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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7일 목요일 선곡표 및 음악에세이 대본
 

        211화 음악에세이에 나간 노래


1      오래전 그날 / 윤종신

2      Forever / Stratovarius

3      샴푸의 요정 / 이승철

4      안되나요 / 휘성

5      엄마의 일기 / 왁스

6      사랑해도 될까요 / 박신양

7      내 여자라니까 / 이승기

8      너만 아는 바보 / 히어로

9      니가 참 좋아 / 쥬얼리

10     가까이 / 샵

11     혼자만 하는 사랑 / 거미

12     사랑해요 / 이소은

13     마법의 성 / 클래식

14     You Raise Me Up / Westlife

15     I'm Sorry / 팀

16     어떤 그리움 / 이은미

17     2 Love / GOD

18     거짓말 / GOD

19     꿈의 대화 / 장혜진

20     내 눈물이 하는 말 / 견우

21     두 사람 / 성시경

22     웃어도 눈물이 나 / 서문탁

23     오래전 그날 / 윤종신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11화 - 오래전 그날


(M) 주제음 - 오래전 그날 / 윤종신


남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사랑을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

        그렇게 모른 척 살다가

        술이라도 한 잔 들어가거나

        길가에 떨어진 낙엽이

        쓸쓸한 소리를 내면서

        하늘로 날아가면

        그때, 슬며시 그 기억을 꺼내놓는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아주 오래된 첫사랑을

        아직까지 가슴에 묻지 못하고

        내 마음 한 가운데 고이 놓아두었다

(M) Forever / Stratovarius


남     10년 전

        대학 합격자를 발표하던 무렵

        지방이 집이던 나는

        학교 근처에 하숙집을 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은 남쪽 지방 보다 훨씬 더 추웠다

        골목골목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칼바람을 맞으며

        난 미리 그려둔 약도에 적힌 집을

        찾아갔다

(E) 나무대문 두드리는

남     계세요?

(E) 나오고

여1    누구세요? 

(E) 대문 열어주고

남     여기.. 하숙하는 집...

여1    네. 맞아요. 아까 전화하셨던 분이죠?

남     네

여1    들어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남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는 그녀에게서

        좋은 향기가 났다

(M) 샴푸의 요정 / 이승철


남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바쁜 그녀의 어머니를 대신해서

        아침을 차려주던 그때부턴지...

        온수가 나오지 않던 어느 날

        세수할 때 쓰라며

        따뜻한 물을 부어주던 그때부턴지...

        ...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그저, 내 기억 속의 그녀는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여자였다


(E) 밥상 차리는

여1    어제 술 먹고 왔죠?

남     어떻게 알았어요?

여1    새벽에 들어오는 소리 들었어요

        봉덕씨 술 먹고 오면, 꼭 물 한 컵 먹고 이층으로 올라가잖아요

남     맞다. 제가 좀 그렇죠.

여1    콩나물 국이니까 입맛 없어도 둘러마셔요.

남     저 때문에 끓이신 거에요?

여1    술은 조금씩이라도 날마다 마시면 안좋대요

        요즘 너무 자주 먹는 것 같애요.

남     네.. 줄일께요.


남     내게만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난 그녀의 친절에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어보곤 했다

(M) 안되나요 - 휘성


남     2학년을 마치고

        난 군대에 갔고

        제대를 한 후엔

        또다시 그 하숙집을 찾았다


여1    어머, 다시 오겠다더니 정말 왔네요?

남     전, 제가 한 말 지키는 사람이거든요

여1    엄마가 보셨으면 굉장히 반가워하셨겠다

남     아주머니 어디 가셨어요?

여1    ... 작년 겨울에 돌아가셨어요

남     ...네? 어쩌다가...

여1    원래 혈압 좀 있으셨잖아요.

남     ... 죄송해요. 전혀 몰랐어요.

여1    모르는 게 당연하죠. 괜찮아요 이제.


남     괜찮다 말하는 그녀의 눈가가

        벌써 촉촉하다

(M) 엄마의 일기 - 왁스


(E)포장마차 

남     그래서 이젠 하숙도 안하시는 거에요?

여1    엄마 계실 때야 조금씩 도왔지만

        저 혼자는 무리죠

남     ... 그럼 저는 어디로 가죠?

여1    왜요. 이 근처에 하숙하는 집이 얼마나 많은데.

        솔직히 우리집이 제일 후졌었죠 뭐.

        방도 옛날식에.. 수도도 마당에 있구.. 요새 이런 집이 있나요..

남     그래두 전 이렇게 마음에 드는 집 못 봤어요

        고향 집 같기도 하구~

여1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구요.

남     그럼 요즘은 어떻게..

여1    직장 구했어요. 출판사에서 교정 보는 일인데, 할 만 해요.

남     원래 작가 되고 싶으시다고.. 신춘문예 준비하셨잖아요.

여1    제 주제에 뭘요. 몇 번 떨어지고 나니까 정신 들더라구요.

        그런 얘기 그만 하구요, 한 잔 해요.

(E) 소주잔 부딪치는

남     아무도 곁에 없는 그녀

        고이 품었던 꿈마저 포기한 그녀

        그런 그녀 곁에

        왠지 내 자리가 있을 것만 같았다

(M) 사랑해도 될까요 / 박신양


(E)바람 부는, 포장마차 펄럭이는

여1    와, 춥다. 어묵 국물 좀 먹어요.

남     저.. 은서씨..

여1    (풋 웃고)

남     왜, 웃으세요?

여1    예전부터 그랬어요. 다른 하숙생들은 다들.. 은서 누나.. 이러니까

        나도 편하게.. 응. 왜? 이랬는데

        봉덕씨는 꼬박꼬박 존대말에 은서씨.. 이러니까

        나도 말을 못놓겠더라구요.

남     그냥.. 누나라는 말은 싫었거든요.

여1    왜요?

남     내가 많이 좋아하는 여자니까요.

(M) 내 여자라니까 - 이승기


여1    미안한데요. 나한텐 너무 갑작스런 얘기고..

남     전 괜찮아요. 은서씨도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릴께요

여1    아뇨. 솔직히 말하자면.. 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남     ... 

여1    물론 그 사람이 내 마음 받아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건

        잘 알지만, 그래두요.. 다른 사람 마음에 품고

        봉덕씨 마음 받아들일 수가 없잖아요.

남     그럼.. 그것도 기다릴께요.

        은서씨 마음에서 그 사람이 떠날 때까지.

여1    나도 다른 사람 좋아하니까

        봉덕씨 마음 알 것도 같은데요.

        그러지 말아요.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요.

남     아니에요. 제가 은서씨 때문에 얼마나 좋았는데요.

        군대에서 겨울 훈련 받을 때.. 발가락에 동상 걸리고

        독감 걸려서 열이 40도까지 올랐을 때두요.

        은서씨 생각만 하면 별로 아프지도 않았어요.

여1    봉덕씨...

남     그러니까.. 나는 괜찮으니까.. 나는 기다릴 거니까...

        그렇게 하게 해줘요.

        그냥 나 이용해요. 마음 아플 때 불러내서 술 마시자고 하구요.

        그 사람이 속상하게 하면, 기대서 울어도 돼요.

(M) 너만 아는 바보 / 히어로

 

(E) 은행 소음

남     졸업을 하고, 은행에 일자리를 구했다

        아직도 나는 가끔 그녀를 만난다.

        한 번의 고백 뒤로

        난 내 마음을 더욱 꼭꼭 숨겼고

        그녀 역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날 만난다.

        그렇게라도 그녀와의 만남을 유지하고 싶어

        난 그렇게 지내고 있다.


여2    김대리님. 오늘 새로 오신 지부장님 환영식 한다던데. 얘기 들었어요?

남     들었어요. 

여2    보나마나 술잔 돌릴텐데, 나 흑기사 좀 해줘요

남     에이, 나보단 이연희씨가 술 잘 하지.

        나 요즘 속 안좋아요

여2    왜요? 어디가 어떻게 안좋은데?

남     그냥.. 술병이죠 뭐.. 어제두 최대리랑 한잔 했더니

        아직까지 어지럽네..

여2    정말요? 안되겠다. 그럼 내가 백기사 해줘야겠다.

남     백기사?

여2    남자만 흑기사 하란 법 있어요?

        여자도 백기사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M) 니가 참 좋아 - 쥬얼리


남     회사 동료인 이연희 대리는

        화통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에

        미모까지 겸비한 재원이다

        그런 그녀가 그 사람 많은 술자리에서

        이렇게 선언하고 말았다

(E) 술자리 소음

여2    저기요, 김봉덕 대리 그만 주세요.

        지금부터 김대리 술은 제가 마십니다.

(E) 환호

남     (난처, 속삭) 이대리, 왜 이래요.

여2    왜요. 속 안좋다면서요. 내가 김대리님꺼 다 마실테니깐

        대신, 오늘 나 집에까지 책임지고 데려다줘요

남     아니, 저기 이대리..

(E) 술 마시고

여2    카... 

(M) 가까이 - 샵


(E) 비틀거리는 여자 데리고 가는

남     연희씨. 이대리! 정신 좀 차려봐요.

여2    저 괜찮아요. 괜찮거든요 저.

남     잠깐만.. 101동.. 여기네. 연희씨 다 왔으니까 들어갈 수 있겠죠?

여2    어? 여기 우리집이네. 그럼요, 갈 수 있어요.

남     그럼 저 가요.

(E) 걸어가는

여2    김대리님!

남     네?

여2    얼마 전에요. 길거리 트럭에서 화분을 하나 샀거든요.

        화분에다가 이름 붙여주고, 날마다 물을 줬더니

        얼마 전에 꽃이 피었더라구요. 겨울 다 돼 가는데.. 신기하죠

남     그러게요. 

여2    내가 물 줄 때마다 화분 이름을 불러줬거든요

        아마, 내 사랑에 감복해서 꽃이 폈을지도 몰라

남     화분 이름이 뭔데요?

여2    봉덕이요. 내가요. 물 줄 때마다 이렇게 불러줘요.

        봉덕아. 봉덕아. 이거 먹고 많이많이 커라. 

(M) 혼자만 하는 사랑 - 거미


남     다음날 

(E) 자판기 동전 넣는

여2    내꺼 하나 더 뽑아줄 수 있죠?

(E) 컵 나오고, 꺼내는

남     자요. 먼저 먹어요.

여2    땡큐

남     어제 많이 취했었죠

여2    네. 엄청 취했죠.

남     그런 것 같았어요.

여2    그래두, 내가 무슨 소리 했는지는 다 기억해요

남     ... 그래요?

여2    술기운에 실수한 거 아니구요

        술기운 살짝 빌려본 거에요.

        내가 아무리 철판 깔았다지만, 맨정신에 그런 얘기 할 정도는 아니거든요.

(M) 사랑해요 - 이소은


남     ... 연희씨...

여2    왜요?

남     내 주제에.. 이 대리 같은 사람 과분한 건 잘 아는데요.

        나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여2    알아요. 최대리한테 들었어요.

        하숙집 주인 딸. 맞죠?

남     ... 네.

여2    일년에 몇 번 만날까 말까라면서요. 아직도 그 여잔 다른 남자 좋아하고.

남     그렇긴 하지만..

여2    그럼 뭐야? 난 김대리 좋아하고, 김대리는 그여자, 그여자는 딴남자.

        먹이 사슬 관계로 보면, 내가 제일 아래잖아!

남     농담이 나와요?

여2    또 심각할 건 뭐에요. 사실, 김봉덕씨가 그 여자 좋아하는 건

        일종의 환상 같은 거에요.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한 환상.

        그 여자가 아니라, 그 환상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구요.

남     남의 사랑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여2    어머. 화났어요? 김대리님도 화낼 줄 아는구나.

남     연희씨!

여2    우리 이렇게 시작하면 좋겠어요.

        속엣얘기 시원하게 하구요. 화도 내고. 싸우기도 하면서.

        서로를 잘 알아가자구요. 최소한, 상대를 사랑한다면

        그런 모습까지 좋아해야 하는 거잖아요? 난 그런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M) 서지영 -stay in me


남     그 뒤로 김대리는 참 용감하게 내게 다가왔다

        

여2    주말에 뭐해요?

남     그냥.. 집에 있을 거에요.

여2    집에서 하루종일 뭐하게요. 나랑 쇼핑 안갈래요?

        예쁜 겨울 스웨터 하나 사줄께요.

남     괜찮아요. 나는 그런 거 필요 없어요.


남     ....라고 단호하게 얘기해 보지만

        정신 차려 보면, 난 사람 많은 쇼핑 센터에 와 있곤 했다.

(E) 백화점 소음

여2    와, 이거 예쁘다. 얼굴에 대봐요. 어머 괜찮다.

남     색깔이 너무 튀는데..

여2    화사하고 좋기만 한데요 뭐. 김봉덕씨 맨날 칙칙하게 회색만 입구..

        이거 사요. 얼굴이 확 사네. 완전 원빈 같애요.

남     에이 설마.. (하면서도 바로)여기, 이거 얼마에요?

(M) 마법의 성 -클래식


남     연희와 있으면 다른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아도 좋았다

        웃을 일이 많아졌고

        혼자서 술잔 기울이는 일은 적어졌다


(E)사무실 소음, 똑똑 책상 두드리는 소리   

여2    나 할인쿠폰 있는데, 저녁은 쌀국수 먹으러 갈래요?

남     할인쿠폰으로 가는 데 말고

        맛있는데 골라봐요. 오늘은 내가 살거니까.

여2    어머? 웬일이야. 비싼 거 먹어야지.

(E)전화벨

남     여보세요

여1    저 은서에요

남     은서씨.. 웬일이에요. 먼저 전화를 다 하고..

여1    요즘 통 연락이 없던데. 바빴어요?

남     네.. 그냥 좀..

여1    겨울도 돼 가고.. 찬바람 부니까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

남     그랬어요?

여1    저녁에 시간 있으면, 밥 같이 먹을래요?


남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M) You Raise Me Up / Westlife


남     나, 오늘은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여2    전화, 그 여자한테 온거죠?

남     ...네

여2    거짓말도 못하나? 아니라 잡아떼도 되는 거잖아요

남     미안해요

여2    나 상처 받았을 것 같죠. 그런데 괜찮아요.

        오히려 잘됐어요. 그 여자 만나 봐요. 그리고 나랑 마음껏 비교도 해봐요.

남     .....

여2    서서히 알게 될 거에요.

        사랑 받는다는 게.. 사랑을 하는 것 보다

        얼마나 편하고 행복한 일인지.........

        힘들고 불편한 건, 제가 다 할 거니까

        봉덕씨는 편하고 기분 좋은 것만 해요


남     연희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벌써 알고 있었다

        고마워하고 있었다   

(M) I'm Sorry / 팀


(E) 술집 분위기

남     은서씨, 무슨 일 있어요?

        갑자기 나 불러낸 것도 그렇고. 표정도 안좋고..

여1    봉덕씨. 혹시.. 아직도 나 기다려요?

남     ..... 

여1    그때.. 그랬죠. 기다릴 거라고.

        그 사람이 내 마음에서 완전히 떠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구요.

남     ... 네

여1    나도 잘 몰랐는데요. 늘 마음이 허한 게

        그 사람이 떠난 빈자리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까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언제부턴지 잘은 모르겠는데

        봉덕씨가 내민 손을 내가 잡질 않아서..

        그래서 마음이 춥고 힘들었나봐요.

(M) 어떤 그리움 - 이은미

남     10년을 기다려온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는데

        내 마음은 그저 안타까움으로 아파오기만 했다


여1    ... 아니라고 해도 괜찮아요.

        그런데.. 혹시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남     맞아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여1    ... 정말.. 아직두 그래요?

남     네. 아직두 그래요


남     내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말인데

        왠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M) 투 러브 - 지오디


(E) 옥상, 바람 부는, 여자 걸어오는 

여2    추운데 왜 옥상으로 오래요?

남     할 얘기가 좀 있어서요..

여2    ... 무슨 얘긴데요?

남     우선.. 미안해요..

여2    잠깐만요

남     .....

여2    그 얘기 조금만 나중에 해주면 안돼요?

        꼭 지금 들어야 돼요?

남     연희씨 난..

여2    나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났거든요?

        음.. vip 고객 만나는 거라 늦으면 안돼요.

        나 지점장한테 더 찍히면 큰일나는 거 알잖아요.

(E) 빨리 뛰어가는

남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그녀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뒤돌아 뛰어가는 연희의 작은 어깨가

        왠지 안쓰러웠다

(M) 거짓말 / GOD


(E) 두 사람, 걸어가는

남     그리고 그 주말

        난 은서와 약속을 정해 만났다


남     날이 많이 추워졌죠

여1    ...네

남     그런데요. 제가 아는 어떤 사람 화분에선 꽃이 피었대요

여1    그래요? 하긴 요즘은 실내가 따뜻하니까..

남     뭐 그래서기도 하지만요

        그 사람 말로는 화분에 이름을 붙여놓고

        물을 줄 때마다 이름을 불러줬다네요.

        그래서 꽃이 피었다고 하는데.. 진짜 말도 안되죠..

여1    .... 어떤 이름을 붙였는데요?

남     그냥 뭐.. 모르겠어요 저도..

여1    아마 사랑하는 사람 이름일 거에요.

        그렇게라도 불러보고 싶은 이름 같은 거요

(M) 장혜진 - 꿈의 대화


(E)백화점 소음

남     이 스웨터 어때요?

여1    색깔이 너무 튀는 거 아닌가?

남     화사하고 괜찮지 않아요?

        누가 그러는데, 난 이런 색깔이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구요.

여1    ... 누가요?

남     네? 아.. 그냥... 좀 아는 사람이..

여1    봉덕씨 아까부터 계속 그러는 거 알아요?

        누가 그러는데, 제가 좀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어떤 여자가 그러는데..

        그런데 왜 내 귀엔

        그 사람들이 모두 한 사람인 것만 같죠?

남     ... 은서씨...

여1    좋아하는 사람인가요?

남     ......

여1    아니면, 진심은 좋아하고 있는데.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인가요?

(M) 내 눈물이 하는 말 - 견우


남     너무 혼란스러웠다.

        내가 누굴 사랑하는지

        어떻게 해야 두 사람 모두가,

        아니 우리 세 사람 모두가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1    봉덕씨가 그렇게 오래 기다려줬으니까

        나도 어쩌면...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알잖아요. 기다리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내가 그렇게 기다려도 소용 없겠다 싶으면

        빨리 이야기 해 줘요.


남     돌아서는 은서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반짝였다.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는 없었다.

        지금 잠시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내가 너무 오래, 소중하게 아껴온 사랑이었다.


남     은서씨.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

여1    ..... 

남     그렇게 고된 일, 당신한텐 안시켜요.

        힘들고 아픈 건 내가 할께요. 당신은 그냥 편하게만 있어요.

(M) 두 사람 - 성시경


남     그리고 얼마 후

(E) 걸어가는

남     아침 출근길에

        작은 종이박스를 들고 사무실에서 나오는

        연희와 마주쳤다


여2    (애써 밝게) 못보고 가는 줄 알았는데?

남     ... 어디 가요?

여2    몰랐어요? 이렇게 관심이 없어서야 원..

        나 대전 지점으로 발령받았어요.

남     ... 왜요? 왜 갑자기?

여2    원래 우리집 대전이잖아요.

        엄마 곁에서 편하게 일하려고 꾀부리는 거지 뭐

남     연희씨. 혹시...

여2    여기서 작업 한번 걸어서, 멋있게 결혼해서

        맞벌이 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먹혔잖아요.

남     .... 미안해요

여2    아니에요. 내가 미안해요.

        나도 많이 좋아해 봐서,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건지 잘 아는데.

        혼자 너무 잘난척 했죠. (울음 꾹 참으며 웃는)

        내가 사랑했던 당신이 행복하게 나이 먹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한 오십 쯤 돼서, 마주치면. 멋진 중년이 돼 있어줘요.

(E) 걸어가는

(M) 웃어도 눈물이 나 - 서문탁


남     내 자리 위엔 작은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다

        오롯하게 빨간 꽃 한송이를 피워내 놓은 그 화분.

        나에게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이 화분에 대고 쏟아놓았을 연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미안했다.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E)전화벨 

남     여보세요

여1    나 은서에요

남     네. 어디에요?

여1   점심 먹었어요? 나, 도시락 한번 싸봤는데.

        여기 은행 앞이에요.

남     안먹었어요. 먹었어도 또 먹어야죠.

여1    솜씨가 없어서 맛은 장담 못해요

남     30초만 기다려요. 얼른 나갈께요.


남     오래전 그날

        내가 소중히 품었던 그 사랑에게 한 약속을

        난 지키려 한다

        그녀와 함께 도시락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

        화분을 하나 살 것이다

        그 화분의 이름은

        은서가 될 것이다.

(M) 주제음  오래전 그날 / 윤종신





2005-11-17(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