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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28일 화요일 대본 및 수록곡
11월 28일 골든 디스크 / 차 한 잔 하시죠

 

서미희 

 

  - 김치 국밥 끓인 날 -

  

찬밥 몇 숟갈이 어중간하여 멸치 몇 마리에 익은 배추김치

숭덩숭덩 썰어 넣고  김치 국물까지 알뜰히 부어 김치국밥을

끓였답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감칠 맛을 더해주고

불그죽죽한 국물 속에서 푸욱 물러진 배추 잎과 풀어진 밥알의 절묘한 조화라니... 특별한 준비 없이 그저 뭉근하게만 끓여낸 김치국밥 한 그릇이 주는 포만감, 추운 겨울철 나의 입맛에

이만큼이나 똑 떨어진 음식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참기름 한 방울이 더해주는 상승효과로 인해 김치국밥은

껄끄러운 음식이기는커녕, 한 입 두 입 먹다보면 어느새

부드럽고 순하게 목젖을 열어주고 위장까지 든든히 지켜주는

이런 건강음식이 어디 그리 쉬울까요.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을 후후 불어가며 김치국밥 한 그릇

잘 먹고 나면 콧망울엔 어느새 땀방울 송송 맺히고 움츠렸던 몸도 환히 기지개 켭니다.

어린 시절 둥그런 두레상 머리에서 온 식구가 오순도순

둘러 앉아 겨울철 점심으로 해 먹곤 했던 그 김치국밥의

진가를  내 나이 쉰 줄에야 재발견하게 된것이지요.

마치 옛 고향집 아랫목에서 푹신한 솜이불 덮고 푸욱 자고

나온 듯, 이 묵은 맛이 잃어버린 맛의 미각을 다시

일깨워줍니다


신청곡:  Feelings / Morris Albert

브라질 출신의 싱어 송라이터 '모리스 앨버트'의

1975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6위 기록. 70년대 최고의 팝 발라드로 쉽고 반복적인 가사진행과 편안한 코드 진행으로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

 

 

 

오지선 

 - 엄마가 둘인 여자 -

 

저에게는 엄마가 둘 있습니다. 한분은 나를 낳아주신 친정

엄마이고 또 한분은 내 남편을 낳아주신 시엄마입니다.

친정엄마를 보고 있으면 나의 미래의 모습이 보이고

시어머니를 보고 있으면 내 남편의 모습이 보입니다.

어느새 결혼한 지 6년이 다되어갑니다.

첫아이를 낳고 지금은 둘째를 임신 중입니다.

남편과 함께 살다보니 친정엄마 보다 남편이 더 편안해지고

친정엄마 보다 시어머님과 함께 있는 시간이

몸은 조금 불편해도 마음이 편안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런 게 결혼인가 봅니다. 이렇게 변해가고 적응해 가는 것인가봅니다. 나를 낳고 30년 동안 키워주신 분인데... 결혼 전에는 친정엄마가 나의 전부였는데... 그 분이 없으면 금방 죽을 것 같던 나였는데,, 이제는 그 분 보다  남편이, 자식이, 시어머니가 더 편안 하다니...

며칠 전 딸아이의 가을 운동회 때문에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두 분을 모시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두 분을 보면서 나와 남편 얼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버린

두 어머니....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두 어머니를 내가 모시고 살고 싶지만 현실은 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군요 하지만  엄마가 둘이라는건 참 행복한 일 인 것 같습니다.

두 엄마 모두 건강하시길 바랄뿐입니다.

 

신청곡 :  A Song for Mama / Boyz II Men


보이즈 투 멘의 1997년 작품으로,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위한 곡. 보이즈 투 멘 특유의 천상의 하모니와 달콤한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인 곡.

 

 

임언성 

 

    -  힘 내  -

 

그녀의 27번째 생일인데,,  가장 슬픈 날입니다..

부디 힘을 주세요..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병원이라는 하더군요..

임신 중인 친구에게 뱃속의 아기가 유산됐다는...하늘이

무너지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 가슴이 이리도 아픈데

엄마의 맘은 얼마나 더 아플까요?   며칠 전 미리 생일을 축하한다고 그녀의 집에 갔어요.. 오랜 만에 함께한 모임에 그녀도 저도 즐거운 한 때를 보냈어요.. 사실 얼마 전 친구의 남편의 루마니아로 6개월 동안 파견 근무를 나갔거든요.. 그 공백이 꾀나 컸던지 외롭다며 오늘은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했어요..

근데 저는 그냥 집으로 간다고 그렇게 간곡히 붙잡던 그녀와

그 아들 둘을 뒤로 한 채 그냥 와 버렸어요..

그렇게 이틀이 지난 오늘은 친구생일인데,,

친구는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이름까지 다 지어놓은

곧 태어날 아기가 죽다니.. 친구의 깊은 슬픔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걱정입니다.. 병원에 제발 찾아오지 말란 얘길 하며 울먹이던 목소리가 제 맘을 더 미안하고 아프게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할지 ...


신청곡 : Fixing a Broken Heart /  Indecent Obsession


호주 출신의 팝 록 밴드, ‘인디센트 업세션’의 1994년 작품으로

차트엔 오르지 못했지만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노래.

각종 CF,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자주 소개되고 있다.

 

 

 

황필기 


  - 축복받은 아침 -

 

오늘은 제 27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새벽부터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나더군요..

남편이 생일 이라고 어젯밤에 미뤄 놓았던 설거지를

하는가 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오늘은 게으름을 피워 볼 노량으로 못 이기는척 하고

또 다시 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아침 8시쯤 되었어요..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는데..  남편이 "빨리 씻고 밥 먹어.."

이렇게 얘기 하더라구요..

식탁에는 미역국과 김치. 그리고 계란후라이...

이렇게 놓여져 있었어요.. 내 밥은 밥공기 가득가득

밥을 담았고 자기는 어젯밤에 남은 찬밥을 먹더군요...

수저도 놓여져 있고 물도 한 컵 따라서 절 주더군요..

감동 그 자체 였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내 놓은 자그마한 선물 상자..

나비 모양에 펜던트 였습니다..

그리고는 "나비가 행운을 불러 온데.. 자기야 생일 축하해..

반찬이 없어서 어쩌지? 그래도 맛있게 먹어"

이러는데 저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결혼 5년차 인데 아직까지 이런 일이 없었거든요..

남편이 끓여준 미역국은 약간 짰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만든 계란 후라이도 간도 알맞고 맛있었어요.

밥을 한 숟가락 뜨는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진짜 어느 진수성찬 보다 맛있고 행복한 아침밥상 이었습니다.

왜 날 이렇게 감동 시키는지..

요즘 두 아이들 돌보느라 부부 사이에 권태기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남편이 정성스럽게 생일 축하를

해주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밥을 먹는데 남편이...

"자기야.. 건강하게 우리 오래 오래 살자... 사랑해.."

이러는데 내가 왜 자꾸 안하던 말을 하냐고?

왜 갑자기 이러냐고 다그치니까 그러더군요..

지난 주에 친구 아내가 자궁암에 걸려서 힘들어 한다고요..

그래서 자기도 마음을 다 잡아 먹고

아내에게 잘해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데요..

우린 남편 많이 충격을 받았나 봅니다..

옛말에  "열자식보다 악처 하나가 낳다"라는 말이 있지요..

맞아요...  부부는 돌아서면 남이라고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이고..

부부가 모여 최초의 가족을 이루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부부가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이인 것

같습니다..

저도 남편의 그 마음을 헤아려 더 어여쁜 색시가 되려고

합니다..  오늘 아침 제 생일은 세상에서 가장 축복된 아침상을

받았습니다.


신청곡 : Happy Birthday / Stevie Wonder


스티비 원더가 1980년에 발표한 곡으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날’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생일 축하곡으로 애용되는 곡.

 

 

 

장경호 

 

  - 학교 폭력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


채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겨울이 온 것 같습니다.

제대로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마음 시린 날입니다.

연일 매스컴에서는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학생들의

자살 소식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매번 방송되는 소식을 접하면서  '요즘 아이들은 왜 그럴까?' 하며 아내와 얘기를 나누긴 했었지만 그것이 저의 아들에게

일어나고 있었다는 건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 집단 따돌림으로 자살 예고 편지까지 써서

보낼 정도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다룬 날,

우리 집에서도 거센 폭풍우가 휘몰아쳤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힘들어 할 때마다 조기입학을 시켜 그러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되도록 말을 하지 않는 아이였기에

설마 설마 했었는데 그 날은 무엇이 그리도 서럽게 만들었는지

고함까지 지르며 울면서 살기 싫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그 소리에 가슴이 '쿵'하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름 때문에 간혹 놀림을 당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심각한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가끔씩 그런 문제로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네가 빈틈을 보여서 그런거 아니냐.' 며 핀잔만 주곤 했었던 게

큰 후회로 다가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피해를 입고 오더라도 행여

그 친구가 혼이 날까봐 숨겨주기 바쁜 아이였는데, 그렇게 속이 깊고 사려 깊은 아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생각만으로도 목이 메이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심정이었습니다. 다행히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서 유독 심하게 굴었던

녀석들을 불러 알아 듣게끔 말씀을 해주시는 바람에 큰 사고는 막을 수 있었지만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날까 많이 두렵습니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들에게 '넌 아빠의 기쁨이고 희망이라는 말'

꼭 해주고 싶습니다.


신청곡은 John Lennon의 Love

온 세상이 사랑으로 넘쳐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수영 

 

   - 저는 아무래도 상놈인가 봅니다!   -


노란 은행잎이 카페트를 깐 것처럼 거리를 물들이는 아침.

초겨울의 날씨답게 제법 싸늘한 공기에 산책길이

으스스했는데 상큼한 운동을 마치고 아침 밥상에 앉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내는 김장을 담고 남은 배추 잎파리로 된장을 풀어 구수한 배추국을 만들고, 새로 담은 생굴이 있는 빨간 김장 김치를 수북이 쌓은 접시를 밥상 한 가운데 널어 놨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에 방금 담근 싱싱한 매운

김치에 구수한 배추국으로 아침 밥상을 대하니 왠지 행복

해 지더라구요!

정성이 가득한 아내에게 고마워서 칭찬으로

“ 배추국도 맛있고 김치도 올해는 아주 잘 담근거 같애!” 하고 말했더니, “당신도 서민답게 그저 김치하고 된장국이면 만족이로군요!” 라고 말했습니다.

“ 그래! 난 그저 토속적인 음식이 좋아 시원한 국물이 있는

새 김치에 따뜻한 쌀밥! 이게 행복 아니겠어?” 라고 말했더니

아내는 하하하 웃으며, 남들은 몇 십만원짜리 랍스터나

바다가제, 상어 알 같은 비싼 걸 좋아한다는데 아무래도 당신 조상은 양반이 아니라 상놈이었나 보다 라며 웃더라구요!

그 소리를 들으니, 그 말도 정답이로구나! 라고 생각 해

보았습니다. 암튼 이 싸늘한 초 겨울날, 그 옛날 시골에서 제가 어릴 적 자랄 때 귀하게 먹던 음식, 동네 마을 잔치날이나 먹던, 녹두 부침개와 시루떡에 조청을 발라서 쌀알이 동동뜨는 식혜와 함께 멸치국물에 국수 말아주는 잔치집 음식들이 무지 먹고 싶네요!   

 

 

 

 





2006-11-28(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