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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18일 목요일 선곡표 및 음악에세이 대본


M   Jump / Kris Kross

 미국 출신의 흑인 틴에이저 듀오 '크리스 크로스'의 1992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연 8주 동안 No.1에 올랐던 노래.

 당시 2시의 데이트를 진행했을 때...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톱 10을 기록하기도 했음. 흑인 특유의 힙합 리듬이 강조된 90년대 가장 대중적인 힙합으로 기록됐음.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98화 - 대숲에 내리는 소나기  

 

(M) 주제음 I Will Wait For You / Laura Fygi

 

(E) 전화벨 소리

남  여보세요

여  나야

남  어디야

여  한국 왔어

남  그래. 그럼 일단 집으로 와.

여  아니. 변호사한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다 말했어

남  변호사랑 이야기하라구?

여  피차 얼굴 봐서 편할 거 없잖아

남  그래 그럼

여  나 일단 언니 집에 머물 거니까, 급한 일 있으면 그쪽으로 연락해

남  그럴 일 없을거야

여  ... 그렇겠지. 혹시나 해서...

남  내 생각 해주는 거야? (헛웃음) 감동적이네

여  (한숨) 끊어

(E) 뚝 끊기는

 

남  이제는 나와 상관 없는 사람

    한때 내 아내였던 사람

    그 사람이 한국에 왔다

(M) Long Long Time / Rod Mckuen

 

남  10년 전

    우리는 결혼 5년 만에 아이를 낳았다

    그 기쁨은 말로 다 못할 것이었다

(E) 아기 옹알이 소리

 

여  여보. 애기 목욕물 좀 받아줘

남  어

(E) 물 틀어놓는

여  팔꿈치 담궈봐서 따뜻할 정도로...

남  어 그래. 다 됐다. 현수 데리고 와

(E) 아기 물에 담그는

여  어머, 얘 물장구 치는 거 봐

남  하루하루가 다르네. 쑥쑥 큰다

여  그러게. 벌써 고개도 다 가누고...

남  자. 머리 감자.

(E)목욕시키는 소리 계속되고

여  어머 여기 봐. 현수 이마 당신이랑 어쩜 이렇게 똑같애?

남  그런가?

여  모르겠어? 여기 톡 튀어나온 데... 세상에...

남  그러네 진짜. 자식.. 하필 닮아도 거길...

여  왜? 짱구 이마가 좋지

남  그래도 얼굴 선이랑 당신 닮아 다행이지 뭐

    나 닮았으면 네모턱 됐을텐데

여  머리는 당신 닮았으면 좋겠다.

남  왜? 당신 닮을까봐 겁나?

여  뭐?

남  처제한테 다 들었어, 당신 학교 다닐 때 공부 지지리도 못했다며~

여  뭐? 은성이 이 기지배가 진짜~

남  수학 13점 맞은 적도 있다며~

여  아니야~ 그래두 항상 20점은 넘었다 뭐. 진짜야~~

남녀    (웃는)

(M) I Will / 정다빈+심혜연

 

남  우리는 행복했다

    최소한 그때는 그랬다

    그다지 부유하지 않았지만.   서로를 진심으로 걱정했고 사랑했다

 

(E) 비닐 내려놓는

남  (막 일어난 듯) 어디 갔다 와?

여  잘~한다~ 맨날 술이나 마시고

남  뭐 사 왔어?

여  새벽시장 가서 생태 좀 사 왔어

남  뭐하러~

여  서방님 해장국 끓여줄려고 그런다. 왜?

남  나 어제 몇시에 들어왔어?

여  기억도 안나지? 새벽 두 시 넘어 들어왔잖아

남  그랬나...

여  와서는 현수 자는 거 깨워서 얼마나 난리를 쳤는지...

남  (쑥스럽게 웃고) 내가?

여  몰라 진짜

(E) 비닐에서 뭔가 꺼내 물에 씻는

남  (애교) 미안해~

여  어우 아직까지 술냄새 나~

남  그래? (냄새 맡아보고)

여  당신이 항상 청춘이야? 몸 생각 좀 해

남  알았어

여  알았어 알았어만 하지 말고

    당신 몸은. 당신 혼자 몸이 아니라. 나랑 현수 두 사람 몸이야.

    우리 셋이 한몸이라구. 알어?

남  알았어요 마나님.

(M) With You / 윤도현+이미옥

 

(E)소나기

(E)버스 멈추고 내리는

남  아가씨. 시간 있어요?

(E) 우산에 비 떨어지는, 걷는  

여  여보!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남  장모님이 당신 나갔다 그래서...

    집에 장모님 와 계시대?

여  응. 잠깐 현수 좀 봐달라고.. 내가 오시라 그랬어

남  어디 갔다 와?

여  어. 고등학교 동창들 좀 만나느라구...

    그런데... 비 오는 거 보고 나 마중 나온거야?

남  그럼... 그냥 심심해서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겠어?

여  치... 그런데 우산이 이게 뭐야?

    허름하게 비닐 우산이나 들구 나오구

남  집에 있는 게 살이 다 나갔더라구

    오다가 산거야

여  그럼 우산 살 때까진 당신 비 맞았겠네?

남  조금...

여  감기 들면 어쩌려구

남  감기 좀 들면 어때. 마누라 감기 들어서 골골대는 거 보단 낫지

여  웬일이야 오늘?

    당신 뭐 잘못한 거 있어? 왜 이렇게 자꾸 감동을 줘?  

남  잘해줘도 난리야

    가자. 장모님 기다리시겠다

(E) 비닐 우산에 비 떨어지는 소리

여  그런데 이 소리 참 좋다

남  응?

여  비닐 우산에 비 떨어지는 소리....

(M)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 / BJ Thomas

 

(E) 풀벌레 소리

여  잘자라 우리 현수.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양도... (노래)

남  (나즈막) 현수 잔다

여  (나즈막) 자?

남  아이고 녀석... 한번 재우기 힘드네

여  밖에 비 그쳤네?

남  소나기였잖아

여  오늘 진짜 진짜 기분 좋더라

남  저녁 내내 그 소리네. 그렇게 좋았어?

여  응. 버스에서 내리는데, 비닐 우산 들고 서 있는 당신 모습이...

    참... 너무 멋있었어

남  내가 좀 멋있지

여  으휴~ 무슨 말을 못해요 내가~

(E) 아기 일어나 우는 소리

남  뭐야~ 애 깼잖아

여  어 현수야 엄마 여?어

남  오늘 잠은 다 잤다

(M) How Can I Keep From Singing / St. Philips Boys Choir

 

남  그리고 몇 년이 지났다

 

여  여보여보

(E)신문 펼치며

남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여  우리 현수... 영재 교실에서 일등했어

남  정말이야?

여  응~ 선생님들도 우리 현수 천재라구 난리 났어

    아이큐 검사를 했는데 156이 나왔대

남  그래?

여  그런데 걱정이야

남  뭐가?

여  영재 교육은 제대로 시켜야 된다는데...

남  지금도 잘 시키고 있잖아

여  유학 가는 게 좋다고 다들 그러더라구

남  유학?

여  우리 나라 교육 환경이 좀... 그렇잖아

    천재들은 주입식 교육이 안 맞다고 하더라구

남  .... 그래?

여  어렸을 때 머리 좋고 공부 잘하던 애들이

    커가면서 오히려 평범한 애들보다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는데....

남  그래도 우리 형편에 유학은 좀 무리 아닌가?

여  방법을 좀 생각해 보자...

    분명히 무슨 수가 있을거야...

(M) I've Never Been To Me / Charlene

 

남  위장... 이혼?

여  ....응

남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여  어쩔 수가 없어

남  다른 방법도 있을 거 아냐

여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 봐두 이 방법이 제일 나아

남  말이 되냐 지금?

여  일단 나랑 현수가 이민을 가야 학비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조건이 괜찮아진단 말이야

남  하... 참....

여  당신 수고스럽더라두 여기서 좀 고생 하구...

    나중에 다 잘 되면 그때 모여 살면 되잖아

남  그래두 여보....

여  난 마음 정했어. 당신만 좀 결심을 해줘

남  너무 욕심이 과한 거 아냐?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해야지

여  그래.. 진짜 중요한 거...

    지금 우리한테 현수 보다 더 중요한 게 또 있어?

 

남  아내의 결심은 확고했다

(M) Everybody Hurts / 차진영

 

(E) 대숲 사이 걷는

여  여긴 갑자기 왜 오자 그런거야

남  그냥... 갑자기 대나무 밭 냄새가 그리워져서

여  .... 당신 고민 많지...

남  솔직히 그래

여  나두... 정말 고민 많이 했어

    그래두... 나 현수한테 정말 잘해주고 싶어

남  자식 위해주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딨겠냐

    딴사람들은 자식 위할 줄 몰라서 유학 안보내겠어?

여  (말 자르며) 다 생각해 봤어. 생각한 끝에 내린 결정이야

남  ......

여  여보

남  조금만... 조금만 걷자...

    지금은 그냥 아무 생각 안하고 싶다

(M) 무언가 / 임채욱

 

(E) 대숲소리

남  혼자서... 낯선 데서 힘들텐데... 괜찮겠어?

여  여보... 허락해 주는 거야?

남  괜찮겠냐구... 고생 많이 할텐데....

여  그럼. 난 괜찮어...

남  눈에서 멀어지면 맘도 멀어진댔어

    당신 나 없이 정말.. 괜찮어?

여  눈에서 멀어지면 보고싶고 더 그립지.. 왜 마음이 멀어지냐?

    난 안 그래. 당신이나 변하지 마.

남  밥이랑 김치 밖에 모르는 사람이...가서 힘들텐데....

여  힘든 결심 해줘서... 정말 고마워....

남  난 솔직히... 이게 잘하는 짓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여  잘하는 걸거야. 그렇게 믿자. 응?

 

남  그땐 아내의 말을 믿고 싶었다

    아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M) I Believe / 신승훈

 

(E) 전화벨

남  여보세요

여  여보? 나야

남  어! 어때. 잘 지내? 현수는? 밥은 잘 먹고? 아픈데는 없고?

여  한가지씩 질문해~ (웃고) 다 잘됐어.

    우리 다 잘 있구. 당신은?

남  나야 뭐. 마누라 없는 홀아비지.

여  밥 잘 챙겨 먹어요. 엄마한테 밑반찬 갖다 달랬는데...

남  장모님 오셨었어

여  그래. 끼니 거르지 마. 술도 조금만 마시고...

남  잘 있는거지? 현수 방학 언제야?

여  다음달 19일. 방학 하면 한국 갈게.

남  그래. 보고싶다.

여  나두. 너무 보고싶어.

남  끊어. 전화비 많이 나올라.

여  그래요. 밤에 이불 잘 덮고 자구. 감기 걸려. 응?

남  그래. 참. 어제 백만원 송금했어.

여  고마워. 당신이 너무 고생 많다.

남  얼른 끊으라니까. 돈 많이 나와.

여  또 연락할께요.

(E) 끊기는, 뚜뚜...  

 

남  외롭고 힘든 나날이었다

    하지만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아내와 아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어려움들을 잊을 수 있었다

(M) Blower's Daughter / Damien Rice

 

남  그러던 어느 해...

    우리에겐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E)전화 통화음

여  헬로우?

남  여보. 나야

여  여보~! 거기 아직 밤일텐데~

남  어. 여보 우리 시골에 땅 있잖아

여  어? 무슨 땅?

남  왜... 현수 돌 때 진구한테 빚 대신 받은 땅

여  (시큰둥)아~ 당신 친구 진구씨가 준 거?

    내가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열 나. 빌려간 돈이 얼만데

    달랑 그 돌밭을 주냐?

남  거기에 고속도로가 생긴대

여  뭐??? 뭐가.. 생겨?

남  고속도로가 뚫린대, 그쪽 길로. 보상금이 장난 아냐.

여  ...저..정말이야?

남  그래~~!

여  (기쁜) 여보!! 어떡해어떡해!!

남  어떡하긴 뭘 어떡해~ 우리 이제 부자 되는거지

여  (울먹) 여보....

(M) 머니 / 왁스

 

남  갑작스러운 행운이 찾아오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라는 말이 있다

    행운은 행복과 같은 말이 아니며

    오히려 불행과 닮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 전화벨

남  여보세요

여  당신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아. 어젯밤에 뭐 했어?

남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 하느라구

여  당신.. 혹시 여자 만나?

남  여자? 여자는 무슨....

남  왜 이래 이 사람이...

여  당신 벼락부자 됐다는 소문, 아주 파다하대

    게다가 혼자니 여자들이 얼마나 꼬이겠냐구

남  말도 안되는 소리 할거면 끊어

    속아파서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야겠어

 

남  아내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혼자 생활하는 외로움에

    난 여러 여자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많은 여자들이 나를 이혼남으로 알고 있었다

(M) 긴 하루 / 이승철

 

(E) 열쇠로 대문 열고 들어오는

여  뭐하다 이제 와?

남  깜짝이야. 언제 왔어?

여  오늘 밤에 도착했어

남  현수는?

여  현수도 이제 지 알아서 학교 잘 다녀

남  그런데 무슨 일 있어? 왜 갑자기...

여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남  또... 누가 무슨 얘기 하든?

여  왜? 찔리는 게 있나보지?

남  찔리긴 뭐가 찔리냐?

여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이야? 6개월만에 본 마누라가 반갑지도 않어?

남  너무 갑작스러우니까 그렇지

    그러게 왜 연락도 안하고 와? 괜히 의심 받는 거 같아서

    기분 안좋아

여  나도 기분 안좋아. 전화도 잘 안되고. 전화도 잘 안오고.

    우리 보상금 받은 다음에 당신 좀 변한 거 같아서. 기분 안좋다구

(M) Only When I Sleep / 이은주

 

(E)레스토랑 소음, 접시 소리 등

남  이젠 스테이크 잘먹네. 예전엔 싫어하더니...

여  나 스테이크 원래 좋아해. 비싸니까 싫어하는 척 한거야

남  ... 그래? 몰랐네

여  그거 있잖아.

남  뭐?

여  돈... 받은 거...

남  그거.. 왜...

여  내 명의로 통장 하나 만들어서... 반은 거기 넣어줘

남  뭐?

여  그렇잖아. 어차피 그땅은 당신 명의였지만 공동재산이고....

남  그땅이 왜 공동재산이야?

여  뭐?

남  내가 진구한테 빌려준 돈이고... 그놈이 돈 못갚는다고

    돈 대신 땅 준 거 아냐.

여  당신이 진구씨한테 빌려준돈은 땅에서 솟았어?

    그거 우리 둘이 모은 돈이잖아

남  엄격하게 말하면, 내가 번 돈이지.

여  내가 직장 그만 두고 집에서 일하고 현수 키운 건...

    내가 안 그랬음 당신이 그렇게 편하게 일할 수 있었겠어?

남  그래. 그렇다 쳐.

    그런데 솔직히 그 땅 받았을 때 당신 뭐랬냐?

여  ...내가 뭘...

남  누가 땅 받아오랬냐. 돈으로 받아와라. 그땅 나 혼자 갖고 잘 먹고 잘   살아라... 안 그랬어?

여  그래서... 지금.... 통장을 못 만들어 주겠다는거야?

(M) 멍 / 김현정

 

남  당신 솔직히 말해봐

    이번에 한국 온 거. 돈 때문이지..?

여  겸사겸사 온거야

남  내가 돈 충분히 송금하잖아. 왜 모잘라? 더 보내줘?

여  그런 푼돈 갖고 생색내는거야 지금?

남  푼돈? 올챙이적 생각을 해. 지금 보내는 돈이 푼돈?

여  솔직히 말해봐? 우리 지금 서류상 남남이잖아

    그럼 당신이 나중에 그돈 갖고 새장가를 들어도

    난 할말이 없는 거잖아. 안 그래?

남  내가 그런 파렴치한 놈이라는 거야?

여  사람 속을 어떻게 알아?

남  날 몰라? 날 못 믿어?

여  솔직히 지금은... 좀 그래

남  그래.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 마음이라고...

    나도 이제 당신 속을 모르겠다

(M) I Don't Want To Talk About It / Rod Stewart

 

남  그때부터 우리의 긴긴 싸움이 시작됐다

    아내는 계속해서 재산권 분할을 요구했고

    나는 안된다고 맞섰다

    아내가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나 역시 점점 아내를 믿지 못하게 되어갔다

 

(E)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여자 목소리, 전화벨

남  여보세요

여  나야

남  어

여  무슨 소리야?

남  무슨 소리?

여  여자 목소리 들리는데?

남  아. 텔레비전 소리야

(E) 텔레비전 소리 줄이고

여  하.. 누굴 바보로 알아? 텔레비전 소리라구? 내가 분명히 여자 목소리   들었는데?

남  진짜 피곤하게 왜 이래?

여  돈 못 주겠다고 버티는 이유가 그거니? 그 여자가 주지 말래?

남  피곤해.그만 좀 해.

여  내가 괜히 이러는 줄 알아? 지난주 금요일날 백화점 같이 간 여자 누    구야? 엄마가 다 봤대. 목걸이를 사줬다더라?

남  ....아.... 회사 여비선데... 생일이라고 해서....

여  됐어. 나 이제 더 이상 당신 못믿으니까. 빨리 내몫이나 내놔.

(M) Tears / 소찬휘

 

남  결국, 아내는 재산권 분할 소송을 냈고

    서울로 왔다

    나도 변호사를 선임하고

    맞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난 더 큰 평수의 집으로 이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이삿짐을 꾸리고 있었다

(E) 창고문 여는, 뭔가 우르르 쏟아지는

남  이게 다 뭐야.... 아저씨 이거 다 버려주세요

(E) 주워 담는

남  잠깐만요. 아저씨 잠깐만요.

(E) 뭔가 줍는

남  비닐우산이었다

    찢어지고 먼지가 잔뜩 묻은

    비닐 우산이었다

(M) 쉘부르의 우산 / Danielle Licari

    

(E) 초인종소리

여  누구세요?

(E)문열고

여  당신이 여기 왜 왔어?

남  혼자 있는거야?

여  응...

남  나 차 한잔만 줄 수 있어?

(E) 찻잔 소리

여  변호사 만났어?

남  우리... 너무 바닥까지 간다

여  누가 먼저 시작한건데!

남  만약에... 그 돈이 안생겼다면... 우리 어땠을까?

여  뭐?

남  나랑... 담양 갈래? 대나무 보러...

여  거길 내가 왜 가. 안가 난.

(M) 너만을 위한 노래 / 서영은

 

(E) 대나무숲 소리

남  시원하지...

여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이런식으로 나온다고 해서

    내가 소송 취하할 거 같애?

남  나 이사할 거라고 얘기했던가?

여  큰평수로 간다며? 혼자 살면서 무슨 50평짜리 집이 필요해

    아~ 아예 새여자를 들이실 참인가?

남  안 가기로 했어

여  왜?

남  그냥 그집이 좋아서. 당신이랑 우리 현수랑 살던 그집이...

여  (코웃음) 진짜 왜 이래?

(E)통장 꺼내는

남  자.. 이거....

여  이게... 뭐야?

남  그때 받은 보상금 전부야

여  .... 이걸... 왜? 갑자기... 왜... 그러는데....

남  당신 다 가져. 당신이 그거 다 갖고... 우리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으   면 참 좋겠는데... 그러긴 힘들겠지? 서로 너무 상처가 많아서....

여  (걱정스런) 당신 무슨 일 있어?

남  그 돈 그냥 없어지고... 옛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당신도 현수도 우리집에 있고. 당신이 나 생태탕 끓여주고

    난 비오면 당신 데리러 나가고. 그랬던 그때로.

여  여보...

남  그 시간을 살 수만 있다면... 내 전 재산이라도 다 주겠어

(M) 연풍연가 / 이혜진+주영훈

 

(E) 대숲소리

남  말없이 앉아있던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여  여보... 나... 다시 올까...?

남  .....

여  다시 와도... 늦은 거 아닐까..?

남  ...진심이야?

여  당신한테 심한 말 퍼붓고...나면.. 항상 이 말이 하고 싶었어...

    여보... 나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남  그 말을 하지 그랬어...

여  왜 그랬을까. 정말 갖고 싶었던 건 통장이 아니라...

    당신 마음이었는데. 그게 나한테서 멀어진 거 같아서

    오기부리고 심술 부렸나봐 내가.... (울고)

남  미안해 내가... 당신 그렇게 만들었어...  

(E)소나기

여  (눈물 닦으며 웃는) 빨리 차에 타자 여보.

남  차에 우산 있는데.... 좀 걸을래?

(E) 차 트렁크 문 열고, 우산 꺼내는  

여  ..... 비닐 우산이잖아... 이거.... 설마...

남  내가 이 우산 들고 있을 때 멋있다며. 일부러 챙겨왔지.

여  당신 정말....

(E)우산에 비 떨어지는

 

남  푸른 대나무숲 위로 소나기가 쏟아진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 비가 지나가면 더 맑은 햇살이 떠오르고

    대숲은 더 푸른 향기를 내뿜을 거라는 걸.

    아주 오랜만에... 아내의 따뜻한 손을 잡는다

(M) 주제음 I Will Wait For You / Laura Fygi

 





2005-08-18(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