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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6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대본 및 수록곡
 

M     Sing Joy Spring / Manhattan Transfer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30화 - 인연을 만날 때


(M) 주제음 (첨밀밀)


(E) 거리, 바쁘게 걷는 소리

남     오늘도 지각이다

        매일 아침

        난 한 손으로는 서류 가방을 붙들고

        다른 한 손으론 샌드위치를 들고

        바쁘게 뛰어간다

        

여     이제 또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에는 거리에서 즉석커피를 만들어 팔고

        오후에는 아이들 방문학습지 교사 일을 하며

        저녁엔 바에서 서빙 일을 하는 나.

        고된 하루지만

        그래도 시작은 늘 즐겁다.


(E) 뛰어오다가 잠깐 멈추는

남     커피 한잔 주세요

여     네. 연하게 드릴까요?

남     네. 

(E) 원두 기계에서 커피 뽑는

여     여?습니다. 천원입니다.

(E) 돈 주는

남     여기요 

여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 다시 뛰어가는

여     오늘, 예감이 좋다.

(M) 예감 좋은 날 - 럼블피쉬


(E) 사무실 소음

남     나는 인연이나 운명 같은 건

        믿지 않는 편이다.

        운명이라고 믿었던 사람과

        이혼을 경험하고 나니

        모두 다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그저

        남은 인생,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살아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E) 전화벨

남     여보세요. 어, 이모?

        어떻게.. 선 자리 좀 알아보고 있어?

        내 연봉? 한 3천 되는데, 그냥 4천이라고 그래.

        에이 뭐 어때. 원래 그 정도 부풀리기는 다 하는거야.

        여자는 뭐 하는데? 나 무조건 맞벌인 거 알지?

        에이, 사업은 좀 불안한데... 벤쳐 같은 거야?

        이뻐? 몸매는?

(M) 그녀는 예뻤다


(E) 커피 뽑는 소리

여     고층 빌딩이 빼곡하게 들어선

        도심 안에서 커피를 팔다 보면

        참 여러 종류의 남자들을 만난다.

        천원 짜리 커피값을 깎으려는

        쫀쫀한 남자,

        커피 한잔 사면서

        느끼한 시선으로 훑어보며

        추파를 던지는 남자.

        꼬박꼬박 반말을 하면서

        나이가 몇 살이냐는 둥,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냐는 둥

        일할 의욕을 팍팍 떨어뜨리는 남자.

        이런 남자들을 만나며

        난 결심했다.

        정말 내가 원하는 남자를 만나기 전에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만약 그런 남자를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면

        결혼, 까짓 거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난 건강하고, 능력이 있으니까.

        나 혼자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M) All by myself


(E) 계단 올라가는

남     (궁시렁) 내 참, 치사해서 진짜.

        아니, 자기가 서류를 놓고 와놓고

        왜 나한테 갖다 달래?

        지가 부장이면 다야?

(E) 걸어와서 초인종 누르는. 몇 번 눌러도 아무 대답 없고.

남     뭐야. 사람 없는 거 아니야?

        아, 미치겠네 진짜. 집에 사람 있는지 확인도 안해보고

        날 보낸거야? 나 이제! 부장이고 뭐고, 못 참아 진짜!

(E) 전화 걸고

남     (강하게) 여보세요!!! (살짝 누그러져서) 네! 부장님!

        댁에 아무도 안계신 것 같은데... (더 비굴해져서) 그럼요 기다려야죠.

        아유 뭐 오시겠죠. 그럼, 꼭 기다렸다가 서류 가져가겠습니다. 넵!

(E) 전화 끊는

남     (괜히 큰소리) 아우 김봉덕이. 성질 많이 죽었다. 아우!

(E) 구두 발자국 소리 다가오면

남     .... 저.. 혹시..

여     네?

남     사모님... 되세요?

여     네?

남     안녕하세요? 저 마춘복 부장님 부하직원 김봉덕입니다.

        부장님께서 서류를 놓고 가셨다고 해서요.

여     301호 오셨어요?

남     네 사모님!

여     저 이 집 사모님 아니구요, 학습지 교산데요. 아무도 안 계세요?

남     (김빠진) 아 보면 몰라요. 괜히 긴장했네.

(M) 새 - 싸이


남     낯 모르는 여자와

        멀뚱멀뚱 다른 곳을 보며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여     혹시.. 결혼하셨어요?


남     (속마음) 아니, 이 여자가 나한테 작업을..?


남     (젠틀) 결혼 안했습니다.


남     (속마음) 한번 갔다가 오긴 했지만요.


여     아... 그러세요?

남     왜... 그러시는데요?

여     그럼, 조카분도 안 계세요?

남     (살짝 깨는) 조카요? 조카는.. 왜요?

(E) 팜플렛 꺼내 주는

여     이거, 저희 아이큐 쑥쑥나라 교재거든요.

        교재를 세트로 사시면 방문학습도 해 드려요.

        저희 교재로 공부한 학생들이 하버드도 갔구요, 예일대도...

남     (말끊고) 됐거든요. 저 조카 없어요.

여     아..네.. 저 그럼 주위에 아이 교육에 관심 많으신 분 계시면..

남     내 주위엔 그런 사람 없거든요?

여     네... (민망) 저 그럼 가볼께요. 사모님 만나시면

        방문 선생님 왔다 갔다고 전해 주세요.

남     그러죠 무

(E) 돌아서 걸어가는

남     그런데 저 여자, 어디서 본 것도 같다.

여     저 남자를 어디서 봤더라?

(M) 그 남자 그 여자 - 바이브


여     인연인 사람과는

        버스에서 헤어져도

        지하철에서 다시 만나고

        인연이 아닌 사람과는

        골목길을 지키고 서 있어도

        엇갈리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난 인연을 굳이 만들거나  

        붙잡아 두려는

        노력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만약 내 인연인 사람을 만난다면

        마른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 치든지

        웨딩 마치가 울려퍼지든지

        내 귓속에서 종소리가 들리든지

        어쨌든

        뭔가 신호가 올 거라고 믿는다.

(E)화장품 케이스 꺼내 토닥이는

여     오늘밤

        난 은은한 조명 아래서

        좀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신하기 위해

        화장을 한다

        내 얼굴을 보고

        내가 일하는 바를 찾는 손님이 하나라도 더 있다면

        그거 역시 능력 아닌가!

(M) can't fight the moonlight


남     동료와 함께

        오랜만에 술 한 잔 하기로 한다.

        부장 때문에

        열 받은 마음을

        찬 술 한잔으로 식혀 보고 싶어서다.


(E)들어오는 

여     어서 오세요


남     오. 예쁘다.


여     뭐 드시겠어요?

남     맥주, 이걸로 두 병 주시구요.

        안주는 스페셜로...

여     네.

(E)돌아서며


여     (속마음) 저 남자, 낮에 만난 그 남자 아닌가?

        그냥 닮은 남잔가? 아닌데. 맞는 것 같은데.

        날 못알아보나?


남     (그저 좋아서, 옆에 사람에게) 야, 여기 서빙 아가씨

        진짜 이쁘다. 여기 자주 오자. 야.. 에스 라인이야.

        그런데, 저 여자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M) 기적 - 김동률 이소은 (어쩌면 이렇게도 엇갈려 왔는지...)


(E) 안주 놓고

여     스페셜 안주 나왔습니다.

남     그런데 아가씨.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어요?

여     글쎄요

남     만약에 전에 만난 적 없다면, 우리 인연인가봐요.

        왜 이렇게 꼭 만난 것 같지? 친숙하고 말이야.

여     (톡 쏘는) 조카분 없으시죠?

남     네? 그게 무슨...

여     아이큐 쑥쑥나라 할 만한 조카 없으시잖아요.

남     ....... 아... 그.....

여     그럼 맛있게 드세요.

(M) 새


(E)레스토랑 

남     그리고 며칠 후. 

        난 선을 보는 자리에 나왔다.

        중매경력 30년의 이모가 고르고 골라

        소개해주는 여자라기에

        내 기대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런데.

(E) 다가오는

여     어머. 혹시...


남     뭐야...!! 저 여자야? 아니, 뭐 이런 인연이 다 있어???


여     좀 기막힐라 그러네요. 그쪽이었어요?

남     아니, 작은 사업한다 그러던데...

여     사업 맞잖아요. 자영업. 커피도 팔고 꿀차도 팔고.

        거기다 투잡, 아니 쓰리잡이죠.

        오후엔 학습지도 하고 저녁엔 서빙도 하고.

남     (실망, 한숨. 작게) 하여튼 이모. 뻥쟁이. 두고 봐.

여     그쪽은 연봉이 4천도 넘고, 회사에서 촉망받는 인재라고 하던데.

        그쪽 회사에선 서류 심부름을 촉망받는 인재한테 시키나봐요?

남     아, 남이사요! 뭐, 할 말 더 있어요? 일어나죠.

여     커피는 한 잔 마셔야죠.

남     더치페입니다.

여     (바로) 일어나죠.

(M)


(E) 나오는

남     뭐, 버스 타는 데까진 데려다 줄께요.

여     아니요. 됐어요. 저 이 동네 살아요.

남     나두..그런데. 

여     난 이 동네 토박이에요. 다섯 살 때부터 살았어요.

남     어? 나둔데.

여     (약간 신기한) 그래요? 그럼 장현 초등학교 나왔어요?

남     네. 우리 엄마가 그 앞에서 문구점 했잖아요.

        장현 문구점이라고.

여     정말요? 나 거기서 준비물 많이 샀는데.

        우리집이 거기서 백미터도 안 떨어졌잖아요.

남     .... 그래요?

여     옛날에 소망김밥이라고 놀이터 옆에 혹시 알아요?

남     알죠. 그 집 떡볶이 맛있었는데.

여     우리집이었어요.

남     그래요? 나 거기 단골이었어요. 거기 참 맛있었는데 왜 없어졌지?

여     엄마 돌아가시면서 문 닫았죠.

남     아, 그랬구나.

(E) 좀 걷다가

남     커피는 됐고, 배 좀 고픈데. 떡볶이라도 먹을래요?

        그건 내가 살께요.

(M) 산다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니 (지금도 떡볶일 좋아하니)


(E)떡볶이 먹는

여     나는요, 사실 이 선 자리 죽어도 안 나오려고 그랬어요.

남     왜요?

여     난 선 같은 건 안 보자는 주의거든요. 인연은 저절로 만나게

        돼 있다고 생각하니까.

남     그런데 왜 나왔어요?

여     선 한번 봐주면 학습지 하신다고 하셔서요.

남     우리 이모가요?

여     네. 이모님도 곤란하셨나봐요. 이혼남이시라면서요

남     .... 요새 이혼이 뭐.. 흠이나 되나요?

여     알았으니까 떡볶이나 드세요.

남     그런데요, 내가 남 같지 않아서 충고 한마디 하겠는데

        인연 이런 거 믿다가는 시집 가기 힘들어요.

여     왜요?

남     아니, 그 사람이 인연인 걸 어떻게 알아요?

여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도 치겠죠

(E) 천둥 소리, 비오는

(M) 빨간 우산


(E)비 오는

여     좀 기다리면 멈출 것 같은데, 여기 좀 서 있죠 뭐.

남     ..... 그런데, 새벽부터 밤까지 그렇게 일하면 안 피곤해요?

여     피곤한 줄도 몰라요. 살아야 되니까.

남     주말엔... 좀 쉬어요?

여     주말엔 아르바이트 해요. 예식장에서 신부 들러리도 하구요.

        가끔은 신부 친구 아르바이트도 해요.

남     신부 친구 아르바이트요?

여     왜, 인간 관계 별로인 신부들은 친구가 없잖아요.

        사진 찍을 때 알바생들을 친구로 쓰거든요.

남     아...

여     나 학교 다닐 때요, 엄마가 늘 바쁘셔서 이렇게 비오는 날엔

        비를 맞고 가야 했거든요. 그래서 그 문구점 처마 밑에서

        한참 서 있곤 했었어요.

남     우리집 앞에요?

여     네. 어쩌면 우리 그때도 몇 번은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그죠.

남     ... 우리...요?

(E) 다시 한번 천둥 소리

(M) Rain drops...


남     이야기를 나누게 된 지

        겨우 일주일 된 여자가 있다

        그 여자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늘 나의 반경 100미터 안에

        살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우리는 몇 번쯤, 아니 그보다 훨씬 여러 번

        만났을 지도 모른다.


여     얼굴도 별로고

        성격도 별로고

        정신세계도 나와는 너무 다른

        한 남자를 이제 막 알게 됐다

        그 남자는 내가 살아오는 동안

        늘 내 바로 곁에 있었다

        어쩌면, 이런 게 인연 아닐까.

        아니야. 내 인연이 저렇게 평범하고

        초라할 리 없어. 아닐거야.

(M) 인연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남     왠지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게 어색해서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로 돌아갔다.


여     오늘은 다른 곳에서 커피를 판다

        그냥.. 혹시라도 얼굴 마주치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았다

(E)걸어오는 

남녀  어...!

남     (당황) 오늘은.. 여기서 장사해요?

여     아.. 네.. 이쪽이 더 나을 것 같아서. 이 길로 가시나봐요?

남     그냥. 이쪽 길로 한번 가 보고 싶어서.

여     네... 저, 커피한잔 드세요.

        오늘은 그냥 드릴께요.

남     아.. 고맙습니다.

(E) 커피 주는

남     이건 뭔가...

여     정말 인연인가...?

(M) 그대안의 블루


남     커피를 마시며

        그녀를 슬쩍슬쩍 바라본다

        예쁘장한 얼굴과는 달리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손마디는 굵었고

        손등도 거칠다

        저 손으로 혼자서 이 험한 세상을

        헤치며 살아갈 거란 생각을 하니

        조금 안쓰러운 마음도 생긴다.

        이때, 투둑... 그녀의 얼굴에서 코피가 떨어진다


남     어? 코피..!

여     어...

남     고개 뒤로 젖혀요. 여기 손수건..

여     고맙습니다. 

남     여기.. 여기 앉아봐요. 이마 좀 쳐줄께요.

여     괜찮은데...

남     아니 무슨 재벌이 되겠다고, 코피까지 쏟아가면서 일을 해요?

여     나 재벌 될 거에요

남     지금 웃음이 나요? 고개나 젖혀요.


남     그녀의 이마를 톡톡 두드려 준다

여     내 이마를 두드려 주는 그 사람의 손길을 느끼고 있을 때

        어디에선가 짤랑짤랑......

        종소리가 들려왔다

 (E) 짤랑짤랑 종소리 + 두부가 왔습니다. 두부가 왔어요.

(M) 퍼햅스 러브


여     뚱뚱해 보였는데

        듬직해 보인다.

        거무스름해 보이던 피부가

        건강해서 멋져 보이고.

        툭툭 내뱉는 무뚝뚝한 말투도

        남자다워 보인다.

        이 일을 어쩌나.

        이 사람이 좋아져 버렸다.

(M)빨간 운동화


남     이 여자가 왜 이렇게 나를 지그시 쳐다볼까.

        살짝 부담스러워진다.

        그녀가 싫은 건 아니지만

        내게 지금 필요한 사람은

        경제적인 능력이 탄탄한 여자다.

        난 그녀의 고된 삶까지

        책임질만한 능력도 자신도 없다.

(M)


남     그리고 다음날.

        

여     안녕하세요.

남     네. 커피 많이 팔았어요?

여     저, 이거 드실래요?


남     미리 준비해 두었던 듯 보이는

        김밥을 꺼낸다


남     이거 저 주려고 싸셨어요?

여     엄마 솜씨 제가 물려받았거든요. 예전에 먹던 그 맛 나실거에요.

남     고맙긴 한데. 내가 이걸 받아도 될지...

여     그냥요. 이런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니까.

남     사실, 우리가 신기할 정도로 여러번 마주치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엮여있기도 한데요. 그런 건 그냥.. 우연 아닐까요?

여     우연도 여러번 반복되면 인연이래잖아요.

        그러니까 제 말은...

남     (자르며) 그런데 난 그런 거 안 믿어요. 

(M) 


(E) 회사 옥상

남     회사 옥상에 올라와

        그녀가 손에 들려준 김밥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정말 어렸을 때 내가 좋아했던

        그 분식집의 김밥 그대로였다.

        갑자기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내게 마음을 건네고

        상처 받은 채 거리에 남겨졌을

        그녀가 가여워졌다.

(E) 달려가는

남     다시 그 자리로 달려가 봤지만

        그녀는 그곳에 없었다.

(M) 이수영 - 시린  


 남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난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아침 그 거리에서도

        그녀가 일하는 바에서도

        동네 어디에서도

        그녀를 만날 순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우리가 인연이라면

        그 어디에서라도 다시 만나져야 하는 거 아닌가.

        내 마음이 이렇게 타들어가고 있는데.

        이제는 나도 그 여자가 보고 싶어졌는데.


(E) 이삿짐 싣고

여     아저씨! 그건 살살 다뤄주세요. 깨지기 쉽거든요.


여     원래부터 있던 이사 계획이었다.

        그 사람 때문에 도망치는 건 아니다.

        그저, 단 며칠 동안.

        마음을 설레게 하고 아프게 했다고 해서.

        도망따위를 할 내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주변을 맴돌며 살았는데

        이제는 조금 멀어지려는 것 뿐이다.

        그 뿐이다. 이쯤의 상처, 난 괜찮다. 

(M) 그 남자 그 여자


남     주말 오후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내 예전 결혼식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됐다.

        그러던 중. 한 장의 사진 앞에서

        난 한참을 아무 말 못한 채

        그대로 있어야 했다.

        신부의 친구 중

        그녀가 있었다.

        그녀가 얘기했던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맞았다.

        인연을 만나면, 천둥이 치든지 웨딩마치가 울려퍼지든지

        할거라던... 그녀의 말이 맞았다.

(E) 문 박차고 뛰어가는

        

(E) 이삿짐 덜컹거리며 가는

여     다시 내게 인연이 올까.

        시작도 하지 않았던 마음인데.

        그래도 끝내고 정리할 것도 없는 마음인데.

        창밖을 바라보니

       괜히 눈물이 난다.

        나도 참, 주책이다.


(E) 뒤따라 뛰어가는

남     그녀를 실은 이삿짐 차가

        이제 막 출발했다.

        내가 아무리 따라 잡으려고 해도

        점점 멀어져만 간다. 

        멀어져 갈수록

        놓치기 싫다.

        놓쳐선 안될 것 같다.

        이런 게 인연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이렇게 시작해도 될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지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달리고 있다.

(M) 주제음 - 첨밀밀 

 





2006-04-06(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