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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6일 목요일 선곡표 및 음악에세이 대본

 

    2005년 5월 26일 목요일 골든 디스크

 

M   Baby Boy / Beyonce

 미국 출신의 여성 힙합 가수 '비욘세'의 2003년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연 9주 동안 No.1에 올랐던 노래. 첫 솔로 앨범 'Dangerously In Love'에 수록된 노래.

 이 곡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비욘세 열풍을 몰고 왔음.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86화 - 엄마의 매뉴얼

 

1   Too Far Away / 정여진

 

2   가족 / 이승환

 

3   Somewhere Out There / Phillip Glasser

 애니메이션 영화 American Tail의 주제가.

 

4   그대 없이 난 / 이지혜

 

5   Last In Love / J.D. Souther

 미국 출신의 컨트리 가수 제이 디 사우더의 1979년 작품.

 

6   Dejavu / 정사 OST

 

7   Lagrima / Dulce Pontes

 

8   다음 사람에게는 / 조성모

 

9   Lagrima / Bevinda

 

10  Saddest Thing / Melanie

 

11  고해성사 / 하림

 

12  살다가 / SG Wannabe

 

13  아베마리아 / 레베카 루커

 

14  Hilmen I Min Famn / Carola

 

15  슬픈 영혼식 / 조성모

 

16  Longing For Spring / Anne Vada

 

17  천상연 / 캔

 

18  눈물이 나 / 소냐

 

19  In Our Tears / Secret Garden

 

20  잊지마 / 류

 

21  Too Far Away / 정여진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86화 - 엄마의 매뉴얼

 

(M) 주제음 (Too far away)

 

(E) 공항 소음

남  여보세요?

여  (전화 통화 목소리) 당신이야? 도착했어?

남  어. 방금.

여  지금 올거지? 저녁 다 됐는데.

남  아니.. 회사 좀 들러야 되는데...

여  오자마자?

남  출장 보고 해야 돼

여  그럼 언제 올건데...

남  기다리지 말고 먼저 먹어

(E) 아기 울음 소리

남  다인이 우네?

여  어.

남  그래. 들어가.

 

남  일주일 간의 해외 출장이 끝났지만

    난 아내와 딸에게 갈 수가 없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은 접기로 한다

    지금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건

    모두 아내와 딸, 우리 가족을 위한 거니까

(M) 가족 / 이승환

 

(E) 대문 여는 소리

여  (졸린 목소리) 이제 오는거야? 두시네 벌써...

남  나 씻을테니까 알람 좀 맞춰놔

    내일 일곱시에 회의 있어

여  안 피곤해?

남  피곤해도 할 수 없지 뭐

    이번 프로젝트 굉장히 중요한 거라서...

    잘 되면 다음 인사 때 승진도 할 수 있을거고...

여  승진 욕심 너무 내지 마

    당신 아직 젊구... 지금 자리도 충분히 좋잖아

남  당신이 몰라서 그래

    그냥 가만 있어서는 지금 내 자리 지키기도 힘들어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얼마나 많은데...

여  ..... 알았어. 피곤하겠다. 얼른 씻어.

남  다인이.. 자?

여  자지 그럼. 시간이 몇신데.

남  우리 다인이가 나 안 찾아?

여  아빠 얼굴을 봐야 찾든 말든 하지

    우리 다인이는 아마 당신 얼굴 잘 모를거야

(M) Somewhere Out Ther / Phillip Glasser

 

(E)방문 딸깍 열고 들어가는

남  세살박이 딸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다

    이 아이와 눈을 맞춰본 지가 언제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는 볼 때마다

    부쩍 부쩍 많이 커 있어

    날 놀래키곤 한다

(E) 들어오는

여  다인이 많이 컸지?

남  응... 그러네...

여  다 때가 있는거야

남  ... 무슨 소리야?

여  아이가 아빠를 필요로 할 때..

    그때는 그렇게 길지 않아

남  .....또 그 얘기야?

여  내가 당신을 이만큼 필요로 하는 때도... 그렇게 길진 않을거야

(M)그대 없이 난 - 이지혜

 

남  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다

    육개월 넘게 추진해 온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는 날이기 때문이다

(E) 사무실 분위기

(E) 서류 정리하는

남  프리젠테이션에 필요한 서류들을 정리하고

    긴장되는 마음을 추스르고 있을 때...

(E)핸드폰

남  여보세요

여  (다급)여보

남  어. 여보. 나중에 전화할래? 지금 좀 바쁜데

여  여보... (울먹) 우리 다인이가 다쳤어

남  뭐? 어디가! 어쩌다가!

여  잠깐 한눈 판새에... 지금 병원 응급실이야

남  괜찮아? 얼마나 다쳤는데!

여  많이 꿰매야 할 것 같애. 지금 올 수 있지?

남  ..... 지금은 곤란한데...

여  뭐?

남  알잖아. 두바이 수출 건... 오늘 결정난단 말이야

여  .... 그래서 못온다는거야?

남  (버럭) 그러게 애를 잘 보지 그랬어!

여  여보!

남  (한숨) 지금 내가 간다고 뭐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일단 좀 있

    어봐. 혼자 있기 그럼 장모님 부르든가... 끝나는대로 갈테니까

(M) Last In Love / J.D. Souther

 

(E) 병원 복도 뛰는

남  일이 마무리 되고 나니

    밤 12시가 넘어 버렸다

    병원으로 뛰어갔을 때

    아내는 응급실 앞 의자에

    초췌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남  여보...

여  ......... 왔어?

남  ....... 다인이는...

여  자...

남  힘들었지.. 미안해...

여  일은...

남  잘 끝났어

여  잘됐네

남  당신 안색이 안좋다...

여  좋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남  집에 가서 좀 쉬어... 여긴 내가 있을게

여  집에 간다고 쉬어지겠어... 그냥 있을래

남  커피라도 마실래?

여  됐어... 나 잠깐 산책 좀 하고 올게...

 

남  그런데...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몇 발자국 떼던 아내가

    갑자기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E) 몇걸음 걷다가 쓰러지는

남  여보! 이 사람 왜 이래! 여보!!

(M) Dejavu / 정사 OST

 

남  딸아이에게 일어난 작은 사고로 찾은 병원에서

    우리는 뜻밖의 사실을 알아야만 했다

    아내의 몸 속에 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여  .... 말도... 안돼...

남  요즘... 암은... 아무 것도 아니래잖아

여  그래서?

남  수술 받고... 치료 잘 받으면 돼

여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

남  남의 일? 왜 남의 일이야? 어떻게 남의 일이야?

여  그럼.. 남 아냐?

    한집에 산다고 다 부부야? 내가 지금껏 어떻게 살았는데!

    내가 당신 옆에서 얼마나 외롭게..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데!

남  (충격 받은) 여보...

여  나 이런 병 걸린 거, 반은 당신 책임이야!

(M) Lagrima / Dulce Pontes

 

남  아내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은

    내게도 큰 슬픔이고 충격이었다

    그런데, 아내의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남  .... 여보... 다인이 엄마...

    너무 놀래고... 너무 기막힌 거 알아

    나도 그래... 그런데... 그렇다고 이러지 마

    같이 방법을 찾아봐야지... 이렇게 화만 낸다고 되나 이 사람아...

여  방법? 무슨 방법?

    아까 의사가 하던 얘기 우리 같이 들었잖아!

    수술해도 성공률은 50%

    수술 성공해도 재발률이 60%

남  그런 확률 조차 없는 사람도 있어

    수술 조차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

여  그래서 고마워 하라구?

    살 수 있는 확률이 50%나 되니까

    아이구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지덕지라도 할까?

남  당신 왜 그래? 왜 이렇게 꼬여서 그래?

여  ...... 이래서... 당신이 남이란 거야.        

    남이라서... 이런 상황에서 하나도 안꼬일 수 있는거야

    남이라서... 이렇게 차분할 수 있는거야

(M) 다른 사람에게는 - 조성모

 

남  치료가 시작됐다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다

    아내는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E) 병실 문 딸깍 열고 들어가는

남  여보.. 나 왔어

(E) 베개 던지는 둔탁한 소리

여  뭐하다 이제와? 하루 종일 전화 한통화 없이 뭐하다가 이제 오냐구!

남  뭐했겠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김밥에 샌드위치 먹어가면서

    일하다가 오는거야.

여  어~ 그러셔? 왜~? 또 그렇게 일하는 거, 다인이랑 나 위해서라고

    말해보시지 그래?

남  여보..

여  다인이랑 나 위해서 그렇게 일하다가, 다인이 다쳐서 응급실에

    있는데도 못오고... 나 죽을 병 걸린 것도 모르니? 그게 우리

    위해 일하는거야? 그게... 우릴.. 위하는거야?

남  그래.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진정하고.. 좀 쉬어

여  (울며) 이거 놔!

    내가 당신 안 만났으면 좋았을걸...

    당신이랑 평생을 같이 하겠다.. 생각 안했으면 좋았을걸 그랬어!

(M) Lagrima / Bevinda

 

(E)비오는 소리

남  이제 좀... 괜찮아?

여  .... (조용한) 집에 가봐. 엄마도 좀 쉬셔야지.

남  장모님이 병원에 있으랬어. 다인이 처갓집으로 데려가신다구.

여  비오면... 우리 다인이 잠 잘 못자는데...

남  ..... 그래?

여  비오는날엔 찡찡대. 천둥이나 번개 치면 무서워하구....

남  ..... 그렇구나. 우리 다인이가... 그렇구나...

여  그런 것도 몰랐어?

남  당신 말대로... 내가 아는 게 없잖아. 다인이에 대해서...

여  내가 만약에... 죽으면...

남  여보

여  만약에..! 내가 죽으면... 우리 다인이 어떻게 키울거야?

남  ............

여  재혼...할거지?

남  ..... 그런 말 하지 마. 만약이라는 생각... 안해봤어

여  다른 여자랑 재혼한다면...

    당신 지금처럼 살면 안돼.

    난 당신이 너무 밉고 원망스러워도... 우리 다인이 내 딸이니까..

    우리 딸 위해서 다 참고 견딜 수 있었는데...

    다른 여자는 못 그럴거야.

    당신 하는 짓 밉고 싫을 때마다...

    그 여자가 우리 다인이 미워해 버리면 어떡해

    당신은 바깥 일로 바쁘고... 우리 다인이는 엄마 정 아빠 정 다

    못 느끼면서 살아야 할지 모르잖아. 그럼 안되잖아.

    그러니까... 만약에 다른 여자랑 다시 결혼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 되어줘. 정말 가정적이고 착한 남편이 되어줘.

    우리 딸을 위해서.  

(M) Saddest Thing / Melanie

(E)복도 서성이는 소리

남  아내는 힘든 수술을 받았다

(E) 수술실 문 열리고 스트레쳐카 밀고 나오는 소리

남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창백한 얼굴로 누운 채

    수술실에서 나오는 아내를 보며

    지금까지 내가 무슨 짓을 했었나... 생각했다

    아내가 가장 무섭고 두려울 때

    떠올릴 수 있는

    단 한가지 좋은 기억이라도....

    남겨주지 못했다

    아내를 많이 사랑했었지만

    사랑한다는 걸

    단 한번도 깨닫게 해주질 못했다

(M) 고해성사 - 하림

 

남  정신이.. 좀 들어?

여  이 시간에.. 어떻게 여기 있어...

남  ..... 계속 있을게.

    계속 당신 옆에 있을 수 있어

여  ...왜? 어떻게? (사이) 회사는...?

남  .....

여  혹시... 그만 둔거야?

남  이렇게 한다고 그동안 당신한테 못한 거 만회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

    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하고 싶었어

여  왜 그랬어...

    누가 이렇게까지 하래? 당신은 정말... 적당히..라는 걸 몰라...

남  당신 옆에서 할 일이 많잖아.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여  ..... 나 안좋대?

남  .............

여  나... 죽는대?

(M) 살다가 - SG 워너비

 

(E) 차 따르는 소리

남  당신 말이 맞아

    당신이 이렇게 아픈 거, 내 책임이야

여  .............

남  당신 이렇게까지 몰고 왔으니까....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도 내가 할게

    내가... 당신 다시 살려놓을게

여  ...........기분 좋다

남  .......?

여  당신이랑 이렇게 오래오래 얘기한 거

    얼마만인지.....기억도 못하게 오래 됐거든

남  .... 미안

여  그래. 실컷 미안해 해.

    그런데... 내가 이렇게 못된 병에 걸린 거... 내 책임도 반은 된다?!

남  무슨 소리야?

여  내가 참 못된 상상들을 많이 했거든

    당신이 내 옆에 없어서 외로울 때마다....

    내가 죽을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그런 상상들을 했었어

남  왜...?

여  그럼 당신이 나한테 미안해 하겠지? 싶었거든

    그동안 나한테 못했던 거 너무너무 미안해하면서...

    후회하겠지... 내가 죽기라도 한다면... 그 죄책감으로

    평생을 살아야하겠지....

남  .........

여  그렇게 독하고 못된 상상들을 했으니....

    나도 벌받은거야. 어디 한번... 당해봐라 하신거지.. 윗분이...

남  그럼 빨리 취소해. 그거 그냥... 심심해서 해본 생각이지...

    진심으로 기도한 거 아니었다고... 빨리 취소해

여  그러게....

    그냥 당신은 예전처럼 바쁘고 무심하게 살고...

    난 계속 당신 미워하면서... 외롭게 살고...

    그래도 되는데... 나 진짜로... 그래도 되는데....

(M) 아베마리아 (천국의 계단 OST)

 

남  우리... 여행 갈까?

여  갑자기 왜?

남  그냥....

여  왜... 나 떠나기 전에 추억 하나라도 만들어 주고 싶어서?

남  ........

여  그런 거 됐어.

    그냥 외출증 받아서 우리집에나 다녀오자

남  집에는 왜?

여  다인이랑 당신이랑 셋이서... 집에 있어볼래

남  ......... 집에서 뭐하고 싶은데?

여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그냥.... 그냥.... 우리 셋이 집에 있어보고 싶어

남  ........... 그냥... 집에 있어보고 싶어?

    정말..... 그거면 돼?

여  음....

    당신은 TV 틀어놓고 스포츠 중계 같은 거 보다가

    꾸벅꾸벅 졸고...

    나는 우리 다인이 맛있는 거 먹여주다가...

    당신한테 그렇게 졸지만 말고 청소기 밀어달라고 조르고....

    그러다가....  밥 해 먹기 귀찮으면... 자장면 같은 거 시켜서..

    거실에 신문지 깔고 먹다가....

    우리 다인이 입가에 묻은 자장 보면서 웃고....

    그런 거.... 했으면 좋겠어....

(M) Hilmen I Min Famn / Carola

 

남  살짝 열어놓은 거실 창문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들어온다

    하늘빛 커튼이 바람에 날리며

    눈부신 햇살을 가려주고

    그 그늘 아래서

    다인이는 하품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조용히 내 어깨에 기대어 있던 아내가

    입을 열었다

 

여  .......별 거 아니네

남  .....응?

여  셋이 같이 있는 거.... 이렇게 조용하게.. 여유롭게...

    시간 보내는 거... 별 거 아니네....

    심심하네...

남  ............

여  심심하고 별 것도 아닌데.... 이게 너무 해보고 싶어서...

    그동안 당신한테 너무 잔소리 했네

남  나 또 미안하게 만드는거야?

여  그래. 지금 실컷 미안해 해

남  ........ 그리구?

여  나 떠난 다음엔... 그만 미안해 해

(M) 슬픈 영혼식 - 조성모

 

여  여보... 자?

남  ........아니

여  만약에....

남  하지 말랬지. 만약에 나 죽고 나면... 이런 거...

    그만 하랬지!

여  ........... 알았어 알았어. 안해. 안한다.

남  ...... 자. 내일 병원 들어가려면... 푹 자둬야지

여  응

 

남  그리고 새벽녘

    문득 잠에서 깼을 때

    아내는 옆자리에 없었다

(E) 방문 열고 들어오는

 

여  어 깼어?

남  어디 갔다 와

여  그냥.... 화장실....

남  얼른 자...

여  잘 자....

남  응....

여  여보....

남  응?

여  나.. 당신 참 사랑해

(M) Longing For Spring / Anne Vada

    

남  그리고 며칠 후

    아내는 세상을 떠났다

    이렇다 할 유언도 남기지 않은 채

    떠나 버렸다

    거짓말처럼... 아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자꾸만 엄마를 찾으며 우는 다인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E) 열쇠로 딸깍 대문 열고 들어가는

남  대문을 열면....

    아내가 눈을 흘기며 나를 부를 것만 같았다

 

여  뭐하다 이제 와? 밥은 먹었어?

 

남  엄마를 찾으며 우는 다인이처럼

    나도....

    나도.... 아내를 찾으며 울고 싶었다

    내가 울면.... 아내가 돌아와 줄 것 같았다

(M) 천상연 / 캔

 

남  밖이 어두워질 때까지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다인이가 배고프다며 보채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뭔가를 먹여야 할텐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허둥대다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E) 냉장고 문 여는

 

남  냉장고를 연 채로

    난 얼어붙은 것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거기엔 온통 아내의 메모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BG)

여  맨 처음에 냉장고 문부터 열어볼 줄 알았어

    놀랐지?

    당신한테 해 줄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당신이 아무 말도 못하게 하잖아

    그래도... 가르쳐 줄 건 가르쳐 줘야 하니까

    글로 남기는거야

    우리 다인이 배고프다고 울지?

    오늘은 애가 많이 지치고 피곤했을테니까

    일단 수박부터 좀 먹여봐

    우리 다인이는 수박을 제일 좋아하거든

    크게 잘라서 주지 말고

    숟가락으로 파서 그릇에 담아줘봐

    씨는 잘 골라내주구...

    그렇게 조금 먹여주고 나서

    밥을 줘...

    냉장고 오른쪽에 파란통 있지?

    거기 우리 다인이가 좋아하는 오징어채 볶음 있으니까

    그거랑... 또 싱크대 왼쪽에 보면 구운 김 있거든...

    그거랑 해서 같이 줘...

    좀 먹다가 칭얼대고 안 먹으려고 할지도 몰라

    그럼 올챙이송 불러줘. 신나서 다시 먹을거야.

    그런데... 우리 다인이... 웃는 모습 생각하니까...

    난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M)눈물이 나 - 소냐

 

남  미친 듯이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다

    여기 저기서 아내의 메모가 쏟아졌다

    다인이가 울면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잠들지 않고 보챌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놀이방에 데려다 줄 땐

    무엇무엇을 챙겨줘야 하는지

    외출했다 돌아오면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아내는 꼼꼼히 적어 두었다

(E) 옷장 문 여는

 

(BG)

여  우리 다인이는 옷 욕심이 많아

    여자 애라 그런지...

    엄마가 화장 하면 따라하고 싶어하고

    엄마 스카프 뒤집어 쓰고 공주 놀이 하는 것도 좋아해

    다인이가 기분이 안좋은 날엔

    노란 색 원피스를 입혀줘

    거기에 노란색 모자까지 씌워주면

    너무 좋아해

    병아리 인형 달린 구두 신겨주고

    머리 방울도 같은 모양으로 해줘

    가까운 데 산책 나갈 땐

    멜빵 달린 청바지 입혀주고

    빨간색 두건을 씌워줘

    뿅뿅이 소리 나는 운동화 신겨주면 좋아해

    혹시.. 우리 다인이가 엄마 찾으면....

    미국 갔다거나 어디 멀리 갔다거나 이런 거짓말 하지 말고

    하늘 나라 갔다고 가르쳐 줘

    가끔... 우리 다인이 데리고 산책 나가면...

    하늘 보면서... 저기 엄마가 있다고 말해줘...

    그치만... 우리 다인이는 엄마 금방 잊을거야

    아직 세 살 밖에 안됐잖아 우리 다인이....

    좀 섭섭하겠지만....

    그래도 다인이가 엄마 찾으면서 우는 거 보단

    빨리 잊고 웃으면서 사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난...

(M) In Our Tears / Secret Garden

 

남  마지막 메모는

    내 책상 서랍 속에 놓여 있었다

 

(BG)

여  참 여러 가지 쓴 것 같은데

    아직도 마음이 안 놓여

    내가 없어도... 어떻게든 잘 살텐데...

    쓸 데 없는 걱정도 많지

    어쩌면... 지금 내가 하는 가장 큰 걱정은...

    당신이... 날 너무 빨리 잊을까봐...

    다 잊어버리고 너무 잘 살까봐...

    나 참 끝까지 못됐지...

    다른 여자 만나면 나한테처럼 하지 말고

    잘해 주라고 그랬잖아...

    너무 잘해주진 마...

    너무 빨리 만나지도 마...

    너무..... 사랑하진 마....

    미안해....

(M) 잊지마 / 류

 

남  아내가 다 하지 못한 이야기....

    그때 가슴이 아파도...

    그냥 내 앞에서 하게 할걸...

    이 모든 이야기에

    답을 해줬어야 했는데....

    내 가슴이 아픈 것만 생각하고...

    아내가 혼잣말을 하게 했으니...

    난 또 한번 아내에게 빚을 지고 말았다

    창밖으로 희미하게

    새벽빛이 밝아온다

    아내가 있는 그곳이....

    눈물빛으로... 밝아온다

(M)주제음   Too Far Away

 

 





2005-05-2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