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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두루루 / 안재욱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14화 - 겨울 이야기
(M) 주제음 겨울 이야기 / 조관우
남 오늘은 그녀와 데이트가 있는 날이다
그동안 회사 일로 바빠
일주일 만에 얼굴을 보는 거라서
조금은 들뜬 상태다
(E) 방문 벌컥 여는 소리
여1 오빠 뭐해?
남 야!! 노크 좀 하고 들어와
여1 뭐 볼 거 있다구. 나 용돈 좀 주라.
남 얌마. 며칠전에 5만원 줬잖아
여1 그건 지난주고~ 일주일에 5만원 갖고 어떻게 살어~
남 엄마한테 달라 그래. 왜 나한테 와서 이래.
내가 니 금고냐?
여1 엄마한테 말했다가 또 무슨 잔소리를 들으라구.
(빨리 다다다) 이것아! 남의 집 딸들은 대학졸업하면
알아서 돈을 벌어오든가
잘난 남자 만나 시집가서 효도한다는데...
너는 허구헌날 방구들 파고 앉아서...
남 (지겨운) 알았다 알았어.
(E) 지갑에서 돈 꺼내는
남 됐냐?
여1 에이, 좀만 더 써라.
남 완전 날강도!
(E) 더 주는
남 됐지?
여1 오빠 땡큐. 역시 오빠밖에 없어.
오빠 뽀뽀해줄까?
남 저리 안가?
여1 에이 오빠~
(M) 오빠 - 왁스
남 철없는 백수 여동생은
아무 하는 일이 없다
그저 집에서 빈둥빈둥 놀면서
부모님과 나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일이 전부다.
그래도 귀염성도 있고 애교도 많아서
그냥 귀엽게 봐주려고 노력한다.
이럴 때만... 아니라면.....
(E) 구두 신는, 오는
여1 오빠 어디 가?
남 어디 가든가...
여1 나 심심한데.. 눈도 왔구...
남 니 친구들 만나.
여1 내 친구들은 다 자기 애인 만난대
남 그래서 어쩌라구...
여1 오빠 가는데 나도 따라가면 안돼?
남 뭐??
여1 같이 가자~ 나 얌전히 있을게~ 응?
남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고 집에 얌전히 있어라.
싸돌아다니다가 감기 들지 말고. 나 간다!
여1 오빠!!!
(M) 오빠 - 전도연
(E) 버스에서 내리는, 거리 소음.
여1 오빠!
남 (깜짝) 야! 너 여기 어떻게 왔어!
여1 아까 오빠 문자 봤지. 종로 3가 버스 정류장에서 5시에. 맞지?
남 너 진짜...
여1 오빠가 준 돈으로 택시 타고 왔지롱~
남 빨리 가 집에. 얼른 안 가?
여1 싫어~ 문자 보낸 여자 누구야? 이름이 은서던데?
어우 이름 청승맞어. 지가 무슨 가을동화 송혜교야?
남 이게 증말... 너 혼 좀 나볼래?
(E) 구두 소리 또각또각
여2 봉덕씨.
남 (목소리 확 달라지며) 어. 은서야. 왔어?
여2 ..... 누구...?
남 어 내 동...
여1 (능청) 여자친구에요
여2 네???
(M) 내 남자친구에게 - 핑클
남 아니야 아니야. 내 동생 연이야. 내가 얘기했지?
(속닥) 너 나중에 두고 보자.
여2 아~ 연이씨. 얘기 많이 들었어요.
여1 치~ 내 얘기 해봤자지~ 오빠가 뭐래요?
여2 귀엽고 애교가 많다구요.
여1 내가 좀 그렇죠.... 그런데.... 얼굴을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고등학교 어디 나왔어요?
여2 화진여고요
여1 어?? 혹시... 3학년 때 1반... 윤은서..?
여2 맞는데...
남 두 사람 아는 사이야?
여1 야, 너 나 모르겠니? 김연인데...
여2 .... 어... (모르는 듯)
여1 (약간 기분 나쁜) 나 11번 김연인데. 몰라?
여2 어.. 알 것도 같아...
여1 그래. 하긴 넌 반장이었구 난 너~무 평범한 11번일 뿐이었는데
니가 날 기억해 줄 리가 없지
여2 미안해
여1 아냐. 괜찮아. 근데 너 그건 알어? 그때 우리반 애들이 너 진짜
재수 없어 했잖아.
남 야!
여1 호호호.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지 뭐.
오빠, 은서 얘가 어쨌냐면. 수업 끝나잖아? 그럼 꼭 손들어서 질문하고
그랬어. 나 한번은 얘 때문에 화장실 못 가서 죽는 줄 알았잖아.
여2 어머. 내가 언제..
여1 너 기억 안나? 똑똑한 애가 왜 그런 건 기억 못할까.
그나저나 너, 용됐다. 어머머. 너 쌍거풀 수술 했니? 했구나?!!!
웬일이니 웬일이야. 단추구멍이 완전 왕방울 됐네~
(M) 눈썹 어딨니 / 컬트 트리플
(E) 레스토랑 소음
남 은서는 단단히 기분이 안좋았는지
말없이 밥만 먹고 있다
그런데, 이 얄미운 녀석은...
여1 확실하네. 확실해. 너 눈 찝었구나?
티도 별로 안나고, 자연스럽다 얘! 어디서 했니?
여2 수술 안했다니까. 그냥.. 살을 좀 뺐더니 자연스럽게 생긴거야.
여1 오호호호호!!
아이구 배야. 어 미안해. 아하하하하.
야. 살 빼서 쌍거풀 그렇게 될 것 같으면, 대한민국 성형외과 다 망하겠다. 하하하하. 기지배 구차한 변명은~
남 아 이 녀석이 정말... 야! 밥이나 먹어 쫌!
여1 왜 그래 오빤. 학창시절 친구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누는데...
여2 그래. 얘기하다 보니까, 니 얼굴도 생각난다.
여1 그렇지?
여2 응. 너 맨날 만화책 학교 가져와서 선생님한테 많이 얻어맞고 그랬잖아.
여1 야 내가 언제~
남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여1 아니라니깐 오빠~
여2 왜~ 한번은 야한 책 가져와서 애들한테 돌리다가
압수 당하구, 복도에서 손들고 있었잖아.
여1 (버럭) 그때 그거 일러바친 게 너잖아 기지배야!
여2 (침착) 난 반장으로서 할 일 한 거였지 뭐.
(M) 산다는 게 다 그런 게 아니겠니 / 여행스케치
여2 봉덕씨. 나 잠깐 화장실 좀..
남 어, 그래. 갔다 와.
(E) 가고 나면
(E) 물 벌컥벌컥 마시며
여1 어우 저 기지배 저거, 어쩜 하나도 안 변했네?
어째 저렇게 일관성 있게 재수없대?
남 야. 너 빨리 집에 가.
여1 왜 이래 정말. 내가 왜 가?
남 너 오빠 데이트 따라와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여1 오빠. 내가 오빠 동생으로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충고 하나 할까?
남 뭐..
여1 쟨 아니야. 윤은서 쟤가 얼마나 가식적인 앤데.
내 친구들은 윤은서 다 싫어했어.
남 나도 니 친구들 싫었어.
니 친구들이 싫어하는 애였다면, 우리 은서가 얼마나 모범생이었는지
알 것 같다. 은서가 더 좋아진다 야!
여1 오빠!!
(E) 이때 다가오는 소리, 자리에 앉고
남 그래 연이야. 그럼 가봐.
여1 ....뭐?
남 바쁘다며. 친구들이랑 약속도 있고 그렇다며. 얼른 가봐라.
여1 아니.. 저기..
여2 어머 그러니? 반가웠다. 다음에 또 보자.
여1 그래. 알았어. 다음에 봐. (뼈 있는) 오빤, 이따 보구.
일찍 들어와.
(M) 가 - 핑클
(E) 눈 밟고 걷는 소리
여2 아직도 눈이 많이 안 녹았네..
남 아까.. 기분 많이 나빴지.
여2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뭐.
남 같은 나인데 넌 어쩜 이렇게 속이 깊은지.
내 동생은 너무 철이 없어. 없어도 너무 없어.
여2 .... 내가 싫은가보지 뭐
남 그런 거 아니야. 연이가 원래 애가 질투가 많아.
내가 너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질투나서 저래.
여2 애들이 나 별로 안좋아했던 거 나도 알아.
나 학교 때 점심도 혼자 먹었다?
남 .... 그랬어?
여2 다 지난일인데 뭐. 지금은 사람들하고 사이도 좋고.
또 봉덕씨가 나랑 밥도 많이 먹어주잖아.
남 그럼. 걱정 마. 내가 너랑 밥 평생 같이 먹어줄게.
여2 ... 뭐라구?
남 모르겠어? 지금 청혼하는거야.
나랑 평생.. 밥 같이 먹자구.
(M) 청혼 - 박진영 (그대가 나와 결혼을 해준다면~)
여1 뭐??? 둘이 결혼한다구???
남 그래. 오늘 청혼했구, 은서도 허락했다.
여1 허락 좋아하네. 난 허락 못해. 절대루!
남 누가 니 허락 받는대? 허락하지 마라. 상관 없으니까.
여1 내가 엄마 아빠도 허락 못하시게 할거야.
은서 걔가 어떤 앤데!
남 어떤 앤데?
여1 (당황) ... 뭐?
남 너보다 공부 잘했던 애? 엄마 아빠 좋아하실걸?
여1 ...
남 또 뭐..? 너랑 같이 만화책 안 돌려봤던 애?
엄마 아빠 완전 대환영이실걸?
여1 ... (쳇!)
남 그리구 또.. 지금은 잘나가는 회계사인 애?
백수건달인 너보다 잘나도 한참 잘난 애?
여1 암튼.. 난 절대반대야.
남 많이 반대해라. 우린 결혼한다.
여1 오빠가 집안에서 시누이 역할을 몰라서 그런가본데
시어머니보다 더 무서운 게 시누이야. 이거 왜 이러셔~
남 너 우리집에서 왕따 되고 싶으면 맘대로 해라.
여1 오빠! 그 기지배가 그렇게 좋아? 내가 좋아? 윤은서가 좋아?
남 (망설이지도 않고) 윤은서!
(M) 내가 웃는 게 아니야 / 리쌍
(전화 통화중)
남 좀전에 부모님께 말씀드렸구, 벌써 허락하셨어.
주말 쯤 보자구 그러시네.
여2 정말? 나두 이제 말씀드려야겠다.
남 내가 걱정이다. 어머님 기대가 크실텐데.
여2 봉덕씨가 어때서. 내가 요전 날 슬쩍 운 떼 봤는데
엄마도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 같았어.
남 그래? 걱정 마. 내가 장모님한테 잘할게.
여1 (전화로 불쑥 껴드는) 하이구. 엄마한테나 좀 그렇게 해 보시지.
남 (깜짝) 야! 너 뭐야!
빨리 그 방 전화 안 끊어? 이제 아주 전화까지 엿들어?
여1 어머? 나두 전화 좀 쓸려고 수화기 들었다가, 우연히! 아주 우연히!
듣게 된 것 뿐이야. 나도 바쁜 사람이야. 엿듣긴 누가 엿들어?
남 됐으니까 전화 끊으라구.
여1 (개의치 않고) 안녕 은서야?
여2 (떨떠름) 그래 안녕...
여1 너 진짜 우리 집에 시집오려구? 걱정 안 돼?
여2 응? 무슨 걱정?
여1 솔직히 너도 나 불편하잖아. 나도 너 불편하고 또..
남 (서둘러) 은서야. 나중에 전화할게. 일단 끊자.
(E) 전화 뚝 끊어버리고
(M) Ya / 소호대
남 결혼 준비가 진행돼 갔지만
연이는 계속해서
우리 사이를 갈라놓고 싶어했다.
여1 오늘 예물 보러 갈거라며? 진짜 그 결혼 꼭 해야겠어?
남 꼭 해야겠어.
여1 둘이 어떻게 만났어? 은서 고 기지배가 꼬리쳤지?
남 꼬리는 누가 꼬리를 쳐. 내가 먼저 반해서 쫓아다녔는데.
여1 어디서 만났는데?
남 은서네 회계 사무실에 취재 나갔다가.
은서가 홍보 담당 회계사였거든. 그래서 인터뷰했지.
우리는 운명이야.
여1 오빠. 운명 같은 소리 그만하구. 은서 걔 쌍거풀 확실해.
고등학교 땐 두꺼운 안경에 눈이 진짜... 봐줄 수가 없었다니까...
남 상관 없어. 너두 고등학교 때 보다 20 킬로그램 뺀 거잖아.
너 그때 몸이었으면 지금 참 볼만했을 텐데~
여1 됐거든? 오빠 무엇보다도 나중에 2세를 생각해봐.
오빠 딸 눈이 단추구멍이면 좋겠어?
남 괜찮아. 엄마 닮으면 머리는 좋겠지 뭐. 넌 니 2세나 걱정하셔.
(E) 전화벨 소리
남 여보세요
여2 봉덕씨 난데. 오늘 저녁에 연이도 같이 데리고 나오라구.
남 연이를..? 왜?
여2 밥이나 같이 먹자구.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순 없잖아.
한 식구 될텐데.
남 역시 넌.. 그래 고마워 은서야.
(M) 별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 - 김종국
여1 나 보자 그랬다며?
여2 응. 맛있는 거라두 사주고 싶어서.
여1 니가 내는거야?
남 니가 뭐냐 니가. 이제 새언니 될 사람한테.
여1 예식장 들어가 봐야 아는거지, 누가 벌써 새언니야?
남 야 너 정말..
여1 나 이 자리에 나온 거, 솔직히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야.
남 또 뭔 얘기~
여2 아니야. 얘기해 봐. 뭔데?
여1 넌 기억 안날거야.
그런데 너, 고등학교 다닐 때 우리 집 한번 온 적 있었어
남 은서가.. 우리 집에?
여1 나 고3때.. 아빠 사업 망하구 우리집 안좋아졌던 적 있잖아
그때, 내가 학교도 며칠씩 안가구..
남 아.. 그때..
여1 그때 은서가 담임선생님이랑 우리집 왔었어.
벌써 7년 전인가 그게?
(M) 그땐 그랬지 - 카니발
(BG) 조금 흐르다가 - Piano Solo / Love Affair OST
여2 왜 학교 안 왔어?
여1 그냥 뭐. 선생님은 뭐하셔?
여2 지금 저 방에서 너희 부모님이랑 얘기하셔.
여1 (한숨) 이제 난 죽었다.
여2 왜?
여1 우리 엄마 아빠 몰래 학교 빠진거였거든. 잔소리 엄청 듣게 생겼네.
여2 그러게 뭐하러 학교를 빠지니?
여1 우리집이 요즘 좀 안좋거든. 아빠 사업 망하구.
얼마전엔 빚쟁이들까지 왔었어. 너 이거 애들한테 얘기하지 마.
여2 그게 무슨 얘깃거리나 돼?
여1 뭐??
여2 더 어려워도 학교 다니는 애들도 많다는 얘기야
여1 그래. 누가 너 반장 아니랄까봐... 관두자 관둬
(E) 방문 열리고
남 김연이! 너 학교 안 갔다며?
여1 (기죽어서) 오빠.. (급히 변명) 나 친구 있잖아. 나중에 얘기해.
남 (참으며) 그래. 나중에 보자. (은서에게) 실례했습니다. 놀다 가세요.
여2 네.
여1 우리 오빠 잘생겼지?
여2 응.. 뭐.. 그냥.. 그런데?
여1 지금 한국대학 신방과 다니는데 기자 될 거래.
따라다니는 여자들도 굉장히 많구.. 또..
여2 누가 니 오빠한테 관심 있댔니?
여1 (벙찐) 뭐?
여2 난 니네 오빠한테 전혀 관심 없거든.
나 공부만 하는 거 너도 잘 알잖아.
그리구, 중요한 건 니 오빠가 내 스타일이 전혀 아니란 거야.
여1 어머머... 누가 뭐랬니? 너 정말 오바한다.
(M) 바본가봐 - 아이비 (바본가봐~)
(E) 까페 소음
여1 정말 기억 안나니? 이 일?
여2 내가.. 그랬어? 난 정말 기억이 안나.
남 당연하지. 몇 년된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
여1 기억이 나든 안나든, 물론 그 전부터도 니가 좀 싫긴 했지만
난 그날 너한테 완전 정나미 떨어졌어.
남 그거야 옛날일이잖아 연이야.
여2 그래. 미안해. 기억은 안나지만, 그때 니가 속상했다면
정말 미안하다.
여1 솔직히 그때 너, 나 무시해서 우리 오빠까지 세트로 무시했던 거 아냐?
너는 공부도 잘하고 집도 잘살고.
그런데 나는 공부도 그냥 그렇고. 또 집도 폭싹 망했으니까
우리 오빠 같은 사람은 싫다, 이거 아니였냐구!
여2 그런 거 아니었어.
여1 넌 아니었을지 몰라두, 니가 너무 오바스럽게 구는 바람에
내가 얼마나 상처받았는데. 그날밤 얼마나 울었는데.
잊을 수가 없어 내가.
(M) 잊을께 - 윤도현
(E) 커피잔 드는
여2 아마 그때 내가 그랬다면, 니가 부러워서 그랬을거야.
여1 뭐???
여2 이건 아직, 봉덕씨한테도 얘기 못한 건데...
(심호흡하고) 나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그랬잖아 봉덕씨
남 응. 그런데?
여2 돌아가신 거 아니야. 우리 엄마.. 미혼모셔.
남 .....!!
여2 이런 얘기 하면 날 어떻게 볼 지 몰라서 말 못했어.
그리고 내가 고3때, 엄마가 많이 편찮으셔서... 수술을 받아야 했거든.
그래서.. 난 수술비 때문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랬어.
여1 (갑자기 할말 없어진) ... 그런 건... 전혀 눈치.. 못챘는데...
여2 혼자 커서 그런지, 난 방어의식이 강했거든.
그래서... 내 아픈 곳을 다른 사람한테 보이는 게 싫었어.
남 .... 그래. 그럴 수 있지. 한참 예민한 나인데.
여2 학교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서..
난 학교에 있을 때 모든 공부를 다 해야했거든.
그래서.. 아마.. 애들 눈에 미운 짓 참 많이 했을거야.
그런데 그땐.. 그런 거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여1 몰랐어 정말..
여2 너희집 가서..
학교 며칠 빠졌다고 땅이 꺼져라 한숨 쉬시는 부모님 뵈었다면..
나 참 부러웠을거야.
너 사랑해 주시는 부모님.. 오빠.. 다 계시는데..
잠깐 형편 어려워졌다고
학교 안가고 세상 다 끝난 것처럼 그러는 니가...
아마 조금 얄미웠을지도 몰라.
너한테 심통 맞게 굴었다면 그래서 그랬을거야.
난 그때 우리 엄마마저 죽으면..
이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다는 것 때문에.. 정말 무서웠거든.
(M) 엄마의 일기 -왁스
남 긴 침묵이 흘렀다
동생 연이는 아무 할말이 없는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나 역시 전혀 몰랐던 은서의 아픔에
조금 놀라고 있었다
여2 이런 얘기 빨리 못해서 미안해 봉덕씨
남 아니야
여2 봉덕씨네 집에서 이런 거 알게 되면
혹시 나 반대하실까봐 숨겼어
남 그럴 분들 아니셔. 그렇게 힘든데 혼자 잘 이겨내고
이렇게 훌륭하게 큰 거, 장하게 생각하실거야
여2 고마워... 정말...
그리고 연이야. 미안해.
여1 (코 맹맹) 야 뭐가 미안해.
기지배. 꼭 이런 순간까지 착한 척 해서
나 나쁜 애 만들어야 되니?
여2 .... 그랬니?
여1 아이 참. 나 이런 얘기 잘 못하는데.
진짜 미안하다. 내가 참 모자라고 바보 같고 어렸어.
남 이제 정신 차렸구나?
여1 오빠~!
여2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해.
나한테, 가족이 생기잖아.
(M)가족 - 이승환
(E) 눈 밟고 걷는
남 그런데 말이야.
여2 응?
남 뭐 굳이 따지고 넘어가자는 건 아니지만...
내가 그때 그렇게 별로였어?
여2 뭐?
남 아니.. 니 스타일 아니라 그랬다며.
여2 (풋) 뭐? 나 정말 기억 안난다니까.
남 아니, 기억 안난다니까
더 캐묻진 않겠는데 (캐묻는) 내가 그렇게 별로였어?
어디가 그렇게 맘에 안들었는데?
여2 못말려 정말. 그만해.
남 괜찮아. 맘에 안 담아둘테니까 얘기해 봐.
뭐가 맘에 안들었는데?
여2 (웃고)
(E) 눈 밟고 걷는 소리에 두 사람 대화 점점 멀게 들리면서
여2 이 사람은 아마 모를 것이다.
내가 얼마나 오래 전부터
이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는지...
(M) 오래전 그날 - 윤종신
(BG 조금 흐르다가)
(E) 버스 와서 멈추고 지나가는 등. 버스 정거장 소음
(E) 뚜벅뚜벅 걸어와서 멈추는
여2 그 시절.
새벽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돌아갈 무렵이면
언제나 만나는 사람이 있었다
단정한 옷차림에
따뜻해 보이는 얼굴 표정.
왠지 그 사람을 만나는 날엔
기분이 좋았다.
나도 모르게 버스정류장에서
그 사람을 기다리게 됐고.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됐다.
(E)버스에 올라타는, 출발하는
여2 나는 그를 2년 동안 지켜봤다.
하지만 단 한번도
얘기를 걸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에 비하면
난 너무 초라했고, 가난했고, 보잘 것 없었기 때문이다.
(M) 연풍연가 (날 사랑할 수 있나요~)
여2 그러던 어느날
반 친구인 연이네 집에 갔을 때...
(E) 방문 열리고
남 김연이! 너 학교 안 갔다며?
여2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연이의 오빠였던 것이다.
여1 (기죽어서) 오빠.. (급히 변명) 나 친구 있잖아. 나중에 얘기해.
남 (참으며) 그래. 나중에 보자. (은서에게) 실례했습니다. 놀다 가세요.
여2 네.
여1 우리 오빠 잘생겼지?
여2 응.. 뭐.. 그냥.. 그런데?
여1 지금 한국대학 신방과 다니는데 기자 될 거래.
따라다니는 여자들도 굉장히 많구.. 또..
여2 누가 니 오빠한테 관심 있댔니?
여1 (벙찐) 뭐?
여2 난 니네 오빠한테 전혀 관심 없거든.
나 공부만 하는 거 너도 잘 알잖아.
그리구, 중요한 건 니 오빠가 내 스타일이 전혀 아니란 거야.
여2 나도 모르게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쏟아내고 말았다
자격지심이었는지, 자존심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그런 말들을 하고 나서
도망치듯 연이네 집을 빠져 나왔다.
(E)대문 열고 닫는. 눈 위를 걷는.
여2 그날, 눈 위를 걷는 내내 울었던 게 생각난다.
(M) 하얀 겨울 - 미스터 투
여2 그리고 1년 전
(E) 신문 뒤적이는
여2 난 신문에 난 그의 기사를 보았고.
며칠을 망설이던 끝에 전화를 걸었다.
(E)통화음
남 여보세요.
여2 안녕하세요. 여기는 푸른 회계 법인인데요.
저희 사무실에서 보도자료를 좀 발송하려구요.
남 아. 그러세요? 신문에 나와 있는 제 이메일 주소로
발송해 주시면 됩니다.
여2 네. 그리고 제가 저희 회사 홍보 담당 회계산데요.
만나서 뵙고, 저희 회사에 대해서 소개를 좀 해드리고 싶은데.
혹시.. 언제가 편하세요?
여2 우린 그렇게 만났다.
그리고 이번 겨울, 난 많이 행복하다.
(M) 주제음
2005-12-0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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