 하는데요.
선생님 지금 많이 바쁘세요?
기덕 아뇨 괜찮습니다. 지금 쉬는 시간이에요.
제가 같이 가 드릴까요?
성혜 아뇨. 그쪽 선생님 말구요, 성시경 선생님요.
(M) 사랑이겠죠 (성시경/김조한)
(E) 휠체어 미는
시경 춥지 않아요?
성혜 담요 덮었는걸요 뭐.
시경 다들 놀라요. 윤은서씨 의지가 대단하다구요.
성혜 그래요?
시경 얼마 전에 드라마를 봤는데요, 이런 대사가 나오더라구요.
기적이라는 말이 왜 있겠냐구....
있으니까 생긴 거 아니겠냐구.....
윤은서씨 보고, 아... 정말 기적이라는 게 있어서,
그런 말이 생긴 거구나..... 싶던데요.
성혜 저도 이제.... 기적을 믿어요.
(M)기적 (김동률/이소은)
(E)휠체어 밀고 가는, 사람들 멀리서 걸어가고 얘기하는 소리들...
시경 5년만이라.... 세상이 좀 낯설지 않으세요?
성혜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시경 뭐 어려운 거 있으면 얘기하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도울께요.
성혜 ....정말요?
시경 (약간 당황) 네? 예... 뭐....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면....
성혜 실은, 오늘 여기 같이 나오자고 한건요,
부탁 드릴 게 있어서였어요.
성시경 선생님이시라면, 제 부탁 들어주실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시경 부탁이.... 뭔데요?
성혜 5년 전에.... 제가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을.... 찾아주세요.
(M) 거리에서 (널 그리는~)
시경 (난감한) 음.... 사실 제가 아직 1년차라서요, 좀 바쁘거든요.
성혜 바쁘지만 해주실 수 있죠?
시경 그러니까요. 해줄 수는 있는데.....
(고민하다가) 사람 찾는 일이.. 그게 쉽지는 않아서...
성혜 쉽지 않은 일을 해주시겠다고 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시경 그러니까요. 나중에 밥 사세요.
시경 ........이게 아닌데.....
눈빛이 너무 간절해서 도저히 거절을 못하겠다.
성혜 사실, 그때... 그 사람 이름도 몰랐거든요.
그냥 혼자 짝사랑하던 거라...
시경 네? 그럼 찾기 힘들지 않나요?
성혜 그런데 몇 가지 단서가 있어요.
시경 단서요?
성혜 아직 정확한 기억이 다 떠오른 건 아니지만,
생각나는대로 말씀드릴께요.
가장 먼저 기억나는 건요,
학교 앞 까페요.
(M) Try to remember
(E) 거리 소음
시경 모처럼 쉬는 날, 내가 뭐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성혜 (약간 에코) 그 사람이 자주 가던 까페가 있는데요.
거기 주인이, 그 사람이랑 꽤 친한 것 같았거든요.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거에요.
시경 그녀가 말해준 까페는
학교 앞에서 가장 큰 커피숍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가 본 그곳은
이미 옷가게로 변해 버린 후였다.
시경 뭐야..... 보람 없게...... (한숨)
(E) 거리 소음 사라지고
성혜 (섭섭한) 그래요?
시경 시간이 많이 지났잖아요. 얼마 전에 없어졌다 그러더라구요.
물론 주인도 바뀌었구요.
성혜 할 수 없죠 뭐.
시경 그럼 전... 이만...
성혜 하나 더... 생각났어요.
시경 뭔데요?
성혜 그 사람... 음악동아리 회원이었어요.
시경 음악...동아리요?
성혜 네. 노래를 참 잘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시경 음악 동아리도 여러 갠데, 어떤 건지 정확히 알아요?
(M) 미소천사
기덕 (놀라며) 야, 그거 혹시 나 아닐까?
시경 네?
기덕 그렇잖아. 너 기억 안나? 내가 그 까페... 하이델부르크에서 알바
했잖아. 주인아저씨랑도 무지 친했구....
시경 맞다.
기덕 그리구, 나 음악 동아리 회원이었잖아.
시경 아... 맞다. 선배 그때... 그 동아리에 이쁜 애들 많다고 들어갔었죠
기덕 무슨 소리야. 내가.. 음악을 사랑해서 들어간거지.
시경 진짜 선밴가?
기덕 왜?
시경 마지막 단서가.. 의예과라고 그랬거든요.
기덕 (덜컥) 나네. 나야..... 나를 짝사랑하고 있었구나.....
시경 단정하긴 너무 이른 거 아니에요?
기덕 아니긴 뭐가 아냐. 아니, 날 좋아해놓고
내 얼굴도 못알아보고...... 하긴 세월이 좀 흘렀지.
시경 흘렀죠. 그리고 선배 얼굴도 많이......
기덕 많이 뭐?
시경 ......많이..... 성숙해지셨잖아요.
기덕 맞아맞아. 내가 그땐 워낙 동안이었는데, 지금은 성숙해져서...
못알아볼 수 있지. 그리고 5년 동안.... 많이 힘들었잖아....
아... 가여워
시경 정말, 그녀가 좋아했다던 남자가 선배일까?
괜히 심통이 나고 섭섭해지려고 한다. 왜 이러지....
(M) 내게 오는 길
기덕 나, 떨릴라 그러는데 어쩌지?
시경 안 어울리게 왜 그래요.
(E) 똑똑
성혜 (안에서) 네
(E) 들어가는
시경 책을 보고 있던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본다.
기덕 (떨려하며) 저, 기억 안나세요?
성혜 김봉덕 선생님이시잖아요.
기덕 역시, 기억하시는구나. 제 이름까지...
성혜 네? (황당) 거기 명찰 보고....
기덕 아.... (뻘쭘)
시경 혹시, 이분 아니세요?
성혜 누가요?
시경 은서씨가 좋아했다던 분....
성혜 아닌데요
기덕 ...아니에요?
성혜 네. 전혀요. 제가 좋아한 줄 아셨어요?
기덕 (민망) 아니 뭐... 전 그냥....
시경 미안한 얘긴데요 은서씨. 그 정도 단서로는 찾기 힘들어요.
의예과 학생만 해도 한 학년에 70명이 훨씬 넘거든요.
성혜 그래요? (의미 있는) 찾으려고 하면, 찾기 어렵지 않을텐데......
(M) 내안의
그녀 / 성시경
(E) 걸어 나오는
기덕 뭐야.... 아 챙피해... 앞으로 윤은서씨 얼굴 어떻게 보지?
시경 선배, 그거 무슨 소리죠?
기덕 응?
시경 아까 나보구, 찾으려고 하면 찾기 어렵지 않을 거라던.....
기덕 .....글세?
시경 혹시.... 난가?
기덕 하여간 이놈의 왕자병은....
야, 그게 왜 너냐?
시경 생각해 보니까요, 학교 때 선배가 그 까페에서 알바 하면서
맨날 나 시켜먹었잖아요. 돈은 선배가 챙겼지만
일은 내가 다 했지 뭐.
기덕 (잡아떼는) 기억 안나는데.
시경 또, 음악 동아리두.. 노래 부를 일 있으면 핑계대고 맨날 나 대타로 세우구... 안 그랬어요?
기덕 글쎄 그것도 기억이 잘.....
시경 (헉 놀라는) 혹시..... 진짜 나 아냐?
기덕 너, 은서씨 얼굴 알고 있었어?
시경 전혀...... 생각 안나요.
(M) 외워 두세요
(E)챠트 체크하는
시경 깨어난지 벌써 1년 다 됐네요.
성혜 네....
시경 (떠보는) 혹시.... 뭐 또다른 단서 같은 거 생각났어요?
성혜 뭐가요?
시경 왜....그.... 좋아한다던....
성혜 됐어요.
시경 예? 왜.....
성혜 어차피 너무 옛날 일이잖아요. 그냥 다 잊어버리기로 했어요.
시경 (약간 애닳는) 아니.... 그래두....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이라면서.
성혜 생각해 보니까 그땐 어린 맘에 좋아하긴 했지만
그렇게 괜찮은 사람 같지 않아요.
시경 왜요?
성혜 바람기도 많았던 것 같고, 사람이 좀 느끼하다고 해야 할까.....
시경 그렇다고, 좋아했던 마음이 그렇게 한순간에 변해요?
아니, 사랑이 어떻게..... 변해요!!!!
(M) 사랑할 땐 몰랐던 것들
(E) 천천히 걸어오는
성혜 선생님.
시경 (놀라고) 혼자 걸어나온 거에요?
성혜 물리치료 열심히 받았거든요.
시경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그녀의 얼굴은
소녀 같았다. 잘했다고 등을 토닥여주면
금방이라도 화르르 웃음을 쏟아낼 것처럼
청아하고 맑은 표정이었다.
성혜 이거요.
시경 뭔데요?
성혜 이게, 마지막 단서에요.
시경 크리스마스 카드 아니에요?
성혜 그 사람이 저에게 보내줬던 카드에요.
시경 아.....
(E) 카드 펴보는
시경 그녀가 병실로 돌아가고
카드를 펴보았다.
낯익은 글씨체였다.
시경 (약간 에코) 의예과 성시경에게 나뭇잎 카드 보내신 여자분.
한번 보고 싶긴 한데.
이름도, 얼굴도 모르니 어떻게 만나죠?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6시에, 학교 앞 정문 횡단보도 앞에서
만나는 거 어때요?
난 그쪽이 누군지 모르니까, 그쪽이 먼저 저에게 와 주세요.
(M) 내게 오는 길
(BG)로 깔리며 -
(E) 우편함에서 뭔가 한웅큼 꺼내는
기덕 야, 뭐가 그렇게 많냐?
시경 선배것두 있는데요?
기덕 (반가운) 내꺼 있어?
시경 네. 카드값 고지서요. 왜 이런 걸 학교 주소로 받아요.
기덕 남이야!!! 하여간, 너는 뺀질뺀질해가지고 무슨 여자애들한테
크리스마스 카드를 이렇게 많이 받냐?
시경 고등학교 때에 비하면 10분의1로 팍 줄은 거에요.
(E)뜯어보는
시경 어. 또 왔네.
기덕 누군데.
시경 누군지 몰라요. 그냥..... 가끔 특별한 날이면 카드 보내주는데.
글씨도 예쁘고.... 느낌이 괜찮거든요?
기덕 이건 뭐야? 책갈피 아냐?
시경 네. 카드 보낼 때마다 나뭇잎으로 책갈피 만들어서 보내주는데
그 정성도 참 예쁘고.....
기덕 니가 웬일이냐? 그런 여잘 아직 안만나보고?
시경 누군지 모르니까 못만났죠. 이름도 안쓰냐?
기덕 오.. 그래?
시경 안되겠어요.
기덕 뭘 어쩌게?
시경 중앙도서관 앞에, 답장을 써둬야죠.
기덕 중앙도서관 앞에?
시경 그렇게 해서, 난 공개 크리스마스 카드를
중앙도서관 정문 앞에 붙여 두었다.
(M) 그 이름 모른다고
(E) 크리스마스 캐롤 아련히 - , 사람들 소음, 차 소음
시경 하지만 난 그날
약속이 너무 많았다.
사람들을 만나서
놀고 즐기느라......
난 밤늦게까지 약속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E) 조용해진 거리
(E) 뛰어오는, 멀리서 응급차 사이렌 소리
시경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땐
아무도 없었다.
물론, 아무도 내게 오지 않았다.
그날밤.... 참 눈이 많이 내렸다.
(M)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 성시경
(E) 똑똑
시경 모든 걸 깨닫고
은서를 다시 찾아갔을 때.
(E) 문 열면
시경 그녀는 이미 퇴원한 후였다.
시경 언제 퇴원했는데요?
기덕 아까, 인사하고 가던데? 이제 통원치료 하겠대.
시경 그래요? 선배, 저 좀 나갔다 올께요.
(E) 뛰어가는
기덕 얌마! 어디 가!
시경 (조금 멀리) 당직 좀 바꿔주세요 선배
기덕 뭐? 너 거기 못서?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야 임마!!!
시경 나도 근 10년 사이에 가장 중요한 일이 생겨서 그래요!!!
(E) 캐롤 울려퍼지는 거리. 뛰어가는
시경 모르겠다.
이게 이렇게 중요한 일인지는.
그냥..... 지금은 이렇게.....
내가 먼저 그녀를 찾아가야 할 것만 같다.
(M) 희재
(E) 대문 열고 나오는
성혜 어떻게... 왔어요?
시경 (약간 숨가쁜) 어떻게, 왜. 왔는지 몰라요?
성혜 그럼 이제... 알았어요?
시경 하나만 물어볼께요.
성혜 ......
시경 그날, 나 오래 기다렸어요?
성혜 .......
시경 나 오래 기다리다가, 혹시 사고난 거였어요?
성혜 다른 대답 해도 돼요?
시경 ...........
성혜 그날 이후.... 오래오래 잠들어 있었는데요.
날 깨운 목소리는 그쪽 목소리였어요.
시경 ........... 네?
성혜 처음으로, 다시 눈을 떠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거
그쪽 목소리였어요.
시경 .........
성혜 움직일 수가 없어서, 마음으로만 몸부림칠 때도
날 기쁘게 하고 감사하게 한 것도
그쪽 목소리였어요.
(M) 선인장
성혜 이럴 땐 눈이라도 내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날씨도 참....눈치 없다.
시경 따뜻한....크리스마스 이브도 좋은데요...?
시경 내가 지금, 미안하다고 해야 되죠....
성혜 그냥.... 반갑다고 해요....
참 먼 길 돌아왔지만, 어쨌든 약속 지키게 돼서
반갑고 기쁘다구요.
시경 와.... 진짜 이럴 땐 눈 와줘야 할 것 같은데요?
이런 영화 같은 순간에.....
성혜 (웃고)
시경 고마워요. 오래오래 잘 기다려줘서.....
시경 누군가에게 나에게 올 축복을 양보하고 싶다는 생각....
지난 아픔까지 다 덮어줄 수 있을 만큼의
위로를 주고 싶다는 생각.....
처음으로 해 본다.
그녀의 말이 맞다.
참 반갑고.... 참 기쁘다.
(M) 주제음
2006-12-20(1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