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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0일 목요일 선곡표 및 음악에세이 대본
 


M     Ter Outro Vez 20 Anos / Bevinda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10화 - 우울한 편지


(M)주제음 우울한 편지 / 유재하


(E) 창밖으로 비오는 소리

남     비가 온다

        어둑어둑해지는 

        사무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모두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데

        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렇게 앉아만 있다

(M) Gentle Rain / 클래지콰이

        

(E) 걸어나오는. 현관으로 쏴~ 비 쏟아지는

남     우산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날엔

        언제나 이곳에 아내가 서 있었다

        혼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빨간색 우산을 들고...


여     (콧노래 흥얼거리는 소리 희미하게 들리다가 점점 가까워지는)

        (*우울한 편지- 유재하 노래)

        일부러 그랬는지 잊어버렸는지

        가방 안 깊숙이 넣어두었다가

        헤어지려고 할때 그제서야

        내게 주려고 쓴 편지를 꺼냈네....

(E) 빗소리도 함께 커지고, 다가오는 소리

남     (약간 퉁명스럽게) 뭐하러 왔어

여     우산 안가져갔잖아

남     우산 없으면 뭐.. 비맞고 갈까봐?

여     아니? 괜히 우산 없단 핑계로

        다른 여자한테.. 우산 같이 씁시다.. 이럴까봐...

남     하여간.. 못말린다..

여     우리 차 타지 말고 좀 걷자. 이렇게 팔짱 끼고..

남     왜 이래. 회사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구.

여     좀 보면 어때? 우리가 불륜이야?

남     에이 참. 그래두.

여     에이 참. 이리와봐. 옛날에 연애할땐 나보고 팔짱 좀 껴달라구

        난리더니... 

남     아~ 이 여자 점점 아줌마가 돼 가네~

여     아줌마가 돼가는 게 아니라, 나 아줌마네요 아저씨.

(M) 빨간 우산 - 김건모


(E) 찌개 팔팔 끓는

여     야.. 맛있겠다..

남     당신 밥 하기 싫어서 나 마중 나왔지

여     아니? 설거지 하기 싫어서. (웃고)

        난 밥하는 것 보다 설거지가 더 싫더라.

남     하루종일 집에서 하는 일이

        밥하고 설거지 밖에 더 있냐? 그게 싫어?

여     하는 일이 왜 없어?

        청소도 하지, 빨래도 하지, 다림질도 하지, 장도 보지,

        이렇게 당신 마중도 나와야지. 하루가 얼마나 후딱 가는지 알아?

(E)전화벨 소리

남     어... 잠깐만... 회사에서 전화왔네. 나가서 받고 올게.

(E) 걸어 나가는

남     여보세요. 

(E) 밖으로 나오는

남     어. 나야. 지금? 회사지.

        집에 가면 뭐해. 마누라 잔소리밖에 더 들어?

        일 끝나고 만나자구? 그래. 알았어. 이따 전화할게.

(E) 들어와 앉고

남     아... 참... 피곤해 죽겠는데...

여     무슨 일인데?

남     부장이 기획안 낸 거 수정 좀 하자고

        다시 들어오라네

여     이 시간에?

남     그러게 말이야. 내일 아침에 했으면 좋겠구만...

여     비도 오는데.. 밤길 위험하게...

남     내가 애냐? 걱정 말고, 들어가서 먼저 자.

        나 야근해야 할 것 같아

(M) 거짓말 - 터보


남     아내를 열렬히 좋아해

        구애하던 시절만 해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나도 몰랐다

        그런데 함께 산 세월이 길어질수록

        아내에 대한 감정은

        지극히 무덤덤해졌고

        다른 곳을 보고 싶어졌다

        

(E) 비오는 소리

여     여보.. 이거 우산 가져가야지

남     우산 한 개밖에 없는데?

여     난 편의점에서 하나 사서 쓰고 갈게 

남     그러게 우산을 왜 한 개만 가져와~

여     당신이랑 한 우산 쓰고 가고 싶어서 그랬지

남     됐어. 이거 가져가.

        우산도 빨간색이 뭐야.. 이걸 어떻게 쓰고 가냐?

여     왜. 이쁜데. 그냥 쓰고 가.

        빨간색 우산 아래 있으면 얼굴에 화색이 돌아 보여서

        잘생겨 보인대

남     맨날 그런 것만 주워듣고 다니지

여     나 간다. 너무 무리하지 말구.

(E) 빗속을 타다닥 뛰어가는 소리

남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빗물이 고인 곳을 피해

        뛰어가는 아내의 뒷모습에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M)투러브 - 지오디


남     얼마 뒤

        아내 몰래 만나던 여자의

        생일이 다가왔다

        난 그 여자에게 주기 위해

        보너스를 털어

        반지를 샀다


(E) 대문 열어주는

여     오늘도 늦었네?

남     어. 아... 피곤하다...

여     요새 회사일 혼자 다 해?

남     피곤하니까 말 시키지 마

여     .... 내가 무슨 말을 얼마나 시켰다구...

남     나 샤워한다...

(E) 욕실 문 열고 들어가는


남     그리고 잠시 뒤


여     (밖에서) 여보 이거 뭐야?

남     (별 생각 없이) 뭔데...

여     어머. 반지네? 이거 나주려고 산거야?

남     (약간 당황) 응? 어.. 그게..

여     카드도 있네?

남     (화들짝) 여보!! 잠깐만!!

(E) 뛰어나가는


남     다급하게 뛰쳐 나갔지만

        아내는 이미 카드를 펼쳐 읽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은 납빛으로 변해 있었다


남     .... 여보... 그게 있잖아...

여     (차분)이번엔 또 누군데...?

남     ... 응?

여     이번에는 또 누구냐구..

        지난번 여자는 5개월 쯤 만났잖아

        이번에는 얼마나 더 만날 거야?

(M) 아파요 - 김현정


남     그게.. 무슨 말이야?

        당신.. 그동안 알고 있었어?

여     그래. 알고 있었어. 다 알고 있었어.

        작년에 회사 후배랑 만나던 것도 알고 있었고

        그전엔 대학 동창 다시 만나던 것도 알고 있었어

        그 여자들한테 선물 사다 주느라

        보너스 한번 제대로 안 갖다 주고

        우리 엄마 여행 보내드리자는 것도 자꾸 미루는 것도

        알고 있었어

남     .......

여     그래도 이번엔 아닌 줄 알았어

        이 반지 보고...

        내 생일 정도는 기억해 주고 있다고 생각했어

        왜 하필 나랑 생일이 같은 여자를 만났어?

        왜 내 생일은 기억을 못했어?

(M) 장밋빛 인생 / 더원


남     정말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도

        11월의 어느날이었는데

        그래서 만나자 마자

        아내에게 생일선물을 사줬었는데

        왜 그걸 기억하지 못했을까

        아내가 화를 내는 건

        너무도 당연했다

        그런데도 난 너무 당당했다


남     그래, 내가 잘못한 건 인정해.

        그런데 당신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관계 아니야

여     그런 관계가 아니야? 그럼 어떤 관곈데?

        둘이 도서관 가서 책 나눠 보는 그런 관계니?

남     비꼬지 마.

        그냥 우린 얘기가 잘 통하는 사이야.

여     ... 그럼 나랑은 얘기가 안 통해?

        집에 오면 당신 첫마디는 항상

        피곤하니까 말 시키지 마..였어

남     당신이 이해 못해줘도 할 수 없어

        난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너무 답답했고..

        얘기할 상대가 필요했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만약 그 여자들을 여자로 만났다면

        당신이랑 벌써 이혼했을거야

여     뭐가 어째?

남     그리고 난 당신이 더 무섭다

        내가 여자 만나고 다니는 거 알았으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웃으면서 날 대했다는 게...

        그렇게 오랫동안... 참 대단하다 당신

여     아는 척 하는 순간

        모든 게 사실이 돼 버릴까봐 그랬어.

        모르는 척 하고 있으면

        최소한 당신이.. 안그런 척... 내 눈치는 봐주니까.

(M) 내가 아는 그대 - 서후


남     그후 몇 달 동안

        우리는 거의 아무 말도 없이 지냈다

        그리고...

(E) 옷장 문 열고 가방 싸는, 가방 지퍼 잠그는, 문 열고 들어오는

여     .... 지금 뭐하는거야?

남     나 며칠 나가 있을게

여     뭐? 

남     당신도 나 보기 불편한 것 같고

        나도 숨막혀. 며칠 떨어져 있다가 나중에 만나서 얘기하자.

여     며칠 동안 어디에 있을건데?

        그 여자한테 가려구? 그 여자랑 같이 있을거야?

남     지금 그런 게 중요해?

        나한테 그 여잔 별로 안 중요해.

        그 여자도 나랑 어떻게 해 보겠다 해서 만나는 거 아니고.

        나도 마찬가지야.

여     그런데?

남     진짜 중요한 건, 당신과 나와의 관계야.

        당신 말대로 난 꾸준히 한눈을 팔아왔어.

        그건.. 당신이랑 내 관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니겠어?

여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가 있겠다구?

남     그랬으면 좋겠어.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생각해 볼게.

        다른 누구랑 함께 있기 위해서 이러는 거 아니야.

        당신이 나를 이렇게 못믿어주니까, 내가 더 엇나가는거야. 알아?

(M)   Bird On The Wire / Leonard Cohen


남     그리고 얼마가 지났다

        회사 근처 모텔에서 생활했는데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집에 다시 들어가자니

        큰소리 치고 나온 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다

(E) 비오는 소리

남     (혼잣말) 겨울이 오려나.. 무슨 비가 이렇게 내려...


여     (멀리서) 일부러 그랬는지.. 잊어버렸는지.. (노래 부르는)


남     익숙한 노래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아내가 회사 정문 쪽에 서서

        발치를 내려다보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갑자기 콧등이 찡해질만큼

        반가웠다

(E)다가가는


남     (일부러 퉁명스럽게) 뭐하러 왔어 또

여     왜 이렇게 늦게 나와

        동태 될 뻔 했네

남     그러니까 왜 비올때마다 오냐? 귀찮게

여     귀찮어? 진짜 귀찮어?

남     아니..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여     나는 정말 태어나서 당신처럼 뻔뻔한 사람 첨 봤어

        어쩜 그래? 두손 두발 싹싹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뭘 잘했다고 짐싸들고 집을 나가고...

남     그래그래. 잘못했다. 내가 죽일놈이다.

여     아니지. 잘못은 내가 했지.

        화낼 때 화 못 내고, 돌아설 때 못 돌아서서..

        당신 이렇게 못된 사람 만들어 놨으니

        잘못도 아주 큰잘못을 했지

(M)그후 -조용필


(E) 비오는데 걷는

남     .... 생일 때 뭐했어?

여     뭐했을 것 같애?

남     .... 장모님이랑 같이 보냈어?

여     아니. 혼자 여행 갔다 왔어.

        이것저것 정리할 것들도 많았고.

남     .... 미안하다.

여     오랜만이네 그 소리?

        그렇게 잘못을 해도 미안하단 소리 생전 안하더니

남     내가 뭐 아무 생각도 없는 놈이냐?

        말은 그렇게 했어도 미안할 때 있었다 나도

여     그 소리 안했으면 끝까지 말안해주려고 했는데

남     뭘?

여     나 아기 가졌어

남     ... 정말?

여     그래. 정말 우리 애기한테 고마운 줄 알어

        아니었음, 이번엔 정말로 이혼할라 그랬어.


남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머릿속이 까매졌다

        너무 미안하고, 너무 고마워서

        그녀와 눈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저 비에 젖은 그녀의 머릿칼을

        조심스럽게 쓸어넘겨주었다

(M) 사랑은 하나다 - 테이


(E) 이불 깔아주는

남     이 이불 너무 얇지 않어?

        새벽에 많이 추워졌던데, 두꺼운 거 좀 꺼낼까?

여     괜찮아 아직은

남     아니야, 이건 너무 얇은 것 같애. 잠깐만.

(E)다른 이불 꺼내서 펴는

여     왜 이러셔 적응 안되게?

남     (어색하게) 내가 뭘..

        저기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장보러 가지 말고 전화해.

        그리고 이제부턴 비온다고 데리러 나오거나 그러지도 말고. 알았어?

여     치..

남     농담 아니야. 알았지?

여     알았어.... (뜸들이다) 당신도 아기 생기니까 좋아?

남     우리 둘 다 말은 안했지만, 오랫동안 기다렸잖아.

여     ... 그랬구나. 당신도 기다렸구나. 난 나만 기다린 줄 알았는데.

남     ... 딸이었으면 좋겠다.

여     왜?

남     ... 그냥... 당신 닮은 딸이었으면 좋겠어.

        ... 나 닮은 놈이 나와서.... 못된 짓만 하면 어떡해.

(M) 미안해요 고마워요 - 변진섭


남     그해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오고

        더운 여름이 지나갔다

        아내의 배는 동그랗게 불러왔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하고 있었다


여     의사선생님한테 아들인지 딸인지 물어봤는데

        끝까지 안가르쳐 주시는 거 있지

남     뭐하러 물어봐

        나중에 보면 되지

여     그래두. 발길질하는 거 보면 완전 아들인데.

남     발길질 세게 한다고 아들이야 뭐?

        당신은 여잔데 발길질 장난 아니잖아

여     어머? 내가 언제 당신 발로 찬 적 있어?

남     모르는구나?잘 때 한번씩 걷어채이면 무지하게 아퍼.

        요즘은 살 쪄서 또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에요

여     (걱정) 나 살 많이 쪘지...

남     임신했는데 당연히 살찌지

여     다른 여자들은 배만 볼록 나오고

        다른 데는 안찐다고 하던데. 난 어깨랑 허벅지랑.. 엄청 쪘단 말이야.

        이걸 언제 다 빼냐?

남     뭐하러 빼. 그전에 너무 말라서 좀 그랬는데. 딱 좋네 뭐.

여     그럼 예뻐?

남     ... 야 그렇다고 예쁘다고까지는 좀...

여     한번 그렇다고 해주면 안되냐? 하여간 꼭 그래 꼭

남     야. 나는 솔직한 사람이야. 입에 발린 소리 못해요.

(M)    사랑해 / 소울엔진


남     그리고 얼마 후

        아내의 생일이 다가왔다

        지난해 혼자서 생일을 보내야 했던 아내에게

        올해는 조금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아내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남     당신 생일 선물로 뭐 갖고 싶어?

여     갖고 싶은 거 다 해주려구?

남     응. 반지 같은 거 해줄까?

여     아니?

남     그럼?

여     음... 편지 써줘

남     야 또 왜 이래. 그냥 옷 같은 거 사줄까?

여     아니? 편지 써 줘

남     나 그런 거 못하는 거 잘 알잖아.

여     알아. 아는데. 그래도 써주라. 받고 싶어.

        당신이 나를 만나 살아오면서 어떤 마음이었는지,

        지금은 어떤지, 앞으론 어떨건지.

남     반성문 쓰라는거냐 지금?

여     말하자면 그런거지

남     괜히 물어봤다 내가

여     써줄거지?

(M) 우울한 편지 / 유재하


(BG 로 계속되며)

남     여보 나야.

        편지 쓰라고 해서 진짜 쓴다.

        당신이 왜 편지 써달랬는지 알아.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소리 듣고 싶은 거잖아. 맞지?

        당신 만나서 지금까지

        미안하다는 소리 별로 안했는데.

        그건 내가 미안할 짓을 너무 많이 해서.

        그때마다 미안하단 소리 못했던거고.

        또 당신 만나서

        사랑한다는 소리도 별로 못했는데.

        그건... 사랑한다는 소리 하기엔

        너무 미안한 짓을 많이 했기 때문이었어.

        그래두. 너무 미안해두.

        내가 당신 사랑한 건 맞거든.

        그동안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이거 하나만 약속할게.

        앞으로 못난 내 마음이 또 흔들려도.

        그 마음 꾹꾹 눌러 담을게.

        다시는 당신 울지 않게 할게.


남     쑥스럽고 어색한 마음에

        밤새 쓴 편지를

        식탁 위에 놓고

        출근했다 

        임신하고 잠이 부쩍 많아진 아내는

        즐거운 꿈을 꾸는지

        미소를 지으며 잠들어 있었다

(M)    Suo Gan / Ambrosian Choir


(E) 비오는 소리

남     그날 저녁

        갑작스러운 비가 내렸다

(E)전화벨 

남     여보세요

여     여보. 나야.

남     응. 조금만 기다려. 내가 식당 예약해 뒀거든?

        데리러 갈게

여     나 여기 당신 회사 앞인데?

남     또 왔어? 하여간.

여     난 당신 우산 들고 나와있는 게 좋은데 뭐.

        얼른 나와.

남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

(E) 비오는 소리, 뛰어 나오는

남     횡단 보도 맞은 편

        아내가 혼자 우산을 들고 서성이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우울한 편지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을 거였다


남     여보!!

여     (멀리서) 여보!!

남     있어, 내가 갈게.

여     아니야. 차 그쪽에 있잖아. 내가 갈게.

(E) 건너오는

남     조심해. 여보.

(E) 급브레이크, 차와 부딪치는

남     여보!!!

(M)    She's Gone / Black Sabbath


(E) 아기 울음 소리 조금 멀리서

남     아내는 

        한마디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급한 수술로 아이가 살아난 건

        천만다행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나에겐 별 위로가 되어주지 않았다

        울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나도 울고 있었다

(M)    고해 / 임재범


(E)비오는 소리, 걸어나오는 

남     그 일이 있고

        몇 년이 지났지만

        비가 오는 날엔

        난 항상 회사 현관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

        어디선가 아내가

        빨간색 우산을 들고

        조용히 콧노래를 부르며 서성이다가

        나를 보고 웃어줄 것만 같다.

(E) 주머니 안에서 부스럭 편지 꺼내는


남     아내가 떠나고

        집에 돌아갔을 때

        식탁 위에 놓여져 있던 편지를

        나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비오는 날이면 우산 대신

        언제나 이 편지를 꺼내 든다...


(BG) Letter / Andante


여     당신 편지 받아본 게 몇년만이야.

        너무 감동스러워서 몇 번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었어.

        당신 만나서 살면서

        난 사랑 때문에 그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사랑 때문에 그렇게 불행해질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

        지난해 11월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었는데

        올해 11월엔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야.

        당신이 그렇게 만들어 줬어. 고마워.

        오늘 당신 만나면, 내가 노래 불러줄게.

        그동안 자신 없어서 늘 콧노래로 연습만 해왔는데.

        오늘 진짜 실력을 발휘해 봐야지. 기대해줘.


(E) 비오는 소리

남     아내가 없는 이곳 어딘가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M) 주제음 우울한 편지 / 유재하

        

        






        













































2005-11-10(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