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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Mack The Knife / Bobby Darin
미국 출신의 팝 가수 '바비 달린'의 1959년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후 연 9주 동안 No.1 기록. 그의 명반 'That's All'에 수록된 스탠더드
팝의 고전.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85화 - 초여름, 은빛 로맨스를 꿈꾸다
1 Maggie / Jean Redpath
스코틀랜드 출신의 여가수 '장 레드빠스'의 90년대 발표곡.
2 Zoo Bee Zoo Bee / Sophia Loren
이탈리아 출신의 배우이자 가수인 소피아 로렌의 1960년대 발표곡.
3 사노라면 / 추억의 들국화
4 She Bop / Cyndi Lauper
5 미련 / 장현
70년 최고의 솔가수 장현의 대표적인 히트곡.
6 빛과 그림자 / 최희준
팝가수 최희준의 70년대 히트곡.
7 별이진다네 / 여행스케치
8 축제의 노래 / 트윈폴리오
트윈폴리오가 1970년 번안해 부른 노래.
9 Scarborough Fair / Marianne Faithfull
마리안느 페이스풀이 60년대 후반 발표한 노래.
10 제비꽃 / 조동진
11 맴도는 얼굴 / 따로또같이
12 Try To Remember / Brothers Four
13 Everybody Know / Leonard Cohen
1988년 발표곡.
14 미안해요 / 김건모
15 Manha De Carnaval / Astrud Gilberto
우리 영화 '정사'에 삽입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스트러드 질베르토의
60년대 작품.
16 사랑한 후에 / 전인권
17 미안해요 / 앤
18 황혼 / 산울림
산울림 9집 앨범에 수록된 노래.
19 Lost Without Your Love / Jessica
20 그리워라 / 현경과 영애
21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양희은
22 Maggie / Jean Redpath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85화 - 초여름, 은빛 로맨스를 꿈꾸다
(M) 주제음 Maggie / Jean Redpath
(E) 청소기 돌리는 소리
남 아침부터 아내가 청소기를 돌린다
(E) 청소기 더 가까이서 돌리는
남 (짜증) 좀 나중에 하면 안돼?
여 일어나. 아침 10시 다 돼 가
남 알았으니까 좀 나중에 하라구
여 일찍 일어나서 하다못해 약수터라도 좀 갔다 와
맨날 그렇게 불규칙적으로 생활하니까 요즘 당신 배
나오잖아
남 (짜증내며) 아 정말...
(E)이불 펄럭이며 터는
여 볕도 좋은데 이불 좀 옥상에 널어줘
남 사람이 좀 쉬는 꼴을 못 보는구만...
여 (혼잣말처럼) 맨날 쉬면서 뭘 또 쉰대
남 뭐?
여 알았어. 이불 널고, 옥상 간 김에 된장 좀 퍼와.
점심 때 된장국이나 해 먹게.
(M) Zoo Bee Zoo Bee / Sophia Loren
남 평생을 은행에서 일하다가
정년퇴직한 지 1년
아내의 말대로
난 날마다 쉬고 있다
(E) 옥상 계단 올라가고
남 아내가 시키는 허드렛 심부름이나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 장독 뚜껑 여는
남 장독 뚜껑을 열다 말고
올려다 본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파랗다
(M) 사노라면
(E) 조금 멀리서 보글보글 된장 찌개 끓는 소리 + 신문 넘기는
남 나 하나 없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갈 것 같다
심란한 마음으로 신문을 넘기던 중
내 시선은 한 사진에 꽂혔다
세월이 흘러 많이 변했지만
분명 내가 아는 얼굴이 거기 있었다
나와 대학 동기였던 김동수
그 녀석이 오랜 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우리 막내 녀석이 다니는 대학의
총장이 됐다는 기사였다
여 여보. 점심 먹어
남 어? 어....
여 무슨 기사를 그렇게 열심히 봐?
(E)서둘러 신문 접는
남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야.
여 왜 이렇게 놀래? 와서 밥 먹어.
(M) She Bop / Cyndi Lauper
(E)밥 먹는 소리들
여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시장 보기가 무서워
남 좀 덜먹고 덜 쓰면 되지 뭐
여 당신 퇴직금만 야금야금 까먹는 게 불안하잖아
나라도 무슨 일 시작해볼까?
남 당신이 무슨 일을 해
여 아니 뭐... 요즘은 남의 집 애 봐주기도 많이들 하고...
남 궁상 좀 그만 떨어
여 막내 등록금이라도 벌면 좋잖아
남 군대까지 갔다 온 놈이 지 앞가림도 못할까봐?
여 왜 화를 내고 그래? 그냥 그렇다는 얘긴데...
남 아 글쎄, 쓸데 없는 소리로 사람 속 긁지 말라구!
(E) 숟가락 탁 놓는
여 왜... 그만 먹게?
남 밥맛 다 떨어졌어
남 너무 예뻤던 아내
모든 남자들의 이상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완벽한 여자였던 아내...
그녀가 콩나물 값을 걱정하는
50대 중반의 초라한 여인이 되어 있었다
그 모든 게 다 내탓인 것만 같아
마음 한켠이 불편하기만 하다
(M) 미련 / 장현
남 저녁 때 친구들을 만나 가볍게 술 한잔을 하고
집에 들어왔다
(E)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남 여보... 나 왔어...
(E)서둘러 신문 접는
여 당신 이제 와? 술 마셨어?
남 .... 신문... 보고 있었어? 무슨... 기사 봤어?
여 아니. 그냥 심심해서.... 술 누구랑 마셨어?
남 그냥 민태랑 정식이랑...
여 ... 수박 잘라줄까?
남 수박 비쌀텐데...샀어?
여 마트 나갔다가 떨이로 싸게 팔길래 한덩이 사 봤어
씻고 나와. 잘라 줄게.
(E) 주방 쪽으로 가서 냉장고 문 여는
남 그녀가 신문에 난 동수 녀석의 얼굴을 보았을까
그 녀석 소식을... 알게 됐을까...
난 내심 불안해졌다
(M) 빛과 그림자 / 최희준
(E)수박 쪼개는 소리
여 와~ 잘 익었네~ 하우스꺼라 어쩔까 했더니...
남 하여간 당신도 수박 참 좋아해~
여 우리 엄마가 나 가졌을 때 수박 꿈을 꿨었대잖아
(E)수박 먹는 소리
남 그때 생각난다. 우리 대학교 1학년 때 여름 농활 갔잖아.
원두막에서 수박 썰어 먹던 거... 기억 나?
여 그럼... 기억 나지...
(M) 별이 진다네 - 흐르고 + 노래 이어지며 / 여행스케치
(E) 귀뚜라미 우는 소리
(E) 수박 쪼개는
여 (탄성) 와... 너무 맛있겠다...
남 은서야 많이 먹어. 너 주려고 내가 이장님한테 특별히 부탁해서
가져온거야...
여 정말? 잘 먹을게. 난 밤늦게 불러내길래 왜 그러나 했네
그나저나... 애들도 같이 먹어야 되는 거 아니니?
남 애들은... 뭐... 지들이 알아서 잘 먹겠지.
그리고 수도 너무 많아서... 이거 한쪽씩도 안 돌아가
여 그런가?
남 그래. 그니까 일단 너부터 좀 먹어.
여 응
(E)수박 먹는 소리
여 그런데 여기... 별 정말 잘 보인다...
남 .... 은서야...
여 왜?
남 실은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사실은.... 내가 너...
(좋아해... 말 하려는데)
남2 야~ 니들 여기 있었구나?
(E) 가까이 오는
여 어? 동수야~ 너도 와서 수박 좀 먹어.
남2 오케이~
(E)원두막 올라오는 소리
남2 봉덕이 너, 이장님한테 농활 문제로 상의할 거 있다더니...
은서가 이장님이냐?
남 (꾹 참으며) 어. 이장님 만났고. 그 다음에 은서 만난거다.
남2 오오~ 그랬어?
(E)수박 한입 베어물고
남2 잘 먹을게!
(M) 축제의 노래 / 트윈폴리오
남 그 녀석은 그랬다.
그렇게 항상... 은서와 내 사이에 끼어들어
방해를 놓곤 했다.
(E)수박 먹는 소리 + 씨 뱉고
여 당신 솔직히 말해봐
남 뭘?
여 그때 원두막에서... 나한테 고백하려고 그랬지?
남 고백? 내가 무슨 고백을 하냐?
여 당신 나 좋아했잖아. 내가 그런 것도 몰랐을까봐?
남 하하.. 내가?? 나 그땐 솔직히 당신한테 관심 없었어
여 진짜?
남 그럼~ 그때 당신 뭐 볼 거 있었나. 빼빼 말라가지구...
여 그래도 나 좋아하는 남자들 꽤 있었어
남 그거야 당신 생각이지...
여 아니야. 우리 과에만도 몇 명이었는데...
맞어. 동수. 김동수 알지?
남 .......... 동수?
여 동수도 나 좋아했잖아. 그날도.... (말하려다) 아니다
남 (민감) 그날도 뭐... 왜 말을 하다 말아
여 아니.... 그날... 우리 원두막 갔던 날도...
동수가 나한테 고백했었거든. 나 좋아한다고.
(M) Scarborough Fair / Marianne Faithfull
(E) 귀뚜라미 소리 + 개구리 소리 + 개짖는 소리 등..
(E) 세명 걸어오는 소리
여 봉덕아. 덕분에 수박 잘 먹었어.
남 어... 너야 뭐 얼마나 먹었냐. (이 앙다물고) 먹기야 동수 이 자식이
다 먹었지~
남2 어. 그래. 잘 먹었다.
여 (웃으며) 들어가. 남자애들 고생 많겠다. 마을 회관에 모기 많다며.
그래도 여자애들 숙소는 집이라 좀 나은데...
남 데려다 줄까?
여 뭘 데려다 줘. 몇걸음이나 된다구. 얼른 들어가.
남 (아쉬운) 어 그래.
(E) 문 열고
남 김동수, 너 안 들어와?
남2 난 화장실 좀 갔다 갈게. 수박을 너무 많이 먹었나?
(E) 걸어가는
남 그러게 작작 좀 먹으랬지! 나 먼저 들어간다.
(E) 문 닫고
여 동수야 잘자. 내일 보자.
(E) 걸어가는데 +쫓아오는
남2 (작은 소리로) 은서야.잠깐만.
여 왜?
남2 할 얘기가 있는데... 여기선 좀 그렇구..
잠깐 딴 데 가서 얘기할까?
여 이 밤중에 갈 데가 어딨다구. 할 말 있음 그냥 여기서 해.
남2 ..... 그래.... (망설이다가 내뱉듯) 너 나 어떻게 생각하냐?
여 .... 뭐?
남2 나는... 니가 좋거든. 난 그런데... 넌 어떠냐구.
(M) 제비꽃 / 조동진
남 뭐??? 그때 그 녀석이 그랬단 말야??
여 응~
남 (흥분 참으며) 자식이 화장실 간다고 사기나 치고!
그 자식이 그런 식이야. 아주 이중적이야!
그래서... 당신은 뭐라 그랬는데!
여 글쎄... 뭐랬더라....
아유 그게 벌써 30년도 넘은 일인데 어떻게 다 기억을
해
남 아니 왜 기억을 못해? 동수 자식이 한 말은 다 기억하면서!
여 당신두 참... 왜 이렇게 정색을 하구...
남 (갑자기 태도 바뀌며) 정색? 누가? 내가? 아니야.
그냥 내 말은... 옛날 일 얘기하니까 새록새록 재밌는데...
당신이 더 많은 걸 기억해낸다면... 더 재밌겠다...
그런 거지...
여 어쨌든 그때가 좋았다. 윤은서 황금시절이었지.
남 돌아갔으면 좋겠지?
여 그걸 말이라구 해? (한숨)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으면....
남 아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나를 선택할까....
동수가 아닌... 나를....?
(M) 맴도는 얼굴 / 따로또같이
남 며칠 후
우연히 켠 라디오에서
동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사회자는 왜 동수가 아직 독신인지 물었고
그 녀석은 이렇게 대답했다
남2 일이 너무 바빴구요. 또 제 첫사랑만한 여자를 못만났거든요
첫사랑을 못잊는 걸 심리학적으론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20대 초반... 저에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사랑이어서 그랬는지... 아직도 잘 잊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 어떻게 사는지...
(E)방문 열고 들어오는
(E) 서둘러 라디오 끄고
여 라디오 들어? 왜 꺼?
남 별로 재미 없어서...
여 심심한데 켜봐. 음악이나 듣게...
남 점심 안 줘?
여 11신데 벌써 점심 먹게?
남 출출해. 비빔 냉면 같은 것 좀 해봐.
여 (끙 일어나며) 하여간 허리 펴고 앉는 꼴을 못봐..
(E)방문 닫고 나가는
(E)조심스레 다시 라디오 켜는
남2 첫사랑을 다시 만나고 싶냐구요?
글쎄요. 그게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죠.
만약에 그녀가 행복하다면 저도 행복할 것 같고
그렇지 않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저한테 다시
오라고
프로포즈해보죠 뭐... (웃고)
남 이 자식이 다 늙어서 노망이 났나...
프로포즈는 무슨 프로포즈야!
여 (밖에서) 여보! 계란 좀 사와!
남 어!!! 알았어!!!
(M) Try To Remember / Brothers Four
남 30년 전. 그때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동수 녀석은 정말 아내 은서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첫사랑 운운하며
다시 만나고 싶다느니.. 말을 하고 다닌다는 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정말 참을 수 있는 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E) 방문 열고 들어가는
여 (서둘러 전화 끊는 듯) 어. 그래. 그럼... 그때 봐...
남 .... 누구야?
여 어... 옛날 친구...
남 옛날 친구 누구?
여 있어.
남 옛날 친구가 왜 전화했는데?
여 그냥... 외국에 오래 있다가 얼마 전에 한국 들어왔다구
한번 보자구...
남 남자야?
여 어? 어... 아니... 여자야...
(E) 일어나 나가며
여 빨래가 다 말랐으려나...
남 아내는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난다
그렇다면... 아내에게 전화를 한 사람은...
혹시... 그 녀석?
(M) Everybody Know / Leonard Cohen
(E) 밥 먹는 소리
남 당신은 왜 안먹어?
여 어.. 오늘 점심 약속 있어서...
남 누구랑? 그... 옛날 친구라는 사람이랑?
여 ...응... 옷을 뭘 입고 가야될지 모르겠네
남 .... 뭘 몰라. 맨날 사는 게 옷이면서!
여 가판대에서 만원 이만원짜리 사다 날라봤자지.
좀 특별한 날엔 입고 나갈 게 없어
남 특별한 날? 그 친구가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야?
여 아니... 누가 그렇대... 하두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서...
남 왜... 분홍색 그거 있잖아. 투피스.
여 그게 언제적 건데... 10년도 더 된야. 유행도 다 지난걸...
남 아내가 한숨을 쉰다
아내의 이마에 가늘게 진 주름이 눈에 띈다
눈가에도 거뭇거뭇한 기미가 보인다
염색을 한지 오래돼... 희끗한 흰머리들이
꽤 많이 늘었다
남 나가자!
여 .... 응?
남 요앞에 양품점 가서 한 벌 사 입자구
여 아니야... 그렇게까진...
남 사준달 때 따라나서!
이럴 때 한 벌 사 놓으면 결혼식 갈 때도 입고 좋잖아.
여 .... 정말? 정말 사줄거야?
남 그래...
(M) 미안해요 - 김건모
남 새로 산 화사한 베이지색 정장을 입고
아내가 외출을 했다
살짝 상기된 얼굴빛의 아내는
어린 소녀 같았다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괜히 옷을 사줬나...
그 옷을 입으니까 10년은 젊어 보이던데...
만약에....
(BG)레스토랑 잔잔한 음악과 접시 부딪치는 소음들
남2 정말... 널 누가 그 나이로 보겠어... 하나도 안 변했다
여 무슨 소리야... 주름이 자글자글한데...
남2 봉덕이가... 잘해줘?
여 (한숨만 포옥)
남2 그럴 줄 알았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나한테 오랬잖아. 나한테 왔으면 지금 총장님 사모님
소리
들으면서 얼마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겠어!
여 .....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니...
남2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너만 마음 먹으면 돼.
여 그래두 내가 염치가 있지... 어떻게...
남2 내가 널 기다리면서 독신으로 산지 30년이야!
이걸로도 부족하니?
여 (감동) ..... 동수야....
남2 봉덕이... 버릴거지?
여 (여전히 감격에 겨운 톤) .... 애들한테 미안해서 그렇지.... 그
인간 버 리는 건 문제도 아니야... 어차피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이었어...
(M) Manha De Carnaval / Astrud Gilberto
남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약.. 정말 아내가 동수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
그래서 혹시라도 날 떠나겠다고 한다면...
난 어떡해야 하나...
(E)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여 (시무룩) 아직도 집에 있었어?
남 어.... 친구는 잘 만났어?
여 그렇지 뭐. 나 좀 씻을게.
(E)화장실 문 탁 닫고 들어가는
남 역시 그런거였나...
아내는 눈에 띄게 냉정해져 있었다
(M) 사랑한 후에 / 전인권
(E) 이불 뒤척이는
남 왜... 잠이 안와?
여 ..... 좀 그러네...
남 좀 있으면 우리 결혼기념일이네...
여 ..... 응
남 당신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한 적 있어?
여 (잠시 침묵하다가) 당신은?
남 난 없어.
여 한번도?
남 한번도...
여 .....만약에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랑 결혼할거야?
남 .....그건 잘 모르겠어
여 왜?
남 난 좋았는데. 당신이랑 산 30년이 너무 좋았는데.
당신이 어떨지 몰라서.... 내가 당신 행복을 야금야금
뺏어 먹어온
것 같아서.... 그래서... 미안해서...
여 (한참 침묵 후) 여보....
남 응?
여 ..... 미안해....
(M) 미안해요 / 앤
남 미안하긴.. 당신이 뭐가...
여 그냥... 다....(울먹)
남 미안한 건 나지. 평생 고생만 시키고...
나 퇴직하고 나서도 당신 마음 고생 많았잖아... 미안해...
여 ... 그러지 마... 나 정말.... 당신한테 그런 말 들을 자격 없어...
나 있잖아... (말하려고 하면)
남 됐어. 그만해. 당신 마음 다 알아.
여 여보....
남 지금까지 삼십년은 당신한테 내가 빚지고 살았으니까
앞으로 삼십년은 그 빚 갚으면서 살게
여 (울음 끝에 웃음) 30년이나 더 살게?
남 더 살아야지~ 당신이랑 같이 딱 30년 더 살고, 한날 한시에 죽자.
여 치...
남 이 정도면 됐겠지?
아내도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설마... 다 버리고 그 녀석에게 가 버리진 않겠지?
아... 정말 힘들다....
(M)황혼 / 산울림
여 오늘 난 동수를 만났다
30년 전... 난 동수를 좋아했다
원두막에 갔던 그날 밤....
(E) 귀뚜라미 소리 + 개구리 소리 + 개짖는 소리 등..
(E) 세명 걸어오는 소리
여 봉덕아. 덕분에 수박 잘 먹었어.
남 어... 너야 뭐 얼마나 먹었냐. (이 앙다물고) 먹기야 동수 이 자식이
다 먹었지~
남2 어. 그래. 잘 먹었다.
여 (웃으며) 들어가. 남자애들 고생 많겠다. 마을 회관에 모기 많다며.
그래도 여자애들 숙소는 집이라 좀 나은데...
남 데려다 줄까?
여 뭘 데려다 줘. 몇걸음이나 된다구. 얼른 들어가.
남 (아쉬운) 어 그래.
(E) 문 열고
남 김동수, 너 안 들어와?
남2 난 화장실 좀 갔다 갈게. 수박을 너무 많이 먹었나?
(E) 걸어가는
남 그러게 작작 좀 먹으랬지! 나 먼저 들어간다.
(E) 문 닫고
남2 은서야 잘자. 내일 보자.
(E) 걸어가는데 +쫓아오는
여 (작은 소리로) 동수야.잠깐만.
남2 왜?
여 할 얘기가 있는데... 여기선 좀 그렇구..
잠깐 딴 데 가서 얘기할까?
남2 이 밤중에 갈 데가 어딨다구. 할 말 있음 그냥 여기서 해.
여 ..... 그래.... 동수야... 너... 나 어떻게 생각해?
남2 .... 뭐?
여 나는... 니가 좋거든. 난 그런데... 넌 어떠냐구
남2 (난처한 듯) 어... 어쩌지? 나는.... 따로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
여 (충격) ..... 그래? 그게 누군지... 물어봐도 돼?
남2 ..... 혜원이.... 니... 단짝이잖아...
(M) Lost Without Your Love / Jessica
여 난 그렇게 비참하게 거절당했었다.
그후, 몇 년 동안 끈질기게 나를 쫓아다니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고.
30년 동안 성실하게 가정을 꾸려준 남편 덕에
넉넉하진 않았지만 행복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E)신문 펼치고
여 어느날, 그가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걸려온 한통의 전화...
(E)벨소리
여 여보세요
남2 저... 혹시 윤은서씨 전화 맞습니까?
여 맞는데... 누구...?
남2 나를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김동수라구... 우리 같은 과 동기였지?
여 아.. 동수.. 기억하지.. 안 그래도 신문에서 봤는데...
남2 그랬구나... 잘 지냈어?
여 응.... 넌? 정말 궁금했는데...
남2 혹시... 시간 괜찮으면 점심이라도 같이 할 수 있을까?
여 (바로) 좋지! (하곤 너무했나 싶어서) ... 시간 되면 그러자...
남2 그럼 모레 점심 때 우리 학교 쪽으로 올래?
(E) 문 열리는 소리
여 (서둘러) 어, 그럼 그때 봐.
남 누구야?
여 어... 옛날 친구....
(M) 그리워라 / 현경과 영애
여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옷까지 얻어입은 채
들뜬 기분으로 약속장소에 나갔다.
(E)레스토랑 소음
남2 너 하나도 안 변했다. 그대로야.
여 (좋아라) 어머 무슨 소리야~ 잔주름이 자글자글한데~
남2 ... 저기 너한테 양해를 구하지 못한 게 있는데...
여 응?
남2 혜원이 나오기로 했거든
여 (굳는) 뭐?
남2 알지? 오래전 일이지만 내가 혜원이 좋아했던 거...
여 ..... 어
남2 한국 와서 혜원이 소식 알아봤는데, 남편 잃고 혼자 살고 있더라구...
만나자고 연락을 해봤는데... 혼자는 절대 안 나오겠다고
해서...
너랑 같이 만나자고 했어..
여 ....아... 그랬구나...
남2 괜찮지?
여 그럼 괜찮지~ 니덕에 오랜만에 혜원이 보겠다~
(M)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양희은
(E) 이불 위에서 뒤척이는 소리
여 내 착한 남편은 깊이 잠들어 있다
이 눈부신 초여름에 내가 어떤 로맨스를 꿈꿨는지도
모른 채...
남 내 착한 아내는 깊이 잠들어 있다
이 아름다운 초여름. 아내는 어떤 로맨스를 꿈꾸었을까
그 어떤 로맨스라도 다 용서한다
지금 그녀는 내 곁에 있으니까.
(M) 주제음 Maggie / Jean Redpath
2005-05-1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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