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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13일 목요일 지금 듣곡 계신 이 노래는 + 음악에세이 대본

 

 

 빌보드 Top 200 Singles(1954∼2004년)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 잡지 빌보드지는 지난 연말, 매우 의미 있는 기록을 발표했다. 그것은 지난 50년 동안 싱글 차트를 집계해 총 200곡의 싱글을 발표한 것이다. 이름하여 '빌보드 Top 200 Singles'이다.

 'Top 200 Singles 1954∼2004'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차트는 매주 발행되는 빌보드지 싱글 차트의 순위에 의해 선정된 것이다.

 빌보드지 No.1에 오른 주일의 수(數)와 톱 10, 톱 40, 톱 100에 오른 주일 수를 합산해 순위가 정해졌다.

 

1   I'll Make Love To You / Boyz II Men

 미국 출신의 4인조 R&B 그룹으로 1994년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후 연 14주간 No.1 기록. 이들의 명반 'II' 앨범에 수록.

 

Close your eyes, make a wish

눈을 감고 소원을 빕니다

And blow out the candlelight

오늘밤은 당신을 위한 밤이니

For tonight is just your night

촛불을 불어 끄세요

We're gonna celebrate all thru the night

온 밤을 지내며 축하할 겁니다

 

Pour the wine, light the fire

와인을 따르고 불을 밝혔습니다

Girl, your wish is my command

당신의 소원을 들어 드리겠습니다

I submit to your demands

당신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I'll do anything, girl you need only ask

무엇이라도 하겠습니다, 그저 부탁만 하세요

 

후렴

 

I'll make love to you

당신이 원했던 것처럼

like you want me to

사랑을 베풀어 드리겠습니다

And I'll hold you tight

꼭 안아 드리겠습니다

baby all thru the night

온 밤을 지새며

I'll make love to you

당신이 원한다면

when you want me to

사랑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And I will not let go till you tell me to

당신이 원하지 않는 한 절대 놓지 않겠습니다

 

Girl relax, let's go slow

진정하고, 조급해하지 말아요

I ain't got nowhere to go

난 아무데도 가지 않습니다

I'm just gonna concentrate on you

오직 당신에게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Girl, are you ready

준비됐나요

It's gonna be a long night

기나긴 밤이 되겠군요

 

Throw your clothes on the floor

옷은 바닥에 던져 버리세요

I'm gonna take my clothes off too

나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I made plans to be with you

당신과 있기 위해 준비를 했습니다

Girl whatever you ask me

내게 부탁만 해요

you know I'll do

그러면 다 들어 주겠습니다

 

후렴 반복

 

Baby tonight is your night

오늘밤은 당신을 위한 밤입니다

And I will do you right

당신께 잘해 드리겠습니다

Just make a wish on your night

그저 이 밤에 소원을 비세요

Anything that you ask

당신이 부탁하는 것이라면

I will give you the love of your life

생애 최고의 사랑을 드리겠습니다

 

후렴 반복 (x2)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67화 - 아직 못다한 이야기

 

1   파도 / 박진광

 러시아 풍의 곡으로 2004년 작품.

 

2   Adagio / New Trolls

이탈리아 출신의 아트 록 밴드의 1971년 작품. 'Concerto Grosso Per 1' 앨범 수록.  

 

3   I'm A Fool To Want You / Chet Baker

 미국 출신의 재즈 여가수로 1958년 작품을 쳇 베이커가 리메이크했음.

 

4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 하수영

 사랑하는 아내를 위하는 마음이 잘 드러난 하수영의 유작.

 

5   I'm A Fool To Want You / Billie Holiday

 미국 출신의 재즈 여가수로 1958년 작품. 그녀가 사망하기 직전 발표한 노래로 각종 CF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였던 짙은 분위기의 노래.

 

6   You / Rod Mckuen

 1988년 작품으로 짙은 분위기의 발라드.

 

7   부부 / 부부듀엣

 실제 부부가 만든 러브 송으로 소박함이 묻어나는 노래.

 

8   바보처럼 살았군요 / 김도향

 김도향씨 하면 떠오르는 노래로 80년대 초에 발표된 노래.

 

9   부부 / 부부듀엣

 

10  Honey / Bobby Goldsboro

 지난 시절에 대한 강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로 바비 골스보로의 60년대 후반 No.1 송.

 

11  어이 / 최백호

 1997년 작품으로 소박한 부부의 사랑을 담은 노래.

 

12  You Needed Me / Anne Murray

 캐나다 스프링힐 출신으로 1978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No.1 기록.

 

13  Shine Shine My Star / Djelem

 캐나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집시 밴드로 2001년 곡.

 

14  미안해요 / 김건모

 김건모의 7집 앨범 수록곡으로 2001년 작품.

 

15  All Out Of Love / Julienne Taylor

 스코틀랜드 출신의 여가수로 2004년 작품.

 

16  Donde Voi / Tish Hinojosa

 멕시코계 미국인으로 그녀의 1989년 데뷔 앨범 'Homeland'에 수록된 팝 컨트리 풍의 노래.

 

17  Dead Are Dancing / Toni Child

 분위기 있는 곡으로 여가수 토니 차일드의 1991년 작품. 이 곡은 드라마 첫 사랑에 삽입돼 많은 사랑을 받았음.

 

18  If You Go Away / Rod Mckuen

 자크 브렐의 원곡을 로드 맥퀸이 분위기 있게 리메이크했음.

 

19  Love Hurts / Nazareth

 영국 출신의 하드록 밴드로 1975년 곡으로 싱글 차트 8위 기록.

 

20  I Love You More Than You'll Ever Know / Blood Sweat & Tears

 재즈 록 그룹으로 1972년 작품. 짙은 분위기의 노래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

 

21  파도 / 박진광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67화 - 아직 못다한 이야기

 

(M) 주제음  파도 / 박진광

 

 

(E) 비오는 소리

남  아내가 죽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떠난 여행길...

    그곳에서 아내가 죽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해주려고

    아껴두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아내가... 죽었다

(M) Adagio / New Trolls

 

(E) 포장마차 도마질 소리

남  아내와 결혼한 지 30년

    그동안 우리는 하루도 빠짐 없이

    연탄에 불을 붙이고

    소금 뿌린 생선을 굽고

    돼지 껍데기를 구웠다

(E)포장 펄럭이는 소리

남  초라한 포장마차는 보잘 것 없었지만

    30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덕인지

    우리집을 찾는 손님들은 끊이지 않았다

(E) 포장 열어젖히고 들어오는 + 바람 소리

여  아유 추워~ 바람이 꽤 쌀쌀하네요

남  엄살은... 포장이나 잘 치고 들어와

여  상추값이 많이 올랐어요. 2000원 깎는데 한참 걸렸네.

남  김씨가 그거 팔아 얼마나 남긴다고 깎아. 다 같은 처지에...

여  .... 그래두... 너무 비싸길래... 알았어요. 앞으론 안 그럴께요.

(E) 국물 끓는 소리 + 맛 보고

여  오늘 국물 맛있네요 여보...

(E) 도마질 소리만

남  함께 고생하고 함께 늙어온 아내

    그 아내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 건네 보지 못한 사람이

    남편이란 이름의 나였다

(M) I'm A Fool To Want You / Chet Baker

 

(E)  TV 소리

남  새벽 4시 넘어서야 집에 들어와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고 나면

    다시 장사를 시작할 때까지

    잠깐의 휴식 시간이 있다

    이때 아내는 드라마 재방송을 보거나

    해외 탐방 프로그램을 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여  여보... 저거 좀 봐요. 바다가 어쩜 저렇게 좋아?

남  (무심) 바다가 다 똑같지 뭐가 좋아?

여  아니... 저긴 참 좋네. 저기가 어디야? 외국인가보네...

남  우리 나라도 좋은 데 천지야~

여  그렇긴 하죠... 여보 기억나요?   

    우리 재작년에 당신 친구네랑 해서 변산 앞바다 갔었잖아요.

    거기 참 좋았는데....

남  (큰소리) 일 나갈 준비나 해. 오늘 왜 이렇게 수다가 길어?

여  ...아유 내 정신 좀 봐.

(E)TV 끄고 나가는

남  괜히 큰소리를 쳤다.

    사실은 미안해서 그랬다.

    결혼해서 30년 동안 딱 한번 바다에 놀러갔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는지...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는... 아내가 불쌍하고...

    내가 싫어서.... 그래서 그랬다.

(M)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 하수영

 

(E) 손님 북적대는

남  그날.. 손님이 유난히 많았다.

    

(E) 들어와 앉는

손님    껍데기랑 소주 두병 주세요

남  예예~ 여보. 껍데기...

여  네~

(E) 쨍그랑

여  엄마야...

남  (짜증) 뭐하는거야 지금?

여  미안해요.

(E) 조각 치우는

여  (변명하듯) 이게 왜 미끄러졌어 그래... (하다가 짧은 비명) 아야!!

 

남  아내의 투박한 손가락 밑으로

    붉은 핏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걸 보는데 가슴 한쪽이 저릿할 정도로

    아팠다

 

남  아 사람 참...! 저리 비켜! 내가 할테니까...

여  .... 미안해요...

(E) 접시 조각 치우는

여  여보 조심해요

 

남  어쩔 줄 몰라하며 아내는 저만치로 비켜섰다

    피가 계속 흐르는데 아프지도 않은지

    내손이 유리조각에 찔릴까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

 

남  (짜증) 피 안 닦을거야? 음식에 묻으면 어쩌려고 그래!

여  네? 아... 네....

 

남  바보 같은 사람이었다

    참 바보 같은 사람이었다

(M) I'm A Fool To Want You / Billie Holiday

 

(E)접시 조각 버리고 돌아서는

남  깨진 접시 조각을 버리고 돌아서는데

    아까 아팠던 가슴 한쪽이 계속 저려왔다

    처음엔 그냥 아픈 것 같더니...

    갑자기 서 있을 수도 없을 만큼

    고통이 심해졌다

    가슴을 움켜잡은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M) You / Rod Mckuen

 

남  다음날...

    아무래도 예감이 이상해

    난 병원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E) 구두 신는

여  여보.. 어디 가요?

남  어... 친구 만나러...

여  친구요? 좀 있으면 장 보러 갈 시간인데...

남  일이 있으니까 만나러 가지. 장은.... 혼자 봐

여  나 혼자 들고 오기 힘들 것 같은데....

남  그럼 좀 기다렸다 같이 가든가!

    다섯시 전엔 들어올거야

여  알았어요. 그럼... 좀 기다릴께요. 다녀와요.

남  그래...

(E) 나가려는데

여  여보. 잠깐만...

(E) 얼른 방에 들어갔다 나오는

 

남  왜!

여  넥타이.. 이거 매고 나가요. 접때 인환이가 사온건데...

    당신 한번도 안 맸잖아요

남  내가 무슨 넥타이야!

여  그래두요... 당신이 대낮에 외출하는 거... 없던 일이잖아요

    나도 다른 여자들처럼 남편 넥타이 좀 매줘봅시다. 예?

 

남  아내가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난 아내가 넥타이를 매주도록 내버려 두었다

(M) 부부 / 부부듀엣

 

(E) 병원 복도 소음 + 걸어가는 소리 뚜벅뚜벅....

남  진료실에서 병원 복도를 걸어 나오는 길은

    멀고 또 멀었다

    아내가 정성스럽게 매준 넥타이가

    답답하게 목을 죄오는 것 같았다

    내 나이 쉰 일곱...

    이제 절반쯤 왔다고 생각했었다

    지금까진 고생만 해 왔으니

    이제부터는 조금 편하게 살아도 될 거라고.

    아이들도 모두 자라 제 역할들을 잘 하고 있고.

    우리 내외 포장마차를 하면서

    밥 걱정은 하지 않고 살 정도니...

    이제부터는 너무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난 의사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아야 했다.

(M) 바보처럼 살았군요 / 김도향

 

(E) 포장마차

(E) 포장 치고 들어오는

여  어서오세... 여보!

(E)털썩 앉고

여  친구는 잘 만났어요? 하도 연락이 없길래... 나 혼자 나왔어요

남  .... 혼자 장이랑 다 본거야?

(E) 도마질 하며

여  그럼 어떡해요. 당신이 없는데...

남  .... 내가 없어도 혼자 잘 했네 뭐.

여  하루니까 어떻게 해 본 거지... 맨날 혼자 하라면 못하겠던데요 뭐

남  못하긴 왜 못해. 하면 하는거지.

여  .... (눈치 보다) 친구랑 나쁜 일 있었어요?

남  ...... 어....

여  무슨..?

남  ..... 그 자식이 죽을 병에 걸렸다네.

여  네? 친구 누군데?

남  있어. 당신은 모르는 친구.

여  (쯧쯧) 아니 어쩌다? 부인이랑 애들은 있구요?

남  있지...

여  아유 어떡해... 부인이 젤 불쌍하네...

남  .... 왜?

여  애들이야 다 컸을테니까 지들끼리 가정 꾸리고 살면 되지만

    부인은 안됐잖아요

남  ..... 그 녀석이 지 부인한테 워낙 못하고 살아서...

    그런 남편은 오히려 없는 게 편할지도 몰라

여  모르는 소리네요. 찢어진 우산이래두 받쳐 주는 게 있어야 비를 덜맞지...

    그 우산 바람에 날아가봐요. 혼자 세상 비 다 맞는 거에요...

(M) 부부 / 부부듀엣

 

(E) 포장마차 끌고 가는 소리

남  새벽 4시 30분

    우리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난 앞에서 포장마차를 끌어가고

    아내는 뒤에서 밀어준다

    비탈길을 오를 때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힘이 든다

    아내도 마찬가지일 거다

    하지만 내가 뒤를 돌아보면

    아내는 잊지 않고 미소를 지어준다

    난 아내에게 곧 있으면 날아가 버릴

    찢어진 우산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내는

    찢어지고 살이 나간 그 우산만 믿고

    빗속을 걸어가는 애처로운 소녀 같다

(M) Honey / Bobby Goldsboro

 

(E) 이불 펴는

(E) 소주 따라 마시는

여  이이는... 잠자리에 무슨 소주에요. 아까두 손님들이랑 마시는 거 같더니...

남  .....

여  여보. 얼른 자요.

남  .... 당신 정미소집 아들 기억나?

여  누구요?

남  정미소집 아들~ 오토바이 타고 다니던... 경수...

여  아~ 기억 나네요

남  그놈이 당신 참 좋아했잖아. 결혼하자고 쫓아다니고...

여  그랬나? 난 생각도 안나는데...

 

남  기억이 안 날 리 없다.

    당시, 경수는 아내가 만나주지 않는다고

    자살 소동까지 벌였으니까.

 

여  갑자기 그 얘긴 왜요?

남  아니... 그놈 소식을 들었는데... 강남역 쪽에서 큰 제과점을 한다더라구.

    돈도 아주 잘 번대...

여  ... 그래요?

남  당신... 경수랑 결혼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M) 어이 / 최백호

 

남  30년이나 죽도록 고생 시켜 놓고

    이제와 그런 생각이 들다니

    나도 참 뻔뻔하다

    그때 내가 아내를 좋아하지만 않았더라도

    아내는 나보다 훨씬 괜찮은 남자와 결혼해

    여유롭게 살았을텐데.

 

여  (약간 기분 나쁜) 경수랑 결혼했으면 좋았을 뻔 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남  아니... 그게 아니라.... (한숨) 아니다. 내가 좀 취했나봐

여  그래요. 당신 취했어. 얼른 자요.

(E) 이불 덮고 눕는

 

남  정말 화가 났는지, 아내는 이불을 이마 위까지 뒤집어 쓴다

 

남  그냥 한 소리야. 그냥..

여  ............

남  당신이 아까 넥타이 매주면서 좋아하는데...

    다른놈 만났으면 맨날 넥타이 매주면서 살았을 것을..

    나 만나서 구정물에 손 담그고 사는구나.... 싶어서....

여  (이불 속에서 하는 소리) 그만 해요.

    당신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요. 난요.

    또 태어나서 다시 선택을 하라 그래두요. 당신이랑 살아요.

    당신이랑....(약간 목메고) 우리 인환이 인욱이 낳고 포장마차 하면서

    그렇게 살거에요.

(M) You Needed Me / Anne Murray

 

(E) TV소리

남  다음날...

    아내는 여느 때처럼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네모난 화면은 파란 바다와 아름다운 리조트

    그리고 해상 스포츠를 즐기는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내는 배추를 다듬다 말고

    넋을 빼놓고 텔레비전을 본다

 

남  좋아 보여?

여  아니... 저런 세상도 있나 싶네...

남  저런 세상... 우리도 한번 갈까?

여  (대수롭지 않게) 네... (깜짝) 네???

남  뭐 별거야? 가면 가는거지...

여  아유~ 아서요~ 저런 데 가는 게 돈이 얼만데~

남  생각보다 얼마 안해.

여  하여튼 됐어요. 우리 같은 사람이 어떻게 저런 델...

남  (버럭)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여  여보...

남  우리 같은 사람들은 맨날 돼지 껍데기나 썰고 연탄 가스나 마시고

    손 부르트게 일만 하면서... 어? (목메는) 죽도록 일만 하면서....

    죽을 때까지 일만 하면서...! 그렇게 살아야 돼?

여  .... 여보... 왜 그래요....

남  별 거 아니야. 저런 데 가는 거. 가자. 가자구.

(M) Shine Shine My Star / Djelem

 

남  여행사를 돌아다니며

    사치스럽다 싶을 정도로 비싼 여행 상품을 예약했다

    그리고 30년만에 처음으로

    포장마차를 열지 않은 채

    백화점에 갔다

 

(E) 백화점 소음

여  (당황한 듯) 여길 왜 와요...

남  여행 가려면 옷도 있어야 될 거 아냐~

여  이이가 진짜 왜 이런대~ 그럼 시장에 가든가~

남  여기서 사!

여  여보!

남  거기는 여름 날씨라니까... 여름 옷 사면 돼.

    저쪽에서 철 지난 옷들 바겐 세일 한다니까... 안 비쌀 거야

여  이이가 뭘 잘못 먹었나...

남  옷도 사고.. 여행 가방도 사고... 맞다, 선글라스!

    그런데선 다들 시꺼먼 안경 쓰고 누워 있고 그래.

여  난 못사겠어요. 이런 거 다 사면 돈이 얼만데... 난 갈래요

남  (잡으며 애절하게) 여보.... 제발....

여  ........?

남  제발... 사자. 내 말대로 하자.

(M) 미안해요 / 김건모

 

(E) 포장마차 도마질 소리 경쾌하게

남  처음에는 못가겠다던 아내도

    여행 날짜가 다가오면서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여  저기 여보... 비행기 타려면 멀미약도 챙겨놔야 되나요?

남  촌스럽게... 그런 거 안 챙겨도 돼

여  .... 그런가? (신나서 도마질 다시 하다가 또 멈추고)

    저기... 비행기 안에 김치나 된장이나 그런 것도 가져가도 될까요?

남  그런 건 뭐하게!

여  아니... 외국 나가면 김치도 비싸다던데... 사먹기 좀 그러니까...

남  됐어. 그런 거 일절 챙기지 마.

    다 사먹을거야.

여  (놀라며) 돈 많이 들텐데...

남  돈 얘기 하지 말랬지!

여  알았어요. (신난) 시장 아줌마들한테 자랑했더니...

    다들 어찌나 부러워하는지... 나보고 남편복 많아서 호강한대요

(M) All Out Of Love / Julienne Taylor

 

(E) 포장마차 위로 비오는 소리

남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내린 비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E) 포장 위로 빗물 떨어지고

 

여  오늘은 손님이 영 없네요

남  .... 그러네

여  우리 이번에 여행 가는 게... 신혼여행인가 여보?

남  신혼여행은... 망측스럽게...

여  (웃고) 처음으로 단둘이 가는 여행이니까 뭐....

남  ..... 처음인가?

여  ..... 네...

(E)비오는 소리

여  처음에 당신이 외국까지 여행 가자 그랬을 때는

    말도 안된다.. 그랬는데... 생각해 보니까 또 그렇더라구요

    우리가 죽기 전에 언제 또 그런 여행 가 보겠어요.

    우리 둘이 그렇게 좋은 데 갔다 오면...

    정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추억이 될거야.

(M) Donde Voi / Tish Hinojosa

 

남  아내의 말을 듣는데 겁이 덜컥 났다

    추억이라니....

    곧 세상을 떠날 내가

    아내에게 추억을 남겨주는 게...

    옳은 일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마음 약한 아내가 나와의 마지막 여행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는 게 두려웠다

    그녀는 그 추억 하나만으로도

    남은 시간을 모두 슬픔으로 보내버릴 수도 있는 여자였다

(M) Dead Are Dancing / Toni Child

 

남  며칠 후...

    난 여행 계획을 변경했다

 

남  여보. 인욱이도 시간이 된다는데... 여행 같이 갈까?

여  .... 인욱이랑요?

남  왜? 싫어?

여  싫다기보담은... (웃으며) 난 당신이랑 둘이 오붓하게 갈까 했는데...

남  인욱이는 영어도 잘하고... 같이 가면 좋잖아.

여  그래요. 그럼 우리 셋이 가는거에요?

 

남  아내는 세 사람이 함께 떠나는 걸로 알고 좋아했다

    하지만, 예약은 인욱이와 아내 이름으로만 되어 있었다

    나는 여행에 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M) If You Go Away / Rod Mckuen

 

남  여행 당일 아침

    난 바쁜 일을 핑계 대고 아내와 인욱이를 먼저 공항으로 보냈다

    그리고....

(E)통화음 + 받는

여  (공항 소음과 함께) 여보세요?

남  그래 나야

여  비행기 시간 다 되는데 왜 안와요?

남  여보. 나는 안가. 인욱이랑 둘이 갔다 와.

여  네? 아니 왜요?

남  사정이 좀 생겼어. 그냥 당신이랑 인욱이 재밌게 놀다 와.

여  (안타까운) 왜요 여보.... 나 혼자 좋은 데 가면 뭐해요.

    눈에나 들어오겠어? 당신이 같이 있어야지...

남  나 없이 구경 잘하란 말이야. 좋은 것도 많이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먹고. 인욱이한테 여행 경비 충분히 줬으니까.... 돈 아까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거 다 하고 와.

여  왜 그러는데요 글쎄. 이유나 좀 압시다.

남  그거는.... 갔다 오면 얘기해 줄게.

여  (울먹) 나는...혼자 가기 싫은데....

남  여보.... (뭔가 말하려다가) 아니야. 갔다 와서 얘기해줄게.

여  .... 여보....

남  비행기 시간 다 됐다. 끊자.

(E) 끊는

(M) Love Hurts / Nazareth

 

남  다녀오면 얘기해 주고 싶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면, 당신이랑 살지 않을 거라고.

    다시 만나더라도, 그래서 다시 사랑하게 되더라도

    모질게 외면해 버릴 거라고.

    내 가난과 고통을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나눠지고 가진 않을 거라고.

    그만큼... 당신을 사랑한다고.

    한번도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지만, 말해주지 못할 때마다

    가슴에 새겨놓았다고...

    당신을 사랑한다는... 이 말을....

(M) I Love You More Than You'll Ever Know / Blood Sweat & Tears

 

(E) 전화벨 울리는

남  그리고 며칠 후...

    작은 아들 인욱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순식간에 밀어닥친 해일에...

    아내가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손을 잡을 사이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여행 내내...

    니 아버지랑 보았으면 좋았을 걸...

    니 아버지랑 먹었으면 좋았을 걸....

    그 말만 했던 아내가....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그토록 아름답다 넋을 빼던 그 바닷속으로....

(M) 파도 / 박진광

 

(E)비오는 소리

남  아내에게 해 주지 못한 이야기가

    가슴을 친다

    그 이야기들이 돌이 되어, 쇠가 되어

    내 가슴을 친다

    가슴의 통증이 커질수록

    마음은 편안해진다

    아내가 옳았다.

    좋은 길도.. 나쁜 길도... 함께 가고 싶어했던 아내...

    결국 아내의 소망대로

    나와 아내는 같은 길을 가게 되었으니까.

    난 어쩌면.... 다시 태어나도

    아내와 함께 하게 될지 모르겠다.

    아직... 해주지 못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땐.... 그 이야기들을... 하나도 빼지 않고....

    모두 들려주겠다.

(M)주제음   파도 / 박진광

 

    

 





2005-01-13(10:01)