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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64화 - 해바라기
(M) 주제음 (해바라기 - JK 김동욱)
남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녹차 보다는
진한 자판기 커피를 더 찾게 된다.
이제 그만 마셔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또 술을 마시게 된다.
언제나 머리와 가슴은 따로 놀고
깨달음은 한발 늦다.
(E) 바람 소리
남 잔뜩 흐려진 하늘 아래를 걷는다.
이제 겨울이다.
(M) 하얀새 - 이승철
남 오늘은
내가 사랑했던,
나만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그녀가
결혼하는 날이다.
10년이다.
10년을 한결같이 그녀만을 바라보았는데
나와 헤어진 지 석달만에
기다렸다는 듯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는 그녀.
허탈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 걷는 소리, 사람들 시끌벅적한, 멀리서 웨딩마치
남 오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와 버리고 말았다.
저 멀리,
천사처럼 아름다운 그녀가 보인다.
(M) 너의 결혼식 - 윤종신 (몰랐었어 니가 그렇게 예쁜지...)
남 얼굴을 봤으니 됐다, 하고 돌아서는데.
(E) 발자국 소리
여 혹시....
남 ....
여 맞구나. 봉덕씨. 나 몰라요?
남 아... 은주씨?
여 은주가 아니라 은서에요.
남 아, 맞다. 은서씨.
여 설마..했는데. 왔네요.
남 ....저 온 거 유민이한텐 얘기하지 마세요.
여 ....알았어요. 그럴께요.
남 그럼... 먼저 갈께요.
(E) 몇걸음 가는데
여 저기요.
남 네?
여 혹시, 예식장 나가서 술 드실거에요?
남 네?
여 그럴거면, 혼자 드시지 말고, 같이 먹자구요.
(M) 술이야 - 바이브 (난 늘 술이야~)
(E) 대폿집 분위기. 시끄러운. 술 따르는. 고기 굽는 등 소리들
남 저 술 먹고 싶은 거 어떻게 아셨어요?
여 뻔하잖아요. 내가 두 사람 사이 다 아는데.
남 맞아요. 유민이랑 젤 친한 친구셨죠.
여 그래요. 그런데 그새 제 이름도 까먹으세요?
남 그러게요. 다 정말 옛날 일 같네요.
여 유민이랑 결혼하실 줄 알았는데....
남 ........
여 자그마치 10년이었잖아요.
남 네. 저두 한번도 의심한 적 없어요.
유민이랑 전, 언제까지나 그냥.. 함께 있을 줄 알았어요.
(E) 술 마시는
여 헤어지고 나니까,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걸.
남 난.. 지난 10년 동안 뭘 한건가.... 싶어요.
(M) 거리에서 - 성시경 (니가 없는 거리에서...)
(E) 대폿집 소음
남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었는데
그래도 은서씨가 옆에 있어주니까 덜 허전하네요.
여 그랬어요? 우리, 건배나 할까요?
(E) 플라스틱 잔 부딪치고
남 막걸리 먹으러 오자 그래서 놀랐어요.
여자분들은 와인 같은 거 좋아하고 그러지 않나요?
여 전 막걸리 좋아해요. 달큼한 게, 신김치랑 먹어도 맛있고
돼지머리 누른 거랑 먹어도 맛있고.
남 (웃고) 참 다르네요. 유민이랑은.
여 맞아요. 우리 둘은 참 달랐어요.
성격도, 옷입는 것도, 좋아하는 음식도.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 몰라요.
남 친한 친구 시집가서, 섭섭하시겠어요 은서씨도.
여 그냥.. 조금요.
남 유민이.. 지금쯤 신혼여행 갔겠네요. 어디로 갔어요..?
여 발리요.
남 .... 발리... (쓰게 웃고) 나중에 꼭 거기로 신혼여행 가자고..
예전에 약속했었는데.
(M) MY LOVE - 이현섭 (발리에서 생긴 일/ 난 안되겠니~첫부분부터)
(E) 걷는. 바람 부는 거리.
남 나..그거 물어봐도 돼요?
여 .....어떤 남자냐구요?
남 네
여 .....글쎄요. 뭐라고 해야 할까...
남 왜요. 사람이 별로에요?
여 좋은 사람이라고 말씀드리긴, 좀 힘드네요.
남 왜요? 어떤 사람인데요!!
여 (피식) 걱정되세요?
남 ....아니 뭐...
여 뭐가 걱정돼요? 10년 애인 버리고 3개월만에 딴남자 찾아갔는데.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건 아니건, 그게 뭐 걱정돼요?
남 그래두 이왕이면.. 좋은 사람 만나서 잘살아야죠.
여 정말 그런 마음이 들어요?
남 그럼요. 그리구, 유민이가 저를 버린 건 아니에요.
제가 그동안 잘 못해준 게 많아요.
여 글쎄요. 정말 그런 걸까요?
남 무슨 얘기에요?
여 .....아니에요. 유민이 잘 살 거에요. 똑똑한 애니까.
늦었네요. 저 그럼 먼저 갈께요.
(M) 안되겠니 - 조은
남 아무래도, 그날 밤 은서의 말이
걸렸다. 유민이가 결혼한 남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건지,
그리고 유민이가 나와 헤어진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는건지.
혼란스러웠다.
난 그날 받았던 은서의 명함을
몇 번이나 꺼내서 쳐다보다가
마침내 용기를 냈다.
(E) 전화하는
남 여보세요
여 네
남 안녕하세요. 저...
여 알아요. 웬일이세요?
남 뭐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시간 되세요?
제가 그쪽으로 갈께요.
(M) 알고 싶어요 - 서영은
(E) 까페 분위기. 차 마시는.
남 갑자기 연락 드려서 놀라셨죠.
여 아니에요. 제가 그날 얘기를 애매하게 해서...
남 계속 궁금하더라구요.
어차피 헤어졌고, 결혼까지 해버린 마당에..
다 소용없는 마음이긴 하지만요.
여 네... 그러실거에요. 저도 그러니까요.
남 .....네? 은서씨도.. 그런다는 게... 무슨....
여 유민이가 결혼한 그 남자가요,
제가 결혼하려던 남자에요.
이제 아시겠죠. 제가 왜 그남자..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 못드렸는지.
(M) 하늘만이 허락한 사랑 - 엄정화
남 .......그게 정말이에요?
여 네.
남 그럼.... 유민이가 은서씨 남자친군 걸 알고 그랬다는 거에요?
여 알았다 뿐이겠어요?
우린 셋이 자주 만나곤 했어요.
남 그게, 유민이가 저랑 헤어지기 전의 일이었나요?
여 그럼요.
남 그럼, 유민이가 저랑 헤어진 것도....
그 사람과 관계 때문이었다는 거에요?
여 네.
남 어떻게... 그럴수가....
여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뭐 하나 저랑 취향이 같은 게 없었는데.
유민이가, 제가 좋아하는 남자를 좋아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남 .......(한숨만)
여 저희 12월에 결혼하기로 약속된 상태였어요.
유민이가 들러리 서주기로 약속도 했었구요.
그런데 세달 전에 그러더라구요.
들러리 못서줄 것 같다고.
자기가,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고.
(M)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남 정말.. 까맣게 몰랐어요.
처음엔.. 유민이가 저와의 관계에 지쳤다고만 생각했어요.
예전에도 헤어졌다 만났다, 자주 그랬으니까
이번에도 시간을 조금 가진 뒤에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여 그런데 결혼한다고 해서, 놀라셨죠.
남 그랬죠.
여 유민이가 봉덕씨한테 많이 미안하다고 그랬어요.
남 이 얘기, 차라리 안들을 걸 그랬어요.
여 저두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날... 저도 모르게...
남 아니에요. 그럴 수 있어요.
나라도 그랬을 거에요.
여 저두 그날... 결혼식장 몰래 갔었던 거거든요.
뒤에서 서서, 정말 결혼을 하나.....
그렇게 못할 짓하고 가서도... 행복하게 웃나...
그거 보려고 갔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봉덕씨 보고...
남 동병상련을 느낀거에요?
여 그랬나봐요. (쓸쓸하게 웃는)
(M) 까만안경 - 이루 (2절 한여자가 떠나요부터 - 둘이 함께 부르는 부분)
(E) 대폿집 분위기
남 그날밤 우리는 또
그 대폿집에 갔다.
(E) 잔 부딪치고
여 (취하지는 않고, 그냥 조금 기분만 좋아진) 솔직히요, 이제 와서 말이지만
저는 그 남자랑 결혼안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남 왜요?
여 제가 3년 사겨봐서 아는데요, 정말 짠돌이거든요.
남 그래요?
여 그럼요, 어우~ 밥 한번 시원하게 쏘는 꼴 보기가 힘들었잖아요.
남 남자가 쪼잔하게~
여 제 말이요. 이게 작년에 그 사람이 생일선물로 해준건데요.
은반지잖아요. 솔직히 요새 누가 은반지 해줘요? 고딩들도 아니고.
남 그러네요?
여 그래두 내가.. 이 반지를 얼마나 아꼈는데.
세수할 때도 안 빼놓고... 맨날 치약으로 닦아주고...
내가 세상 어느 다이아반지보다 더 귀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간직했는데. (목소리 흐려지는)
(M) 그 남자 그 여자 - 바이브 (혹시 니가 돌아올까봐... 여자 부분)
남 유민이두 뭐, 그렇게 좋은 애는 아니에요.
제가 직장 생활 4년인데, 아직 백만원도 못모았잖아요.
여 유민이 때문에요?
남 아시죠? 밥도 코스 요리 아니면 안먹고, 공연을 봐도 브이아이피석만 앉아 야 되고.
여 술은 와인만 마시구요?
남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십년을 그랬잖아요.
저한텐 일년에 밥 딱 한번 샀어요. 제 생일날.
여 걔가 좀 그런 데가 있어요.
남 예전에 저 군대 가 있을 때요, 면회 오면
남들은 통닭에 피자에.. 맛있는 거 잔뜩 사오는데.
유민이 얜, 달랑 김밥 한줄이었어요.
여 진짜요?
남 네~ 그러면서.... 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싼 거라고...
어찌나 생색을 내는지..... (잠시 있다가) 그래도.. 그게 참...
맛있었는데.....
(M) 그 남자 그 여자 - 바이브 (혹시 니가 돌아올까봐... 남자 부분)
------1부 끝.
남 정말 동병상련이었을까.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얘기들을
그녀에게만은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자꾸만 은서를 만나게 되는 것 같았다.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를 알아줄 사람이
서로밖에 없어...
우리는 더 자주 만나게 됐다.
(E) 바라 부는. 낙엽 밟으며 오는 소리.
남 은서씨.
여 또 술생각 나서 부른 거에요?
남 아뇨. 그냥 오늘은, 술 안 마시고... 친구나 돼 달라구요.
여 좋죠... 저두 그냥 퇴근하기 좀 쓸쓸..하던 참이었거든요.
남 안색이.. 안좋아보여요.
여 그래요?
봉덕씨가 저 불러내줘서, 오늘은 진짜로 고마웠어요.
남 왜요?
여 .....오늘.. 그 사람이랑 나, 결혼하려던 날이에요.
(M) 그 사람의 결혼식 - 서영은 (너의 신부 아름답구나)
(E) 두 사람 낙엽 밟으며 걷는
남 기분이 참... 그렇겠어요.
여 약속이라는 게, 참 부질없죠.
아니라고 하니, 미안하다고 하니, 다 아무 것도 아닌 게 돼 버리네요.
남 유민이가.. 밉죠.
여 밉죠. 너무 밉죠.
남 많이 미안해하고 있을 거에요.
원래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잖아요.
여 원래 나쁜 사람이 어딨어요.
나쁜 짓을 하니까, 나쁜 사람인 거에요.
남 ..........
여 이상하게, 그 사람은 자꾸만 용서하고 싶어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내가 뭔가 잘못한 게 있겠지, 이렇게요.
그런데 유민이는 용서가 안돼요.
그 사람한테 못 털어놓을 속얘기까지 다 했던 친군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죽을 때까지 용서 못할 것 같아요.
(M) 아름다운 날들 - 장혜진 (용서할 수 있겠니 너를 아프게 한 날)
남 나도 은서씨랑 비슷한 심정이에요.
나도.... 유민이를 자꾸만 이해하고 싶어져요.
내가 못했던 것들만 생각하게 되구요.
그냥... 그놈이 나쁜놈이겠지. 그놈이 우리 유민이 꼬셨겠지.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요.
여 (웃고) 우리 참 웃기네요.
남 그렇네요.
여 그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살든지, 말든지, 용서를 하든지,말든지
아무 상관도 않고 잘 살텐데.
남 .....그러겠죠.
(M) 그댄 행복에 살텐데 - 리즈
남 코끝이 빨개질 때까지 낙엽 쌓인 길들을 돌아다니다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게 됐다.
(E) 몇걸음 걷고
여 고마워요. 나 혼자 올 수 있었는데.
남 들어가세요 그럼.
여 어? 눈 온다.....
남 네? (보는 듯한) 그러네.....
여 예쁘네요....
(M)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 조정현
(BG)로 앞노래 이어지면서 -
남 어쩌다 그랬는지 모르겠다.
눈이오는 분위기에 젖어 그랬던건지
두 사람 마음이 모두 쓸쓸해 있어 그랬던건지
우린 서로에게 기대 있다가
입맞춤을 하고 말았다.
(M) 노래 더 이어지고 -
남 그리고 며칠 동안...
(E)전화기 들었다가, 다시 놓는
남 난 전화기를 백번쯤 들었다 놓았을 것이다.
전화를 할까,하다가
그녀 목소리를 들으면 어색할 것 같기도 했고.
할말이 없을 것 같기도 했다.
그날의 일을 후회하기도 했다.
일주일 가량...
전화를 할까,말까로 고민만 하던 끝에
마침내 용기를 냈다.
(E) 전화하는
여 여보세요
남 .....예... 저에요.
여 네. 오랜..만이에요.
남 그러게요...... 잘 있었죠?
여 ......그냥요
남 .........(사이) 그날 일은요...(머뭇)
여 저 할 말 있어요. 우리 만나요.
(E)까페 소음
남 무슨.. 할 말인데요?
여 저, 사고쳤어요.
남 네? 사고라니... 무슨....
여 유민이한테 전화를 받았거든요. 어제.
딴에는 미안해서 전화한 것 같더라구요.
원래는 퍼부어주려고 했는데
막상 전화오니까, 더 독한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남 그..래서요?
여 봉덕씨랑 사귄다고 해버렸어요.
(M)라라라 - 세븐 (넌 그냥 오면 돼~)
남 .....(황당) 뭐라구요?
여 저도 전화 끊어놓고 아차 했는데.
어떻게 돌이키기가 힘들게 돼 버렸어요.
남 유민이가... 뭐래요?
여 ............울던데요.
남 울어요?
여 네. 사람 마음이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자긴 봉덕씨 배신하고 결혼했지만
봉덕씨가 저랑 사귄다니까, 배신감이 느껴지나봐요.
남 (쓴웃음) 그래요?
여 솔직히 말하면요,
저 조금 시원했어요. 미안해요.
남 저도 솔직히 말할까요?
여 ........
남 유민이가 그 말 듣고 울었다는 얘기가, 조금 위로가 되네요.
(M) 우리 이제 어떻게 하나요 - 김현철, 거미
(E) 땅~ 야구볼 치는
남 실내야구장에 왔다.
총알처럼 날아오는 공을
방망이로 맞춰 때리고.
가끔은 바람을 가르며 헛스윙을 하기도 하면서
우리는 웃었다.
여 (웃는) 재밌어요. 지나가다 보기만 했는데
이렇게 재밌는 건 줄 몰랐어요.
남 전 가끔 스트레스 쌓일 때 여기 와요.
예전에 유민이는 저보다 더 잘했어요.
늘 홈런이었다니까요.
여 ..... 유민이랑 왔던 데에요?
남 네.... 자주 왔었어요.
여 하긴... 십년이었으니 뭘 같이 안해봤겠어요.
남 그냥... 제 일상이... 유민이의 일상이었을거에요.
여 계속 그럴 거에요?
남 네?
여 계속, 봉덕씨 일상 속에서 유민이를 털어버리지 못할 거냐구요.
남 글쎄요.
여 그런 게 어딨어요.
있죠, 진짜로 나랑 사귀는 거 어때요?
남 은서씨.
여 뭐 어때요. 유민이도 내 남자 뺏어갔는데.
나라구... 뭐 지금은 유민이 남자도 아니지만.... 어쨌든
봉덕씨 진짜 뺏지 못할 이유 없잖아요?
나 그럴래요. 유민이한테. 아니 유민이의 추억한테.
그쪽 뺏을래요.
(M) 체념 - 빅마마
남 나에게도 어쩌면,
유치한 복수심 같은 게 있었을 것이다.
은서가 싫지 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유민이가 어디선가
우리 두사람. 은서와 나를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도
분명 있었다.
우린 부지런히 만났다.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 사진들을 일부러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여 우리 있잖아요. 오늘 고궁 갈래요?
남 고궁요?
여 지금이 고궁 가장 운치있을 때에요.
(E) 낙엽 쌓인 길 두 사람 걷는
여 거기 서 볼래요? 사진 찍어요 우리.
남 여기요?
여 네. 잠깐만요. 타이머 맞춰놓고.
(E) 타이머 맞춰지는, 뛰어오는. 찰칵
여 찍혔다.
(E) 뛰어가서, 카메라 눌러보는
여 와, 잘 나왔어요.
이거 봐요.
남 그러네요. 은서씨 이쁘게 나왔다.
여 우리, 그럼 저쪽 가서 또 사진 찍을래요?
남 이제 그만요. 오늘 많이 찍었잖아요.
여 한 장만 더요. 저기, 기둥 앞에서 찍으면 좋을 것 같은데.
남 지나치게 사진에 집착하는 그녀를 보면서,
이해가 되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기도 했다.
(M) 슬픈 안녕 - 이지연
(E) 찻잔 놓고, 물 따르는
남 녹차..마셔요.
여 오늘.. 추웠죠.
남 은서씨.....
여 네?
남 ....난요. 은서씨가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워요.
여 ......네?
남 그냥... 안아픈 척 보이려고. 우리가 서로 많이 좋아하는 척 보여주려고.
그러는 모습이. 안쓰럽고. 마음이 불편하고. 그래요.
여 ........그래 보여요?
남 네.... 은서씨 모습이 내 모습이기도 해서, 더 그래요.
여 (후 가볍게 한숨) 봉덕씨.
남 네?
여 여기도 유민이랑 자주 오던 데죠?
남 .......
여 이 찻집, 들어오다가 입구에서 두 사람 사진봤어요.
99년에 찍은 사진이 있더라구요.
남 그랬어요? 난 몰랐네....
여 우리 어쩌면....
이렇게 만난 거 아니었으면... 잘됐을 지도 모르는데....
남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여 미안해요.
(M)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 - 이지연
(E)낙엽 밟고 걷다가 멈추는, 바람 부는
여 가세요. 저는 조금 걷다가 들어갈래요.
(E) 몇걸음 걷다가 멈추고
남 우리가 너무 서둘렀다고 생각해요.
여 ......
남 사랑한 시간이 길었으니까....
치유할 시간도 필요한건데....
우리가... 아픔을 너무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아플 겨를 없이, 다시 사랑하고 싶어했던 거.
욕심이었어요.
여 그래요. 맞아요.
남 실컷 아파하다가, 언젠가 서로가 생각날지도 모르잖아요.
여 그럴까요?
남 그럼, 그때 다시 만나요. 그래도 될까요?
여 ......그래요. 그렇게 해요.
(E)낙엽 위 걷는 소리
남 얼핏 눈물 고인 눈으로 웃던 그녀가
다시 돌아서서 걷는다.
해만 바라보며 고개를 움직이는 해바라기도...
겨울이 되면... 시든다.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이 미련한 마음도, 사랑도, 그치고.
또다른 햇살을 기다릴 해바라기가
자라날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믿고 싶다.
(M) 주제음
2006-11-2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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