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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19일 목요일 선곡표 및 음악에세이 대본

 

M    Mack The Knife / Bobby Darin

 미국 출신의 팝 가수 '바비 달린'의 1959년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후 연 9주 동안 No.1 기록. 그의 명반 'That's All'에 수록된 스탠더드 팝의 고전.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85화 - 초여름, 은빛 로맨스를 꿈꾸다  

 

1   Maggie / Jean Redpath

 스코틀랜드 출신의 여가수 '장 레드빠스'의 90년대 발표곡.

 

2   Zoo Bee Zoo Bee / Sophia Loren

 이탈리아 출신의 배우이자 가수인 소피아 로렌의 1960년대 발표곡.

 

3   사노라면 / 추억의 들국화

 

4   She Bop / Cyndi Lauper

 

5   미련 / 장현

 70년 최고의 솔가수 장현의 대표적인 히트곡.

 

6   빛과 그림자 / 최희준

 팝가수 최희준의 70년대 히트곡.

 

7   별이진다네 / 여행스케치

 

8   축제의 노래 / 트윈폴리오

 트윈폴리오가 1970년 번안해 부른 노래.

 

9   Scarborough Fair / Marianne Faithfull

 마리안느 페이스풀이 60년대 후반 발표한 노래.

 

10  제비꽃 / 조동진

 

11  맴도는 얼굴 / 따로또같이

 

12  Try To Remember / Brothers Four

 

13  Everybody Know / Leonard Cohen

 1988년 발표곡.

 

14  미안해요 / 김건모

 

15  Manha De Carnaval / Astrud Gilberto

 우리 영화 '정사'에 삽입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스트러드 질베르토의 60년대 작품.

 

16  사랑한 후에 / 전인권

 

17  미안해요 / 앤

 

18  황혼 / 산울림

 산울림 9집 앨범에 수록된 노래.

 

19  Lost Without Your Love / Jessica

 

20  그리워라 / 현경과 영애

 

21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양희은

 

22  Maggie / Jean Redpath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85화 - 초여름, 은빛 로맨스를 꿈꾸다   

 

(M) 주제음 Maggie / Jean Redpath

 

(E) 청소기 돌리는 소리

남  아침부터 아내가 청소기를 돌린다

(E) 청소기 더 가까이서 돌리는

 

남  (짜증) 좀 나중에 하면 안돼?

여  일어나. 아침 10시 다 돼 가

남  알았으니까 좀 나중에 하라구

여  일찍 일어나서 하다못해 약수터라도 좀 갔다 와

    맨날 그렇게 불규칙적으로 생활하니까 요즘 당신 배 나오잖아

남  (짜증내며) 아 정말...

(E)이불 펄럭이며 터는

여  볕도 좋은데 이불 좀 옥상에 널어줘

남  사람이 좀 쉬는 꼴을 못 보는구만...

여  (혼잣말처럼) 맨날 쉬면서 뭘 또 쉰대

남  뭐?

여  알았어. 이불 널고, 옥상 간 김에 된장 좀 퍼와.

    점심 때 된장국이나 해 먹게.

(M) Zoo Bee Zoo Bee / Sophia Loren

 

남  평생을 은행에서 일하다가

    정년퇴직한 지 1년

    아내의 말대로

    난 날마다 쉬고 있다

    

(E) 옥상 계단 올라가고

남  아내가 시키는 허드렛 심부름이나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 장독 뚜껑 여는

남  장독 뚜껑을 열다 말고

    올려다 본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파랗다

(M) 사노라면

 

(E) 조금 멀리서 보글보글 된장 찌개 끓는 소리 + 신문 넘기는

남  나 하나 없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갈 것 같다

    심란한 마음으로 신문을 넘기던 중

    내 시선은 한 사진에 꽂혔다

    세월이 흘러 많이 변했지만

    분명 내가 아는 얼굴이 거기 있었다

    나와 대학 동기였던 김동수

    그 녀석이 오랜 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우리 막내 녀석이 다니는 대학의

    총장이 됐다는 기사였다

 

여  여보. 점심 먹어

남  어? 어....

여  무슨 기사를 그렇게 열심히 봐?

(E)서둘러 신문 접는

남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야.

여  왜 이렇게 놀래? 와서 밥 먹어.

(M) She Bop / Cyndi Lauper

 

(E)밥 먹는 소리들

여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시장 보기가 무서워

남  좀 덜먹고 덜 쓰면 되지 뭐

여  당신 퇴직금만 야금야금 까먹는 게 불안하잖아

    나라도 무슨 일 시작해볼까?

남  당신이 무슨 일을 해

여  아니 뭐... 요즘은 남의 집 애 봐주기도 많이들 하고...

남  궁상 좀 그만 떨어

여  막내 등록금이라도 벌면 좋잖아

남  군대까지 갔다 온 놈이 지 앞가림도 못할까봐?

여  왜 화를 내고 그래? 그냥 그렇다는 얘긴데...

남  아 글쎄, 쓸데 없는 소리로 사람 속 긁지 말라구!

(E) 숟가락 탁 놓는

여  왜... 그만 먹게?

남  밥맛 다 떨어졌어

 

남  너무 예뻤던 아내

    모든 남자들의 이상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완벽한 여자였던 아내...

    그녀가 콩나물 값을 걱정하는

    50대 중반의 초라한 여인이 되어 있었다

    그 모든 게 다 내탓인 것만 같아

    마음 한켠이 불편하기만 하다

(M) 미련 / 장현

 

남  저녁 때 친구들을 만나 가볍게 술 한잔을 하고

    집에 들어왔다

(E)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남  여보... 나 왔어...

(E)서둘러 신문 접는

여  당신 이제 와? 술 마셨어?

남  .... 신문... 보고 있었어? 무슨... 기사 봤어?

여  아니. 그냥 심심해서.... 술 누구랑 마셨어?

남  그냥 민태랑 정식이랑...

여  ...  수박 잘라줄까?

남  수박 비쌀텐데...샀어?

여  마트 나갔다가 떨이로 싸게 팔길래 한덩이 사 봤어

    씻고 나와. 잘라 줄게.

(E) 주방 쪽으로 가서 냉장고 문 여는

남  그녀가 신문에 난 동수 녀석의 얼굴을 보았을까

    그 녀석 소식을... 알게 됐을까...

    난 내심 불안해졌다

(M) 빛과 그림자 / 최희준

 

(E)수박 쪼개는 소리

여  와~ 잘 익었네~ 하우스꺼라 어쩔까 했더니...

남  하여간 당신도 수박 참 좋아해~

여  우리 엄마가 나 가졌을 때 수박 꿈을 꿨었대잖아

(E)수박 먹는 소리

남  그때 생각난다. 우리 대학교 1학년 때 여름 농활 갔잖아.

    원두막에서 수박 썰어 먹던 거... 기억 나?

여  그럼... 기억 나지...

(M) 별이 진다네 - 흐르고 + 노래 이어지며 / 여행스케치

 

(E) 귀뚜라미 우는 소리

(E) 수박 쪼개는

여  (탄성) 와... 너무 맛있겠다...

남  은서야 많이 먹어. 너 주려고 내가 이장님한테 특별히 부탁해서

    가져온거야...

여  정말? 잘 먹을게. 난 밤늦게 불러내길래 왜 그러나 했네

    그나저나... 애들도 같이 먹어야 되는 거 아니니?

남  애들은... 뭐... 지들이 알아서 잘 먹겠지.

    그리고 수도 너무 많아서... 이거 한쪽씩도 안 돌아가

여  그런가?

남  그래. 그니까 일단 너부터 좀 먹어.

여  응

(E)수박 먹는 소리

여  그런데 여기... 별 정말 잘 보인다...

남  .... 은서야...

여  왜?

남  실은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사실은.... 내가 너...

    (좋아해... 말 하려는데)

남2 야~ 니들 여기 있었구나?

(E) 가까이 오는

여  어? 동수야~ 너도 와서 수박 좀 먹어.

남2 오케이~

(E)원두막 올라오는 소리

남2 봉덕이 너, 이장님한테 농활 문제로 상의할 거 있다더니...

    은서가 이장님이냐?

남  (꾹 참으며) 어. 이장님 만났고. 그 다음에 은서 만난거다.

남2 오오~ 그랬어?

(E)수박 한입 베어물고

남2 잘 먹을게!

(M) 축제의 노래 / 트윈폴리오

 

남  그 녀석은 그랬다.

    그렇게 항상... 은서와 내 사이에 끼어들어

    방해를 놓곤 했다.

 

(E)수박 먹는 소리 + 씨 뱉고

여  당신 솔직히 말해봐

남  뭘?

여  그때 원두막에서... 나한테 고백하려고 그랬지?

남  고백? 내가 무슨 고백을 하냐?

여  당신 나 좋아했잖아. 내가 그런 것도 몰랐을까봐?

남  하하.. 내가?? 나 그땐 솔직히 당신한테 관심 없었어

여  진짜?

남  그럼~ 그때 당신 뭐 볼 거 있었나. 빼빼 말라가지구...

여  그래도 나 좋아하는 남자들 꽤 있었어

남  그거야 당신 생각이지...

여  아니야. 우리 과에만도 몇 명이었는데...

    맞어. 동수. 김동수 알지?

남  .......... 동수?

여  동수도 나 좋아했잖아. 그날도.... (말하려다) 아니다

남  (민감) 그날도 뭐... 왜 말을 하다 말아

여  아니.... 그날... 우리 원두막 갔던 날도...

    동수가 나한테 고백했었거든. 나 좋아한다고.

(M) Scarborough Fair / Marianne Faithfull

 

(E) 귀뚜라미 소리 + 개구리 소리 + 개짖는 소리 등..

(E) 세명 걸어오는 소리

여  봉덕아. 덕분에 수박 잘 먹었어.

남  어... 너야 뭐 얼마나 먹었냐. (이 앙다물고) 먹기야 동수 이 자식이

    다 먹었지~

남2 어. 그래. 잘 먹었다.

여  (웃으며) 들어가. 남자애들 고생 많겠다. 마을 회관에 모기 많다며.

    그래도 여자애들 숙소는 집이라 좀 나은데...

남  데려다 줄까?

여  뭘 데려다 줘. 몇걸음이나 된다구. 얼른 들어가.

남  (아쉬운) 어 그래.

(E) 문 열고

남  김동수, 너 안 들어와?

남2 난 화장실 좀 갔다 갈게. 수박을 너무 많이 먹었나?

(E) 걸어가는

남  그러게 작작 좀 먹으랬지! 나 먼저 들어간다.

(E) 문 닫고

여  동수야 잘자. 내일 보자.   

(E) 걸어가는데 +쫓아오는

남2 (작은 소리로) 은서야.잠깐만.

여  왜?

남2 할 얘기가 있는데... 여기선 좀 그렇구..

    잠깐 딴 데 가서 얘기할까?

여  이 밤중에 갈 데가 어딨다구. 할 말 있음 그냥 여기서 해.

남2 ..... 그래.... (망설이다가 내뱉듯) 너 나 어떻게 생각하냐?

여  .... 뭐?

남2 나는... 니가 좋거든. 난 그런데... 넌 어떠냐구.

(M) 제비꽃 / 조동진

 

남  뭐??? 그때 그 녀석이 그랬단 말야??

여  응~

남  (흥분 참으며) 자식이 화장실 간다고 사기나 치고!

    그 자식이 그런 식이야. 아주 이중적이야!

    그래서... 당신은 뭐라 그랬는데!

여  글쎄... 뭐랬더라....

    아유 그게 벌써 30년도 넘은 일인데 어떻게 다 기억을 해

남  아니 왜 기억을 못해? 동수 자식이 한 말은 다 기억하면서!

여  당신두 참... 왜 이렇게 정색을 하구...

남  (갑자기 태도 바뀌며) 정색? 누가? 내가? 아니야.

    그냥 내 말은... 옛날 일 얘기하니까 새록새록 재밌는데...

    당신이 더 많은 걸 기억해낸다면... 더 재밌겠다... 그런 거지...

여  어쨌든 그때가 좋았다. 윤은서 황금시절이었지.

남  돌아갔으면 좋겠지?

여  그걸 말이라구 해? (한숨)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으면....

 

남  아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나를 선택할까....

    동수가 아닌... 나를....?

(M) 맴도는 얼굴 / 따로또같이

남  며칠 후

    우연히 켠 라디오에서

    동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사회자는 왜 동수가 아직 독신인지 물었고

    그 녀석은 이렇게 대답했다

 

남2 일이 너무 바빴구요. 또 제 첫사랑만한 여자를 못만났거든요

    첫사랑을 못잊는 걸 심리학적으론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20대 초반... 저에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사랑이어서 그랬는지... 아직도 잘 잊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 어떻게 사는지...

    

(E)방문 열고 들어오는

(E) 서둘러 라디오 끄고

여  라디오 들어? 왜 꺼?

남  별로 재미 없어서...

여  심심한데 켜봐. 음악이나 듣게...

남  점심 안 줘?

여  11신데 벌써 점심 먹게?

남  출출해. 비빔 냉면 같은 것 좀 해봐.

여  (끙 일어나며) 하여간 허리 펴고 앉는 꼴을 못봐..

(E)방문 닫고 나가는

(E)조심스레 다시 라디오 켜는

남2 첫사랑을 다시 만나고 싶냐구요?

    글쎄요. 그게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죠.

    만약에 그녀가 행복하다면 저도 행복할 것 같고

    그렇지 않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저한테 다시 오라고

    프로포즈해보죠 뭐... (웃고)

남  이 자식이 다 늙어서 노망이 났나...

    프로포즈는 무슨 프로포즈야!

여  (밖에서) 여보! 계란 좀 사와!

남  어!!! 알았어!!!

(M) Try To Remember / Brothers Four

 

남  30년 전. 그때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동수 녀석은 정말 아내 은서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첫사랑 운운하며

    다시 만나고 싶다느니.. 말을 하고 다닌다는 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정말 참을 수 있는 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E) 방문 열고 들어가는

여  (서둘러 전화 끊는 듯) 어. 그래. 그럼... 그때 봐...

남  .... 누구야?

여  어... 옛날 친구...

남  옛날 친구 누구?

여  있어.

남  옛날 친구가 왜 전화했는데?

여  그냥... 외국에 오래 있다가 얼마 전에 한국 들어왔다구

    한번 보자구...

남  남자야?

여  어? 어... 아니... 여자야...

(E) 일어나 나가며

여  빨래가 다 말랐으려나...

 

남  아내는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난다

    그렇다면... 아내에게 전화를 한 사람은...

    혹시... 그 녀석?

(M) Everybody Know / Leonard Cohen

 

(E) 밥 먹는 소리

남  당신은 왜 안먹어?

여  어.. 오늘 점심 약속 있어서...

남  누구랑? 그... 옛날 친구라는 사람이랑?

여  ...응... 옷을 뭘 입고 가야될지 모르겠네

남  .... 뭘 몰라. 맨날 사는 게 옷이면서!

여  가판대에서 만원 이만원짜리 사다 날라봤자지.

    좀 특별한 날엔 입고 나갈 게 없어

남  특별한 날? 그 친구가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야?

여  아니... 누가 그렇대... 하두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서...

남  왜... 분홍색 그거 있잖아. 투피스.

여  그게 언제적 건데... 10년도 더 된야. 유행도 다 지난걸...

 

남  아내가 한숨을 쉰다

    아내의 이마에 가늘게 진 주름이 눈에 띈다

    눈가에도 거뭇거뭇한 기미가 보인다

    염색을 한지 오래돼... 희끗한 흰머리들이

    꽤 많이 늘었다

 

남  나가자!

여  .... 응?

남  요앞에 양품점 가서 한 벌 사 입자구

여  아니야... 그렇게까진...

남  사준달 때 따라나서!

    이럴 때 한 벌 사 놓으면 결혼식 갈 때도 입고 좋잖아.

여  .... 정말? 정말 사줄거야?

남  그래...

(M) 미안해요 - 김건모

 

남  새로 산 화사한 베이지색 정장을 입고

    아내가 외출을 했다

    살짝 상기된 얼굴빛의 아내는

    어린 소녀 같았다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괜히 옷을 사줬나...

    그 옷을 입으니까 10년은 젊어 보이던데...

    만약에....

 

(BG)레스토랑 잔잔한 음악과 접시 부딪치는 소음들

 

남2 정말... 널 누가 그 나이로 보겠어... 하나도 안 변했다

여  무슨 소리야... 주름이 자글자글한데...

남2 봉덕이가... 잘해줘?

여  (한숨만 포옥)

남2 그럴 줄 알았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나한테 오랬잖아. 나한테 왔으면 지금 총장님 사모님 소리

    들으면서 얼마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겠어!

여  .....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니...

남2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너만 마음 먹으면 돼.

여  그래두 내가 염치가 있지... 어떻게...

남2 내가 널 기다리면서 독신으로 산지 30년이야!

    이걸로도 부족하니?

여  (감동) ..... 동수야....

남2 봉덕이... 버릴거지?

여  (여전히 감격에 겨운 톤) .... 애들한테 미안해서 그렇지.... 그 인간 버    리는 건 문제도 아니야... 어차피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이었어...

(M) Manha De Carnaval / Astrud Gilberto

 

남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약.. 정말 아내가 동수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

    그래서 혹시라도 날 떠나겠다고 한다면...

    난 어떡해야 하나...

(E)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여  (시무룩) 아직도 집에 있었어?

남  어.... 친구는 잘 만났어?

여  그렇지 뭐. 나 좀 씻을게.

(E)화장실 문 탁 닫고 들어가는

 

남  역시 그런거였나...

    아내는 눈에 띄게 냉정해져 있었다

(M) 사랑한 후에 / 전인권

 

(E) 이불 뒤척이는

남  왜... 잠이 안와?

여  ..... 좀 그러네...

남  좀 있으면 우리 결혼기념일이네...

여  ..... 응

남  당신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한 적 있어?

여  (잠시 침묵하다가) 당신은?

남  난 없어.

여  한번도?

남  한번도...

여  .....만약에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랑 결혼할거야?

남  .....그건 잘 모르겠어

여  왜?

남  난 좋았는데. 당신이랑 산 30년이 너무 좋았는데.

    당신이 어떨지 몰라서.... 내가 당신 행복을 야금야금 뺏어 먹어온

    것 같아서.... 그래서... 미안해서...

여  (한참 침묵 후) 여보....

남  응?

여  ..... 미안해....

(M) 미안해요 / 앤

남  미안하긴.. 당신이 뭐가...

여  그냥... 다....(울먹)

남  미안한 건 나지. 평생 고생만 시키고...

    나 퇴직하고 나서도 당신 마음 고생 많았잖아... 미안해...

여  ... 그러지 마... 나 정말.... 당신한테 그런 말 들을 자격 없어...

    나 있잖아... (말하려고 하면)

남  됐어. 그만해. 당신 마음 다 알아.

여  여보....

남  지금까지 삼십년은 당신한테 내가 빚지고 살았으니까

    앞으로 삼십년은 그 빚 갚으면서 살게

여  (울음 끝에 웃음) 30년이나 더 살게?

남  더 살아야지~ 당신이랑 같이 딱 30년 더 살고, 한날 한시에 죽자.   

여  치...

 

남  이 정도면 됐겠지?

    아내도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설마... 다 버리고 그 녀석에게 가 버리진 않겠지?

    아... 정말 힘들다....

(M)황혼 / 산울림

 

여  오늘 난 동수를 만났다

    30년 전... 난 동수를 좋아했다

    원두막에 갔던 그날 밤....

 

(E) 귀뚜라미 소리 + 개구리 소리 + 개짖는 소리 등..

(E) 세명 걸어오는 소리

여  봉덕아. 덕분에 수박 잘 먹었어.

남  어... 너야 뭐 얼마나 먹었냐. (이 앙다물고) 먹기야 동수 이 자식이

    다 먹었지~

남2 어. 그래. 잘 먹었다.

여  (웃으며) 들어가. 남자애들 고생 많겠다. 마을 회관에 모기 많다며.

    그래도 여자애들 숙소는 집이라 좀 나은데...

남  데려다 줄까?

여  뭘 데려다 줘. 몇걸음이나 된다구. 얼른 들어가.

남  (아쉬운) 어 그래.

(E) 문 열고

남  김동수, 너 안 들어와?

남2 난 화장실 좀 갔다 갈게. 수박을 너무 많이 먹었나?

(E) 걸어가는

남  그러게 작작 좀 먹으랬지! 나 먼저 들어간다.

(E) 문 닫고

남2 은서야 잘자. 내일 보자.   

(E) 걸어가는데 +쫓아오는

여  (작은 소리로) 동수야.잠깐만.

남2 왜?

여  할 얘기가 있는데... 여기선 좀 그렇구..

    잠깐 딴 데 가서 얘기할까?

남2 이 밤중에 갈 데가 어딨다구. 할 말 있음 그냥 여기서 해.

여  ..... 그래.... 동수야... 너... 나 어떻게 생각해?

남2 .... 뭐?

여  나는... 니가 좋거든. 난 그런데... 넌 어떠냐구

남2 (난처한 듯) 어... 어쩌지? 나는.... 따로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

여  (충격) ..... 그래? 그게 누군지... 물어봐도 돼?

남2 ..... 혜원이.... 니... 단짝이잖아...

(M) Lost Without Your Love / Jessica

 

여  난 그렇게 비참하게 거절당했었다.

    그후, 몇 년 동안 끈질기게 나를 쫓아다니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고.

    30년 동안 성실하게 가정을 꾸려준 남편 덕에

    넉넉하진 않았지만 행복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E)신문 펼치고

여  어느날, 그가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걸려온 한통의 전화...

(E)벨소리

여  여보세요

남2 저... 혹시 윤은서씨 전화 맞습니까?

여  맞는데... 누구...?

남2 나를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김동수라구... 우리 같은 과 동기였지?

여  아.. 동수.. 기억하지.. 안 그래도 신문에서 봤는데...

남2 그랬구나... 잘 지냈어?

여  응.... 넌? 정말 궁금했는데...

남2 혹시... 시간 괜찮으면 점심이라도 같이 할 수 있을까?

여  (바로) 좋지! (하곤 너무했나 싶어서) ... 시간 되면 그러자...

남2 그럼 모레 점심 때 우리 학교 쪽으로 올래?

(E) 문 열리는 소리

여  (서둘러) 어, 그럼 그때 봐.

남  누구야?

여  어... 옛날 친구....

(M) 그리워라 / 현경과 영애

 

여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옷까지 얻어입은 채

    들뜬 기분으로 약속장소에 나갔다.

(E)레스토랑 소음

남2 너 하나도 안 변했다. 그대로야.

여  (좋아라) 어머 무슨 소리야~ 잔주름이 자글자글한데~

남2 ... 저기 너한테 양해를 구하지 못한 게 있는데...

여  응?

남2 혜원이 나오기로 했거든

여  (굳는) 뭐?

남2 알지? 오래전 일이지만 내가 혜원이 좋아했던 거...

여  ..... 어

남2 한국 와서 혜원이 소식 알아봤는데, 남편 잃고 혼자 살고 있더라구...

    만나자고 연락을 해봤는데... 혼자는 절대 안 나오겠다고 해서...

    너랑 같이 만나자고 했어..

여  ....아... 그랬구나...

남2 괜찮지?

여  그럼 괜찮지~ 니덕에 오랜만에 혜원이 보겠다~

(M)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양희은

 

(E) 이불 위에서 뒤척이는 소리

여  내 착한 남편은 깊이 잠들어 있다

    이 눈부신 초여름에 내가 어떤 로맨스를 꿈꿨는지도 모른 채...

 

남  내 착한 아내는 깊이 잠들어 있다

    이 아름다운 초여름. 아내는  어떤 로맨스를 꿈꾸었을까

    그 어떤 로맨스라도 다 용서한다

    지금 그녀는 내 곁에 있으니까.

(M) 주제음 Maggie / Jean Redpath

    

 

 

 





2005-05-19(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