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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기억 때문에 / 이승철
M 희야 / 이승철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09화 - 그 가을의 사랑
(M) 주제음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양희은
(E) 차 가는 소리
남 길을 간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처럼
길게 이어져 있던 길이
마침내 그 끝을 보인다
길의 끝에는
소리 없이 흐르고 있는 강물과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많은 잎들을 떨어뜨리고 있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E) 차 멈추고, 문 열고 나오는, 낙엽 위를 걷는
남 눈처럼 쏟아지는
낙엽 위를 걸어 본다
세월이 흘렀고
많은 것이 변했지만
이 길의 끝은
변하지 않았다
(M) 김성호의 회상 - 김성호
남 30년이 지났다
그때 나는 사랑을 하고 있었고
그 사랑만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BG) 조금 깔리다가
(E) 공장 소음
남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
나와 같은 처지에 있던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혼자만의 사랑이었다
(E) 작업하는 소리
남 저.. 연희씨
여 ... 네?
(E)종이 봉지 부스럭
남 이거 먹을래요? 쉬는 시간에 나갔다가 찐빵 좀 샀는데...
여 이걸 왜 절... 봉덕씨 드세요
남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는 굉장히 많이 먹었거든요
그런데 남아서.. 찐빵은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잖아요
여 네. 고마워요. 잘 먹을께요.
남 오늘 저녁에 야간수업 가죠?
여 네
남 지난번에 보니까, 늦어서 막 뛰어가던데...
내 자전거 타고 같이 갈래요?
여 ... 그래도 돼요?
남 (좋은) 그럼요! 그럼 이따가 6시에 정문 앞에서 봐요
제가 자전거 대놓고 기다릴께요
(M) 가을 우체국 앞에서 - 윤도현
(E) 자전거 닦는 소리
남 설레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윤이 나게 닦아놓고
그녀를 기다렸다
(E) 걸어오는
남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그녀가 나타났다
파란 작업복을 벗고
긴 치마에 따뜻해 보이는 스웨터를 걸친 모습이었다
여 봉덕씨 자전거에요?
남 네. 저저번달에 월급 받아서 샀어요
여 자전거가 너무 예뻐요
남 그래요? 고마워요. 얼른 타세요.
여 네.
(E) 자전거 타고, 출발하는
남 저기요. 괜찮으니까 제 허리 잡으세요
여 아니에요. 괜찮아요.
남 잡으세요. 잘못하면 넘어져요.
여 ... 네..
남 더 꽉 잡아야죠. 위험하다니까요.
여 .... 꽉 잡았는데..
남 내 옷깃을 꼭 잡는 그녀의 손끝이 느껴졌다
세상이 온통 내 것 같았다
(M) 숙녀에게 - 변진섭
(E) 교실에서 책 챙기고, 책상 끌리는, 일어나서 가는, 이야기 소리들...
남 연희씨. 수업 잘 받았어요?
여 네. 봉덕씨 덕에 수업에도 안늦고.. 고마워요.
남 기숙사로 들어갈거죠?
여 네
남 같이 가요. 혼자 가면 위험하잖아요
여 (농담) 봉덕씨가 더 위험한 거 아니에요?
남 (당황하며) 네? 아니에요. 저 그런 놈 아니에요.
여 (웃음) 농담인데... 뭘 그렇게 놀래요..
남 아니 그냥.. 절 그런 놈으로 보실까봐..
제 입으로 이런 말 그렇지만, 저 진짜 순진한 놈이거든요
여 네? (어이없어 웃는)
(M) 웃어요 / 오석준
(E) 자전거 끌며 걸어가는 소리, 밤벌레 소리
남 연희씨는 고향이 어디에요?
여 섬진강 근처에요.
남 야.. 좋은 데 사셨네요
여 아버지가 섬진강에서 고기 잡으면
엄마가 그걸로 매운탕 끓여서 장사했어요
그런데 비가 많이 온 다음날, 아버지가 강물에 들어가셨다가
휩쓸려서 돌아가셨거든요.
남 ... 네...
여 그 다음부턴 섬진강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더라구요.
남 미안해요. 괜한 얘길 꺼내서.
여 아니에요.
남 그럼 지금 고향 식구들은...
여 엄마가 자주 아프셔서 장사도 잘 안되고.. 동생들은 아직 어리고
그래서.. 제가 보내주는 돈으로 먹고 사는거죠 뭐.
남 연희씨가 많이 힘들겠어요
여 가끔 쉬는 날, 시내 나가보면
예쁘게 차려입은 여대생들을 봐요.
아무 걱정 없이 웃는 그 사람들 보면, 내 운명은 왜 이럴까..
그런 생각도 들긴 하는데요. 할 수 없잖아요.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닌데.
(M) 너는 내 운명 / 전도연+황정민
남 그날 이후
우리는 부쩍 친해졌다
난 그녀를 위해 밤잠을 설쳐 가면서도
자전거를 윤이 나게 닦았고
그녀는 나를 위해
뜨개질을 하기 시작했다
좋아한다는 세련된 고백 없이도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 자전거 가는 소리
남 이번주 일요일에 쉬잖아요. 뭐해요?
여 집에 갔다 오려구요.
남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여 그냥.. 지난번에 추석 때도 못 갔거든요
남 나.. 같이 가도 돼요?
여 ... 왜요?
남 그냥. 같이 가고 싶어요.
섬진강 한번도 안 가 봤는데 가보고도 싶고..
맞다, 섬진강에 참게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그거 한번 먹어보고 싶기도 하고...
여 그래요. 같이 가요.
남 정말요?
여 네. 나도 봉덕씨한테 가을 섬진강 보여주고 싶어요.
(M) 시인의 마을 / 정태춘
(E) 낙엽 위 걷는 소리
남 야.. 역시 공기가 다르다.
경치도 진짜 좋고...
여 낙엽이 많이 쌓였네요.
예전에 여기 살 땐, 낙엽 모아다가 많이 태우고 그랬는데...
낙엽 타는 냄새 좋아하거든요
남 나도 그런데.
낙엽 타는 냄새랑 커피 향기랑 좀 비슷한 것 같지 않아요?
여 맞아요. 쓸쓸한 냄새.
남 쓸쓸한 냄새?
여 가을 냄새.. (웃고)
(E) 강물 흘러가는
남 그녀의 고향
섬진강변은 아름다웠다
물안개가 강물 위로 살며시 내려앉아 있었고
강 너무 마을은 한폭의 그림처럼 조용했다
(M) 풍경 / 풍경
(E) 낙엽 위로 걷는
남 이 은행나무는 몇 년이나 된 걸까요? 정말 크다..
여 잘은 모르겠는데.. 적어도 100년은 넘었을 거에요
우리 할아버지 어렸을 때도 있었다 그랬거든요
남 100년 뒤에.. 우리가 이 세상에 없을 때도
이 나무는 여기 있겠죠?
여 아마두요
남 내가 연희씨 좋아하는 마음도 그럴 거에요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도
이 강물이랑.. 이 나무처럼..
그 마음도 여기 그대로 남아 있을 거에요
(M) 제비꽃 / 조동진
남 섬진강에 함께 다녀온 이후
우리는 연인이 되었고
그렇게 두 번의 가을이 지나갔다
(E) 공장 작업하는 소리, 다가오는
남 연희야
여 응 오빠
남 나와. 너 좋아하는 찐빵 사왔어
(E) 걸어가는
남 표정이 왜 그래? 어디 안좋아?
여 ... 아니
남 무슨 일 있는데 뭘. 왜 그러는데.
여 미현이.. 대학 간대
남 ... 대학?
여 응. 미현이네 집은 그래도 사정이 좀 낫잖아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대학 가기로 했대.
남 그래?
여 똑같이 일했는데.. 난 모아놓은 거 하나도 없이..
솔직히 너무 속상해
남 ... 너도 대학 가고 싶어?
여 ... 말하면 뭐해
남 오빠가 너 대학 가게 해 줄까?
여 ... 정말?
남 그동안 모아둔 거 좀 있어. 충분하진 않겠지만, 앞으로도 더 열심히 모으고. 그렇게 하면 가능할 것 같애
(M) Nancy / Leonard Cohen
남 그녀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야간 대학에 합격했다
여 (들뜬) 오빠!! 나 합격했어!
남 알아. 나도 방금 확인했어. 축하해 연희야!
여 이게 다 오빠 덕이야. 정말 고마워.
남 내가 뭘.. 가서 열심히 공부해.
너 국문과 가고 싶어했잖아.
여 정말정말 열심히 공부할게.
나 나중에 대학원도 가고, 박사 학위도 따고..
그래서 꼭 교수 될거야.
남 야.. 우리 연희 교수님 되면 나랑 상대도 안해주는 거 아냐?
여 오빠는~!
남 니가 좋아하는 거 보니까 나도 좋다.
내가 더 행복하다 정말.
(M) 향기로운 추억 - 박학기
남 그녀가 대학에 간 후로
난 두배 더 열심히 일해야 했다
하지만 힘들지 않았다
(E) 공장 소리, 오는
여 오빠!
남 응. 학교 안 갔어?
여 (울먹) 오빠.. 나 집에 좀 갔다 와야 될 거 같아
남 너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여 엄마가 많이 안좋으신가봐. 방금 전보 받았는데. 급하다구..
남 뭐? 어디가 어떻게 안좋으신건데!
여 몰라. 가봐야 알 것 같아.
남 내가 같이 갈까?
여 오빠 일해야 하잖아. 내가 일단 내려가서, 공장 사무실로 전화할게.
남 ... 그래... 급한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공장장님한테 얘기하면 시간 좀 뺄 수 있을거야
여 알았어.
남 우는 그녀를 혼자 고향으로 내려 보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
(M) 가슴 아파도 / 환희
남 며칠 후.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남 여보세요. 연희야!
(E)공중전화 동전 떨어지는 소리
여 오빠.
남 그래 연희야. 어머니는 좀 어떠셔
여 위험한 건 좀 넘어갔어.
남 그래? 다행이다.
여 그런데... 수술비가... 모자라
병원에선 돈 못내면 퇴원하라 그러는데.. 어쩌지?
남 .... 어떡하긴 뭘 어떡해. 수술 받아야지.
돈은 걱정하지 마. 오빠가 어떻게 해볼게.
여 오빠가 무슨 돈이 있다구..
내 학비 때문에 모아놓은 것까지 다 썼으면서...
남 얌마. 너 오빨 그렇게 못믿냐? 내가 다 알아서 한다니까.
남 큰소리는 쳤지만
나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M) 바보 - 박효신
남 급하게 돈을 구해서
연희 어머니의 수술비를 보내고 나서
난 큰 결심을 하게 됐다
중동에 일하러 가기로 한 것이었다
공장에서 받는 돈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여 뭐? 중동에? 말도 안돼..
남 요즘 많이들 가잖아. 거기 가면 돈도 많이 벌수 있고
또 경험도 되고.. 좋대
여 나 때문에 가는 거잖아. 내 학비랑 엄마 수술비랑...
남 그런 거 아니야. 나 좋자고 가는거야. 그런 생각 하지 마.
여 오빠...
남 가서 돈 버는대로 부쳐줄테니까
동생들 생활비도 넉넉히 주고, 너도 공장 그만 두고 공부에만 전념해
여 오빠 정말.. 바보다... (울고)
남 왜 울어. 너 우니까 얼굴 진짜 못생겼다
입술은 다 트구, 얼굴도 까칠하구..
(E) 돈 꺼내주는
남 이걸루 영양제 같은 거 사먹어. 알았지?
(M) 바보 / 윤형주
남 그리고 나는
모랫바람이 가득한
사막으로 갔다
그곳에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일만 했다
월급이 나오면, 한국에 있는 연희에게
돈을 보내주는 것을 낙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E) 전화 통화음
여 여보세요
남 연희야. 나야
여 오빠!! 왜 이렇게 오랜만에 연락해~
잘 있어? 몸은? 밥은 잘 먹어? 잠은 잘 자?
남 한가지씩 물어봐.
잘 있고. 몸도 건강하고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 됐어?
여 지난번에 보내준 거 잘 받았어.
그걸로 이번학기 등록하구. 엄마 약도 해드렸어. 오빠 너무 미안해.
남 뭐가 그렇게 자꾸 미안해.
나야 한국에 너 말고 가족도 없잖아.
여 내가 오빠 가족이야?
남 그럼 아니야? 나한테 몸 건강한지 밥 잘 먹는지 물어봐주는 사람
이 세상에 너밖에 없는데. 니가 가족이지 누가 가족이냐?
여 그래. 오빠. 나 정말 오빠 걱정 많이 해.
힘들 때도 오빠 생각만 해.
그러니까 건강하게 잘 있다가 들어와야 돼.
(M) 물망초 / 양희은
남 그렇게 1년이 지났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그녀와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꼬박꼬박 보내오던 편지도 끊겼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E)전화 통화음
여 (힘없는) 여보세요
남 연희니?
여 .......
남 연희야! 너 왜 이렇게 연락이 안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여 미안해
남 몸은 괜찮아? 무슨 안좋은 일 있는건 아니지?
여 아니야.
남 그래. 그럼 됐어. 난 또...
여 오빠..
남 왜...
여 이제 나한테 연락하지 마
남 .... 뭐?
여 (울음 참으며) 나한테 연락하지 말아달라구...
남 연희야. 너 왜 그래.
여 끊을게
(E) 뚝 끊기는
남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M) 텅빈 거리에서 - 공일오비
(E)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
남 급하게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예전에 살던 곳에서는
그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그녀가 결혼 준비를 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기로 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입을 통해
진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M) Love's Strange Ways / Chris Rea
(E)강물 흐르는, 낙엽 밟는
남 그녀의 집 근처
강가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바람에 흩날리는 노란 은행잎들 사이로
그녀가 나타났다
수척해진 그녀 얼굴을 보자
미운 마음 보다, 안쓰러운 마음이 커졌다
(M) Long Long Time / Rod Mckuen
남 연희야
여 여기까진 뭐하러 왔어
남 어떻게 된건지.. 얘기는 들어야 될 거 같아서..
너 결혼한다는 거, 정말이야?
여 그래. 정말이야.
남 ... 왜 그래 너...
여 뭘 왜 그래? 그동안 오빠 이용해 먹은 거야
모르겠어? 남들은 다 아는데 왜 오빠만 몰라?
남 너 그런 애 아니야!
여 아니야. 나 원래 이런 애야. 오빠도 좋았지만, 오빠가 내 학비 대주고
우리 엄마 수술비 대주고 내 동생들 생활비 대주고.. 이런 게 더
좋았어.
남 .....
여 그런데, 더 좋은 사람이 생겼어. 그 사람은 오빠처럼
중동 안 나가도 돈 많이 버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우리 엄마 집도
사주고 나 대학원까지도 보내준대.
남 ... 그래?
여 그래!
남 ... 잘됐다... 내가 못해주는 거 다 해줄 수 있는 사람 만나서
정말 잘됐다.
여 .....
남 혹시라도 나한테 미안한 마음 같은 거 있으면 다 잊어. 잊고 잘 살어.
난 그냥... 너랑 함께 해서 좋았어. 그것만으로도 고마웠어.
여 (울며) 오빠 정말 바보야? 뭐가 좋아. 뭐가 고마워.
나 나쁜년이라고 욕이라도 해줘야지. 그래야 내 맘이 편하지.
이게 뭐야. 이게 뭐야....
(M) Ter Outra Vez 20 Anos / Bevinda
(E) 멀리서 결혼행진곡 들리는, 박수 소리
남 몇 달 후
그녀는 결혼을 했고
난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얀 면사포를 쓴 그녀 모습이 아름다워
마음 한편이 아프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안심이 됐다
내내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주길
기도했다
(M) 기도 - 정일영
남 그녀와 그렇게 헤어진 후
중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사업을 시작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얼마 후 그녀와 함께 일하던 그 공장을 인수했고
30년이 지난 지금
그곳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제화 회사가 되었다
(E) 낙엽 위 걷는
남 정신없이 뛰어오는 동안
난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차창밖을 보았을 때
떨어지는 은행잎 속에서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이곳으로 오게 됐다
길의 끝...
그녀의 고향.. 섬진강변이다
(M) Maggie / Jean Redpath
(E) 차로 가는 소리
남 예전 그녀의 집 앞을 지난다
낡은 식당 그 앞에는
초라한 수족관이 하나 놓여져 있다
그런데...
여 (멀리서) 예예! 매운탕 지금 나갑니다!
남 그녀였다
다시 보고 또 다시 봐도
그녀였다
헝클어진 머리는 하얗게 새어 있었고
아름답던 얼굴엔 주름이 깊게 패여 있다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얘기를 듣지 않아도
그 고단함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여 어서오세요!! 차 이쪽으로 대세요. 싸게 해 드려요
남 내 차를 보고 반색하며 반기는 그녀에게
내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눈물을 숨긴다
마음을 숨긴다
(E) 차 가는 소리
남 이 가을... 난 이 길의 끝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E) 차 멀어지는 소리
여 설마.. 아니겠지...
언뜻 그 사람과 비슷한 옆모습을 본 듯 하다
떨어지는 은행잎 사이로 멀어지는 차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어본다
설마... 아니겠지...
고개를 돌리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M) 주제음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양희은
2005-11-0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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