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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58화 - 내 사랑 내 곁에
(M) 주제음 (내 사랑 내 곁에)
/ 김현식
남 이게 뭐야?
여 보험 안내자료야.
남 보험 들게?
여 응. 당신 종신보험..
남 나이 먹어 뭐하러?
여 아니.. 그렇잖아.. 요새 수명도 많이 늘어났다는데.
한쪽이 어떻게 되면, 나머지 한쪽이...
남 그런데 그게 왜 하필 나야?
여 어쨌든 아직까진 당신이 돈 벌어다 주고 있고.
또 남자가 여자보단 수명이 짧대잖아.
남 하여간 이 여자...
야... 기분 묘하네 이거...
여 뭘... 만약을 대비하자는건데~
남 (버럭) 아, 그 만약이 왜 하필 나냐구.
(M)
Bird On The Wire / Leonard Cohen
(E) 설거지하는 소리
여 아우, 그렇게 오래 살고 싶어?
뭘... 화를 내기까지 해..?
남 됐어, 이 여자야. 내가 헛살았지, 헛살았어.
여 나는 진짜 딴 뜻이 없다니까?
당신 혹시 어떻게 되더라도, 남은 식구들이라도...
(E) 신문 뒤적이는
남 야... 이거 봐라...
남편 보험금 노리고... 살해시도...
여 여보!!
남 믿을 사람 하나 없다니까....
여 자꾸 그럴래?
남 그거나 줘봐. 건강검진 받아야 된다며.
여 됐어. 하지 마.
남 아, 줘봐. 받을 거야.
(M)
Can't Help Falling In Love / Bob Dylan
남 그리고 얼마 후.
(E) 전화벨 소리
여 여보세요. 네, 맞는데요. 무슨 일이신데요?
.......왜요? 네. 알겠습니다.
(E) 전화 끊고
남 왜?
여 보험산데.
남 응
여 건강검진을 다시 받아봐야 한다는데?
남 왜?
여 몰라.
남 뭐가 그렇게 복잡해? 하여간...
여 왜 그러지? 괜히 불안하게.
남 불안하긴 뭐가 불안해.
아... 아직 보험도 안 들었는데 나 먼저 갈까봐?
여 아유 증말, 자꾸 그럴래?
(M)
Foolish Games / Jewel
남 우리는 평범하게 살아온 부부다.
70년대에 만나 결혼을 하고
결혼해서는 아이 둘을 낳았고
그 뒤론, 집 하나 장만하기 위해,
아이들을 대학 보내기 위해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다.
세상이 정해놓은 수순에 따라,
거기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내가 왜 암에 걸려야 하는가.
(M)
Sorrow / Mort Shuman
여 응? 뭐라구?
남 혹이 하나 있는데, 괜찮대.
여 그런데 왜 보험을 못 들어?
남 나이도 있고... 그런 것까지도 다 따지나보지 뭐.
여 그럼... 그 혹인가 뭔가는 어떡해?
남 수술하면 뭐.. 괜찮겠지.
여 놀래라. 괜히 놀랬네.
된장찌개 먹어. 맛있다.
남 응...
남 이런 얘길 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냥 솔직하게 다 얘기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 그런데 여보, 미숙이 알지.
남 응
여 걔 남편 암이래. 췌장암.
남 ....그래?
여 미숙이 울고불고 난린데, 너무 안됐더라.
어쩜 좋아 걔넨?
(M)
L'umanita / Caterina Caselli
남 죽을 가능성 반, 살 가능성이 반이라고 했다.
뭐 그따위 진단이 다 있는가.
그런 말은 나도 하겠네.
(E) 바람 부는
남 퇴근하기 전에 회사에
휴직서를 내고
거리로 나섰다.
바짝 마른 낙엽들이
거센 바람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래. 다 그런거다.
나에게만 생긴 일도 아니고.
내 동료에게도,
아내의 친구 남편에게도,
흔하게 생기던 일이다.
이런 일이...
나에겐 생기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건
자만이었다.
(M)
Changes / Black Sabbath
(E) 커피 잔
여 갑자기 웬일이야? 차를 다 마시재구?
(E) 귀뚜라미 소리
남 여보... 있잖아...
나 휴직계 냈어
여 휴직계? 왜?
남 수술 받아야 되잖아.
여 수술. 간단한 거라며.
남 수술 좀 받고, 쉬고 싶어서.
여 뭐?
남 너무 지쳐있었던 것 같아서, 좀 쉬려구.
여 이이가 정말.... 그럼 애들 학비는 어쩌라구.
당신네 회사 휴직하면 돈 안나오잖아.
남 안 나오지.
여 지금 정신이 있어, 없어.
이 잘난 집 사느라구 적금도 다 깨고
가진 돈 하나 없는데.... 덜컥 휴직을 하면 어떡해.
남 그냥 몇 달만.
여 아니 그럼... 동민이 내년 등록금은 당장 어쩌라구.
남 몇 달이야. 평생 일했는데, 몇 달도 안돼? 몇 달도?
(M)
Sympathy / Rare Bird
(E) 귀뚜라미 소리만.... 고요하다....
여 여보.... 자?
남 .....
여 당신...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남 .....
여 그 수술이라는 게.... 진짜 그냥...
맹장보다 더 간단한 수술.. 맞어?
남 ......
여 여보.....
남 ......
여 여보....
남 암이래.
여 뭐?
남 암이래. 위암.
여 정...말?
남 그런데 수술하면 괜찮을 거래.
요샌, 암은 병 축에도 안 든대잖어.
(M)
Adagio / New Trolls
남 울고 불고 난리가 날 줄 알았던 아내는
오히려 담담하다.
어두운 방에 무릎을 모아 안고 앉은 채
멍하다.
남 여보....
여 ......
남 여보.... 괜찮아?
여 왜 말 안했어?
남 그냥...
입이 안 떨어졌어.
여 (피식) 내가.... 기절이라도 할 줄 알았어?
남 당신 혈압 높잖아.
여 내 걱정을 다하고.
당신 진짜 죽을 때 된 거 아냐?
남 아내가 너무 담담해, 오히려 이상하다.
남 농담이 나오냐 지금?
여 그래. 당신 말대로
요즘 암이 병축에나 껴? 수술하면 될거야.
남 .........그래 뭐.....
여 이럴 줄 알았으면 암보험에나 들어놓는 건데.
미숙이는 남편 암진단 받고 나서
삼천 받았대던데.
남 뭐?
여 아니.... 그렇다구....
(M)
왜 나만 아프죠 / 장혜진
(E) 경쾌하게 도마질하는 소리
여 여보. 밥 먹어.
남 아내가 너무 아무렇지 않자
점점 기분이 이상해졌다.
(E) 숟가락 들고
남 당신, 기분 좋아보인다?
여 응? 내가 뭘? 평소랑 똑같은데?
앗 뜨거....
(E) 찌개 놓고
여 청국장 대령했습니다.
남 아니.... 남편이 암에 걸렸다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여 뭘 아무렇지도 않아. 심란하지.
심란해두 어떡해? 엎질러진 물인데.
남 .......대단하다. 대단해.
나 혼자 오바해서, 당신 충격받을까봐
말도 안하고 끙끙댄 거 아냐.
이렇게 신나할 줄 알았으면
하루라도 빨리 얘기해주는건데.
여 신나긴 누가 신나한다 그래.
(E) 조금 먹고
여 그런데, 당신 입원 날짜가 언제라 그랬지?
남 다음주 목요일.
여 그럼 일주일 남았네?
남 응
여 우리, 여행갈까?
(M)
그림자 / 박화요비
남 아직까지 많이 아프거나
어디가 불편한 곳은 없었기 때문에
여행을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내의 너무도 평온한 태도에
난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E)숟가락 탁 놓는
남 뭐? 여행?
여 응. 수술받고 어쩌고 나면 한동안 꼼짝도 못할텐데.
단풍 구경이라도 갔다 오자.
남 속편한 소리 하고 있다.
단풍 구경? 당신이나 실컷 해.
이 여자 웃기는 여자네 그래?
당신, 나 죽고 나면 돌아서서 웃겠다. 응?
여 누가 그런대?
남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나서
집을 나와 버렸다.
아내가 속상해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일까봐....
그렇게 걱정했으면서.....
아무렇지 않아 보이니 왠지 약오르는
이 마음은 뭘까.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아내가.... 아무 일 없이 잘 살까봐....
오히려 두렵다.
(M)
Shape Of My Heart / Sting
(E) 현관문 삐끅열고 들어오는
남 밤 12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다.
여 (조금 멀리서 숨죽여 흐느끼는 소리)
남 불꺼진 안방에서
아내의 울음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난 망치로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모자라고, 어리고, 유치한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
선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아내 얼굴을 볼 수가 없어
다시 밖으로 나갔다.
(E) 문 열고 나가는
남 옥상에 올라가
까만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서 있는데.
(E)전화벨 소리
남 아내였다
남 여보세요
여 (아무렇지 않은) 어디야?
남 어.... 그냥.....
여 내가 아침에 좀 그랬다고 그새 삐졌냐?
아유.... 유치해서 정말.... 빨리 안 들어와?
남 좀 있다가....
여 뭘 좀 있다가!
자꾸 그러면 집에서 확 쫓아낸다!
아니, 암? 그거 요새 다 걸리는거야.
뭘 그런 거 갖고 그래. 내 친구들한테 얘기했더니
열에 다섯은 자기 남편이 위암이라더라.
남 ..........
여 하여간 무슨 일 같은 거 가지고 엄살을 부려야지.
얼른 들어와. 문 잠궈버리기 전에.
(E) 뚝 끊는
남 내겐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보이면서도
돌아서서 눈물을 삼켰을 아내.
그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했다.
(M)
All My Trials / Mickey Newbury
(E) 들어오는
여 아유, 이제 오냐? 어딜 그렇게 헤매다 오셔?
남 ......
여 난 당신 들어올 줄 알고 먼저 자고 있었는데,
일어나 보니까 아직도 안 들어온거야. 그래서....
남 우리 여행가자.
여 응?
남 가자구 여행. 단풍 보러 가자구.
여 언젠 안간다며.
남 가자. 왜 안 가. 날도 좋은데.
여 왜 갑자기?
남 오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당신 말이 맞다 싶더라구.
입원해서 항암치료 받고 수술하고 그럼
놀러다닐 시간도 없을텐데.
여 .....정말?
남 응. 내일 당장 가자. 짐이나 싸.
(M)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 조용필
(E) 파도 소리
여 아우... 바람이 차네. 당신 괜찮어?
남 시원하고 좋은데 뭐.
여 단풍 보러 가자더니, 왜 갑자기 바다로 오재?
남 글쎄.....갑자기 또 바다가 보고 싶네.
여 당신 옛날에도 그러더니.
남 응?
여 생각 안나? 왜, 예전에 우리 연애할때두
한밤중에 나 불러내다가 바다 보러 가자구....
아유.... 호호호.. 그럴 때가 있었네.
남 그랬나?
여 기억 못하는거야?
남 기억이 날 듯도 하다. 그때 갔던 데가.... 강릉이었나?
여 맞어. 강릉.
(E)파도 소리 한참 후
남 둘이만 바다 온 거, 그럼 한 삼십년만인가보다.
(M)
The Water Is Wide / John Gorka
(E) 걷는
여 살아보니까, 세월처럼 후딱 가 버리는 게 없네.
마음은 그때 그대론데.
남 내가 그때 당신한테, 그런 약속 하지 않았나?
나한테 시집만 오면 평생 행복하게만 해주겠다고.
여 그랬지. 내가 그 뻥을 믿고 결혼을 하다니....
남 한번도 당신한테 미안해 본 적이 없었는데.
요새 좀 미안해.
여 아니, 왜 나한테 미안해 본 적이 없었을까?
미안한 일이 많았을 걸로 아는데?
남 그냥... 다음에 잘하면 되지....
늘 그렇게 생각했거든.
여 그런데?
남 ......그런데..... 잘해줄 다음이 있을까.....
나한테 그런 날이 남아 있을까.....
그런 생각이...
여 (잘라 버리며) 참나. 별 소릴 다해.
다음이 왜 없어? 왜 없어?
남 그냥.... 그런 마음이 들어....
여 다음이 왜 없어! 당신처럼 씩씩하고 좋은 사람한테
다음이 왜 없냐구.
남 아내는 그날도 울지 않았다.
나 혼자 고개를 돌린 채
눈물을 삼켰을 뿐이었다.
아내는 내 눈물을 닦아주지 않고,
계속해서, 다음이 왜 없냐고..... 되뇌기만 했다.
(M)
Dead Are Dancing / Toni Child
(E) 새소리, 걷는
여 단풍 좋다..... 여보 괜찮어?
남 나 괜찮어. 그렇게 자꾸 물어보지 마.
여 알았어.....
(E) 걷다가
여 길이 좀 울퉁불퉁하네. 여보 괜찮어?
남 괜찮다니까!!!
여 .....어.... 그래......
남 괜찮지 않았다.
자꾸만 속이 거북했고, 토하고 싶기도 했다.
그걸 참고 있으려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왔다.
여 여보... 괜찮....어?
남 괜찮다고.... 몇 번을 말해.
(M)
사슬에 영혼을 뺏기다 / JK 김동욱
(E) 바람 부는
남 산 정상에 올랐다.
세시간을 올라온 산이지만
더 이상 갈 곳이 없으니
남은 일은 내려갈 일 뿐이었다.
남 아무 것도 없는데.....
바람밖에 없는데.... 여길 왜 죽자고 올라왔을까.
여 그런 거지 뭐.
남 여보....
여 응.....
남 수술이 잘 될 거라고는 하는데
만에 하나.....
여 만에 하나 같은 거 듣기 싫어
남 그래도 만에 하나.
당신도 만에하나 몰라 내 보험 들려고 했잖아
여 .......
남 만에 하나, 내가 수술 도중에 잘못된다거나 그러면 말이야
여 ......
남 애들을 잘 부탁해.
여 당신만 아빠고 난 계모야?
당신이 안부탁해도, 내가 다 알아서 해.
남 그래....
그리구.... 당신..... 새로 결혼해.
여 이 양반이 미쳤나? 뭐?
남 바로 하지는 말고, 애들 시집 장가 보내놓고 나서....
나중에.....
여 내가 알아서 해. 정말 웃겨.
내려갑시다.
(M) 한계령
/
양희은
(E) 내려오는 소리
남 산을 내려오는 내내
아내와 나는 한마디 말이 없었다.
아내의 화가 난 등만 바라보며
난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내가 무릎을 꿇고 쓰러진 줄을 모르는 아내는
한참을 먼저 내려갔고.....
잠시 뒤 뒤를 돌아보고는
놀란 눈으로 뛰어 올라왔다.
여 여보...! 여보!
(M)
그대라는 이름이여 / 마야
남 괜찮아요. 긴장하기는.....
여 병원 가자니까?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남 가기 싫어 글쎄. 어차피 내일이면 갈거잖아.
여 그래두.....
남 뭐든 마지막이 될 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지금 내 기분이 어떤 줄 알어?
다.... 소중해... 다.....
여 여보....
남 당신이랑 함께 있는 이 시간도 소중하고.
함께 해온 세월도 소중하고.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내가 싫어했던 사람들
아침마다 떠올랐던 해. 밤마다 떴던 별.
그냥 다 소중해 다.
이걸 왜 몰랐을까?
(M)
Goodbye My Love Goodbye / Demis Roussos
(E) 걷는
여 여보. 나는 당신이 어떻게 되기 전까진
죽어도 안 울거야.
남 .......그래
여 그리구 당신이 어떻게 되면
당신 따라갈거야
남 (허헛 웃는)
여 정말이야
남 당신이 이렇게 열년지 몰랐는데?
여 그냥.... 미련이 없어.
남 애들은.
여 .....애들 시집 장가만 보내고. 따라가지 뭐.
남 수경이 애 낳으면 산후조리는 해줘야지
여 그럼..... 산후조리만 해주고. 따라가지 뭐.
남 애 낳으면 키워줘야지.
여 ........
남 그렇게 살다 보면 살아지는거야. 그게 사는거야.
당신 장모님 돌아가셨을 때도, 따라가겠다 그랬잖아
여 ........
남 그런 게.... 사는거다...
(M) 하숙생
/ 최희준
(E)스트레쳐 카 가는 소리
남 수술실로 들어간다.
아내가 내 손을 잡고 있다.
눈에 눈물이 가득하지만
울지는 않는다.
아내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주고 있다.
여 있다가..... 수술 끝나고 봐요. 꼭....
남 나도....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
수술실의 문이 조용히 닫힌다.
(M) 주제음
내
사랑 내곁에 / 김현식
2006-10-18(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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