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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29화 - 봄바람에 대한 작은 이야기
(M) 주제음 소중한 사람 / 김창렬
(E) 공항
남 여자친구를
배웅하고 돌아선다
내 여자친구는
지금 1달 간 장기 출장을 떠난다.
일 년에 한번은 떠나는 출장이다
처음에는 그 헤어짐의 공백이
너무 커서 견디기 힘들더니만
요즘은 그냥, 가나보다, 한다
아니 솔직히
당분간은 좀 편하겠군, 이런 생각까지도 한다
(E) 차 타고
(E) 창문 내리는
남 봄바람에 달콤한 꽃향기가 묻어 있다
(M) 누나의 꿈 / 현영
(E) 차 시동 거는
남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술이라도 한 잔 할까
생각하며 차를 출발시키려는데
(E) 뒤에서 와서 쾅 박는
남 아...!! 뭐야!!
(E) 문 열고 나가는
남 뭐야... 운전을 지금 어떻게 하는거야!!
(E) 문 열고 나오는
여 (똑부러지는) 미안합니다. 잠깐 딴 생각을 했나보네요.
보험 처리 해 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E) 바람 부는
남 그 순간
황사가 섞인 바람이
우리 두 사람 사이를 휘몰고 지났고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잠깐 말을 멈췄다
왜 그때 그 옆모습 속에서
그 아이가 생각났는지는
나도 모를 일이다
얼굴도 잊혀졌던 그 아이의 느낌이
어쩌다가 떠올랐는지 말이다
(BG) 러브레터 OST
(E) 여학교 앞, 아이들 떠들며 나오는 소리
남 15년 전 나는
한 여자 아이를 좋아하고 있었고
그 여자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학교가 끝날 시간엔
어김없이
그 아이의 학교 앞에 서 있었고
그 시절엔
그것만이 내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걸어오는
남 은서야!!
(E)여학생들 꺅 환호, 웬일이야~!! 등등...
여 (당황) 너 여기 오지 말랬잖아!
남 너도 좋으면서 뭘 그래. 내가 데리러 오니까 좋지?
여 좋긴 뭐가 좋아! 다신 오지 말라니까!
남 알어 알어. 니 맘 알어. 자 이거 받어.
이거 요새 니가 좋아하는 장국영이 광고하는 초컬릿이야.
여 됐어. 너나 먹어.
(E) 걸어가는
남 야, 같이 가!
여 어우! 쫓아오지 마! 너 경찰에 확 신고한다!
남 신고해라 신고해! 가방 이리 내. 들어줄게.
여 이거 놔~!
남 먼저 간다!
여 어? 야!!! 내 가방 내놔!
(E) 쫓아가는
남 귀찮게 굴고
짓궂게 구는 것이
나에겐
‘사랑한다’의 다른 표현이었다
(M) 첫사랑 - 7공주
(E)거리 소음
여 저기요...!
남 (정신 차리고) 네?
여 보험 처리 해 드리겠다구요
남 아, 네! 그럼, 명함 한 장..
여 여기 있어요.
남 제 명함도 여기...
여 네
남 저기 이런 말씀 초면에 좀 그런데요
제가 아는 분이랑 정말 많이 닮으셨어요
여 첫사랑이랑요?
남 (당황) 네. 어떻게 아셨어요?
여 (풋 웃고) 남자들이 말하는 닮은 사람은
둘 중 하나 아닌가요? 첫사랑 아니면 엄마.
(M) 첫사랑 - 이소라
(E) 전화기 들었다 놨다
남 하루 종일
전화기를 들었다 놓는다
전화를 할까... 말까...
전화를 한다면...
무슨 말부터 꺼낼까...
(E) 전화벨
남 (바로 받는) 여보세요 (조금 실망) 어. 도착했어? 날씨 어때. 어.
시차 적응 하느라 힘들겠네. 여긴 낮이야. 지금? 그냥.. 뭐..
오늘 일요일이잖아. 집에서 쉬고 있어. 그래. 잘 지내고.
나중에 전화해.
(E) 끊고
남 먼 나라에 도착한
여자친구의 첫 전화도
반갑지 않을 만큼
나는 다른 사람에 몰두해 있었다.
(E) 난 여자가 있는데 / 박진영
(E) 전화 거는
여 여보세요.
남 여보세요. 저, 어제 차 사고난...
여 아, 네! 견적 내 보셨어요?
남 네. 그런데 그게...
여 왜요?
남 차 부서진 것도 그렇긴 한데요.
(엄살) 아침에 일어나니까 몸이 안좋더라구요
여 ... 그래요? 어디가요?
남 그냥 여기저기 쑤시고 결리고. 뒷목도 땡기고.
이런 게 교통사고 후유증이라는 건지..
여 (살짝 의심스러운) 그렇게 큰 충격은 아니었을텐데?
남 그래서 제가 내일 병원에 가 보려고 하거든요.
투명한 일처리를 위해서 같이 가 보는 게 어떨까 하구요.
진단 결과도 직접 들으시면 되잖아요.
여 ..꼭 그렇게까지...
남 (OL) 내일 몇시에 시간 되세요?
(M) 전화번호 - 지누션
(E) 고급 레스토랑
여 병원에 가자면서, 왜 이런데서 만나자고 그러세요?
남 식사 시간이잖아요.
일단 밥은 먹어야 되니까. 아! 이건 제가 사는 겁니다.
여 .... 어쨌든 잘됐네요. 배고팠는데.
남 네. 많이 드세요.
(E) 먹는
여 그런데, 그 첫사랑요.
남 네?
여 어제 저랑 닮았다던 첫사랑 말이에요.
남 네
여 정말이에요? 나랑 닮았어요?
남 네.
여 예뻤나봐요?
남 네?
여 (웃음) 농담이에요. 놀라시긴.
남 목소리도 닮았다
웃는 모습은 더 닮았다
(M) Smile / Westlife
(E) 제과점 문 쾅 열고 들어서는
남 그 시절 나는
그 아이 밖에 볼 줄 몰랐다
내 눈엔
뵈는 게 없었다
남 윤은서!! 너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야?
여 (깜짝) 야.. 니가 여..여길 어떻게...
남 너 미팅 나갔단 소문이 우리 학교까지 퍼졌어!
이 자식이야? 뭐야! 쭈꾸미처럼 생겨가지고!
여 뭐? 너 진짜... (사과하는) 죄송해요.
쟤, 저 쫓아다니는 스토커에요.
남 스토커??? 너 니 남자친구한테 그렇게밖에 말 못해?
여 남자친구는 무슨! 내가 너랑 사귄다든? 왜 혼자 오바야!
남 그럼! 내가 준 머리핀! 그거 왜 찌르고 다녀!
너 그거 내가 한달 동안 아르바이트 해서 산 거야!
여 어우 치사해. 돌려주면 될 거 아냐!
(E) 핀 던져주며
여 야! 가져가! 가져가!
남 누가 이거 받는대?
난 너한테 더 비싼 거, 더 좋은 것도 사 줄 수 있어!
그러니까 윤은서! 제발 바람 좀 피지 마!!!
(M) 내 여자라니까 (중간 부분/ 너는 내 여자니까) / 이승기
남 그 아이의 행동 하나에
말 한 마디에
그렇게 애가 닳고
마음이 쓰릴 때가 있었다
문득
그 시절의 그 아이가
너무 그립다
여 사고 낸 주제에
이렇게 비싼 밥 얻어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남 별 말씀을요. 커피 드실래요?
여 좋죠. 바람도 좋은데 테이크 아웃해서 산책하면서 먹을까요?
(E) 걷는 소리
여 어제 공항엔 무슨 일로 가셨어요?
남 아, 누구 좀 배웅하느라구요.
여 누구요? 애인?
남 아뇨~! 어머니가 해외 여행 가시는데 바래다 드리러...
여 애인인 것 같은데요?
남 (자신 없게) 아니..에요
여 난 애인 바래다 주러 갔었는데.
남 (실망스런) 사귀는 분, 있으세요?
여 네. 그런데 한달은 못 볼 거에요. 장기 출장 갔거든요.
남 (자기도 모르게) 그쪽두요?
여 애인이 출장 갔어요?
남 (당황하다가) 네
(E)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여 (음미하듯) 봄바람이 참.. 좋으네요.
(M) 봄이 와 - 김현철
남 그날 우린 병원에 가지 않았다
따뜻한 햇살 아래를 걷다가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우리는 저녁 무렵에 만나
함께 저녁을 먹고
밤길을 산책했다
여 벌써 목련이 피기 시작하네요.
남 4월 되면 벚꽃도 피겠죠
여 저 벚꽃 참 좋아해요
남 그럼 그때 우리 벚꽃 보러 갈래요?
여 그때면 우리 못 만나는 거 아닌가?
남 ......
여 (담담하게) 그때쯤이면 우리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하잖아요
(M) 해이 - 데이지
남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은 아니지만
그녀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오니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여 이런 말, 안 하려고 피했는데.
우리, 바람 난 거 맞죠.
남 .....
여 각자 임자 있는 사람들이
잠깐 봄바람에 취해서 바람 난 거 맞죠.
우리 믿어주는 사람들 배신하고
빈틈의 심심함과 무료함 채우려고
바람 난 거, 맞죠.
남 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여 사실인데요 뭐. 예쁘게 포장해서 말하면 달라지나요?
남 저는 딴 건 몰라도 바람은 안 피워야지, 했었어요.
제 첫사랑이 맨날 다른 남자들 만나고 다녀서
저 괴롭혔었거든요.
여 (웃고) 고등학교 때?
남 지금 생각하면 그땐 너무 일방적인 사랑이었고
그애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은데
그땐... 그런 게 정말 이해가 안됐어요.
(M) 날 봐요 - 김조한
(E) 자전거 와서 멈추는
남 야! 윤은서!
(E) 대답 없이 걷기만
남 화났어?
여 너 제정신이야? 교문 앞에 그런 걸 써붙여 놓으면 어떡해?
남 니가 자꾸 딴놈들 만나고 다니니까 그렇잖아.
야, 그래도 멋있지 않든?
여 윤은서 넌 내꺼다? 넌 그게 멋있니?
남 영화에선 다들 감동하던데
여 영화에선 원빈이 그러니까 감동하지.
현실속에선 김봉덕이잖아! 정말 왕짜증이다!
남 (진지) 야! 넌 내가 그렇게 싫어?
여 (약간 당황하다가) 그래. 싫어. 내가 너 싫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남 정말이야?
여 짜증나게 자꾸 같은 말 하게 할래?
제발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서 괴롭히지 좀 마!
내가 너 때문에 창피해서 학교를 다닐 수가 없어!
남 그래. 니가 이 정도로 싫어하는 줄은 몰랐다.
다시는 너 안 괴롭힐게
(M) 전부 너였다 (중간 부분) / 노을
여 (웃고) 나름대로 상처 많이 받았나 봐요
남 그럼요. 그때 너무 우울해서 며칠 동안 밥도 안 먹으면서
얼마나 괴로워했는데요. 나중엔 배고파서 먹었지만.
여 저는 첫사랑이 중학교 때 알던 교회 오빤데요.
그땐 그 오빠가 테리우스처럼 멋있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우연히 만나서 보니까
너무 아닌거에요. 이상하다 싶어서 집에 가서 사진을
찾아 봤더니, 예전에도 여전히 아니였더라구요.
남 그래요?
여 네. 그냥 그 오빠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은
내 환상이 만들어 낸 거품 같은 거였어요.
첫사랑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이
그냥 평범한 사춘기 남자 아이를
테리우스로 둔갑시켰던 거죠
(M) 네버 엔딩 스토리 - 이승철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E) 시끄러운 백화점 정도
남 이 머리핀 예쁘지 않아요? 연희씨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여 그래요?
남 이거 사 줄까요?
여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 머리핀 같은 거 안해요...
남 그래두 그냥 하나 사줄께요
이거 얼마에요?
(E) 걷는
여 이런 거였어요?
남 뭐가요?
여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 해서 사 줬다는 머리핀
남 네? 글쎄요. 워낙 오래돼서 어떻게 생겼는지
잘 생각 안나요
여 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봉덕씨가 나를 통해서
그 시절 그 첫사랑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는...
남 ......
여 봉덕씨 나는 그런 머리핀 찌를 만큼
어리지 않아요
남 알아요 연희씨. 그냥 난...
여 나도 그냥 그렇다는 얘기에요. 그냥.. 그렇다구요.
(M) Hold Me / 린
남 목련이 지고
어느새
벚꽃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뒷면
우리에겐 각자의 사람들이
돌아오게 된다
햇살이 좋은 일요일 점심
우린 정원 까페에 마련된
야외테이블 앞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여 오늘이 우리, 28번째 만나는 날이에요
남 그래요?
여 서른 한번의 날 동안
스물 여덟 번을 만났네. 우리도 참 대단해요.
남 그럼 우리, 이제... 못 만나는 거죠?
여 해봐야 소용 없는 얘기잖아요.
남 ... 연희씨... 저는...
여 내 여자친구는 만난지 오래 돼서 사랑을 하는지 조차 모르겠다
의무감으로 만나고 있다. 조금 시간을 주면 정리하겠다... 기타 등등!
그런 얘기 할 거라면 그만 두세요.
만약에 그런 얘기 들으면, 다른 남자랑 똑같았구나,
실망할지도 몰라요
(M) 바이브 - 그남자 그여자
남 난... 그냥 연희씨한테 참 미안해요
여 뭐가요? 그러지 말아요.
난 누군가 때문에 다시 가슴이 두근거려서
참 좋았어요.
남 ... 연희씨. 내가 내 첫사랑과 어떻게 됐는지
얘기 안 했죠.
여 그때 그렇게 해서 헤어진 거 아니었어요?
남 그 뒤에 남은 얘기가 조금 더 있어요
(BG) Sentimental / Love Affair OST
(E) 걸어 나오는
여 야!! 김봉덕!!!
(E) 모른 척 걸어가는
여 (기막힌) 야! 김봉덕. 너 나 안 보여?
나 은서야. 윤은서야!
(E) 멈추고
남 그래서? 니가 윤은서니까 왜?
여 (당황) 아니, 그러니까...
남 나한테 뭐 할 말 있어서 왔어?
그러면 빨리 하고 가. 나 도서관 가는 길이야.
여 (자존심 상한) 너 같은 애한테 무슨 할 말이 있겠니?
(E) 뭔가 턱 내려놓는
여 이거 그동안 니가 나한테 주고 갔던 것들이야!
이제 나한테 필요 없으니까 다 가져가라구!
남 나도 필요없어. 니가 알아서 없애
여 싫어! 내가 왜 그렇게 귀찮은 일을 해야 돼?
이거 없애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니 생각하게 되는 거 싫거든?
그러니까 니가 갖다 버리든가 맘대로 해!!!!
(E) 화나서 걸어가는
(E) 상자 열어보는
남 그 안엔 내가 준 선물 뿐 아니라
그동안 썼던 편지, 수많은 종이 쪽지들이
들어 있었다
은서를 약올리느라 날렸던 종이 비행기들
낙엽 쌓인 길을 걷다가 억지로 손에 쥐어주었던
노란 은행잎도
새로 나왔다며 하나씩 사다주었던
싸구려 학용품들도
모두 그 안에 있었다
(M) Happy heart / Andy Williams
(음악 이어지며, E) 달려가는
남 윤은서!!!!
여 (울고 있는) 놔! 놔 이 나쁜 놈아!
남 내 말 들어 봐
내가 처음에 버스에서 너 보고
첫눈에 반했을 때 내 친구놈이 그랬어
첫사랑은 안 이루어지는 거라고
여 ......
남 그래서 내가 그랬어
너를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사랑으로 미뤄서라도
너랑 꼭 이루어질 거라고!
여 (울먹이며) 치.. 유치해...
(E) 상자 턱 안겨주며
남 이거 다시 가져가. 그리고
앞으로도 차곡차곡 다 모아놔.
나중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되면
여기 모아놓은 거 하나하나 꺼내보면서
같이 늙어가자.
(M) 일상으로의 초대 - 신해철
(E) 커피잔
여 그럼, 해피엔딩 아니에요?
남 그랬죠.
여 그럼, 지금 그 첫사랑은 어딨어요?
남 잠깐 잃어버렸는데.
어이없게도 한눈팔다가 다시 찾았어요.
여 무슨 말이에요?
남 연희씨를 통해서
연희씨랑 함께 하면서
그 아이를 다시 찾은 것 같아요.
그래서 연희씨한테 고맙고. 또 미안해요.
(M) 사랑 먼지 - 버블 시스터즈
(E)공항 소음
남 오늘은 먼 길을 떠났던
여자친구가 돌아오는 날이다.
난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공항으로 나왔다.
15년을 함께 하면서
잊었던, 그리고 잃었던...
나의 첫사랑.
두 번째 사랑.
그리고
마지막 사랑.
입국 게이트로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남 은서야!!!
남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 위로
가까워지는 그녀의 미소가
더없이 반갑다.
(M)주제음 소중한 사람 / 김창렬
2006-03-3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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