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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2일 목요일 선곡 및 음악에세이 대본

 

 

1   All Shook Up / Elvis Presley

 미국 출신의 록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1957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연 9주 동안 No.1 기록(통산 7번째 No.1 송). 그의 명반 'Elvis Golden Records'에 수록.

 

2   Bette Davis Eyes / Kim Carnes

 미국 출신의 여성 팝 가수 '킴 칸스'의 1981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후 연 9주 동안 No.1 기록. 같은 해에 발표한 앨범 'Mistaken Identity'에 수록.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86화 - 그 바다의 연가

 

(M) 주제음 (고해성사 / 하림)

 

(E) 남자 성가대의 노래 울려퍼지는 Gregorian Chant

(외국 신부들의 성가 음반 중 맑고 성스러운 풍으로)

남  언제나 같은 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마음과 정성을 담은 찬양으로

    하루의 처음을 여는 것은

    나에게 충만한 행복을 선물해 준다

(E) 성가대 소리 + 바닷가 파도 소리

남  바닷가.. 깎아지른 절벽 위

    이곳엔 신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우린 함께 수련을 하며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M) 성가대 소리 높아지며 이어지는

 

남  남자들끼리 살아가는 곳이다 보니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일도

    우리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나는 주방 팀에 소속되어 있는데

    장보기 담당이다

(E) 시끌벅적한 시장 소리

남  일주일에 한번

    복잡하고 시끄러운 시장에 오는 것은

    힘든 일인 동시에

    즐거운 일이다

    이곳에선 사람 사는 향기가 느껴진다

 

여  아저씨. 고등어랑 갈치 들여가요!

    아, 한번만 보고 가요! 오늘 물이 너무 좋아~~

    (버럭) 아저씨! 거기 두리번거리는 오빠!

남  저... 저요?

여  그래요! 사람이 말을 하는데, 어떻게 된 게 한번 쳐다보질 않아?

남  아.... 네.... 죄송합니다.

여  갈치 좀 가져가봐요. 두툼하고 짭쪼름하면서도 고소한 게,

    구워놓으면 완전 밥도둑이야!

남  저... 죄송합니다. 전 여기 적힌대로만 사가야 해서...

여  예? 어디 줘봐요

(E) 쪽지 가로채는

여  뭐야~ 죄다 풀 밖에 없잖아~ (농담조) 아저씨 스님이에요?

남  아뇨. 스님은 아니고... 신부가 되려고 수련 중인 사람입니다

여  예? 아... 그래서 옷이 그렇구나.

    잘됐네~ 나도 성당 다녀요. 내가 특별히 싸게 줄 테니까

    이거 몇 마리 가져가봐요~~

(M) 여자를 내려주세요 - 하지원+권상우

남  여자가 하도 떠안기는 바람에

    갈치 여러 마리를 사서 돌아왔다

    그런데 갈치가 너무 비싸

    다른 건 하나도 사지 못하고 말았다

    결국, 선배들에게 따끔하게 혼이 나고

    다시 시장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E)시장 소리

여  갈치 좀 들여가세요. 고등어도 좋아요.

남  (쭈볏거리며) 저...기요...

여  어? 신부 아저씨네? 왜요? 갈치 좀 더 사가시게? 맛있죠?

남  아니.. 그게 아니라...

여  왜요?

남  이거... 돈으로 다시 바꿔주셨으면 하고...

여  (싸늘해지며) 뭐요?

남  (주눅) 정말 죄송한데요.

    그게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요

여  그래서요?

남  그래서.... 돈으로 좀....

여  이 아저씨가... 사람을 완전 물로 보셨나...

남  아니... 물로 보지 않았는데...

여  아닌데... 감히 그런 말을 해요? 여기 해안시장 갈치 가시 하면

    유명한데... 나 몰라요? 나한테 확 찔려보고 싶어요?

(M)     Tunak Tunak Tun / Daler Mehndi

여  (사근사근) 아줌마~ 갈치 좀 들여가세요~

    언니~~ 오늘 물 너무 좋아요~ 싸게 드릴게~ 언니!!

    (짜증) 장사 디게 안되네.

    (한숨 쉬고, 사이) 아저씨, 아직도 안 갔어요?

남  제가... 이대로는... 못가거든요...

여  못가요? 왜?

남  선배님들께서... 꼭 돈으로 바꿔 오라고 하셔서...

여  (코웃음) 그래요? 맘대로 해요 그럼~

    아줌마! 갈치 안 사가요? 은갈친데~ 아줌마!!

남  (조심스럽게) 저... 성당 다닌다고 하셨죠?

여  (짜증 끝에) 뭐요?

남  세례명이 어떻게 되시는지...?

여  복자. 윤복자에요. 왜요?

남  예? 아니... 세례명이... 어떻게...

여  나 성당 같은 거 안 다녀요. 세례명인지 뭔지도 없고...

    내 이름은 그냥 윤복자라고요. 됐어요?

(M) 여러분 / 윤복희

 

남  어느덧 바다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있었다

 

여  아저씨 안 가요?

남  ....... 돈을 주셔야 가죠...

여  정말 끈질기시네....

남  죄송한데요. 저한테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

여  .... 그럼 좋아요

남  네?

여  대신 내가 하라는대로 해주면요

남  하라는..대로요?

여  여기 짐 보이죠?

    이걸 집까지 옮겨야 되거든요. 도와줄래요?

(M) 달팽이  - 패닉

 

(E) 짐수레 옮기는 소리

여  무겁죠?

남  ... 아뇨... 괜찮습니다

여  그런데... 신부 되면 돈 많이 버나?

남  네?

여  그렇잖아요. 내가 알기론, 신부 되면 결혼도 못하고

    애도 못낳고.. 맞죠?

남  .... 아.. 네...

여  그런데도 되고 싶은 거면... 돈을 그렇게 많이 버나?

남  아닙니다

여  에? 아니에요? 그런데 왜 신부가 될라 그래요?

남  많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여  그게 이유라구요?

남  네...

여  참 별 이유가 다 있네. 한 사람만 사랑하기도 힘든 세상...

    뭘 여러 사람 사랑할라 그래요? 참 오지랖도 넓네...

(M) 한 사람을 위한 마음 - 이오공감

 

여  다 왔어요.

남  여기...에요?

여  네. 고마웠어요. 덕분에 편하게 왔네.

남  아닙니다

여  참, 그리고 이거...

(E)주머니에서 돈 꺼내주는

여  세어봐요. 맞죠?

남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그 갈치 팔지도 못하게 됐을텐데...

여  사람이.. 착한건지 바본건지...

    미안해요. 사실은... 아까 댁한테 판 거는...

    덤으로 끼워 주려고 모아놨던 것들이에요

    작고 물도 별로였잖아요. 그것도 몰랐어요?

남  아... 그랬어요?

여  나 이런 걸로 미안해하고 그런 사람 아닌데...

    괜히 미안하네...

(E)비닐에 담아주는

여  자요.

남  이건...왜...

여  이놈들은 진짜 물 좋은 놈들이에요. 가서 구워 먹어봐요

남  ..... 고맙습니다

여  안녕히 가세요.

(E) 수레 끌고 들어가는

여  할머니~ 나 왔어요~

 

남  벌써 깜깜해져 있었다

    돌아오는 길....

    검은 바다 위로

    하얀 달이 동그랗게 떠 있었다

(M)     당신은 소중한 사람 / 수잔 룬뎅

 

남  며칠 후...

    시장에 갔을 때였다

(E) 여자들 시끄럽게 싸우는 소리

여  (조금 멀리서) 뭐? 평생 생선이나 팔아 먹으라고?

    너 지금 말 다 했냐? 이거 안 놔? (비명)

 

남  그 여자였다

    그녀가 덩치가 큰 어떤 여자와 엉겨

    몸싸움을 하고 있었다

    덩치가 큰 여자는

    그녀를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빙 둘러선 사람들은

    아무도 그 둘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싸움을 즐기는 듯 했다

 

남  (싸움 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는 작은 소리) 저기... 이러지

    마십시오...

(E)싸우는 소리 계속

남  (크게) 이러지 마시라구요!

(E) 순간 조용해지고 웅성거리는

여  .... 아저씨...

남  무슨 일로 싸우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멈추세요...

여  (갑자기 기세등등해지는) 아줌마! 나보고 평생 결혼도 못하고

    생선만 팔거라 그랬죠? 이거 봐요.

    이 사람... 나랑 결혼할 사람이에요!

(M) I Will Follow Him / Sister Act 중....

 

(E) 쪼르르 대접에 소주 따르는 소리

여  한잔 먹을래요?

남  ... 아닙니다

여  왜... 예수님도... 포도준지 뭔지 먹었다면서요...

남  그런 것도 알아요?

여  왜 몰라.. 어렸을 때 교회 열심히 다녔어요

남  그래요?

여  교회 가면 맛있는 걸 많이 줬거든요

    선생님들도 잘해줬구...

남  ...네

(E)대접에 소주 더 따르는

여  집에선 우리 할머니 빼곤 나한테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남  ........... 그랬..어요? 왜요?

여  뻔한 얘기죠 뭐. 아버진 맨날 술만 드셨구...

    새엄마는 날 눈엣가시 보듯 했구...

    한번은 새엄마가 할머니 몰래 날 갖다 버린 적도 있었어요

남  .... 세상에... 정말요..?

여  물어 물어... 울면서 울면서... 집까지 찾아왔는데...

    아버지는 어디서 놀다 이제 들어오냐고... 날 때렸어요...

    그때 아버지 매를 몸으로 막아준 사람이...

    눈먼... 우리 할머니였어요

(M) Here Me Cry / Cagnet

남  그녀와 친구가 된 이후

    시장 가는 일이 즐거워졌다

(E) 시장 소리

여  아줌마! 갈치 좀 사가요. 뭘 더 봐. 이 집이 제일 싸다니까!

남  고등어... 주세요

여  어? 신부님 왔네?

남  아직 신부님... 아니라니까...

여  그게 그거지 뭐...

남  지난번에 꽁치 맛있었대요

여  맛있지 그럼. 내가 신부님 건 제일 좋은 걸로만 주는데...

남  고마워요

여  고등어 달라 그랬죠?

남  네

(E)전화벨 소리

여  잠깐만요. 여보세요. 네 아줌마. (놀란) 네? 할머니가요?

    아..알았어요. 금방.. 갈께요...

남  왜 그래요?

여  할머니가... 할머니가요... 많이 아프신데..... 그런데...

    (울먹이며 말 못 잇고)

남  괜찮아요?

여  옆집 아줌마 말이... 돌아가실 것 같다고 하는데...

    아니겠죠? 그 아줌마가 뭘 알아... 자기가 의사도 아닌데...

    ....... 아니겠죠?

(M)     Centaur / Joanne Glasscock

 

남  그녀가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허둥대며 집으로 돌아간 후

    내 마음 역시 좋지 않았다

    다음날 저녁

    잠시 외출을 얻어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다

(E) 걸어가는

남  대문 위에는

    상중임을 알리는 등불이 켜져 있었다

(E) 대문 삐꺽 열고 + 몇몇 사람들 소음

남  그녀의 집

    좁은 마당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술잔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녀는 할머니의 사진 앞에

    넋을 놓은 채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처연해 보였다

(M) 가시나무 / 시인과 촌장

 

(E)다가가는

남  .... 괜찮아요?

여  어... 신부님.... 어떻게... 여기까지...

남  많이 힘들죠

여  언젠간 돌아가실 거.. 알았는데 뭐...

남  ...........

여  그래서 연습 많이 했는데요 뭐...

    난 혼자다... 우리 할머니 돌아가셨다... 난 혼자다...

    그렇게 연습 많이 했는데...

    이상하다 진짜... 왜 이렇게 눈물이 나냐....

남  괜찮아요. 슬플 때 눈물이 나는 건... 괜찮은 거에요

    눈물이... 가슴에 난 상처를... 치료해 줄 거에요  

(M) 걱정말아요, 그대 / 전인권

 

(E)바닷가 걸어가는

남  상주가 이렇게 나와 있어도 돼요?

여  올 사람은 다 왔어요

    그리구 올 사람이래봤자, 이 마을 사람들 몇 명이 단데요 뭐

남  이런 말... 위로도 안 되겠지만... 힘 내요

여  와줘서 고마워요

남  ..... 고맙긴요

여  안 그래도 신부님이 와 줬으면 좋겠다.. 그랬어요

남  .... 왜요?

여  신부님이 와주면 우리 할머니 위해서 기도해 줄 거 아니에요

    우리 할머니 평생을 참 착하게 살았는데....

    누구 하나.. 우리 할머니 위해서 기도해 준 적 없거든요

남  ..............

여  교회 같은 데... 성당 같은 데.... 다녀본 적도 없는 양반이에요

    그럼 우리 할머니... 천국 못 가나요?

 

남  그녀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해 줄 수가 없었다.

 

여  천국 못 가면 어떡하죠?

    살아서도... 좋은 구경 한번 못해 본 우리 할머닌데...

    죽어서까지 그러면... 너무 불쌍해서 어떡해요...

    신부님이 기도 좀 해줘요

    하느님이 계신다면... 우리 할머니 좀 잘 거둬 달라고...

    또... 눈도 뜨게 해 달라고...

    거기선... 할머니 손녀 딸 얼굴도 볼 수 있게요...

    우리 할머닌... 항상...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 했거든요

(M) Tears In Heaven / 령목중자

 

남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녀는 눈에 띄게 조용해져 있었다

 

(E) 시장 소음

 

남  고등어... 주세요...

여  .........

남  복자씨...!

여  ........네?

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손님이 물건 다 훔쳐가도 모르겠네...

여  웬일이에요?

남  네?

여  오늘... 시장 오는 날 아니잖아요...

남  아....

 

남  그랬다. 오늘은 장 보러 나오는 날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가 걱정이 돼서....

    이곳으로 오고 말았다

 

여  왜... 왔어요?

남  그냥... 그냥요....

(M) It's Lonesome Old Town / Sting

 

(E) 손수레 끌고 오는 소리

남  다 왔어요

여  고마워요

남  너무 힘들어 보여요. 들어가서 좀 쉬세요.

여  .. 나 물어볼 거 있어요

남  그래요

여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서...

    신부가 되고 싶은 거라 그랬죠?

남  네

여  여러 사람 말고...

    한 사람을... 그냥 한 사람을 깊게 사랑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남  ........네?

여  그런 마음 가지면... 죄 짓는 거에요?

(M) 고해 - 임재범

 

남  그녀의 갑작스러운 질문은

    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남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여  난 잘 몰라요. 뭐가 죄인지... 아닌지...

    그냥 언젠가부터... 힘들고 괴로우면... 그쪽이 생각나는데...

    그쪽이 보고 싶고... 그쪽한테 기대고 싶은데...

    그러면 안되는 건가 싶어서요...

남  나는... 나는요.... 곧...

여  알아요. 곧 신부가 될 분이잖아요

    그러니까 안되는 거잖아요.

남  그래요

여  누가 나보고... 평생 생선만 팔라고 했을 때보다

    더 가슴이 아프네요...

    그쪽이... 평생... 신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게...

(M) Love Hurts / Julienne Taylor

 

남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살아가게 했던 힘은

    신을 향한 사랑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있는 한 여자 앞에서

    그 사랑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남  미안해요.

여  .............. 뭘 미안해요. 내가 주책이지.

남  .....

여  (울음 끝에 억지로 웃는)윤복자가 미쳤나봐요. 맨날 생선 비린내만

    맡고.. 험한 사람들 사이에서 쌈닭처럼 싸우다가....

    신부님처럼 좋은 사람... 다정한 사람 만나니까...

    내가 잠시 돌았던 거지....

남  복자씨도... 참 고운 사람이에요

여  다 알아 들어요. 괜히 나 불쌍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남  아니.. 불쌍하게 생각 안해요.

    정말 참 고운 사람이에요 당신...

여  지금까지 내 껀.. 할머니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할머니를 잃고 나니까...

    신부님이 갖고 싶었었나봐요.

    (울음 감추며) 아... 하느님한테 또 벌 받겠네.

    하느님~ 나 벌 내리지 마요. 지금까지 충분히 힘들게 살았잖아요.

    또 벌 주면... 나는... 이제... 못 버틸 거 같애요.

    이번엔... 그냥 눈감아 줘요.

(M) Angel / Sarah McLachlan

 

남  그 후...

    난 시장에 나가지 않았다

    그녀를 보지 않으면...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E)성가음 소리

남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어디에 있든지...

    그녀에게 풍기던 비릿한 생선 내음이 느껴졌다

    어디선가... 그녀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처연하던 눈물도 보이는 듯 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M) 환상 - 박지윤

 

남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 나를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밖으로 나갔을 때...

    그녀가 있었다

    

남  복..자씨...

여  안녕..하세요?

남  어떻게....여긴...

여  내가 찾아와서 곤란한 거 아니죠?

    혹시 그럴까봐.. 사촌동생이라 그랬어요

남  웬일이에요.. 혹시 무슨 일 있어요?

여  또.. 또 그런다...

남  네?

여  그렇게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니까... 내가 헷갈렸잖아요

    나처럼... 외로움 타는 사람들한테 너무 잘해주지 마요

    다들... 헷갈려할거야

남  그 가방은 뭐에요... 어디 가요?

여  인사하러 왔어요...

    나... 여기 떠요

남  .... 그럼.... 어디로....

여  몰라요. 그냥.... 바다 없는 데로...

    생선 비린내 없는 데로 가려구요...

    잘 계시라고... 인사 하러 왔어요...

남  ...... 잘... 가요...

여  ......네...

    뭐... 더 할 말이 없네... (웃고) 건강...해요...

(E)뒤돌아 걷다가 멈추고

여  나... 처음으로 기도했어요...

    어렸을 때 교회 가면 과자만 받아먹고 기도 안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무릎 꿇고 기도했어요...

남  .... 어떤 기도요?

여  그쪽... 꼭 신부님 되게 해달라고....

    하느님한테 부탁했어요. 들어주실거에요.

    내가 처음으로 한 부탁이니까

(M) Foolish Games / Jewel

 

남  그녀가 떠난 후

    기도방에 들어가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목소리는.. 향기는...

    지워지지 않고... 계속 내 가슴을 아프게 치고 있었다

(E) 뛰어가는

남  뒤늦게... 터미널로 뛰어가 그녀를 찾았다

(E) 터미널 소음

남  아직 다하지 못한 이야기라도 들려주려고...

    나도 그녀와 같은 마음이었다고...

    나도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고...

    그 얘기라도 해주려고...

    그녀를 찾았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녀를 만날 순 없었다

(M) Angel Eyes / Sting

 

남  그리고 긴 세월이 흘렀다

    그녀의 기도대로.. 나는 신부가 됐고...

    작은 바닷가 성당에서 일하고 있다

(E)바닷가 소음

남  오래전... 나를 흔들어 놓았던

    그 마음은...

    이제 가끔...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추억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고해성사를 듣고 있던 시간이었다

    검은 장막 너머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여  저의 죄를 용서 받고 싶습니다

 

남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는

    그 목소리였다

    

남  당신의... 죄가... 무엇입니까...

여  오래전... 한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그 사람은 하느님 것이었기 때문에...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테니... 내게 행복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남  그 기도가 이루어졌습니까

여  네... 좋은 사람과 결혼했고... 풍요롭게 살았고... 사랑스런 아이들도

    얻었습니다. 그런데....

남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습니까...

여  마음이...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두요....

남  .......

여  마음으로 지은... 이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남  ............ 당신의 죄를... 용서합니다...

(M) Unbreak My Heart / Il Divo

 

남  장막을 사이에 둔 채... 그녀와 나는 말이 없다

    짧은 시간... 서로의 마음을 통째로 내어준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 있음을... 확인하면서...

    그녀는 곧 이 바닷가를 떠날 것이고....

    난 그녀가 떠난 그 길을.... 걷게 될 것이다

(M) 주제음 고해성사 / 하림

 





2005-06-0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